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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DUCT] 나무에 둘러싸인 아늑한 쉼터 ‘우드세움’ 친환경 규화제를 사용해 원목의 보존 수명 향상
    남양주시 청솔공원 수변에 독특한 형태의 원목 구조물이 들어섰다. ‘우드세움Woodseum’은 친환경 건축 자재 전문 기업 케이디우드테크가 출시한 휴게 시설물로, 움막의 형태에서 착안한 원통형 디자인이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드세움의 가장 큰 특징은 목재 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유지 관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목재 시설물은 일반적으로 매년 오일 스테인으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케이디우드테크의 목재는 친환경 성분의 오르가노우드 규화제가 도포되어 보존 성능이 최대 40년에 달한다.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빛을 발한다는 장점도 있다. 특수 처리된 목재는 햇빛과 빗물이 닿아도 부패하지 않고 더 단단해지며, 점차 회색빛으로 변하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콘크리트 혹은 플라스틱 같은 인공 자재보다 열섬 현상의 영향을 적게 받고 나아가 이산화탄소 흡수에도 기여한다. 구조물 바닥에 모래를 깔아 아이들을 위한 모래 놀이 아지트로 만들거나, 내부에 의자를 비치해 그늘 쉼터로도 쓸 수 있다. 강가 혹은 습지에서는 조류 관찰대로도 사용 가능하다.
  • [에디토리얼] 잡지의 얼굴, 표지 탐닉
    봄, 바람이 분다. 모처럼 서울 도심에서 약속이 있다면 한두 시간 먼저 출발해 덕수궁에 들르시길 권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2021. 2. 4.~5. 30.)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시와 그림이 탄생했던 근대기의 풍요로운 문화적 토양으로 우리를 이끈다. 시대의 전위를 꿈꾸며 함께 활동한 시인 정지용, 이상, 김기림, 김광균, 소설가 이태준, 박태원, 그리고 화가 구본웅, 김용준, 최재덕, 이중섭, 김환기 등의 교유와 연대를 그들의 글과 그림을 통해 한 호흡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화가와 시인이 만나 빚어낸 자유로운 화문(畵文)의 세계를, 그들의 지적, 미적 수준의 결정체인 아름다운 책들을 탐닉할 수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같은 시집들의 원본도 영접할 수 있다. 잡지 편집자와 디자이너라면 전시장 곳곳에 펼쳐진 근대기 잡지 표지들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당대의 현실과 이상을 고스란히 담은 자화상. 잡지를 편집하는 여러 단계의 과정에서 가장 고민되는 순간은 표지를 결정할 때다. 표지는잡지의 얼굴이다. 잡지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해야 한다. 해당 호의 콘텐츠를 간결한 이미지와 텍스트로 전달해야 한다. 독자의 상상력을 허용하는 여백의 미도 필요하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도 표지의 중요한 역할이다. 표지의 힘을 단적으로 예증하는 잡지로 『뉴요커(The New Yorker)』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25년부터 계속 간행되고 있는 이 잡지는 사실의 전달보다는 해석과 비평을 중심으로 뉴욕의 문화와 시사 이슈를 다룬다. 설명적이거나 선동적인 문구 한 줄 없이 지적이고 유머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제호만으로 표지를 디자인한다. 무려 100년 가까이 지켜온 전통이다. 『뉴요커』 표지만 순서대로 모아도 미국 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982년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환경과조경』의 역사에는 395장의 표지가 쌓였다. 396번째책을 내며 이달에는 그간의 표지를 기록하고 전시하는 특집, ‘표지 탐구’를 마련한다. 오는 8월 출간될 통권 400호를 기념해 『환경과조경』의 발자취를 다각도로 되돌아보는 여러 기획 중 하나다. 2021년의 미감으로 보면 어설프고 촌스러운 표지도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표지도 있다. 한군데 모은 표지들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훑어보기만 해도 한국 조경이 그려온 지형의 주요 지점을 조감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만난 옛 친구처럼 반가운 표지가 많은 독자라면 모처럼 추억 여행에 나선 기분이 들지도모르겠다. 표지 대부분이 낯선 젊은 독자라면 봉인된 한국 조경사의 타임캡슐을 열어보고 싶은 탐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더라도 표지의 제호와 디자인이 몇 차례 크게 바뀐 걸 발견할 수 있는데, 언제, 무엇이, 어떻게, 왜 변했는지 추측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표지 이미지들과 함께 배치하는 해설이 추측의 재미를 안내한다. 길지 않은 해설 텍스트에는 김모아, 윤정훈 편집자와 팽선민 디자이너가 꼽은 주목할 만한 표지와 그 선정 이유가 담겨 있기도 하다. 독자 여러분의 시선을 멈추게 한 표지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표지가 있다면 책장에 무심히 쌓인 과월호를 뽑아 옛 사연을 살짝 들춰보시길. 창간호부터 2013년 12월호까지는 환경과조경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보실 수도 있다. 특집 뒷부분 ‘책등 탐구’에는 396권의 책등 중 몇몇을 모아 배치한다. 도서관 서가 사이를 산책하면서 나란히 꽂힌 과월호 잡지들의 책등을 넉넉한 리듬으로 훑는 것 같은 즐거움이 이번 달 지면에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 ‘웃프게도’, 출판계의 편집자와 디자이너 중 책등을 책등이라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로 ‘세네카’라는 전문 용어(?)가 쓰이는데, 얼핏 라틴어 느낌이 나는 이 말은 등, 뒷면, 뒤 등을 뜻하는 일본어 세나카せなか(背中)에서 왔다고 한다. 이번 396번째 표지의 주인공은 세네카들이다. 역대 『환경과조경』의 세네카 변천사를 한눈에 감상해 보시길.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 5월의 특집 지면은 ‘편집자들’(가제)이다. 반가운 이름 김진오, 조수연, 백정희, 손석범, 김정은, 양다빈, 조한결. 추억 속의 OB 편집자들이 출연 예정임을 넌지시 알려드린다.
  • [풍경 감각]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이 문장을 읽으며 어떤 멜로디를 떠올렸다면 나와 같은 시기에 유년을 보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중학생 때 방과 후 TV를 틀면 만화 채널에서 애니메이션 ‘아따맘마’의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아침 해가 뜨면 매일 같은 사람들과또다시 새로운 하루 일을 시작해”로 이어지는 가사를 들으며 매일 같은 사람들을 보는데 하루가 새로울 게 뭐가 있겠냐고 시큰둥해 했다. 매일 보는 사람 중엔 그 애도 있었다. 가무잡잡한 탓에 다른 애들이 외국인 같다고 놀리면 곧잘 웃어넘겼는데, 가끔은 정말 그렇냐고 물었다. 같은 학교와 학원을 다닌 우리는 운동장 구석에서 자주 빈둥대곤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매일 보는 그 애와 보내는 날들이 새로운 하루가 된 건. …(중략)
    • 조현진
  • [『환경과조경』 400호 돌아보기] 언제나 지금만 같길 바라
    필자가 이력서에 쓰는 세부 전공은 ‘동아시아 조경의 역사와 이론’이다. 짧게는 몇백 년, 길게는 천여 년 전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공간을 상상하는 일을 십수 년 하다 보면, 동시대 조경의 이야기가 딴 세상의 것처럼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조경을 공부하는데 조경과 한참 멀어졌음을 발견할 때,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 준 것이 『환경과조경』이었다. 그렇다고 『환경과조경』의 열렬 독자냐.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일부러 열심히 찾아 읽은 적도 있지만, 원하는 것만 보거나 의무감에 보기도 하고, 그냥 지나친 적도 허다했다. 그런데 이런 ‘변덕스러운’ 독자가 비단 나뿐일까. 부침이 있는 독자들을 두고도 한결같이 제자리에서 조경의 주요 이슈를 제공하는 『환경과조경』이 대견하고 고맙다. 21세기 한국 조경, 세계로, 세계로! 이번 ‘『환경과조경』 400호 돌아보기’에서 다룰 순서는 151~200호, 2000년 11월부터 2004년12월까지다. 2000년의 밀레니엄 시대를 지나 21세기로 접어드는 시기로, 조경계에서는 확실히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151~200호의 『환경과조경』에서도 잘 드러난다. 먼저 외형과 구성부터 살펴보자. 지금까지 몇 차례의 리뉴얼이 있었는데, 151~200호 사이에도 변화의 지점들이 있다. 특히 21세기 들어 처음 출간한 153호(2000년 1월호)에서 형식은 물론 내용까지 큰 변화를 꾀했다. ‘편집자에게 & 편집실에서’라는 코너를 빌어 변화의 주요 지점을 안내하고 있는데, 변화의 목적이 “알차고 내실 있는 정보의 적극적 제공, 우리나라 조경 분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주된 내용을 몇 가지 꼽아 보면, 첫째, 1985년부터 표지에 사용했던 한글 제호 ‘환경과조경’의 크기를 줄이고 영문 제호 ‘ELA(Environmental & Landscape Architecture of Korea)’를 전면에 내세웠다. 둘째, 표지에 영문 제호를 강조한 것에 이어, 영문 요약 소개 이외에 별도로 한 코너에서 한영문 병기를 시도했다. 셋째, 웹페이지 주소를 변경하면서 업로드 콘텐츠를 확충했다. 21세기를 맞이해 해외 소식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독자의 요구에 맞는 국내 조경 소식을 촘촘하게 전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자 하는 『환경과조경』의 새로운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이후 눈에 띄는 또 하나의 큰 변화는 과감한 광고 배치다. 2002년 8월호(172호)부터는 잡지의중간에 상당량 배치했던 각종 광고가 앞뒤로 빠지는 변화를 보였다. 맥락 없이 요란한 디자인의 광고 묶음이 잡지 중간중간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력해서 『환경과조경』의 디자인 콘셉트와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다. 광고를 정리하니 목차부터 마지막까지 기사 내용에 집중할 수 있어 훨씬 간결하고 깔끔한 잡지로 탈바꿈했다. 섹션 구성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사실 『환경과조경』은 태생부터 조경계의 유일무이한 잡지라는 정체성이 분명했는데 그 바람에 다뤄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는 애로사항이 따랐다. 게다가 조경은 범주 자체도 광범위해서 전문지로서 개성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esign+Planning’과 ‘Technology & Practice’, ‘Feature’, ‘Reports’, ‘Reader’s Information’의 섹션 구성에서 2003년 3월호(179호)부터 ‘Technology & Practice’를 덜어내고1 『환경과조경』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조경설계의 새로운 지형과 조경이론 형식의 변화는 언제나 내용의 변화를 수반한다. 새롭게 단장한 2001년 1월호(153호)부터 해외 작품과 해외 조경 업체, 해외 대학교, 해외 주요 웹사이트, 해외 잡지의 주요 기사 등에 대한 소개를 보완해 국외 소식과 정보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물론 이전에도 해외 작품 소개 코너가 없지는 않았다. 당시 3인 체제로 운영되었던 편집부에서 갑자기 늘어난 콘텐츠의 스펙트럼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싶다. 단지 ‘21세기의 출발’이 이 모든 부담스러운 일을 시작하게 하는 명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2000년대 변화의 근원지였던 인터넷 환경이 정보 경쟁력을 부추겼을 것이고, 조경계‘핫’한 해외 소식은 『환경과조경』을 통해 속속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기사 하나가 153호에서 발견된다. 현재 『환경과조경』 편집주간으로 있는배정한 교수의 “조경설계의 새로운 지형”으로, 이 글은 향후 같은 필자의 연재 ‘동시대 조경이론과 설계의 지형’과 함께 한국의 조경설계와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중략)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박희성은 오랜 시간 동아시아 역사와 이론을 연구하며 한·중·일의 자연미를 꾸준히 탐색했고, 최근에는 근대 동아시아 조경과 역사 도시 경관에 주목하고 있다. 한중 정원과 문인, 자연미의 관계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동아시아 각국 수도 연구’를 수행하고 현재 ‘근대기 서울 주택정원 연구’를 진행중이다. 자연미와 정원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를 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제도와 운영, 한국 근현대 도시·조경사 등 조경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연구와 더불어 서울대학교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박희성
  • 표지 탐구
    표지는 잡지의 얼굴이다. 책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이 닿는 곳으로, 매력적인 표지는 서점 매대를 지나는 사람의 발목을 잡아채 기어이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콘텐츠를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해, 표지에 해당 호의 주요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핵심 이미지를 담기도 하고 도면의 일부를 확대해 실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가로 폭과 세로 높이에 따라 정해지는 판형은 잡지를 소비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잡지는 들고 다니며 읽기 편하고, 커다란 잡지는 휴대는 어렵지만 사진을 시원시원하게 담기에 좋다. 올 8월 맞이할 통권 400호를 기념해, 39년 동안 독자들을 마주했던 396가지 『환경과조경』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표지 변화상은 물론 편집자들이 애정하는 표지와 디자이너의 의도도 살펴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 편집부
  • 책등 탐방
    책꽂이에서 꺼낼 때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부분, 두께를 가늠하게 하는 책등은 종이책의 물성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서가에 나란히 꽂힌 책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독서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손끝으로 가볍게 책등을 주르륵 훑듯 1982년부터 2020년까지의 『환경과조경』을 빠르게 지나 보자.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 편집부
  • 샹젤리제, 다시 파리 시민을 유혹하다
    2020년 2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막 퍼지기 시작하던 시기, 프랑스 파리의 건축도시박물관 파비옹 드 아스날(Pavillon de l'Arsenal)에서 한 전시가 열렸다. ‘샹젤리제의 역사와 전망(Champs-Elysees, History & Perspectives)’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오(aux)샹젤리제’라는 노래로도 유명한 파리의 세계적인 거리, 샹젤리제의 역사와 앞으로의 변화를 제안했다. 전시를 통해 소개된 샹젤리제 거리의 역사와 미래의 변화가 다시 세계적 주목을 받은 건 올해 1월의 일이다. 안 이달고(Anne Hidalgo)파리 시장이 샹젤리제 거리를 ‘특별한 정원(extraordinary garden)’으로 개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이달고 시장이 발표한 이 새로운 샹젤리제 개조 계획은 시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파비옹 드 아스날에서 전시된 계획안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전시 또한 박물관의 독자적인 계획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2018년 샹젤리제위원회(Comite Champs.Elysees)는 시민 9만6천 명의 의견을 모아, 프랑스의 건축사무소 PCA 스트림(PCA-stream)에게 샹젤리제의 새로운 변신을 위한 조사와 설계를 의뢰했다. 이들은 왜 새로운 샹젤리제 거리를 꿈꾸게 됐을까? 이미 명실상부한 세계적 관광 명소인 샹젤리제 거리에 왜 변화가 필요한 것일까? 새로운 샹젤리제를 만들어나가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앞으로 샹젤리제는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될까? 신들의 정원, 관광객과 차량에 점령당하다 샹젤리제(Champs-Elysees)는 ‘엘리제의 들판’이라는 뜻이다. 엘리제는 그리스 신화의 낙원을 의미하므로, 샹젤리제를 의역하면 ‘신들의 정원’, ‘신들의 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1667년 베르사유 궁전을 설계한 앙드레 르 노트르(Andre Le Notre)가 이 거리를 튈르리 정원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로 처음 조성했고, 1709년 산책로를 확장하면서 샹젤리제라는 이름이 붙었다. 19세기의 샹젤리제는 많은 파리 시민이 사랑하던 산책 장소였고, 나폴레옹 3세 집권 당시 도시 개혁의 실험장이었으며, 근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과시하는 박람회의 장소였다. 1855년에는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를 위해 런던의 수정궁에 비견될 만한 산업 궁전(Palais de l’Industrie)이 세워졌고, 1900년에 세워진 그랑 팔레(Grand Palais)와 프티 팔레(Petit Palais)는 현재도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많은 군주와 대통령이 샹젤리제에 집권 시기의 기념비적 흔적을 남기고자 했고 민간 기업 또한 같은 욕망을 품었다. 많은 유명 건축가가 샹젤리제 거리로 불려와 여러 건물을 지었다. 20세기에 이르러 샹젤리제와 그 주변 지역은 독보적인 파리의 중심 상업 지구가 됐다. 화려한 브랜드 편집숍과 상점들이 가득 찬 샹젤리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혹자는 샹젤리제를 서구 근대 도시의 시작점(zero milestone)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샹젤리제의 쇠락이 시작됐다. 거리는 점차 매력을 잃어 파리 시민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으며 관광객만 가득한 곳이 되어 갔다.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샹젤리제 보행자의 3분의 2는 관광객이며 이 중 85%가 해외 관광객이다. 샹젤리제 거리를 단순히 지나가는 통로로 이용하는 인근 직장인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즐기기 위해 거리를 찾는 파리 시민은 겨우 5%에 불과하다. 관광과 소비가 점령한 거리라는 문제점 외에도 샹젤리제는 여러 골칫거리와 직면하고 있다. 교통 체증과 차량 소음, 대기 오염, 빗물이 땅 아래로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성 아스팔트 포장, 빈도 높은 열섬 현상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기후변화와 위기, 도시 인구의 급격한 성장과 인간의 지나친 생태계 개입 같은 지구적 문제에서 샹젤리제 또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샹젤리제 거리의 녹지 면적은 24헥타르에 이르지만, 고통스러운 교통 체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파리 시민이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규모가 꽤 큰 녹지가 있지만, 밀도 높은 도심의 빈 공간으로서 숨통을 틔워주는 도시 녹지의 본질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년 전, 샹젤리제 거리 및 인근 지역의 경제적 기업과 문화 단체로 구성된 샹젤리제위원회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아름다운 이 거리가 정체성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원회는 “다시, 매혹적인 샹젤리제(Re-Enchanting the ChampsElysees)”를 만드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PCA 스트림의 필립 치암바레타(Philippe Chiambaretta)를 비롯한 50명의 조사팀에게 샹젤리제 거리의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의뢰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손은신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추상적 기억과 도시의 물리적 경관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스트 인더스트리얼과 메모리얼 공원처럼 장소의 기억이 여러 방식으로 남겨진 도시 경관에 관심이 많다.
  • 코페르 중앙 공원 Koper Central Park
    아드리아 해안에 위치한 코페르(Koper)시는 슬로베니아의 항구 도시다. 염전이었던 이곳은 수십 년에 걸쳐 매립되며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고밀도로 개발된 탓에 공공을 위한 오픈스페이스가 턱없이 부족했으며, 도심에는 이를 마련할 여유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구도심, 교외 거주지, 상업용 개발 구역, 항구 기반 시설 등을 한데 아우를 정도로 크고 강력한 경관인 동시에 건물이 빽빽하게 늘어선 풍경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다양한 활동과 이벤트를 수용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외부 공간이 요구됐다. 이 같은 조건을 고려해 너른 해변가에 대규모 공원을 계획했다. 대상지는 개발 예정 부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향후의 추가 개발 사업에 대응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의 공원을 설계했다. 일관되면서도 변화무쌍한 형태의 공원은 시민과 방문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짙은 녹지는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며 주변 건축물들의 이질성을 한 번에 누그러뜨린다. 공원이 북서쪽의 바다를 따라 들어설 직선의 산책로와 더불어 여가 및 사교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Architect ENOTA Project Team Dean Lah, Milan Tomac, Peter Sovinc, PolonaRupar.i., Peter Karba, Jakob Kajzer, Carlos Cuenca Solana,Sara Me.ik, Nu.a Zavr.nik .ilec, Jurij Li.en, Eva Tomac, GoranDjoki. Greenery Spicy Garden Collaborators Ivan Ram.ak(structural engineering), Nombiro(mechanical services), Nom biro(electrical installations) Location Koper, Slovenia Area 26.000m2 Cost 3,000,000€ Design 2016 Completion 2018 Photographs Miran Kambi. 에노타(ENOTA)는 1998년 슬로베니아에 설립된 건축설계사무소다. 건축과 도시를 포괄하는 접근 방식을 토대로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공간을 설계한다. 끊임없는 변화와 복잡한 상황에 대응하려면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된 관습과 규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현대 사회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 해법을 지향하며, 환경과 건축이 어우러진 공간을 조성하고자 한다.
    • ENOTA
  • 마가야네스 공원 Parque Magallanes
    마가야네스 공원(Parque Magallanes)은 세비야(Sevilla)시 트리아나(Triana)지구에 조성된 1992년 세비야 세계박람회장 남쪽 출입로에 자리한다. 동쪽엔 과달키비르(Guadalquivir)강이 흐르고 서쪽은 발견의 길(Camino de los Descubrimientos)과 맞닿아 있다. 세비야 세계박람회 때 조성된 내비게이션 파빌리온(Navigation Pavilion)과 차피나 다리(Chapina bridge)가 각각 남쪽과 북쪽의 경계를 이룬다. 면적이 4만m2에 달하는 대상지는 박람회 폐막 후 줄곧 방치되어 있었다. 수종과 크기가 제각각인 나무들이 듬성듬성 남아 있었고, 아스팔트 주차장과 거칠게 흙이 드러난 나지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했다. 강으로 이어지는 연결로가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수상 스포츠 센터 건설을 위한 긴 가벽에 가로막혀 지상의 나무와 강둑의 식생이 단절됐다. 건축적 가치가 없는 요소들을 제거하기보다 부지에 남아 있는 식생의 존재감을 더욱 드러내는 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Architect Guillermo Vázquez Consuegra Technical architect Marcos Vazquez Consuegra Collaborators Eduardo Melero, Paolo Bugatti, AlbertoBrunello, Christophe Beraldin Landscaping Arquitectura Agronomia Structure Edartec Consultores Services Ingenieros-JG Contractor Dragados Client Puerto Triana Location Isla de La Cartuja, Seville, Spain Area Gardens: 42,000m2 Rowing Centre: 420m2 Design 2016 Completion 2019 Photographs Fernando Alda, Pablo F. Diaz-Fierros 기예르모 바스케스 콘수에그라 아르키텍토(Guillermo Vázquez Consuegra Arquitecto)는 기예르모 바스케스 콘수에그라가 이끄는 건축설계사무소다. 그는 1972년 세비야 대학교 건축대학을 졸업하고 사무소를 운영하며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베니스 비엔날레(1980, 2004), 밀라노 트리엔날레(1988) 등의 국제 행사에 참가했으며 퐁피두센터(1990), 시카고 미술관(1992), 뉴욕현대미술관(2006) 등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근작으로는 세비야 카이사 포룸 문화 센터(Cultural Centre Caixaforum), 룩셈부르크 외무성, 세비야 의회 센터, 마드리드 사회 주택이 있다.
    • Guillermo Vázquez Consuegra Arquitecto
  • 타이충 중앙 공원 Taichung Central Park
    북회귀선 아래에 있는 대만은 규모가 큰 해류 중 하나인 구로시오 해류의 영향으로 기후가 온화하다. 무덥고 습도가 높은 열대 기후가 비교적 시원한 산맥 지역과 균형을 이룬다. 후덥지근한 타이충(Taichung)시에 기후를 조정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쾌적한 외부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독특한 설계 언어를 사용해 타이충 중앙 공원(Taichung Central Park)을 만들었는데, 이 언어는 다양한 규모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수용력을 갖고 있다. 공원은 공항을 도시 경관의 일부로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지리적 규모를, 광대한 공공 지역에 문화 시설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시 규모를, 지역 간 레크리에이션의 기회를 공유하게 하는 점에서 가구 규모를 띈다. 이 다양한 차원을 연결하면 독특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 지형, 토양을 포함한 암석권과 온도, 습도, 오염을 아우르는 대기권을 통합적으로 탐구해 설계를 했다. 여러 맵핑을 중첩해 자연적 도구와 인공적 도구를 섞고, 밀도를 높이고, 확장해 안락한 ‘틈새’를 퍼트리는 다양한 경관을 구성하고 11개의 편안한 휴양 공간을 강조했다. *환경과조경396호(2021년 4월호)수록본 일부 Project Team Catherine Mosbach, Cristina Ros Ballaster, Lucy Berthou, Chang Chingping, Chiu Peiyen, Marion Dervout, dots(Delphine Elie-Jean Francois Seage), Huang Mingli, Chih Yanghung, Hsu Pinchieh, Tao YiJun, Liu Yujou, Liu Xian, Mai Zhi Mai Jun, Victor Marechal, Shi Meng, Michel Mendiboure, Peng Yingli, Peng Lingyup, Susuki Noriko, Tsai Yunting, Tomura Eiko, Tseng Shihao, Anderson Torres, Julien Viniane, Wang Haiyun, Zang Caroline Chi, Zhang Junling, Zhang Judith, Zhai Lujia Other Designers Involved in the Design of Landscape Philippe Rahm Architectes(Andrej Bernik, Gabriel Cuellar, Wu Peiyao), Ricky Liu & Associates Architects and Planners(Daniel Cao, Annabel An) Client Taichung City Government Location Taichung, Taiwan Area 67.4ha Design 2011 Completion 2020 Photographs mosbach paysagistes 모스바흐 페이자지스트(mosbach paysagistes)는 캐서린 모스바흐(Catherine Mosbach)가 프랑스 파리에 설립한 디자인사무소다. 과학, 역사, 문명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실험적 작업을 선보인다. 대표작으로는 보르도 식물원, 루브르 박물관 랑스 분관 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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