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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스케이프] 옴스테드의 첫 영국 여행
    여행은커녕 외출도 삼가는 기간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다. 정리 핑계로 여행 사진을 꺼내 살피기도 하고 남의 여행기를 찾아 읽으며 마음을 달래보기도 한다. 조경의 역사와 관련된 여행기 중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 1822~1903)의 첫 영국 여행을 살펴본다. 마침 내년 IFLA 한국총회에서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 행사도 있을 예정이니 겸사겸사 한 번쯤 정리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옴스테드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자연을 벗 삼아 자랐고, 18세기 영국의 픽처레스크 미학 작가들의 책을 섭렵했다. 20대 후반까지 그의 생애를 보면 가족들의 걱정이 많았을 것 같다. 옴스테드는 건강 문제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고 일관성 없이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선원이 되어 중국에 다녀온 뒤 과학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아버지가 사준 농장을 경영한다. 좀 진득하게 하면 좋으련만, 공부하다 건강을 해친 동생이 정양하러 영국에 간다고 하니 아버지를 졸라 따라나선다. 여기까지는 어느 집안에나 한 명쯤 있을 법한, 혼자만 느긋한 이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여행이 그의 인생, 미국 도시의 모습, 나아가 전 세계 도시와 공원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면 과장일까. 1850년 4월, 27세의 옴스테드와 일행이 영국에 도착했다. 아픈 동생과 철없는 동생 친구를 돌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옴스테드의 진짜 목적은 영국의 선진 영농 기술을 시찰하고 습득하여 자신의 농장을 개선하고 나아가 자기 같은 미국의 소위 젠틀맨 농부들(gentleman farmers)을 계몽하려는 것이었다. 귀국 후 여행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해 『Walks and Talks of an American Farmer in England(미국 농부의 영국 도보 여행기)』(1852)를 썼다.1 여정은 배를 타고 도착한 리버풀에서 시작한다. 시내를 관광하고, 리버풀 교외의 막 성장하기 시작한 도시 버큰헤드(Birkenhead)를 방문한다. 배에서 만난 현지인의 조언에 따라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요기를 하러 들른 빵집의 주인은 버큰헤드를 떠나기 전에 꼭 “우리의 ‘새’ 공원”을 보라고 추천했다. 이때까지도 공원은 옴스테드에게 신도시 버큰헤드의 구경거리 중 하나에 불과했다. 공원 초입의 정원에서 그는 5분간 감탄한 뒤 자연과 예술의 관계를 숙고한다.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도 이 ‘민중의 정원(People’s Garden)’과 비교할 만한 곳이 없음을 인정한다. 소낙비를 피하러 간 탑 아래에서는 온갖 계층의 사람이 모여 있는 장면을 보고 무척 기뻐한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1851년 『Horticulturalist』에 게재한 “The People’s Park at Birkenhead, Near Liverpool(리버풀 인근 버큰헤드의 민중 공원)”을 수정 및 보완해 엮은 책이다. 필자는 2002년 개정판을 참조했다(Frederick Law Olmsted, Introduction by Charles McLaughlin, Library of AmericanLandscape History). 국내에는 『후레드릭·로·옴스테드 전기』(도서출판 조경, 2003)에 일부 소개된 것 외에는 아직 본격적인 옴스테드 연구서나 번역서가 없다.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 우리를 벗어나 우리가 되는 법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 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11월 21일까지
    자연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마련됐다.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는 동식물을 대하는 인간의 상반된 태도에 질문을 던지고 진정한 공존을 모색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전시 제목의 ‘미술원’은 미술관과 동물원, 식물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을 수집하고 보호와 보존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는 데서 착안한 말이다. 미술원의 ‘원’은 둥근 형태를 뜻하며 지구와 자연,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전시는 87점의 작품을 ‘우리와 우리 사이’, ‘어색한 공존’,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 ‘함께 살기 위해’라는 네 개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전시 공간은 경계와 배타성을 의미하는 벽을 최소화해 구성했다. 여러 공간으로 구획되지 않은 전시장에 다양한 작품을 배치해 각 작품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나아가 관계와 경계의 의미를 공간을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다. 우리와 우리 사이 첫 번째 섹션 ‘우리와 우리 사이’는 우리라는 단어에 담긴 상반된 의미에 주목한다. ‘우리(we)’는 나를 포함한 타인 혹은 집단을 친근하게 이를 때 사용한다. 한편 동음이의어인 또 다른 ‘우리(cage’)는 동물, 가축을 가두어 키우는 곳을 가리킨다. 이처럼 ‘우리’라는 단어에는 정서적 동질감과 물리적 테두리로서의 경계, 집단과 집단 사이의 배타성이 동시에 담겨 있다. 전시는 ‘우리’라는 틀 안에 갇히는 대신 동물과 식물의 입장에서 ‘우리’의 의미와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공존을 위한 시작이라고 말한다. 박지혜는 전시장 기둥에 비둘기 모형을 설치하고, 그 아래 작품의 제목인 ‘As You Know(아시다시피)’라는 문구를 새의 배설물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이제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인식의 변화를 비둘기의 입장에서 자조적으로 표현했다. 이창진이 제작한 대형 철조망은 그 자체로 전시 공간을 구획하는 울타리이자 경계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관람객은 푸른빛의 철조망에 뚫린 구멍을 통해 전시실 깊숙한 곳까지 드나드는데, 이는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 삼산이수 순천, 순천을 담다 순천만국가정원 식물원 건립 공모’ 당선작
    순천만국가정원에 순천의 자연을 담은 식물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순천만국가정원의 실내정원은 2013년 가설 건축물로 조성되었다. 철골 구조와 외피가 낡아 위험할 뿐 아니라 2023년에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다양한 콘텐츠를 담기에 협소하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온실 형태의 새로운 식물원을 건립함으로써, 박람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가정원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순천만국가정원 식물원 건립 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전라남도 순천시 풍덕동 70번지 일대로 연면적은 4,900m2, 건축 면적은 4,300m2다. 식물원은 화훼, 조경, 농업 플랫폼으로서 국가정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전체적인 형태는 순천의 상징물을 형상화해야 한다. 구성 요소는 주제전시정원과 복합문화공간이다. 주제전시정원은 제1전시정원(원시정원)과 제2전시정원(열대정원, 로컬푸르츠정원)으로 나뉘는데, 다양한 식물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색적인 전망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두 개 층으로 이루어진 복합문화공간에는 특별 전시실, 플라워쇼 공간, 카페테리아, 씨앗도서관 등 체험 및 휴게 시설이 마련된다. 2층의 경우 국가정원과 호수정원, 실내 온실로의 조망을 고려해야 한다. 세 개 팀이 공모에 참여했고, 지난 7월 13일 종합건축사사무소 창, 고려적산건축사사무소, 본시구도 컨소시엄의 ‘삼산이수(三山二水)순천, 순천을 담다’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우수작은 마인엔지니어링건축사 컨소시엄이, 가작은 건축사사무소 청음 컨소시엄이 차지했다. 당선팀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올해 11월까지 마무리한후 12월에 착공해,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전까지 식물원을 준공할 계획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 식물원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도록 당선작의 설계안을 소개한다. 삼산이수 순천, 순천을 담다 순천에는 수호신과 같은 세 개의 산이 우뚝 서 있고, 그 가운데 오목한 그릇을 닮은 분지에 물이 흐른다. 굽이굽이 물길이 감도는 길목마다 싹이 움트고 식물이 자란다. 세 개의 산과 두 개의 물길이 펼쳐진 대지 위에 태초의 식물로부터 비롯된 원시 경관이 시작된다. 이를 거대하고 울창한 산림으로 자라나게 해 순천 땅 위에 녹색을 덧입히고자 한다. 전략: 첫째, 대상지 환경에 부합하는 온실 기후 환경을 구성한다. 식물 생육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서향 빛을 차단하기 위해 서측을 진입 연계 시설로 둘러싼다. 온실에 아열대 식물이 자라는 점을 고려해 겨울철 난방 부하가 가장 심한 북측의 열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남동향으로 열린 원형의 온실을 설계했다. 둘째, 채광과 환기가 최적화된 온실을 만든다.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돔 구조를 적용하고, 태양의 입사각과 지붕이 직각을 이뤄 채광이 극대화되도록 남측으로 기울어진 지붕을 설치한다. 이는 모든 온실의 채광 환경을 균등하게 하고, 자연 대류를 유도해 설비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환기가 이루어지게 한다. 셋째, 모든 시설에서 관람이 가능하도록 온실 중심의 구조를 만든다. 복합문화공간을 온실을 감싸 안는 호 형태로 조성해 모든 시설이 온실을 바라보게 한다. 이를 통해 모든 프로그램이 온실의 경관을 배경으로 두게 되며, 온실의 영역이 확장된 듯한 효과도 꾀할 수 있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산책은 하찮지만 도움이 된다
    엄마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이유로 산책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지난번 검사 받았을 땐 초록색이었는데, 이번엔 노란색이래.” 골밀도 검사 결과를 말하는 엄마의 표정은 약간 의기소침했다. 그래프에서 초록색 등급에 해당되면 정상인데, 수치가 떨어져 노란색 등급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때마침 여름도 다가오고 있었다. 옷차림이 가벼워져 더는 지난 계절에 얻은 군살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엄마는 부지런히 아침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 아침이라기보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짧으면 한 시간, 길면 두 시간을 걷다 들어왔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 날은 산책 준비를 하는 엄마를 볼 수 있었다. 빨래하기 귀찮으니 어제 신던 양말을 ‘줍줍’해 신는 모습은 퍽 귀여웠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의 발간 광대와 거기에 묻어난 뿌듯함을 보는 것도 좋았다. 비슷한 시점에 나 또한 바깥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하루 대부분을 안에서 보내는 실내 인간에겐 바깥 공기가 필요했다. 출퇴근길 도합 두 시간을 꼬박 지하철에서 보내는데, 서 있으면 서 있는 대로 사람들 틈에서 답답하고 앉으면 앉는 대로 좀이 쑤셨다. 스마트폰 보는 것도 지겨워질 때면 쓸데없이 슬픈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갑자기 서울에 대형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나는 꼼짝 없이 여기 갇히겠구나, 죽어서까지 지하철에 있는 건 정말 싫다…….’ 그런 날은 집에 도착해 낡고 편한 운동화를 찾았다. 퇴근해 생산적으로 시간을 쓰기는커녕 곧장 인스타그램이나 넷플릭스행이었으니 뭐라도 집에 있는 것보단 낫겠지 싶었다. 낮엔 폭염이다 뭐다 난리였지만 열기가 팍 식은 저녁은 걷기 딱 좋았다. 모녀가 사이좋게 같이 산책을 나가는 일은 없었지만(활동 시간대가 다를뿐더러 그렇게 붙어 다니는 사이가 아니다), 공통의 관심사가 생겼다. 우리를 들뜨게 한 이슈는 동네 산책 명소였다. 집 주변에 그치던 각자의 산책 코스는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갔다. 우람한 나무들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로, 얼마 전 하천 정비 공사를 마쳐 멀끔해진 옆 동네 ‘신상’ 산책로로. 발품 팔아 발견한 저만의 산책 스팟spot을 서로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소는 영축산 순환산책로. 옆 동네 뒤켠 야트막한 산에 생긴 데크 길로, 뒷짐 지고 천천히 걸으면 금세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어쩜 나무도 거의 안 베고 땅도 많이 안 파헤치면서 그런 길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동네가 참 살기 좋아졌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내가 자주 찾는 곳은 공릉동의 경춘선 숲길이었다. 한적한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선형 공원을 따라 이따금씩 카페가 나타나 눈요기는 물론 가볍게 목을 축이기 좋았다.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만큼 ‘힙’하진 않지만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많아 편했다. 산책 나온 귀여운 강아지들과 길 따라 심긴 풀꽃을 곁눈질하다 보면 금방 공원 끝에 닿아 있었다. 며칠 못 갈 거라고 예상했던 우리의 산책은 생각보다 꾸준히 이어졌고, 산책 중 각자 보고 들은 것들을 시시콜콜한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이 더운 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많더라, 너무 멀리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리가 빠지는 줄 알았다, 길 위의 지렁이가 사람들한테 밟힐 것 같아서 나뭇가지로 구해줬는데 징그러워서 혼났다……. 소소하다 못해 하찮았지만 그런 걸 나누는 순간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고도 생각되었다. “고양이들이 밤에 몸을 누이는 장소, 열매를 기대해볼 수 있는 나무, 울다가 잠든 사람들의 집…… 산책할 때 내가 기웃거리고 궁금해하는 것들도 모두 그렇게 하찮다. 그러나 내 마음에 거대한 것과 함께 그토록 소소한 것이 있어, 나는 덜 다치고 오래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일상의 폭력과 구태의연에 함부로 물들지 않을 수 있다.”1 옷장에서 두터운 옷을 다시 꺼내기까지 산책을 이어가볼 생각이다. 몸을 지탱하는 두 다리만큼 일상을 받치는 별 볼 일 없는 순간들도 필요하니까. 바란다면 동네에 더 많은 산책 명소가 생기기를. 덧붙여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엄마처럼만, 즐겁고 바지런하게 동네를 누비는 산책인으로 자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각주 1. 한정원, 『시와 산책』, 시간의흐름, 2020, p.25.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방에는 자주 쓰지는 않지만 버릴 수는 없는 애물 단지들이 가득하다. 방문 뒤 통기타, 책꽂이 위 디지털 건반, 서랍 속 잉크와 딥펜 등등. 얼마 전 동생이 선물해준 오일 파스텔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넷에 사용법을 검색했다가 그 결과에 놀랐다. 가이드북부터 그리는 과정을 담은 영상, 서툴지만 처음 완성한 그림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가득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취미의 대상이 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감탄하며 한참이나 여러 웹페이지를 들락날락했다. 내가 조경 잡지의 에디터라는 말에 반가워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은 건축을 좋아한다면서 언젠간 유럽을 여행하며 사진으로만 봤던 건물들을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독특한 건물이 인스타그램의 피드에 등장하면 그곳을 찾아가 커피라도 한 잔 사서 머물며 사진을 찍는 게 취미라고 덧붙였다. 그런 일도 취미로 삼을 수 있구나 깨달았고, 조경도 취미의 영역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화분에 물을 주고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사이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고, 머릿속을 잠깐 채웠던 질문은 금세 휘발됐다. 조경과 취미라는 말에 떠올린 장면이 저게 전부라니. 아직도 시야가 좁디좁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도 누가 조경과 관련된 취미 활동이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저 정도밖에 답하지 못할 것 같다. 조경 역시 어떤 공간 또 공간을 이루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인데, 쉽사리 그 공간을 즐기는 일을 취미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경이 잘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경하면 흔히 풍성한 나무와 그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 바람에 살랑거리는 초화 등을 연상한다. 이 낭만적인 풍경은 18세기 영국 풍경화식 정원과 픽처레스크 미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액자 속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드는 이 조경 원리는 현대 조경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피터 워커는 이로 인해 조경이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조경’을 양산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보이지 않는 정원들(Invisible Gardens)』, 1996). 보이지 않는 조경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공원이 있다. 보통 공간이 커지면 그 존재감도 커지기 마련인데, 자연과 똑 닮게 만들어진 공원은 예외다. 정확히 말하면 규모가 커질수록 조경가의 손길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넉넉한 숲을 이룬 나무들은 본래 그 자리에서 자라던 것 같고, 나뭇가지 위를 오가는 동물들은 자연의 보살핌으로 태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풍경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사람들은 그 ‘자연’에 감탄한다. 적절한 자리에 주변과 어우러지도록 난 보행로나 벤치 정도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인식한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대지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서운하다고 토로할 수 없다. 공간에 녹아 있는 설계 의도를 읽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 묻지 않아도 나서서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공원에 홀로 외로이 서서 떠들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인플루언서 같은 단어는 조경과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새는 SNS 게시물의 하단을 채운 해시태그들을 들여다보곤 한다. 구구절절하다고 생각했던 단어의 나열에서 조경을 발견할 때면 웃음이 샌다. 공원을, 정원을, 보이지 않는 생태적 시스템이 구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모든 사진의 태그에 조경이 등장하고, 취미는 조경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꾸 그려본다. 덧없는 상상이라고 잠깐 멈칫했을 때, 언젠가 나를 위로했던 글 한 편이 기억났다. “기대하세요. 내일의 날씨, 이따가의 점심 메뉴, 오랜만의 시내 외출, 개봉할 영화와 새로운 드라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지치지 않는 기대에서 나옵니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달걀 샌드위치가 형편없었대도, 저녁으로 먹을 소고기 덮밥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 ……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백번을 실망한대도.”1 어느덧 여름이 저물고 세 번째 계절이 다가온다. 코로나19는 사그라질 기미가 없고, 어쩐지 올해도 세워 놓은 목표를 다 이루지 못할 것만 같다. 그래도 또 기대하고 싶다. “기대는 한 번도 죄였던 적이 없”으니까.2 준비물 없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이 취미 생활을 추천한다. 새로운 취미가 앞으로 당신이 겪을 실패와 실망들을 사소하게 느끼게 해주기를. *각주 정리 1. 허지원, “실패에 우아할 것”, 「정신의학신문」 2018년 8월 25일. 2. 같은 글
  • [PRODUCT] 데크 경사로로 놀이 경험을 극대화한 ‘원형놀이터’ 목재 데크에 다양한 놀이 시설을 접목한 조합 놀이대
    기브앤(Giveand)은 외부 환경과 삶의 변화에 대응하며 모든 세대가 쉼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조경 시설물 사무소다. 외부 여가 활동을 지원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다채로운 운동 시설물과 휴게 시설물,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합 놀이대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다. 새로 출시한 ‘원형놀이터’는 아이들이 장애물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놀이 경험을 할 수 있는 순환형 놀이 시설이다. 계단을 이용해야만 하는 일반적인 조합 놀이대와 달리 경사로가 있어 영유아와 장애 어린이도 즐겁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길게 뻗은 데크 경사로를 신나게 내달리기도 하고, 데크 측면에 연결된 로프, 암벽, 미끄럼틀 등을 통해 마음껏 오르내리는 활동을 즐긴다.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공간을 감싸는 구조와 따뜻한 색감의 목재가 안락함을 선사하며, 커다란 나무 위에서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드우드와 철재로 곡선 형태를 살린 오두막 원형놀이터, 로비니아 목재를 사용한 숲속 원형놀이터 등 공간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 TEL. 031-879-9964 WEB. www.giveand.co.kr
  • 400호 발간, 새로운 다짐
    국내 유일의 조경 전문지 월간 『환경과조경』의 통권 400호 발간, 새로운 역사를 시작합니다. 『환경과 조경』은 오휘영 초대 발행인(전 한양대 교수)이 초창기 주축 조경인들과 뜻과 힘을 모아 1982년 7월, 계간 『조경』으로 창간되었습니다. 1985년 6월(통권 9호)에는 『환경 그리고 조경』으로, 10호부터는 『환경 & 조경』으로 제호를 바꿨고, 1992년 1월(통권 45호)부터 『환경과조경』이라는 제호를 쓰면서 월간 잡지로 전환되었습니다. 그 뒤 2013년 7월호(통권 303호)에 이르기까지 한 번의 결호도 없이 31년간 계속 간행된 『환경과조경』은 한국 현대 조경사의 살아있는 역사, 조경 분야 대표 언론으로서 국내외 조경 관련 정보와 조경인들의 소통을 위한 중추 역할을 했습니다. 2013년 8월호부터 발행인을 맡은 저는 배정한 편집주간(서울대 교수)과 함께 대대적인 리뉴얼을 준비했고, 2014년 1월호(통권 309호)를 기점으로 월간 『환경과조경』의 새로운 시작을 선언했습니다. 새로운 『환경과조경』은 무엇보다 조경 언론으로서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조경 문화 발전소’를 지향했습니다. 또한 ‘한국 조경의 문화적 성숙을 이끄는 공론장’, ‘조경 담론과 비평을 생산하고 나누는 사회적 소통장’, ‘세계적 동시대성과 지역성을 수용하고 발굴하는 전진 기지’라는 세 가지 비전을 좌표로 삼았습니다. 새롭게 탄생한 『환경과조경』은 한국을 넘어 지구촌으로 그 위상을 넓히고자 영문 제호를 laK(landscape architecture Korea)로 변경하고 설계, 비평, 이론을 중심 내용으로 다루며, 동시대 조경 담론의 소통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월간 『환경과조경』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잡지협회가 주관하는 ‘우수콘텐츠잡지’에 7년 연속 선정되었고, 자매 브랜드인 도서출판 한숲과 도서출판 조경이 출간한 서적들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세종도서(구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환경과조경』은 한국 조경의 성장 신화를 기록해 왔을 뿐만 아니라 조경의 새로운 영역과 쟁점을 발굴하고 그 경계를 확장해 왔습니다. 급변하는 정보화시대의 물결에 발맞춰 2016년 9월에는 공식 홈페이지 ‘e-환경과조경’을 리뉴얼 오픈했고, 전문적 깊이와 풍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인터넷 기반에서도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여 매체의 시간적 ‘동시화synchronization’를 이뤘습니다. 또한 조경, 건축, 도시 등 업역의 경계를 넘어 매체 접근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지식혁명시대의 에너지원인 무한한 지식의 공급처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특히 국내 최대 뉴스 플랫폼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포털에 조경 뉴스를 제공하고, 조경 매체로는 유일하게 국내 뉴스 소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네이버와 제휴에 성공함으로써 정부, 지자체, 공기업은 물론 국회의원실 등 입법 기관에 조경 분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환경과조경’ 뉴스는 지난해 1일 평균 방문자 수 10만 명을 돌파하고 2020년 K-WEB이 인증하는 과학환경뉴스 분야 연간 1위를 기록하며 ‘Category TOP 연간 인증’ 마크를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환경과조경은 2016년부터 ‘서울정원박람회’와 ‘LH가든쇼’ 등 국내 주요 정원박람회에 주관사로 참여하여 시민들의 일상적 정원 문화 확산과 정원 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과조경은 전국 조경학과 학생들의 꿈의 무대인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을 한국조경학회와 함께 주관하고 있으며, 조경 분야 발전에 공헌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고 미래의 조경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올해의 조경인’과 ‘젊은조경가’를 제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8년 제정된 ‘올해의 조경인’에는 지금까지 총 86명이 선정되었습니다. ‘젊은 조경가’는 한국 조경의 내일을 설계할 젊은 조경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과 생각을 널리 알리고자 지난 2018년에 새롭게 제정하여 현재 5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오늘의 한국 조경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 시대 속에서 조경의 위상과 역할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제도권의 조경은 여전히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조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중적 수요가 증가하고 일상 속의 조경 문화는 풍요로워졌는데도 정작 조경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조경을 정책적 어젠다로 만드는 대응이 없었고 구심점 없는 관련 단체들의 통합적 실천 부재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400호를 넘어 500호를 바라보는 『환경과조경』은 한국 조경의 역설적 풍경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조경의 미래 지향과 좌표를 설정하고, 변화하는 시대의 한국 조경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는 사명을 가지고 나아갈 것입니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통권 400호를 발간할 수 있게 된 것은 『환경과조경』을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한국 조경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이 매체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한국 조경에 꼭 필요한 담론과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깁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토리얼] 환경과조경, 500호 시대를 향해
    400번째 『환경과조경』이다. 1982년 7월 창간한 『환경과조경』은 한국 현대 조경의 성장사를 기록하고 저장해왔으며, 국내외 조경 설계와 이론의 쟁점을 발굴하고 그 지평을 확장해왔다. 39년의 긴 여정, 변함없이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지면 곳곳에 녹아든 여러 조경가, 필자, 편집자, 디자이너, 사진가, 번역자의 노력과 정성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올해는 다양한 기획 지면을 통해 『환경과조경』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396호(2021년 4월호)에는 그간의 표지와 책등을 한데 모아 특집 ‘표지 탐구, 책등 탐방’을 구성했다. 잡지의 얼굴 역할을 한 39년간의 표지와 책등을 넉넉한 리듬으로 훑어보면서 『환경과조경』이 그려온 지형의 주요 지점을 조감하고자 했다. 397호(5월호) 특집 ‘편집자들’에는 추억 속의 편집자 김정은, 백정희, 손석범, 양다빈, 조수연, 조한결을 초대했다. 그들은 “당신에게 『환경과조경』은 어떤 잡지였으며, 조경이란 무슨 의미였나요?”란 질문을 받고 그들이 엮었던 옛 기사와 꼭지들을 소환해 당시의 시각으로 다시 살폈다. 398호(6월호) 특집 ‘읽는 행위를 설계하는 법’에서는 『환경과조경』의 편집 디자인 변천사를 다뤘다. 40년 가까운 긴 세월, 잡지의 콘텐츠뿐 아니라 그것을 담는 형식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판형, 글꼴, 줄 간격, 글줄의 길이, 여백, 그림과 사진 배치, 머리말.꼬리말과 쪽수 위치 등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촘촘히 되돌아봤다. 399호(7월호) 지면은 추억의 연재물들로 채웠다. 지난 3월과 4월에 진행한 독자 대상 설문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의 결과에 편집부의 기획을 보태 옛 연재 여덟 꼭지를 재구성한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꾸렸고, 열다섯 명의 필자가 기꺼이 참여해주었다. 1월(393호)부터 지난달(399호)에 걸쳐 실은 ‘『환경과조경』 400호 돌아보기’ 특집은 편집자 김모아, 남기준, 배정한, 윤정훈과 편집위원 박승진, 박희성, 최영준, 최혜영이 옛 『환경과조경』을 50권씩 나눠맡아 재독하고 재조명한 연속 기획물이다. 이달 400호에는 이 특집 원고 여덟 편을 다시 묶어 싣는다. 이번 호에는 『환경과조경』 400권의 목차를 모두 모았다. 『환경과조경』 39년 역사를 세로지르는 총목차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현대 조경의 궤적을 담은 아카이브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잡지 400권의 목차 모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일은 마치 국어사전을 ㄱ에서 시작해 ㅎ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처럼 지루하겠지만, 마음먹고 한번 도전해보시길 권한다. 한국 조경 50년사의 큰 줄기를 따라 걷는 유장한 산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산책길 곳곳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보석들이 박혀 있을 것이다. 400호 교정본을 넘기다가 문득 500호가 발간될 시점이 궁금해졌다. 연필로 끄적여 따져보니, 2029년 12월이다. 400호를 낸다는 것, 그것은 멀지 않은 500호 시대를 준비하며 조경 저널리즘의 새좌표를 찾는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이번 400호 발간과 내년 7월 창간 40주년을 계기로 편집부는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500호 시대의 『환경과조경』을, 2030년대 한국조경 저널리즘의 지향을 질문하고 그 답을 구해볼 작정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늘 경계해야 할 점은 『환경과조경』이 국내 유일의 조경 전문지라는 사실이다. 경쟁이 없으면 지향을 잃기 쉽다. 실험과 창의를 스스로 막거나 늦춘다. 안주하기 마련이다. 100m 달리기이든 42.195km 마라톤이든 혼자서 뛰면 자기 기록을 깨기 어렵다. 힘든 조건을 감내하며 분야 유일의 전문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는 점, 『환경과조경』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유일하다는 조건 때문에 자칫하면 『환경과조경』은 제도권 조경계만을 대변하는 유사 기관지 혹은 지향점 없이 모든 걸 쓸어 담는 백화점식 잡지로 흐르기 쉽다. 이러한 난맥을 스스로 경계하면서 『환경과조경』이 500호 시대를 향해 묻고 답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는 한국 조경의 전문성(professionality)과 수월성(excellence)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그것은 곧 영역을 지켜야 한다는 불안감과 넓혀야 한다는 강박에 이중으로 피로한 한국 조경계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둘째는 조경 저널리즘의 역할을 기록과 비평을 넘어 이슈 생산과 소통으로 확장하는 과제다. 셋째는 젊은 세대 조경가와 미래 세대 비평가를 발굴하고 그들과 함께 한국 조경의 2030년대를 기획하는 일이다. 세 가지 과제를 다각도로 풀어갈 도전적 노정에 독자 여러분도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박명권 발행인과 남기준 편집장을 도와 편집주간 이름표를 달고 『환경과조경』에 동승한 게 309호(2014년 1월호)부터다. 400호에도 참여하게 된다면 독자 400명을 초대해 심포지엄과 파티를 결합한 환상의 이벤트를 열겠다는 구상이 코로나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고 합리화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무한 공급 맥주와 함께 펼쳐질 신나는 향연을 약속드리며.
  • 『환경과조경』 총목차 001–400
    『환경과조경』 총목차 001–400 1982. 07. 창간에 즈음하여 오휘영 조경수상: 전통적인 환경과 오늘 박용숙 나무 그리고 인간: 만수원 김명원 정원기행: 성북동 B 화백 외 보여주고 싶은 경관: 보길도 특집: 조경이란 무엇인가 조경이라는 것 유병림 좌담: 대학의 조경 교육 그 밖의 문제점 권상준 외 5인 조경 분야로서의 사회적 인식 정충식 외 3인 조경,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조경과 도시설계, 터전을 가꾸는 두 일손 황기원 건축과 조경의 해후 윤승중 원예와 조경의 협력 염도의 명작 속에 나타나는 경관 천승세 옥외 환경 조각의 기능과 역할 엄태정 도시벽화 환경적 커뮤니케이션 김정헌 도시 환경의 발전을 위한 슈퍼그래픽 노려 해외 조경, 중동 조경 중동 조경의 진출과 그 전망 고성하 외 3인 중동 지역의 조경 심우창 중동 지역의 식물별 특성 전통 조경 양식의 탐구 한국인의 얼이 담긴 장소에 관한 고찰, 마당론 이규목 인간·자연, 교섭과 융화의 장소, 정자 정영선 우리들의 평범한 경관: 시작 사진으로 본 경관: 자연 속에 나타나는 경관 조경용 식물의 개발과 이용 정순오 1983. 02. 조경수상: 소쇄원, 그 품격 있고 남루한 이조거인? 조동화 정원기행: 제주도 동감녕리 정원 외 나무 그리고 인간: 한림농원 한태현 보여주고 싶은 경관: 충남 예산군 고택 이재근 특집: 관광지 조경 실태와 현황 관광 개발의 허실과 과제 김사헌 수도권 국민 관광 개발의 방향 이장춘 관광지 조경의 실태와 개선방향 이영희 국립공원 종합개발계획 우리들의 평범한 경관: 제주도 사진으로 본 경관: 자연 속에 나타나는 경관 강운구 세계의 조경: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파리 이대우 나무시장의 실태: 조경 산업의 증가와 조경 수목 재배 붐 라성숙 세계 조경가 시리즈: 밀러의 작품 세계 프로젝트: 서울대공원 조경 / 금호도 개발 기본계획 주거 환경과 실내 조경 조성열 실내원예 송순이 전통 조경양식의 탐구 윤국병 환경과 조각 유근준 옥외 공간속에서의 조각 최민 조경용 식물의 개발과 이용 정순오 1983. 06. 조경칼럼: 양적인 팽창보다 질적인 성장을 정영선 정원기행: 삼선동 우씨 정원 외 특집: 올림픽을 위한 조경 동경올림픽, 뮌헨올림픽, 몬트리올올림픽, LA올림픽 올림픽과 달라질 환경, 달라져야 할 디자인 황기원 ’88서울올림픽 준비 상황 류동주 좌담: 올림픽을 전후한 서울의 도시 구조 개편 강병기 외 5인 특별기획: 우리들의 도시, 어떤 문제를 안고 있나? 사진에 나타나는 도시 경관 정동석 도시 환경–대단히 둔감한 서울 시민 홍사중 회색화된 도시, 그 위협으로부터 해방 안봉원 우리는 싫건 좋건 간에 시각 환경의 홍수 속에서 헤매고 있다 이대일 도시화에 따른 환경 녹지 문제 김장수 나무 그리고 인간: 나무할아버지 김이만 명화로 본 경관: 몽유도원도 원동석 ’83프로젝트: 춘천호반 관광지 개발계획 보여주고 싶은 경관: 성낙원을 찾아서 박문호 전통 조경양식의 탐구: 한국담장의 문양 임영주 세계 조경가 시리즈: 버얼 막스의 작품 세계 이춘홍 스스로 꾸미는 가든아이디어: 여름철의 수경 (이하 후략) *환경과조경400호(2021년 8월호)수록본 일부
  • [CODA] 그 편지
    나는 눈이 아프도록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풍경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랐는데, 풍경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풍경은 태어나지 않은 말들을 끌어안은 채 적막강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을 거느리고 풍경과 사물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가망 없는 일이었으나 단념할 수도 없었다. 거기서 미수에 그친 한 줄씩의 문장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걸 버리지 못했다. ―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중에서 올해 초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어였던 고정희 대표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3.SPACE MAGAZINE: 꼭 하고 싶은데 질문을 안 해서 못한 말이 있으면 지금 해 달라. / 남기준: 대중적인 종이 잡지들도 휴간과 폐간의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경 전문 잡지인 『환경과조경』이 올해 8월에 통권 400호를 맞이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한 호 한 호 어렵게 펴내고 있다. 2013년에 환경과조경에 다시 복귀하면서 “한국 조경 분야에 월간 『환경과조경』 같은 전문 잡지가 하나쯤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후원하시는 마음으로 정기구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몇 번이고 썼다가 지운 적이 있다. 내게는 호소력 있는 글을 쓰는 재능이 없구나, 라고 한탄했던 것도 같다. 그러다가 독자가 구독하고 싶은 잡지를 만드는 게 우선이지 따위의 원론적인 다짐을 하기도 했다. / 3.SPACE MAGAZINE: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위의 그 편지를 썼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쓰면 안 될까? / 남기준: 그 편지는 올해 400호를 맞아서 한번 써보려 한다(https://plants-ingarden- history.com). 인터뷰를 했던 때가 1월인데 7개월 동안 ‘그 편지’를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400호 마감일이 다가왔다. 그 사이에 400호를 돌아보는 여러 특집과 연속 기획이 진행되었고, 1월에는 처음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던 『가든 플랜트 콤비네이션』(이병철 지음)이 출간되었다. 2월에는 『기억의 장소,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상석 지음), 『한국 조경의 새로운 지평』(성종상 엮음), 『그리는, 조경』(이명준 지음), 『꽃보다 꽃나무, 조경수에 반하다』(강철기 지음) 등 한 달에 네 권의 단행본을 펴냈다. 뜻하지 않게 마감이 겹친 탓이지만, 동시에 네 권을 펴낸 적은 처음이었다. 이번 달에는 비매품 책자 두 권도 마무리된다. 그 와중에 작년 봄부터 진행했던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5월로 연기되어 개최되었고, 제3회 LH가든쇼 운영관리 용역 제안서를 제출해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2월부터는 내년 8월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되는 제58차세계조경가대회 사무국을 맡게 되어, 로고 디자인부터 메인 포스터 디자인, 개소식 행사, 홈페이지 구축, 홍보 영상 제작, 학생 서포터즈 운영, 공공기관 협의 등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부터 주최·주관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은 3월에 ‘건강 도시와 조경’을 주제로 공고되었고 다음 달에 작품 접수가 진행된다. e-환경과조경은 어제도 오늘도 매일 9건의 뉴스를 내보내고 있고, 400호를 기념하여 진행한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이란 설문조사와 한국 조경 50년을 기념하는 ‘한국 현대 조경 대표작’ 설문조사도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 편지’는 마무리하지 못했다. 400호를 맞아 축하광고를 여러 단체, 기관, 업체, 학교 등에 부탁했다. 감사하게도 200여 곳에서 축하 인사와 함께 광고를 해주셨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염치없는 부탁을 드린 까닭은 예전에 비해 일은 대폭 늘었지만 잡지사의 경영 상태는 여전히 빨간불이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할수록 빨간불이 더 크고 선명해지는 경우도 있고,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 일들도 적지 않다.리뉴얼을 단행한 2014년 이후의 누적 적자는 차마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민망한 수치다. 물론 광고와 구독이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 우리의 책임이다. 잡지사나 출판사도 하나의 기업일 뿐이니까. 그래서 ‘그 편지’를 쓰지 못했다. 물론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문사든 잡지사든 출판사든 종이 매체의 어려움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새로 창간하는 독립 잡지가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잡지의 폐간 소식이 더 크고 아프게 다가온다. 모색하고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지 못한 채, 결국 ‘그 편지’ 대신 400호 축하광고를 부탁드리며, 이런 인사말을 준비했다. “1982년 창간 이후,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단 한 권의 결호도 없이 무사히 통권 400호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한국 조경’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번쯤 일간지면의 뉴스를 통해 접하셨겠지만, 종이 매체의 어려움은 비단 『환경과조경』만 겪고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핀터레스트만 검색해도 잡지가 제공하는 정보보다 더 유용한 이미지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습니다.이처럼 종이 매체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잡지가 먼저 한국 조경 분야에 꼭 필요한 담론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다만 정보의 홍수 시대에, 약간은 긴 호흡으로 “한국 조경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고, 새로운 조경 문화를 설계하는” 종이 잡지가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권 400호’라는 의미 있는 결실을 앞둔 지금,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습니다. 무엇보다 『환경과조경』에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를 잊지 않고, 앞으로도 한국 조경 발전을 위해 전문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늘 항상 언제나 잊지 않겠습니다.” ‘그 편지’라는 파일명을 붙여 놓은 한글문서를 열어놓고 딜리트와 백스페이스 키를 부지런히 누르다가, 더 이상 삭제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면 책을 읽었다. 그러다 ‘가망 없는 일이었으나 단념할 수도 없었다’는 대목을 만났다. 이제 401호를 준비한다. ‘그 편지’는 잠시 외장하드에 넣어두고, 우선 400호를 축하해주신 분들의 고마움을 떠올리며, 단념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