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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자락 식재 탐험기] 식물적용학과 숲자락 서식처
디자인은 점과 선 그리고 면으로 이루어진다. 꽃잎이 점이라면, 바람에 흩날리는 가느다란 잎은 선이다. 멀리서 바라본 숲은 하나의 면이 되기도 한다. 살아 있는 혹은 죽을 수도 있는 식물을 소재로 디자인하는 조경가들은 아름다운 도면 한 장으로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조경가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식물을 바라보는 대중의 안목이 높아졌다. 정원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공간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취향이 다양해져서 모든 것이 하나의 유행을 따라 물밀듯 밀려가는 시대는 이제 옛일이 되었다. 정원을 주제로 한 전시에 사람들이 주목하고, 플랜테리어로 내부를 꾸린 상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 공간의 규모와 스펙트럼이 다양해지고 있다. 조경가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
식물적용학이라는 말이 생소할 것이다. 식물적용학은 평면의 형태와 입면에 그치지 않고 계절과 미기후, 토양과 입지 조건 등의 환경을 바탕으로 자연의 순리에 맞게 바른 장소에 바른 식물을 ‘적용’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식물지리학과 식물사회학에서 파생된 과학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식물을 소재로 다루는 조경가가 갖춰야 할 당연한 소양처럼 보이지만, 컴퓨터 속 이미지로 식물을 심는 사람들에겐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다. 조경학과를 막 나온 졸업생이 설계사무실에서 도면을 그릴 때 아는 식물이 몇 종류나 될까. 도면에 그린 식물을 정확히 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마 그때 도면에 그린 원들은 식물이 빛을 얼마나 받는지, 토양의 상태는 어떠한지 고려하지 못한 채 녹지 면적을 채운 동그라미들에 불과할 것이다.
2021년 봄,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thirdspace-berlin.com)에서 온라인으로 식물적용학 시즌 1 강의가 진행됐다. 수강생 중 42명이 식물탐험대를 결성했고, 첫 번째 과제로 숲자락 식물을 찾아내는 일이 주어졌다. 고정희 대표(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가 말하는 식물적용학이란 ‘식물과 함께’ 정원을 만들기 위해 또는 도시 공간의 생태적 환경을 책임지기 위해 필요한 기초 이론과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며, 식물지리학, 식물형태학, 식물사회학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최종 목표는 지속가능한 정원과 도시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종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환경과조경402호(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식물탐험대는 2021년 봄,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의 식물적용학 수강생 42명이 결성한 그룹이다. 강보경, 김은정, 김장훈, 노진선, 오세훈, 이양희, 정은하 등 42명의 대원들을 대표하는 일곱 명의 집필진은 정원·조경 분야의 실무자와 학계, 수목원·식물원의 연구자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숲자락의 단면을 정원에 도입하기 위해 떠난 흥미롭고 유익한 탐험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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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인생의 여름 같은 정원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아무 말이나 써놓고 끝에 ‘여름이었다’만 붙이면 그럴싸해진다는 말이 트위터에서 유행하더니, 청춘의 눈부신 한순간을 수식하는 말이 되었다. 이 중의적 여름과 정원을 연결 지어 생각해본다. 끊임없는 시간의 변화를 모두 담는 곳이 정원이라지만, 영국의 소설가 에블린 워(Evelyn Waugh)의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Brideshead Revisited)』(1945) 속 정원만큼 이 여름에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1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영국, 모든 것에 열정을 잃기 시작한 39세의 찰스 라이더 중대장이 20년 만에 브라이즈헤드 저택을 보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부대가 숙영하는 장소의 이름을 듣는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매료되었던 세월의 환영들”이 날아오른다. 부하가 이런 데를 본 적이 없을 거라고 하자 찰스는 예전에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 있었다. 그곳을 다 알았다. 그곳은 브라이즈헤드, 찰스의 아르카디아(Arcadia)였다.
찰스가 회상하는 20년 전은 양차 세계대전 사이, 다시는 이런 전쟁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1920년대의 영국이다. 막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한 중산층 출신의 찰스는 우연한 기회로 귀족 가문의 세바스찬에게 매혹당하고 친구가 된다. 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시기, 이들이 함께 보낸 이 찬란한 시간은 유년기의 마지막 여름이었다. 6월의 구름 한 점 없는 날, 메도스위트 꽃이 흐드러지고 여름의 온갖 향기로 공기가 묵직할 때 찰스는 브라이즈헤드를 처음 방문한다. 이후 여러 번 이곳을 찾았지만 찰스의 마음에는 이날의 모습이 각인되었다.
브라이즈헤드는 웅장한 바로크 양식의 저택과 방대하고 전형적인 풍경화식 정원으로 묘사된다. “1대가 집을 지으면 2세가 돔을 올리고 3세가 부속 건물을 확장하고 댐을 짓던” 시기는 지났지만,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저택 내부 장식은 “그 자체로 미학 교육”일 정도로 풍요롭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정원에는 호수가 여럿 있고, 별관 너머로는 과수원이, 그 뒤로는 나무가 우거진 산비탈이 이어진다. 장려한 정원은 화단과 회양목 토피어리로 장식되었고, 조각상과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분수가 인상적이다. 저자가 모델로 삼은 장소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드라마와 영화 모두 영국 요크에 있는 캐슬 하워드(Castle Howard)를 배경으로 한다. 찰스는 브라이즈헤드 저택에서 아름다움을 새로 발견한다. 그의 예술적 충동이 깨어난다.
*환경과조경402호(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국내에서는 『옥스포드의 떠돌이들』(강종철 역, 김영사, 1983)이라는 제목으로 첫 출간되어 절판됐고, 현재는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백지민 역, 민음사, 2018)가 있다. 1981년 영국에서 방영된 동명의 11부작 텔레비전 시리즈에서는 제레미 아이언스가 찰스 라이더 역을 맡았다. 2015년아셰트 오디오(Hachette Audio)가 제작한 오디오북에서 그의 원서 낭송을 들을 수 있다. 2008년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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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신트리 공원 맞춤형 리모델링 설계공모
김영민·바이런·스튜디오이공일의 ‘오늘의 문화, 내일의 공원’ 당선
지난 8월 20일, ‘목마·신트리 공원 맞춤형 리모델링 설계공모’(이하 목마·신트리 설계공모)의 당선작이 발표됐다. 양천구는 2018년부터 1980년대 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다섯 개 공원(목마공원, 파리공원, 오목공원, 양천공원, 신트리공원)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조성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공원을 현재와 미래 세대의 다양한 여가를 수용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취지다.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양천공원을 재조성했으며, 파리공원은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5월 31일부터 7월 31일까지 열린 목마·신트리 설계공모의 목표는 양천구 내 주요 생태 축을 잇고 공원을 경계로 분할된 지역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목마공원과 신트리공원에 대한 리모델링 계획을 각각 세워 두 개의 설계안을 제시해야 했다. 성종상(서울대학교 교수), 최원만(신화컨설팅 대표), 김현(단국대학교 교수), 서영애(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여섯 개의 참가 팀 중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바이런VIRON+스튜디오이공일 조경기술사사무소의 ‘오늘의 문화, 내일의 공원’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당선작은 기존의 공간 구조와 식생을 적절히 살리면서 새로운 질서와 쓰임새를 적극적으로 제안했으며, 목마공원의 경우 과거와 현재의 질서를 받아들이고 ‘건강 치유’라는 독특한 주제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등작은 공원 내 기존 숲의 장점을 극대화한 지오조경기술사사무소에게, 3등작은 정원을 콘셉트로 시민이 참여하는 공원을 제시한 그람디자인에게 돌아갔다. 당선 팀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올해까지 마무리하고 2022년 착공에 돌입한다. 양천구는 추후 공모 수상작에 대한 전시를 열어 다양한 도시공원 리모델링 아이디어를 시민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새롭게 변모할 목마공원과 신트리공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도록 당선작을 소개한다.
오늘의 문화, 내일의 공원
1980년대의 신도시 공원은 법적 요구 조건에 따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기반 시설로 조성되었다. 당시의 공원들은 건조한 도시 환경 속에서 녹지를 제공하며 잠깐의 여유와 휴식을 제공하는 기본적 기능만을 수행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 도로 소음을 줄이기 위해 조성된 지형과 녹지는 울창한 숲이 되었고, 빈 잔디밭과 다목적 마당은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여 지역의 삶과 문화를 담은 공간으로 변모했다. 공원에 축적된 지역 문화를 보존하고 미래 세대의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고자 한다. 기존 공원의 골격과 중요 프로그램을 존중하되 공공성을 부여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든다. 무질서하게 산재한 시설을 개선하고 공원의 중심이 되는 시설을 배치해 다양한 편익을 제공한다. 활용도가 낮고 비좁은 잔디 마당은 그 면적을 넓혀 개방성을 확보한다.
*환경과조경402호(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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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서울공예박물관, 의도와 의도 사이
“도심 한가운데 이런 오픈스페이스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죠.” 서울공예박물관 앞마당으로 들어서며 박윤진 소장(오피스박김)이 말했다. 마른 흙바닥과 부분부분 들어선 석재 포장, 둥그런 잔디밭과 가장자리에 놓인 몇그루 나무가 공간의 전부였다. 박 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뒤를 돌아보니 안국동 일대를 빼곡하게 채운 건물과 도로가 새삼스럽다. 항상 둘러싸여 있어 갑갑한 줄도 몰랐네. 번잡한 풍경으로부터 돌아서 탁 트인 앞마당을 마주한다. 눈이 한결 편안하다. 공백이 있어 더 나은, 필요에 의해 비워 만든 공간이다.
에디터로서 가장 반가운 소식은 새로운 공간의 준공이다. 조경의 경우 가뭄에 콩 나듯 들려오지만, 가을엔 이따금씩 좋은 소식이 날아든다. 미리 받은 설계 자료를 챙겨 사무실 밖을 나선다. 합법적으로(?)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취재의 또 다른 묘미는 공간에 대한 이해와 감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곳이든 직접 가보고 안 가보고의 차이는 크니까. 여기에 설계가의 동행이 더해지면 좀 더 흥이 난다. 만든 사람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무의식 저편에 있던 직업 정신이 소생한다. 아주 잠깐이지만 일할 맛이 난다.
박물관은 본래 오래된 고등학교였다. 건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하는데 박윤진 소장이 계단에서 멈췄다. “이 계단의 느낌, 너무 좋지 않나요?” 박물관 안엔 학교였을 시절의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아쉬웠는데, 그나마 계단이 그 흔적을 드러내고 있었다. 익숙한 석재 계단과 그 끝의 황동 신주. 이런 계단이었지. 급식 먹으러 두 칸 세 칸 겁 없이 뛰어 내려가던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지만 박소장처럼 사랑(?)에 빠지진 않았다. 건물 밖을 나가서야 옛 학교의 계단이 불 지핀 설계 욕구를 어떤 식으로 해소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박물관 맞은편의 도로와 인접한 진입 계단이 그 대상이다. 사각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켜켜이 쌓아 만든 계단은 어렴풋하게 옛 계단과 닮아 있었다.
건물 주변부를 부드럽게 침투하는 낮고 평평한 지형은 대상지에 낮게 깔린 과거와 맥을 같이 한다. 흙바닥이 풍문여고의 운동장을 기리듯 석재 및 콘크리트 포장과 잔디밭 또한 땅의 기억을 반영하고 있다. 박물관 뒤편엔 둥치가 아름은 되는 은행나무가 있고, 그 아래로 야트막한 잔디 지형이 펼쳐진다. 진입 공간의 잔디와는 다른 구배로 설계된 이 언덕은 예전 조선 시대 별궁이 있을 때의 지형을 살린 거라고 했다. 당시의 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궁금해하던 중, 한 남자와 그의 무릎 높이밖에 안 되는 작은 아이가 보였다. 좁은 보폭으로 아장아장 언덕을 오르는 아이의 발을 통해 미세한 지형 변화가 읽히는 듯도 했다.
언덕을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천천히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잔디를 따라 층층이 놓인 선형의 콘크리트 띠 때문인지 내려가는 발걸음은 사뿐사뿐. 반대편에 서니 시선은 자연스럽게 은행나무로 향했다. “은행나무를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했다는 설명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 말 때문에 몇 번 더 나무를 보았고, 그 나무를 지탱하는 뿌리의 흐름과 결을 같이 할 것만 같은 언덕을 두세 번 더 오르내렸다. 수백 년 된 나무가 보아온 풍경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했던 것 같다. 나무도 보고 있었을까? 방금 언덕을 오르던 작은 아이를.
취재를 다녀와 며칠 후, 인터넷 쇼핑을 하던 중 모델이 등지고 있는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공예박물관의 앞마당과 잔디 언덕이었다. 오픈한 지 얼마나 됐다고. 사람들 참 빠르다. 프로젝트 소개를 위해 오피스박김이 제공한 자료에는 다양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공예박물관의 사진도 있었다. 여러 웹사이트에 진열된 공간을 종이 위에 다시 펼치며 생각한다. 이미 많은 사람이 나름대로 잘 즐기고 있는 공간에 담긴 의도를 굳이 알려야 할 필요가 있나? 아 주 그렇다고는 못하지만 마냥 무용하지도 않다고 말하고 싶다. 만든 이의 의도와 의도 사이를 배회할 때 들려오는 어떤 이야기가 있 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이따금 찾아오는 그런 순간이 나쁘지 않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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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어떤 종류의 상상력
할아버지의 단짝 친구인 고물상 아저씨는 가끔 자신의 파란 트럭 아래를 살핀다. 거기에는 동네 고양이들을 위한 작은 그릇 두 개가 있다. 하루는 그 습하고 어두운 곳의 풍경이 궁금해 트럭 아래를 들여다봤다가 팔자 좋게 늘어져 있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생각과 달리 아주 아늑했고 배를 불린 채 누운 고양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그날 이후 가끔 골목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간식을 주는 사람이 많은 독서실 앞 쉼터가 그들에게는 자판기 같은 공간일까, 무릎 높이 정도 되는 화분이 옹기종기 모인 곳은 작은 공원 같을까. 작은 상상력을 동원하면 지겹기만 했던 일상 공간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흔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만드는 창의적 힘을 상상력이라 일컫는다. 그런데 사실 상상력의 범주는 더 넓고, 타자의 삶에 나를 이입해 세계를 넓히는 데도 상상력이 쓰인다. 내가 고양이의 시선으로 골목을 이해하려 애쓴 것처럼 말이다. 황현산은 이를 ‘어떤 종류의 상상력’이라고 불렀는데, 이 능력은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더욱 그 가치를 발한다. 가령 “세상에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은 구의역의 수리공을 진실로 제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위선자가 아닌지 자문하는 사람도 많고,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많고, 비록 위선적일지라도 그 생각을 마음에 새기려고 애쓰는 사람도 많다.”1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은 “어떤 종류의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이며, 슬퍼할 줄도 기뻐할 줄도 아는 사람들과 가장 작은 감정까지 간접화2된 사람들의 차이이다. 사이코패스를 다른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이 독특한 능력을 키우고 싶을 때 전시장에 가곤 한다. 물론 작품에 담긴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구시렁대기도 하지만,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나 영화와 달리 전시장의 작품들은 내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예술에서의 조경을 다룬 작품을 여럿 실은 이달에는 꼭 한 번은 전시장에 방문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추석 연휴를 틈타 기형적인 단절이 일어나는 세계 속의 두 남자를 만나러 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3
한 남자가 눈이 잔뜩 내린 산길을 오른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외롭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이곳의 이름은 자유의 마을. 하지만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한도 북한도 아니게 된 이 지역은 외부와의 통행이 제한된, 자유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주민들은 서른두 살이 되면 마을에서 계속 살아갈지 밖으로 떠날지 결정해야 한다. 줄곧 땅만 보며 걷던 남자는 돌연 무릎을 꿇고 앉아 눈 속에 파묻힌 식물을 소중히 캐낸다. 채집된 식물들은 얼마 뒤 풍선에 매달려 하늘을 난다. 마을에 남는 쪽을 택한 남자가 바깥 세상에 가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보내는 식물이다. 둥실둥실 떠오른 식물은 먼 미래 또 다른 고립된 세계에 살고 있는 남자에게 가닿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무균실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매일 같은 일과를 보내던 그는 우연히 하늘을 떠돌던 식물 표본을 접하고, 있는 줄 몰랐던 바깥으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두 남자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모니터에서 상영된다. 고립된 세계를 암시하듯 모니터는 서로 등을 맞대고 있지만, 조명과 스피커는 공유되기에 경보음이 울리거나 느닷없이 불빛이 점멸할 때면 건너편 세계가 곧장 이쪽 세계를 침범한다. 이런 장치는 영상과 더불어 자유의 마을의 이야기를 팬데믹으로 수많은 단절을 경험하게 된 우리의 현실로 확장시킨다.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나는 미래의 남자가 식물을 통해 그린 세상의 모습이 궁금했다. 머릿속에 어떤 풍경이 펼쳐졌기에 안온한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오고 싶어졌을까. 아마 그 역시 어떤 종류의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었을 것이다.
“한 식물이 사라진다는 건 그와 연관된 복합 생태계와 인류 문화유산의 한 부분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김아연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34쪽). 시시각각 망가지는 지구를 조금씩이나마 치유해주는 건 아마 작은 씨앗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 덕분일 것이다. 늘 그들에게 빚을 지고 얹혀 간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때때로 골목을 길고양이나 돌 틈에 핀 잡초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면서.
*각주 정리
1.황현산, “간접화의 세계”, 「한겨레」 2016년 7월 14일.
2.황현산은 사람들이 수많은 인터페이스를 거쳐 실제 상황을 접하며 우리가 삶에서 겪어야 하는 불편과 위험,치욕, 때로는 죽음까지도 간접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3.문경원과 전준호의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2022년 2월 20일까지 열린다. 2009년부터 함께 활동한 두 작가는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을 탐구했다. 그중 ‘미지에서 온 소식’은 2012년부터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로 지난 10여 년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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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CUT] 여름부터 겨울까지 활용도 높은 ‘스마트 그늘막’
자동 개폐, 미세먼지 알림, 온습도 측정 기능을 갖춘 휴게 시설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도시 곳곳에 그늘막이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사계절이 있는 한국에서 대부분의 그늘 시설물은 여름철에만 활발히 사용되며, 일반적인 어닝 구조의 그늘막은 잦은 고장을 일으켜 도리어 불편을 안기기도 한다. 디자인파크개발의 ‘스마트 그늘막’은 자동 개폐식 텔레스코픽 차양, 미세먼지 알림, 온습도 측정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사계절 내내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스마트 그늘막은 기본형과 고급형으로 나뉜다. 기본형은 일정 조도를 기준으로 차양이 접혔다 펴지며, 갑작스러운 강풍이나 우천에 대응해 자동으로 접힌다. 고급형은 기본형에 온습도와 미세먼지 농도를 표시하는 기능을 더한 제품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할 수 있어 사람이 일일이 다니며 그늘막을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 개별 그늘막뿐만 아니라 관리 대상을 구역 단위로 설정하면 여러 개의 그늘막을 한꺼번에 열고 닫을 수 있다. 강판, ABS 플라스틱, 방수천, 알루미늄 등 변색과 부식에 강한 소재로 구성되어 유동 인구가 많은 교차로, 가로수가 많지 않은 오픈스페이스, 버스 정류장 등에 설치하기 적합하다.
TEL. 1577-0343 WEB. designpar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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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함께 만드는 용산공원
반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가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땅, 용산공원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은 용산공원 부지의 ‘절반만’ 활용하면 분당 신도시보다 많은 9만 가구의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용산기지 개발론에 불을 지폈다. 부지의 20%만 용적률 1,000%로 초고밀 개발하면 무주택 서민에게 튼튼한 주거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고 탄소 중립에도 도움이 된다는 현실성 없는 주장이 계속되기도 했다.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랐지만, 정치권의 여론몰이는 끝내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강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 15명은 8월 3일, 용산기지 반환 본체 부지에 주택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회적 동의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지난 30년간 진행된 용산공원 계획의 역사를 백지화하는, 문재인 정부의 용산공원 조성 의지와 노력을 한순간에 뒤엎는 근시안적 매표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황당한 아파트 개발론의 여파에 안타깝게도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소중한 성과가 묻히고 말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국민 300명으로 구성된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공원의 정체성과 미래를 논의한 끝에 지난 7월 27일, 용산공원의 온전한 조성을 위한 ‘7대 제안’을 발표했다. 국민참여단이 제시한 용산공원의 좌표는 “1) 사회적 약자를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언제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 2)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모두 공감하는 역사 문화적 가치를 지키는 공원, 3) 남산과 한강을 이어 주변 자연환경과 균형을 맞추며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는 공원, 4)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존하며 다양한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을 포용하는 공원, 5) 여가.소통.배움의 장소로 널리 활용되도록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유연하게 운영되는 공원, 6)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주변 지역과 상생하는 공원, 7) 공원 조성의 전 과정에서 국민과 소통하여 국민의 참여 과정이 곧 역사가 되는 공원”이다.
공원 조성 방향을 토론하는 ‘논의 그룹’ 210명, 논의를 지원하고 운영을 보조하는 ‘지원 그룹’(코디네이터) 40명, 용산공원 관련 연구 공모전에서 선정된 ‘연구 그룹’ 30명, 국민참여단 활동 내용을 홍보하는 ‘소통 그룹’(청년 크리에이터) 20명으로 조직된 300명의 국민참여단은 코로나19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러닝e-learning을 통해 대상지의 역사성, 자연환경, 도시적 특성을 탐구했고, 네 차례의 대면 숙의 워크숍에 참여했다. 복합적 의제를 심층 토론하기 위해 ‘용산공원의 정체성’, ‘용산공원과 지역사회’, ‘용산공원의 역사ㆍ생태ㆍ문화적 활용’, ‘용산공원의 역사문화유산’ 등 네 가지 주제를 나눠 맡는 10개 분임을 구성해 6개월간 주말을 반납하며 열띤 논의를 펼쳤다. 10개 분임은 64개 제안 사항을 도출했고, 이를 정리한 것이 ‘7대 제안’이다.
이번 국민참여단 활동은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 체계적인 ‘참여 계획’을 도입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참여와 소통은 법정 계획인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2011)부터 이미 용산공원 조성 철학의 하나로 제시되었지만 후속 계획과 공론화 절차에서 늘 레토릭 수준에 머물렀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성과와 제안은 정부와 전문가가 주도하는 하향식 계획의 한계를 넘어 본격적인 참여 프로세스와 방식을 모색한 실험이다.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위원장 유홍준)는 국민참여단의 ‘7대 제안’을 적극 수용해 기본설계안을 보완한 뒤 올해 말까지 용산공원 조성계획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8월부터 용산공원 국민 참여 홈페이지(yongsanparkstory.kr)를 통해 ‘용산공원 친구들’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용산공원 친구들은 개방 부지 공간 대여, 랜선 피크닉 등 프로그램 기획부터 운영과 자원봉사에 이르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7대 제안이 조성계획에 반영되는 과정에도 참여해 정책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용산기지를 공원으로 온전히 탈바꿈시키는 과제는 질곡의 근현대사를 치유하는 일이자 왜곡된 도시 구조를 교정하는 일이며 도시의 여백을 미래 세대에게 양보하는 일이다. 용산공원의 완성은 한국 사회의 건강한 도시 문화와 성숙한 공간 정치를 입증하는 지표다. 근시안적 아파트 공급론과 특별법 개정안으로 용산공원사 30년을 뒤흔들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권한다. 7월 말에 발간된 보고서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제안: 용산공원을 위한 국민의 바람』을 꼭 읽어보시길.
세월호,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번 401호 특집 지면에는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수상작들을 담는다. 손은신의 비평이 묻듯, “모두의 기억은 모두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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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감각] 방 안의 온실
식물 집사들의 SNS 계정을 둘러보니 방 안에 온실을 만들었다는이야기가 많다. 물론 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철제 골격에 유리로된 거대한 온실이 아니다. 유리 수납장에 식물 생육용 전구와작은 선풍기, 가습기, 그리고 온습도계를 달아 직접 만든 것이다.
온실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건 희귀한 열대 관엽식물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식물은 높은 습도와적정한 온도를 유지해줘야 무탈히 자라나는데, 이런 환경을만들어주지 못하면 상태가 나빠지고 때론 고사한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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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416 Memorial Park International Design Competiton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2014년4월16일,세월호 참사로304명의 희생자가 세상을 떠났다.피해자는 희생자의 유가족과 생존자만이 아니었다.그 시각 참사 장면을 목격한 모든 국민이 깊은 충격을 받았다.아직도 사건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며 그날의 기억을 간직한 국민들 또한 가슴 한구석에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국민을 위한 추모 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진상 규명을 위한 과제를 해결하느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참사가 발생한 지5년이 흐른 뒤에야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을 위한 틀이 마련되었다. 2019년2월27일 정부는416생명안전공원의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공원의 입지를 둘러싼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지만,오랜 논의와 협의를 거친 끝에 화랑유원지 남측2만3천m2의 빈 부지가 대상지로 확정됐다.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오갔던 일상의 공간과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단원고가 바라보이는 곳이다.
설계공모를 열기 전,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자 피해자 가족과 전국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했다.워크숍에서 오간 대화를『416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시민지침서』로 만들고,지침서의 내용을 녹여내2021년2월9일‘416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를 개최했다.공모전을 통해 공원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묻고 또 대답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할 수 있는 봉안,전시,교육 시설이 복합된 문화 공원이다.공원을 통해 세 가지 목표를 이루고자 했다.첫째,참사의 기억이 미래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 및 행동 프로그램을 담는다.둘째,국가 권력이 국민의 생명권에 갖는 책임에 대해 질문하고 사회적 재난에 대한 연대 의식을 깨우치게 한다.셋째,삶과 죽음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죽음을 현재의 삶과 잇고 기억하는 공간을 만든다.화랑유원지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사람들이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는 설계안이 요구됐다.또한 추모와 위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공원을 만들되,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추모,전시,봉안 공간을 연계하는 동선과 시퀀스,방문자 경험 설계도 중요 과제였다.
좀 더 전문적인 설계안을 발굴하고자 건축,조경,전시 세 분야의 전문가가 컨소시엄을 이뤄야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국내외75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고,그중5개 팀이2단계에 진출했다.심사 전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됐고,그 결과 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건축사사무소 기오헌+안팎+임여진+마크 와시우타 컨소시엄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심사위원회는“당선작은 두 개의 건축물로 축을 만들고 화랑저수지를 향한 열린 공간의 중정을 계획했다.도시 가로와 만나는 경계면에는 부드러운 풍경을 구축하고 소음을 차단하는 도시적 해법을 제시했다.기능성과 완성도가 높은 평면 계획,대지 외부와의 적절한 연결 동선,독특한 전시 계획,봉안과 추모 공간의 완결성 등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416생명안전공원은416세월호 참사10주기인2024년4월 개원을 목표로 한다.당선 팀은 올 하반기 기본설계에 착수하고2022년에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당선작
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건축사사무소 기오헌+안팎+임여진+마크 와시우타
2등작
나종원+세이브종합건축사사무소+HEA+미디어버스
3등작
카타콤베+사파리건축사사무소+디나웍스
4등작
이건국+HNSA건축사사무소+완리샤+구샤오위
5등작
리소건축사사무소+플로라앤파우나+서브디비전+권정현
주최안산시
지원국무조정실(416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 사업 지원단),해양수산부(세월호 후속 대책 추진단)
위치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667번지 화랑유원지 내
대지 현황
지역:자연녹지지역
건폐율: 20%이하
용적률: 80%이하
층수: 4층 이하
면적
대지면적: 23,000m2
연면적: 9,962m2(±5%)
용도 문화 및 집회 시설(전시장)
공모 방식2단계 국제설계공모
사업비
전체 사업비: 365억원(부가세 포함)
공모 대상 공사비: 310억원
전시·콘텐츠 실시 설계 및 제작·설치비,추모비(별도 발주): 55억원
설계비1,681,935,000원(부가세 포함)
설계 기간 착수일로부터12개월
시상 내역
당선작:계획,중간,실시설계에 대한 설계권과 설계의도구현권(별도 계약)
2등작: 6천만원
3등작: 4천5백만원
4등작: 3천만원
5등작: 1천5백만원
운영위원장 이충기(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심사위원
김정빈(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배정한(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이충기(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임지택(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최욱(원오원아키텍츠 대표)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loci대표,예비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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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1등작
추모에서 시작해 가치 창조와 향유의 장으로
416 생명안전공원(이하 416 공원) 프로젝트는 세월호 사건의 기억을 보존해 성찰하고 미래를 위한 가치로 승화시키는 실천 작업이다. 죽음에 대한 진실에 응답하고 슬픔에 예의를 갖추는 곳이자 궁극적으로는 질문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세월호 사건으로 촉발되어 진화해나갈 가치들을 토론하고 실험해, 동시대의 가치를 학술적·예술적·윤리적으로 생산하고 축적해 소비할 것이다. 즉 416 공원은 ‘가치 제작소’인 동시에 가치를 축적하는 ‘기억과 생산물의 저장고’이며 재생산을 위한 자원이다.
화랑유원지를 문화와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화랑문화공원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인근의 문화·예술 시설과 416 공원의 기능이 어우러지도록 동선 체계를 다듬고, 일관성이 부족한 화랑유원지의 경관을 개선해 문화공원으로서 모습을 갖춘다.
전략
사건의 건축: 사건들을 그물 모양으로 직조하고, 상황과 사건을 디자인하고자 한다. 빛의 광장을 매개로 그룹 1과 그룹 2를 배치하고, 각 그룹의 기능블록들이 융합되어 하나의 유기체를 형성하도록 조직한다.
장소성 구축: 간척지였던 평탄한 땅에 언덕, 계곡, 들판 등 건강한 지형 요소를 관입해 장소성을 구축한다. 물과 대, 바람과 들꽃 언덕, 빛과 빛의 광장, 하늘과 봉안 공간, 나무와 기억의 숲이 대응해 자연과 인공 공간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 이로 인해 건축적 풍경이 조영되고 하나의 독특한 문화 풍경을 이루게 된다.
외부 공간
대: 대臺는 호수를 관조하는 일상적 공간이자, 기울어진 판과 팽나무로 세월호 사건을 은유하는 장소다. 단순한 산책로였던 통로에 너른 마당과 물가를 향해 넓어지는 대를 구성해 여유롭게 거닐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이를 통해 단원고와 화랑문화공원, 416 공원을 연결하는 수변 공간이 확장된다.
들꽃 언덕: 단원고와 호수를 바라보는 들꽃 언덕은 호수와 빛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환기의 공간이다. 광화문광장에 설치했던 ‘기억과 빛’을 이곳으로 이전한다. 언덕은 쉼터이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가변적 필드로 기능하고, 곳곳에 피어나는 들꽃은 망자를 추억하게 한다. 호수 변에는 공사에서 발생한 흙을 활용해 한국적인 구릉지 경관을 연출한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 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마진숙)+건축사사무소 기오헌(김남형)+ 안팎(반형진, 정주영)+임여진+마크 와시우타(Mark Wasiu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