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사람의 정원, 자연의 정원
    유승종 livescape(유승종, 윤상원, 안성민, 최지은, 안준석, 김유빈) 정원가의 일은 살아 있는 것들의 세계를 펼치는 일이다. 울타리 안에 관조적 공간을 조성하는 일이 아니라 울타리 너머 생명 창조의 가능성을 넓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세계의 일원으로서 지금 우리 시대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가능성을 확장하는 일이다. 전략 인간의 활동이 주춤하며 멈출 때 자연은 놀라울 정도로 스스로 작동하며 성장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버려진 통나무 틈새에서 자라난 균들이 버섯이 되고, 버섯이 또 다른 작은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이 그 예다. 이런 생명들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개입하며 관찰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한다. 공간과 동선 계획 작은 울타리를 만든다. 이곳에 울타리 너머의 무한한 이야기를 담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사람의 정원과 자연의 정원은 울타리로 분리되어 있지만 함께 어우러진다. 사람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자연의 정원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데 개입한다. 단, 이때의 개입은 작은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며, 두 정원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식물의 흐름만으로 위요된 공간을 만든다. 기존 시설의 동선과 포켓쉼터, 어린나무의 정원, 흔들리는 바람의 정원이 한데 어우러져 위요된 포켓형 휴게 공간이 형성된다. 동선은 정원과 면한 세종수목원 전시 관람 도로와 보조 동선에서 출발한다. 내부에는 산책로와 휴게 공간을 건너다닐 수 있는 브리지를 둔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유승종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21×129×298
    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승진, 최상민, 장수연, 오지훈, 고희선) 숲 숲은 생명의 근원이다. 나무와 풀을 기반으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숲에 모여 산다. 우리는 숲에서 왔고 결국 숲으로 돌아간다. 숲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해진다. 숲에 머무는 행위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활동이다. 하지만 우리는 숲의 위기를 실감하며 살아가는 세대다. 지금의 도시들은 숲을 베어낸 자리에 들어섰다. 도시가 확장되었고 숲은 사라졌다. 우리 삶의 기반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시는 성장했으나 삶의 질은 쇠퇴했다. 위기의 도시에 해법을 제시한 것은 조경이었다. 조 경가는 정원에서 배운 자연의 기술을 도시로 가져왔다. 공원은 이식된 자연이며 재생된 숲이기도 하다. 만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은 조경가의 책무이며 지금도 유효한 과제다. IFLA 기념정원은 이 같은 조경가의 사회적 책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실용적 쓰임새와 가치를 갖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기념 정원의 장소, 앉는다는 행위 정원의 면적은 활동 프로그램과 경관적 효과와 연관된다. 약 2천m2의 대상지는 수목원의 중심 시설인 사계절 온실에 접한다. 관람객 대부분은 이 기념정원을 지나 이동하게 된다. 축구장 65개 면적에 달하는 수목원은 바쁘게 걸어도 한 시간, 여유 있게 둘러보려면 세 시간이 걸린다. 봐야 할 것은 많고 다리는 아프고 그늘도 부족하다. 기념 외에 정원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앉는다는 행위는 가장 기본적이며 보편적인 인권이다. 휴식에는 앉는 행위가 동반되며, 의자 등 앉을 수 있는 장치는 휴식의 질을 좌우한다. 노동자에게 앉는 권리는 지금도 싸워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의자는 디자인 이전에 인권이며, 보편적 복지의출발점이다. 의자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시대가 있었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공원의 의자는 다르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따로 상석이 없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의자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에 놓음으로써 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박승진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IFLA 사바나
    고정희+송민원 GO&KRIEGER(고정희, Mark Krieger) MWDlab(송민원, 김현근, 나준경) Cassian Schmidt(Geisenheim University) 지속가능한 풍경 전 세계 조경가의 공통 언어는 바로 풍경이다. IFLA 기념정원이 정원 풍경에 관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풍경은 시대에 따라서 변했다. 21세기의 정원 풍경의 가장 큰 축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생태적 시스템이다. 풍경을 빚는 디자이너의 미학적 관점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과거에 속한다. 생태학이 출범한 뒤 조경 디자이너들은 생태 시스템이 내재하는 풍경을 추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풍경, 즉 책임질 수 있는 풍경은 자연에서 배울 수밖에 없다. 참나무 숲 속의 빈터 ‘IFLA 사바나(Savanna)’가 풍경의 이름이라면, 그 풍경의 정체는 ‘참나무 숲 속의 빈터’다. 사바나는 유라시아, 북미,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모든 대륙에 고루 분포한다. 지구 전 표면적의 15%를 차지하는 기후대이자 식생대다. 사바나라고 하면 대개 바싹 마른 사막을 연상하지만 그렇지 않다. 강수량 500~1,500mm 사이의 아열대 기후대에 나타난다. 건조 사바나, 습지 사바나, 참나무 사바나 등 나타나는 양상이 여러 가지다. 다만 공통으로 일정한 건기가 존재한다. 온대의 일부가 아열대가 됐으며 한국도 그에 속한다. 특히 겨울철 기후가 극심하게 건조하다. 세종시가 위치한 중부 내륙 지방의 겨울철 강수량은 거의 0에 가깝다. 긴 겨울의 건기와 사막에 가까운 도시 기후를 견뎌낼 수 있는 풍경으로 참나무 사바나를 제시했다. 이 사바나는 성근 숲이 있고 하부에 키 큰 초본류 군락을 형성하는 식생대다. 참나무속의 나무들은 모든 대륙에서 서식한다. 한국 식생대의 극상림은 참나무속의 신갈나무 군락이다. 극상림의 시스템은 매우 안정적이다. 참나무 사바나는 우리 도시에 필요하며, 전 세계의 도시공원이 공유할 수 있는 대표적 풍경 시스템으로 여겨진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고정희+송민원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겹겹의 의도
    김봉찬 더가든(김봉찬, 손석범, 박선영, 지소희, 김소연) 야생을 위한 집 대상지는 지형과 식생이 단조로워 생명의 다양함을 담아내지 못한다. 땅의 조형을 통해 새로운 야생을 위한 집을 제안한다. 평편한 지형 한가운데를 1m 내외로 파 웅덩이를 만들고 파낸 흙을 쌓아 둔덕을 만든다. 이러한 역동적 지형 변화는 공간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다양한 미기후를 형성하여 생명이 살아갈 기반을 만든다. 동서 방향으로 길게 패인 지형은 전체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경관축이자 다양한 생명을 담을 수 있는 커다란 그릇이다. 이 축을 중심으로 양쪽에 파낸 흙을 쌓아 올려 언덕을 조성한다. 언덕에는 숲 정원과 초지 정원을 만들어 자연성을 더하고 좌우가 대비되는 경관을 만든다. 점, 선, 면의 중첩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점, 선, 면으로 구성된 하나의 덩어리다. 땅은 면이자 그 자체로 큰 덩어리다. 바위가 부서져 모래가 되고 모래가 퇴적해 암석이 되는 것처럼 자연의 덩어리는 작은 덩어리에서 큰 덩어리로, 큰 덩어리는 다시 작은 덩어리로 순환한다. 식물은 어떤 사물보다 점과 선 그리고 여백이 풍부한 덩어리다. 공간에서 점과 선의 중첩은 가늘수록, 작을수록, 약할수록, 흐릿할수록 심오한 깊이감을 더한다. 빗줄기나 나무줄기의 중첩 같이 작고 가늘며 부드러운 선과 점이 중심이 되는 공간은 리듬감, 깊이감, 변화감이 더해져 다양한 감성을 자극한다. 그라스 정원은 미세하고 가녀린 점과 선의 집합체로, 약하고 흐릿해서 지면과 큰 대비를 이루어 땅과 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김봉찬
  • [IFLA 기념정원 설계공모] 추억 여행
    송지은+로리 듀수아르 Kennedy Song Dusoir(송지은, Rory Dusoir) 한국인은 여전히 자연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 관계는 특이하면서도 세심한 방식으로 식물과 얽혀 있는 음식 문화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강남 가로수길에서 은행을 줍는 할머니들이나 다양한 야생 나물을 곁들인 산채 비빔밥을 보면, 우리는 어디서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알고 있다.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 자연 보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이 관계의 결속력은 사회가 도시화될수록, 젊은 세대일수록 약화될 위험이 크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자연환경을 재현함으로써 이를 기념하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정원을 디자인했다. 이를 위해 다양하고 익숙한 자생 식물이자 음식 재료로 사용되는 식물을 선정했다. 관람객이 이 식물을 보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거나 세대 간 대화를 나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은 성과가 될 것이다. 자연주의 경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더 살펴보고 싶고, 휴식과 사색으로 이끄는 공간을 제안한다. 부드러운 윤곽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경사를 만든다. 대상지 북쪽에 위치한 소나무 숲의 지형이 점차 높아지면서 반대편에 있는 기존 숲과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가로수 길을 형성한다. 남쪽으로는 언덕을 만들고 그 위에 수목을 식재해 미기후를 조절한다. 넉넉한 크기의 벤치들을 새로운 지형에 맞게 그리고 수목과 가까이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송지은+로리 듀수아르
  • [어떤 디자인 오피스] 안마당더랩 상생의 가치 아래 사람과 자연의 균형을 고민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질 수 있는 것을 원한다. 대상 자체에 집중하는 대신 가치에 집중한다. 인간과 자연의 균형, 구성 요소 간의 관계성, 규칙 안의 변주를 찾고자 한다. 형태보다는 분위기를 살리고, 따뜻하지만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질감, 시간의 흔적, 그림자처럼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은 요소들을 중요하게 여긴다. 나아가 우리의 스타일을 규정하고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본질에 접근하고자 한다. 존재 이유를 묻다 2016년 안마당더랩을 설립하고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달려왔다. 4년쯤 됐을 때 회의감이 생겼다.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안마당더랩이 만드는 공간이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의 존재 이유를 찾고 싶었다. 조경, 정원설계사무소는 많고, 우리보다 설계 능력이 뛰어난 곳도 많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도 안마당더랩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안마당더랩을 유지해야 하나.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으나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배운 것이 조경이고 그 기술로 돈을 벌고 있지만, 반드시 조경, 정원설계로 생계를 이어나갈 필요는 없다. 그때 답을 얻고자 우리만의 고유한 핵심 가치를 설정했다. “현재 우리는 매우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앞으로 수많은 정보와 가치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쉽게 잊힌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미적인 정원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의 작업을 통해 공간을, 일상의 질을, 넓게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상생의 가치 상생(相生)은 공생의 의미도 있지만 공생과 다르다. 상생은 순환을 의미한다. 자연이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것과 비슷하게, 우리도 지속가능성을 키우기 위해서 상생을 핵심 가치로 정했다. 상생은 너와 나, 이쪽과 저쪽이라는 이원론적 이야기가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다원론적 이야기이다. 어떤 행동 하나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만족하게 하는 것, 상생이라는 용어 속에는 그러한 뜻이 담겼다.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 지구 환경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지속가능성이 필요한 지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가치의 지속가능성에 공통으로 필요한 요소는 균형이다. 무엇이든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균형이 깨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안마당더랩이 가장 우선하는 디자인 철학은 균형이다. 정원 설계 의뢰를 받으면, 설계 공간에 공존하는 많은 가치를 파악하고 그 가치들이 서로 상생하며 균형을 찾을 방법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상업 공간의 경우 심미성을 비롯해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가 있지만, 수익성과 회전율을 염두에 둔 테이블 개수를 반영한 계획이 균형 잡힌 설계안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 지구 환경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지속가능성이 필요한 지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가치의 지속가능성에 공통으로 필요한 요소는 균형이다. 무엇이든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균형이 깨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안마당더랩이 가장 우선하는 디자인 철학은 균형이다. 정원 설계 의뢰를 받으면, 설계 공간에 공존하는 많은 가치를 파악하고 그 가치들이 서로 상생하며 균형을 찾을 방법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상업 공간의 경우 심미성을 비롯해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가 있지만, 수익성과 회전율을 염두에 둔 테이블 개수를 반영한 계획이 균형 잡힌 설계안이 될 수 있다.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 완성도 디자인할 때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맥락 속에서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것을 우리는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표현한다. 설계에서 단순하게 호오(好惡)를 따지면, 그 기준 자체가 주관적이라서 바른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판단이 어렵다. 가령 이도커피 사유점의 경우 브랜딩 단계에서부터 이름 그대로 ‘사유하다’라는 콘셉트가 정해져 있었다. 정원도 ‘사유’의 개념 안에서 설계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도커피 사유점의 정원은 중정이었고, 모든 좌석이 정원을 바라보게 배치되어 있었다. 중정을 바라보며 사유하게 만들 방법을 찾고자 했다. 방문객이 알게 모르게 자연을 느끼다 돌아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숲(자연)은 하나의 객체가 중요한 공간이 아니다. 전체의 장면을 하나로 느껴지게 하는 것이 이곳의 중요한 방향성이었다. 숲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의 선정이 매우 중요했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생존을 위한 경쟁으로 수관 폭이 좁고 위로 웃자라는 형태를 띤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나무가 필요했다. 중정의 크기에 적당하고 이식하기 좋으며 생장 속도가 빠르지 않은 나무여야했다. 발품을 팔아 나무를 직접 찾아다녔다. 우연히 소사나무를 발견했는데, 나무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찾았다!’라고 외쳤다. 12주의 소사나무를 수형의 특성을 살려 자연스럽게 배치하기 위해 계속 자리를 바꿔가며 숲의 장면을 만들어 갔다. 건축의 제안으로 미스트 장치를 설치해 이른 아침 안개 낀 숲의 모습을 연출했다. 미스트 장치가 작동하는 빈도는 식물의 생육에 지장이 없도록 계절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된다. 이 장면을 더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오래전에 봤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생각났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나비가 나온다. 이 나비는 영화를 시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더 나아가 나비에 관련된 이야기 ‘장주지몽’을 떠올렸다. 장주지몽은 자신이 꿈속에서 나비가 됐는지, 원래 나비였던 본인이 꿈속에서 장주가 됐는지 알 수 없게 됐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물아일체의 경지를 주제로 하는 얘기다.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이 더 깊게 사유할 수 있도록 나비를 불러보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소사나무 하부 식재 수종은 나비를 불러오는 흡밀 식물을 식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어프로치 커피(Approach Coffee) 프로젝트는 영국식 브런치 카페를 론칭하는 작업이었다. 자연스럽게 영국식 정원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 사항으로 시작됐다. 초기 조사 분석 과정에서 첼시 플라워쇼, 코티지가든 등 영국 정원의 방향성을 살필 수 있는 자료들을 수집했다. 어느 순간 그 사례들이 영국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오래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을 다시 꺼내 봤다. 흔히 생각하는 영국 정원의 이미지는 오래된 전통 정원 혹은 대부분 지방에 위치한 시골 정원의 모습이었다. 도심인 런던의 모습과는 달랐다. 서울과 용산이라는 도심의 한복판에 세워지는 영국 브런치 카페라면 런던 도심의 모습을 담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런던 도심 속 풍경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했다. 공통점은 검은색이었다. 특히 오래된 양식의 건물과 석재 포장이 주를 이루는 구도심에서도 간판, 표지판, 각종 시설물 대부분 검은색을 사용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오래된 건축 양식과 대비되는 검은색,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초록 식물들의 조화가 런던의 이미지라는 생각으로 공간의 컬러 가이드를 만들어 설계를 진행했다. 손으로 만드는 과정 설계를 진행하면 3D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을 많이 한다. 빠르게 공간감을 검토할 수 있고 클라이언트의 이해를 돕는 이미지를 다른 방법보다 손쉽게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는 과정을 거치려 한다. 그 이유는 모델을 만들거나 일대일 목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깨닫는 것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를 경험담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새로 지어지는 현대식 한옥의 난간과 전통 공간에서 쓰인 취병을 재해석해서 풀어본 프로젝트다. 창덕궁 후원에 가면 볼 수 있는 취병의 본래의 쓰임은 관목류 덩굴성 식물 등을 심어 가지를 틀어 올려 병풍 모양으로 만든 울타리다. 밖에서 내부가 보이는 것을 방지하고 공간을 분할하는 역할을 하면서 경관을 조성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취병을 설계에 반영했는데, 전에 만든 경험이 없었기에 공사 전 대나무 살의 간격과 매듭 방법을 목업을 통해 검증하고 도면에 적용해 공사를 진행했다. 이 아이디어로 건축이 설계했던 유리 난간을 대신하게 됐다. 두 번째는 지형 조작이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공간의 크기가 작아 실제로 미리 지형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 프로젝트는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형을 검토했는데, 지형의 공간감을 실제 스케일로 느껴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직접 흙을 파내면서 지형을 먼저 미리 만들고 공간감을 느낀 다음 그 지형의 높이를 레벨기로 측정해 도면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물론 주변 환경까지 모형으로 만들 수는 없기에 현장에서의 공간감은 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을 통해 설계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은 확신했다. 디자인 빌드를 하는 이유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효율성과 생산성이 중요하다. 현대인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업무를 분업화했다. 이로 인해 보람은 잃었다. 그렇다면 보람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 ‘내가 했다’ 또는 ‘우리가 했다’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철저하게 분업화한 과정(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데 기획, 설계, 시공이 분리 발주되는 과정)을 통한 결과에서는 보람을 느끼기 어려웠다. 정말 가치가 큰 프로젝트에 참여해도 수많은 전문가와 실무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 안에 우리 것은 없었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실무자들의 이름도 남길 수 없었다. 오로지 발주처의 것이었다. 분업화의 효율성은 인정하지만 그 안에서 더 큰 가치와 의미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들기의 중요성에 관해 묻는다면 공간을 만드는 전 과정에 참여했을 때 조금 더 보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직접 식물을 심고 돌봄을 통해 식물의 생활사를 보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도 한다. [email protected] 안마당더랩(Anmadang the Lab)은 상생의 가치 아래 균형, 단순, 조화, 대비, 스토리, 실용성, 합리성 등 다양한 디자인 철학을 담아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이다.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것에 관심이 많다. 좋은 공간이 우리의 삶을 개선시킨다고 믿는다.
  • [모던스케이프] 혼란과 잡거의 도시
    한국의 인천과 부산, 중국의 상하이와 칭다오, 일본의 요코하마와 나가사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도시 여행자에게 외국인 거류지가 만든 ‘이국적인 근대 풍경’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개항장이라고 불리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인데, 서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외국인이 국가 경계를 넘나들고 거주하려면 국가 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조선의 경우 1876년 조일수호조규 체결을 시작으로 11개국의 열강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으면서 국경의 빗장이 열렸고, 이후 미국과 영국, 러시아, 독일 등 아홉 국가의 공사관 또는 영사관이 서울 정동 일대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 양국은 다른 서구 열강과 달리 정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일본은 조선과 가장 먼저 조약을 체결했지만, 조선 정부는 공사관은 물론 일본인이 도성 안에 주거하는 것조차 불허했기 때문에 일본 공사관은 돈의문 밖에 자리해야 했다. 그러다 임오군란 때 공사관이 화재로 소실되고 일본 측 피해 보상 문제를 다룬 제물포 조약을 맺으면서 비로소 도성 안으로 입성하게 된다. 1896년 현재 신세계 백화점 본점 자리에 영사관을 신축하고 진고개(지금의 충무로2가)와 주동注洞(남산 예장자락 일대)을 중심으로 일본인의 거주가 허가됐다. 남산 북사면에서 시작된 일본인 거류지는 훗날 용산과 이촌까지 확장된다. 반면 중국인이 서울에 정착한 배경은 또 다르다. 그들은 수백 년간 지속한 양국의 관계를 명분으로 가장 먼저 들어와 가장 오래도록 남아있는 부류였다. 19세기 말 서구 열강이 우리나라와 교섭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청국은 자신들과의 오랜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통적 사대 관계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군대와 상인을 이용해 조선에 대한 새로운 주도권을 잡고자 했다. 청국 군대가 임오군란 등의 폭동 진압을 돕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정부에 초권력 행세를 했다면, 화상華商은 자국 군대와 결탁해 조선의 국가 재정에 개입하고 상권을 장악하는 역할을 했다. 화상들은 뒷배에 군대를 두고 있어서 조선인 중심의 기존 상권을 파고드는 데 거침이 없었다. 그들은 종로 등 기존 상권을 점거하면서 조선인들과 종종 마찰을 일으켰지만, 결국 중국 공관인 총판조선상무위원공서(總辦朝鮮商務委員公署, 이하 상무공서)를 중심으로 거대한 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1883년 9월 지금의 주한중국대사관 자리에 건립된 상무 공서는 원래 무위대장(武衛大將) 이경하(李景夏)의 집이었으나, 상무공서의 초대 상무위원인 진수당(陳樹棠)이 매입하여 지은 것이다. 그 이전에는 조선 후기에 중국 사신을 접대하고 숙소로 이용했던 남별궁(이후 환구단 자리)에서 영사 업무를 처리했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박희성, “1910~1920년대 경성부 華僑 토지 소유 분포와 변화 양상”, 미발표 논문. 강진아 외, 『개항기 서울에 온 외국인들』, 서울역사편찬원, 2016.
  • 공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광화문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편
    광화문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 경복궁 정문, 이순신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장, 초고층 빌딩이 줄지어 있는 왕복 10차선 거리 등 갖가지 풍경이 생각난다. 하나의 장면으로 정리할 수 없다. 광화문은 조선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역사의 목격자이자 주요 무대였다. 조선 왕조의 중심이라는 역사성, 대한민국 정치·행정·외교의 중심이라는 정치적 상징성, 시민의 문화 활동과 집단적 의사 표현이 이루어진 군중 집회 현장이라는 공공성이 혼재된 공간이다. 광복 이후 지금까지 광화문 일대 풍경이 수시로 바뀌었고 이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겹겹이 쌓였다. 차곡차곡 적층된 이야기를 전시 ‘공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광화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개 기관이 마련한 시리즈 형식의 ‘광화문 600년: 세 가지 이야기’는 광화문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탐색하고자 연 협력 전시다. 첫 번째 전시는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주최 서울역사박물관)로 조선 건국 이후 광화문 앞에 조성된 육조거리의 모습과 현재의 광화문 광장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조명한다. 두 번째 전시는 ‘고궁연화古宮年華’(주최 국립고궁박물관)로 경복궁 복원의 목적과 의미를 알리고 경복궁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았다. 세 번째 전시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공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광화문’이다. 광화문이라는 창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이해하고 현대 한국인의 기억이 지닌 중층적인 현대의 의미를 역사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공간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광화문’ 전은 ‘다시 찾은 광화문’, ‘광화문 거리 개발과 건설’, ‘광화문 거리의 현대적 재구성’, ‘광화문 공간의 전환’의 네 가지 소주제 로 전개된다. 각 주제별 색깔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전시를 관람하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일상의 모든 순간을 영화처럼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피크닉에서 3월 27일까지
    “세상에서 잊히기를, 별거 아닌 사람으로 남기를 바랐다.” 사울 레이터(Saul Leiter)의 작은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사울 레이터의 팬들이 인스타그램에 그의 시그니처 사진을 오마주해 해시태그(#SaulLeiterInspired)를 달아 올리고 있다. 영화감독 토드 헤인즈(Todd Haynes)는 ‘캐롤Carol’(2015)의 섬세한 감정과 시대적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레이터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창문을 통해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레이터처럼 상점 쇼윈도를 이용해 연 출한 모호한 분위기와 감각적 구도, 회화적 색채를 캐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터는 “대단한 철학은 없다. 카메라가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 표현한다. 왜 그의 작업이 오래도록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여러 예술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것일까. 피크닉에서 열린 전시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는 국내 최초의 레이터 회고전이다. 사진뿐 아니라 아직 연구 중인 미공개 슬라이드 필름과 1950~1960년대 패션 화보, 그림을 통해 다양한 범주에 걸친 그의 예술적 자취를 쫓을 수 있다. 레이터는 1923년 피츠버그의 독실한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학교에 진학했지만 스물셋이 되던 해 학교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떠났다. 이스트빌리지에 정착한 그는 그림을 그리고, 35mm 라이카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컬러 사진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컬러 사진의 시대가 열린 1970년대보다 훨씬 이른 1940년대에 컬러 필름을 사용했다. 당시 컬러 사진은 색상 재현에 한계가 많아 ‘진실을 왜곡한다’는 폄하를 받았지만, 레이터는 동조하지 않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며 계속 컬러 사진을 찍었다. *환경과조경406호(2022년 2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매달 보내는 답장
    잡지는 희곡으로 말하자면 ‘동창생1’과 같았다.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가끔 보면 재밌는 종이였다. 월간지 『전원생활』 애독자였던 엄마 덕분에, 집 곳곳에 잡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엄마는 늘 정독했지만, 나는 낄낄거리면서 끄트머리에 있는 별자리 운세나 유머 꼭지를 읽었다. 시간이 흘러 까까머리 군인 시절엔, 시간이 멈춰 버린(?) 그곳에서 잡지를 정독하는 일이 잦았다. 특히 월간지 『PAPER』 애독자였는데(현재는 계간지로 바뀌었다), 밤삼킨별 작가가 쓰는 꼭지를 매우 좋아했다. 아름다운 사진과 더불어 감성적인 글귀가 실리는 연재물이었는데, 맘에 드는 구절은 편지에 인용하거나 몰래 페이지를 찢어서 편지 안에 동봉해서 보내기도 했다. 작은 일탈이자 소소한 낙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 진로를 정한 친구들과 달리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주위에는 공기업 적성 검사를 보거나, 대학원을 준비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위해서 노량진 학원에 들어가는 이들이 많았다. 공부는 수능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사실 수험 생활을 버틸 재간이 없었다. 다만 읽고 쓰는 건 예전부터 좋아했기에, 합법적으로 일을 빙자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직업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잡지계로 흘러들어왔다. 군대 시절 종이를 찢은 값만큼 종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한(?) 합리화를 시도했던 것 같다. 밖에서 보던 잡지와 안에서 경험하는 세계는 달랐다. 보수는 적었고, 고용 관계는 불안정했으며, 폐간의 불안을 감수해야 했다. 마감 시기엔 약속을 잡지 못해서, 친구들의 서운함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흰 바닥을 검은 글씨로 채우는 건 늘 막막했다. 섭외의 실패가 두려웠고,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는 인터뷰는 설레는 동시에 긴장됐다. 탈고를 마친 원고는 어쩐지 미련이 남지만, 마감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허둥지둥하다가 간신히 시간에 맞춰 원고를 넘겼다. 이 사진이 진짜 좋은 사진인지, 이 문장이 적확한 것인지, 늘 반복하는 일이 었으나 매번 괴로웠다. 한때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었는데, 때마침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스팸 메일을 지우는 것이 일과의 첫 순서였는데, ‘독자 000입니다’로 시작하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신종 해킹 메일인 줄 알고 삭제하려다 호기심이 생겨서 클릭했더니, 의외로 정성스러운 육필 편지를 찍은 jpg가 있었다. 키보드 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손 편지로 대신한다며, 내가 연재하는 꼭지를 잘 읽고 있다는 글이었다. 뜻밖의 편지에 놀라는 동시에 기분이 내심 좋았다.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이 바빠서 답장은 하지 못했지만, 그분이 보내준 마음은 오래 남았다. 사실 엄살을 길게 늘어놓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눈처럼 쌓인 원고를 마주할 때는 눈앞이 캄캄하지만, 그것을 싹 해치웠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고된 이사를 마치고 맛있는 짜장면을 먹는 기분이라고 할까.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물을 매달 받아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매달 나오는 잡지는 자라는 키를 재기 위해서 벽에 칠하는 눈금과 같았다. 아쉬울 때도 많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좋아진 점을 발견할 때면 기분이 좋았다. K-리그2(2부 리그)에서 뛰는 일본인 선수 이시다 마사토시(이하 마사)는 지난해 해트트릭을 달성한 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축구 인생은 패배자였다. 그래도 매번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경기가 있다. 어쨌든 승격, 그것에 인생을 걸고 합시다.”1라고 말했다. 어눌한 한국어였지만 그의 진심은 많은 팬에게 큰 울림을 줬다. 2월호 인터뷰이로 만난 조영민 대표는 “황량한 겨울을 끝으로 여기기 쉽지만, 겨울에서 다시 시작될 봄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잡지 시장도 2부 리그나 황량한 겨울처럼 쉬운 여건은 아니다. 나 역시도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가늠이 잘 안 된다. 하지만 마사처럼 매달 조금은 간절하고 성실하게 임하다 보면 언젠가 봄과 같은 희망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인생 잡지를 만 들기 위해서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그 잡지를 이름 모를 독자에게 보낼 답장이라고 생각하면서. [email protected] 각주 1. 이정호, “팬들과의 약속…승격에 인생을 건다”, 「경향신문」 2022년 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