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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디자인 오피스] 조경그룹 이작 장소와 시간의 힘을 믿는 창작 공동체
    이번 작업(this work)을 줄여서 말하면 이작이다. 말 그대로 이번 작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튜디오 이름을 지었다. 생생한 설계실 현장의 치열함과 진지함, 즐거움과 고단함. 이 모든 단어가 성남시 분당에 있는 우리의 구성원 이자커스(eejaacers)에게서 들리는 숨소리의 표정들이다. 늘 현재진행형이다. 2008년 탄천이 흐르는 작은 오피스에 둥지를 틀었다. 지치지 않고 열다섯 해를 천천히 산책하며 산에 올라가듯 지나왔다. 동네도 떠나지 않고 잘 지키고 있다. 함께하는 동행들도 서서히 늘어나서 그런지, 요즘은 산책 같은 작업이 더 재미있고 즐겁다. ‘이작’이라는 한자어의 말장난을 통해 우리를 설명해 본다. 아마도 보편적인 얘기로 끝날지 모르겠지만, 조경그룹 이작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異作, 다를 이 모든 디자인 오피스가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다름에 대한 강박감이 있다. 태생적으로 디자인은 ‘다르게 하기’와 같은 뜻이라고 본다. 접근 방식이거나 태도이거나, 혹은 도구이거나 결과물이거나, 그중 하나라도 다르면 그때부터 안테나가 쫑긋 선다. 소위 안달이 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다름의 오리지널리티는 결과일 수도 있지만 과정이기도 함을 늘 명심하려고 노력한다. 理作, 다스릴 이 질서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나아가 감각과 무감각의 영역에서 세상의 순리를 따르고 현상에 귀 기울인다. 우리가 하는 모든 작업이 자연과 문화의 순환 고리 안에서 잘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거스름이 없다. 시간과 진화에 열려 있다. 지속가능하다. 이런 문장들이 떠오른다. 창의적 발상이 자연의 이치와 손잡을 때 비로소 우리의 작업은 순전한 날개를 달게 된다. 利作, 이로울 이 윤리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이로움을 지향한다. 대부분의 작업을 공공의 영역에서 진행하는 우리에겐 특히 중요한 문제다. 공간을 통해 공공에 전달될 ‘경험의 기회’는 곧 혜택과 복지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롭고 이롭지 않은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는 삶의 질과 연결된다. 그 최전선에서 일하는 공급자 그룹의 어딘가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두렵다. 以作, 써 이 이렇든 저렇든 결론은 결국 작업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작업물로 세상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좋다. ‘만든다’라는 범주는 도면에서부터 완성작까지 모두를 아우르며 우리가 추구하는 의미 영역 안에 있다. 페이퍼워크는 전문가 집단과, 완성작은 일반인들과 나눌 수 있으니 좋다. 작업물로써(以作) 전달하는 조경가의 언어가 비로소 세상에 낯을 내밀기까지, 너무도 고단한 프로세스가 있다. 그래서 설계는 과정의 마술이다. 육체적, 사회적으로 힘들다. 우리는 오늘도 짓고, 만들고, 작업한다. 지난 몇 년간 완공된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서 고민했던 흔적과 남겨진 것들, 혹은 사라진 것들을 정리해본다. 군포송정 중앙공원 도시공원 설계공모 첫 당선작이다. 아파트 단지와 공원의 공적 관계를 사적 관계 영역으로 재해석한 작업이다. 뒤뜰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기억을 공공의 공간에서 구현하고 탐색해보려 했다. 가끔 슬리퍼를 신고 뒷마당에 나온 것 같은 이웃들을 공원에서 만나게 된다.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한국적 정서의 마당을 대표적인 도시 공간인 아파트로 옮겨 보려 했다. 공간의 서정성을 투박한 물성, 단정한 구획, 친근한 단차, 그리고 계절과 자연 현상을 감지하는 식물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용산 고가 하부도로 정원 서울시 공공 프로젝트로 진행한 도시 인프라 개선 작업이었다. 고가 하부의 죽은 공간 살리기를 주제로 빗물과 수 순환, 습도와 식물의 기법과 적용, 공공 공간의 미적 기준 제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등을 고민했다. 치장과 단장의 디자인 방향을 완전히 배제하고, 도시 구조물과 식물로만 밀도 있게 조직한 정원 구조체를 제안했다. 엔지니어링 기술과 조경의 협업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던 프로젝트로 기억한다. 아쉽게도 정원 구조체는 몇 년 후 철거되고 보도블록 포장과 오토바이 주차 금지 펜스만 있는 다리 밑 공지가 되어버렸다. 진도 쏠비치 리조트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다녀온 뒤 한참 동안 우리 마음속에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그러던 차 잔잔한 바닷가, 전라남도 진도에 있는 리조트 설계를 맡게 됐다. ‘마음과 영혼에 접속하는 정원’을 주제로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정원을 배치하는 작업을 했다. 개개인의 작업물을 독려하고 비평하고 수정하고 도와가며 조성했다. 조형적 탐구, 관점과 차원의 전환, 낯설게 전달하기, 내적 움직임의 실체 등 깊숙이 들어가서 작업한 짧지 않은 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결과적으로 상업적 리조트와 충돌하는 상황이었지만 곳곳에 고민의 흔적들로서 소울 가든(Soul Garden)들이 자리하게 되었다. 개입한다는 것의 의미와 어떻게, 얼마나,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배웠다. 성남 은행동 소공원 옹기종기 모인 다가구 주택이 즐비한 산동네에 위치한 공원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지형을 생활 언덕으로 바꾸려고 했다. 가장 친근하고 알차게 사용할 수 있도록 멀리 보이는 산자락과 대조를 이루는 도시 언덕을 화강암으로 테트리스 쌓듯이 조성했다. 테트리스 언덕의 활용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치맥(치킨+맥주) 하기, 나물 말리기, 태양초 널기, 생활 품앗이, 낮잠 자기 등 동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채우는 생활 언덕의 일상은 다채로웠다. 화강암 언덕은 도시의 산자락을 은유하는 동시에 경사지 구조체로도 요긴한 장치였다. 동탄 신리천 교각 하부 공공 디자인 동탄 신도시 신리천을 따라 다섯 개 다리 밑 공간을 공공 디자인하는 작업이었다. 하천을 따라 북측은 갤러리와 같은 공공 미술 벤치로, 남측은 친근한 마을 카페로 변신시켰다. 색깔과 틈, 빛과 장소 브랜딩을 탐구하며 황폐한 교각 하부를 ‘얌전한 화려함’이 살아나도록 하는 갤러리 벤치 공원으로 조성했다. 따뜻한 감성의 브리지 카페는 주민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려는 시도였다. 수변을 따라 매일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의정부 고산지구 공원 지역성으로 시작해서 지역성으로 마무리한 작업이다. 신도시의 4개 공원과 녹지를 설계했다. 기억과 유산이 풍부한 산야의 공간을 도시 속에서 새롭게 정리해갔다. 산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들판과 물줄기를 핵심 장치로 가장 지역성이 잘 드러나는 공원이 되기를 기대하며 작업했다. 도시를 뚝딱뚝딱 순식간에 만드는 한국의 조급한 방식 때문에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남겨야 할 것, 기억해야 할 것, 지켜야 할 것, 알아야 할 것들은 지역 박물관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원을 통해 온몸으로 공간을 느끼고 도시의 기억을 경험하고 읽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해당 지역 곳곳을 누비며 멍 때리기와 파헤치기를 한 덕분에 술술 풀어나갈 수 있었다. 지역성은 옛 풍경의 내적 질서를 발견하고 새롭게 정리해 만드는 공원의 중요한 주제어다. 대구 복현자이 공동주택 아파트 놀이터 공간의 주인공을 바꾸고 싶은 생각에서 시작했다. 공터에 이것저것 매달 조합 놀이대를 포기하고 중앙에 놀이마루를 제안했다. 원형 놀이마루에서는 자유로운 놀이가 생겨난다. 마을 사랑방으로 활용되고, 때로는 아이들이 뒹굴뒹굴 나뒹구는 툇마루로 변신한다. 벤치의 높이가 주는 심리적 친근함과 만만함을 동그란 잔디마루 위에 재구성했다. 놀이터의 주인공은 놀이 기구가 아니라 마루다. 놀이터의 핵심은 놀이가 아니라 모임이다. 원형마루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한다. 둘러앉고 마주앉고 드러눕고 나뒹군다. 별다른 놀이가 필요할까. 우리는 장소와 시간의 힘을 믿고 탐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공간을 통해 대화를 시도하는 도시의 화자(storyteller)들이 모여 즐겁게 작업한다. 주거 단지 정원부터 도시의 공공 공간까지 예민하고 깐깐한 조경가들이 참여한다. 트렌드에 얽매이기보다는 상상력이 이끄는 객관화된 낯선 공간의 실체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조경 공간으로 말하고 소통하면서 외롭지 않은 조경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의도적으로 외로워진다. 장소성과 브랜딩, 공공 디자인과 지역성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바우하우스 포스터를 수집해볼까 생각 중이다. [email protected] 조경그룹 이작(eejaac landscape architects)은 행복한 조경가를 꿈꾸는 이들의 창작 공동체다. 장소의 힘에 대한 믿음은 작업의 시작점이자 동력이다. 문제의식은 잠재력을 찾고, 잠재력은 상상을 이끌고, 상상은 사람을 생각한다. 넘치는 상상력과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람을 위한 공간을 찾는 생각의 무한궤도, 그 어느 지점에서 오늘도 팽팽하게 산다.
  • [모던스케이프] 관광의 목적
    바야흐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피서와 달리 여행에는 방문과 경험이라는 적극적인 행위가 따른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도전이 수반되는 여행, 벅차오르는 감동도 있지만 때로는 예기치 못한 고통스러움을 마주해야 할 때도 있다. 여행에 해당하는 travel의 어원은 travail(고통, 고난) 아니던가. 그에 반해 눈으로 보고 안다는 뜻으로 새겨진 관광(觀光)은 주체의 시선이 더 강조되는 단어다. 눈으로 확인하고 참관하며 견학하는 의미가 담긴 관광을 이야기할 때 17~18세기 영국에서 크게 유행한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빼놓을 수 없다. 외딴 섬 영국에서는 사회가 안정되자 상류층 자제들을 대륙으로 보내 세련된 취향과 외국어를 학습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견문을 넓히고 지식을 확장하는 목적을 가진 그랜드 투어는 근대적 의미의 관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인 토머스 쿡(Thomas Cook, 1808~1892)은 570명의 관광객을 모집하여 영국 레스터(Leicester)에서 러프버러(Loughborough)까지 이동하는 기차 여행을 시도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때부터 관광은 서서히 오늘날 통용되는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 매김했고, 관광의 목적 또한 교양을 학습하는 것을 넘어 위락과 휴식, 기분 전환 등 즐거운 경험을 누리는 데까지 확장됐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선진 취향을 학습하고자 했던 그랜드 투어가 계몽주의적 측면에서 근대적이라면, 토머스 쿡의 기차 여행은 자본주의 시대에 급부상한 시민 계층을 여행객으로 흡수하고 산업혁명의 상징인 기차를 여행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근대적이다. 그런데 관광의 대중화에는 각종 매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컸다. 쿡이 그 시절에 수백 명의 여행객을 모집할 수 있었던 것도 광고라는 방식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급성장한 사진술과 인쇄술, 출판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이 관광이라는 아이템과 엮이면서 엽서와 지도, 브로슈어 등 다양한 관광 안내물이 쏟아져 나왔고, 이러한 인쇄물은 다시금 관광의 대중화를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 한반도에 근대 관광이 정착하게 된 양상은 표면적으로 서구와 닮았다. 개항 이후 왕족과 외교관 등의 관료들이 가장 먼저 해외 여행의 특권을 누렸고, 점차 선진 문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식인 계층을 중심으로 여행이 확산되었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참고문헌 국사편찬위원회, 『여행과 관광으로 본 근대』, 두산동아 한국문화사 시리즈 22, 2008. 김선정, “관광 안내도로 본 근대 도시 경성: 1920~30년대 도해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국문화연구』 33, 2017, pp.33~62. 한경수, “한국의 근대 전환기 관광(1880~1940)”, 『관광학연구』 29(2), 2005, pp.443~464. 阪野祐介·김윤환, “식민지도시 부산을 그린 요시다 하츠사부로(吉田初三郞)의 조감도(鳥瞰圖)와 타소표상(他所表象)”, 『문화역사지리』 33(2), 2021, pp.49~68.
  • 자연 그대로의 자연, 네이처 갤러리 래미안 갤러리 리뉴얼
    지난 9월 16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 하우스파티’를 열어 새롭게 리뉴얼한 래미안의 외부 공간 ‘네이처 갤러리’를 공개했다. 서울 송파구에 마련한 모델정원을 배경으로 공연을 열고,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해 예술·문화 활동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래미안 갤러리 리뉴얼 프로젝트는 2021년 시작됐다.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스튜디오 테라 대표)이 이끄는 시대조경 팀(서울시립대학교 조경설계연구실+MDL+스튜디오 테라)이 컨설팅, 실시설계, 현장 감리를 맡았다. 모델정원 시공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조경그룹, 주원조경, 연수당이 진행했다. 리뉴얼 프로젝트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점점 관행적으로 변해가는 아파트 조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좀 더 본질적인 차별화 전략을 찾기 위해 래미안 조경의 변화 과정과 현황, 국내외 트렌드, 소비자 성향을 분석해 래미안만의 조경 철학과 비전, 추진 전략을 제안하는 ‘조경 전문가 컨설팅’을 진행했다. 김아연은 주거와 일상의 근본적 가치를 다시 묻고 이론적 근거에 기반을 둔 전문적 해답을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래미안 단지 20곳을 답사하고, 주거 문화의 지향점을 고민했다. 분석 결과, 네 가지 내부적 성찰점과 외부적 대응의 필요성을 도출할 수 있었다. 내부적 성찰점을 먼저 살펴보면, 첫째, 아파트 조경은 브랜드 간 경쟁 심화로 인해 시각적 효과의 특화에 치중하고 있다. 둘째, 살면서 더 좋아지는 경관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유행에 민감한 조경은 쉽게 질리는 조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근본적 주거 가치 구현의 노력보다 주거 상품 아이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넷째, 큰 맥락보다는 소규모 공간과 시설물 특화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외부적 대응의 필요성을 살펴보면, 첫째, 기후변화, 팬데믹 등 지구환경적 이슈와 주거 공간의 관계성이 대두되고 있다. 둘째, 문화와 여가 방식의 변화, 기술 변화에 따른 조경 공간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자연의 작동성과 진정성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도출한 결과를 바탕으로 래미안 조경의 방향성을 자연의 고유한 생태적, 경관적, 기능적 특성에 기반을 둔 ‘자연 그대로의 자연’으로 설정했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아파트 단지에 도입함으로써 원서식처의 고유성과 래미안 자연의 독창성으로 자연 본연의 진정성(original nature)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전략으로, 원경관의 회복, 사람 중심의 공간과 경관, 불필요한 장식과 시각적 복잡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간결한 디자인을 제시했다. 이로써 입주민들은 아파트 조경을 통해 자연과의 관계성을 회복하며 일상 속 자연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관성적이고 관행적인 아파트 조경 설계 방법론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지하철 환풍구를 활용한 도심 속 무더위 쉼터 제3회 공공디자인 국민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지난 6월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제3회 공공디자인 국민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 공모전은 국민들이 직접 일상 속 불편 요소를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공공디자인의가치와 중요성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좀 더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무한 상상, ○○디자인’이라는 슬로건을 세우고 공공캠페인 분야를 신설했다. 참가 자격도 일반부와 학생부로 확대했다. 일반부 대상에는 박성민·조재민의 ‘지하철 환풍구를 활용한 도심 속 무더위 쉼터’가 선정됐다. 지하철 환풍구의 불쾌한 공기를 시원한 바람으로 바꿔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환풍구 주변 공간을 시민 쉼터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공공시설을 공공디자인을 통해 개선하고, 도시 생활 환경 개선과 사용자 편의를 함께 꾀한 복합형 공공 시설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략)...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건축물 벽면녹화 네이처 제16회 경기도 공공디자인 공모전 대상
    지난 9월 21일 ‘2022 경기도 공공디자인 공모전’의 대상작이 발표됐다. 올해 16회를 맞이한 공모전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공공디자인 관점으로 접근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의 주제는 ‘사람과 환경을 위한 업사이클링 공공디자인’이었다. 총 103점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온라인 심사로 20점을 입상작으로 선정했다. 이 중 상위 9점을 대상으로 본선 진출자와 디자인 전문가가 함께하는 워크숍을 실시했고, 최종 심사를 통해 이관영·김강현·유진(서울예술대학교)의 ‘건축물 벽면녹화 네이처(nature)’를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환경과조경414호(2022년 10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스포트라이트와 서포트
    학교를 다녀오면 야구 좋아하는 아빠 때문에 매일같이 TV에 삼성라이온즈 경기가 틀어져있었다.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하게 됐고 종종 부모님을 따라 야구장을 찾았다. 첫 야구 직관은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해태타이거즈 경기였다. 어느 팀이 이겼고 경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세세한 부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회색빛 출입 통로를 지나 만났던 광활한 풍경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느낀 감정을 책의 한 구절로 표현해본다. “3루 쪽 특별 내야로 가는 계단을 다 올라간 순간 우리는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확 트이면서 그 끝에 부드럽고 거뭇거뭇한 그라운드,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베이스, 똑바로 그어진 하얀 선, 정성스럽게 손질된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었다. …… 그리고 그때 마침 우리의 도착을 기다렸다는 듯이 조명이 켜졌다. 칵테일 광선을 받은 구장은 하늘에서 내려온 우주선 같았다.”1 잊을 수 없는 풍경 때문인지 야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야구팬이 됐다. 시간이 된다면 직접 경기장에 가 야구를 관람하는 편이다.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사람은 선수와 코치, 감독이다. 승패를 가르고 팬들의 일희일비를 결정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수많은 관중의 시선이 모이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반면 스포트라이트는커녕 이런 사람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림자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운영자, 티켓 발권과 확인을 하는 매표소 직원, 관중들이 다치지 않게 지켜보고 보호해주는 사람 등, 하나의 경기에는 스포트라이트와 서포트가 공존한다. 이 두 가지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경기가 만들어진다. 몇 년 전 방영한 TV 드라마 ‘스토브리그’(SBS)는 서포터들의 애환을 잘 담았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으로 계약 갱신과 트레이드 등이 이루어지는 시기다. 이 드라마는 만년 리그 꼴등 팀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단장과 구단 사람들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보통의 스포츠 장르 드라마나 영화라면 꼴찌 팀이 대회에서 극적으로 승리를 하는 내용으로 흘러가겠지만, 스토브리그는 야구 선수들의 이야기보다는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들의 사연과 스토브리그에 펼쳐지는 사건을 다룬다. 뒤에 숨겨져 있어 잘 보이지 않던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광주에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가 개최됐다. 나는 사전 행사인 학생샤레트 진행을 위해 대회 일정보다 일찍 광주로 향했다. 낯선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학생들의 숙소 체크인을 돕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내려갔는데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 자꾸 불시에 터져 몹시 당황했다. 게다가 언어의 장벽으로 소통까지 잘 되지 않으니 프로그램을 잘 마칠 수 있을지 무서워지기도 했다. 모든 슬픔에는 끝이 있다더니 시간은 흘렀고 마지막 일정인 최종 프레젠테이션까지 무사히 도달했다. 스토브리그는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드림즈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기 위해 그라운드로 향하고, 그 뒤편에 선 구단 사람들이 응원의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사흘간 진행된 학생샤레트가 끝난 후 열린 시상식에서 그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상장 수여를 위해 무대 위로 수상자들을 인솔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기념 촬영을 위해 무대에서 내려와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제야 고백하자면, 그때 친 박수는 학생샤레트를 큰 탈 없이 끝낸 나에게 보내는 일종의 상이자 격려였다. [email protected] 각주 1. 주인공인 노수학자와 그의 가사도우미 나, 나의 아들 루트가 함께 일본 프로야구팀 한신타이거즈 경기를 보러간 야구장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한 구절이다. 오가와 요코, 김난주 역, 『박사가 사랑한 수식』, 현대문학, 2014, p.126.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정신을 모르던 시답잖은 날들에 비하면 아름답다
    “머리 비우는 데 등산만 한 게 없어.” 친구의 말에 서울 외곽을 향했다. 사실 말만 거창했지, 가방든 건 이온 음료 한 병이 전부. 낮은 산등성이에서 가벼운 산책을 즐길 생각이었다. 중간에 나타난 황구의 농락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누런 강아지는 산 인근에서 절밥을 얻어먹고 자란 것 같았다. 꼬리를 흔들어대더니 나와 내 친구가 마음에 든 건지 졸랑졸랑 쫓아와 가이드 시늉을 했다. 길 안내하듯 앞장서 걷다가, 우리가 뒤처진다 싶으면 뒤에 와 종아리 뒤를 콧등으로 밀며 걸음을 독촉했다. 정신을 차리니 바위산 한복판이었다. 칼바위능선, 얼마나 끔찍했는지 그 이름이 아직도 기억난다. 앞도 뒤도 모두 가파른 바위 언덕이었다. 그제야 전문 장비로 중무장한 등산객들이 러닝화에 장갑 하나 없는 우리를 보며 혀를 차고 있다는 걸 알았다. 다행히 나와 친구를 불쌍히 여긴 젊은 부부가 돌산 타는 법을 알려주었고, 봉우리를 향하는 길옆에서 산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꼭대기까지 가자는 말에 손사래를 치고 줄행랑을 쳤다. 지긋지긋한 바위산을 도망치듯 내려오며 자꾸 뒤를 돌아본 건, 우뚝 솟은 암반의 압도적인 수직 경관이 무서우면서도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아 름답다더니 거대한 암석 봉우리는 돌의 표면을 세세히 살피게 했다. 바람과 물이 남긴 흔적인지, 돌 위에 새겨진 잔주름을 발견하자 딱딱한 표면이 일렁이는 파도의 물결처럼 부드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 광주에서는 길고 긴 수평선을 봤다.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마지막 일정인 포스트 투어, 나는 순천과 낙안읍성을 향하는 코스에 인솔자로 동행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순천만국가정원을 한 번도 안 가본 사실이 내심 부끄러웠던 참이었다. 늘 사진을 통해 조감으로 본 찰스 젱스의 언덕을 실제로 마주하니 텔레토비 동산처럼 귀엽기보다는 대릉원의 고분처럼 웅장했다. 굽이치는 언덕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여러 나라의 정원을 구경하다가 스카이 큐브에 올라탔다. 걷지 않아서 좋다며 박수를 짝짝 대며 창밖 풍경을 찍다 보니 너른 땅이 나타났다. 그렇게 만난 순천만 습지는 너무 넓고 아름다워서 겁이 났다. 태풍이 북상하는 중이라 세찬 바람이 불었는데, 그때마다 수십만 개의 잎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파도처럼 온몸을 덮쳤다. 앞뒤에 걷던 일행과 멀어지고, 그 공백을 바람과 잎 소리가 채울 때면 영화 ‘그래비티’ 주인공처럼 우주에 버려진 기분에 휩싸였다. 영원히 이 갈대숲을 헤매야 할 것 같은 공포감 말이다. 흔히 조경의 특징으로 살아있는 소재(식물)를 쓴다는 점을 꼽지만, 나는 지형을 다룬다는 점을 좋아한다. 조경설계는 결국 땅에서 출발한다. 평평하거나 갑자기 치솟거나 가파르게 내리막을 그리거나 물결처럼 일렁거리거나, 지형은 그 자체로 다양한 심상을 만든다. 지형은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불어 땅에는 시간이 담기기 마련이다. ‘지형도’를 지도의 한 종류가 아닌 어떤 은유로 사용하듯, 지형은 땅의 생김새를 넘어 역사나 문화, 어떤 맥락을 담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 지형의 아름다움이 서울이 아닌 곳에만 있는 줄 알았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빈 땅이 많아지고, 지형은 더욱 다채로워질 테니까. 그래서 “서울의 지형은 정말 환상적”이라는 렌조 피아노의 말에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던 것이다.1 내로라하는 건 축가의 말에 혹한 것일까. 그의 말처럼 갑자기 서울이 구불구불하고, 푸른 산을 도심에서 볼 수 있고, 큰 강줄기를 끼고 있고, 바다가 가까운, 극도로 풍요로운 도시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웬만한 곳에 서도 산등성이의 곡선을 볼 수 있고, 마음을 찡하게 하는 거대한 수평과 수직의 풍경은 없어도 오르락내리락하는 땅을 고불고불가로지르는 골목길에서는 복잡다기한 도시사가 읽힌다. 좀 늦긴 했지만 발붙이고 있는 삶의 터가 아름답다는 걸 깨닫는 일은 꽤 즐거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표현은 너무 진부해서, 좋아하는 편지글의 일부를 빌려 왔다. “나는 정신을 2004년에 처음 만났다. 민선 언니 소개로 나간 자리였다. 난생 처음보는 한 작은 애가 시작부터 영롱한 무엇이었다. 완전히 달랐다. …… 어떤 해는 정신을 한 번도 못 보고 지나가도 정신을 모르던 시답잖은 날들에 비하면 아름답다.”2 [email protected] 각주 1. “세계적 건축가 KT 새 사옥, 12m ‘공중부양’”, 「중앙일보」 2021년 6월 16일. 각주 2. 홍진경, ‘정신 생일을 축하해’, 2019년 9월 14일.
  • [PRODUCT] 오픈형 기능성 휴게 시설 스트라다 셰이드 박스 구조에서 벗어난 선형 구조의 퍼걸러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전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사람들이 밀집하거나 밀폐된 도심의 공간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건의 스트라다 셰이드(Strada Shade)는 팬데믹 시대의 환경과 도심지의 긴 가로 공간을 고려한 휴게 시설이다. 일반적으로 벽이나 기둥으로 둘러싸인 박스 구조의 퍼걸러와 달리 벽과 기둥의 활용을 절제하고 공간을 가로지르는 벤치 등을 배치해 선형의 구조를 만들어냈다. 안에서 밖을 봤을 때 시선을 가리는 요소가 없어 공간에 개방감을 불어 넣는다. 이러한 열린 공간은 밀폐된 공간 속 전염의 우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선형 구조는 도심지의 긴 가로 공간에 적합하기도 하다. 대상지의 여건에 따라 시설의 길이를 늘이거나,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하나로 연결된 주된 선형을 중심으로 벤치를 지그재그로 가로지르게 배치하면 퍼걸러 내부에 다양한 포켓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곳곳에 충전기, 의자 등받이 등을 설치해 편의를 꾀했다. TEL. 031-943-6114 WEB. yekun.com
  • [에디토리얼] 50×15,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
    2년 가까이 매달렸던 책 한 권의 편집을 마무리하고 조금 전 인쇄소로 최종본 파일을 넘겼다. 이번 달 잡지가 독자 여러분에게 도착할 때쯤 신간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도서출판 한숲, 2022)도 펼쳐볼 수 있다. 1972년 한국조경학회 창립을 기점으로 잡는다면, 한국 현대 조경은 이제 50년의 역사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은 역동하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도시와 경관, 지역과 환경, 삶과 문화의 틀과 꼴을 직조해온 조경 50년사의 주요 담론과 작품을 ‘기록’하고 ‘해석’한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여름, 한국조경학회는 ‘한국조경50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책의 방향과 구성을 기획하기 시작했다.1 필자 섭외와 원고 집필, 편집 과정에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의 이름으로 ‘다시, 조경의 공공성’을 소환해 토론의 장을 펼치는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World Congress 2022)’ 개막에 맞춰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 출간의 목적은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설계하는발판을 마련하는 데 있다. 미래를 전망하고 예비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성과와 한계를 다각도로 되짚고 다시 촘촘히 읽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 한국 조경 50년의 이야기와 성과를 ‘기록’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책의 의도가 자리한다. 열다섯 가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지난 50년을 탐사하는 이 책은 중성적 아카이브나 백서보다는 해석적 비평서에 가깝다. 책의 1부와 2부는 한국 조경 50년이 남긴 지형과 풍경에 대한 해석이자 비평이다. 이명준(이론과 미학), 최영준(설계공모), 임한솔(전통의 재현), 고정희(식재 디자인), 최정민(시대성과 정체성), 박희성(개발 시대)의 글 여섯 편으로 구성한 1부는 50년을 가로지르는 큰 흐름과 이슈를 조감의 형식으로 해석한다. 2부는 주요 단면에 대한 클로즈업이다. 김아연(생태 공원), 이유직(선형 공원), 서영애(이전적지 공원화), 김영민(아파트 조경), 김정은(사이와 경계), 김연금(맥락), 김한배(사회적 예술), 박승진(시민 사회), 남기준(텍스트)의 글 아홉 편을 엮은 2부는 한국 조경의 궤적 위에 펼쳐진 주요 주제를 포착하고 해석한다. 책의 3부는 한국 조경 50년이 낳은 주요 작품을 기록하는 데 방점을 둔 기획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선정한 ‘한국 현대 조경 50’ 작품의 정보를 정리해 싣는다. 2021년 4월 19일부터 5월 21일까지 한국조경학회 회원,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원, 조경 설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303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2 지난 50년의 작품 경향과 시대상이 담긴 대표작 50선에서 한국 조경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한국 조경 50년사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과제는 해석적 비평에 무게중심을 둔 이번 책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동안 『현대한국조경작품집 1963-1992』(도서출판 조경, 1992), 『한국의 조경 1972-2002: 한국조경학회 창립 30주년 기념집』(한국조경학회 편, 2002), 『Park_Scape: 한국의 공원』(도서출판 조경, 2006), 『한국조경의 도입과 발전 그리고 비전: 한국조경백서 1972-2008』(환경조경발전재단 편, 2008), 『한국조경학회 창립 40주년 기념집』(한국조경학회 편, 2012), 『환경과조경』 통권 400호(2021년 8월호)를 비롯한 여러 기록물이 백서, 자료집, 작품집 등의 형식으로 출간되었지만, 종합과 체계라는 기준에서 보자면 아쉬운 면이 적지 않다. 여기저기 흩어져 소실되고 있는 방대한 자료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는 범 조경계 차원의 기획 프로젝트가 절실한 시점이다[email protected] 각주 1.편집고문 조경진, 편집위원장 배정한, 편집위원 김아연·남기준·박희성, 편집간사 임한솔 각주 2.50개 선정작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정보는 『환경과조경』 통권 404호(2021년 12월호)에서 볼 수 있다.
  • [풍경 감각] 때론 잊는 일도 도움이 된다
    2022년 5월 24일, 미국의 롭 초등학교에서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사망한 총기 참사가 일어났다. 참사 이후 미국 정부는 사건이 일어난 학교 건물을 부수기로 결정했다. 건물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비단 롭 초등학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총격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학교를 부수거나,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조하는 것이 보통이다.911 메모리얼 파크,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떠올렸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부수고 지우는 게 아니라, 기억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추모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마치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생각을 하다가 조금 놀랐다. 이런 딱딱한 생각이 돌보지 못하는 귀퉁이들이 떠올라서. 총성이 울리던 교실과 괴한을 피해 달아나던 복도에서, 그리고 빈 책상과 총탄 자국이 남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예전과 같은 날들을 보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때론 부수고, 지워버리고, 그래서 잊어버리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조현진은 조경학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다. 2017년과 2018년 서울정원박람회, 국립수목원 연구 간행물 『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 정동극장 공연 ‘궁:장녹수전’ 등의 일러스트를 작업했고, 식물학 그림책 『식물 문답』을 출판했다. 홍릉 근처 작은 방에서 식물을 키우고 그림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