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정원 생각을 하게 된 건 한 영화 때문이었다. 스포일러를 좋아하지 않아, 미리 어떤 정보도 눈과 귀에 들이지 않으려 한 탓이다. 물론 영화 소개글 한가운데 정원이라는 단어가 떡하니 있기는 했다.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의 가족이 사는 그들만의 꿈의 왕국 아우슈비츠. 아내 헤트비히가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 김모아
-
야외에서도 실내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 예부터 건축물은 비바람과 외부의 위험 요소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에 따라 외부 공간은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곳, 내부 공간은 안락한 휴식을 할 수 있는 곳 등으로 쓰임새를 구분해왔다. 하지만 생활 수준 향상과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그 경계가 흐릿해지고 실내 같은 외�…
-
5월호 에디토리얼 원고를 서둘러 쓰고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딱 한 달 뒤 암스테르담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표만 예약한 채 떠난 긴 여행. 두 가지 큰 원칙만 정하고 모든 걸 열어뒀다. 첫 번째 원칙은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기. 어느 도시를 다음 행선지로 할지, 내일은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하지 않았다. 두 번째 원칙은 모든 종류의 활자로부터 멀어지기…
- 배정한
-
이번 역은 길음, 길음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길음역이 마음에 들어. 짧아서 불만인 게 많았거든. 봐, 나는 키가 작고, 손가락도 짧아. 근데 이 역에서는 딴청을 부릴 수 있지. 키? 길음. 손가락? 길음. 무엇을 물어도 ‘나는 길음이야’ 한다고. 꽃비 날리는 봄도, 손 살랑 흔들고 돌아서는 가을도. 짧아서 아쉬운 것 모두가 여기서는…
- 조현진
-
다시, 봄 봄이 왔고 나무에 생기가 흐른다. 겨울을 견디지 못한 개체들은 사월에도 가지가 말라 있다. 때 이른 더위에 꽃을 내미는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오목공원은 지난겨울 완공됐다. 해를 넘기지 말자고, 어찌어찌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가림막이 걷히고 모든 통행로가 열렸다. 농구장에서는 다시 아이들의 공놀이 소리가 들린다. 아직 가끔 쌀쌀하다. 몇몇은 볕을…
- 디자인 스튜디오 loci
-
경관은 건축된 것인가(각주 1) 가렛 에크보(1910~2000)가 던진 질문이다. 그는 이 문장으로 조경의 오래된 화두인 경관과 건축의 관계를 짚었다. 단 세 단어로 말이다. 질문에 담긴 맥락은 다음과 같다. “건축가는 구축에만 관심을 두고, 조경가는 배경을 이룰 경관에만 관심을 두는 듯하다. 이러한 전문적, 학술적, 법적 경계는 땅에 없는 지적인 분리를…
- 임한솔
-
지난 5월 16일부터 26일까지 뚝섬한강공원에서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됐다. 초청정원(1개)을 비롯해, 작가정원(10개), 학생·시민·기업동행정원(10개, 15개, 17개), 기관참여정원(4개), 글로벌정원과 시민참여로 조성한 정원(19개) 등 76개 정원을 선보였다. 정원 명칭을 비롯해 작가정원 공모 키워드에서 발견되는 ‘동행’이라는 단어는…
-
정원에 가는 이유 우리는 정원에 왜 가는가. 단지 아름다운 것을 보기 위해 가는 것인가. 정원은 단지 심미적 요소로만 채워지는가. 정원은 아름다운 것들의 향연인 공간을 넘어, 생각보다 많은 의미와 가치를 담은 장소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정원이 보는 것 이상의 공간이 되도록 정원 본래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담아내고자 한다. 인간과 자연이 모두 앉아 쉬는…
- 김영민, 김영찬
-
동식물과 인간의 공생 동식물과 인간이 함께하는 정원을 꿈꾸며, 자연의 횡단면을 통해 미시 세계를 볼 수 있는 정원을 조성했다. 지그재그 경사로를 따라 놓은 다섯 개의 서식지 섬은 한국의 식생 커뮤니티를 보여준다. 서식지 섬에 설치된 유리벽은 토양의 단면, 그 속에 담긴 식물의 뿌리와 곤충의 삶을 드러낸다. 한국의 경관 특성을 담다 완만하게 경사진 대상지의…
- He Yang, Chen Hongliang
-
바쁜 도시 생활 속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평온한 삶은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동경의 대상이다. 도시 속 정원은 현대인이 자연에 둘러싸여 잠시나마 조용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다. 뚝섬한강공원에 주변의 인공물과 번잡함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연에 360도로 둘러싸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라운지형 공간 구조와 식재 스케일의 섬세한…
- 이창엽, 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