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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지난 50년간 한국 조경은 도시와 경관, 지역과 환경, 삶과 문화의 틀과 꼴을 직조하며 발전을 거듭했지만, 자료의 저장과 성과의 기록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 다음 50년, 한국 조경의 시선으로 도시와 경관을 둘러싼 글로벌 이슈를 대면하고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가기 위한 필요 조건은 지난 50년의 성과, 작품, 제도, 교육, 인물을 촘촘히 기록하고 면밀히 저장하는 체계적 아카이브입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소실되고 있는 자료와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수집, 정리, 공유, 소통하는 범 조경계 차원의 기획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환경과조경』의 편집도 ‘한국 조경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아카이브에 비중을 둘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2023년 1월호 ‘에디토리얼’을 통해 올해 『환경과조경』의 편집 방향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이번 특집은 그 아카이브 작업의 시작입니다. 한국 조경이 태동한 지 50년이 된 2022년을 보내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50년을 맞이합니다. 다가올 50년을 위한 설계안을 그릴 때입니다.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관찰하며 자성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첫 작업으로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조경협회의 새 목표를 담은 글을 싣고, 2022년의 의미 있는 사건들을 기록합니다.
2013년 제정된 ‘한국조경헌장’이 새로운 조경의 좌표를 제시할 수 있도록 현재 사회의 요구에 맞춰 개정됐습니다. 변화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개정 전후의 헌장 전문을 수록했습니다. 박승진의 글에서 유럽,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카 지역 조경 헌장의 형식 및 내용과 개정 과정에서 오간 논의 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조경50 비전플랜’은 새로운 50년을 모색하기 위한 선언입니다. 조경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은 제25회 올해의 조경인 인터뷰를 통해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은 미국의 자연과 공원을 관리·보존하기 위해 100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며, 싱가포르, 중국, 미국 디트로이트의 여러 기관과 지자체는 50년 계획을 설정하기도 한다. 한국도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환경과조경』 2022년 12월호)며 긴 시간을 내다보는 비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수립 과정을 담은 이유직의 글을 통해 조경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전문 분야이자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기술 분야로서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연말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에서 열린 ‘리:퍼블릭 랜드스케이프: 한국 조경 50년 기념전+IFLA 한국 개최 성과전’을 지면으로 중계합니다.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 조경 50년 기념전+IFLA 한국 개최 성과전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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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다시 도약하는 조경
올해의 1월도 작년의 1월과 다름없는데 무게감에서 확실히 다름을 느낀다. 2022년 초에 있었던 한국조경학회장 선거가 온라인으로 치러졌기에 모든 것을 글로만 준비해서 그런가, 올해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한국조경학회 공식 홈페이지 인사말에 ‘다시 도약하는 조경, 조경의 심장이 되겠다’고 적었다. 한국 조경 50주년 기념 행사장을 나오면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지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학회는 항상 조경 분야의 핵심적 존재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심장이 되겠다는 것이 뭐 그리 새로운 약속이고 결심인가. 다섯 번의 10년, 한 세기의 중간 지점 등 50년의 의미를 찾자면 끝이 없다. 상징적인 시간을 통과하는 지금, 우리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1789년에 취임했다. 환호 속에서 내딘 첫 발이었지만 대립과 갈등은 외화내빈의 극치였다. 특단의 조치로 새 수도 건설을 계획했고, 대통령 관저 기공식은 야심찬 통합의 출발 신호였다. 공사가 늦어져 자신은 입주도 못하고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John Adams)가 첫 주인이 되었으나 수도, 난방, 램프, 방수 등의 문제로 건물은 엉망이었다. 영국과의 전쟁, 남북전쟁을 거치며 몇 차례 훼손도 발생했다. 율리시스 그랜트(Ulysses Grant)와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이 대대적 보수 공사를 했으나 물이 차고 벽에 금이 가는 등의 구조적 문제는 계속 노출됐다. 이에 따라 해리 트루먼(Harry Truman) 대통령은 골조만 남기고 해체 수준의 대공사를 시행했다. 아름다운 모습의 백악관과 그 앞뜰은 250여 년이 지나고서야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50년의 시간은 우리를 성숙시켰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어쩔 수 없는 노화를 가져왔다.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심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제26대 한국조경학회 회장단은 젊어지는 것을 우선으로 선택했고 사무실도 바꿨다. 몸을 바꿔야 심장도 활기차게 기능을 할 수 있다.
녹색자원부의 필요성을 학회에서 논의한 적 있다.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 환경부, 산림청, 국토교통부의 기능을 하나로 집약시킨 행정부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이미 세계는 방향을 정했고 변속 기어를 올리고 있다. 브렉시트는 EU와 영국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기후변화에 기반한 경제 구조 개편은 이것의 또 다른 양상이다. 빅토리아 시대 이후 얻은 ‘해가 지지 않은 나라’에서 해가 없어졌다.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음으로써 해의 주인이 되었던 영국에 더 이상 해가 뜨지 않게 된 것이다. 해를 끌어내야 했기에 영국은 환경 문제를 거론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몇몇 경제 강대국이 외면해버림으로써 다시 해가 뜨는 것은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오염시킨다는 세계의 손가락질에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닌 한국도 세계와 약속했고 더디긴 하지만 발을 내딛고 있다.
조경의 세상은 어떠한가. 녹색을 다루는 분야이므로 조경은 예외라고 생각하는가. 2022년 말 조경계 원로와 차 한 잔 마시는 자리가 있었다. 산림청의 가치에 대하여 오랜 세월의 경험을 말해줬다. 도시에서의 쓰임새에 대한 노선배의 혜안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산림청과 함께했던 도시숲 입법화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출발이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조경계의 무원칙, 무지, 무례한모습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어둠의 세상을 봤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던 전쟁이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제라도 반성하지 않으면 그 어둠의 터널은 돌아오지 못할 수직 갱도가 될 수도 있음을 가슴 깊이 새긴다.
코로나19는 세계인에게, 코로나19와 인구 성장 마이너스는 한국인에게 처음으로 안겨진 생소한 장벽이다. 코로나19는 백신과 약제를 개발하면 극복할 수 있지만 인구 절벽에는 특효약이 없다. 신의 한수로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더라도 최소한 20년 이상 대학과 사회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학과 업은 지금까지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인구 절벽 앞에 서 있는 지금, 누구 하나의 노력으로는 극복이 안 되기에 지금까지 취한 자세와는 헤어질 결심이 필요하다.
인구가 늘어나던 시대에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았기에 문제의 초점은 다음 단계 진출을 위한 경쟁이었다. 이제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공급선을 뚫어야 하고 자원을 찾아야 한다. 국가가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을 만드는 동안 업계는 취업 자원을, 대학은 입시 자원을 발견해야 한다. 학회는 학계와 업계의 중간에서 이를 찾는 매개 역할을 하려 한다. 인턴제의 활성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졸업자, 퇴직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운용, 퇴직 교수들의 자원화 등 조경을 사회적 교육 차원으로 바꾼다면 이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광역단체장들의 공약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정원 조성이다. 산림청을 중심으로 정원 조성 사업에 많은 투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원사 양성을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공원까지는 몰라도 정원은 모든 이에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조경의 영역이다. 초등학생부터 퇴직자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도구가 손 안에 있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들에 대한 교육은 조경이라는 세상을 넓힐 수 있는 미래 산업이 될 것이고,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확실한 방안이 될 것이다. 소량 다품종이라는 조경 분야의 특성이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고 IT나 AI, 가상 공간 등 첨단화가 조경의 입지를 약화시킨 것처럼 보이지만, 정원과의 적절한 접목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조경 산업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학회는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하는 장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50년간 해왔던 학회의 사업을 업계와 함께하는 사업으로 문을 열고자 한다. 최종 사용자이며 본체인 업계와 CPU로서 학계가 함께할 수만 있다면 스마트한 조경 세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학자들의 공간인 학회를 업계와 머리를 맞대는 공간으로 열려 한다. 방향은 명확하다. 한국조경학회 홈페이지 인사말을 옮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멀리 가야 합니다. 빨리 갈 필요는 없습니다. 함께 발굴하고 함께 교육하고 함께 세상을 넓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합시다. 우리의 자산인 훌륭한 두뇌 자원을 하나로 응집해 ‘함께’라는 조경호의 컨트롤 타워가 됨으로써 한국조경학회는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김태경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강릉원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경 계획과 설계, 조경 미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지역 재생의 수단으로 정원의 가치를 인식하고 홍천에서 정원 마을 만들기를 실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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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한국 조경 100년의 초석을 쌓다
올해로 창립 43년을 맞는 한국조경협회는 조경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조경인 단체다. 2000년에 사단법인으로 전환했으며 2018년에 사단법인 한국조경사회에서 사단법인 한국조경협회로 명칭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조경협회는 그동안 공무원 조경직제 신설, 조경진흥법, 도시숲법, 산림자원법, 산림기술진흥법 등의 제정과 조경진흥기본계획 수립, 조경지원센터 설립 추진 등 조경계 발전을 위해 지속적이고 적극적인활동과 실천을 해왔다.
2022년 한국조경협회는 한국 조경 5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환경조경발전재단과 긴밀히 협조해 성황리에 끝냈으며, 한국에서 30년 만에 열린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를 한국조경학회와 혼연일체가 돼 잘 치러냈다. 특히 그동안 위축됐던 조경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공공 기관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며 광주컨벤션센터에서 대회 기간 선보인 조경산업전K-Landscape Expo은 세계적으로 돋보인 대국민 행사였다. 한국조경협회가 성공적으로 행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낌없는 성원과 적극적 후원을 보내준 조경인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경인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며 생태계 보전, 재해 예방 및 국민 건강 복지, 지속가능하고 회복탄력적인 환경 창출을 위해 조경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환경 복지 차원에서 공공 조경을 대표하는 공원과 정원 문화의 확산으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는 조경인의 노력과 엄중한 자세도 요구되는 시기다.
한국조경협회 회장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조경계가 당면한 많은 갈등과 도전을 치유하고 화합하며한국 조경 100년의 초석을 쌓기 위해 범 조경계에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지금까지 환경조경발전재단 중심으로 펼친 모든 정책적, 전략적 접근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로 나타났어도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면 당면한 조경계의 여러 이해관계와 대정부 창구 역할은 지금처럼 환경조경발전재단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경 단체별로 서로 다른 입장과 역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국 조경 100년을 위해 화합이 필요하다.
둘째, 제2차 조경진흥기본계획을 조경계가 뜻을 모아 만든 만큼 이제는 이 법정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특히 올해는 반드시 조경지원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회,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내년 초에는 정부 예산을 확보, 조경계의 숙원 사업들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협회가 적극 앞장서서 나갈 것이다.
셋째, 조경설계 업계의 숙원 사업인 조경설계 자격제도와 관련하여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가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인회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조경사’ 자격제도가 조경진흥법의 개정 후 조경사법의 제정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수많은 젊은 조경인은 현실적인 설계 대가의 지급과 공정한 설계 문화의 정착 그리고 설계 자격제도 신설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젊은 조경인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넷째, 최근 ‘한국조경50 비전플랜’으로 발표된 내용은 시의적절하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담았다. 비전플랜을 기초로 앞으로 다가올 백년을 준비하는 전략과 실행 계획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 기초는 각 조경 단체가 서로 의견을 나누며 각자의 역할과 실천이 담보된 실행 계획을 세울 때 만들 수 있다.조경 산업계의 구체적 발전 계획이 담기지 않은 비전플랜은 사상누각이 될 확률이 높고 선언적 의미로만 그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조경협회는 전국 지회의 활성화와 확대를 통해서 전국 조경의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앞장서고자 한다. 이번 2월부터 송파의 사무국을 강남의 과학기술회관으로 옮겨 한국조경학회와 함께 조경 세미나 정례화를 통해 조경인이 만나고 정보를 교류하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올해부터는 조경인 체육대회를 부활시키고 조경인 건강한 공원 걷기 행사를 통해 젊은 조경인의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2024년에는 협회 지회와 협력하여 전국의 조경인 모두가 모이는 전국 조경인 체육대회를 개최하고자 한다. 준비를 위해 추진위를 만들고 전국 지회 회장단의 정기 모임도 신설했다. 조경인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안세헌은 가천대학교와 한양대학원에서 조경 계획과 설계를 익혔다. 1999년에 가원조경설계사무소를 설립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마스터플랜, 인천청라호수공원, 부천대장 공공주택지구 마스터플랜 등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경가의 위상 강화와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갖고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초대회장과 한국조경가협회 추진위원장을 맡았으며, 2023년부터 한국조경협회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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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한국조경헌장(2013)
한국조경학회는 조경의 정체성을 천명하고 미래 조경의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국조경헌장’ 제정을 계획했다. 2013년 조경진 위원장(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과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한배(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loci 소장), 배정한(서울대학교 교수), 최정민(순천대학교 교수)으로 조경헌장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다양한 의견을 담기 위해 여덟 차례에 걸친 내부 회의와 공개 세미나를 열었다. 같은 해 10월 28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조경의 날 기념식’에서 한국조경헌장이 발표되었다. 한국조경헌장은 조경의 가치, 대상, 영역, 과제 등을 통해 한국조경학회 40년 역사에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대사회적 홍보의 토대가 되었다. _ 편집자 주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이다.
조경은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이다. 조경은 생태적 위기에 대처하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고,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경관을 구현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조경의 책임이자 과제이다.
한국조경학회는 이 헌장을 통해 조경을 재정의하고 고유한 가치를 공유하며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I. 조경의 가치
자연적 가치
자연은 생명의 원천이다. 지구에는 다양한 동식물종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조경은 이들의 건강한 공생을 중시한다. 자연은 현 세대를 위한 소비의 대상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자원이다. 조경은 자연과 사람 사이에 형성되어 온 부조화를 해소하고 상처받은 자연을 건강하게 치유한다.
사회적 가치
삶의 터전은 유한한 공간이자 공공의 자원이다. 사회 구성원은 이 터전을 지혜롭게 공유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조경은 시민의 공공적 행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조경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공공 환경을 조성한다.
문화적 가치
인류가 축적해 온 인문적 자산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는 조경의 토대이다. 조경은 역사성, 지역성,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창의적 예술 정신을 지향한다.
II. 조경의 영역
정책
정책은 환경과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정치적·행정적 기반이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조경 정책 수립은 조경의 다른 영역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다. 정책 입안과 결정에 조경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계획
조경 계획을 통해 관련 분야의 의사 결정 과정에 방향을 제시하며, 설계의 합리적 체계와 틀을 제공한다. 조경 계획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다양한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여 토지 이용과 관리 기준을 도출하는 계획과 그리고 설계의 선행 단계로서 구체적인 실행안을 제시하는 계획이다.
설계
조경 설계는 계획안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창작 행위이며, 계획설계, 기본설계, 실시 설계, 감리의 과정으로 나뉠 수 있다. 조경가는 설계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복합적인 요구와 문제를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한다.
시공
조경 시공은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환경을 건설하는 과정이다. 시공의 수준은 조경 공간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시공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책임감 있는 장인 정신과 합리적인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
운영·관리
운영·관리는 조경 공간의 물리적 환경을 유지하고 사회문화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과정이다.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 못지않게 이용 프로그램 운영도 조경의 중요한 영역이며, 이를 통해 공간의 가치가 제고된다.
연구
조경 연구는 조경의 고유한 영역뿐만 아니라 조경과 관련된 인문·사회적, 과학·기술적 학문 연구를 포괄한다. 보다 우수한 환경과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실천적 연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요구되며, 다른 학문 분야와의 적극적인 학술 교류와 협력도 필요하다.
교육
조경 교육은 사회의 변화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실천적 기술을 제공한다. 교육의 영역은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지닌 조경 전문가를 양성할 뿐만 아니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전문가의 재교육까지 아우른다.
III. 조경의 대상
조경이 다루는 토지와 경관은 국토, 지역, 도시, 교외, 농·어촌을 포괄한다. 각 범위의 자연 생태계와 사회·문화적 맥락은 조경의 토대이자 대상이다. 조경의 대상은 정원과 공원을 근간으로, 도시 경관, 자연 환경과 문화 환경, 사회적 공간과 삶의 기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1. 정원은 단독 및 공동주택 정원, 비주거용 건물 정원(상업·의료·업무·문화 시설 등의 정원), 공공 정원(공개공지, 공공시설의 정원), 실내 정원, 옥상 정원, 식물원, 수목원 등을 포함한다.
2. 공원은 도시공원, 도시자연공원, 자연공원 등을 포함한다.
3. 녹색도시기반시설은 정원, 공원, 녹지, 보행 공간, 광장, 자전거도로, 도로 조경 공간, 가로 시설물, 주차 공간, 비오톱, 도시 숲, 학교 숲 등을 포괄한다.
4. 역사·문화 유산은 유·무형 문화재, 사적·명승 같은 기념물, 민속 자료, 문화재 자료, 향토 유적, 정원 유적, 근대 문화 유산, 비지정 문화재 등과 관련 공간을 포함한다.
5. 산업 유산은 산업 관련 사회적 행위를 위해 사용된 장소로 항만, 공장, 창고, 수운 시설, 철도·운송 시설, 발전 시설, 농업 시설, 광업 시설, 교통 시설, 종교 시설, 교육 시설, 주거 시설 등을 포함한다.
6. 재생 공간은 용도가 폐기된 항구·광산·채석장, 군사 시설 이전지, 산업 시설 이전지, 쓰레기 매립지, 오염 지역, 용도가 불확정한 공간 등을 포함한다.
7. 교육 공간은 학교 교정, 대학 캠퍼스, 연구 시설, 청소년 수련 시설, 체험 학습원 등을 포함한다.
8. 주거 단지는 단독 주택 단지, 연립 주택 단지, 아파트 단지 등을 포괄한다.
9. 건강과 공공 복지 공간은 범죄 예방(CPTED) 공간, 무장애 공간, 도시 농업 공간, 치유 공간 등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공간을 포괄한다.
10. 여가 관광 공간은 스포츠 시설, 골프장, 스키장, 온천, 캠핑장, 유원지, 워터파크, 놀이공원, 관광 숙박 시설, 관광 편의 시설 등을 포함한다.
11. 농어촌 환경은 농·어촌 경관 계획 및 마을 계획, 농어촌 휴양 단지, 관광 농원, 그린 투어리즘, 자연 휴양림 등을 포함한다.
12. 수자원 및 체계는 배수 체계, 지하수 함양, 홍수 조절, 생태 습지, 유수지, 빗물 정원, 친수 공간 등을 포함한다.
13. 생태 자원 보존 및 복원 공간은 생태 숲, 생태 통로, 연안 생태계, 하천, 습지, 서식처 등의 보존 및 복원이 필요한 공간, 기후·토양·동식물상의 조사 분석, 생물 다양성 증진이 필요한 공간을 포함한다.
IV. 조경의 과제
1. 세계화의 정신을 지향하는 동시에 지역성과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를 발견한다.
2. 대지, 경관, 삶의 의미와 역사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창의적 조경 작품을 생산하고,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조경 문화를 형성한다.
3. 계획과 설계 행위를 통해 생물종 다양성을 제고하고,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의 설계 해법과 전문 지식을 갖춘다.
4. 누구나 자유롭게 찾고 경험할 수 있는 건강하고 안전하고 민주적인 공간을 구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 복지를 지향한다.
5. 시민과 협력하고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참여의 문화와 리더십을 실천한다.
6. 복합적 도시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전문 지식과 기술을 축적한다.
7. 관련 분야와의 협력을 선도하고 조정하며 도시와 자연 환경의 문제를 융합적·통합적으로 계획·설계·관리한다.
8.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조경가의 직업 윤리를 확립하고 질 높은 조경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3년 10월 28일 제정
한국조경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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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한국조경헌장(개정, 2022))
2022년, 한국조경학회는 2013년 제정된 ‘한국조경헌장’을 현 사회의 요구에 맞춰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조경헌장 작성에 참여한 연구팀과 관련 전문가로 개정위원회를 꾸렸다. 박승진 위원장(디자인 스튜디오 loci 소장)을 주축으로,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민병욱(경희대학교 교수, 배정한(서울대학교 교수), 서영애(기술사사무소 이수 대표), 이유직(부산대학교 교수), 조경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교수), 최정민(순천대학교 교수)이 참여해 개정을 진행했다. _ 편집자 주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이다.
조경은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고,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경관을 구현한다.
한국조경학회는 이 헌장을 통해 조경을 재정의하고 고유한 가치를 공유하며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I. 조경의 가치
자연적 가치
지구에는 인간과 더불어 다양한 동식물종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조경은 이들의 건강한 공생을 존중한다. 자연은 현 세대를 위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자원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조경의 중요한 책무다.
사회적 가치
삶의 터전은 유한한 공간이자 공공의 자원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은 이 터전을 지혜롭게 공유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조경은 시민의 공공적 행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조경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전 세대가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문화적 가치
인류가 축적해 온 인문적 자산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는 조경의 토대이다. 조경은 우리의 역사성, 지역성의 바탕 위에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궁극적으로 창의적 예술 정신을 지향한다.
II. 조경의 영역
정책
조경 정책은 조경의 대상과 행위를 조정하고 유도하는 정부 및 공공 주도의 방침으로 조경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조경정책가는 조경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가, 지자체,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공유할 수 있는 조경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계획
조경 계획은 예측되는 미래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논리와 상상력을 포함한 지적 행동으로 법률과 정책에 의해 규제되고 유도된다. 조경계획가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대상지의 토지 이용이나 관리 기준을 장기적 관점에서 제시하거나, 설계의 선행 단계로서 전체적인 공간의 틀과 수행 체계를 제시한다.
설계
조경 설계는 예술과 디자인 전통에 기반하여 자연과 문화의 결합을 실천하는 전문 영역이다. 조경설계가는 전문적 지식과 실천적 숙련을 바탕으로 개념 단계부터 시공까지 대상지에 정교하게 부합하는 예술적 구성과 결과를 창출한다. 조경 설계는 계획설계, 기본설계, 실시설계, 감리 단계로 구분한다.
시공
조경 시공은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조경을 구현하는 과정이다. 조경시공자는 자연 재료와 인공 재료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비용과 안전, 기술적 문제를 고려하여 설계를 구현하기 위한 섬세한 작업을 수행한다. 시공은 조경 공간의 완성도와 질적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다.
감리
조경 감리는 설계안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공 품질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행위다. 조경감리자는 사업(시행)자와 시공자 사이의 중립적 위치에서 설계 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를 확인하고, 품질 관리ㆍ공사 관리ㆍ안전 관리 등을 지도ㆍ감독한다. 감리는 설계 감리, 검측 감리, 시공 감리, 책임 감리로 구분되지만, 보다 충실한 디자인 의도 구현이 필요한 경우 설계자가 직접 참여하는 디자인 감리를 채택한다.
운영·관리
운영·관리는 이용자들의 체험과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조경 공간의 활용과 가치를 증진시키는 과정이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조경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과 관리에 중점을 둔다. 조경운영·관리자는 대상지의 특성과 잠재력, 소유자 및 사용자의 요구를 바탕으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필요와 열망을 충족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개선하며, 해결안을 제시한다.
연구
조경 연구는 자연에서부터 인공 환경까지 모든 경관 유형과 이와 관련된 행위를 다룬다. 조경연구자는 조경의 고유한 영역뿐만 아니라 사람과 환경 간의 지속가능한 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
교육
조경 교육은 사회의 변화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실천적 기술을 제공한다. 조경교육자는 조경 학위 과정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생애주기 프로그램이나 전문가 재교육 같은 비학위 과정을 통해 조경을 교육한다. 산업조경 산업은 조경 공간 구현을 위한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조경 산업 종사자는 관련법규에 따라 관련 조사·분석, 연구, 계획·설계, 시공, 감리, 운영,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거나 식물·비식물 소재의 생산과 판매, 유통업을 영위한다.
III. 조경의 대상
조경은 다음과 같은 공간 및 시설물을 대상으로 한다. 정원과 공원 이외에도 도시, 건축, 토목 등이 다루는 외부공간을 대상으로 하며, 생태 환경, 경관과 같은 광범위한 대상도 포함한다.
정원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 공동체정원, 생활정원, 주제정원 옥상 정원, 실내 정원 등
공원과 녹지
자연공원, 국립공원, 도립공원, 광역시립공원, 시립공원, 군립공원, 지질공원
국가도시공원, 생활권공원(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주제공원(역사공원, 문화공원, 수변공원, 묘지공원, 체육공원, 도시농업공원, 방재공원), 도시자연공원구역
완충녹지, 경관녹지, 연결녹지
도시숲, 생활숲, 경관숲, 학교숲
이전적지 공원(군부대, 학교, 쓰레기매립장, 철로, 하수처리장 등의 시설이 폐쇄 혹은 이전한 부지의 공원화)
광장과 가로
광장–대광장, 근린 광장, 경관 광장, 건축물 부설 광장
가로 공원, 가로 녹지, 도로, 보행자 전용도로, 자전거도로, 공공 공지, 주차장 등 건축 외부 공간
단독 주택, 공동 주택, 근린 및 업무 시설, 숙박 시설, 문화 및 종교 시설, 상업 시설, 교통 시설(철도, 공항, 터미널), 의료 시설, 교육 연구 시설, 산업 시설 등
공개공지
체육 공간
생활체육공간, 운동장, 육상장, 야구장, 축구장, 농구장, 배구장, 야구장, 테니스장, 게이트볼장, 기타구기장, 수영장, 스케이트장, 스키장, 롤러스케이트장, 승마장, 사격장, 궁도장, 골프장, 씨름장 등
관광과 여가 공간
동물원, 테마파크, 워터파크, 유원지, 온천, 서바이벌 게임장, 야외 음악당, 야외극장, 조각 공원, 야외 전시장, 전망대, 휴게소 등
식물원, 수목원, 자연휴양림, 산림욕장, 야영장, 놀이터, 유아숲체험장, 청소년수련장, 노인휴양촌, 농어촌 관광 휴양 단지, 관광 농원 등
역사 공간과 문화재
전통 정원, 명승지, 유적지, 역사 경관 보존지, 근대 문화 유산 등
해안·하천·수공간
해안, 항구, 도서, 하천, 갯벌, 간척지, 유수지, 저류지, 저수지, 댐 등
마리나 항만, 수변 공간, 고수부지, 해수욕장, 수영장, 물놀이장, 호수, 연못, 습지 등
생태 환경
기후 환경, 생태계, 산림, 초지, 수계, 서식지, 생태통로, 비오톱, 자연 보호 구역, 생태
습지, 생태 통로, 빗물 정원, 저영향개발LID 시설 등
경관
국토 경관, 자연 경관, 도시 경관, 농어촌 경관, 마을 경관, 역사 경관, 산업 경관, 문화
경관 등
IV. 조경의 과제
1. 지구 전역의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계획·설계 해법을 마련하고,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실천적 자연기반해법을 제시한다.
2. 포스트–팬데믹 도시와 사회에 대처하는 건강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환경 정의와 공간 복지를 실천한다.
3. 공원 네트워크와 그린 인프라 체계를 구축하여 도시 환경과 경관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한다.
4. 도시의 사회적 인프라로 작동하는 공공 공간을 형성하고, 시민 참여와 커뮤니티 협력 문화를 실천한다.
5. 도시와 경관의 고유성과 지역성을 발굴하고,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적 실험성을 존중한다.
6. 아름답고 안전하며 민주적인 장소를 만드는 조경의 전문성과 조경가의 직업 윤리를 재정립하여 질 높은 조경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3년 10월 28일 제정, 2022년 12월 9일 개정
한국조경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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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한국조경헌장의 제정과 개정
헌장?
헌장(憲章, charter)이라는 말은 사실 좀 낯설다. 대체로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알고는 있으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다. ‘어린이헌장’이나 ‘국민교육헌장’처럼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회적, 정치적 선언이나 청원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한국조경헌장’처럼 하나의 조직이나 전문 분야가 궁극적으로 표방하는 가치나 지향점 혹은 규범을 공적으로 표명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로 제정하고 공표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조경헌장을 제정하다
한국조경헌장의 태동은 2013년 한국조경학회에 헌장 제정을 위한 별도의 TF 팀을 구성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조경 분야는 학계와 업계 모두에서 비약적으로 확장, 전문화되어가고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조경이라는 전문 분야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었다. 분야의 특성상 업역 자체가 여러 분야와 관련을 맺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영향력도 커지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조경’을 정의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며, 조경이 어떤 대상을 다루고 있으며, 큰 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또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는지 정리하고 담아낼 ‘헌장’이 필요했다. 조경 분야가 헌장을 제정하고 공유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 또는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세계조경가협회IFLA는 해당 지역에 따라 다양한 내용과 구성으로 조경헌장을 제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 지역의 조경헌장은?
IFLA Europe(유럽)은 헌장을 통해 조경이라는 전문 영역을 규정하는 모든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조경에 대한 중요한 어휘들을 정의하고 있으며, 이어서 조직의 구성과 운영에 관련된 사항, 조경의 일반적인 원칙, 조경의 대상이 되는 공간 유형과 조경의 역할, 교육과 훈련, 조경 실무에 필요한 제반 사항까지 꼼꼼히 기술하고 있다. 특히 매년 개최되는 세계조경가협회 이사회(IFLA World Council)에서 채택된 중요한 의제들을 지속적으로 헌장에 업데이트하여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적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IFLA Europe이 한마디로 조경의 모든 것을 헌장에 충실히 담아낸 경우라면, 다른 지역은 해당 지역의 특별한 의제나 추구하는 원칙과 목표를 비교적 간략히 정리하고 있다.
IFLA APR(아시아–태평양)의 경우, 이 지역에 소속된 국가들이 조경 행위에서 기반하고 추구해야 하는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헌장을 구성했다. 특히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지원, 모든 생명체에 대한 지속가능한 관리, 인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장소 만들기, 포용성 등에 대한 중요한 원칙을 기술하고 있다.
IFLA Americas(아메리카)의 경우는 대륙 경관(특히 남미)의 특성,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추구해야 하는 원칙과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호주조경가협회Australian Institute of Landscape Architects(AILA)는 간결한 구성의 헌장(The Australian Landscape Charter)을 가지고 있다. 조경 행위의 원칙과 역할별 전략, 중요한 키워드에 대한 정의로 이루어져 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박승진은 경관, 도시, 정원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loci 대표소장이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를 거쳐 우리나라 1세대 조경설계사무실인 서안에서 설계 실무를 했다. 워커힐호텔, 서울아산병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07년에 현재의 사무실을 열어 풀무원 물의 정원, 남해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강릉 시마크호텔, 아모레퍼시픽의 기술연구원 및 오산 뷰티캠퍼스, 제주 오설록 티하우스, 아모레퍼시픽 본사사옥, 통의동 브릭웰정원, 대구 미래농원(mrnw) 등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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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한국조경50 비전플랜
한국조경학회는 반세기에 이른 한국 조경의 역사를 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을 위한 비전을 모색하고자 ‘한국조경50 비전플랜’을 발표했다. 2021년 이유직 위원장(부산대학교 교수), 김건우(한양대학교 교수), 박재민(청주대학교 교수), 서미경(해안건축 수석), 안명준(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 이상민(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진형(고려대학교 교수)이 비전플랜위원회를 결성하고, 세 개 분야(조경의 개념과 정체성, 조경의 영역과 전문성, 미래 환경의 변화와 조경의 대응)의 내용을 조사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완성한 ‘한국조경50 비전플랜’을 2022년 10월 28일 영남대학교에서 개최된 추계학술대회 특별행사에서 선언했다. _ 편집자 주
한국 조경은 지난 50년 국토 환경 보전과 공간 복지 향상을 실천하며,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자 행복한 삶의 기반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조경은 심화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의 질과 인간의 건강·웰빙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론과 실무의 균형, 기술 혁신과 사회적 책임, 개방적 자세와 문화적 기여, 그리고 인재 양성 등을 다하고자 다음과 같이 ‘한국조경50 비전플랜’을 선언한다.
1. 조경은 현장 중심의 학문과 산업으로 이론과 실천의 균형을 위해 ‘분석·계획·설계·시공·운영·관리’의 전 분야를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2. 조경은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구현, 생태계 보전, 도시 불평등 해소, 재해 예방 및 국민 건강 증진, 지구적 협력에 힘쓰며 미래를 선도하는 지식 축적과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
3. 조경은 경관 가치 향상과 지속가능하고 회복탄력적인 환경 창출을 목표로 협력하며,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사회적인 책임과 윤리를 다한다.
4. 조경은 개방적인 자세로 다양한 분야와 교류하고 사회와 소통함으로써 시대적 변화 요구에 대응하며 연구와 교육, 실무의 고도화를 통해 국가 정책 및 사회 공익에 기여한다.
5. 조경은 다양한 국토·도시·환경·사회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여 조경인의 위상을 높이고 조경의 지평을 넓히도록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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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한국조경50 비전플랜, 의미와 수립 과정
한국조경50 비전플랜, 의미와 수립 과정
한국조경50
현대 조경은 산업혁명이 야기한 산업 도시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여 19세기 말 제도적으로 정착했다. 당시는 과학 기술의 도약으로 여러 전문 분야(profession)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또한 일련의 활동들이 성과를 거두며 사회적으로 필요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그 결과 하나의 전문업으로서 조직이 탄생하였으며 대학에서도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전문 교육이 시작되었다.1
특별한 근현대사를 지나온 한국의 경우, 국토 개발 과정에서 1972년 조경학이 처음으로 정책적으로 받아들여져 대학의 학과로 자리 잡았다. 급속한 경제 성장기를 지나며 한국 조경은 성장하고 발전하였다. 또한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전문 분야이자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기술 분야로서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특히 조경 도입 30주년인 1992년에는 제29차 세계조경가대회를 개최하여 도약의 기회를 가진 바 있다. 2022년은 한국 조경이 50주년이 된 해였다. 이 의미 있는 해를 맞아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를 개최하는 등 국제적 흐름 속에서 조경의 역할과 기능을 되돌아보고 한국 조경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조경50’이라는 용어는 지난 50년에 대한 성찰과 다가올 미래 한국 조경 50년의 비전을 함축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조경이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2022년의 시점에서 그 비전과 비전플랜을 모색하는 것이 비전플랜위원회에게 부여된 임무이고, 본 선언을 하게 된 이유다.
수립 과정
비전은 전체가 지향하는 방향과 노력할 사항을 규정한 것이며, 비전플랜은 명확해진 비전에 대한 장기적 지향점과 단기적 행동을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10월에 제정된 ‘한국조경헌장’은 조경을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이자,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으로 정의하였다. 나아가 조경은 ‘생태적 위기에 대처하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고,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경관을 구현해야’ 하는 과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책임과 과제를 가지고 있음을 선언한 바 있다. 한국조경50 비전플랜은 한국조경헌장이 제시하는 좌표에 따라 그동안 노력해온 조경의 현재를 진단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응해 나아가야 할 실천의 나침반이자 이를 위한 한국 조경의 자기 선언이라 하겠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1899년에 미국조경가협회(ASLA)가 조경 분야 조직으로는 최초로 탄생했다. 대학의 전문적인 과정(program)은 1900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 Charles Waldheim, “Landscapeas Architecture”, Harvard Design Magazine 36, 2013.
이유직은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다. 농촌 조경과 지역 개발의 현장에서 활동하며, 국가중요농업유산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조경학회 비전플랜위원장으로서 ‘한국조경50 비전플랜선언’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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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 조경 50, 기록과 비전] 한국 조경 50년 기념전, IFLA 한국 개최 성과전
한국 조경에서 2022년은 상징성이 큰 해였다. 1972년 제도화된 한국 조경이 쉰 살을 맞이한 해이자, 3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세계조경가대회가 개최된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한국 조경 50년의 발자취를 되짚고,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의 개최 성과를 공유하는 전시가 개최됐다. 이를 통해 우리 국토와 도시에 조경이 미친 영향과 미래를 주도할 조경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에서 2022년 12월 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으며, 전시뿐만 아니라 북토크, 영상 등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를 선보이며 조경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제공했다.
조경진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제25대 한국조경학회 학회장), 이홍길 대표(길디앤씨, 제21대 한국조경협회 협회장), 김태경 교수(강릉원주대학교, 제26대 한국조경학회 학회장), 김학범 교수(한경대학교, 한국조경학회 고문), 김한배 교수(서울시립대학교, 한국조경학회 고문), 김농오 교수(목표대학교, IFLA 지역위원회 위원장), 김도균 교수(순천대학교),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기술사무소), 김부식 대표(한국조경신문) 등 많은 조경인이 참석했다. 전시의 시작을 알린 조경진 교수는 “조경의 성취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선유도공원에서 열린 전시가 많은 시민과 학생들에게 조경이 무엇인가를 알리는 계기와 우리 국토 도시를 건강하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경의 이해와 실천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눠졌다. 1층에서는 ‘조경의 이해와 실천’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였다. 2022년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발표한 UN의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기여하는 조경가들의 실천 전략과 사례를 소개했다.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기후변화와 대응 등 17가지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경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조경헌장과 한국조경50 비전플랜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한국 조경 50년의 역사 동안 출간된 조경 서적 100권을 추려 전시해, 한국 조경의 변천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학생, 시민들이 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경의 탄생, 조경의 가치와 일의 특성을 그림과 내레이션으로 소개한 영상 ‘조경이 뭐예요’가 상영됐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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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숲공원
Yeongheung Forest Park
천년수원에서 영흥숲공원으로
수원 영흥숲공원은 민간공원특례법에 의거하여 민관협력 방식으로 진행한 최초의 사업이다. 수원시는 오랫동안 공원화하지 못하고 있던 영흥숲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사전 검토 후 몇 가지 주요 사항을 결정해 2016년에 공모를 진행했다.
민간공원 개발 사업의 진행 과정은 비공원 시설과 공원 시설, 그리고 각종 평가와 인가 대응 분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우리는 개발 사업이 공원 중심 구도로 진행되는 동시에 사업의 비전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공원 내 수목원 시설을 특화하고 공원 건축과 상호 관련성이 있으며 포용이 가능한 협력 구도를 만들었다. 3명의 MP위원, 수원시와 함께 치열하게 검토하고 논의를 나누며 의사결정을 했다. 다양한 전문가의 수많은 자문 의견도 수렴했다.
건설사는 예상보다 줄어든 공기를 극복하고, 연속되는 난관 속에 최선을 다해 공사를 진행했다. 기대와 바람이 우려와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마침내 공원은 공모 후 7년 만에 준공됐다.공모 단계에서 우리는 ‘천년수樹원_가치 있는 미래숲으로 자라는 공원’이라는 표제를 제시했다. 숲은 긴 시간을 보고 자연과 미래의 주인공들을 위해 준비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천년’을 기약하고자 했다. 한층 더 의미있게 숲을 조성하고자 ‘나무 수’를 쓰고 수원의 상징물이 될 것을 기대하여 '뜰 원’을 붙여 ‘수원’으로 담아냈다.
천년수원은 세 가지 방향성과 12가지의 약속을 담고 있다. 방향성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공원을 통해 삶의 질과 시민 참여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녹색 문화 인프라를 제안한다. 둘째, 생태성을 최대화한 명품 수목원으로서 조성 단계에서 수목이 정착될 때까지 자족적 운영 계획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책임진다. 셋째, 사업의 구조인 비공원 시설로 인해 공공성을 축소하지 않고 공원 속의 쾌적한 주거를 약속한다. 또한 수익성과 경제적 효과가 지역 사회에 환원 되도록 사회적 공원의 모델을 제시한다. 이 선언적 방향성은 지속적인 난관에 부딪혔지만, 문제에 대응하며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됐다.
천년수원의 12가지 약속
가치 있는 미래숲으로 자라나는 공원을 구상하며 다음의 12가지를 주요 실천 전략으로 제시했다. 천년을 준비하는 건강한 참숲, 1,000가지 꽃과 들풀이 있는 수목원, 모두에게 열린 공원, 산지형 공원을 연결하는 6% 구름마루길, 지역 맞춤형 공원 프로그램, 수원다운 수원성을 담은 공원, 스마트 수목원,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공원, 지속가능한 시민 참여 문화 자치 공원, 보행축을 공원으로 내어주는 상생, 공원이 있는 삶과 우수한 주거 단지의 연결, 기분 좋은 콘텐츠가 있는 복합 문화 체육 공간. 일부 변경된 내용이 있지만 기본적인 가치는 모두 담고자 했다.‘천년수원’의 명칭은 최종적으로 공모를 통해 ‘영흥숲공원’으로 정해졌다. 미사여구 없이 지닌 모습 그대로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개발 사업이라는 과업
영흥숲공원은 2022년 10월 가을 정취를 맞으며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수목원은 조성 후 적정한 보완·숙성을 거쳐 만물이 소생하는 올해 봄에 개장할 예정이며, 5월에 비공원 시설인 공동주택에 입주가 이뤄지면 사업이 완결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민간공원 내 공동주택 건설을 위한 도시관리계획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시행했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의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민간공원 조성 시 ‘공원 시설 면적과 비공원 시설 면적의 합이 10만 제곱미터 이상인 사
업’에 해당되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땅의 속성, 형상, 적어도 쓰임새를 바꾸는 일은 섣불리 하면 안 된다. 이곳은 영흥숲공원으로 지정되어 일부는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었지만 존재 근거의 명분이 다하고 있었다. 공원이 정말 공원다워지기까지 7년이 걸렸고, 그 이전에 사업 방향을 정하기 위해 소요된 시간은 별도로 봐도 사뭇 길었던 기다림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영흥숲공원은 섣부르게 조성되지 않았는데, 특히 환경영향평가를 통하여 사업 시행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을 예측·분석하고, 이를 보완할 방안을 강구하며 문제를 해결해왔다.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설계 과정과 공사 일정을 좌지우지하는 큰 결정권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공공의 힘
존재하기만 하던 숲이 공원이 되면 공공성에 의한 효용 가치가 성숙되고 상승된다. 이것이 바로 공원의 힘이다. 대중의 호응을 받는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조경가의 사명이다. 조경가는 세상의 어떤 이기적 논리보다 우선하여 이타적 공공성을 위한 선의의 프로그램을 구상할 수 있다. 이는 공원 설계가 가진 선한 권력이다. 그러나 구상과 수행은 간극이 있고, 공원이 공공에 기여하는 바람직한 가치를 만드는 선의의 권력 수행 중에는 예상보다 많은 저항이 도처에 발생한다. 우리는 천년수원의 약속에 집중하되 유연한 대응으로 하나둘씩 문제를 풀어가며 설계를 진행했다.
공원 구역
공원 구역은 영통건강마당에서 시작하여 시민참여마당, 도란마당, 청소년체험숲, 그 외 순환형 구름마루길과 숲 공간으로 구성된다. 영흥숲공원은 가깝고 편리한 근린생활시설이며 동시에 시민들에게 숲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 공원의 역할도 수행한다. 공간의 구성은 공모안과는 다소 다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4차선 도로와 새로운 입구를 만들었다. 고즈넉한 참나무 산등성이가 사라지고, 남측으로 막혔던 지형이 입구 공원이 되었다. 흐르듯 머물 수 있는 가로공원으로길과 공간이 중첩되도록 유선형 공간을 계획하였으며, 영통체육관과 건강마당을 넓게 열어 일상에 가깝게 했다.
입구와 도시계획도로, 생태터널
공원 내 도로 신설로 인해 수원시 동·서 녹지축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80m가량의 생태터널이 필요했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상부에 생태숲을 조성해 녹지 흐름을 잇는 생태 브리지를 만들었다. 보강토 옹벽에는 내후성 강판을 부착해 벽 아래 담쟁이가 점차 시간을 타며 구조물을 뒤덮을 예정이다. 공원다운 공원의 진입 공간이 되길 바라본다.
공원 인프라 구름마루길
공원과 수목원의 상생을 위하여 구름마루길을 제시했다. 양측에 고저차가 최대 52m까지 나는 숲과 편평한 지형을 아우르는 원활한 동선의 순환과 접근을 위해 입체 순환로를 주요 동선으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숲을 포함한 공원 영역이 순환되며, 수목원 영역을 자연스레 분리하고 수목원으로의 진출입을 통제한다. 지형 차이를 이용하여 공원과 수목원을 사이를 잇는 거점과 통로로서 방문자센터를 부지 가장 중심부에 배치했다. 수목원에 입장하지 않은 근린 이용자들은 방문자센터 밖에서 공원의 공공성을 상대적으로 크게 누릴 수 있다.
방문자센터와 도란마당
방문자센터는 지상층으로 공원을, 지하층으로 수목원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건축물의 주변은 너무 넓지 않은 공간으로 비어 있도록 했으며, 공원과 수목원의 문을 터주며 전시, 전망카페, 정원교실, 가든 숍 등으로 이용된다. 목구조에 사용한 목재는 국산 낙엽송이다.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목건축에서는 새로운 시도라 한다. 도란마당은 어느 계절에나 풍성한 식물과 숲을 감상하고, 날이 밝으면 공원 이용자들이 브런치를 먹으며 일상적 행복을 누리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조성했다.
공원 건축
공모 시 우리는 생활밀착형 수목원을 공원 프로그램과 연결시키고자 가든센터를 만들고, 여기에 ‘조경진흥센터’를 유치한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공원 설계 권력이 주어지자 반대로 그 꿈은 과업의 명분으로 날아갔다. 치열한 이해관계와 요구를 수용하고 유효한 규모의 필수 시설로서 공원에는 약 1,000평 규모의 방문자센터, 600평 규모의 전시 온실, 500평 규모의 영흥체육관 등 3개의 주요 건물을 공원 내에 설치했다. 각기 다른 필요조건을 수용하느라 통합 디자인을 구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최선으로 필요한 위치에 안착했다.
숲 활용 설명서, 스토리숲 신갈나무투쟁기
공원 영역은 숲이 대부분이다. 기존 숲을 잘 보전하면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올바르게 이행하고자 했다. 숲의 공원 영역은 수목원을 감싸며 산마루길, 중턱길을 경계 삼아 바깥쪽과 구분했다. 참나무숲인 척 보이지만 사실 아카시나무가 우점종인 숲은 많은 나무가 간벌됐다. 쓰러졌거나 쓰러질 수도 있는 다 큰 아카시나무를 그대로 숲에 두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끼며 고사리가 자라는 숲 생태 자연천이를 지켜보자는 설계자의 의견은 ‘숲 가꾸기’ 매뉴얼에 따라 지켜지지 못했다.
그래서 간벌되거나 쓰러진 나무를 활용하여 숲 놀이 시설과 산책로 정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오래된 숲은 다양한 이유로 훼손된 빈터가 생겨나서 우리는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했다. 나무 사이를 높게 걷는 우듬지길이나 키 큰 참나무 사이를 다람쥐처럼 이동할 수 있는 네트 어드벤처 시설, 숲 캠핑장, 전망대, 숲 학교, 후글컬쳐, 땅을 파고 만드는 버기파크 등을 구상했지만 종국에는 거의 빈터인 상태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공원 인프라를 우선하느라 공사비가 숲에까지 이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통나무로 만든 숲 동물을 숲속 빈터에 두고 나오며 길목마다 『신갈나무 투쟁기』(2009)의 발췌문을 새겨 응원했다. 나무가 없는 숲의 빈터 5개 공간에 간벌된 목재를 활용하여 책에서 모티브를 얻은 신갈나무와 숲 요소들을 테마로 한 공간을 조성했다. 부모들이 아이와 손잡고 이 숲을 거닐며 ‘신갈나무’의 투쟁기에 동참해 숲 친구의 동지애를 키워줄 것이라 믿는다.
숲길과 구름마루길
구름마루길은 공원의 골격을 이루는 주동선이다. 방문자센터에서 분지하여 수목원을 감싸고 양쪽 숲 산마루와 수목원 온실 뒤를 돌아 한 바퀴를 이루는 1.5km의 공원길이다. 주요 구간은 4m 폭의 서비스 동선이 된다. 어떤 구간은 아치형 석재 교량, 혹은 철골 교량으로 하부의 수목원 관람로와 교차하고, 야자매트 깔린 숲길이 되기도 한다. 서숲에 이르면 공원이 가진 힘을 내려놓고, 건강한 흙길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목원을 품고 숲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구도다. 숲길이 곧 온전히 신갈나무 투쟁기의 현장이 되어 이용자들과 공생하기를 바란다.
공원의 디자인은 땅을 가르고 쓰임새를 열어 두고 지형의 형상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지형을 만져 숲 지형을 훼손하게 되는 부분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에 생태를 고려한 식재 설계에서 다양한 다년생 식물의 계절 특성을 배식도에 반영하고, 씨드스프레이로 대부분의 나대지를 소화해야 했다. 선한 권력에도 무거운 책임은 뒤따른다.
포장, 시설물과 안내판
주동선의 재료는 보행성, 시공성, 경제성, 공사비 등을 고려하여 투수 콘크리트로 결정했다. 공원길이 삭막하고 광활할 것을 우려하여 바닥에 라인마킹 패턴을 구사했다. 필기체로 새긴 글자는 수목의 학명이다. 초록 가득한 어느 곳에도 이름 없는 식물은 없다. 글자들은 이용자들에게 학명으로 분류된 생명과학적 숲에 발을 들여놓는 중이라고 말을 걸 것이다.
공원 내 시설물의 목재 소재와 형태를 통일했다. 작은 보행 브리지, 휴게소, 피크닉 테이블 벤치, 안내판 등에 모두 같은 목재를 사용했다. 당초에 공원 내 여러 간이 건물이 있었는데, 모두 박공지붕 형태로 통일성 있게 디자인했으나 대부분의 시설이 삭제됐다. 최선을 다해 사수한 시설물들은 소박하고 편안하게 공원 시설로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공원의 테이블과 의자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치했으며, 자유로이 이동하도록 가급적 바닥에 고정하지 않았다.
영흥숲공원 안내판은 현 위치를 알려주고 길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시설을 최소화한 공원에서 경관 요소로서 일체화된 이미지를 담도록 디자인했다. 하드우드와 철망 프레임, 벌목된 통나무 등을 활용하여 단순하고 견고한 디자인이 되도록 했으며 이는 수원시 디자인 담당과의 협의를 통한 검증으로 최종안을 확정했다.
공원사용설명서
공원과 수목원은 공사 후 지속적인 관리 운영을 통해 시설 조성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시 공원, 수목원 같은 대형 집중 관리 시설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관리 운영을 하고, 기부, 홍보, 사업 등에 의한 자족적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지자체는 우선 공공성에 집중하여 그 효용을 발산시키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관리 방안을 진화시켜 나가길 바란다.
향후 방문자센터를 중심으로 인재 양성을 통한 지역 주민 참여가 활발해지고, 그린트러스트 등이 활성화된다면 두터운 자족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 영흥숲공원의 조성은 바람직하고 자생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맞게 시민의식이 높아져 지역 주민이 주로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수준도 창의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발길이 닿는 공원의 어느 곳, 공원이 보물 같이 품고 있는 수목원, 숲속의 이야기터 등에서 옳은 바람으로 공공에 기여하는 권한이 문화와 예술의 방식으로 일상화되는 공원을 기대한다. 시민과 함께 계절을 감상할 준비가 되었다. 이곳은 일상을 보내는 누군가에게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숲과 공원이 함께한 아련한 고향의 장소가 될 것이다.
글 서미경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
공원 총괄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서미경)
공원 설계 주관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김은지, 최유미, 정혜림)
공원 설계 참여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이상국, 김상우, 김남훈, 이상민, 이은진, 이지훈, 박정은, 이유진, 최소정, 조동희, 조선희, 백지현, 정은숙, 김경엽)
수목원 설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공원 건축 설계 건축사사무소101(한준일)
사업MP 김인호(전 신구대학교 식물원), 김현(단국대학교), 김건호(천리포수목원)
발주 수원특례시 도시개발과 + 천년수원
시공 대우건설(김명수)
위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 원천동 일원
면적 593,311m2(수목원 146,000m2, 비공원 84,148m2 포함)
완공 2022. 10.
사진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이남선, 안근호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은 건축 환경, 그린 인프라, 공공 공간, 특화 공간 등을 설계한다. 환경과 삶의 공간에서 자연과의 공생을 고민하여 상호 호응하는 공간 창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경을 통해 어우러지는 환경이 견고해지는 동시에 유동적으로 재구조화되어 감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공공적 가치를 바르게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