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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이나 걱정되는 마음도 컸다는 걸 고백한다. 어떤 변명을 해봐도 자격지심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지만 말이다. 조경이 나무 심는 일로 인식되지 않길, 당연히 예쁠 수밖에 없는 식물을 무기로 공간을 치장하는 일로 여겨지기를 않길,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보이길. 정영선이 식물을 손수 심고 작은 정원을 가꾸며 기뻐하는 소박한…
- 김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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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퍼걸러 안에서 다양한 공간적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예건의 휴게 시설 전문 브랜드 ‘푸르너스(Prunus)’는 다양한 이용자의 행태를 고려하며 자연을 비롯한 외부 공간과의 조화를 꾀하는 휴게 시설을 제작한다. 써클 트리오(Circle Trio) 퍼걸러(이하 써클 트리오)는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단지 내 오작공원에 조성한 대형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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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예술섬. 화려하면서도 모호한 이름을 달고 진행된 노들섬 설계공모의 당선작이 지난 5월 29일 선정됐다. 서울시 보도자료 첫 줄은 당선작 ‘소리 풍경(Soundscape)’을 출품한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을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묘사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헤더윅의 당선작은 기존 건축물을 최대한 살려 주변부를 계획했으며 공중부에 다양한…
- 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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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나팔꽃을 심었다. 물에 적신 키친타월에 올려둔 씨앗 세 알은 이틀도 되지 않아 껍질을 채 벗지 못한 머리를 들어 올렸다. SNS 속 친구들의 정원에는 벌써 나팔꽃이 피었던데. 봄 한철인 프리지아와 수선화가 늦게까지 베란다 자리를 비워주지 않아서 여름 꽃 준비가 늦고 말았다. 벌써 반쯤 새싹이 된 씨앗을 보니 놓친 계절을 금방 따라잡을 수…
- 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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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은 것은 휘발되기 마련이다. 대상지 위에 처음 그렸던 선, 땅을 마주했을 때 떠올린 날 것의 첫인상을 온전히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스터플랜이 완성되기까지 수십 번 고쳐 그린 수많은 선은 그저 최종안이 되지 못해 버려지는 부산물에 불과한 것일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기록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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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다 처음부터 그것이 그리 되리라 생각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1999년 ‘한국정원 톺아보기’와 2000년 ‘조경공방나무’ 두 개의 누리집을 꾸리면서 두 해 정도 지났을 때 이것을 묶어 책을 내면어떠한가 생각했다. 책 말미에 밝혔지만,(각주 1)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과 뜻을 굳게 가다듬어 정하는’ 다짐의 의미로 만든 것이었다. 세상에 내어놓는…
- 이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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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레코드 “안녕하세요?” 한국인 신순희 씨의 목소리로 녹음된 이 짧은 인사말이 담긴 골든 레코드는 지금도 지구로부터 200억km 이상 떨어진 우주 공간을 비행하고 있다. 1977년 8월 발사된 보이저호는 예정된 임무인 태양계 탐사를 마치고도 47년째 현역으로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요한 또 하나의 임무가 있었다. 비행 중 조우할지 모르는 외계…
- 박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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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지 같은 특별한 장소에서, 또는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순간에 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 특별함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사진으로 남은 기록은 해당 장소나 시점의 독특한 분위기나 경험의 내러티브를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기억의 보조 장치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 매체의 독특한 측면은 그 기록이 찰나의 순간에 존재하는 장면(scene)에 대한…
- 안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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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으로부터 2021년 5월 처음 작성한 ‘설계경기 기록원 스코어러(scorer)’의 사업 계획 발표 자료 첫 페이지는 『환경과조경』 2001년 6월호에 게재되었던 만평으로 시작한다. 그림 속 “○○총국 현상설계”라는 현수막이 걸린 건물 옆에는 제출된 계획안들이 건물 높이만큼 쌓여 있다. 등 뒤에 출력된 계획안을 지고서 땀 흘리며 걸어오는 응모자는 지친…
- 정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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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한 어소시에이트에 입사한 후부터 회사 전체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개인 기록 생활보다는 다양성 측면에서 회사가 어떻게 설계 작업을 기록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기로 한다. 참고로 그룹한의 설계 데이터는 40테라바이트 정도이며, 약 1,300개 프로젝트가 담겨 있다. 지원 팀을 포함한 9개 팀 50명 정도 인원이 서버로 연결되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 김기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