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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 도큐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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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이 만드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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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휴먼시아
·위치 : 서울시 관악구 신림7동 산101번지 일대·대지면적 : 171,770㎡·조경면적 : 8,219.26㎡(1단지), 31,058.13㎡(2단지), 3,381.51㎡(3단지)·규모 : 43개동 3,322세대·발주 : 대한주택공사 주거환경처·시공사 : 대한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조경기본설계 : (주)목우환경디자인·조경실시설계 : (주)천마이엔씨·조경식재 : (주)동림종합조경, 미류개발(주)·조경시설물 : 한우리조경(주), 한터조경(주)·사진 : (주)천마이엔씨
‘햇볕이 잘 들어 난이 잘 자라는 곳’이라는 이름의 ‘난곡’은 그 의미보다는 드라마 ‘서울의 달’의 배경이 될 정도로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기억되는 곳이다. 어지럽게 이어진 가파른 비탈길의 좁은 통로, 허물어져 가는 단칸방들로 빼곡하던 이곳이 1973년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이후 33년만에 대규모 친환경주거단지로 탈바꿈했다. 대한주택공사의 새로운 도시브랜드인 ‘휴먼시아’가 처음으로 적용된 이 단지는 주공이 세심한 공을 들여 조성한 단지로 민간 아파트 단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고급화에 신경을 썼다.관악산을 닮은 단지자연경관이 수려한 관악산 자락에 위치한 단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옥외공간에 관악산의 자연요소를 끌어들여 마치 숲과 계곡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단지 입구에 들어서면 경사면을 이용해 배모양의 어린이놀이터를 조성하고 하부에는 벽천을 조성한 시설이 눈에 들어오는데, 경사가 심한 부지 특성에 따라 발생한 옹벽을 처리한 기법이 돋보인다. 이밖에 60~80m에 이르는 심한 레벨차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옹벽을 전통적 화계기법으로 처리하거나 인조암을 활용한 벽천, 곡선으로 처리한 보강토 블록, 바위를 쌓아 올린 석축계단 등 경사면의 완급을 감안하여 적정공법을 적용함으로써 관악산과의 경관적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또, 주변 관악산의 식생구조 분석을 통한 모델을 적용하여, 다양하고 풍부한 식재경관이 있는 단지로 조성하였다.또한 단지내부를 지배적으로 관류하는 세 갈래의 계류를 도입하고 휴게소와 놀이터, 보행로 주변을 흘러가도록 해 쾌적한 정주환경 및 보행환경은 물론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활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중앙몰과 산책로관악산 휴먼시아의 상징공간이자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될 단지의 중심부는 단지 전체를 아우르는 경관축이자 보행축으로 중앙몰을 조성했는데, 레벨차이에 의해 생겨난 단에 9개의 테마를 부여하고, 벽천과 계류, 캐스케이드, 바닥분수 등 물의 특성을 이용한 250m의 연속된 수경시설을 도입해 다양한 모습의 수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도록 계단과 경사로가 잘 조화된 공간으로 조성되어 무장애 공간으로 조성된 점이 특징이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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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금광 래미안
·위치 : 경기도 성남시 금광동 2500번지·대지면적 : 44,157㎡·조경면적 : 13,467㎡·세대수 : 1,098세대·시공사 :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사업본부·조경설계 : (주)피엠디 조경기술사 사무소·차별화설계 : 디에스돔, 아키돔건축·조경특화설계 : 정정수·조경식재 : 주원조경·조경시설물 : 청원기획·사진 : 윤준환
땅 위에 그린 진정한 의미의 생태조경마치 태곳적부터 있었던 것과 같이 돌 틈에 붙어있는 이끼는 물론 풀벌레들이 함께 사는 곳, 그리고 물 속에 사는 다슬기가 보이는 곳에서 작은 동물들은 마치 자신들이 쉴 곳을 만드는 사람들을 감독하려는 듯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렇듯 다람쥐들조차 자신들의 영역인양 함께 살고자 하는 곳을 만들고 있는 나는 이곳 현장에서의 삶이 행복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공현장에서 돌을 쌓으며 그 틈새에 나무와 풀을 심고 있을 때 눈에 보이는 이러한 공생에 의한 삶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물론 우리 모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경기도 성남시 금광동에 자리한 삼성 래미안 재건축현장(현장소장 김홍유)에 단지 외부공간의 차별화를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참여하게 되었다.10m가 조금 넘는 폭에 18m의 높이 차이를 가진 비탈진 법면에 벽천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은 그리 큰 과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남한산성을 안고 있는 검단산 자락으로부터 아파트 단지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움을 조경적 요인으로 연결함으로써 ‘자연이 인간을 포용하며 그 속에서 현대적 삶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갖게 하는 것은 물론, 자연 속에 일상생활이 스며들되 그 자체가 일상이어서 감성적으로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목표였기에 그것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만든 조경공간이 다른 단지와 비교했을 때 그 차이를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시공 과정에서는 물론 완공된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생태적 모습이 입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놀라고 있기도 하다.
이곳 초심원(初心苑)은 한국적인 정원이 가지는 표현을 외형에서 찾기보다는 내면적 정신에서 찾으려 노력했다. 수경공간이 처음 시작되는 연못을 방지형으로 구축한 것은 사방과 팔괘의 위치에 충실하여 풍수적 의미를 빌리고자 함이며, 방지를 축조하기 위해 돌을 쌓는 방식 또한 오래된 전통 방식인 성벽 쌓기의 방법을 써서 자연의 모습에 거스르지 않게 축조하려고 노력했다. 방지 안에 가산(加山)으로 놓은 자연석은 자연스레 물의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입수구와 정자의 주춧돌과의 적절한 위치의 관계에서 물리적·시각적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네개의 주추를 방지 물속에 담고 있는 ㄱ자형 정자는 조각가 정정식 선생이 지형적 특성은 물론 멀리 진출입로에서 보이는 형태를 감안하여 디자인한 것이다. 방지 위에 있는 ㄱ자 정자 그리고 그 방지를 넘쳐흐르는 물은 가담(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며, 전체적 조경에 없어서는 안될 조형적 언어의 표현이다)의 밑을 흐르며 폭포를 이루게 했다.헛담, 가담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담장은 전통적 형태를 가지게 했으며, 담벽에 오래된 고기와로 문양을 만들어 넣음으로서 꽃담의 기능을 갖게 하며 감상하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다. 폭포, 그리고 그곳에서 떨어진 물이 또 하나의 폭포를 이루며 포말을 만들고 물소리도 들리게 한다. 나는 그 가까운 옆을 징검다리를 건너 지나가게 하고 그와 인접한 곳에 쉼터를 만들어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의 주인인 주민 개개인에게 내 앞마당에 있는 폭포이고 정원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조경공간을 곳곳에 만들어준 것은 주민들로 하여금 공유라는 말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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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코이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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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을 이야기하다 ; 문화와 문화적이라는 것
‘생태적 혹은 환경친화적’이란 수식이 한동안 조경계를 풍미하더니, 근래 들어 조금씩 ‘공원=문화발전소’, ‘문화친화적인 조경’이란 표현이 들려오고 있다. 공원과 문화를 연결시키려는 이런 시도와 시선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어 보인다.
그 하나는 공원에 문화를 담고자 하는 시도들이다. 공원 내에서 문화 예술 관련 이용행태가 유발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공원 이용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문화 예술 관련 시설을 직접 유치하려는 일련의 노력들이 해당된다. 또 거창한 예술 프로그램이 아니라 책 읽는 공원 만들기와 같은 소박한 일상 문화를 꽃피우려는 시도들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다른 하나는 공원을 문화적으로 바라보고, 문화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선들이다. 문화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조성과정이 문화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실체가 모호한 감이 있지만, 이를테면 시민참여에 의한 조성방식 등과 호응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리고 공원을 문화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에는 공원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시도라는 생각들이 포함된다. 공원이 단순한 여가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예로는, 고립된 녹색 섬이 아닌 도시와 역동적으로 호흡하는 장소로 공원이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을 꼽을 수 있겠다. 아니면, 건축이 엄연히 예술이고 우리네 삶을 담아내는 문화이듯이, 공원 역시 문화예술의 결과물이고 우리의 일상과 호흡하는 문화 공간 혹은 문화적 공간이라는 생각을, 이런 시선의 언저리쯤에 놓아둘 수도 있겠다.
용산기지의 공원화 방향과 관련해서 공원과 문화의 관계를 살펴보면, 결은 조금 다르지만 역시나 두 가지 차원에서 용산기지가 문화와 접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들을 접할 수 있다.
우선, “민속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등을 용산공원 내에 조성해, 미술관과 해양박물관, 천문대 등이 집중되어 있는 시카고의 뮤지엄 캠퍼스처럼 박물관벨트"1)로 만들자는 의견이나, 한참 전의 제안이긴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자연사박물관, 국립중앙극장, 현대미술관 등을 포함한 문화시설단지” 조성을 테마로 한 연구2)나 “용산 기지의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여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하거나 “기존의 녹지공간을 최대한 살리면서 일부 제한적으로 시민체육공원의 조성과 청소년 생태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3)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 등은 모두 용산공원 내에 문화예술과 관련된 직접적인 시설 건립을 통해서, 미래의 용산에 문화를 담아보자는 의견들로 볼 수 있다. 너무 거칠게 정리되어, 각각의 제안들이 담고 있는 세심한 고려사항들이 채 언급되지 못하긴 했지만, 80만평의 일부에 문화예술시설을 건립하자는 의견들이 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나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자연사 박물관을 건립하자거나, 입지적 단점으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립극장, 현대미술관 등을 용산공원의 부지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은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문화생태 혹은 생태문화를 용산에 담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안은,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궤가 다르다. 기존에 들어서 있는 국립중앙박물관등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고려는 하되, 그보다는 “생태적 가치 자체를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긴박한 문화적 과제로 제시”4)해야 한다거나, “도시의 숲 속에서 산책을 통한 생태성과 역사성의 조우를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되며, 이런 점에서 생태공원화는 생태문화의 창조란 의미를 갖게 된다”5)거나, “어떠한 시설도 보류한 채 서울 시민들에게서 사라진 숲 속의 느린 산책의 길을 마련”해서 “우리들의 생각과 산책과 꿈을 잉태하는” 곳이야 말로 문화생태 공간이라는 의견6)은 모두 장차 만들어질 용산공원이 ‘문화적’으로 만들어지고 우리가 잊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로서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들이다. 미래의 용산공원이 구체적인 문화 예술 관련 활동이 벌어지는 장으로서 기능하기를 바라는 의견과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1) 손수호, "경복궁은 안녕하신가", 국민일보 2006년 9월 20일자2) 김원, 『문화예술 종합단지(용산 미8군 이전지역) 조성연구』, 문화부 발주, 19923) 서재철, “용산 미군기지 반환에 따른 환경문제 대책”, 『용산 미군기지를 서울 시민의 품으로-용산 미군기지의 반환과 활용 방안 토론회 자료집』, 20034) 홍성태, “군사공간의 생태적 재생과 문화정치-용산 미군기지의 경우”, 『공간과 사회』, 2000년 겨울호5) 조명래, “용산기지의 시민생태공원화 운동”, 『민족예술』, 2000년 6월호6) 정기용, “부엌 속의 미군기지-도시 원형의 생태적 회복을 위하여”, 『ASEM 2000 한국민간단체포럼 문화분과 워크샵, 용산미군기지를 문화생태공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 모색 자료집』, 2000
사실 역사, 문화, 생태, 시민은 동떨어져 홀로 기능할 때보다 서로 어울릴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되는 것들이다. 시민의 적극적 참여 없이 문화 예술과 관련된 이용행태가 일어날 수 없고, 역사를 담는 것은 그 자체가 문화적인 접근이다. 생태와 문화는 문화생태 혹은 생태문화라는 용어에서 엿볼 수 있듯 그 동거가 어색하지 않고, 역사와 시민 역시 가까운 이웃일지언정, 그 거리가 결코 멀지 않다. 생태와 역사는 또 어떤가. 외세 침략의 아픈 역사를 생태계의 천이를 바탕으로 한 자연의 힘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주 생뚱맞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게다가 외세에 의해, 인간에 의해 쓰여 온 땅의 역사를 이제는 자연이 쓰는 땅의 역사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또 어떤가 말이다.
그러나 이것들 중에서 어느 하나가 유독 도드라질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민 참여는 진행과정과 결정단계에서 중시되어야 할 가치이므로 일단 논외로 할 때, 역사, 문화, 생태 중 특정 가치만이 앞으로의 용산에 부각된다면, 더구나 그 방식이 민족기념관이나 미술관처럼 하드웨어적인 오브제 위주로 강조된다면, 상충은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80만평이라는 적지 않은 면적에 다양한 가치를 채우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의 여러 의견 중 한 갈래는 하나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전체를 비우기를 원하고 있다. 해법이 아주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이유이다.
이런 와중에 문화가 설 자리는 어디일까? ‘문화’를 상징적 혹은 직설적인 시설로 넣을 것인가, 프로그램으로 넣을 것인가, ‘문화적’으로 은유적인 접근만 할 것인가에 따라 용산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문화가 갖고 있는 다의성이 문제를 쉽게 풀어줄 수도 있으리란 추측은 가능하다. 이 점은 문화가 어려운 점이자 고마운 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문화’와 ‘문화적’ 중에 하나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문화와 문화적은 다르다. 특히나 그것들이 구체적인 공간에 영향을 미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문화’를 ‘문화적’으로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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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을 이야기하다 ; 용산의 역사적 가치,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용산미군기지’. 아마도 우리나라에 뉴스라는 것이 존재한 이래로 끊임없이 접해온 주제어중 하나가 아닐까싶다. 그만큼 이 땅이 가진 가치와 의미가 상당하기 때문일텐데, 요즘은 이곳을 공원화 하는 것을 두고 여기저기서 아우성들이다. 그 중에 하나가 이곳은 역사적 의미가 많은 곳이므로 새롭게 조성되는 공원에는 반드시 ‘역사’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곳에 담아야 할 ‘역사’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록, 연혁, 자취라는 이름의 역사‘역사’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자연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라고 나온다. 여기서 ‘기록’, ‘연혁’, ‘자취’라는 단어는 오랜 세월동안 발생한 다양한 사실(事實)들을 사실(史實)화해서 역사라는 흔적으로 남겨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용산미군기지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용산미군기지라는 땅이 가진 기록과 연혁, 자취라고 볼 수 있겠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 땅이 가진 ‘장소성’이라고 표현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 대한 활용방안을 두고 고민해 온 것도, 또 공원화가 결정된 지금 조성방법을 두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도 용산이 가진 장소성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용산이라는 땅의 아픈 기억열강의 사이에 위치한 반도국으로서 외세의 침략을 자주 받아 온 우리나라. 그 중에서도 서울의 용산은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땅이 아닌 외세의 땅이었다. 고려말 몽골군의 병참기지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임진왜란 때에는 왜군의 보급기지가 있었으며, 1882년 임오군란 때는 청나라 병력이 주둔하기도 했다. 이 후로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해 철도관련시설과 병참군사 지휘소가 세워지면서 군사본거지로 개발된 용산은 해방이후에도 주한미군이 들어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이렇듯 용산이 군사적 요충지로 자리잡게 된 계기는 한반도의 중심이면서 한강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궁성과도 가까워 군사적 가치가 높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 각도에서 거둬들인 조세곡이 모이는 곳으로 군자창과 풍저창, 광흥창 등 관창들이 모여 있어 상업이 발달했던 곳으로 일본이 침략하면서 용산 일대에 산재한 창고와 공장들을 막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이때까지 거의 자연 상태였던 신용산 일대를 주둔기지로 개발하면서 일본의 반도 점거와 대륙진출을 위한 군사·교통의 거점으로 개발했다. 오늘날의 용산이 철도교통의 요충지로 자리 잡게 된 연유가 여기에 있다.
두 얼굴을 가진 역사그렇다면 아픈 과거의 역사, 그것도 우리 민족의 땅이 아닌 외국세력의 땅이었던 용산의 역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과연 용산에 관한 역사를 아픔의 역사로만 바라볼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기에 새롭게 쓰여 질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역사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또는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판단 기준에 따라 같은 사건이라도 다른 해석이 가능함을 말한다.예를 들어 한글창제의 경우, 역사를 제왕이나 영웅의 업적 중심으로 보는 관점에서 보면 세종의 뛰어난 업적임은 물론 세종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통치자 중 한명으로 평가되지만, 역사 발전에 있어서 민중의 역할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보면 한글창제의 주된 동기가 백성을 불쌍히 여긴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한데 있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또 조선시대에는 한글이 국문이 아닌 언문에 불과했기에 세종의 여러 업적중 하나로 평가되었지만,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생겨나고 한글이 국문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근대에 이르러서는 세종이 우리 민족의 위대한 영웅으로 평가되었다.이러한 평가는 사건 자체가 변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그렇다면 우리에게 새롭게 주어진 용산을 바라보는 현시대의 역사적 요구는 무엇일까?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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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야마 공원(Ishiyama park, 石山公園)
개요 - 폐 채석장을 이용한 이시야마고원은 일본 북해도 삿포로시 남구에 위치하고 있는데, 남쪽과 북쪽 두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고 총면적은 118,810m2이다. 1993년에 먼저 오픈한 북쪽은 녹지가 풍부하여 전망테라스, 테니스코트, 게이트볼 코트, 목재 놀이기구 등 시민휴식의 오아시스가 되고 있다. 반면, 남쪽은 고대 로마유적을 연상시키는 「돌의 광장(Negative Mound)」, 「오후의 언덕」, 「조각 광장」 등 홋카이도의 유명 조각가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조경가와 함께 조성한 공간으로, 삿포로시 폐 채석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고향 문화100선」에도 선정되기도 하였다. 공간구성 오후의 언덕 어린아이들의 호기심과 탐험심을 불러일으키도록 놀이기구를 배치하였고, 연석으로 둘러싸인 절벽은 술래잡기를 하거나 동굴에 들어가서 노는 등 놀이의 기능과 조망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의 역할을 함께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물의 광장- 마치 피사의 사탑을 연상케 하는 원뿔형의 탑에서 발원하는 물은 탑주위를 돌면서 밑으로 흘러내려와 중앙 광장 달팽이모양의 집수관으로 모여들게 된다. 탑주위를 돌면서 내려오는 물은 중간 중간마다에 물이 아래로 바로 떨어지도록 토수(吐水)가 설치되어 있어서 다양한 물소리 듣고, 광장 중앙의 집수관 주변에서는 발을 벗고 물속을 걸을 수 있는 등 직접 물놀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돌의 광장 - 수직적인 벽면으로 둘러싸인 사각의 공간으로 형체의 음과 양을 표현한 건조한 인상의 Zone. 연석포장의 돌출이 물결처럼 넓혀져 있는 돌의 광장(Negative mound)은 콘서트, 이벤트 등 다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침묵의 숲과 빨간 하늘 - 상자 자작나무와 잔디의 녹지와 암벽의 콘트라스가 인상적인 Zone으로 산림욕을 즐기면서 다양한 암경과 수목을 함께할 수 있는 산책로이다. 조각 광장 - 절개한 바위의 모습이나 파낸 뒤의 흔적 등 옛 채석장의 이미지를 그대로 연상시킨 조각공원으로,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조성된 조각 뒤로 숨거나 아이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을 조성해줌으로써 놀이터로 활용되는 공간이다.결론 -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질 높은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예술가, 조경가가 서로 연대하여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시야마 공원에서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조각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계획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폐채석이 그대로 노출된 다양한 경관을 최대한으로 살린 아름답고 유니크하며, 친근한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각 공간마다에 명확한 개성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시설계획, 색채계획, 공간계획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의 유연한 발상이 돋보이는 공간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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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낭원쉼터
·발주 : 부안군청·사업명 : 낭원쉼터 조성사업·위치 :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낭원 목욕탕 ~ 덕촌 삼거리·규모 : 쌈지공원 3개소(등대 약20평, 바람의 자리 약120평, 바람의 언어 약50평)·공사기간 : 2006. 3. 22 ~ 2006. 12. 2·조경시공 : (유)은산종합개발·사진 : 박광윤 기자
부안군청은 낭원 목욕탕~덕촌 삼거리 간 3개소에 쌈지공원을 만드는 낭원쉼터 조성사업을 진행하였다. 지난 2006년 10월호에 소개되었던 “물의 거리”와 함께 부안을 예술 마을로 만들기 위한 사업 중 하나이다. 각각의 쌈지공원은 “바람의 언어”, “등대”, “바람의 자리”라는 테마를 가지며,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부안의 비전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바람의 언어“바람의 언어”의 조형적 공간은 맞은 편 쉼터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벽천에 연이어 회색 도시의 건조함을 풍부한 감성으로 느낄 수 있는 환경적 요소들을 끌어들여 디자인 하였다. 벽천에서는 물과 바람, 형상의 자리로써 물의 풍부한 느낌을 주었다면 “바람의 언어” 공간에서는 나무와 흙의 느낌을 충분히 두어 친환경적 느낌을 강조하였다. 특히 “바람의 언어”에서 중점을 두었던 것은 밤에도 활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야경의 아름다움이다.
등대부안을 드나드는 관문에 해당하는 곳에 등대 조형물이 들어선 쌈지공원이 조성되었다. 등대는 기능적으로 지역의 이정표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고, 거대한 바다라는 천연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는 부안의 정취를 물씬 줄 수 있는 이미지로서 디자인 되었다. 배의 키를 응용한 이정표를 두어 조형성을 더하였고, 또한 잠시 쉬었다 갈수 있는 쉼터로서의 역할도 고려하였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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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을 이야기하다 ; 용산을 이야기하자
용산 기지의 공원화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토론회도 이례적이다 싶을 만큼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 2006년 9월 5일에는 서울YMCA에서 “용산기지 공원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토론회를 개최했고, 같은 달 7일에는 녹색연합, 문화연대, 환경연합을 비롯한 20여개 단체가 참여한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가 발족식을 열었다. 10월 12일에 열린 136환경포럼 16차 정기모임 토론회는 “용산공원, 이렇게 만듭시다”를 주제로 올렸고, 역시 같은 달 25일에는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가 주최한 “용산기지의 공원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11월 2일 창립기념식을 연 환경재단 도시환경연구소의 창립기념 세미나 주제도 “용산 생태공원 조성 및 주변지역 관리방안”이었다.
이런 일련의 토론회와 일간지상에 실리고 있는 의견들은 대략 4가지 정도의 쟁점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는 전면 공원화와 일부 복합개발의 첨예한 대립이다. 복합개발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막대한 이전비용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부분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전면 공원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정부에서 국채발행 등 다른 대안 모색을 꾀하지 않고, 그야말로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용산기지 주변의 초고층 고밀도 개발의 부작용에 대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서울시가 용산기지의 전면 공원화를 주장하고는 있지만, 시티파크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지 주변의 고밀도개발을 묵인 내지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기 광풍 등의 폐해도 거론되고 있지만, 용산기지 주변의 경관보호를 위해서도 초고층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대두되고 있다. 세 번째는 추진 주체에 대한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냐 서울시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폭넓은 의견 수렴 없이 정부 주도로만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제기이다. 구체적으로 국무조정실 산하의 용산민족역사공원 건립추진위원회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 내에서도 건교부 소관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환경부에서 주도권을 맡아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네 번째 쟁점으로는 공원화의 과정과 방법, 큰 방향에 대한 각기 다른 의견들을 꼽을 수 있다. 누구는 용산기지 일대가 박물관벨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어떤 이는 민족정신을 되살리는 시설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등 기존의 문화예술공간이 접근성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므로, 용산에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생태공원은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구체적인 생각들은 조금씩 달라 보이기도 한다. 이와 함께 미래세대를 위해 그대로 두자는 의견도 상당하고, 미군들이 사용했던 시설과 수목의 존치를 강력히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들린다. 조성과정과 관련해서는, 몇 년 이상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말 다양한 마스터플랜들을 검토해보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지금은 섣불리 마스터플랜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고 일단은 원칙과 지침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이도 있다. 심지어 지침의 제시도 섣부르고, 토양 오염 정도를 비롯한 면밀한 부지 현황조사가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전면 공원화, 주변의 고밀도 개발 억제, 시민참여 방안 마련과 광범위한 여론 수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없다. 다행히 용산기지의 공원화는 이제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되어, 다양한 전문지식과 열정을 갖고 있는 여러 단체와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보자며 다투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디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다만, 공원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공원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조경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공공공간인 공원을 다루는 조경가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이즈음이다.일전에 어느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 발표자는 용산기지의 공원화는 토목업자, 조경업자가 아니라 생태학자가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하나의 조잡한 조경공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의견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조경이 지금껏 만들어온 공원이 정말 그 정도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수준 이하였거나, 아니면 조경과 조경가의 역량이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첫 번째 경우여서 그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 조용히 한국 조경의 성장에만 집중해야겠지만, 만약 두 번째 경우라면 이제는 조경가들이 대외적인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다른 쟁점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특정 의견과 주장을 소극적으로 지지하거나 비판하는데 그치더라도, 최소한 공원화의 과정과 방법, 큰 방향에 대해서만큼은 조경가들이 의견을 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생명의 숲을 지지한다면 왜 지지하는지, 구체적 선례와 전문지식을 동원해 힘을 실어주기도 해야 할 것이고, 반대한다면 왜 비판적으로 생명의 숲 구상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와 서울시,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 미처 검토하지 못한 유용한 사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소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공원의 양상이 변해 왔다면, 21세기 한국적 상황에서 우리가 중시해야할 가치는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구체적 공원의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 실천적 해법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최소한 현재의 대세로 부각되고 있는 생태공원이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명확한 개념에 대한 합의만이라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하나의 유행처럼 떠돌아다니는 생태가 정말 만병통치약인지 아니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보기만 하더라도, 그 성과는 작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용산기지 공원화와 관련해서 대체적으로 합의되고 있는 점은 크게 세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그 하나는 남산부터 한강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용산기지가 공원화되어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 땅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녹지축 조성이라는 대원칙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이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녹지축을 복원할 것인가에 따라 의견이 나뉘기도 한다. 역사성의 존중 방식은 기념시설물 건립이라는 극단적 양상부터 역사성을 감안해 지금의 상태 그대로 두자는 의견까지 다양한 층위로 갈리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시민참여 부분인데, 정부에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용산공원 명칭 및 아이디어 공모와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 시민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반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보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시민 참여방안이 제도적으로 마련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이외에, 스무 개 단체가 모여 만든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의 명칭에서도 엿볼 수 있듯 생태공원에 대한 바람이 가장 큰 것으로 생각되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생태적인 공간으로 조성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 생태공원’이 모두 같은 모습인지는 의문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기대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인간의 간섭을 완전 배제하고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생태적 천이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고, 민족 주체성의 의미를 우리의 자연을 통해 구현하는 취지에서 우리 산하에 자생하는 나무와 초화를 이식하자는 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나무가 빽빽한 숲에서 새소리 듣고, 개울에 발도 담그고, 호수 옆 잔디밭에 눕기도 하고, 오솔길로 조깅도 해보고 싶은 것이 국민의 뜻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편 용산기지의 공원화 과정이 아주 긴 호흡으로 진행되어,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이 잊고 있는 느림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기존의 미군기지 시설은 적절히 손봐서 문화시설로 재활용하고 거대하고 ‘심심한’ 공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나, “용산기지의 모든 바닥을 흙으로 전환시키고 정말로 필요한 나무만을 심은 후 지금부터 한세대 후 즉 30년간 출입금지 구역으로 설정했으면 좋겠다”는 주장, 또 생태적 천이과정을 통해 생명의 숲을 만들자는 이야기들은 모두 ‘금단의 땅’을 미래세대를 위해 ‘유보의 땅’으로 두자는 의견들이다.
그런데 과연 거대도시 서울의 중심부에 있는 80만평 이상의 땅을 그대로 둘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실험적인 도시 프로젝트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의 뜻이 그러한지는 아직은 알지 못한다. 또 80만평이라는 거대한 땅에 대한 스케일감이 없어서 나온 그야말로 이상적인 환상은 아닐까, 고심하게도 된다.
어쨌든 최종 결정은 최대한 유보하더라도 그 결정의 순간까지 우리는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몇 십년동안 유예하기로 결정이 되더라도, 지금 우리가 하는 논의들은 미래세대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최소한 그들의 노력과 수고를 조금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플랜이 성급하다면 원칙과 지침과 방향만이라도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살피고 도마 위에 올려보자. 만약 기존의 방식대로 발주처의 설계지침 작성과 그에 따른 설계공모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결국 지침과 공모방식이 용산의 미래를 상당 부분 좌우할 터이니 이에 대한 논의는 지겹도록 많아도 좋을 것이다. 또 성급한 결정적 태도만 지양하기로 합의가 된다면, 마스터플랜을 이야기한들 무엇이 문제일까. 몇몇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적인 전문가들이 말과 글을 통해 내보이고 있는 구상 역시 하나의 그림에 불과할 수 있다. 어쩌면 그 글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견고한 말의 성채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공원처럼 전문가들이 디자인하고 공공기관이 도식적인 조경사업을 하는 식으로 조성되어선 안된다”는 주장도 나와 있는 만큼, 기존의 발주처에 의한 설계공모방식이 아닌 실현가능한 새로운 공원 조성 방식을 모색하고 실험해보는 시도도 필요할 것이다.
용산의 다른 이름은 이제 가능성의 땅이자 기회의 땅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삶의 터전, 도시와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