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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서 나오당 다쳐시녜” 바당밭으로 들어가는 길 위 이씨 삼춘(삼촌의 제주 방언)의 한 팔이 굽어 있었다. 푸른 깁스가 무심히 그의 팔을 감쌌다. 수확한 물건을 들고 오던 삼춘은 젖은 현무암에 미끄러졌고. 그 와중에도 삼춘은 성한 한 팔로 갈퀴를 쥐고 사락거리는 검붉은 톳을 바당밭 앞 시멘트 도로에 펼치고 있었다. 해녀는 바다와 땅을 오간다지만 인간�…
- 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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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의 시작 사무실을 시작한 건 설계를 하다 보면 장소가 지닌 정체성을 단순히 컴퓨터 화면과 종이의 결과물로 구현할 수 없다는 갈증 때문이었다.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게 디자인 빌드였다. 사무실 개소 후 첫 디자인 빌드 프로젝트는 보리(Voree)였다. 보리는 서해라는 서사가 담긴 랜드스케이프와 농경 문화가 스며 있는 장소다. 이 지역이 가진…
- 홍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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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용산공원에서 내셔널 몰까지 12시간 15분 오전 5시 10분, 우려와 달리 눈이 번쩍 뜨였다. 몇 달을 기다려온 출장이다. 올해 ASLA(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미국조경가협회) 대회가 워싱턴 DC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으쌰으쌰 발표 자료를 만들어냈다. 동료 발제자들과 용산공원의 시민 참여에…
- 신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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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신설된 청주대학교 조경도시학과는 조경학과 도시계획학을 기반으로 국토 환경을 계획, 설계, 시공, 관리하기 위한 전문가 양성을 도모한다. 국토와 환경 전반에 걸친 다양한 교육과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깊은 역사를 지닌 조경도시학과의 설립 50주년을 맞이해 9월 26일부터 이틀간 50주년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옥화자연휴양림 휴양관에서 진행된…
- 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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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심 녹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정원도시를 비전으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한편 인천은 조금 다른 관점으로 도시 녹지시스템을 살피며 공원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인천공원페스타에서 인천이 지향하는 공원도시의 틀을 엿볼 수…
- 김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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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이 없던 야구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영상을 보게 됐다. 땡볕으로 달궈진 야구장의 홈 플레이트까지 전속력으로 달리고, 공을 잡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있는 힘껏 방망이를 휘두르고, 때론 패배의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울고, 짜릿한 승리에 포효하는 까까머리의 소년들. 처음엔 만감이 교차하는 승패의 순간을 잘 담아낸…
- 금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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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화 말씀 같은 건 적지 말자고. 땡볕이 여과 없이 꽂히던 운동장, 끝도 없이 이어지던 교장 선생님의 느릿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늘 다짐하곤 한다. 유치한 자기반성을 담은 글, 같잖은 가르침을 전하는 듯한 글은 일기장에나 적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자신이 없었다. 너무 엄청난 소식에 복합적인 감정이 몰려와서일 테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 김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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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능과 형태를 갖춘 보도블록이 등장하며 여러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20년대부터는 여러 색이 혼합된 블렌딩 블록이 주목받았다. 정형화된 정사각형 블록에서 벗어나 한 가지 색상으로 다양한 규격의 블록을 조합한 멀티 블록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규격에도 불구하고 멀티 블록은 블록과 블록 사이의 간격이 좁다. 또한 다양한 규격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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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경복궁역이었다. 경복궁역에서 지하철을 탄 게 분명한데, 아직 열차가 출발하지 않은 걸까. 다시 잠에 빠졌다. 온몸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에 다시 눈을 떴다. 또 경복궁역이었다. 시계를 보고 그제야 깨달았다. 깊은 잠에 빠져 3호선 구간을 세 번이나 왕복한 것. 닷새 밤 꼬박 새워 겨우 마무리한 졸업 작품 패널을 경복궁역 지하 전시장에서 열린…
- 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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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었으니 고백을 해야겠다. 지난 여름에 양산을 쓰고 다녔다. 정확히는 몇 해 전부터고, 우산을 양산 용도로 써먹은 것이지만 나와 친밀한 이들도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30대 성인 남성이 양산(다시 말하지만 우산이다)을 쓴다는 걸 이상하게 여길까 봐, 약속 장소 3분 거리에 다다르면 우산을 가방에 쏙 넣고 시치미를 뗐으니까…
- 조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