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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4·3 평화공원과 부산 유엔기념공원
    4·3 Peace Park in Jeju-do & UN Memorial Park in Busan 죽어간 넋이 진정으로 위로 받는 날이 오길 제주 4·3 평화공원에는 사건의 증언, 유가족 기록, 관련 자료의 보관 및 진상규명에 관한 연구, 또한 평화와 인권 관련 학술대회 및 전시 문화 행사를 진행할 공간으로서 제주 4·3 평화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공원은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주진입부에서 가까운 위령탑을 중심으로 한 공간이며, 다른 하나는 그 너머에 위치한 위령제단이 세워진 추념광장이다. 공원의 중앙부에는 이유 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귀천(歸天)”과 제주도민의 화합과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조형물 “귀천”에는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영혼들이 이제라도 수의를 입고 편안히 저승길을 가시라는 해원의 의미를 담았다. 이를 중심으로 주변에 원형을 그리며 동선이 나 있는데, 동선상에는 수변공간과 조형물“비설飛雪”, 지역별 추념의 광장 등이 들어서 있다. “비설”은 조형물이 위치한 부근에서 희생된 두 모녀의 비극을 죽음의 순간까지 아기를 꼭 껴안은 모성애로 표현한 작품이다. 눈 쌓인 겨울에 아무런 이유없이 죽어간 두 생명이 마치 덧없이 흩날리는 비설을 닮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4·3 위령제단은 오석의 아치형으로 영원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도민화합, 민주와 인권 그리고 안락의 공간을 상징하며 참배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내 나라를 지켜 준 이방인의 희생을 생각하면 너무나 작은 보답 유엔기념공원은 크게 진입부(정문 광장), 상징구역, 주묘역, 녹지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상징구역에는 터키, 그리스, 뉴질랜드, 노르웨이, 태국 등 참전국의 전쟁 기념비들이 각국의 지원을 통해 건립되어 있고, 주묘역에는 호주 기념비, 프랑스 기념비, 캐나다 기념 동상, 영연방 위령탑과 호주,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터키, 영국, 미국 등 7개국의 묘역이 있으며, 녹지지역에는유엔군 위령탑, 제2기념관, 연못,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 무명용사의 길(수로), 한-태 우정의 다리 등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 안에는 추모관, 기념관 등의 건물도 들어서 있다. 이중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 건립은 2006년에, 노르웨이 기념비는 2007년에, 수로水路인 “무명용사의 길”은 2008년에 준공하는 등 각종 정비 사업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는 대한민국의 지원으로 2006년 10월에 건립된 것으로, 우주를 뜻하는 원형수반에 전몰영혼들이 머무는 하늘과 명비 그리고 보는 이들이 담겨 있으며, 수반 안에는 전쟁을 상징하는 철모가 맞은편에서 평화로운 연꽃으로 승화하는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검정색 명비에는 참전 각국에서 제공한 40,895명의 전사자(실종자 포함)의 이름이 알파벳 순서(국가별, 개인별)로 새겨져 있다. ‘무명용사의 길(Unknown.. Soldiers’Pathway)’은 2008년에 준공되었다. 유엔군 위령탑에서 남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조성된 수로水路인 이 무명용사의 길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11개국을 상징하여 11이라는 숫자와 많은 것을 연관시키고 있다. 11개의 물 계단, 수로 위쪽의 11개의 분수대, 수로 가에 늘어선 11주의 소나무 등. 또한 수로 위쪽의 분수대는 각 11개씩 양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유엔기념공원 안장국인 11개국 뿐 아니라, 한국전쟁에 참전한 22개국(한국 포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 윤미방, 바인플랜
    Yoon, Mi Bang․VINEPLAN 공간의 ‘멋’을 좌우하는 미묘한 차이, 디테일 윤미방 소장은 인터뷰 내내 “디테일”과 “멋” 그리고 “배우고 있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었다. “조감의 시선에서 보기 좋은 공간 보다, 실제 이용자의 눈높이에서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테일”이 살아야 “멋”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그런가하면 삼성아파트를 소개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는 이런 말을 들려주기도 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장소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이름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이제는 희미해져버린 이곳의 장소성을 굳이 캐내고 억지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한 이용행태를 유발시킬 수 있는 이용자를 위한 공간을 꾸미는 것이 아닌가?” 남기준_누구나 다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유난히 디테일에 대한 강조, 뭐랄까 고집스러움이랄까, 애착 같은 것이 느껴진다. 디테일을 그렇게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윤미방_사람들은 200:1이나 500:1의 마스터플랜 속을 걷는 것이 아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1:1의 실제 이용 공간이 중요하다. 조감도상에서는 볼게 없더라도 직접 걸으면서 접하게 되는 눈높이에서의 디테일이 결국 공간감을 좌우한다. 마스터플랜에서 예쁘게 보이는 건, 그림으로 남을 뿐이다. 건물을 예로 들면,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책상이나 소파도 멋있고 보기에 좋고 이용하기에 편해야 좋은 공간이지, 건물 외면만 보기 좋다고 멋있는 공간이 되는 건 아니다. 핫셀에서 일할 때 놀란 점 중의 하나는 시니어 디자이너들이 기본계획을 발전시켜나가는 단계에서 소소한 펜스 디자인의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고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었다. 디테일의 정말 미묘한 차이가 공간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디테일이 그야말로 디테일하게 설계된 공간은, 그곳이 비록 좁은 곳일지라도 그 공간만의 멋이 살아나게 마련이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그 작은 차이를 분명 느끼고들 있다. 남기준_“공간의 멋”을 이야기했는데, 디자인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가? 또 멋이라는 건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꽤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윤미방_기본적으로 그 공간이 요구하는 기능도 충족시켜야 하고, 주변과 어울리는 환경도 만들어야 하겠지만, 다들 멋있는 공간을 추구하지 않나 싶다. 표현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멋’의 내용과 뉘앙스가 조금 달라졌다. 전에는 시설물도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 직접 디자인했다. 서초 가든 스위트(이하 가든 스위트)가 대표적인데, 가벽, 수로, 포장 등에 사용된 석재를 투톤 컬러를 기본으로 통일시키고, 벤치도 같은 석재로 직접 디자인해서 수작업으로 시공했다. 또 자연스러운 녹지공간을 만들고자 애초 계획보다 식재지역의 토심을 전체적으로 1m 정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그 레벨차를 이용자들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단의 높이가 낮은 계단을 조성하고 챌판에 해당되는 부분을 둥글게 가공한 후 바닥에서 약간 띄워 마치 계단이 아니라 여러 겹의 석재가 겹쳐져있는 것처럼 보이게 디자인하기도 했다. 인공적인 느낌의 수로가 있는 공간과 자연적인 느낌의 느티나무길(산책로)이 만나는 곳에는 일부러 폭이 좁은 수로를 가로질러 놓여있는 석재 브릿지를 몇 미터 정도 느티나무길로 연장시켜서 이질적인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석재 브릿지는 몇 미터 정도 느티나무길로 연장되다가 끊기도록 하고, 브릿지 바로 옆에 나란히 일직선으로 산책로 동선을 만들었는데, 반대로 산책로는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시작되도록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몇 미터가 바로 공간의 멋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 식으로 예전에는 시설물의 형태나 어떤 패턴, 그러니까 정형적이고 모던한 멋을 많이 추구했었는데, 요즘에는 자연스러운 멋이 좋아 보인다. 지난 겨울인가 한적한 교외로 여행을 가서 논두렁을 걷게 되었는데, 다른 곳은 전날 내린 눈이 다 녹아버렸는데 논두렁 바로 옆에는 눈이 녹지 않고 논두렁을 따라 길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근사해 보일 수가 없는거다. 자연의 섭리와 질서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을 한번 추구해보고 싶다. 보슬비가 내릴 때, 폭우가 쏟아질 때, 함박눈이 내릴 때, 바람이 불 때, 각기 다른 느낌을 공간에서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겠는가. 참, 얼마전에 근사한 디테일을 하나 보았는데, 빗물이 고였다가 떨어져 내리는 곳에 단지 호박돌 몇 개만 놓았을 뿐인데, 비가 내릴 때 그 호박돌 위로 빗물이 튀기면서 흘러내리는 광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보다 더 멋있는 수경시설이 어디 있겠나,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남기준_지금까지 들려준 디테일 혹은 공간의 멋과 관련하여 좋아하는 작품이나 조경가가 있을 것 같다. 윤미방_캐서린 구스타프슨을 좋아한다. 그가 디자인한 공간은 한마디로 멋이 살아있고, 특히 디테일이 충만하다. 형태가 단순해 보이는 작품도 자세히 눈여겨 보면 디테일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영국의 다이애나 기념 분수 같은 경우, 직접 가서 보기 전에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얼핏 보고는 왜 이렇게 단조로운 작품을 뽑았을까 의아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 가보니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타원형 석조수반에는 너무나 다양한 디테일이 담겨 있어서, 어떤 지점에서는 숲 속의 계곡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떤 곳은 이곳이 연못인가 싶었다. 물 흐르는 속도도 틀리고, 폭도 다르고, 고여 있는 정도도 상이하고, 석조 수반의 무늬도 같지 않다. Arup 엔지니어들과의 성공적인 협력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진흙 모형 제작과 고무 주형, 디지털 스캔, 3D 입체 모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테일을 치밀하게 설계했기에 그런 공간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단순한 형태에 그렇게 다양한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건, 결국 디테일의 힘이 아닌가 싶다. 하루 종일 거기 머물러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보는 공간이 아니라, 이용하는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고, 물을 어떻게 이렇게 흘릴 수 있을까 싶어서 존경스러웠다. 그 작품 이외에도 다른 작품들도 좋아하는데, 작품마다 변화가 있으면서도 일관된 조형미가 느껴진다.
  • 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6) 디테일: 작은 것에 대한 상상이 갖는 큰 힘
    공기처럼 가벼운, 투명한 존재감으로서의 프로그램에 대한 리플로 운을 떼며 “산소 같은 여자”라는 카피를 썼던 옛 광고처럼, “공기 같은 프로그램”의 메타포는 투명하고 가벼운 존재감이 주는 유연함과 생명력을 표현한다. 또한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배치도의 도형과 작명술의 단순조합에 의해 설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즐거운 표제였다. 시간에 따른 경관의 변화, 이용자에 따른 공간의 진화를 다루는데 있어서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느슨한 프로그램”과 “조밀한 연출력”이 아닐까한다. 분위기에 녹아있는 프로그램은 결국 설계가의 사고가 아주 작은 부분까지 꼼꼼히 미쳤을 때만 가능한 것 아닐까. 강요되지 않았지만 걷고 싶고, 앉고 싶고, 뛰고 싶게 만드는 공간의 공기는 아주 미세한 설계적 장치와 배려들이 빚어내는 마법 같은 화학작용일 것이다. 프로그램의 가벼움이 공간설계에 있어 디테일의 가벼움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오히려 더 촘촘한 설계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도로 연재순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디테일에 대한 운을 떼기가 한결 가벼워진다. 올해 초 정도 되었을까, 컴퓨터를 포맷하기 위해 백업받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해 지난 답사 사진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피식 웃으며 재미있다고 느낀 점이 있는데, 해가 지날수록 전체 답사사진들 중에서 디테일을 찍은 사진의 수가 끊임없이 증가한 나름의 경향을 발견한 것이다. 회상해 보건데 학생시절 여행에서는 기념품 가게의 엽서에 나옴직한 구도의 사진들을 정신없이 찍어대며 꽤나 만족했었던 것 같다. 풍경화를 흉내내는 사진들이 대부분인 그때의 기록들은 다시 보니 남이 찍은 것 마냥 심드렁하기만 하다. 고백하자면 정작 디테일을 찍는 버릇은 거의 직업적 생존에 관련되어서야, 즉 디테일 설계를 스스로 직접 해야 하는 입장에 이르고서야 생긴 것이다. 요즈음 학생들과 함께 답사를 다녀오면 가끔 각자 찍은 사진들을 비교해서 보곤 한다. 여전히 그들은 나의 학생시절과 다름이 없다. 투시도에서 자주 쓰이는 구도의 풍경사진들과 꼴라쥬 소스로 쓸만한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 그리고 물론 단연 학생들끼리 서로 돌아가면서 자신들을 찍는 미니홈피용 연출사진들이 대부분이다. 디테일이라는 주제를 돌덩이처럼 가슴 한켠에 가지고만 다니다가, 디테일에 대한 관심은 결국 설계과정의 학습 발달 단계와 연관이 깊은 것 같아, 즉 학생들이 디테일에 무심한건 그들의 나이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는 의심 때문에 글의 방향을 잡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한편, 학생시절의 나도, 지금의 학생들도 여전히 디테일을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단순가정을 해보니, 몇 가지 하고 싶은 얘기들이 생긴다. 디테일에 관한 개념: 전체와 부분의 관계 디테일(detail)의 어원은 불어인 “taille”나 라틴어인 “talea”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어의 “taille"는 어떤 것을 조각으로 자른다는 의미여서 재단사(tailor)”라는 단어와 같은 어원을 가진다. 덜 알려지기는 했지만 더욱 흥미로운 어원은 라틴어의 ”talea"인데, 이는 식물의 접붙이기에 쓰일 용도로 큰 나무에서 가지(twig) 등의 부분을 잘라내는 일을 의미한다. 건축이론가인 로빈 드립스(Robin Dripps)의 해석에 의하면 이 접붙이기로부터 출발하는 어원의 의미는 전체에서 부분을 떼어내도 그 부분이 자연적인 자기 복제과정을 통해서 전체를 다시 구성한다는 데에 있다. 옷감을 재단해서 나온 조각들은 전체의 부분으로서의 기능에 그치지만 나무와 같은 생명체의 부분은 그 자체가 전체의 질서를 이미 가지고 있는 소우주(microcosm)와 같은 것이다. 전체의 부분이 아닌 전체를 담고 있는 부분. 살아있는 시스템을 다루는 조경설계에 있어서 굳이 꼽으라면 불어보다는 라틴어적 의미계보를 계승하고 싶은 것은 억지스럽지만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우리나라의 언어적 관습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디테일을 ”그린다” 혹은 “디자인한다”라는 표현보다는, 디테일을 ”푼다”라는 동사를 즐겨 쓴다. 이러한 숙어적 표현은 암암리에 디테일은 디자인의 일부라기보다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해결이라는 간편한 뉘앙스를 던져준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해결로서의 디테일이라는 관념이 우리의 외부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성의 없는 상세들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니얼 커크우드 디테일을 다루는 그의 저서 『The Art of Landscape Detail』에서 이러한 점을 명백히 반박한다. 디테일 역시 조경설계과정의 일부, 즉 창조적인 디자인 행위이며, 단지 이 창작활동이 특정한 스케일로 이루어질 뿐이라고 하였다. 또한 디테일은 설계가의 생각을 공간이라는 실체로 전환하는데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매개체임을 강조하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조경설계에 있어서 디테일을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하였는데, 실행 디테일(implementation detail)과 설계 디테일(design detail) 그것이다. 전제가 어떻게 현장에서 제작되는가에 관련된 기술적이고 도구적인 개념이라면, 후자는 설계가의 아이디어를 핵심적으로 표현하는 표현적이고 생성적인 개념이다. 전자가 시공과정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설계과정에 더 중점을 둔 것이다. 결국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디테일이 도구적이지 않고 설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창의적 요소로서 즉 “설계 디테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저서 『Detail in Contemporary Landscape Architecture』에서 저자 버지니아 맥리오드(Vrginia McLeaod) “디테일은 경관이 어떻게 조합되는지를 보여주는 진정한 재현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 역시 디테일이 부분 그 자체가 아니라 부분이 결합되는 방식, 즉 전체 경관을 구성하는 시스템에 관한 것이라는 확장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번호의 디테일에 관한 이야기는 결론적으로 디테일에 대한 개념의 업그레이드, 그에 근거한 창의적 실천과 정당한 평가의 필요성을 밝히는 것일 것이다.
  • 우연한 풍경은 없다(5) 면목동 동원골목시장, 그들만의 합리 그리고 우리의 활기
    시장에는 마케팅 전략이, 있다 vs 없다 ‘마케팅 전략’ 모든 상행위에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상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화장실은 꼭꼭 숨겨두어서 백화점 안을 더 둘러보고 찾을 수 있게 한다. 같은 이유로 엘리베이터는 구석에 두고 에스컬레이터는 잘 보이는 곳에 둔다. 또 식품매장은 지하에 있고 전문 식당가는 맨 위층에 둔다.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전략인데, 고객이 식사만 한 후 백화점을 나오지 않고 쇼핑까지 하게 되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재래시장의 상인들도 물론 전략은 있다. 시장의 음식점들은 간판에 ‘원조’, ‘할머니’라는 단어를 넣어 역사가 있는 곳임을, ‘장충동 족발’, ‘명동 분식’, ‘전주 비빔밥’ 같은 상호로 ‘파스타는 이태리가 최고’ 같이 정통성이 있는 곳임을 내세운다. 어디가 더 합리적일까? 마트 vs 시장 고객을 더 이상 빼앗기고 싶지 않아 시장도 마트가 되고 싶어 한다. 비나 눈 같은 기후 변화에서 벗어나 언제나 상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뜨거운 햇빛을 가려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소위 아케이드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지붕을 씌운다. 그리고 마트에서처럼 카트를 끌고 다닐 수 있도록 바닥을 고르기도 하고 상인들은 옆 가게와 줄을 맞추어 물건을 진열한다. 물리적인 것만 바꾸는 것은 아니다. 쿠폰도 발행한다. 마트가 지향하는‘깔끔’, ‘편리’, ‘효율’, ‘쿠폰을 통한 사행심 조장’을 시장도 실현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시장도 마트가 될 수 있을까? 면목동의 동원골목시장을 보자. 여기도 ‘현대화’사업을 했다. 지붕이 덮여졌고 쿠폰을 발행한다. 진열된 물건도 간판도 줄 맞추어 있다. 바닥에 물도 고여 있지 않다. 쾌적하다. 그런데 문구점 앞의 저 장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알록달록한 장난감 옆에 젓갈병이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디 마트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젓갈을 장난감 옆에 둔다면 바로 항의가 들어갈 것이다. “물건 찾기가 힘들잖아요, 위생적이지도 않구요.” ‘같은 품목은 같은 곳’이라는 기준을 갖고서는 말이 안 되지만, 또 꼭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시장에서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우연하게도 문구점 주인은 젓갈에도 조예가 깊고 좋은 젓갈 구입처를 안다. 그래서 기꺼이 장난감 사이에 젓갈을 두었다. 고객들도 안다. 이 집 젓갈은 싸고 맛있다는 것을. 그래서 기꺼이 젓갈을 사기 위해 문구점을 찾는다. 어떤가? 말이 되지 않는가? 하버마스인가? 말을 통해서 서로간의 합리성이 형성되는 생활세계에 대해 말한 이가. 우리는 시장에서처럼 서로 ‘말’을 통해서 서로의 기준을 만들고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말이 필요 없어졌다. ‘합리화’라는 명분은 굳이 말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내판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상품이 있고, 거기 쓰인 가격대로 계산대에서 돈을 지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말’이 필요하다. 합리성, 그 이상의 기준과 가치로 운용되는 곳이 시장인 것이다. 또 모두 드러내놓고 말을 하는 곳이니 이미지로 사람을 현혹하기도 힘들다. 시장을 거니는 일은 즐겁다.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생동감’이 있다. 브랜드의 유명세가 아니라‘골라! 골라!’같은 호객행위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그 자체가 시장의 배경음악이 된다. 또 ‘욕망’이 아니라 ‘정서’를 자극한다. “마수걸이인데 깎지 말아요” “떨이라 배추가 시들시들한데 싸게 팔아요." 또 시장에는 정확한 가격표가 없기에, 있어도 그리 절대적이지 않기에 흥정과 실랑이가 필연적이다. “좀 깎아줘! 한 개 더 줘!” “이거 팔아서 남는 거 없어, 다른 데 가봐, 이만한 가격에 살 수 있나.” 그 과정에서 덤이 오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장은 생동감을 갖는다. 기계적 합리성의 빈틈은 대화로 채워지고, ‘활력’이라는 매력적 부산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낙안읍성
    Naganeupseong 낙안읍성(樂安邑城)은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에 위치한 면적 223,108㎡, 둘레 1,410m의 조선조 군 청사 소재의 읍성으로 성곽과 객사를 비롯한 관아의 중심시설들 일부가 원형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며, 현재는 남문인 쌍청루와 동문·서문, 동헌, 객사, 내아 등에서 자연과 인공이 화합하는 순응의 미학을 공간적, 지형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1983년 6월 14일, 사적 302호로 지정되었다. 造營 _ 낙안읍성은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에 소재한 읍성으로 성곽과 그 내부의 주거지 객사를 비롯한 중심시설들 일부가 거의 원형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성곽의 축성연대는 임경업 장군이 서기 626년(인조 4년) 군수 재직시 쌓았다고 하나, 1481년(성종 12년)에 편찬된『동국여지승람』에서 낙안성의 소재를 말하고 있고 성의 축조기법으로 보아 조선 초기보다 훨씬 이전에 축조되어 있었던 것을 임경업 장군이 개축한 것으로 추측된다. 立地 _ 읍성의 입지는 북방의 금전산(670m)을 진산으로 삼고, 동으로는 멸악산(오봉산)과 개운산이 위요하며, 서쪽으로 백이산(584m)과 금화산이 둘러싸고 남쪽으로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들판 가운데에는 약간 낮은 구릉(옥산 59m)이 있으며‘, 평지성(平地城)’의 유형을 보이고 있다. 풍수적으로는 북쪽의 옥녀(옥녀봉)가 남쪽의 장군(장군봉)을 맞기 위해 머리를 풀고 화장을 하는 중이라는‘옥녀산발형(玉女散髮型)’이며, 읍성 자체의 형국은 ‘행주(行舟)’형국이라 하여, 키, 돛, 닻, 노 등 배의 도구를 갖추어야 대길하다고 한다. 이러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지형을 이용하거나, 수목을 많이 재식하였는데 마을 중앙의 은행나무는 돛을 상징하고, 대칭으로 재식된 은행나무는 배의 균형을 유지하는 닻으로, 성곽을 따라 조성된 노거수는 노를 상징하는 경관지표물이 된다. 하천으로는 금전산 동남에서 흘러들어오는 동천과 서남에서 흘러나오는 서천이 있는데, 모두 성곽 바깥 동서면을 흐르다가 옥산 앞을 지나 들판을 건너 남해로 흘러들어 간다. 성 주변의 문화재로는 낙안향교와 충민사(忠民祠: 임경업, 김빈길 장군의 사당)가 성의 동측에 있다.
  • 연속기획: 조경업, 위기를 기회로!(6) 새로운 길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막연한 불안감? “희망은 언제나 위기를 이긴다”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공익광고가 흘러나오는 시대다. “우리는 언제나 시련을 이겨내왔다”며 “우리 가슴에 희망이 있는 한, 우리 경제의 위기는 기회로 바뀔 거라고” 호소하는 공익광고는, 오히려 지금이 얼마나 어려운 시기인지를 넌지시 알려준다. 입으로는 희망을 되뇌어도, 마음은 불안에 잠식당한지 오래다. 높아지는 건 불안감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그에 따른 내수시장 침체가 불황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불안한 걸 어찌하랴. 감원 내지는 감봉 소식이 풍문으로 떠도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겠지만, 자재를 수입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면 요동치는 환율에 울고 웃겠지만,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게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자영업자라면 불경기를 탓하며 업종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겠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배가 혹은 조카가 직장을 잡지 못하고 이른바 청년백수 생활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은 불황 체감 지수를 한껏 높여주지만, 매스컴의 불황 타령이 당장 자기 매출 혹은 수입과 직결되지 않는 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언제 남의 불황이 자기에게 불똥을 튀길지, 탄탄해보이던 직장이 휘청거리게 될지, 매출 급감이 회사를 뒤흔드는 직격탄으로 날아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의 경기불황은 전 세계적인 것이라고들 하지 않나. 하여, 불황의 중심에 서 있건 아니건 사람들은 자연히 관련 뉴스에 귀 기울이고, 술자리에서도 경기 전망은 단골 안주감이 되고 있다. 그 자리에서 부정확한 정보들이 오가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경기를 체감하고 있는지,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는지,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 귀동냥하는 것은 때로 위안이 되기도 하고, 정보가 되기도 한다. 매스컴은 불황의 시기를 맞아 각종 경기지표를 알려주기도 하고 전문가의 입을 빌려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늘 빠지지 않는 건 사람들이 경기불황을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구체적 사례들이다. 전체를 대표할 수 없어도, 그들 일부의 이야기는 주목을 끌곤 한다. 어느 정도의 윤색은 있을지라도, 뜬구름 잡지 않는 생생함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월호부터 시작된 연속기획이 이제 종착점에 도달했다. “불황탈출을 위한 지혜를 모아보자”는 기본 취지의 바탕에는, 최대한 다양하고 가급적 구체적인 우리의 이야기를 소개해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어디는 부도 직전이라더라, 누구는 직원을 확 줄였다더라’와 같은 이른바 ‘카더라’ 통신의 뜬소문이 아닌, 좀 다양한 업계의 동향을 그들의 목소리로 담아냄으로써, 독자들이 각자의 경우와 견주어도 보고 참고도 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했던 것이다. 이번 회는 그 마지막으로, 결산의 차원에서 1월부터 5월까지 수록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았다. 앞선 5회의 연속기획에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었는지 훑어보며, 일반론적인 이야기일지라도 불황에 대처하는 각자의 자세와 전략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참, 이 지면을 빌어 그동안 인터뷰에 응해준 많은 업계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 은평뉴타운 2지구 B, C공구 미술장식품 공모전
    The Competition for Art Decorations on Eunpyeong New Town SH공사는 은평뉴타운 2지구 B, C공구 공동주택 단지에 적용할 미술장식품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3개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공모전은 총 8개 단지에 설치될 단지별 조각 또는 환경조형물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본지에서는 각 단지별 당선작을 소개한다 _ 편집자주
  • 2009 AIA NEW YORK DESIGN AWARDS
    조윤철·기효순 씨 설계 참여한 ‘강북대형공원’ 프로젝트 부문 대상 수상 2009 AIA NEW YORK DESIGN AWARDS가 4월 22일 다운타운 치프리아니(Cipriani)에서 있었던 시상식을 시작으로 4월 23일부터 6월 13일까지 뉴욕의 Center for Architecture에서 열리고 있다. 이 상은 미국 내에서 가장 지명도가 있는 건축협회 중 하나인 전미 건축가협회(AIA; The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뉴욕지부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작가들이 해마다 이 상을 받기 위해 출품하고 있다. AIA Design Awards는 건축과 프로젝트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건축 부문은 지어진 건축물을 그 대상으로, 프로젝트 부문은 주로 공모전과 마스터 플랜 위주의 아직 지어지지 않은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AIA NY Design Awards 출품작들은 그 어느 해 보다도 작품성이 높은 프로젝트들이 출품되었으며, 프랑스 국립 도서관 설계로 유명한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등 권위있는 교수들이 심사를 맡았다. 수상부문 중 건축부문 대상 5작품, 프로젝트 부문 대상은 ‘강북대형공원’을 포함해 단 2작품만이 선정되었고, 참고로 2008년도 프로젝트 부문의 대상은 West8의 Governors Island가 수상하였다. ‘강북대형공원’은 에이치 어소시에이츠(H Associates), 조엘 샌더스 건축사무소(Joel Sanders Architect), ㈜해안건축, 그리고 조윤철·기효순 팀이 설계를 맡아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함께 협력을 한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뉴욕 건축·조경계에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주도해 만든 설계작품이 영예의 대상을 안았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본 수상작은 서울 강북구에 있는 옛 드림랜드를 포함한 부지로 주변과 동떨어지고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강북공원의 복원사업 일환으로 도시의 중심 뿐 아니라 주위에 있는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주변의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주변인들의 안식처로서 “배우다”, “놀다” 그리고 “편히 쉬다”의 세 가지 테마를 가진 길을 만들어 다양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으며, 대지의 자연적인 지형에서 형성된 세 가지 문화적 다리를 놓아주며 사람들이 계곡을 건너거나 주변 도심 건물과 융화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강북대형공원’은 2008년 서울시가 주최한 국제설계공모에 출품한 작품으로 당시 우수작에 선정된 바 있다.
  • 지역활성화센터 오형은대표
    “농촌마을에는 어떤 자원들이 있는가” “그 자원들 중 무엇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과거 전문가들의 전통적인 영역이 여기까지였다면, 현재 농촌계획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역의 주민들과 밀착된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 스스로가 자원을 발굴·계획하고, 실행하고, 또한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적인 계획만이 아닌 소프트웨어적인 사업을 지원하는 주민참여형 계획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활성화센터”는 2001년 개인회사로 시작했던 “공동체네트워크”가 주식회사로 바뀌면서 2003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지역활성화센터의 오형은 대표는 “조경가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지역(농촌)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 이 분야는 그 누구보다도“사람”과 “공공”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온 조경가들이 매우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항상 “공공성”에 대해 공부를 해왔으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세상과 소통하는데 인색해왔던 조경가들이, “잘 할 수 있고, 또한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진출해주길 소망했다. 과연 지역활성화 사업은 조경 분야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합니까 주로“농촌마을 계획”을 합니다. 최근에 농촌관광이나 농촌체험들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농촌마을을 농촌관광하는 마을로 계획해 주는 그런 일들을 하죠. 그간의 계획들은 계획가들이 만들어 주는 것으로 끝이 났잖아요. 계획가들이 계획을 세우면 그 다음은 행정이 하거나, 아니면 행정이 공공적인 차원에서 뭔가 만들어 주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최근에는 지역주민이 기초가 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단순히 그냥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 스스로가 만들고, 만든 것을 직접 운영하고, 운영 방식이나 홍보 및 마케팅도 같이 논의하는 등,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5년 10년 후에 우리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켜갈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간에는 전문가가 들어가서 자원을 발굴하고, 지형도 놓고 지리적 특성 찾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방식과 더불어 지역민들 스스로가 지역의 자원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워크숍을 개최하여, 자기들이 알고 있는 자원들을 찾아서 발표도 하면서 우리 마을에는 어떤 자원이 있는지 서로 공유도 합니다. 지역주민들이 찾아내는 것이 있고, 전문가 나름 찾는 것도 있는 거죠. 자기 지역의 자원에 대해 서로 토론하면서 주민 스스로의 학습이 동시적으로 일어나기도 해요. 이렇게 자원을 찾아 분석을 하고, 그걸 가지고 비전과 방향을 만들고, 마을사람들이 연차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발굴하고, 그 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고, 조직운영을 위해 정관 및 조례들을 만들고, 이를 위해 주민들과 워크숍을 하고, 그걸로 부족하면 교육도 하는, 그런 일들을 합니다. 예를 들어, 강원도 한 마을에서 “폐교를 사서 농촌체험학습을 하고, 환경 농업을 통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회원을 통해 직거래를 하겠다”고 사업을 결정했어요. 이를 위해서는 폐교를 사고, 리모델링을 하고, 이곳을 찾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것을 좀더 많이 알리기 위해 축제도 하겠죠. 그럼 저희가 하는 일은 마을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세우고, 계절별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면 좋은지 주민들과 토론해서 프로그램 계획도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시범운영하면서 스스로 기획한 대로 실행해 보는 교육형의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축제도 마찬가지로 주민들이 언제 어떤 축제를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하면,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계획도 세우고, 팜플렛과 플랭카드도 만들고, 그날 줄 선물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학교를 운영하면서 손님이 찾아오게 되는데, 오시는 분 중에는 외국인도 있고, 식사의 단가를 좀 더 높여 달라는 주문도 들어오고 하니까, 주민들이 그에 맞는 식단도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농산물이 뭐가 있는지 찾고, 식단을 짜서 그걸 직접 만들어 보고, 품평회도 하고, 가격을 결정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것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거죠.
  • West Harlem Piers Park
    웨스트 할렘 피어스 파크W Architecture and Landscape Architecture, LLC 긴 선형의 공간이었던 West Harlem Piers Park가 할렘(Harlem) 지역과 허드슨강을 연결해주는 공공공간으로 거듭났다. 69,000평방피트(약 6,410㎡)의 좁다란 모양의 주차장은 105,526평방피트(약 9,800㎡)의 공원으로 확장되었고, 도시와 강을 연결해주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변모되었다. 허드슨강의 129번가와 133번가 사이에 위치한 이곳의 폭은 테니스장 보다 넓지 않은 편으로, 인접한 도로와 위로 지나는 고속도로에 의해 주변으로부터 단절되어 왔다. 강으로 접근하는 주요 지점인 이곳은 역사적으로는 인접한 험한 강변 사이의 자연적인 만이었고, 보다 최근에는 산업부두로서 사용되었으며, 포장 및 펜스가 둘러진 주차장으로 사용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강을 따라 맨해튼의 선형 녹도를 연결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디자인 전략 적절한 모임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선형 녹도의 연결에 더하여 공원 면적의 확장이 필요했다. 공원에 할당된 공간의 크기를 늘리기 위해 몇 가지 전략이 적용되었는데, 첫 번째 방법은 말 그대로 지역사회의 오랜 소망이었던 새로운 부두의 건설을 통한 확장이었다. 역사적으로 부두는 도로 그리드망과 정렬되고 수변으로 뻗어나간다. 새로운 전략에서 우리는 부두에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모래톱의 형성 원리를 적용했다. 좁은 보도들이 물 위에서 연결되어 순환하며 공간을 확장하게 된다. 또 다른 전략은 불필요한 차로 폭을 없애고, 인접한 차도를 좁게 함으로써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도로의 재배치를 통해 공원면적의 25%가 증가되었다. 결국 공원공간은 긴 전망을 창출하는 사선의 산책로를 부두에 배치함으로써 시각적으로 확장되었다. 또한 이 사선의 구조물은 공원의 두 주요 지역인 Cove와 그늘진 Woodland의 경계를 명확히 한다. Landscape Architect _ W Architecture and Landscape Architecture, LLCProject Team _ Barbara Wilks, Tatiana Choulika, Johannes FederAlumni Contributors _ Alex Washburn, Kelly Fleming, Ken Mito, Judith Wong, Melissa YipClient / Owner _ New York City Economic Development CorporationLocation _ New York City, 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