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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 Hillstate Prugio Juan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은 인천 구시가지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 환경과 가로가 열악한 단지다. 주변 도시와 연결하기보다는 대단지임을 고려해 내부 자연 요소와 프로그램을 통해 주변 도시 환경을 아우르는 단지를 조성하고자 했다. 트리플 그라운드 주안동이 가진 도시의 풍경과 지역적 특성에 주목했다. 장방형의 길고 큰 단지에 변화하는 섬, 구릉, 산, 세가지 자연 풍경을 담아 트리플 그라운드(Triple Ground)라는 콘셉트로 걸음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만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단지를 계획했다. 장방형의 긴 축을 따라 왕벚나무를 식재해 주요 흐름을 유도하고 그 사이사이에 테마 식재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러운 시선의 흐름을 유도했다. 블루밍 아일랜드 단지 중심 공간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담고자 넓은 잔디광장, 수경 시설, 휴게 공간을 조성했다. 풍부한 녹음과 수종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고, 이 공간들의 시너지가 모여 단지의 상징적이면서 거대한 복합 광장을 이룬다. 윈드 라운지: 넓은 잔디광장이 있는 공간으로 티하우스에서 광장을 바라볼 수 있다. 팽나무 녹음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배롱나무의 수형과 꽃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다. 가든 라운지: 자연과 대비되는 인공 소재의 구조물로 목가적 공간을 만들었다. 섬을 형상화한 곡선의 플랜터로 입체적 공간을 꾸몄다. 이곳에는 단풍이 매력적인 서어나무를 식재하고 서어나무 아래 화산석과 초화를 배치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블루 라운지: 수경 시설의 청량함과 자연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산수정원이다. 석가산은 장방형의 긴 축이 가진 열린 경관을 저해시키지 않는 동시에 공간의 위압감을 해소시킨다. 선큰 라운지: 지나가는 위요된 공간이 아닌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밝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교목은 배제하고 다양한 관목과 초화류를 식재했다. 자연 친화적 시설과 포장을 적용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환경과조경422호(2023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라모디자인그룹 사진 유청오 조경 특화설계 라모디자인그룹 시공 현대건설, 대우건설 위치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동 1425-2번지 일원 조경 식재 장원조경 조경 시설 조경사엔앤씨 놀이 시설 플레이잼 규모 2,958세대 대지 면적 105,997.70m2 조경 면적 45,389.50m2 준공 2023. 6. 라모디자인그룹의 ‘라모’는 랜드스케이프와 모자이크의 합성어(landscape+mosaics)로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는 많은 경관과 조각의 조합을 뜻한다. 2003년에 설립되어 마스터플랜부터 조경 및 도시계획, 주거 등 다양한 규모와 유형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대지가 들려주는 소소한 속삭임, 사회적 요구, 변화하는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설계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 라모디자인그룹
  • [어떤 디자인 오피스] 가원조경설계사무소
    우리의 스튜디오 가원조경설계사무소(이하 가원조경)를 24년간 운영하면서 개인과 조직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부터 자리를 지켜주었던 직원들은 어느새 회사의 기둥이 됐고,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갖춘 새로운 인재들이 영입됐다. 우리는 현재 4개의 스튜디오(설계실), 연구소(강과 바다), 경영지원실, 영업기획본부로 구성된다. 4개의 스튜디오는 프로젝트 수주부터 시작해 계획, 기본·실시설계에 참여하며, 각 스튜디오는 고유의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조경의 본질과 가치를 연구하고 있다. 스튜디오 G1 스튜디오 G1의 설계 철학은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우선 경계선 바깥과 안이다. 경계선 밖의 풍경은 경계선 안에서도 바라보는 풍경임을 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계선 안쪽의 풍경을 만들며 전체와 부분이 하나의 풍경으로서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두 번째는 간극이다. 도시와 자연, 그리고 사람으로 구분된 공간적 개념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간극의 틈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 번째는 시작 혹은 시도다.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시도들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시도가 생태적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와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경관을 구현할 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상무 소장) 스튜디오 G2 스튜디오 G2란 이름으로 모인 지 3개월 차에 접어드는데, 괜찮은 팀워크를 발휘하며 점점 발전해 나가는 중이다. 문과적 감성보다는 이과적 이성이 강한 팀원들과 함께 내실 있고 탄탄한 설계를 해나가고 있다. 환경 설계의 아젠다인 탄소 저감, LID, BF 등을 조경 설계에 적용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에서 현실적인 설계 기법과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용주 소장) 스튜디오 G3 Think Harder than Work Harder. 스튜디오 G3의 지향점을 드러내는 문구다. 해외파 소장을 필두로, 가원조경에 또 다른 색깔을 칠하고 있다. 업무적으로 맡은 프로젝트마다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면서 조금은 색다른 아이템과 디자인 디테일을 반영하고자 노력하며, 일련의 과정에서 각자의 의견과 대안을 함께 생각하고 공유하는 것을 추구한다. 업무 이외 서로의 일상과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며 챙겨주는 따뜻한 팀이다. 조만간 인스타그램 계정(@studio_g3_)을 통해 G3만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많관부! (임상현 소장) 스튜디오 G4 스튜디오 G4의 팀원들은 예측하기 힘든 미래 환경에 최상의 공간적 해법을 제시하는 조경설계 작업에서 조경가로서 긍지를 느낀다. 하지만 실무에서 어쩔 수 없이 현실의 벽을 체감한다. 상상의 범위를 최대한 확장하되 이를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안착시켜 조금씩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일정한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 성과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격려와 유머는 너무나 중요한 요소다.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재미에 들떠, 때로는 깊은 고민에 빠져 완성한 도면을 볼 때마다 “해냈다!”라는 탄성이 바로 터져 나온다. (김준현 소장) 우리의 프로젝트 충남미술관 건립 국제지명설계공모 충남미술관은 용봉산의 숲과 내포 신도시의 경계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자연과 도시 사이에서 생긴 간극을 문화라는 매개체로서 연결하는 프로젝트였다. 연속된 흐름을 만들어 주는 숲으로 용봉산의 흐름을 잇고, 다양한 도시의 문화와 미술관 내부의 문화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만들고자 했다. 열린 동선과 최소한의 공간 계획을 통해 열린 경관을 확보하고 문화적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빈 공간에 다양한 공간을 계획했다.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원의 외부 공간은 주변 지형을 끌어안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의 곡선과 이를 받아들이는 경작지의 격자선을 엮어 자연 사이의 생산적인 대화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경관은 자연이 서로 전이되는 유동적인 공간이며 다양한 가치와 활동을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경관의 틀은 기존의 전통 농업 방식을 넘어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새로운 형태의 농업 활동을 제안한다. 혁신원자력연구단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재도약을 위한 터전으로 첨단 원자력 기술의 새로운 빛이 될 혁신원자력연구단지는 지역과 함께 숨 쉬고 성장하는 커뮤니티 시설, 경주 감포의 해안 경관과 연대산의 숲 경관이 공존하는 단지로 과학과 사람이 교감하는 정원과 공원으로 거듭 날 예정이다. 화성 동탄2신도시 신주거 문화타운 자연의 숨결이 스며들고 이웃과 유대를 쌓는 마을 공동체를 이루는 신주거 문화타운을 제안했다. 자연에서 변화하는 공통된 언어를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열린 단지로 계획하고 네 개의 블록을 잇는 네 개의 길을 통해 커뮤니티를 공유하는 마을로 조성 중이다. 평택 삼성전자 사무동 옥상정원 평택 삼성전자 신축 사무동 6층에 위치하는 6,000평 규모의 옥상정원으로, 흐르는 공간과 경계를 넘는 소통을 설계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위한 오피스 외부 공간으로 갯벌이었던 대상지의 형상과 삼성전자의 디자인 모티브인 무경계의 디자인을 조화시켰다. 성남복정 1·2 공공주택지구 조경 기본 및 실시설계 공모 3기 신도시에 시대적 요구인 탄소 중립과 기후 변화에 적응하며 도심에 활력을 더하는 친환경 복합 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복정 1지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심 커뮤니티의 중심 공간 복우물광장은 복정동 이름의 유래가 된 복우물을 재해석한 잔디광장과 캐노피로 만들고, 단차 극복을 위해 보행 램프를 계획했다. 도시의 환경적 맥락에서 봤을 때 중요한 전이 공간인 복자락공원은 경사지를 활용한 테라스 공간을 조성하고 기존의 저류지를 활용해 문화와 예술을 담은 공간으로 계획했다. 자연 친화적인 무한의 놀이언덕은 기존 영장산의 능선을 활용하여 지형을 다듬고, 아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이 유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세곡천 수변감성도시 조성사업 제안공모 과거 도심 하천 계획이 하천의 치수 기능을 높이거나 자연 생태 하천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서울시 수변감성도시 계획은 하천을 도시의 주요 활동 영역으로 만들어 주변 도시 공간에 재편시키는 것이 주요한 설계 과업이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과 도시, 자연을 연결하는 참신한 방식을 탐구해왔지만, 하천이라는 난제 속에서 대부분 처음 대면하는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했기에 쉽지 않았으나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도시와 하천의 경계를 개방하여 수변을 적극적인 활동의 공간으로 조성하되, 홍수의 위험에 대응하여 범람과 빠른 유속에 적응하는 설계를 도입했다. 무엇보다 하천의 감성을 살리는 동시에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을 설계 목표로 삼았다. 불광천 수변감성도시 조성사업 제안공모 서울의 하천은 대부분 제내지와 제외지의 성격이 확연히 분리되어 있어 시민의 삶에서 소외됐다. 불광천은 주변에 다양한 근린 가로가 형성됐지만, 둔치의 일방 보행로와 각종 지장물로 인해 수변의 활력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 제방면과 보행로를 통합한 설계를 통해 수변을 시민의 활동 영역으로 넓히고, 구역별로 개성 있는 프로그램 공간을 도입해 불광천 수변을 걷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활기가 넘치는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오피스 문화 시대의 흐름에 맞춘 복지 시대와 세대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기존 설계사무소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노력 중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의 눈에는 아직 부족할 수 있지만,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복지를 주고자 오피스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모니터, 핸드폰으로만 보던 해외 조경 공간 답사가 그중 하나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란 말처럼 디자인에 영감을 주거나 관심 있던 해외사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경험은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각자 추구하는 지향점을 위한 좋은 토대가 될 것이다. 올해 4월에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사내 체육대회를 진행했다. 봄 야유회를 준비하던 중 사내 체육대회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권혁 실장(스튜디오 G1)을 중심으로 빠르게 장소, 경기 종목 등이 결정됐다. 회사에 앉아 업무를 보던 점잖은 직원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들은 아주 치열했고 그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현재 사무실은 강남구 역삼동 인근의 빌딩 3, 4층을 사용하고 있으며, 21명의 구성원이 각자 넓은 작업 공간을 쓸 수 있도록 배치했다. 2023년은 가원조경이 창립한 지 24년째 되는 해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가원조경을 거쳐 갔고, 밖으로 나가 각자의 영역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새로운 조경가들이 합류하여 회사의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하며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볼 때면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도 젊은 조경가들의 역량 개발과 조경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안세헌) 가원조경설계사무소는 1999년도에 창립하여 올해로 24년 차를 맞이한 조경설계사무소로도시와 건축의 외부 환경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한다. 우리의 디자인은 자연의 존중과 인간 활동의 관심을 바탕으로 대상지의 도시적, 인문적, 생태적 맥락에 개입해 전통적인 도시, 건축, 조경 영역을 탈피하고 실용적이며 창의적인 다양한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 [모던스케이프] 공원의 이면, 약물 중독자들의 쉼터
    도시의 자연 대체제로서의 공원이, 근대 초기에 도덕과 문화, 윤리가 박탈당한 도시를 구원할 수 있는 이상적인 대상으로 간주되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생각처럼 공원이 순수하게만 이용된 것은 아니었다. 공원은 분명 회색 도시의 녹색 해독제 역할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근대 도시의 암울하고 야만적인 민낯을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근대 초기, 신문의 공원 관련 기사는 대체로 세 가지 주제로 분류된다. 첫째 도시 개발의 일환으로 조성된 도시 시설로서 공원의 지정, 계획, 조성에 관한 기사나 둘째 연주회, 야유회, 기념회 등 행사 개최지로서의 공원 소식이다. 셋째 비관, 소외, 갈등 등으로부터 비롯된 사건 사고 현장이 되는 이야기다. 당시 공원에서는 상해치사나 자살 같은 사고가 상상 이상으로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이는 공원이 일찌감치 도시 문제를 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경복궁 서쪽, 조선의 주요 제례처인 사직단을 품고 있는 사직공원(지금의 사직근린공원)은 자살이나 살해 사건 등이 자주 일어났으며, 아편과 모르핀 따위에 중독된 부랑자들이 유독 많이 이용한 곳이었다. 만해 한용운(1879~1944)은 소설 『박명薄明』에서 당시 사직공원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깨끗하지 못한 공기와 흐리터분한 티끌과 매연 사이에서 복잡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도회지 사람들은 언제든지 신선한 공기와 맑은 바람을 그리워하는 것이지만, 만일 더운 때를 당하면 더욱 그러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서울 사람들은 여름만 되면 될 수 있는 대로 나무 밑이나 물가에를 찾아다니며, 땀을 개이고 정신을 맑히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경성 안의 작고 큰 공원에는 더위를 피하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중에는 여름을 거기서 나다시피 하는 사람도 적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경성의 공원이라고 하는 것이 모든 설비에 있어서 아직 공원다운 공원이 없지만, 그중에서 그늘도 있고 물도 있고 발세1가 좋아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데는 사직공원이었다. 거기는 피서하기 위하여 임시로 드나드는 사람은 물론이고, 운동이나 유희를 위하여 오는 학생층의 사람들도 많으며, 혹은 셋집에서 쫓겨난 사람이라든지 오다가다 머무르게 되는 사람들이 나무 밑에 거적대기로 의지하고 단지 밥을 해 먹어 가며 임시로 살림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다른 데서 보기 드문 특별한 현상이라고 할 것은, 아편쟁이들의 도회청이 되다시피 한 일이었다. 그것은 아편쟁이 중에도 집도 절도 없는 사람들이 갈 데가 없어서 그런 데로 모여드는 것이겠지만, 허다한 빈 땅을 두고서 사직공원으로만 모이게 되는 것은, 여러 가지 형편으로 자기네의 생활에 편리한 점이 있는 까닭이니, 그들의 생활에 편리한 것이라는 것은, 첫째로 마약을 파는 곳이 가까운 것과, 그 주위의 집들이 많이 있어서 밥을 얻어먹기가 편리한 것과, 나무 밑에서 한둔하기가 좋은 중에, 만일 날이 궂을 때에는 사직 문간이 있어서 풍우를 피할 수가 있는 까닭인데…….” 각주 1. 발세: 산줄기의 형세(북한어) *환경과조경422호(2023년 6월호)수록본 일부
  •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 현대건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다 김용대·이한희·이정열·최승현 인터뷰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은 현대건설이 추구하는 일상의 곳곳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적용한 단지다. 블루밍 아일랜드, 다이내믹 필드, 그랜드 포레스트로 단지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차별화된 방향성을 제시했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의 조경 시공을 담당했던 김용대 현장 소장(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이한희 매니저(현대건설 익스테리어팀), 이정열 차장(장원조경), 최승현 부장(조경사엔앤씨)을 만나 조성 과정의 뒷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자연, 사람, 쉼 김용대 소장은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을 ‘자연’, ‘사람’, ‘쉼’이란 키워드로 설명했다.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인천의 자연을 담고 입주민들에게 여유로움과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자 했다. 뛰어 놀고 운동하는 동시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들었다.” 이는 김소장의 시공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학교, 회사 등에서 열심히 달리고 다시 돌아오는 곳이 집이다. 집은 편안하고 여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는 집뿐 아니라 단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쉼과 여유를 더 크게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아파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공들인 공간 중 하나로 어린이 놀이터를 꼽았다. “삼각형 형태의 대형 정글짐이 있는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했다. 처음에는 어린이들이 이 놀이터를 좋아할지 의문이 있었다. 특히 다른 놀이터와 달리 규모가 크고 높이가 높아 어린이들이 잘 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오픈하니 다른 동네 아이들까지 놀러와 즐겨주었다. 한 아이가 꼭대기까지 과감하게 올라가니 다른 아이들도 따라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시작은 두렵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환경과조경422호(2023년 6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메타버스로 보고 듣고 즐기기
    “I’m on the Next Level……” 케이팝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이 가사에 한쪽 팔을 꺾어 ㄷ자를 만들 것이다. 에스파의 ‘Next Level’로, ㄷ자 춤과 함께 유행을 선도했던 노래다. 에스파는 지금까지 의 아이돌과 다른 독특한 콘셉트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를 결합한 아이돌이다. 그룹명 에스파(aespa)는 아바타(avatar)와 경험(experience)의 앞 글자를 딴 ae와 양면이라는 뜻의 aspect를 결합한 명칭이다. 3D를 기반으로 창조된 가상 세계인 플랫(FLAT)에서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아이ae를 포함한 8인조(인간 멤버 4명+ 아바타 멤버 4명)로 활동하고 있다. 에스파의 데뷔 티저 영상은 꽤나 충격이었다. ‘아바타가 멤버라니, 메타버스가 콘셉트가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적잖이 놀랐다. 영화나 드라마에 실제와 혼동하기 어려울 정도의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 적용되는 것에 적응하고 있던 찰나인데, 아이돌의 활동 방식에까지 기술의 여파가 미치다니, 심지어 아바타가 실제 사람과 대화하고 춤을 추다니. 이런 기술은 볼 때마다 놀랍다. 사실 메타버스를 처음 접한 건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가입자가 3,6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플랫폼인 싸이월드다.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를 켜 싸이월드에 접속했다. 내 취향을 엿볼 수 있는 1평도 안 되는 미니홈피와 아바타.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어젯밤에 누가 어떤 말을 남겼을까하는 기대감으로 먼저 방명록과 일촌평을 확인했다. 한 명도 방문하지 않은 날도 있었고, 꽤 많은 지인이 찾아온 적도 있었다.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친구들과 서로의 미니홈피를 하루에 열 번씩 방문하자는 딜(?)을 하기도 했다. 싸이월드에선 현금 역할을 하는 도토리가 있었는데, 명절에 받은 용돈의 3분의 1로 이 견과 전자 화폐를 샀다. 배경음악BGM을 사는 데 대부분의 도토리를 투자해 내 심정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곤 했다. BGM보다 공을 들인 부분은 일촌명이다. 일촌명은 일촌을 맺는 사람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적히는 것인데, 드립력(?), 창의력 혹은 그 사람과의 관계성을 엿볼 수 있었다. 새로 일촌을 맺는 사람과는 사전에 몇 가지 후보를 가지고 어떤 일촌명으로 설정할지 꽤 진지하게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싸이월드와 많은 시간도 보내고 추억도 쌓았는데, 이 미니홈피가 메타버스의 일종이라는 건 최근에 알았다. 당시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도 생소했고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다. 나에겐 방과 아바타를 꾸미고 BGM을 고르는 하나의 재미였다. 그래서 인지를 못했던 것 같다. 최근에 들어서야 인공지능AI, CG, 메타버스 등이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자주 쓰는 용어가 됐다. 4월 1일,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이하 순천만박람회)가 개최됐다. 취재 차 순천만박람회에 방문했다. 자료 조사하던 중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메타버스로 순천만박람회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기해서 바로 메타버스 박람회에 접속했다. 아바타에 별명을 설정하면 입장 준비 완료. 그린아일랜드를 걸으며 박람회장인 순천만국가정원으로 들어간다. 박람회장 곳곳을 둘러봤는데, 여러 공간 중 경관정원과 노을정원에서 아바타를 조작하던 손가락을 멈췄다. 그래픽으로 구현된 노을과 화려한 꽃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메타버스로 담지 못하는 광활함과 청량감이 나를 반겼다. 오천그린광장 잔디밭에 앉아 광장을 살펴보았다. 건물 속 꽉 막힌 풍경과 달리 뻥 뚫린 이곳은 편안해 보였다. 돗자리를 깔아 피크닉을 즐기고, 자전거로 동천을 내달리고, 그린아일랜드를 산책하는 모습들은 메타버스가 아닌 그곳에 직접 가야 만끽할 수 있는 풍경이란 걸 깨달았다. 수많은 메타버스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가볼 수 없는 곳을 체험해보기도 만나기 어려운 이를 접하기도 한다. 『환경과조경』도 메타버스로 보는 상상을 해봤다. 소개되는 공간을 그래픽으로 구현해 둘러보고, 필자들을 화상으로 만나는 등 잡지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을 형광펜으로 밑줄 긋는, 이미지를 오려 따로 보관하는, 종이를 넘기면서 읽는 그 특유의 책 맛을 메타버스로는 재현하긴 어렵지 않을까. 책으로 펼쳐보는 상상력은 무한하니깐.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만약 아무도 묻지 않는다면 나는 알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여러 동네를 쏘다닌 결과를 바탕으로 나만의 지도를 만들고 있어야 했다. ‘우리가 행동하면, <모두가이동할지도>’를 발견한 4월 중순부터, 미리 계획을 세웠더랬다. 모두가이동할지도는 기부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로, 이동 약자를 위한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경사로가 설치된 곳, 매장 입구에 턱이 없는 곳의 사진을 찍어 카카오맵에 업로드하면 참여가 완료된다. 인증된 장소에는 카카오맵 내에 ‘이동약자접근’이라는 표시가 생긴다. 설계공모 지침과 설계 설명문에서 배리어프리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며 내 일상 속 장소가 얼마나 이동 약자에게 친화적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건 예상과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슈퍼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로 인해 어그러졌다. 2023 순천만박람회를 다녀온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목이 따끔거린다 싶더니 확진이었다. 격리를 마치고 나니 마감이 코앞, 멍한 머리로도 이대로 글감을 찾지 못하면 망하는 상황이라는 건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초조한 내 앞에 구원자처럼 나타난 게 바로 『조경개념사전』(123쪽 참조)이었다.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책이 있지만, 사전은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떤 단어를 찾기 위해 책장을 뒤적이고 넘기는 행위 자체를 포함한 개념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얇은 종잇장을 넘기면 나던 바스락대는 소리와 오래된 종이 특유의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 내게는 그 어떤 인쇄물보다 단연코 아날로그적인 대상이다. 갑자기 무슨 사전이냐 할 수 있는데, 2022년은 한국에 조경이라는 학문이 들어온 지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며 여러 행사와 사업이 진행됐는데, 『조경개념사전』 편찬 작업도 그중 하나였다. 의아했던건 조경용어사전이 아닌 조경개념사전이라는 점이었는데, 서문에서 “단순한 용어 정의나 낱말 풀이식의 책이 아닌 하나의 용어에 담겨 있는 다중적인 가치와 미래 전망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책”으로 집필 방향을 설정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향점에 따라 『조경개념사전』은 조금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됐다. 우선 차례가 두 개다. 가나다순 차례 뒤에, 영역별 차례라는 독특한 형태의 목록이 있다. 여섯 개의 영역은 조경학의 기본 갈래에 따라 설정되어 있어서, 영역별 목차를 따라 읽으면 조경의 한 분야를 가볍게 훑어볼 수 있다. 보통 사전이 단어의 뜻과 예문, 유의어, 반대어 등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이 사전은 길게는 8쪽에 달하는 긴 글과 참고 이미지로 단어를 설명한다. 필요에 따라 다른 사전에서 정의한 단어의 뜻을 적어 놓기도 했다. 읽을거리가 꽤 되다보니 찾는다는 표현보다 그야말로 읽는다는 표현이 훨씬 어울리는 사전이다. 시집처럼 마음 내킬 때 꺼내어 손 가는 지면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전에 담긴 단어의 수는 총 126개다. 차례에서 호기심을 일게 했던 단어는 조경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거나 품고 있는 뜻이 너무 방대해 어떻게 해설했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 일반 명사들이 었다. 그중 하나가 ‘맥락’이었는데, 펼쳐본 지면에 쓰인 설명이 꽤 근사했다. “맥락(context)은 라틴어(contexere)에서 유래했다. 조경 디자인이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절대 없다. 조경이 다루는 외부 공간을 둘러싼 환경이 항상 존재한다. 조경 재료와 패턴, 공간의 형태와 활동은 맥락 안에서 직조되고, 이는 다시 주변 환경의 일부가 된다.” 물론 이 사전은 조경이 무엇인지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건 조경이 무엇인지 묻는 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유형의 작업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다. 시간이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아우구스티누스가 내놓았던 답이 떠올랐다. “만약 아무도 묻지 않는다면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누가 설명을 하라면 나는 알지 못한다.” 뒤늦게 전염병에 시달리다 막 빠져나온 탓일까, 마주치는 모든 문장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어진다. 우리가 조경을 모르는 까닭은 누군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조경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이 다양해진다면 더욱 좋겠다. 개정판, 확장판, 애장판 등 답할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으니
  • [COMPANY] 햄프로 건강하고 밝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
    햄프로는 보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기업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장영 대표(햄프로)는 우선 주변을 세심히 둘러봤다.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아이들의 발길이 뜸해진 어린이 놀이터, 반면 갈 곳이 없어 골목을 전전하다 근린공원의 작은 벤치에 장기판을 펼치고 앉은 노인들이 보였다. 눈에 띄지 않아 안부가 궁금해지는 이들도 있었다. 2020년 기준, 전체 인구 대비 등록장애인 수는 약 5.1%다.1 국민 20명 중 1명이 장애인 인구에 해당하는데, 이들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건 장애인이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뜻과 같다. 출생률이 더 낮아지거나 현상을 유지한다면, 어린이 놀이터는 아이들이 찾는 순간에만 빛나는 공간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동네 놀이터와 운동 공간이 여러 세대와 다양한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함장영 대표의 상상은 새로운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웰라이프 놀이터’는 특정 사용자를 위해 특화한 기구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어린이의 놀이 욕구를 해소하는 놀이 기구(어린이용), 체력 단련을 위한 일반 운동 기구(일반용), 시니어에게 적합한 기구(시니어용)를 모두 갖춘 제품군이다. 목적이 다른 제품을 섞어 설치해도 잘 어우러지도록 회색 스틸과 목재를 공통적으로 사용해 디자인했다. 어린이용의 경우, 아이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일반용, 시니어용과 같이 간결하게 디자인하되 산뜻한 색상과 동물 그래픽을 더했다. 함장영 대표는 “일반적인 운동 공간이나 놀이터의 경우, 특정 이용층만 쓸 수 있는 기구로 이루어져 있어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러 기업의 제품이 섞여 있으면 유지·관리가 어려울 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제품군을 개발해, 한 장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유지·관리가 용이하도록 했다. 특히 어린이용 놀이 기구는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무해한 소재를 사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따라서 제품을 디자인하고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를 선택한 후 그 소재에 맞게 제품을 구성하고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웰라이프 놀이터의 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운동 기구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퍼걸러와 운동 기구를 접목해 일석이조 효과를 꾀한 ‘퍼걸러형 종합운동기구’가 있는가 하면, 실내 운동 기구처럼 중량을 조절할 수 있는 숄더프레스와 벤치프레스 기구도 있다. 시니어용 운동 기구도 가볍게 신체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운동 기구 등을 포함한 웨이트 기구까지 그 구성이 다채롭다. 다양한 운동 기구를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햄프로가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조경 시설물뿐만 아니라 건강 관련 운동 기구를 생산해온 덕분이다. 운동 기구의 경우 실내용과 야외용으로 세분해 통합적인 개발을 해왔으며, 유아용부터 어린이용, 중/장년층용, 시니어용, 장애인용 등 전 국민이 체계적으로 각자의 체형과 매커니즘에 맞게 운동할 수 있는 기구를 개발해 보급해왔다. 그 노하우와 조합 놀이대를 결합한 결과물이 ‘공감 놀이터’다. 공감 놀이터는 세대와 장애를 넘어 모두가 함께 어울려 놀이와 운동을 즐기는 공간으로 계획됐다. 어린이 전용 놀이 기구로 구성된 ㄷ자, ㄱ자 형태의 놀이대가 기본 틀을 형성하고, 벽면과 주변에 ‘스텝건너기’, ‘링 작게 움직이기’, ‘앉았다 일어나기’ 등 시니어와 어린이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놀이 기구가 결합되어 있다. 여러 시뮬레이션을 통해 휠체어 이용자나 신체 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행 동선을 놀이 기구 사이에 마련했다. 함장영 대표는 앞으로도 노인 세대와 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어린이 인구는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보다 다양한 세대와 여러 사회 약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재개발 지역이나 신규 조성 단지에 ‘어린이 놀이터’뿐 아니라 이처럼 다양한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감 놀이터’가 설치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독일에는 CCTV보다 더 좋은 감시 효과를 가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다는 말도 있지 않나. 한 장소를 여러 세대가 즐기게 되면 서로를 보듬어주며 소통할 수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햄프로는 앞으로 그간 쌓아온 경험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세대별 맞춤형 운동 기구를 스마트화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햄프로의 연구개발팀은 사용자의 생체 리듬을 파악하고 점검할 수 있는 기구를 연구하고 있다. 더불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자체 활용하는 친환경 조경 시설물을 개발할 예정이다. 기존 시스템을 점검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박차를 가한다. 함장영 대표는 “A/S 체계를 개편해 햄프로의 제품에 이상이 생길 경우, 서울·경기 지역은 24시간 이내, 그 외 지방은 2~3일 내에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크지 않은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 덕분이다. 특히 햄프로는 연구개발팀을 격려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기본적 근태 상황 외에는 간섭하지 않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전시회, 견학, 세미나 등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연구개발팀 직원의 근속년수가 상당히 높다. 햄프로와 같이 색다른 아이디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기업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글 김모아 자료제공 햄프로 각주1. 한국장애인개발원, 『2020 장애통계연보』, 2020
  • [PRODUCT] 숲 속의 무장애놀이터 자연과 미로 속에서 모험심을 키우다
    자라나는 어린이는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놀이터는 어린이들이 꿈과 상상력을 키우는 공간으로, 어린이라면 누구나 제약 없이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안디자인은 이러한 아이들이 작은 공간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와 연결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다. 아이안디자인의 무장애놀이터는 모든 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특히 부엉이 조합 놀이대는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부엉이 형상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으며, 자연 소재 등을 활용해 풀냄새가 가득한 숲 속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부엉이 조합 놀이대의 주요 놀이 공간은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1층 놀이 공간은 데크가 없어서 휠체어를 탄 어린이도 자유롭게 드나들며 놀이를 즐길 수 있다. 2층은 바닥을 로프로 만들어 아이들이 모험심을 키울 수 있도록 했고, 3층에서는 대형 슬라이드를 설치해 어린이들이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며 스릴을 맛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주요 놀이 공간 주변에 조성한 다양한 높낮이의 언덕과 미로 시설물은 아이들의 활동성을 키운다. 뜨거운 여름철에는 아이들이 해를 피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선셰이드 그늘막을 설치했다. TEL. 02-2069-2422 WEB. www.aiandesign.com
  • [에디토리얼] 노들섬과 도시의 욕망
    한강르네상스 시즌 2,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화려한 아이템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고 하늘공원 위에는 대관람차 ‘서울링’을 세운다고 한다. 노들섬도 다시 옷을 갈아입는다. 지난 4월 20일, 서울시는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 공모 포럼’을 개최해 국내외 유명 건축가 일곱 팀의 구상안을 공개했다. 지난 이십 년간 이 작은 섬에 참 많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쏟아졌다. 피로감 때문일까, 기시감 때문일까. 이번 출품작들에 담긴 극장과 공연장, 폭포와 수영장, 관람차, 보행교, 공중수로에 좀처럼 눈이 가지 않는다. 변신을 거듭해온 노들섬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노들섬은 원래 섬이 아니었다. 1915년과 1921년 지도를 보면 현재 노들섬 위치에 해당하는 곳이 육지다. 용산 아래쪽 강기슭의 넓은 모래밭. 신초리新草里라는 마을이 있었다. 한강 근처 마을들은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개 주변보다 높은 곳에 자리를 틀었는데, 신초리 역시 봉긋한 둔덕 위에 있었다고 한다. 이 강변 마을의 운명을 바꾼 건 한강인도교 건설이었다. 1900년에 세운 한강 최초의 다리는 기차 전용 한강철교였다. 걸어서 강을 건너는 다리가 처음 건설된 건 1917년이었다. 강 북단 용산 이촌동과 남단 노량진을 잇는 이 다리는 한강인도교라고 불렸는데, 신초리 언덕에 흙을 돋우고 석축을 쌓아 올려 다리를 떠받치게 했다. 백사장 위에 섬처럼 솟은 땅이 생겼고, 이때부터 이 일대는 강 가운데 있는 섬이라는 뜻의 ‘중지도’로 불리며 육지가 아닌 섬으로 여겨졌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인도교 북측 제방이 유실되면서 중지도와 용산 사이의 인도교가 파괴됐고, 1929년에 현재의 교량이 신설됐다. 1935년에는 중지도까지 전차 궤도가 깔려 전차역이 생겼고, 이듬해에는 중지도와 노량진 사이에 아치 형태의 새 교량이 건설됐다. 신초리의 존재는 이 무렵 지도에서 사라졌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곧 증발했다. 1950년 6월 28일, 한국전쟁 나흘째 날, 북한군 진로를 차단하기 위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강인도교가 폭파됐다. 1954년에야 다리가 복구되면서 제1한강교의 역사가 시작됐다. 8차선 교량으로 확장된 건 1981년이고, 1984년에 한강대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노들섬 일대가 한강대교에 매달린 섬으로 완전히 고립된 건 아니었다. 1956년 5월 대통령 선거 유세에 30만 군중이 몰려들었는데, 그 장소가 노들섬과 이촌동 일대 ‘한강백사장’이었다. 갈수기의 드넓은 모래밭이 광장 역할까지 했던 셈이다. 한강백사장은 1960년대 서울 지도에도 넓게 남아 있다. 여가를 보낼 공원이나 공공 공간이 거의 없었던 시절, 한강과 백사장은 여름에는 피서지,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쓰였다. 노들섬 동쪽 백사장은 강수욕 즐기며 폭염을 피하는 서울의 대표 휴양지이자 절경을 자랑하는 명소였다. 한강개발 3개년계획(1968~1970)이 노들섬을 고립된 섬으로 바꿔놓았다. 이 계획의 핵심은 홍수 피해 방지와 교통난 완화를 위해 강 북단 이촌동 연안을 따라 제방 도로(현재의 강변북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모래를 퍼 날라 제방 도로를 쌓으면서 한강백사장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로 강물이 흘러 들어갔다. 마침내 노들섬은 강물에 둘러싸여 고립되고 유기됐다. 지도 바깥으로 추방된 것이다. 강 한가운데 버려진 섬에는 도시의 욕망이 주기적으로 들끓었다. 유원지와 관광지 개발 사업이 여러 차례 계획되고 번번이 취소됐다. 1970년대 초 노들섬 매립 공사를 맡은 한 기업은 1만 평이 되지 않는 섬을 4만 5천 평으로 넓힌 뒤 정부로부터 넘겨받았다. 섬 둘레로 시멘트 둔치가 생긴 게 이때다. 기업의 사유지가 된 노들섬은 공공 공간의 기능을 상실했다. 수영장과 선착장을 갖춘 종합 유원지 개발, 호텔과 리조트를 포함한 대규모 개발 사업이 구상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노들섬은 시민들의 기억에서 점차 잊혀갔다. 인공의 구조물을 야생의 식물이 뒤덮은 폐허, 미지의 땅. 21세기의 길목에 들어서며 미지의 땅이 재조명된다. 1995년, 일제식민지기에 붙여진 이름 중지도가 노들섬으로 바뀐다. ‘노들’은 ‘백로鷺가 노닐던 징검돌粱’이라는 뜻으로, 지금의 노량진 근처를 일컫는 이름에서 따왔다. 2005년,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는 274억 원에 노들섬을 사들여 오페라하우스를 짓고자 했다. 두 단계에 걸친 설계공모를 통해 건축가 장 누벨의 설계안이 선정됐으나 설계비 문제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2009년에는 오세훈 시장이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하나로 공연예술센터와 한강예술섬 사업을 펼쳤지만, 2011년 박원순 시장 체제에서 모든 사업이 보류되거나 취소되고 도시 농업을 위한 텃밭이 운영되기에 이른다. 2012년, 노들섬의 지난한 운명은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 섬의 지혜로운 활용을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모으는 시민 포럼, 아이디어 공모, 학생 디자인 캠프, 전문가 워크숍 등 다양한 노력이 펼쳐졌다. 2015년에는 관행적인 설계공모 방식과 다른 공모 과정을 통해 새 사업이 본격화된다. 시설을 먼저 계획하고 콘텐츠를 나중에 집어넣는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와 운영 프로그램을 우선 기획하고 그것에 맞는 시설과 공간을 설계하는 3단계 공모가 진행된 것이다.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한 예술 창작 기지’라는 운영자의 구상을 담아낼 공간 설계자가 선정됐다. 법, 제도, 실행이 충돌하는 난관 끝에 2019년 9월 말 새 노들섬의 문이 열렸다. 폐허의 섬으로 버려져 미지의 땅으로 잊힌 지 거의 반세기 만에 노들섬이 돌아온 것이다. 매력적인 풍경과 경쟁력 있는 입지를 갖춘 땅의 숙명일까. 2023년 봄, 노들섬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고단한 도시의 일상에서 탈주한 ‘자발적 표류자’를 반겨주던 노들섬, 그 한가로운 여백이 벌써 그리워진다.
  • [풍경 감각] 부자가 된 기분
    어렸을 적, 부모님은 시험을 잘 보면 원하는 걸 사준다는 공약을 걸곤 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의도였겠지만, 사실 시험 준비보다는 상품 고르는 걸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틈날 때마다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식물을 넣었다 빼면서 위시리스트를 채워 나갔다.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오면 그 주 주말에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식물 농장으로 향했다. 인터넷 쇼핑이 막 활성화되던 때였지만, 아버지는 늘 한 시간이나 걸리는 농장까지 차를 운전하셨다. 비닐하우스를 한 바퀴 둘러보며 식물을 구경하고 미리 적어간 식물들과 그 자리에서 반해버린 식물들을 모두 담으면 큰 상자 하나가 가득 찼다. 식물 상자는 무거웠지만 짐처럼 트렁크에 실을 수 없어 옆자리에 두고 가겠다고 하니, 아버지가 그렇게 좋냐고 물었다. 배웅하던 농장 주인 부부는 마치 부자가 된 기분일 거라고 대신 대답했다. 집에 오는 길, 내가 상자 속 식물을 유심히 보는 동안 아버지는 푸른 시골길을 달렸다. 작업실 이사를 마쳤다. 새 작업실에는 작지만 해가 잘 드는 베란다가 있어서 그간 위시리스트에 머물던 식물들을 몇 개 데리고 왔다. 은방울꽃, 수선화, 델피늄, 디디스커스, 아이슬란드포피……. 베란다 창틀에 앉아 이들을 천천히 본다. 오래 전 그 봄날, 아버지 차 뒷자리에 앉아 ‘부자가 되면 이런 기분일까’ 궁금해하던 기억이 난다. 창밖이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