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합리와 몰상식을 초월한 광기와 폭거,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가 시민들을 다시 차디찬 광장으로 불러냈다. 안온한 일상을 빼앗긴 겨울, 45년 전으로 퇴행한 이 도시의 정치적 풍경 앞에서 여느 해 1월호처럼 새해의 잡지 편집 방향을 희망차게 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17일,…
- 배정한
-
신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기대했던 지난해 겨울, 난데없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한민국은 또다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이했다. 놀란 시민들은 국회로 한달음에 달려가 완전 무장한 특수부대 계엄군과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냈다. 국회에서 어렵사리 계엄 해제가 의결되고 진통 끝에 탄핵안이 가결되는 순간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열망하는…
- 박명권
-
길게 뻗어 나온 줄기가 발걸음에 걸려서 화분이 쏟아지고 말았다. 무성한 모습이 좋아 일부러 가위를 대지 않았는데. 아깝게 부러진 잎사귀를 주워 모은다. 투명한 유액에 검은 흙먼지가 엉긴다. 뭉개진 자국에서 시린 풀냄새가 난다. 줄기를 잘 보고 발을 디뎠다면, 베란다가 조금만 더 넓었다면, 크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텐데. 쏟아진…
- 조현진
-
보이지 않는 조경. 이 말은 다소 모호하고 모순적일지도 모른다. 조경이라는 장르는 보이는 걸 구현하고, 그래서 결국 보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조경이란 무엇이며, 이를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조경가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조경가 원종호는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재주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적극 알리는 걸 한사코 마다하는 대신 자신의…
-
나와 나의 설계를 설명하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 조경가의 보이지 않는 조경’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디자이너는 각자의 생각과 일상을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홍보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시대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조용히 작업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고 작업물을 홍보할 재주도, 적극성도 부족하다. 나�…
- 원종호
-
원종호의 작품과 설계 철학을 살펴본다. 조경가 원종호가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조경의 구심점이 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섯 가지 이야기를 구성했다. 직관적 개념과 간결한 구조, 사소한 생각과 조형의 가능성, 크래프트 디테일, 관습과 타성에 저항하기, 팀워크와 최적의 경로 찾기 순으로 소개한다. 1. 직관적 개념과 간결한 구조 이번 기회를 통해 작업해 온…
- 원종호
-
서울대입구역 인근,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의 사무실이 있는 7층 대신 2층에서 원종호 소장과 만났다. 철재 문을 열자 길쭉한 테이블과 온 벽면을 따라 놓인 선반, 그 위를 채운 전통 목재 가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두리번거리는 내게 원 소장은 원래 정욱주 교수의 취미인 목공예 공방으로 쓰던 곳인데, 사무실 식구가 늘어나며 공간이 부족해져 이곳 일부를 회의실로…
-
원드리 프랭크 리베리(Franck Ribery)라는 은퇴한 축구 선수가 있다. 그는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으로, 현재 김민재 선수가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선수 시절 윙어로 대활약했다. 원종호 소장 이메일과 인스타그램 아이디인 ‘원베리(wonbery)’는 리베리의 플레이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이자 그 자신도 빠르고 기술적 타입의 축구 동호인인 점에서…
- 정욱주
-
난초 조경가 난초 조경가. 그를 이렇게 부른다면 과찬일까. 처음 만난 건 2010년 가을 무렵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참 한결같다. 수더분하고 꾸밈없는 모습, 무던한 성격을 가진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덕망이 있었다. 그와 가깝게 교류하기 시작한 건 이듬해 정욱주 교수님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보내면서다. 나이도 비슷하고 몇 가지 관심사도…
- 최재혁
-
공모 과정과심사 주안점 제부도는 바다와 갯벌로 둘러싸인 섬으로 서해안 낙조 명소 중 하나다. 특히 육지와 섬을 잇는 갯벌 위 도로가 바다에 잠겨 있다가 간조 시 모습을 드러내며 독특한 경관을 선사한다. 하지만 관광객 감소, 난개발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등 다양한 지역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화성시는 제부도의 고유한 경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