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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중앙근린공원 조성계획 대한민국 신진조경가 공모전 시민심사
광주의 큰 숲…중앙공원
시민이 낳고, 전문가가 기르는 공원 광주 중앙근린공원의 새로운 계획 마련의 필요성이 시민들에 의해 제기되어 공모전이 시작되었으나 실제 계획안 마련과 설계에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요구된다. 때문에 시민들이 목소리를 모아 광주시와 (사)한국조경학회에 광주 중앙근린공원 조성의 뜻을 전한 것이다. 이번 공모의 가장 큰 의의는 공원을 이용하는 주체가 공원 조성의 주체로 직접 참여했다는 것이다. 도시공원을 만드는 주체는 조경 전문가와 지자체이다. 하지만 그 공원이 어떻게 이용되는지는 시민들에게 달려있다. 아무리 잘 계획되고 만들어진 공원이라 할지라도 실제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외면 받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전문가들의 식견에 부합하는 전문가대상과 시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시민대상. 하나의 대상지에서 선정된 2개의 안이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실제 대상지에 녹아들어갈 수 있을지,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를 남기게 되었다.
녹색성장시대로 불리며 도시 내 녹지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증가하는 시점에 수많은 공원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역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민들의 녹지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녹지를 지켜내려는 조경가들의 열정 어린 노력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가 만나,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원계획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국가도시공원의 명문화를 앞당길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30년간 미집행 된 상태로 방치된 2,941,637㎡에 달하는 “대형공원”, 이곳에 “시민들의 요구”와 전문성을 가진 “신진조경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담기 위해 달려온 88일 간의 여정은 공원일몰제에 대처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과 전문가가 하나 된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공원 조성과정에서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보다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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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조경기술세미나
전환기 조경설계업,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2012년은 조경업 전체가 그 어떤 때보다 추운 한 해였다. 조경 설계분야 또한 급속도로 위기를 맞이했으며 하나같이 이보다 더 힘들 수는 없다고들 말한다. 이러한 때에 선진국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으며 현재 우리의 부족한 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색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때마침 12월 12일에 열린 2012 조경기술세미나에서는 ‘전환기 조경설계업,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주제로 선진사례의 발표와 전반적인 토론을 통해 설계업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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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와 황지해의 한국성
서양 사가들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쭉 찢어진 눈과 노란 피부의 악귀들을. 그들은 13세기 때 난데없이 유럽의 관문인 동유럽에 들이닥쳤다.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이 지나간 도시는 시체와 잿더미뿐이었으니. 물론 용맹한 기사들로 구성된 유럽연합군이 맞섰다. 그러나 기사단은 허울만 좋았지 날쌘 악귀들의 제물에 불과했다. 워낙 압도적인 존재였기에 이제 대적은 불가능해 보였다. 전 유럽이 공포로 얼어붙었다. 얼마나 겁에 질렸으면 스스로의 도덕적 타락에 대한 신의 형벌로 보기까지 했을까?잘 알다시피 그 악귀는 몽고 기마병이다. 그로부터 약 800년 뒤인 2012년. 그 때와 똑같이 말을 타고 싸이가 달려갔다. 천리마보다 빠른 투명마였다. 유튜브를 이용해 빛의 속도로 움직였다. 찢어진 눈과 짧은 다리, 영락없는 몽고 기마병이다. 다만 이번에는 공포가 아닌 ‘흥겨움’으로 무장했고, 쳐들어간 게 아니라 환대를 받았다. 곧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곳곳에서 그의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소위 식스팩과 꽃미남의 자칭 월드스타도 실패했다. 동남아를 휘젓던 화려한 군무도 잘 먹히지 않았다. 그러던 서구의 벽을, 싸이는 단숨에 뚫었다. 그들은 대체 싸이에게서 무엇을 본 것일까? 월드스타가 뽐내던 근육질 몸도, 조막만한 얼굴도 아니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자. 이미 내가 가진 것은 남이 가지고 있어도 흥미가 없지 않는가? 더구나 내가 오리지널을 가졌는데 짝퉁에 무슨 관심이 있을까? 기껏해야 “그것 참, 흉내도 잘 내는구나!”가 고작일 것이다. 싸이는 이미 예전에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가장 세계적인 것이므로, 극단의 토속적인 외모로 한국을 알릴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오래전부터 건축이, 그리고 상당기간 조경이 고민해 온 ‘한국성’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재작년과 작년의 두 해에 걸쳐 첼시 플라워쇼에서 수상한 황지해 작가의 정원도 마찬가지다. 더 타임스가 ‘가장 독창적인 정원’이라 평했으니 황지해도 애초에 짝퉁이 될 생각은 없었나 보다.그의 정원은 재작년엔 해우소, 작년엔 DMZ가 모티브였다. 남에게 드러내기 싫은 공간이자 아픈 우리 역사의 한 지점이다. 그것이 독창적인 곳으로 변했고, 심금을 울리는 장소로 거듭났다. DMZ 정원에 “명품 나무와 꽃 대신 들풀, 야생화를 심었다.”는 그의 설명에서는 싸이의 음악을 B급 정서로 소개하는 뉴스가 조용히 중첩된다. A급을 기준으로 했을 때 B급일 뿐이지 사실 저잣거리 정서이자 대중정서로 봐야 한다. 한국성의 가치는 당연히 소수 1%의 것보다 99%의 것이 더 크다. 비싸고 희귀한 식물보다 우리 주변에서 어릴 때부터 흔히 봐 왔던 식물들을 심은 DMZ 정원의 가치가 만만찮은 이유이다. DMZ 정원에는 군인들이 지혈할 때 쓰던 쑥, 배 아플 때 짜서 마신 질경이, 대체식량이 되어준 머루와 다래, 냉이, 민들레가 심어졌다. 굳이 스토리텔링을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연상 작용이 활발해지고 이야기가 연결된다. 고관대작 양반집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생활사였기 때문이리라. 실재하는 삶이야말로 항상 최고의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정원 역사가 긴 유럽에서 어설프게 그들을 흉내 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방형과 원형의 평면기하학과 몇 가지 박제된 구조물로 틀에 박힌 문화적 상징을 만들지도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정원은 남다르다. 종내 한국적 공간에 이르지 못하는, 한국적 조경설계만을 무한 재생산하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흔히 볼 수 있다. 설계의도를 현란한 수사로 포장한 작품들을. 그러나 언어적인 수사학이 공간의 한국성을 보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인과관계도 없다. 그들이 즐겨 차용하는 언어학에서 랑그langue와 파롤parole의 차이만큼이나 그 간극은 오히려 크다.황지해의 정원은 유럽 현지인들에게 이질적 정서를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거울속의 나를 보는듯한 동질성보다 타자적인 충격은 항상 잊었던 것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형태적인 이질성 속에서 그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하나씩 그 맥락이 이해될 때 조용히 머리가 끄덕여졌을 것이다. 감동이 오기 위해서는 이렇게 공감이란 중간 과정이 필요하다. 공감은 소통이 원활할 때 오는데, 공통된 경험만큼이나 원활한 소통을 돕는 것은 없다. 영국이 한국전 참전국이라는 것은 DMZ 정원의 성공을 위한 마지막 장치였다. 그리고 이것을 미리 읽어낸 것은 온전히 작가의 덕이다. WTO에 이은 FTA 체제화는 이미 조경시장의 국내외 혈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외국에 나가 저들과 경쟁해야 하고, 우리 시장을 넘보는 저들과 맞서야 한다. 그러나 설계시장을 보면 외국 진출은 미미한 상태에서 오히려 외국 업체의 국내 진출만 잦아지고 있다. 작년에 큰 관심사였던 용산공원 현상설계는 결국 외국 업체의 안이 뽑혔다.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그러나 역사적 맥락과 장소성이 중시된 대상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외국 업체를 압도하지 못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흔히 실무에서는 서구의 현상설계 당선작과 여러 사례들을 보며 그 기법을 익히는데 온통 몰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외 설계경향과 기법을 익히는 데만 온통 신경을 집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물론 베스트셀러는 항상 좋은 공부가 된다. 그러나 그것만 보아서는 시대적 추세와 경향을 바지런히 쫓아다닐 뿐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구축은 점차 요원해지고, 결국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 만족하는 신세가 된다. 용산공원의 추억은 뼈아프지만 깊이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시대에서 한국 조경이 산토끼는커녕 오히려 집토끼도 놓칠 수 있음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싸이와 황지해는 그것을 뛰어넘는 방법의 한 자락을 슬며시 보여주었다.
Historians in the Western world can never forget the demons from Asia. They, all of a sudden, attacked the eastern Europe, the gateway to other European nations. They left behind none but bodies of the deceased and ashes of the buildings burnt to the ground. A group of courageous knights tried to fight back only to fail unmatched by the seasoned monsters of battles. European people were devastated by immense fear, desperate and helpless. They were so afraid that they even thought the disaster was God’s punishment for their moral corruption. As you know, these fierce warriors were Mongolian horsemen. In 2012, after 800 years or so, pop star Psy rushed to the countries, riding his own invisible horse finer than any other horse in the world. He could be moving at the speed of light via YouTube. His appearance might have reminded his audience of Mongolian cavalry, but this time it is not panic, but excitement that this horseman’s trying to offer. He is not being feared, but welcomed. The clattering of his invisible horse’s hoofs is now being heard everywhere in the world. In fact, few of the Korean idol stars have made a splash on the global scale so far, even though they are beautiful and talented and sometimes call themselves so called world stars. On the other hand, Psy, seemingly rather easy in some aspects, has taken the world by storm. He’s not a muscular and handsome guy in the slightest. Then what do people like so much about Psy? Psy once mentioned that ‘to be Korean can be to be global, and someday he can make his native country be known in the world with his ‘folksy’ look.’ This allows us to think again about what can be considered Korean in architecture, in particular, in landscape architecture. So do the gardens of Jihae Hwang, who won medals at Chelsea Flower Show for 2 consecutive years. As The Times described her work as the most distinctive, she must have demonstrated ingenuity. The motives for the last year and this year were Hae-woo-so (Emptying One’s Mind) and De-militarized Zone respectively. The toilet of a temple, which is believed to be where you can empty your mind, is never a place you’d like to share with others, and the still inhabited area between two hostile military forces makes us remember such a tragic moment in our history. She transformed them into unique spaces touching people’s hearts. Hwang said she had planted wild herbs and flowers instead of luxurious trees and plants. This kind attitude is also to be observed in Psy’s music, which has often been described as some sort of B-list culture. However, this is not merely a B-class approach in comparison with A-class standard, but represents, at the same time, the emotions of the streets, that is, the feelings of ordinary people. The core of Korean emotion is not about top 1%, but about the rest of people. The true value of DMZ Forbidden Garden is appreciated when we understand the reason that the gardener planted familiar species instead of expensive and rare ones. As the designer herself states ‘the barbed wire fence surrounding the garden creates a feeling of mystery and unease. Carefully considered installations feature the remains of warfare, including defensive walls, trenches and charred trees. […] The watchtower reminds visitors of the surveillance of the DMZ and also provides an observation point for the garden.’ The garden inspires audience to come up with images, which, in turn, leads to storytelling. The story’s focus is not on an affluent but boring life of aristocrats, but on an everyday of common people. It is the portrait of real life that can create a great impression. Hwang’s garden is distinctive in that she does not imitate the European tradition, never creating stereotyped cultural symbols. I have witnessed many entries to various design competitions. The designers tried to explain the intention of their work, rarely to succeed. The language itself never guarantees the relevance of the work, and how much the work represents the quality of being uniquely Korean. There is no causal relationship to be found. The gardens created by Jihae Hwang must have provided Europeans with an opportunity to experience different kind of emotions. Feeling strange usually reminds us of the things that we have long forgotten. We sympathize when we think of the meaning of being different and gradually understand the context where it is created. Sympathy is essential for us to be deeply moved by something, and sympathy is created when there is an effective communication process; in other words, when people have something in common. Great Britain is one of the 16 nations that participated in the Korean conflict, and that contributed, more or less, to making Hwang’s garden a success. As the scheme of WTO, and now that of FTA rules the country, the market has become a battlefield for both international and local companies. However, there are far more foreign organizations that enter the local market than the Korean landscape architects that strive to expand their business overseas. We should ask ourselves how much effort we have made to realize what is truly Korean in the landscape architectural works. Yes, we have to keep learning from others and being sensitive to international trends, but we should also create and develop our own characters, in order not to be just fast followers. Psy and Jihae Hwang present a priceless lesson for us to overcome ourselves and find a way to a new dir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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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불가능한 공간 혹은 공간감에 대하여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공간을 지각하거나 경험할 수 없다고 말하면, 다들 어불성설이라 할 것이다. 어디를 가나 우리 몸이 이미 공간 속에 처하니, 공간을 떠나 살 방도가 아예 없다고도 말할 것이다. 그런데, 공간이라는 말을, 현대건축의 본질은 빈 공간void의 형식화에 있다고 주창한 콜린 로우의 맥락에서, 그러니까 현대건축의 관점에서 쓰기로 한다면, 그러한 명백히 우문 같아 보이는 물음에, 우답이든 현답이든, 즉답하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빈 공간은 모조리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대건축을 창조한 것은 실수라는, 그리하여 그 실수의 결과물을 정크스페이스라 칭한 렘 콜하스의 다음의 주장을 들으면, 더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렘에 따르면, 우리는 목하 정크스페이스 곧 “에스컬레이터와 공기조화air-conditioning가 만나 석고판sheetrock이라는 인큐베이터에서 임신되어 나온 산물이 셋은 역사책에 빠져있다”에서 살고 있다. 본디그러니까, 적어도 건축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이는지’ 곧 현상/표상에 존재한다고 주장한 비트루비우스 당대부터 이미지로 존재해온 건축은, 다국적 자본이 가상의 공간에서 빛의 속도로 이동하고, 경제력이 곧 정치력이 된 소비사회인 스펙터클과 시뮬라크르 사회에서, 무겁고물질로 출현하는 까닭에, 느리고디자인 시점과 공사완료 시점 간의 시차로 인해, 기술 의존적이고, 자본 기생적인 조건 안에서 두 종류의 밀도광각과 정보로 스펙터클의 경쟁에 참여하면서 경제와 더불어 오직 확장일로의 닦달 속에 놓여있는위계를 축적으로, 구성을 첨가로 대체하는 까닭에, 필연적으로 껍질에 의해 봉합“벽들이 소멸되고 오직 칸막이들로만 구획되는, 종종 금으로 마감된 피막으로 어른거리는, 구조가 장식 밑에서 보이지 않게 신음하거나, 더 나쁘게는 구조가 장식이” 되는 경로를 밟았고, 그리하여심지어 디테일 곧 재료들의 결합도 “호치키스와 테이프로 규정”되는 탓에, 공간 혹은 공간감을 어쩔 수 없이 박탈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론적 성찰 앞에서는, 처음에 던진 질문의 크기가 좀 더 커졌을 것이다.
물론 기술자본주의가 생산해내는, 따라서 당연히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정렬된 정크스페이스도 빈 공간을 지녔다. 어찌 공간 없는 건축이, 그리고 도시가 존재하겠는가. 그런데 그것은 정확히 “빅 브라더의 배의 내부”로서, 우리의 감각과 감성과 욕망을 선취함으로써 내어놓은 브랜드스페이스들의 카탈로그인 까닭에, 앞서 언급한 태동기와 성기에 속한, 그러니까 20세기 초의 현대건축의 핵을 구성한, 그러한 공간이 아니고, 따라서 그러한 공간감과 동떨어져 있다. 그것은, 쾌락과 쾌적이라는 이름으로 비판능력의 뇌관을 제거시킨채 파편으로 존재하는,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모든 파편들이 가시적인, 현기증 나는 팝옵티콘적 대중 영합주의 공간으로, 언제든 어디서든 교환가능하고 복제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흐리멍덩함의 퍼지fuzzy 제국”을 이루어, 혼돈으로부터 만들어내는 질서 잡힌 공간이 아니라, 동질적인 것들로써 생산되는 회화적인 공간이며, 첨가적이고 중층적이고 가벼운 공간으로서,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똑바른 것과 굽은 것, 포만한 자와 굶주린 자,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융합해서, 영원히 탈구된 것들을 이음매 없는 쪽매붙임으로 제공”하는, “디자인은 없고 다만 창조적인 증식”만 존재하는 공간이다.
정크스페이스가 아닌 공간 혹은 공간감, 그러니까 교환 불가능한 공간은 어디에 현존할 수 있거나 지각/경험 가능한 것인가? 돈이 운동하는 것이것이 바로 자본의 정의다은, 인간의 모든 욕구와 욕동과 충동과 욕망이, 최첨단 수리통계와 심리학에 기초한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기술과 기법에 의해 영토화되고, 탈영토화되고, 재영토화되는 순환구조에 기입됨으로써만 가능한 탓에, 결국 돈이 정지된 곳이거나, 돈이 되지 않는 곳일 수밖에 없다. 풀과 나무, 심지어 청정한 공기마저 상품, 그것도 지구적 스케일의 긴박한 생태위기감 조성 탓에, 새롭게 떠오른 핫 아이템이 되었으니, 역설적으로, 무소부재한 상품포장들의 파편들이 우발적으로 아나모포시스anamorphosis를 그려내는 상황이거나, 그것들을 매우 정치하게 재조직해내는 거대 스케일 디자인의 미세한 창발적 작업에 기대는 것이 훨씬 더 현실가능하지 않을까? 혹은, 오늘날의 건축이 정크스페이스로 껍질존재가 되었으니, 거꾸로, 곁 혹은 딸린 존재로 머물러왔던 땅과 풀들과 나무들과 바람과 하늘에, 자본주의의 망에 이미 포획된 그것들의 껍질은 미련 없이 포기하고, 빈 공간의 부피를 만들어주는 것이 차라리 현실적이지 아닐까? 그것이 본디의 의미의 땅의 경지경, 빛의 경광경, 바람의 경풍경이지 않을까? 익숙한 상품들의 전혀 다른 범주화로, 그리고 그 껍질들로써 교환 불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도무지 불가능한 일일까?
If you say you can’t recognize or experience space, most people will respond that doesn’t make sense at all. They may even say that since we are already in space wherever we go, there is not a single way we can live without being in any space. As Colin Rowe points out, however, who maintained that the modern architecture is formation of void, it might be somewhat difficult to come up with the answer to this question of space if it is to be understood in the context of the contemporary architecture. It is mainly because the void of a modern society is completely fragmented. Moreover, it appears even truer when you consider the remark of Rem Koolhaas, who said that the modern architecture is created by mistakes, and the result of those mistakes can be referred to as Junkspace.
According to Koolhaas, we are living in Junkspace, which is “product of the encounter between escalator and air conditioning, conceived in an incubator of sheetrock (all three missing from the history books).” As architecture, which has long been perceived as an image, now exists in a fast paced society where multinational capital is moving at the speed of light through cyberspace and a consumer society where economic power is regarded as political power, under the unavoidable pressure of its infinite expansion, confronted with the serious competition of creating spectacles, it is believed that architecture has, inevitably, been deprived of its space or its sense of space. Now we are faced with a much bigger question.
Junkspace being produced by technology-oriented capitalism is sure to possess void. How could there be architecture or cities without space? However, since it is nothing but the catalog of brand spaces created with our sense, sensitivity, and desire already deprived, it can never be the same space which played an integral part of modern architecture in the early 20th century, consequently far removed from the same sense of space. It is just a sum of fragmented spaces existing solely for pleasure and comfort, and, at the same time, each fragment is visual space of popularism leading to serious vertigo. Therefore, it is exchangeable and copiable, anytime and anywhere. It is “light-weight space where the public and private, the straight and bent, the satiated and starving, and the elite and pop culture are all mixed together for seamless marquetry,” and where there is not design but some creative reproduction.”
Where do we possibly recognize and experience unexchangeable space different from Junkspace? As the core of capitalism is the method and technology of advertisement, which manipulates human lust, desire, and impulse exploiting the most advanced statistics and psychology, and this is where money flows in, we can experience true space or sense of space only at a place where money stops moving or it’s impossible to many money. We are living in an era where even the ecological catastrophe on a global scale is made to contribute to selling plants, trees, and fresh air as products, or hot items in some cases. Now that modern architecture has become Junkspace, an abstract surfacel without its content, it might be a more realistic approach to create volume of void with earth, plants, wind, and the sky, abandoning what has been already captivated by the power of capitalism and never looking back. Is it really impossible to compose unexchangeable space by differently categorizing some familiar i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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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여주저류지 및 강천섬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
‘한강 여주저류지 및 강천섬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은 4대강 사업을 통해 조성된 대표 수변공간인 여주저류지와 강천섬에 대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한 공간 활용계획, 관광, 레저 사업 및 유지관리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개최되었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미래세대청년의 꿈과 감성을 담는 문화공간 만들기’를 주제로 대한민국 누구나 참여가능한 아이디어 공모를 7월 9일부터 9월 7일까지 총 3개월간에 걸쳐 진행했다. 심사결과 대상 1점환경디자인 부문, 마케팅기획 부문 12점, 환경디자인 부문 12점 총 25점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주)그람디자인의 ‘미지의 섬에 씨앗폭탄을 던지다’가 대상에 선정되었다. _ 편집자주
위치 _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626번지(여주군 강천보 상류 4.6km) 규모 _ 571,000㎡발주 _ 한국수자원공사
당선작Aleatorik Island _ 미지의 섬에 씨앗폭탄을 던지다(주)그람디자인
설계참여자 _ 최윤석, 경정환, 이동은, 오현주
강천섬 그리고 한강이 지닌 자연의 본성인 예측불가능함, 불확정성, 우연성, 자립성은 우리시대 청년들과도 닮아있다. 청년감성문화와 한강자연생태가 융합된 새로운 장소를 만드는데 있어 바로 재미가 있는 적극적 참여를 통하되 그 결과나 모습을 정해놓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지는 즉흥성과 우연성에 기대함을 제안한다.우연이 가미된 미지의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 그곳은 청년문화가 스스로 활력을 불어넣고 섬의 꽃과 식물이 스스로 자라나게 만드는 장소. 방문자 모두가 스스로 가꾸는 장소. 스스로섬의 규칙에 따라 스스로 문화와 자연이 상생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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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국유지 도시숲 설계 공모대전
‘소통과 나눔의 도시숲’을 주제로 한 ‘제4회 국유지 도시숲 설계 공모대전’의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5월 산림청 주최, (사)한국산림휴양학회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공모는 5월부터 6월간의 공모신청, 9월까지 작품접수와 심사를 거쳐 지난 10월 5일 최종 당선작이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은 주변과 조화되어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적 역할을 수행하고, 소통과 나눔이 이루어지는 도시숲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로 4회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유지를 대상으로 하여 2014년도 국유지 도시숲 조성사업에 반영코자 기획되었다. 최우수상은 대상지역의 지형과 임산물 그리고 인근의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주)유엔디 강호민의 ‘햇살품은 너른 고양 숲’에게 돌아갔다. 올해에는 최우수상 1작 이외에도 우수상 2작, 장려상 3작 등 총 14작품을 선정하였다. 본지에서는 최우수상 1작, 우수상 2작을 소개한다. _ 편집자주
심사총평생활권 주변에 조성되는 도시숲의 형태와 경관을 정서함양·휴식·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디자인한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제4회 국유지 도시숲 설계 공모대전이 진행되었다.이번 공모전은 ‘소통과 나눔의 도시숲’이라는 주제가 주어졌으며, 주변과 생태적으로 조화되는 공간조성을 통해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고, 소통과 나눔이 어우러지는 도시숲을 디자인하도록 하였다. 또한 기존 공원과는 차별화된 녹색 도시숲을 표현하기 위해 참신하고 독창적인 공간설계를 유도함으로써 도시숲에 대한 시민과 학생들의 관심을 제고하고자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조경·산림·건축·도시계획·디자인 등 관련학과 대학생과 일반인이 개인 및 팀으로 참가할 수 있었으며, 설계 대상지는 국유지 도시숲 조성 예정지인 경기도 고양시 고양동, 경북 영주시 가흥동, 경북 상주시 낙양동, 충남 서산시 읍내동, 경남 거제시 장평동 5곳이 설정되었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 공모전과는 다르게 국유지를 대상으로 설계 공모전을 개최하였고, 산림청의 도시숲 정책방향에 맞추어 인위적 시설물 위주를 지양하고 자연에 가까운 산림·자연형 설계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어 2014년도 국유지 도시숲 조성사업 시 활용하고자 하였다. 올해 출품작에 대한 심사는 공공성, 참신성, 기능성, 수목배치 및 선정 등 4개 부분 18개 항목 기준에 맞춰 공정하게 이루어졌으며 공모대전 조직위원회의 심도 있는 회의를 거쳐 배점기준을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다. 주제의 명확성, 지역정체성 구현도, 연결성, 접근성, 지역 중심적 역할(사회성) 등 공공성 30%, 구조적 재해 안정성, 환경적 재해 안정성, 경관적 특성, 생물다양성 배양도, 이용성 및 쾌적성 등의 안정성과 가능성 30%, 디자인의 창의성, Drawing and Rendering 기능, 세부공간의 적절성과 연결성, 도입 시설의 매력도 등 참신성 20%, 향토성(생리 생태적 적응성), 계절감, 조화성, 유지관리의 편의성 등 수목배치 및 선정 20%을 기준으로 출품작 중 1차 심사에서 18개 작품을 우선 선별하였고, 그 후 수차례에 걸친 심사와 결선 투표를 거듭하여 최우수상 1팀, 우수상 2팀과 장려상 5팀 그 외 입선작 6팀을 선정하였다. 수상작 모두 예년에 비해 한결 높아진 수준의 작품들로 우위를 가리기 힘들었지만 미미한 점수 차이로 순위가 결정되었다. 지난해 대비 올해 출품작들의 특징으로는, 패널의 표현기법은 강화되었으나 접근방법의 다양성은 다소 부족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대상지가 국유림으로 변경되면서 대상지별 조사 및 분석이 기본에만 그치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부족이 방향성 미흡의 결과를 낳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최우수상은 일반 참가팀의 ‘햇살품은 너른 고양 숲’이 차지하였으며, 우수상에는 서울대팀의 ‘어우리 숲’, 경희대팀의 ‘배우미 숲’이 당선되었다. 이밖에도 장려상 5작, 입선 6작이 당선되었다. 최우수상은 경기도 고양시 고양동 산23-1번지 일대를 대상으로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한 대상지의 잠재력을 살려 성찰의 길, 고행의 길, 교육의 길 총 3가지의 주제로 나누어 각 주제에 맞게 등산로를 계획하였다. 또한 생태 우수로 조성 및 다공질공간을 계획하는 등, 대상지를 생태적·경관적으로 보존하면서, 자연재료들을 적절히 이용하여 새로운 경관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도시숲으로 제안하였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겠다.
끝으로 본 공모전은 공모전 자체의 의미보다 산림 즉, 숲과 나무에 대한 관심 유도와 동시에 산림청에서 시행하는 사업의 홍보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산림청의 주최로 공모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바람직하며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공모전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대상지 선정 및 주제범위가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제안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함으로써 자유로운 제안을 할 수 있으며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심사위원장 김세천·전북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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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景
조경, 건축 그리고 미술의 경계에 서서김준현, 박미예, 이유미 작가의 작품전시회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대학교 우석홀에서 조금 특별한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바로 김준현, 박미예, 이유미 작가의 작품전시회 ‘3景’이다. 오래 전, 단지 경관으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얻었을 미술 작가를 꿈꾸었던 이들은 이제 직접 경관을 만들고 평하는 사람이 되었다. 미술과 조소의 울타리를 넘어 조경, 건축과 같은 큰 스케일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그들이지만 문득 작업실에서 수많은 재료들과 씨름하며 작품을 탄생시켰던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이 되살아났다고. 그러면서 도면으로 대중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갖고 있는 감수성과 예술성으로 표현의 경계를 확장하고, 그 작품으로 전시장에서 대중을 만나는 가능성을 찾게 되었다고도 덧붙인다. 이제는 그때 이루지 못했던 부분마저도 또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분야의 벽을 넘나들며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경치는 과연 어떤 것일까?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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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도시기행展
사진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 삶의 궤적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건축사진가’들의 행보 헤이리 아트밸리에 위치한 Gallery MOA(관장 이양호)에서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21일까지 ‘건축도시기행’ 사진전이 열렸다. 와이드AR에서 후원한 이번 전시회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건축사진가 17인이 건축과 도시라는 각각의 테마를 해석한 작품들을 건축 테마전(10.26~11.9)과 도시 테마전(11.9~11.21)으로 나누어 2회에 걸쳐 전시했다.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는 김태오, 김재윤, 남궁선, 윤재혁, 유현민, 이재성, 최충욱, 신경남, 진효숙, 이인미, 윤준환, 박영채, 박재영, 조명환, 김철현, 김재경, 염승훈 등으로, 건축, 도시 그리고 사진과의 인연을 통해 자생적으로 ‘건축사진’분야를 일군 이들이다.
‘건축도시기행展’은 건축사진아카이브 구축을 목표로 기획되어, 전시회를 겸해 ‘건축사진’과 이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을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제작하기도 하였다. 전시회 참여 작가이자 전시회를 기획한 김재경 작가(김재경 스튜디오)는 “‘건축사진’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40여 명의 사람들에서 출발했는데, 절반정도는 현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을 모음으로써 자료가 될 수 있는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고 제작 경위를 설명했다. 그리고 “하나의 건물을 찍는다는 것은 그 건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한 사람이 약 30여 장의 사진을 한 세트로 구성하게 되는데, 세대를 거치면서 방대한 양의 사진이 쌓이게 되며 이는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자료가 되는 것”이라며, “세대를 넘어가면서 사람이 바뀌어도 누가 활동했었는지 정리를 하면 보다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루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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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인공지반녹화대상
제4회 인공지반녹화대상 당선작이 지난 10월 18일 공개되었다. 작품, 기술혁신, 행정분야로 나누어 공모를 진행하였으며 대상 1점, 최우수상 3점이 선정되었다. 영예의 대상은 작품분야에 접수된 ‘부천 소사역 푸르지오 인공지반 녹화’에게 돌아갔으며, 대규모 인공지반 상부에 집중녹화 기술을 효과적으로 접목한 기술력과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이 평가받았다. 또한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을 조성하여 커뮤니티 공간으로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하였으며 유지관리 측면에 있어서도 주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였다. _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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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올해의 조경인 [특별상]: 황지해
Hwang, Ji Hae(주)뮴 대표
남다른 그녀, 황지해전 세계 정원 예술가들의 꿈의 무대이자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첼시 플라워쇼에서 지난해 한국의 전통화장실을 주제로 한 ‘해우소 가는 길’로 아티즌 가든(Artisan Garden) 부문 최고상과 금상을 동시에 수상해 전 세계 정원마니아들을 놀라게 했던 황지해 작가. 한국인 최초의 수상자이자 첼시 플라워쇼 사상 처녀 출전으로 수상자가 된 유일한 인물인 그녀가 2012년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올해 또다시 출전한 첼시 플라워쇼에서 ‘고요한 시간: 비무장지대 금지된 정원(Quiet Time: DMZ Forbidden Garden)’으로 쇼가든 부문(200㎡ 규모 대형정원)에서 금상을 수상하여 2회 연속 진출, 2회 연속 금메달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운데 이어, 영국왕립원예협회 회장상의 초대 수상자가 되는 등 첼시 180여 년의 역사를 통틀어 찾아보기 힘든 진기록을 세운 것. 특히, 올해 신설된 영국왕립원예협회 회장상은 첼시 전체 참가자 800여 개 기관 중 최고작에게 수여되는 명예로운 상으로, 한국정원이 첫 수상작이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와 전통, 기록을 중시하는 영국사회에서 또 한 번의 이변을 만들어 낸 점은 황지해 작가만의 능력이자 한국문화계에 큰 쾌거가 아닐 수 없다.“저에게 이런 소중한 마음을 써주신 분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권유와 격려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자리에서 더욱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진실 되게 살아가는, 가난하지만 부유한 예술가들과 그리고 우리 조경인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겠습니다.” 2012년 이례적인 수상기록을 세워 “디테일의 귀재”, “세계 가드닝의 흐름을 자연주의로 회귀시키는 중요한 전환점”, “첼시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작품 중 하나” 등의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지해 작가. 이젠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수상보다 올해의 조경인 수상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순박한 미소를 전하는 그녀는 과연 조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조경, 정원 그리고 정원문화“자연과 함께하는 조경가가 가장 본질적이고, 현실적이며, 열정과 미래를 향한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잃어버린 가치와 화해하고 회복시키는 작업이 조경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조경분야는 균열과 상처가 있는 곳에 영혼을 어루만질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세상에서 가장 고상한 언어로 말하는 분야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그녀의 말에서 정원과 조경에 그녀 스스로 부여한 높은 이상과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국제대회에서의 수상은 당연히 이러한 생각에 황 작가만의 풍부한 감성과 예술적 재능이 더해져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된 결과지만, 사실 첼시 플라워쇼나 국제정원박람회에 나가는 것은 하나의 정원을 조성하는 ‘공사’의 개념이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제를 정하고 디자인을 도출해, 컨셉에 맞추어 국내에서 반출한 식물의 개화시기를 맞추는 등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정원문화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요원한 한국의 사회적 상황에서 함께 출전할 스폰서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아야하는 실정이다 보니 참가하는 작가 1인에게 부과되는 부담은 상상 그 이상이다. “지난해 해우소를 마치고 스폰서와 지속적인 연락과 타진을 해나갔습니다. 올해 사이트 배정이 확정되었고,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는데, 순탄히 진행되다가 믿고 있었던 마지막 스폰서까지 잃게 되어 한동안 공황상태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광주시장님을 비롯해 남광건설, 호반건설 등 지역의 기업들과, 런던의 펜셔너들과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마음을 모아주어 70명의 기부자와 함께 DMZ Garden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순수하게 작품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술이나 체력적인 문제보다 예산과 관련한 어려움이 더욱 크고, 출품무산위기에 대한 불안감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 크나큰 압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2011, 2012년 첼시 플라워쇼의 연속 수상 및 2012년 최고상 수상은 물론, 첼시 플라워쇼 수상 경력을 가진 세계 각국의 정원 디자이너들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2012 일본 가드닝 월드컵 초청 및 수상, 2013년 쇼몽국제정원박람회 초청 등 자그마한 체구에 가냘픈 몸의 동양 여성이 세계 언론을 집중시키고 유럽 정원분야에 한류를 이끌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앞으로 한국 정원문화와 산업의 관심을 끌어올릴 촉매제이자 밝은 청사진이 보이는 듯하다.
작가 황지해의 꿈황지해 작가는 현재 (주)뮴의 대표로서 국내에서의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국제대회들에 대한 관심도 늦추지 않고 있으며, 2012년 첼시 플라워쇼 출품작인 DMZ Garden이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파크에 영구적으로 유치됨으로써 정원이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인 활동과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꿈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어려서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 작가라는 말을 듣다 보니 부끄러워지더군요. 글 쓰는 작가들은 고전이 되는 명서를 남기는데, 저는 글 쓰는 것이 서툰 대신 좋은 책 한 권 같은 정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원이 문화와 산업에 있어 두루 중요한 원론적인 이유는 정원이 선진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로망이자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문화예술의 결정체이기 때문 아닐까요.” 한국의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뛰어난 감성과 실력을 겸비한 잠재되어있는 작가들의 생각과 표현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황지해 작가는 현재 우리 정원문화의 한 단계 비상을 꿈꾸며 순천만정원박람회에 집중하고 있는데, 다가오는 순천박람회가 그런 계기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분주했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그녀의 꿈과 열정에 이번 제15회 올해의 조경인 수상이 모든 조경인들의 기대와 응원으로 더해져 한류 조경작가로서의 정원문화 외교에 보다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