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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작: The Living Port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국제현상설계공모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계된 3개의 지구와 5개의 주제지역, 그리고 8개의 핵심 설계 거점은 수변 공원 내에 다양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을 구현한다. 모든 공간은 수로를 따라가는 역사·문화 체험동선과 수로와 수변을 순환하는 수변·위락 체험 동선의 주제 체험 동선으로 엮이고, 수면 부양 데크, 보행로, 보행교 같은 다양한 형태의 느린 보행 시스템으로연결된다. 과거 지구 ‘과거 지구’의 설계 원칙은 부지의 역사와 기억에 초점을 맞추어 보존과 선별적 전환을 중심으로 한다. 부두의 기존 호안선은 최대한 보존하고 매립되는 지역에는 보존된 호안의 일부를 노출시켜 매축埋築의 역사를 알게 한다. 기존 부두의 거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표면의 일부는 새로운 포장 패턴을 따라 보존해 새로운 포장과 옛 포장이 대비를 이루도록 한다. 1. 부두 공원(유산 지역): 주요한 산업 시대의 유적들은 대부분 ‘부두 공원’ 지역에서 발견된다. 이를 선별적으로 보수하고 새로운 이용으로 전환하거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재활용해 야외 전시 지역, 식물원, 마켓 등에서 활용한다. 2. 북항 박물관 공원(유산 지역): 수변 공간의 녹지 면적을 효율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하 주차장의 지붕은 일부를 끌어올려 옥상정원으로 조성하고 야외 공연장으로 활용한다. 바다를 향해 노출된 주차장 구조물의 측면 공간은 전시 갤러리 및 카페로 활용한다. 옥외공간에는 소규모의 산업 유물을 전시하며 매축된 방파벽은 상부 일부분을 파내고 선큰 보행로를 만들어 방파벽을 바로 앞에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계선주 등의 시설은 새로이 조성되는 국내 연안 터미널 주변으로 배치해 벤치 등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한다. 현재 지구 ‘현재 지구’는 도시와 바다를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진입 공원’과 ‘전망 공원’은 다양한 동선 체계가 마주치는 곳이 된다. 이 지역에 조성되는 공간은 다양한 활동 공간 및 공공 서비스 시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대규모로 계획한다. 3. 진입 공원(관문 지역): ‘진입 공원’에는 기존 부두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진입 공원은 기존 부두의 방파벽을 노출시키고 현존하는 거친 콘크리트 표면 또한 최대한 보존해 새로운 포장과 대비시켜 역사의 흔적을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부두의 기계 시설물을 이용한 랜드마크 조형물을 우수 처리 연못에 설치해 진입부에서의 시선을 바다로 유도하며, 물가에는 컨테이너를 활용한 조형적 카페와 키오스크를 설치한다. 4. 전망 공원(관문 지역): ‘전망 공원’ 끝 부분에 상징적인철제 전망 다리가 수로로 들어오고 나가는 보트를 맞아주고, 보행자에게는 부산시의 멋진 파노라마 경관을 제공한다. 열린 광장 지역에는 열식된 나무들이 방풍역할을 하며 이들 사이로 지나가는 보행로와 휴식 공간은 식재 테라스의 리듬에 따라 배치된다.
    • 가원조경, Turenscape, Supermass Studio, 삼영 / 가원조경, Turenscape, Supermass Studio, 삼영
  • 당선작: Interactive Pier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국제현상설계공모
    옛 부두 & 새로운 부두Old Pier & New Pier 매립으로 사라지는 오래된 부두의 기억을 최대한 보존해 활용한다. 원형 그대로 보존되는 부두는 옛 북항의 기억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갱웨이Gangway, 조명탑, 계선주, 크레인, 멍텅구리 블록Harbor Block 같은 부두의 흔적과 오래된 안벽岸壁은 북항이 가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요소로 재탄생한다. 새로운 부두는 사람들을 모으고 각종 프로그램을 담는 판으로서원도심과 부두의 관계를 잇는 플랫폼이다. 독립된 각공간은 서로 연계된다. 소셜 인터페이스Social Interface 다양한 만남과 풍부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시장의 분위기와 부산이 가진 삶의 진경을 담는다. 툇마루처럼 다양한 공간을 연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담는 새로운 부두와 넓고 긴 모래사장은 도시의 일상은 물론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 활기를 담는 그릇이 된다. 상품을 담던 컨테이너에 원도심과 시민 사회, 지역 예술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를 담으며, 도시와의 적극적인 연결을 통해 낙후된 원도심을 재생시키는 문화적 인프라의 역할을 수행한다. 정서적 랜드마크Spiritual Landmark 부산 사람들은 예로부터 아름다운 바다와 소통하고자‘대臺’라는 고유 문화를 만들어냈다. 인간은 자연과 상생할 때 감성적, 문화적 활동 또한 왕성해진다.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습초지 생태와 북항 부두의 소중한 기억들은 ‘인터렉티브 피어Interactive Pier’를 기반으로 엮이고 성장한다. 현대 부산에 결핍된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고 상생을 추구하는 북항 공원이 부산의 문화적, 사회적 성숙을 꾀하는 거름이자 터전이 되는 정서적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 어반 피어Urban Pier ‘어반 피어’는 북항 워터프런트를 가로지르며 원도심의 요구를 수용하고, 도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도시형 플랫폼이다. 플랫폼 전반에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이동과 변형이 가능한 ‘팝업 밴드Pop-up Band’를 배치해 상황에 맞게 가변적으로 활용한다. 부두의 가변적인 성격을 도시 배후 자원과 자연스럽게 연계해 사람들을 모으고, 각종 프로그램을 담는 판으로서 누구에게나 공평한 공간이며,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도시형 플랫폼이다.
    • 신화컨설팅, 창조종합건축, 삼안, 건일엔지니어링, 대아종합조경, 비오이엔씨 / 신화컨설팅, 창조종합건축, 삼안, 건일엔지니어링, 대아종합조경, 비오이엔씨
  • 공원은 메시지다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국제현상설계공모
    “미디어는 메시지다Medium is the message.” 미디어 전문가이자 문화 비평가인 마샬 맥루한의 잘 알려진 명제다. 그는 매체를 확장된 형태의 감각기관이라고 정의 하고 매체의 특성이 메시지 전달 방식일 뿐 아니라 메시지 그 자체로도 기능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매체를 수동적 도구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 본 것이다. 맥루한의 언설을 통해 나는 도시 공간에서 매체이자 메시지로 작동하는 공원에 대해 생각했다. 도시 공간을 구성하는 수많은 매체들―건물, 도로, 오픈스페이스 등― 중, 공원은 면의 형태로 일정 공간을 점유하는 규모의 매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매체에 비해 규모가 커 도시 공간에서 쉽게 읽히고 도시 표면과 맞닿아 있는 경계부가 많기 때문에 감각의 확장과 교란 가능성 또한 높다. 공원은 도시적 삶을 서비스하는 하나의 매개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비평하는 메시지로 작동할 수 있다. 공원이 도시를 비평하는 매체이자 메시지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계기중 하나는 설계공모다. 도시 공간에 공원의 대상지가 정해지면 다양한 사회적 요구 가운데 문제와 목표가 설정되고, 설계공모는 문제 설정과 해법의 논리를 경합하는 비평의 장이 된다. 라빌레트 파크 설계공모와 다운스뷰 파크 설계공모는 예측할 수 없고 규정할 수 없는 포스트모던 도시의 공간상을 인식시켰다. 뒤스부르크 노르트 파크 설계공모와 프레시킬스 파크 설계공모는 쇠퇴기로 접어든 무수한 산업 도시들, 생애주기가 다한 쇠퇴기의 도시들이 곧 대규모의 노후·유휴지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 폐허가 된 기존 산업 시설과 생태적·문화적으로 취약한 토양을 지닌 도시 공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설정의 시작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0년대 이후 대규모 설계공모가 붐을 이루면서 능동적 주체로서의 공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도시 정책과 제도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 준비된 경우가 그러했다. 이를테면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설계공모의 경우 대상지가 신도시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위치 또한 비위계적 환상형 도시의 중앙부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시 개발에 있어서 공원이 도시를 조직하는 능동적 주체로서 기능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는 특수한 형태의 교란된 부지인 군부대 이적지의 다양한 쟁점과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국제현상설계공모는 앞의 두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토 개발과 도시 (재)개발이라는 판 위에 놓여있다. 일찍이 정부는 항만물류산업 환경의 변화와 관련 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항만의 생애주기가 단축될 것을 예측해, 2007년 ‘항만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했다. 쇠퇴기 항만 도시의 재활성화를 지원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토대로 부산시는 쇠퇴기의 항만물류산업 부지인 북항을 국제해양문화관광의 거점으로 변화시키는 재개발 사업을 계획했다. 그리고 도시의 공적 자원인 항만 부지를 지역사회와 시민들에게 환원하는 방안으로 친수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설계공모는 국내 대규모 유휴 항만의 재개발과 부산 구도심 활성화, 산업부지의 환원을 통한 공공 공간 확충으로 수렴되는 친수공원의 구체적인 형태와 기능을 마련하기 위한 장이 되었다. 박선희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형 공원에 나타나는 현대 공원 설계의 쟁점’으로 2011년 조경비평대상에서 가작을 수상했으며, 현재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도시와 조경에 관한 복잡하고 중요한 논의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국제현상설계공모
    재생을 꿈꾸는항구도시 부산은 광복 이후 국제적인 항구도시로 발달했다. 북항(부산항)은 경제 성장기에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과 교류하는 가장 큰 관문이었으며, 한국 제1의 항만으로 자리매김해왔다. 1990년대 말 늘어나는 컨테이너 물량과 시설의 노후화로 대대적인 개발이 요구되었는데, 도심과 인접한 북항에는 개발 부지가 부족해 근처에 위치한 가덕도 일원에 신항을 건설했다. 이에 북항의 항만기능을 재편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시대적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북항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었다. 워터프런트 개발, 국제 여객 터미널 건설, 원도심 등 주변 지역과의 연계 개발을 위해 총 8조 5,19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며, 2008년부터 2016년까지 1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2016부터 2019년까지 2단계 사업이 추진된다. 북항은 동·남해안 관광벨트의 중심축 상에 위치한 해양 관광 거점이다. 부산의 중심 상권인 남포동, 광복동, 자갈치시장 등과 연계되어 있고, 2020년 부산시 도시기본계획에 상업 용지로 반영되어 있어 개발 잠재력이 높다. 북항 재개발은 국제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세계적인 규모의 워터프런트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친수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북항을 주변 지역과 연계함으로써 원도심의 기능을 회복하는 도시재생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1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로 부터 ‘부산광역시 도시재생 선도지역 도시경제기반형 활성화사업’에 대한 승인을 받아 원도심 재생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공모전 진행 과정 부산항만공사(사장 임기택)는 지난 3월 17일 북항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위한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지난해 확정된 북항 재개발사업 기본계획은 공공성을 강화해 북항 재개발 지역(153만 2천㎡) 가운데 친수공원 부지를 27만 4천㎡(전체 개발 부지의 23%)로 확대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이 부지를 대상으로 4월경 공모지침서를 확정짓고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는 1단계에서 참가의향서(RFQ)를 통해 7개 팀을 뽑았고, 이들 가운데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2단계 심사로 진행되었다. 참가 자격은 조경 분야 신고를 마친 업체나 조경기술사사무소로 등록돼 있으면 단독 또는 공동으로 공모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총 16개 팀이 참가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이 중 2단계참가팀으로 신화컨설팅, 가원조경, 그룹한, 두인디앤씨, 씨토포스, 조경설계 서안, 해안건축 컨소시엄이 선정되어 경합을 벌였다. 9월 26일까지 작품 제출을 마감한 이후, 10월 7일 부산항만공사 사옥에서 참가사별작품 설명회를 갖고 다음날 최종 당선작을 발표했다. 당선작은 신화컨설팅 컨소시엄이 제출한 ‘InteractivePier’가 선정되었다. 조성룡 심사위원장은 “친수공원으로서 장소적인 성격을 파악해 적절히 대응하고, 시민의 일상을 연결해 도시 공원의 활력을 잘 살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원 부두 노동자의 삶(기억)과 연결해 지역적인 의미를 살리고, 남겨진 부두의 흔적을 보존해 새로운 공간과 공존하는 시간의 공간을 제안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산업 유산으로 읽어낸 항구의 기억 이번 공모전은 ‘북항의 미래 비전과 역사적 의미’, ‘수변 공원의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조성 계획’, ‘시설물 재해·안전·환경 관리 등의 기능적 측면’, ‘안전디자인도입’, ‘경제적인 사업 구상의 적정성’이라는 다섯 가지를 주요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그중 지침에서는 ‘기존의 역사적 의미’를 살리는 것, ‘주변 지역과의 연계’를 특히 강조했다. 출품작들은 북항의 역사적 의미를 살리기 위한 전략으로 기존의 시설을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안벽岸壁’, ‘계선주繫船柱’, ‘대臺’, ‘매축埋築’, ‘멍텅구리 블록harbor block’ 등 항구의 독특한 구성 요소들을 각기 다르게 해석하여 활용했다.‘안벽’은 항만이나 운하의 가에 배를 대기 좋게 쌓은 벽이다. ‘Interactive Pier’는 부지의 바닥면을 낮추고 물을 도입해 오래된 안벽을 보존했다. ‘Beyond the Boundary’는 안벽을 건축 계획과 바닥 포장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했다. ‘계선주’는 배를 매어 두기 위해 세워 놓은 기둥이다. ‘The Living Port’는 계선주를 비롯한 기존 호안, 콘크리트 방파벽, 조명탑 등 산업 시대 유적들의 선별적인 보수 작업을 통해 재활용하고, 디자인에 반영했다. 대부분의 팀에서 계선주는 그대로 보존되거나 위치를 옮겨 장식적 요소로 사용되었다. ‘대’는 높이 쌓아 올려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곳을 뜻한다. 또는 시야가 사방으로 펼쳐진 절벽이나 바위 꼭대기의 평평한 곳을 이르기도 한다. 부산이 위치한 남해는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어 해안선의 굴곡이심해 ‘대’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Interactive Pier’와 ‘Bay & Headland’는 이러한 ‘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Bay & Headland’는 부산의 고유한 지리적인 조건을 통해 ‘만과 대’라는 콘셉트를 도출했으며, ‘만과 대’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경관, 문화, 생태 공간을 구성했다. ‘Beyond the Boundary’는 차경을 통해 ‘대’를 공원의 경관 요소로 끌어들였다. ‘매축’은 바닷가나 강가를 메워서 뭍으로 만드는 일이다. 북항 일대는 매축으로 새로 생긴 땅이다. 1898년 본격적인 매축이 시작되었고, 옛 부산역, 부산우체국, 부산연안여객터미널, 중앙로 일대가 매축으로 생겨났다. ‘Interactive Pier’와 ‘Beyond the Boundary’는 매축의 역사부터 북항의 역사를 읽어나갔다. 다른 출품작들은 항구의 기능으로 얽힌 역사적 이야기, 주변지역과의 관계로 얽힌 이야기에서 땅을 읽었는데, ‘The Living Port’는 쌀 수탈의 역사를 기억의 매개로 삼았다. ‘Blue Heart’는 과거의 것을 활용하는 것보다 수변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데 무게를 두어 부유식 시설을 통한 새로운 워터프런트 시설을 계획했다. 부두 축조 시 활용된 ‘멍텅구리 블록’은 대부분의 출품작에서 질감을 활용한 외벽이나 포장 등에 활용되었으며, ‘조명탑’은 장식적인 요소로 쓰였다. 기억의 확장 부산항만공사가 발주한 ‘북항 재개발사업 역사문화 잠재자원 발굴 및 활용방안 수립용역’이 지난해 8월 완료되었다. 연구를 맡은 강동진 교수는 북항의 변천 과정을 더듬어 도면화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는데, 연구를 시작했을 땐 대부분의 역사문화 자원이 이미 사라져 있었다. 1, 2부두는 도심지구로 결정돼 매립이 예정되어 있었고, 3, 4부두는 매립이 시작된 상태였다. 강교수는 매립을 통한 아파트 건설보다 “부두에 담겨있는 물류 역사와 시대 애환, 항구 지대의 공간 형태,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하고 확장1”하는 일이 북항의 경쟁력 확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기존 유산의 활용이 북항 재개발의 중요한 가치로 다루어졌다. 출품작들은 이러한 유산과 부두의 기억을 설계에 반영했고, 당선작인 ‘Interactive Pier’는 비교적 산업 유산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산업 유산을 통해 읽어낸 북항의 기억이 부산이라는 도시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변화해나갈지 그 모습이 사뭇 궁금하다. 당선작 Interactive Pier 신화컨설팅, 창조종합건축, 삼안, 건일엔지니어링, 대아종합조경, 비오이엔씨 가작 The Living Port 가원조경, Turenscape, Supermass Studio, 삼영 가작 Bay & Headland 그룹한, HOK, 디자인그룹 빅, 건화엔지니어링, 한가람엔지니어링 가작 Beyond the Boundary 두인디앤씨, 경성, 싸이트플래닝건축, 도화엔지니어링, Marko and Placemakers 가작 Blue Heart 씨토포스, Groundlab, Mandaworks, Spacetalk,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가작 Busan Central Park 조경설계 서안, 일신설계, office ma, HR&A, 이화기술단 가작 North Port by Resilience 해안건축 조경설계실, 한국종합기술, 지오조경, 조경설계 해인, 센텀엔지니어링
    • 이형주
  • [칼럼] 희망의 조경, 네 가지 과제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꾸며 새 옷을 입은 『환경과조경』, 이제 2014년의 마지막 호를 선보입니다. 지난 1년간의 잡지, 즐겁게 보셨는지요.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 그리고 따끔한 비판모두 잘 소화하여 더 유익하고 품격 있는 『환경과조경』을 만드는 데 자양분으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외적 위기와 내적 혼란을 동시에 겪은 한국 조경의 2014년, 참 힘든 해였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고도 성장기의 급속한 개발로 인해 훼손된 국토의 상처를 치유하고 도시 환경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온 조경의 저력이 있기에, 다른 어느 분야보다 앞서 지구 환경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실천해 온 조경의 지혜가 있기에, 지금 잠시의 위기는 새로운 희망의 토대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작년에 제정된 ‘한국조경헌장’의 몇 구절을 다시 읽어봅니다. “조경은 생태적 위기에 대처하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고,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경관을 구현해야” 합니다. “조경은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이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조경의 책임이자 과제”입니다. 희망의 조경을 실천하기 위해 몇 가지 당면 과제를 생각해 봅니다. 우선 첫째는 인재의 양성입니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 조경 분야는 우리 손으로 제대로 된 조경법 하나 발의할 국회의원 한 명 배출하지 못했고, 정책을 이끌어갈 정부고위 공무원 한 명조차도 없는 실정입니다. 올해 열린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의 초청 특강 스타는 조경을 전공한 우리의 선배도, 후배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왜 원예나 정원을 넘어 도시 규모의 그린 인프라를 이야기하고 미래의 패러다임을 제시해 줄 제임스 코너나 조지 하그리브스 같은 세계적인 조경가를 배출하지 못했을까요? 더 늦기 전에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산학 연대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학교는 예전처럼 천편일률적인 커리큘럼으로 이미 과포화 상태인 인기 분야의 교육에만 치중하지 말고 다양한 실무 분야가 원하는 전문 인력을 골고루 배출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교육 과정을 점검하고 개편해야 할 것입니다. 업계 또한 학교와의공동 연구나 R&D 투자를 활성화하여 미래의 산업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데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과제는 여러 관련 단체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입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조경계가 우왕좌왕한 이유는 큰 그림으로 조경의 미래를 챙기지 못하고 각 단체의 입장에 따라 당장의 작은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3월 3일로 변경된 ‘조경의 날’은 충분한 검토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고, 관련 단체의 차기 회장 선거는 개운치 않은 뒷말을 무성하게 만들었습니다. 같은 단체 내에서도 학연과 출신에 따라 계파를 형성하고 각종 이권에서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곤 합니다. 학연으로 뭉친 몇몇 동문들은 공공연한 동문업체 밀어주기로 손바닥만한 조경 분야의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습니다. 운영비도 마련하지 못하는 유사 단체들이 또 다시 양산되고 있습니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선배 세대는 불황이 닥치자 후배를 보살피지 않고,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자신만 다른 비즈니스 세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조경’ 이라는 이름으로 힘을 모으고 보태야 합니다. 졸업장, 계급장 다 내려놓고 먼저 팔 걷어붙이고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실속 없는 자리 만들기에 연연하지 말고 여러 이름의 조경 관련 단체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세 번째 과제는 우리 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반성과 대책 마련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종 언론을 통한 홍보는 물론 시민사회에 폭 넓게 조경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이미지 회복 전략image restoration strategy을 실천해야 합니다. 미국조경가협회ASLA는 지난 2011년부터 ‘Landscape Architecture –YourEnvironment. Designed.’란 테마 아래 올바른 조경 역할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ASLA는“조경은 당신의 환경 그 자체입니다. 그것은 대학캠퍼스, 도시 공원이기도 하며, 병원 마당, 지역계획, 정원의 전부이자 그 이상의 것이기도 합니다. 조경가는 하늘 아래 거의 대부분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조경의 정체성 확립과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국조경신문, 라펜트, 환경과조경 같은 전문 매체는 물론이고 일간지나 방송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경의 중요성을 알려 나가고 조경문화박람회 등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지속해야 합니다.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로 우리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고 봉사하는 사회적 지원 또한 활발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네 번째 과제는 새로운 시장의 발굴과 개척입니다. 근래에 조경은 건축, 도시설계, 엔지니어링과 협력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IT, 패션, 의료, 역사 등 전통적인 협업 분야를 벗어난 다양한 분야와도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넷, 통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네트워크 경제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비즈니스의 융복합화 추세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고, 우리 조경도 컨버전스를 통해 영역을 넓히고 타 분야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나가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ASLA도 최근 “협업이 강조되는 분야 역시 조경”이라고 말하며 지속가능한 도시, 건강하면서 경제적인 도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주역으로서 조경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도시교통의 효율을 높이는 보행 중심의 네트워크 설계, 지역 사회의 공동체 문화를 발전시키는 커뮤니티 디자인, 식물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녹색의료 디자인, 버려진 토지를 이용해 지역 내 생산성을 높이는 도시 농업 디자인, 자연 에너지와 빗물을 활용하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그린 인프라디자인 등,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국내 경기의 침체 속에서 우리 조경 분야는 안팎으로 끊임없는 위기에 직면해있습니다. 타 분야의 도전에 좀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당장 우리 내부에 산적해 있는 문제를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합니다. 지난 40년간 양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우리가 챙기지 못하고 자만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되새겨봐야 합니다. 이제 전통적인 조경의 영역을 넘어 ‘탈영역의 시대, 통섭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조경이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토를 설계해야 합니다.
  • [에디토리얼] 마감
    매달, 이번 호만큼은 여유 있게 인쇄소로 넘기고 편집부 식구들과 근사한 와인 파티를 즐겨야지 마음먹지만, 꿈은 역시 꿈일 뿐입니다. 마감을 몇 시간 앞둔 편집실의 새벽은 출품 전날 밤의 설계실못지않은 전쟁터 풍경입니다. 사흘째 이어지는 철야로 수염이 덥수룩해진 양다빈 기자,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담당 필자의 연재 원고로 애를 태우다 드디어 국제전화를 겁니다. 담당 섹션의 완성도를 위해 방대한 사례를 연구하곤 하는 조한결 기자, 분초를 다투는 상황임에도 디자이너와 의견을 조율하는 침착함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벌써 나흘째 예비군 훈련과 철야 편집을 병행하고 있는 이형주 기자, 책상 위에 높이 쌓인 교정지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3차 교정지인데도 다시 레이아웃을 바꿔달라는 데스크의 뒤늦은 요청에 팽선민 디자이너는 빛의 속도로 모니터 두 대를 오가며 최종 버전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윤주열 수석디자이너의 눈과 손은 마지막 순간까지 책 전체의 미려한 리듬과 세련된 디테일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쉴 새가 없습니다. 드디어 뒷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앞머리에 실핀을 꽂은 김정은 편집팀장, 기자들 원고 다시 손질하랴 자기 원고 마무리하랴 이 와중에 1월호 필자 섭외하랴 멀티태스킹에 여념이 없습니다. 부드럽지만 예리한 눈으로 3교에 ‘오케이’를 놓고 있는 남기준 편집장의 손에서 베테랑다운 마지막신의 한 수가 곧 생산될 것입니다. 일 년 만에 겨우 도비라, 세네카, 하시라 같은 일본식 편집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된 아마추어 편집주간은 폭풍 전야의 긴장을 풀어보려고 실없는 우스개를 던져보지만 연신 테라스를 들락거리며 연기를 뿜어대는 걸 보면 속이 꽤 타들어가나 봅니다. 리뉴얼을 준비하던 작년 이맘때의 열정과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찬바람 부는 겨울이 다시 왔습니다.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꾸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던, 강렬한 노란색 표지의 1월호 에디토리얼을 다시 펼쳐봅니다. ‘한국 조경의 문화적 성숙을 이끄는 공론장’, ‘조경 담론과 비평을 생산하고 나누는 사회적 소통장’, ‘세계적 동시대성을 수용하고 발굴하는 전진기지’라는 세 가지 편집 방향이 호기롭게 적혀 있습니다. 지난 열두 권에서 이 세 가지 비전을 한결같이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2월호 에디토리얼에서 약속드렸던 “학생에겐 지적 자극을, 실무조경가에겐 질투심을, 우연한 독자에겐 꿈을” 줄 수 있는 ‘재미있는 잡지’를 위해, 『환경과조경』은 실험 정신, 문제 의식, 비판 정신을 한층 더 다듬어가겠습니다. 어느 달이, 무슨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는지요. 편집부가 체감하기로는 11월호에 대한 반응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서울역 고가가 사회적 이슈가 된 참에 때마침 하이라인 3구역이 개장해서 두 프로젝트를 엮은 특집 ‘하이라인의 교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실은 다른 특집보다 기획과 진행에 든 시간은 오히려 짧았지만, 작품 섭외, 제임스 코너와 조슈아 데이비드의 인터뷰, 관련 외고, 11번가 브리지 파크 설계공모까지 모든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들어맞은 달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리빌드 바이 디자인’ 설계공모를 회복탄력성의 관점에서 조명한 8월호에도 독자들의 호응이 컸고, 30대 조경가 30인의 성장사를 다룬 7월호의 ‘조경가로 자라기’에도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조경가를 꿈꾸면서도 늘 갈증과 허기를 느끼는 미래 세대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었기를 기대합니다. 조경과 도시설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시선을 담고자 공들였던 기획물로는 5월호의 ‘서울의 오늘을 읽다’와 10월호의 ‘도시재생의 새로운 국면’이 있었습니다. 외고 없이 내부 원고만으로 구성했던 9월호의 책 특집 ‘활자 산책’은 그 이면의 갖가지 에피소드 덕에 지금까지도 편집부의 단골 안줏감입니다. 알찬 원고로 지면을 빛내준 필자들과 작품 게재를 허락해준 조경가들께 감사드립니다. 연재의 고통을 감내해준 필자들께는 어떤 감사의 말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매달 실시간으로 조언과 격려와 비평을 아끼지 않은 편집위원들의 수고에도 감사드립니다. 해외 작품 섭외에 애써준 해외리포터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독자 리뷰단의 피드백은 다음 호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 독자들의 격려와 비판은 편집진에게 에너지를 주는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꼭 기억하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잡지”를 2015년 편집계획서의 제목으로 달까 합니다. 물론 화려한 스타일의 장식적인 편집 디자인을 말함이 아닙니다. 내용과 형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텍스트의 메시지와 이미지의 효과가 하나로 움직이는, 스타일이 정보를 지배하지 않고 정보의 본질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잡지를 만들기 위해 늘 연구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잡지 『환경과조경』이 조경 저널리즘의 오래된 미래를 열 수 있도록 매달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12월호의 마감과 함께 『환경과조경』은 ‘파주시대’를 마감합니다. 마감은 늘 아쉬움을 남기지만 새로운 출발의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방배동시대’를 열며 2015년 1월호로 찾아뵙겠습니다. 1년간 감사했습니다.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CODA] 이사
    단독 주택에 산 지 만 5년이 되어간다. 주변엔 논과 도라지 밭, 조경수 농장, 미군부대가 자리하고 있던 공터와 나지막한 산, 그리고 고만고만한 주택 몇십 채만이 자리하고 있다. 매달 관리비 고지서를 보내주는 관리사무소도 없고, 놀이터도 어린이집도 없다. 슈퍼, 세탁소, 부동산, 학원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상가 건물도 없다. 걸어 다닐 수 있는 반경 내에 무엇인가를 살 수 있는 곳이래야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시는 구멍가게뿐이다. 앵글로 만들어진 진열대 안쪽에 있던 물건을 꺼낼라치면, 수건으로 먼지를 털어주신다. 물건을 들여 놓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마트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곳이다. 그렇다고 그 먼지의 두께가 덕지덕지 들러붙은 정도는 아니다. 가볍게 후후 불면 날아갈 정도이니, 아주 시골은 아니란 이야기다. 아, 그러고 보니 몇 달 전에는 치킨 집이 하나 오픈했다.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여전히 늦은 귀가 시간에도 불을 밝히고 있다. 왠지 모르게 다행이다 싶다. 주말 아침이면 동네 이장님의 방송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주로 경로당에서 무슨 모임이 있으니 참석하라는 멘트다. 아파트 거실 벽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만 듣다가, 단독 주택으로 이사한 후 처음으로 허공을 가르며 들려오는 “아~ 아~ ○○○ 4리에서 알려드립니다”란 메아리를 들었을 때의 생경함은 지금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역시 ‘읍’은 뭔가 달라!”라고 중얼거렸던 것도 같다. 그렇다. 행정구역상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읍’이다. 하지만 아주 시골은 아니다.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아내와 내가 농담 삼아 ‘읍내’라고 부르는 곳에 제법 규모 있는 마트를 비롯해서 웬만한 것들은 모두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있으니, 구체적으로 그곳에 있는 것들을 묘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약간 망설여지는 거리다. 한 15분 정도 걸리려나? 그보다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자가용으로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그 풍경은 사뭇 다르다. 5분을 경계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없는 것투성이다. 하지만, 이곳에만 있는 것들도 있다. 겨울이면 20분 가까이 눈을 치워야 하는 마당과 집 앞 도로(이걸 도로라고 표현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교행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차 한 대만 지나다닐 수 있는 시멘트 포장길이다)가 있고,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허리를 굽히게 만드는 잔디밭(사실 잔디‘밭’이라고 하기에는 옹색한 면적이다)도 있다. 이 잔디란 녀석은 제 때 깎아주지 않아 늘 아내의 핀잔을달고 살게 만드는 원흉이다. 정원 책을 만들며 부르짖던(?) ‘정원 일의 즐거움’을 직접 만끽할 때가 되었다며, 아내는 내 손에 기어이 제초가위를 들려 등을 떼민다. 물론 나의 극렬한 저항이 성공할 때가 많아, 그 횟수는 일 년에 채 몇 번 되지 않는다. “정글을 가꾸는 게 취미인가 봐요” 지나가는 말로 그녀가 툭 내뱉으면, 나는 “굉장히 생태적이지 않아요”라고 딴청을 핀다. 그래도 여름과 늦가을 사이, 두세 번 혹은 서너 번 잔디와 사투를 벌이고 나면 기분은 썩 괜찮다. 다음에 다시 단독 주택에 살게 되면 잔디밭이 아니라 클로버 밭을 꼭 만들겠다고 농담 아닌 진담처럼 말하곤 하지만 말이다. 참, 잔디밭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집과 세트로 딸려 있던 녀석이다. 제대로 정원을 가꾸게 되면 반드시 배제시키리라 다짐했던 3종 세트(잔디밭, 철쭉, 회양목) 중에 무려 두 가지가, 이사 왔을 당시에 (정원이 아닌) 마당의 기본 옵션으로 제공되었다. 엄살을 피웠지만, 단독 주택에서의 삶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층간 소음에서 해방된 점도 그렇고, 2층 집이어서 구조가 입체적인 것도 마음에 든다. 여전히 불편한 점은 존재하지만…. 원래는 회사의 사무실 이전 소식을 다루려고 했는데, 딴소리만 잔뜩 늘어놓았다. 방배동으로 이사와 며칠을 다녀보니, 문득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 온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치우던 눈을 파주 사옥에서도 치워야 했고, 잔디밭은 없었지만 해마다 가을이 되면 적지 않은 양의 낙엽을 치워야 했다. 게다가 낙엽이란 녀석은 해마다 그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파주 사옥이 막 지어졌을 때, ‘이게 언제 자라서 벽면을 가득 채울까’하며 안쓰럽게 쳐다봤던 담쟁이덩굴은 이제 두려울 정도로 낙엽을 생산해내는 낙엽자판기가 되었다. 한 마디로 파주 사옥은 직장 판 단독 주택인 셈이었다. 창문만 열면 8차선 대로가 펼쳐지는 ‘따뜻한’ 방배동 사무실에서, 파주 시대를 개인적으로 정리해보다가 ‘지금 살고 있는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과는 그만큼 차원이 다른 이사일 테니까. 마지막으로 사과 말씀을 드려야겠다. 단순하지만 시선을 끄는 절제된 구도와 여백이 적절히 어우러진 담백함이 제 맛이었던 ‘유청오의 이 한 컷’이 이번 호에는 전혀 다른 성격과 소재의 사진으로 채워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2006년 2월부터 시작된 짧지 않았던 ‘파주 시대’를 마감하는 소회로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독자 여러분께는 송구스러울 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사진 촬영에 공들인 유청오 작가에 대한 고마움은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그와의 촬영은 유쾌했다. 앵글 속에 포함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초보 모델들의 긴장감을 무장 해제시키는 그의 능수능란한 조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추억할만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새빨간 넥타이를 매고 왔건만 지나치게 우측으로 몸을 튼탓에 전혀 빨간색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 사실을 일러주지 않은 점은 무척 서운하지만 말이다. 참, 김정은 편집팀장도 붉디붉은 치마를 차려 입고 왔는데, 외투에 가려 사진에서는 전혀 레드 컬러가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왜 시뻘건 넥타이를, 김정은 팀장은 왜 곱디고운 붉은 치마를 입고 왔던 걸까?
  • [편집자의 서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기대보다는 후회가,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특히 이제는 20대 중반이라고 우길 수 없는 명백한 20대 후반이 되는 나는 할 수만 있다면 2015년 1월이 다가오는 것을 온 몸으로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창 일거리에 파묻혀 있던 1월호 마감 기간의 주말 저녁, 친한 친구들과 모여 송년회를 가졌다. 우리는 대학교 교내 방송부 활동을 같이 하며 친해졌는데 동기들 중에 유난히 감수성이 풍부한 친구가 많아 자칭 ‘낭만 20기’라 부르곤 했다. 이날도 우리의 공식 건배사인 ‘낭만을 위하여’를 외치고 공식 주제가 ‘낭만에 대하여’를 틀었는데, 이날은 장난같이 외치곤 하던 우리의 건배사가 특별한 느낌이었다. 친구 한 명이 “야, 우리도 나이 드는 것 같어”라고 했다. 남자 이야기, 연애 이야기로 대화의 반을 채웠던 20대 초반과는 달리 이제는 회사 생활이 우리의 주 관심사가 되었고, 온갖 술게임을 섭렵하며 떠들썩하게 밤을 새웠던 옛날처럼은 못하겠다며 우리는 맥주 몇 잔에 순순히 잠자리를 찾아 방구석을 파고들었다. 지금도 좋아하는 작가지만 프랑수아즈 사강은 20대 초반에 열광적으로 좋아하던 작가 중 한 명이었다. 줄곧 모범생(?)으로 말썽 없이 자라온 나는 이 시기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나 한강의 『채식주의자』 같은 유난히 과격한 소설을 좋아했다. 대학에 갓 입학했던 시절, 나는 사실 잔뜩 주눅들어 있었다. 시골에서 나름 ‘글 좀 쓴다’고 생각하며 국문과에 입학했는데 우리 과에는 주옥같은 문장을 쓰는 글쟁이들이 수두룩했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개성 강한 친구도 많았다. 이 시절 나는 ‘평범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과격하고 강렬한 내용의 소설을 좋아했던 것 같다. 특히 사강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녀가 묘사하는 주인공의 냉소적이면서도 변덕스러운 성격이나 아슬아슬하고 불안정한 청춘에 대한 예찬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또 사강의 실제 삶이 소설처럼 극적이었기에 인생과 사랑에 대한 그녀의 과장된 묘사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시몽이 폴에게 고독 형을 선고하는 부분과 폴이 시몽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자신의 삶에 대해 환기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 합니다.” 다소 연극조의, 손발이 구운 오징어마냥 오그라들게 하는 시몽의 이 대사를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적어 놓기도 했다.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에 대해 ‘고독 형’을 내리는 “무시무시한 선고”는 폴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내리는 선고 같아 지금도 가슴이 뜨끔하다. 폴이 시몽의 질문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로제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지만 점점 자아를 잃어버리는 폴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시몽의 편지에 문득 자신의 삶에 눈을 뜬다. 하지만 프랑스 문단에서 ‘매력적인 작은 괴물’로 불릴 만큼 변덕스러운 악동이었던 사강은 폴에게 또다시 영원한 고독형을 선고한다. 작가는 결국 폴이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라고 고백하며 이전 삶에 굴복하게 만든다. 작가는 폴을 비롯해 그의 소설에서 매번 등장하는 성숙하고 진지한 여성 캐릭터에 대해 유독 매정하고 차가운 태도를 취한다. 그녀의 처녀작 『슬픔이여 안녕』에서 주인공 세실의 의붓어머니 안느는 총명하고 세련된 취향을 가진 성숙한 여자로 묘사되지만 동시에 세실에게 어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다. 알코올, 코카인, 도박 중독자이자 스피드광이었던 사강은 평생을 청춘과 젊음의 아이콘으로 살았다. 그녀는 나이 드는 것이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그녀의 젊음이 소진되고 재기발랄함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대학교 1학년, 교양 국어 시간에 담당 교수님은 우리에게 이태준의 수필 ‘조숙早熟’을 필사하고 요약하는 숙제를 내주셨다. 한창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 하필 이태준의 ‘조숙’을 과제로 낸 교수님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오래 살고 싶다. 좋은 글을 써보려면 공부도 공부려니와 오래 살아야 될 것 같다. 적어도 천명天命을 안다는 50에서부터 60, 70, 100에 이르기까지 그 총명, 그 고담古談의 노경老境 속에서 오래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인생의 깊은 가을을 지나 농익은 능금처럼 인생으로 한번 흠뻑 익어보고 싶은 것이다.” 젊음과 재기발랄함이 재능의 전부인 줄 알았던 21살의 나에게 적잖은 위로가 되었던 구절이다. 이제 나와 친구들은 억지로 취하지 않아도 즐겁기 시작했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도 울고 웃게 되었다. 인생으로 흠뻑 익어갈 나를 기대하며 두렵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2015년을 맞이한다. (P.S. 아직 어린 녀석이 청승 떤다고 분노하신 편집장님께 심심한 사과를 표합니다.)
  • 식물 재료의 특별함 정욱주 교수의 ‘식재 설계 고민’
    제일모직 건설사업부 조경디자인그룹(구 삼성에버랜드)은 2014년 한 해 동안 ‘조경 식재의 새로운 담론’이라는 주제로 렉처시리즈를 진행했다. 2014년 12월 17일, 그 마지막 주자로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가 나서 ‘식재 설계 고민’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경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식재 설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다. 조경 설계는 식재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음에도 실제로 식재 설계를 전문적으로 ‘잘’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식재와 관련된 교재도 기능적 측면에 치중되어 있고, 실제 쓰임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정욱주 교수는 조경 설계가로서 식물 재료 사용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수 년 전부터 정영선 대표(조경설계서안)를 따라다니며 직접 호미를 들고 식재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식물 재료만의 특별함, 느슨함과 감성 강연은 정욱주 교수가 고민했던 식물 재료에 대한 네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고민, “공간 구성에 있어 식재의 역할과 가치는 무엇인가” 이 고민은 ‘느슨함’과 ‘감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대별된다. 정 교수는 “식재는 공간의 구축과 보완이 가능하다”며 식재가 갖고 있는 ‘느슨함’을 강조했다. “식재는 공간을 구분하는 동시에 열려 있고,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지만 느슨하게 방향을 제시한다.” 건축 재료도 공간을 만들어 내지만, 식물 재료가 갖는 ‘느슨함’은 다른 재료와 분명히 구분되는 특성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식재의 특성에서 오는 작은 ‘감성’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물 재료만의 장점”이라며, “식물 재료가 주는 감성은 스케일에 따라서 다른데, 사람들은 큰 스케일은 쉽게 인지하는 반면 작은 스케일의 감성까진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숙제다.
    • 함연경
  • 민관협력에 의한 녹색복지향상과 국가도시공원 국회심포지엄
    국가 도시 공원 입법화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2014년 12월 17일 국회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 정의화 국회의장, 문병호 국회의원, 오병윤 국회의원 주최 국가도시공원 전국 민관네트워크, 전국시·도공원녹지협의회, 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 주관으로 ‘민관협력에 의한 녹색복지향상과 국가도시공원 국회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여러 지자체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해 국가 도시 공원에 대한 지역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지방사무로 위임되어 있는 도시 공원 조성에 국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11년 최초발의에 이어 2013년 8월 정의화 의원이 재발의하였으나 현재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도시 공원을 실제 조성하기 위한 재정 조달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모델, 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경우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정되는 ‘국립공원’에 한정되어 있으며, 도시에 들어서는 공원은 각 지자체가 조성하고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지난 2007년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국가가 도시 공원을 조성하는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국립 용산공원의 정책적 의미’를 주제로 발제를 한 안상욱 단장(LH 파주사업본부 건설사업단)은 용산공원이 “특수해이기는 하지만 도시 지역에서도 자연공원처럼 국가사무로 도시 공원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캐나다 루즈Rouge 국가도시공원 조성과 민관기관 역할’을 주제로 발제한 장병관 교수(대구대학교 조경학과)는 “캐나다의 경우 공원을 경관생태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며, “다양한 경관 및 서식 환경을 연결하는 코리도 개념을 바탕으로 공원 규모를 설정했다. 우리의 경우도 기존 공원의 통합과 연결로 도시 공원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점을 정리했다. 최근 녹색길이나 탐방길 등 녹지와 공원이 통합되고 대형화되는 경향에 주목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도시 공원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김승환 상임대표(국가도시공원 전국 민관네트워크)는 “국회에서 벌써 네 번째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이다. 처음 국가 도시 공원을 이야기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대형 공원large park보다는 (생활권) 주변의 조그마한 공원이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 공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간의 인식 변화를 짚기도 했다. 안상욱 단장은 국가 도시 공원의 도입 배경, 필요성, 효과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국가 도시 공원이 여타 도시 공원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이에 양건석 사무처장(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은 “국립공원의 주인이 자연과 경관이라면, 국가 도시 공원은 시민이 주인인 공원”이라며, 녹색복지의 개념으로 국가 도시 공원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개념을 정리하기도 했다. 장병관 교수는 캐나다의 경우 공원 정책이 환경부 소관으로 12개의 정부 기관 그리고 자치시와 관련 기관으로부터 토지와 자금을 제공받아 민관파트너십 공원을 이루어가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공원의 소관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다고 제도의 개선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재정 조달의 문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도시 안 공원의 정체성 논의가 촉발되었다. ‘왜 국가가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관한 당위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승환 상임대표는 “국가 도시 공원 논의는 시민참여나 거버넌스 등 새로운 도시공원의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근본적인 노력이지만, 결과적으로 예산이 필요하다”고 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진승범 대표(이우환경디자인)는 국가 도시 공원신설의 비용추계 결과 1개소 조성비용이 토지매입비를 포함하여 3천억 원으로 산정되므로 15개소에 대한 총예산은 4조5천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입법부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더라도 실제 집행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 예산이 편성되어야 한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강은미 공동대표(광주중앙공원 시민네트워크)는 광역시의 도시 공원 조성 비율이 낮은 반면 토지 보상비는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2020년 장기미집행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원) 조성비는 최소화하고 당장 토지 매입을 하는 것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흥렬 사무처장(인천의제21실천협의회)은 “일몰제가 시행되면 실제 토지 소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공원 및 녹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한 두려움만 확산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재경 대표이사(자연환경국민신탁)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국가가 도시의 경계를 초월하는 도시 공원을 국가 관리 영역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재정 분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도시의 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법을 재정립할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며 중앙정부와 협상해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현재 계류 중인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가 도시 공원이 설치되는 광역지자체에 대하여 그 관리 시설의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하는 경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중앙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행정적 경로라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법안의 보완을 제안했다. 안상욱 단장은 용산의 경우 공원 주변에 ‘복합시설조성지구’를 조성함으로써 재정적인 타개책을 마련하였는데, 다양한 도시계획적 수단으로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국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 지자체, 시민사회, 기업의 거버넌스 틀을 고민할 것을 요청했다. 국가 도시 공원은 재정적으로나 공원 시스템 측면에서나 결국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법제도가 만들어 진다해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제 구현되기 어려운 일인 셈이다. 무엇보다국가 도시 공원의 정체성과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지속적인 추진력이 담보될 것이다.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