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환경과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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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여 년 전 기억 한 토막. 어느 한여름 밤, 무더위는 생맥주로 이겨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뭉친 번개 모임 1차가 끝나자 누군가 신선한 제안을 했다. 2차 대신 공원 벤치에 떨어져 앉아 호젓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자. 편의점에서 각자 최애 아이스크림을 골라 근처 보라매공원에 들어섰다. 정적만 감도는 고요한 밤을 기대했지만, 예상과 전혀 다른 놀라운 풍경…
    • 배정한
  • 알멘트 슈테트바흐(Allmend Stettbach)는 스위스 취리히의 동쪽 경계에 있는 들판이다. 뜀걸음으로 5분이면 가로지르는 넓은 풀밭 한쪽으로 나무가 드문드문 자라는 거친 언덕이 자리한다. 다소 생경한 이곳의 풍경은 1980년대 취리히산에 터널을 뚫으면서 파낸 40만㎥의 흙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처음 만들어졌다. 지하 깊은 곳에서 꺼낸 흙은 척박하고…
    • 신영재
  • 사가람과 사천여자고등학교 ‘사가람’은 사천시의 옛 이름으로, ‘물가에 가까운 마을’이라는 뜻이다. 남해안 가까이 위치한 사천시는 작지만 강한 소도시로,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항공 우주 산업 등 미래 비즈니스가 집중적으로 벌어질 곳이다. 사천여자고등학교(이하 사천여고)는 사천시 구도심 한가운데 있는 미래 여성 실무자를 위한 실업계 특성화…
    • 박혜리
  • 정원과 공원의 경계와 개념이 희미해진 시대의 틈을 비집고 공원과 정원 사이를 기웃거리는 혼종의 정원이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5년 제1회 서울정원박람회를 기점으로 정원 문화 확산과 대중화를 목표로 한국형 전시 정원 모델이 출현했다. 학생, 시민, 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는 정원 문화 저변의 확대에 일부 기여했으며, 전시 정원은 저년차…
  • 언제부터였을까, 정원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어릴 적 분재와 꽃꽂이 취미의 유행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소비되던 식물이 2010년대 이후 정원박람회라는 대형 이벤트와 SNS 콘텐츠의 주요 소재가 되면서 전국민 모두가 즐기는 밈(meme)이 되었다. 오픈스페이스와 생태 서식지가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 대응의 방편으로 우리 ‘사회’에 들어왔다면,…
    • 이명준
  • 동네 공원에서 열리는 정원박람회 보라매공원은 여의도공원 1.8배 크기의 대형 공원이다. 위치는 동작구 신대방동이지만, 북문 건너편은 영등포구, 남측 면은 관악구와 닿아 있다. 남서쪽은 구로구로, 서울의 서남부 네 개 구민이 즐겨 이용하는 공원이다. 보라매공원은 1986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개원했다. 오래된 주거지와 면해 있다 보니 멀리서 찾는…
    • 서영애
  • 공원은 일과 일상에서 벗어나 걷고, 쉬고, 노는 공간이다.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공원들을 살펴보면 제각기 조금씩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공군사관학교가 있던 자리에 만들어진 보라매공원은 넓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특별한 점은 공원 한가운데에 커다란 운동장(과거 공군사관학교 연병장)이 있고, 그 둘레에 걷고 뛸 수 있는 긴 트랙이…
    • 박승진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를 겪으면서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조경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설계의 중요한 비전이 됐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이를 대상지에 구현할 좋은 기회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매력적인 녹지 공간을 제공하며 생물 다양성에 기여하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모든 생명체를 위해 비행사의 정원(Aviators…
    • Mark Krieger
  •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 오랜 시간 한국인의 식탁을 지탱해 온 쌀보다 고기가 더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지금보다 더 극심한 생태계 파괴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개구리밥을 바라보며 육식 문화와 자연 생태계 변화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했다. 세 가지 구성…
    • 김기한
  • ‘영원한 생명의 정원’은 자연의 순환, 특히 썩음과 분해 과정을 통해 생태계의 근본적 작동 원리를 드러내는 정원이다. 낙엽, 병든 나무 껍질, 버섯, 곤충은 단순하고 하찮은 잔재가 아니라 생명을 지속시키는 연결망의 중심이다. 분해와 순환을 설계의 핵심으로 삼아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변화하고 썩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죽은 것들에서 생명이 움튼다…
    • 김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