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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스테르담 대학교 루테르세일란드 캠퍼스 Roeterseiland Campus, University of Amsterdam
    새로운 캠퍼스 암스테르담 대학교의 새로운 루테르세일란드 캠퍼스Roeterseiland Campus 조경 설계의 목표는 도시와 경관을 서로 연결시키면서 동시에 지형의 고유한 정체성을 새겨 넣는 것이다. 암스테르담 운하의 고전적인 윤곽선이 주는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멋이 특색 있는 루테르세일란드 시그너처와 결합된다. 이에 덧붙여진 그래픽의 켜는 캠퍼스의 영역을 한정해 줄 뿐만 아니라 서로 연결하고 길을 안내해주고 시선을 끌며 발길을 유도해낸다. 가장 기본적인 켜는 암스테르담 운하의 공공 공간이 띠는 선명한 윤곽과 전형적인 재료들로 구성된다. 그것은 바로 곳곳에 산재해 있는 느릅나무와 벽돌 및 푸른색 석회석이다. 연속적인 패턴으로 깔린 돋보이는 벽돌들이 길을 이루고 있다. 일종의 시그니처인 백색벽돌로 된 리본 모양 길은 특색 있는 나무 주위를 휘감아 돌기도 하고, 식재된 섬들의 윤곽을 이루는 루프모양을 띠기도 한다. 또한 이 길은 학생들이 앉아서 쉬거나 서로 만나고 외부에서 조용히 작업을 할 수 있는 의자나 테이블을 형성해내며 솟아오르기도 한다. 이 리본 모양 길을 따라 수변 위의 독특한 장소들과 감추어진 중정들이 이어진다. 서로 다른 영역 캠퍼스 내에 서로 다른 특징과 용도를 갖는 영역들을 설정했다. ‘그린 노즈Green Nose’는 아름다운 운하 두 곳이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이다. 여기서 학생들은 언덕 위의 풀밭에 앉아 햇살을 받고, 친구들과 소풍을 즐길 수 있다. ‘어메이징 코트야드Amazing Courtyard’는 바삐 돌아가는 캠퍼스 내의 조용하고 멋진 공간이다. 기존의 뒤뜰은 ‘아름다운 뒷마당Beautiful Backyard’으로 탈바꿈했으며, 학생들은 밖에서 공부를 하고 토론을 할 수있는 은신처 같은 장소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두 곳의 대규모 건물군으로 향한 주출입구인 ‘중앙 다리Central Bridge’는 캠퍼스의 새로운 중심 공간이다. 다리 위의 기다란 벤치에 앉아 학생들은 주변을 바라다보거나 역으로 ‘응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크레아-센터 CREA-centre’는 이 대학교의 문화적 허브이다. 특히 저녁에 그룹 단위로 옥외에 모여 행사나 강좌를 준비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곳이며, 테라스에 앉아 한 잔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발코니Balcony’는 첫 번째 지점의 정 반대편에 있으며, 그 지점과 유사하지만 바닥 포장이 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난간 위에 함께 올라앉아 눈앞에 펼쳐진 멋진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도시형 캠퍼스 루테르세일란드 캠퍼스는 암스테르담의 중심을 이루는 실질적인 장소가 될 것이다. 학생들은 도시 맥락과 독립되어 있는 익명의 캠퍼스보다는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 공부하기를 더 선호한다. 암스테르담 운하의 멋진 풍광은 뫼더흐라흐트Muidergracht를 따라 더 멀리 이어질 것이다. 공공 공간은 유연하면서도 정연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재료는 고전적이며 내구성 높은 것들이다. 중심 가로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 이용자들(그리고 빠르게 걷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적벽돌과 푸른 석회석 디테일로 마감된 새로운 보도는 고전적인 암스테르담 운하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있다. Landscape Architect INSIDE OUTSIDE Location Amsterdam, NL Scope Public Space and Courtyard landscaping Client University of Amsterdam Date 2010~ (Ongoing) Photographs INSIDE OUTSIDE 1991년에 페트라 블라이세(Petra Blaisse)가 설립한INSIDE OUTSIDE는 예술가, 건축가, 조경가, 디자이너로이루어진 종합 디자인 회사다. 조경 설계, 전시, 커튼, 표지판, 내부 가설물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다양한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천연 자재, 색감, 빛, 소리, 시간을 소재로 역동적인 환경을 창조해 내는 작업에몰두하고 있으며,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콘셉트 디자인에서부터 최종 디자인에 이르는 모든 작업에 건축주와건축가의 의도를 녹여내고 있다.
    • INSIDE OUTSIDE / INSIDE OUTSIDE
  • IBM 호놀룰루 IBM Honolulu
    중정이 건축과 조화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기 위해 우리는 지면의 포장과 수경 디자인에서 블라디미르 오시포프Vladimir Ossipoff의 건축 파사드 패턴을 오마주로 빌려왔다. 이번 재설계가 있기 전까지는 오시포프가 설계한 이 멋진 건물은 그저 아스팔트 주차장 안에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어서 원래 설계된 경관을 감상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하와이 고유의 경관 유형에서 유래한 독특한 베란다·파티오 형태인 라나이Lanai에서 바라보면, 세밀하게 표현된 중정이 다양한 행사와 일상적 용도에 두루 활용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유연성을 갖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을 알 수 있다. 전경을 가로지르는 직선형의 인공 수로는 바다에 펼쳐진 수평선과 연결되는 한편, 하루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햇빛의 발랄함과 덧없음을 반사되는 빛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포장 패턴은 동일한 화산석이 지닌 세 가지 역동적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데, 대상지가 하와이의 지질학적 특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돌 표면 처리 중 연마는 포장면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제대로 붙잡아둘 수 있도록 해주고, 열처리는 광택을 띠지 않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반짝이는 특성을 지니게 한다. 또 돌을 쪼개 표면이 꺼칠꺼칠하도록 가공한 경우에는 다부진 깊이감이 나타난다. 이러한 세 가지 특성 모두가 패턴화된 마당 전역에서 표출되는데, 덕분에 밤낮으로 변모하는 빛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대상지 전역의 패턴에서 나타나는 스칼라적 변화 덕분에 이용자들은 건축은 물론 외부 공간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인공적 조경요소들은 투수성이 있는 토종 ‘잔디판’ 식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해안가에 나란히 늘어선 서프보드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한편, 대상지의 생태적 역사를 웅변하듯 보여주고 있다. 기존 건물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시각적 배경에 설계방향을 일치시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관을 통해 하와이의 창조 설화를 보여줌으로써 문화적 역사 또한 함께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했다. 조경가들은 하와이 원주민의 후손들을 만나 구전으로 내려오는 성스러운 이야기를 어떤 방법을 통해 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와이 전통 설화에 따르면, 인간은 ‘어머니 대지Earth Mother’와 ‘아버지 하늘Sky Father’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그 첫 번째 자식이 타로Taro였으며 타로를 돌보기 위해 인간이 창조되었다고한다. 이러한 창조 설화가 물과 빛의 패턴을 통해 역동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아버지 하늘은 인공 수로의 유리 바닥을 통해 그 아래쪽에 위치한 타로 식물과 (어머니) 대지 위로 투사된다. Landscape Architect Surfacedesign Lead Designer James A. Lord Landscape Architect of Record Helber Hastert& Fee Client Victoria Ward, Limited, Subsidiary ofHoward Hughes Corporation Location Honolulu, Hawaii, USA Completion 2013 Photographer Marion Brenner Surfacedesign은 조경, 도시설계, 마스터플랜 등 광범위한 영역을 디자인하는 회사다. 2001년 설립되어, 대규모 도시계획, 공원 설계, 단지 설계, 기업·캠퍼스 설계, 가로경관 디자인 등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 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다.
    • Surfacedesign / Surfacedesign
  • 캘리포니아 디지털 풍경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5년째 살고 있다. 생활인으로 지내다보니, 이곳 사람들의 공원에 대한 인식이 여타 미주 대도시권과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가까운 거리에 근린공원이 없어도,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해변이나 구릉이 대부분의 주거지에서 불과 한 시간 내의 거리에 있다. 자동차 중심의 거리 환경은 이러한 여가 활동을 더욱 뒷받침하며 휴일에 자동차 핸들을 공원이 아닌 바다나 산으로 돌리게 한다. 교외화로 일반화된 주거 양식은 뒷마당을 포함하는 유형이 보편적이기에 공공 공원의 수요나 사용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그리고 수평적 확산을 거듭해온 도시 위계는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처럼 심장부 역할을 하는 중앙 집중형의 오픈스페이스와 거리가 멀다. 그런데 근래에는 가장 급속도로 교외화가 진행되었던 남부 캘리포니아마저도 산업 구조의 중심이 도시 집중을 본질적으로 요구하는 금융-서비스-IT 등 지식 기반 산업으로 이행되면서 다시금 도심지로 인구가 유입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그에 따라 남가주의 주요 도시들은 기존 도심지의 활성화 계획을 구상하였고, 각 도시의 시청사 전면에 중앙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도시 문화 재생의 중심지로 삼으려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 도시가 비슷한 시기에 시청사 앞에 공원을 마련했다. 로스앤젤레스의 그랜드 파크Grand Park를 시작으로 뉴포트비치의 시민공원Newport Beach Civic Park, 가장 최근인 지난해 가을 문을 연 산타모니카의 통바 파크Tongva Park가 그 마지막 순서였다.1 작년 송구영신 전야에 그랜드 파크로 예상보다 3배가 많은 인파가 몰렸던 사건2을 기점으로 남가주 대도시 지역에서 공원의 위상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이 주택의 안뜰이 아닌 도심의 공원으로 초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가다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하여 산타모니카 프리웨이인 10번 도로를 타고 태평양을 향해 서쪽으로 이동하면 바다를 향해 카운트다운이라도 하듯 거리명의 숫자가 26에서부터 1로 줄어든다. 대상지의 서쪽 경계이기도 한 오션 애비뉴Ocean Avenue가 해안에 가장 가까운 1가에 해당하는데, 거리명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 수록 하늘의 끝이 태평양의 수평선과 만나길 기대하게 되지만, 마지막 길인 오션 애비뉴에 가까워져도 백사장은커녕 하늘의 끝도 보이지 않는다. 산타모니카 해변이 블러프bluff라 불리는 절벽 형태의 해안 지형이기 때문이다. 일반 절벽보다 넓고 길게 해안이나 호안을 따라 형성된 절벽을 뜻하는 블러프는 정서향의 산타모니카 해안선과 평행하게 백사장의 뒤편으로 절벽의 병풍을 드리운다. 절벽의 상부는 바다 쪽으로 완전히 열린 수 킬로미터의 전망대를 마련해주어 해질녘의 산타모니카는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대상지의 위치는 절벽의 끝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져 있어 건물 2~3층 높이만 확보되면 산타모니카 부두와 해변을 모두 내려다 볼 수 있는 강력한 조망의 가능성을 가진다. 대상지는 지형적 조건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방문객을 기대할 수 있는 명소들에 둘러싸여 있어 도시 문화적 조건 또한 탁월하다.3 오션 애비뉴 건너 바다 쪽으로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찾는 제1의 아이콘인 산타모니카 부두가, 한 블록 북쪽으로는 연간 천만 명이 방문하는 쇼핑의 1번지인 3가 보행자거리3rd street promenade가 시작된다. 그러나 대상지는 가능성만 큰 곳은 아니다. 우선 산타모니카 하이웨이가 공원의 북쪽 경계를 감싸며 현 도심지와 대상지를 갈라놓는다. 동쪽으로는 근대 건축 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해야 할 시청사 건물이 공원의 경계를 규정한다. 남쪽으로는 새로운 주거단지의 개발이 예정되어 있어 공공의 영역 밖이다. 서쪽으로도 시야는 바다를 향해 열리지만 6차선의 오션 애비뉴가 블러프 하부의 1번 도로와 연결되는 진입 경사로가 위치하기에 늘 차량의 통행이 붐빈다. 보행가로와 자전거 도로 체계가 발달된 산타모니카이지만 대상지의 실제 연결성은 사방으로 열린 도심 공원의 전형이라 하기엔 폐쇄적이다. 설계자 선정 과정을 살펴보다 캘리포니아의 아이콘인 산타모니카의 시민 공원 설계자로 예상과 달리 서부에 둥지를 틀고 있는 팀4이 아닌, 영국 태생의 제임스 코너James Corner가 이끄는 대륙의 반대편에서 온 뉴욕 기반의 JCFO가 선정되었다. 의아한 점은 지정학적 거리만이 아니었다. 프레시 킬스로 대표되는 JCFO의 여러 대형 공원 작업은 논리적 사고로 도출되는 대상지의 조직site organization을 통한 경관적 기반landscape as infrastructure의 형성과 도시적 전략urban strategy의 제시로 대표되는 작업이었기에 통바 파크처럼 빈 주차장이었던 부지에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내는 작업과는 거리가 느껴졌다. 다만, JCFO의 근작인 하이라인 파크HighlinePark의 성공을 계기로 상대적으로 작은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실현해 가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던5 2010년, 하이라인 파크는 이곳의 설계자 선정 과정에 강력한 카드로 통했고,6 통바 파크는 JCFO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설계의 결과물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었다. 최영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마쳤다. 미국의 SWA Group과 한국의 오피스박김에서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ArchiprixInternational 본상, 뉴욕 신진건축가 공모 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하는 설계사무소 Laboratory D+H를 설립하여 활동 중이다.
  • 통바 파크 Tongva Park
    통바 파크 + 켄 겐서 광장Ken Genser Square은 새로운 유형의 도시 경관을 구현하고 있다. 이는 자원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한편, 자연 친화적 성격을 띠고 있다. 광범위한 대중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은 현대적이고 변화무쌍한 일련의 정원 및 활동 공간을 창조하였다. 이 공간들은 산타모니카Santa Monica 중심부를 상징적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한편 도시와 상호 연결된 공원을 만들어준다. 개요 통바 파크 + 켄 겐서 광장은 약 7.4에이커(약 30,000m2)부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시청사, I-10 고속도로, 그리고 산타모니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야자수가 늘어선 오션 애비뉴Ocean Avenue 사이에 위치한다. 이 공원은 버려진 채 무미건조한 모습만을 드러내던 주차장을 구불구불한 언덕, 풀이 무성한 습지, 지중해풍의 초지공원, 그리고 활발한 도심 속 활동 공간 등으로 이루어진 울창한 경관으로 변모시켰다. 한때 이 지역을 특징짓던 남부 캘리포니아 지방 특유의 구불구불한 소협곡 경관arroyo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일련의 오솔길을 디자인했다. 이 오솔길은 시청사 정문으로부터 유기적인 모습으로 등장해 서쪽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공원이 자연스럽게 도시 전체 망에 엮여 들어가도록 한다. 극적인 변화가 있는 지형 덕분에 부드러운 오솔길 구조가 한층 강화될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테마를 바탕으로 한 네 곳의 언덕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서로 다른 용도 및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되었다. 정원의 언덕Garden Hill은 일련의 좌석을 배치한 알코브alcove와 친근한 성격의 감상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계절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자생종 또는 토착화된 남부 캘리포니아의 식물들을 식재했다. 발견의 언덕Discovery Hill은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으로, 언덕 미끄럼틀, 음악의 벽, 물놀이 시설, 그리고 놀이 요새 등 울창하고 그늘진 경관 속에 배치된 다채로운 모험 시설물들을 제공한다. 관찰의 언덕Observation Hill은 높이가 18피트에 이르며, 바닷가 및 인근 지역을 최상의 조건에서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다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밝고 경쾌한 공중 화장실이 언덕 아래에 숨겨져 있다. 만남의 언덕Gathering Hill은 모임과 휴식을 위한 공공 공간을 제공하며, 대규모 다목적 잔디밭, 그늘진 좌석 테라스, 그리고 편안한 소풍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켄 겐서 광장Ken Genser Square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대칭적인 모습과 구불구불한 잔디 언덕 등을 통해 랜드마크인 시청사 건물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식재 대상지의 변화로 나타나는 가장 도드라진 특징은 생태적 복원이라 할 수 있다. 정성들여 선택한 300그루 이상의 나무와 수천 종의 식물, 그리고 수백 종의 각기다른 캘리포니아 토착종이 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풍요롭고 야심찬 식재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통바 파크와 켄 겐서 광장은 캘리포니아의 토착 식물들을 주요한 원예적 요소로 부각시키고, 최대 규모의 지중해식 초지 공원을 공공 공간에 제공한 최초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Landscape Architect James Corner FieldOperations(James Corner, Lisa TzionaSwitkin, Sarah Weidner Astheimer, Matt Grunbaum,David Christensen, Tsutomu Bessho, Yitian Wang) Contractor W. E. O’Neil Architecture for Restroom Frederick Fisher &Partners Structural & MEP Engineering Buro Happold Civil Engineering Fuscoe Engineering Lighting Design HLB Water Feature Design Fluidity Design Consultants Horticulture Perry & Associates, Greenlee &Associates Irrigation d.d. Pagano, Inc. Urban Soils Wallace Labs Geotechnical Engineer Converse Consultants Artist Iñigo Manglano-Ovalle Client·Owner The City of Santa Monica Location Santa Monica, California, USA Area 7.2ac Completion 2013 Photographs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Jonathan Alcorn, Tim Street-Porter, Joakim LloydRaboff, Angie Smith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는 뉴욕에 기반을 둔 도시설계와 조경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오피스다. 대규모 도시설계 프로젝트나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사이트부터 작지만 섬세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디자인까지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 뉴욕시의 하이라인과 프레시 킬스, 라스베이거스의 시티 센터, 중국 칭하이 지역의 도시설계 마스터플랜, 시애틀 워터프런트의 마스터플랜, 필라델피아의 레이스 스트리트 피어, 산타모니카의 통바 파크, 런던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홍콩의 침사추이 워터프런트 등이 있다. 모든 설계 실천에 있어서 사람과 자연의 생태를 연구하고,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공공 영역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 [칼럼] 생태경관건축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Landscape architecture가 1970년대 한국에 소개되면서 환경, 생태, 경관, 조경 등의 다양한 의미로 이해되었고 아직도 일반인들에게는 국토나 도시 환경보다는 정원이나 토목과 건축의 미화 작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양에서도 소위 조경은 사유지의 설계와 조성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20세기 초에는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로 이해되고, 1960년대에는 생태 경관 계획ecologicallandscape planning으로, 1980년대 이후에는 도시와 산업지의 재생과 관련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과 인프라스트럭처 중심으로 변신해 왔다. 건강, 환경 개선 및 재생, 지속성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건설 사업의 보조를 넘어 환경 보존과 재생의 선두 역할을 함으로써 조경은 건축보다 더 사회적 연관성을 가지게 되었다. 또 조경은 개발뿐 아니라 보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시장 경제의 변화에 덜 민감한 점이 있다. 조경 및건설 경기가 침체 상황인 이즈음, 조경 또는 경관계획의 원래 이름 landscape architecture를 다시 돌아보고, 그것을 학문 영역보다는 환경 개발과 보존의 한 방법론으로 생각하면서 조경 분야의 장래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조경계는 건축계의 동질성과는 달리 이질성으로 특징지어지고 있다. 이것은 조경이 농과·환경대학에 속하기도 하지만 건축·디자인대학에 속한 경우도 많다는 점, 그리고 그 자체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실행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또 조경에는 건축과 다른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경관은 건물에 비해 다양한 스케일―정원, 도시, 지역―을 포괄하고 경계 없는 개방형 시스템이며 역동적이다. 둘째, 조경은 설계, 계획, 시공 그리고 관리라는 네 영역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셋째, 경관은, 네덜란드의 어원에 따르면, 형성과 보존의 개념 또는 그림의 개념일 뿐 아니라 공동체 및 관리의 개념이다. 따라서 큰 규모의 조경인 경우, 지역 사회를 강조하고 특출한 예술가적 개성이나 개인주의적 사고를 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필요성과 전통을 갖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 차이는 조경에 건축적 방법을 직설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큰 문제임을 말해 준다. 즉, 조경 고유의 계획과 설계 방법을 개발하고 구현해야 함을 뜻한다. 더욱이 오늘날 지속성의 문제―기후 변화, 자원과 에너지 안보, 문화 정체성과 실체성, 계층 간의 갈등―는 생태경관적 접근 방식이 건축적, 도시적, 산업적 접근 방식보다 더 중요함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의 조경계는 건축, 도시·지역계획, 토목, 임업 분야로부터 영역 침투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사실 한국의 조경은 원래 문화적·역사적 뿌리가 약하며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정원예술의 전통이 적다고 나는 보고 있다. 한국의 유수한 산수·자연 환경, 20세기 중반까지 지연된 도시화, 잔손이 많이 가는 것을 싫어하는 심성, 도시 중산층의 부재 등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풍류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흐름을 즐기는 멋이고 맛이었다. 지난 40년간 한국 조경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했다. 조경계가 잘해서 발전한 면도 있겠지만 외재적 원인도 컸다. 박정희 정부의 정책적 지원, 건설투기 붐,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를 통한 환경 파괴에 힘입은 바가 컸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조경은 정원에나 적합한 방법을 도시 경관에 적용하기도 했다. 도시계획이나 사회 기반시설 또는 국토관리에는 적극적이고 지도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 건설이 남긴 폐해를 감추거나 미화하는 작업을 하면서 양적으로 성장해 왔다. 파괴가 많을 수록 조경 일이 많았다. 이제는 한국이 선진화되며 복지·행복 국가를 향해 질적 성숙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적 정체성을 회복하면서, 또 역동적 참여 민주화를 실현하면서 지속가능한 문화에 기여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 조경이 해야 할,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은 수없이 많다. 기후 변화에 대응한 도시 및 지역 구조의 조정, 핵 에너지 위험을 감소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관 전략, 건설이 아닌 파괴로 치닫는 공공 기반시설(새만금 간척 사업 등)의 생태적 인프라로의 전환, 다기능적 생산 녹지 및 습지의 복원확장, 닫힌 전시 광경보다 일상적 생활환경의 개선에 주목하는 실용적 조경, 낭비의 측면이 큰 단일 용도의 공공 공간(학교, 정부 시설) 개조를 통한 녹지 증대와 환경 개조, 세천의 복원, 고가도로의 제거, 비투수층 도로와 주차장 및 산업 구조물의 제거, 대규모 녹화(지붕, 벽, 거리) 등이 그것이다. 공원이 따로 필요 없는 ‘숨쉬는’ 도시 및 국토의 재편성이 조경가와 경관계획가가 참여해야 할 일들이다. 설계와 계획 능력이 있고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조경가일수록 할 일은 더 많다. 건설 사업의 ‘환경미화원’으로서의 조경보다 국민의 행복, 복지, 건강을 위해 공공 환경을 작동시키는‘전동차’로서의 조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적응과 변모의 계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경학과 실무 조경계는 다음과 같은 변신의 자세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도시와 지역 규모의 경관·생태 및 공공 기반시설을 설계, 계획, 관리할 수 있는 관심과 능력을 확장해야 한다. 둘째, 열악한 도시 내부에 게릴라처럼 침투하여 아스팔트 도시를 건강한 유기체로 전환시키는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셋째, 계획 및 관리 분야는 물론 기술·과학자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도시·국토계획의 전반적인 관리에서 ‘생태경관적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넷째, 설계를 미관이나 형태보다는 삶의 질, 체험의 질, 건강·복지에 연계시키는 접근, 즉 국토를 몸으로, 조경을 의학으로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의미 있는 일을 하려면, 또 위기에 대응하려면, 쉬운 일만 찾아서는 안 된다. 건설과 보존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을 위한 보존, 보존을 위한 개발을 실행해야 한다. 경관이 본질적으로 스케일이 다양하고 경계가 없듯이, 조경 분야도 관심과 능력의 스케일을 다양하게, 경계 없이 하여 지속가능성 확보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도약의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고주석은 건축가이자 조경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생태경관적 접근 방식에 기반을 둔 디자인을 추구한다. 1989년 설립한 오이코스 디자인(Oikosdesign)을 이끌며 독일, 미국, 네덜란드, 한국을무대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고, 세계 여러 나라의 디자인 어워드와 설계 공모전에서 수상한 바 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네덜란드 바허닝엔(Wageningen) 대학교 조경학과 학과장을지냈다.
    • 고주석[email protected] / 오이코스 디자인 대표, 네덜란드 바허닝엔 대학교 명예교수
  • [에디토리얼] 용산공원, 참여할 때다
    미지의 땅이자 금단의 땅인 용산 미군 기지의 공원화 프로젝트는 기지 이전에 관한 한미 정상의 양해각서가 체결된 이후 25년이라는 긴 과정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정서로 보면 이례적으로 길고 느린 호흡으로 구체화되어 온 프로젝트다. 양국 정상이 기지 이전에 합의(2003)한 후 기지의 공원화 계획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용산기지 공원화 구상’(2005)을 통해 계획의 밑그림이 그려졌고, 이 구상은 노무현 대통령의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2006)로 이어졌다. 이후 ‘용산공원 조성특별법’(2007)이 제정되었고, ‘용산공원 아이디어 공모’(2009)가 개최되었다.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2011)은 그간의 논의와 계획을 종합한 그랜드 플랜으로, 국제공모와 기본설계의 토대로 작동한 법정 계획이다. 2012년 4월, 정부는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의 당선작으로 West8 팀의 ‘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을 선정한 바 있다. 용산공원이 담론의 영역에서 디자인의 차원으로 진화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이 작품을 바탕으로 기본설계가 진행되고, 2017년에는 공원 조성의 첫 삽을 뜰 예정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본설계비로 책정된 예산이 작년과 금년 모두 국회에서 전액 삭감된 것이다. 표면상의 이유는 공원의 성격과 조성 시기에 관한 것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비합리적이고 사소한 ‘어떤’ 정치적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본설계가 초기 단계에서 중단되었음은 물론 적지 않은 수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국토교통부산하의 용산공원추진단도 개점 휴업이나 마찬가지였다. 법에 의해 국가 공원을 만들기로 한 정부가설계안을 선정했지만 그 설계를 진행할 예산을 못 받아 모든 일정이 지체되고 프로젝트 자체가 중지된 것이다. 엉뚱하게도 용산공원추진단은 종합기본계획 변경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종합기본계획은 이미 법적 고시가 끝났고 그 계획을 준거로 기본설계가 진행되는 마당에 다시 과거의 계획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추진단은 변경의 당위성을 종합기본계획의 주요 골격인 6개 단위공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다는 점, 그리고 공원 조성 여건과 상황의 변화―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의 난항, 미대사관 시설의 이전 시기, 침수 대비 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기본계획의 단위공원 개념은 공원 전체를 여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진화하는 크고 작은 공원들의 연합united parks”이라는 탄력적 전략이며, 설사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기본설계 과정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이 순리다. 여건과 상황이 달라졌다 해도 기본계획을 변경하여 대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계획을 바꾸기보다는 다음 단계의 과정에서 고려하면 충분할 일이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 그렇다면 종합기본계획의 변경은 예산 전액 삭감의 ‘어떤’ 이유와 연관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변경 프로젝트가 이미 시작된 이 시점에서 ‘어떤’ 이유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용산공원과 같은 빅 프로젝트는 계획 외적 환경, 즉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기존 계획을 주도했지만 다시 변경 계획이라는 난처한 숙제를 떠맡은 한국조경학회는 6개 단위공원을 생태 중심의 단일공원으로 바꿀 것이라는 추진단의 어색한 논리와 방향을 따르기보다는, 기본설계는 물론 그 이후의 과정에 닥쳐올 다양한 난제들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 계획과 유연한 전략을 구축하는 쪽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2년 연속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건 국회지만 그러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건 정부다. 정부와 국회모두 용산공원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거의 없었기에 벌어진 일이다. 만일 미래에 용산공원의 주인이 될 국민들이 예산 미배정이나 기본설계 중단과 같은 문제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국회와 정부의 입장은 지금과는 아주 달랐을 것이다. 시민참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5년의 ‘용산기지 공원화 구상’이 방점을 두었던 ‘과정 중심적 계획과 유연한 설계’, 그리고 ‘참여적·소통적 계획’이 다시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다. 지난 5월 21일에 열린 ‘용산 국가공원 전문가 세미나’에서 ‘참여’가 키워드로 부각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일이다. 지난 5월 1일, 한 세기가 넘는 긴 세월 동안 일본군과 미군이 점유해 온 캠프 하야리아가 부산시민공원이라는 새 옷을 입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번 호에서 특집으로 다룬 부산시민공원은 용산공원의 앞날에도 적지 않은 교훈을 던져준다.10년 이상의 지난했던 부산시민공원의 조성 과정, 그 중심을 지탱하며 방향을 이끈 중심에는 시민, 언론, 전문가가 연합한 새로운 형식의 시민사회단체 ‘하야리아공원포럼’의 참여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4월호부터 연재되어 온 김현민 소장의 “그들이 설계하는 법”이 이번 호로 마무리된다. 이수학소장의 “조경가의 서재”도 막을 내린다. 풍성한 그림과 글로 독자들과 소통해준 두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음 7월호부터 3개월간의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가, “조경가의 서재”는 에코이드ecoid의 김용규 소장이 이어갈 예정이다. 제주도로, 부산으로 종횡무진하며 잡지의 시각적 질을 높여주고 있는 전속 포토그래퍼 유청오 작가(스튜디오 키노)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5월 중순부터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조한결 기자가 『환경과조경』 편집부의 새 식구가 되었다. 한국 조경에 만연한 피로와 불안을 교정하고 혁신해나갈 조경 언론인으로, 한결같이, 성장하시길.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CODA] 전통과 이용
    “전통은 고정되어 있는 것인가, 전통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원론적 논의부터, 전통의 현대적 계승, 재현, 모사, 모방, 변용 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정답 없는 문제지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래도 끊임없이 진행된 전통에 관한 논의 덕분에 이제는 직설적으로 외형만 본떠 만드는 것이 전통의 계승이라는 목소리들은 수그러들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바로 지난달에 완공된 조경 공간 내에도 외형만을 빌려다 설계하고 시공한 정자며 방지며 원도며 담장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눈에 보이는 고정적인 형태주의 위주의 전통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있는 눈에 안 보이는 질서와 고유의 세계관의 발견이 보다 기름진 전통 계승과 창조의 텃밭 역할을 할 수 있을 것”1이라는 인식은 활자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전통 전문가들은 답답하단다. 돌을 눕히거나 세워서 쌓는 들여쌓기 양식은 일본의 조경 양식인데 마치 우리의 전통 양식인 양 전통 공간 내에도 무분별하게 도입되고 있고, 방지 내에 원도를 배치하고는 분수를 설치하는 경우는 또 어느 나라 스타일이냐며 한탄한다. 자신 있게 복원할 수 없다면 유적지는 차라리 그대로 두고, 제대로 모방하지 않을 바에야 후손들 혼동하지 않게 전통 요소를 도입하지 말란다. 실무자들도 답답하단다. 어디 우리나라 상황이 글줄이나 읊어대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예산이며, 시간이 여유 있는 줄 아냐고 한다. 무엇보다 발주처나 이용자들이 전통 요소의 도입을 선호하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한다. 전통 관련 논의는 진부하고, 전통은 여전히 그 일부분 혹은 한두 가지 요소만이 도입되고 있고, 현실은 너무도 견고해 보이지만, ‘그래도’ 전통은 방학숙제처럼 마냥 미뤄둘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현대 조경 공간에 전통을 도입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대상지 전체가 아예 조성의 목적을 전통 정원의 재현에 두고 있는 경우다. 희원이나 해외에 조성되고 있는 한국 전통 정원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전체 대상지 중 타 공간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정 공간만을 전통 정원으로 꾸미는 경우다. 여의도공원 내의 한국전통의 숲, 일산호수공원 내의 전통 정원, 경주 안압지의 축조 양식을 도입한 분당 중앙공원 내의 분당호 주변 등이 그 예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특별한 공간 분할 장치 없이 타 공간과 혼재된 곳에 전통 조경의 일부 요소가 도입된 경우다. 선유도공원의 선유정을 비롯, 무수히 많은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진부한 여전한 답답한, 전통”이란 제목으로 썼던 글2의 앞부분이다. 공원이나 아파트 외부 공간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전통 코스프레’ 공간을 보며 느꼈던 답답함이 글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호에 실린 두 곳의 전통 정원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타슈켄트 서울공원은 말할 것도 없고, 율수원 역시 본격적인 전통 양식의 한옥 정원을 목표로 했다. 단, 율수원은 생활 공간으로서의 현대 한옥 정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안계동 대표(동심원조경)를 인터뷰하기에 앞서, ‘정원 문화 심포지엄’에서 율수원 소개를 접했다. 처음에는 어디서 본 듯한 전통 요소의 짜깁기 공간인가 싶었다. 사진 속에는 일본풍이 아닌가 싶은 공간도 보였다. 그런데 ‘생활과 이용’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흥미가 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통 양식의 공간을 접할 때마다, 왜 ‘문화재, 보전, 복원, 재현, 계승, 교육, 볼거리, 장식적 공간’ 따위만을 떠올렸을까? 그러고 보니 전통 양식의 정원이 실제 이용하기에는 어떠한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용을 전제로 새로 만들어진 개인 한옥 정원을 접한 것도 율수원이 처음이었다. 몇 년 사이 한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제법 뜨거워졌는데도 말이다. 율수원의 경우, 사모정과 방지가 있는 후정 부분에 일본풍의 첨경물이 놓여 있고, 잔디밭 주변에는 제법 화려한 초화류도 심겨 있다. 가든 파티를 할 수 있는 평상도 있다. 일본풍 첨경물은 공사가 모두 끝난 후 안주인이 설치한 것이고, 잔디밭이나 평상은 정원으로서의 이용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목욕채 뒤뜰에는 포장재로 맷돌도 깔려있다. 엄격한 전통 양식과는 거리가 먼 부분이다. 반면, 후정의 연못은 클라이언트의 희망에 따라 서석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서, 연못의 깊이와 돌 쌓는 방식, 돌의 크기 등을 결정했다. 원래 연못 주변에 안전을 고려해서 녹지대를 두르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최종적으로 녹지대를 없애고 흙 마당에서 돌경계가 곧바로 맞닿는 전통 양식을 따랐다. 식물 수종을 비롯해서, 공간 구성까지 전통 양식을 기본적으로 따르되 현대적 쓰임을 고려해서 약간의 변형을 가한 것이다. “이곳과 똑같은 모습의 한옥 정원은 어디에도 없다.” 안계동 대표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어디서 본 듯한 전통 요소들의 집합장이 아닌가 했던 의심이, 실은 나의 답답한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사토 마당과 사모정, 방지, 원도, 화계가 있다고 해서, 즉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가 같다고 해서 공간이 같은 것은 당연히 아닐 테니 말이다. 전통을 꼭 재현이나 계승의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한옥의 장점을 취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것처럼, 현대적인 한옥 정원의 매력을 탐구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만약 지금 전통을 열쇳말로 글을 쓴다면, ‘지금 여기의 한옥’도 한 챕터 정도는 포함되지 않을까. 이용을 전제로 한.
  • 공공 건축의 주인은 누구? 서울건축포럼 토론회 ‘서울시청과 동대문디자인파크
    “공공 건축물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난 5월 29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서울건축포럼 토론회에서 제기된 물음이다. 그간 공공 건축물의 이용 주체에 따라 조성 방식이나 이용 프로그램이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간헐적으로 있어왔지만, 최근 서울시청 신청사(이하 신청사)와 동대문디자인파크(이하 DDP) 조성을 기점으로 이러한 담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건축포럼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시의 건축 관련 정책을 지원·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이번 토론은 최근 주목받는 두 건축물을 중심으로 ‘공공 건축’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생산적인 담론을 끌어내 향후 추진할 서울시 건축 관련 정책의 바탕으로 삼기 위한 의도로 마련되었다. 토론에는 박정현 편집장(도서출판 마티), 유걸 대표(아이아크건축가들), 이상헌 교수(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이필훈 대표(포스에이씨), 최윤경 교수(중앙대학교 건축학과)가 참여하고, 박인수 대표(파크이즈)가 사회를 맡아 발제 없이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논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주제는 공공건축, 역사성과 장소성, 생산 과정으로 구분했다. “공간의 문제를 넘어 인간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손용훈 교수의 말처럼 도시 재생 시대의 조경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공공 건축의 의미 토론을 시작하며 이상헌은 한국에 과연 공공 건축이 있었는지 반문했다. “형식은 존재하지만, 공공 영역에서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친 진정한 의미의 건축은 없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공공 건축의 의미와 역할을 좀 더 공론화하고 “공공 건축이 조성 주체에 따른 것인지, 이용 주체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그 과정에 따른 것인지 용어의 정의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우리는 흔히 공공 건축이란 공무원이 운영하고 시민이 찾는 공간을 떠올린다. 반면 이필훈은 공공 건축물의 주인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시각에 따라 주체가 둘로 나뉜다.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돈을 지불하는 주체가 발주처이겠지만, 그 돈의출처는 시민의 세금이다. 따라서 공공 건축물에 발주처의 요구가 반영되어야 하는지, 시민들의 요구가 반영되어야 하는지가 이번 토론의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최윤경은 이용자의 시각에서 “공공 건축물이라 할지라도 그 기본 기능을 따져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로 공무원이 행정 업무를 보는 공공 청사와 시민이 관람하는 박물관은 사용 주체와 건축물의 성격이 다르므로, 건물의 기능에 따라 공무원과 시민의 요구의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 업무 공간으로서 공공 건축물은 보안이나 업무 보장을 위해80%는 공무원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열린 공간을 시민이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느냐가 공공 건축의 관건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성 과정 공공 건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문제가 지적되었다. 공무원이나 시민 모두 공공 건축의 사용자 입장이지만, 공사 과정에는 공무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공무원은 공공 건축의 이용자이자 발주처로서 역할을 하고, 시민은 이미 만들어진 건축물의 이용자로서만 역할하는 셈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발주처 입장에 있는 공무원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공공 공간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정현은 공공건축의 질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공무원의 업무 태도를 꼽았다. “공무원은 건축물의 질을 높이기보다 감사에 지적되지 않는 과정을 선호한다. 경력이 쌓일수록 감사에 지적받지 않는 행정 전문가로서 성장한다”면서 행정과 건축의 관계가 변해야 제 역할을 하는 공공 건축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걸은 공공 건축의 조성에 시장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필훈은 “건축이 정치적 욕망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경계했으며, 이상헌도 유걸의 말에 반대 견해를 내놓으며 그 대안으로 공공 건축가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공 건축가 제도처럼 재능기부 형태로 운영되며 명확한 권한 없이 행정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아니라, 유럽의 사례처럼 공공에 소속되어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받는 공공 건축가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시민과 건축가를 중재할 수 있으며, 이는 공공 건축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건축프로세스가 성장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청사와 DDP는 둘 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작품이지만 올 3월 문을 연 DDP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했다. 완공 초기 한동안은 형태에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이날은 작품론보다는 운영에 초점이 맞춰졌다. DDP는 1년에 300억 원의 운영비가 투입될 예정으로, 서울시는 DDP의 재정 자립을 천명하고 각종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수익 사업을 계획·실행하고 있다. 박정현은 DDP가 “현상 유지를 위해 공익보다 수익에 집중할 것을 우려”했다. 세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해야 하지만, 수익이나지 않으면 다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비용을 채워야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획 단계부터 시민의 필요와 건축물의 기능을 명확하게 계획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다. 통상적으로 공공 건축물이 가장 공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필훈은 “가장 공공적인 성격을 띠는 건축물은 상업 시설”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을 유인해야하는 게 상업 시설이고 그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면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상업 시설도 결국 대중을 목표로 조성되는 것이다. 이 역시 건축의 공공성은 이용자에 초점을 맞출 때 확보됨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 도시 재생 시대의 조경 환경조경나눔연구원 개원 1주년 기념 세미나
    지난 2013년 6월 도시의 종합적 기능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도시 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특별법이 제정된 지 약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도시 재생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도시 재생 시대’에서 조경의 역할과 비전은 무엇일까? 지난 5월 27일 서울대학교 미술관 렉처홀에서 환경조경나눔연구원 개원 1주년 기념 세미나 ‘도시 재생 시대의 조경’이 열렸다. 우리나라 도시 재생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조경의 과제를 논하는 자리였다. 도시 재생, 어디까지 왔나 임승빈 원장(환경조경나눔연구원)은 기조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 도시 재생의 흐름을 짚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2000년을 기준으로 도시 개발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는 대규모 철거 위주의 과격한 개발이 주를 이루었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시민 눈높이에 맞춘 친환경적, 친문화적, 친보행적 개발로 전환했다는 것. 그는 이를 ‘경계 긋기’와 ‘경계 허물기’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같이 고밀도 개발이 불가피한 도시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지구온난화, 황사, 미세먼지 등과 같은 돌발적 기상 사태에 대비하고 한정된 지구 자원과 국토 자원을 다음 세대와 함께 나누어 쓸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연구위원(건축도시공간연구소)은 ‘우리나라 도시 재생의 현황과 조경의 역할’을 주제로 도시 재생 특별법의 세부 내용과 도시 재생 사업의 추진 현황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국무총리 소속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도시 재생 선도지역 13곳(도시경제기반형 2곳, 근린재생형 11곳)을 지정했다. 국토교통부와 도시재생지원기구로 지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연구원,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등 3개 전문기관은 함께 도시 재생 사업의 행정·기술적인 사항을 지원한다. 근린재생형은 지역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추진 주체 구성과 주민 교육 등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주민 스스로 지역의 자산을 활용하여 실행력있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제기반형은 현장 여건 분석을 통해, 민간 투자가 가능한 복합개발사업 등을 지자체 주민이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도시 재생 사업에 대한 내용과 해당 사업에 필요한 조직체를 소개했는데 모두 조경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도시 재생 관련 사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도시 재생은 기존의 도시 사업들에 대한 ‘대안’임을 강조하며, 관련 사업에서 조경가가 창의력과 유연성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시 재생 시대, 조경의 과제는? 임승빈 원장은 21세기 한국의 유토피아로 ‘그린 유토피아’를 제시했다. 그린 유토피아는 시민 모두가 평등하게 건강하고 쾌적한 자연 및 녹색 환경을 향유하며 소외 계층을 위한 녹색 나눔 활동이 활발한 세상이다. 임승빈 원장은 그린 유토피아를 만드는 구체적 방법으로 그린 인프라 체계의 확립과 그린 생활환경 조성을 제시했다. 박준서 소장(Design L)과 강동진 교수(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그린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가졌던 고민을 이야기했다. 박준서 소장은 그가 수행한 이화동 벽화마을 프로젝트와 한남동 교각 하부 프로젝트를 설계 과정에서부터 그 결과까지 되짚어봤다. 그는 마을을 예쁘게 꾸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사람’이라는 모호한 대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간을 실제로 이용하는 주체인 대중, 특히 주민에 대한 신중한 고민과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동진 교수는 캠프 하야리아, 산복도로(영주동) 오름길, 대청로, 동천, 북항, 동해남부선 기찻길(폐선부지)등 조경을 통한 부산의 도시 재생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6월 2일 수상작이 발표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학생 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을 추진하고 심사위원을 맡기도 한 그는 “동해남부선 기찻길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길”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동해남부선 기찻길에 상업적 목적으로 레일바이크나 스카이라이더 등 관광 시설물을 설치하겠다는 부산시와 철도공단의 아이디어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진 토론회에서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시민참여의 문제에 대해 조명했다. 그는 디자인 면에서의 퀄리티 저하와 같이 시민참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 커뮤니티와 도시재생사업단 등 도시 재생에 참여하는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향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용훈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는 도시를 풍요롭게 하는 도시 재생의 핵심 요소는 녹지라며, 이와 연관된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녹지 분야에서 시민 참여를 숲 가꾸기, 제초 작업, 식생 조사, 기념 식재, 야외 전시, 산책로 보수, 식물 관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끌어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많은 시민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도시 재생’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진 지난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의 공약에는 ‘도시 재생’ 키워드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는도시 재생 사업에 시동을 걸고 주민 교육과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재생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도시 재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도시 재생을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으로 오인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데 입을 모았다.
    • 조한결
  • 익산 왕궁리 유적 후원의 조경적 가치와 과제
    지난 6월 10일부터 이틀간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와 익산시가 주최한 ‘동아시아 고대 도성과 익산 왕궁리 유적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왕궁리 유적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9년에는 발굴 20주년을 기념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바 있는데, 그동안 고고학 분야에 치중해 학제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를 보완하기위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연구를 진행했고, 이번 심포지엄에서 ‘백제의 도성과 사료로 살펴본 금마의 백제 유적’, ‘지리학 관점에서 본 백제 도성’, ‘백제 후기 익산 왕궁리 유적의 도성 계획사적 의미’, ‘익산 왕궁성과 백제 건축’ 등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현존하는 남한 최고最古 유적(639년)으로서 지난 1989년부터 25년에 걸쳐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발굴 조사 결과 백제 궁궐의 모습, 건축물, 유물들이 출토되어 백제 왕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궁궐 화장실 유적이 최초로 발견되기도 해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백제는 삼국 시대 융성한 문화를 자랑했는데, 현재 그 흔적이 대부분 소실되고 내용이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있어 고증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까닭에 발굴된 매장문화재로서 비교적 보존이 잘 된 익산 왕궁리 유적이 백제 유산의 탁월성을 증명하는 사료로 그 존재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왕궁리 유적의 조경적 가치를 고증한 연구로 노재현 교수(우석대학교 조경도시디자인학과)가 “익산 왕궁리 궁원 후원의 괴석과 유수시설”을 논제로 발표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익산에 조성된 왕궁의 수 체계는 단순히 치수治水나 이수利水를 위한 수로의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로가 이어지는 중간 중간괴석과 경석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고, 가까운 능선 정점에 있는 건물터의 초석을 통해 곡수연曲水宴 등의 제의적 성격이나 유락의 기능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왕궁리 수 체계水體系를 후원의 기능측면에서 보다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의 주장 중 또 다른 핵심은 괴석의 활용이 정원 내 폭포 석조石組 구성을 위한 첩석疊石, 돌 자체의 아름다움과 기괴함을 완상하기 위한 치석置石의 두 가지 쓰임새로 혼용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폭포 석조에 활용된 괴석은 여러 형태와 재질의 돌을 혼합 배치시켜 축경식縮景式 산수 경관을 입체적으로 연출했는데, 이는 한국 전통 조경의 여타 유구에서도 확인된 바 없는 매우 파격적인 사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 강기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