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판교 주택 정원 Pangyo House Garden
    숲의 정원 2012년 한여름의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날씨에 어느 한 젊은 건축주로부터 연락이 왔다. 판교 택지 지구에 현재 집을 짓고 있는데, 미팅 후 정원 설계와 시공을 의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보통 정원 설계 의뢰는 여름이나 겨울에 많이 들어온다. 정원 시공의 특성상 수목의 고사를 피하기 위해 여름과 겨울에 시공이 힘든 점을 감안한다면 설계를 하기 위한 시점으로 가장 적기이기도 하다. 그것을 아는지 건축주는 제 시간에 연락을 준 것이다. 판교 택지 지구의 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서울 근교의 최신 건축 경향을 반영하는 세련된 집들과 오밀조밀 붙어있는 택지들, 그리 크지 않은 정원 등 집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택지 전체 분위기에 의해 많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곳이라 상상했다. 첫 미팅을 진행하기 위해 현장에 방문했을 때, 집은 비계를 해체하고 막바지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어수선한 현장 분위기 속에 보이는 정원의 위치와 크기는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작은 면적이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집은 거대한 매스의 노출콘크리트로 시선을 차단하고 있었다. 건축주의 집은 옆집과는 굉장히 대조되는 느낌이다. 목조 주택의 담백한 느낌과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건축주는 주변의 집들과 다르게 건축은 평범하고 조용하되, 정원의 특성을 통해 집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정원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보다도 고마운 건축주는 없을 것이다. 정원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경로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적절한 예산(충분한 예산은 아직 욕심일 것이다)과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경 설계 및 시공 에이트리 건축 설계 및 시공 동화SFC하우징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면적 135m2 완공 2013 에이트리는 정원 문화의 확산을 위해 설립된 젊은 창작 집단이다. 설계를 맡은 김상윤 대표는 풍경에 대한 시각적 구성에 관심이 많다. 어린시절부터 뛰놀던 지리산 골짜기의 자연 풍경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에 있으며, 정원 풍경에 대한 평면적 구성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우건축사사무소를 거쳐 스튜디오 테라에서 근무하였으며, o3scope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시공을 맡은 박지호대표는 흙을 만지고 꽃과 나무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음악을 좋아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동경한다.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여러 시공사에서 실무를 거쳐 2011년에 김상윤 대표와 함께 에이트리를 설립했다.
    • 김상윤 / 에이트리
  • 물과 놀이에 대한 탐색 앤드류 그랜트 인터뷰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에 조성된 대형 공원으로, 개장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름이다. 베이 사우스 가든Bay South Garden이 가장 먼저 개장하고 나머지 구간이 차례로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올해 초 파 이스트 오가니제이션 어린이정원이 새로 문을 열어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베이 사우스 가든과 어린이정원을 설계한 그랜트 어소시에이츠Grant Associates의 앤드류 그랜트Andrew Grant 대표는 놀이 공간의 개념설정과 기술 구현을 위해 다양한 협업체계를 구축했다고 한다. Q.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에 위치한 어린이 정원의 설계 주안점은 무엇이었는가? A. 어린이들이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본능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위치한 파 이스트 오가니제이션 어린이 정원에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뛰어놀고, 숨고, 기어오르고, 탐험하고, 색칠하고, 요리하고, 그리고 땅을 팔 수 있는 혁신적인 시설물을 만드는 것과 이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맞춤형 놀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명감이 필요하다.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놀이 패키지, 놀이기구, 그리고 위험 관리가 상존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비록 모든 아이디어가 최종안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놀이시설물을 상상하고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놀이공원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초기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던 비전은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유쾌한 환경을 마련하여 열대 우림이 지닌 마력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그랜트 어소시에이츠는 전문적으로 놀이 공간을 설계하는 회사는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작 단계부터 보스턴에서 온 하울러Howeler와 윤Yoon에게 물놀이 시설을 위한 개념 설정에 도움을 청했다. 이후 우리는 현지 놀이시설 업체인 플레이포인트Playpoint 및 CT-ART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들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플레이포인트는 네덜란드 업체 카브Carve를 소개해주었는데, 카브는 트리하우스Treehouses에 대한 우리의 초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독특한 놀이 경험을 창조해냈다.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맞춤형 조형물들 또한 우리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 전반에 걸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원예팀은 굉장히 공감각적이고 유쾌한 식재 콘셉트를 밀어붙였는데, 덕분에 놀이 공간에 적절한 그늘과 계층 구조가 마련되었다. Q. 설계에 있어 제한 사항이나 조건 등이 있지는 않았는가? 예를 들면 비용, 장소, 설계, 혹은 건축상의 한계 같은 것 말이다. A. 새로운 디자인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지지해줄 뿐만 아니라, 창조적 과정에 동참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의 응원과 신뢰가 필요하다. 건축과 다른 분야를 적절히 조화시키기위해서는, 특히 비슷한 전례가 없거나 앞선 기술적 실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협업과 인내 그리고 끈기가 요구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둬야한다는 것 역시 우리에겐 커다란 도전 과제였는데, 실험해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고, 설계상의 몇몇 아이템들은 현장에서 직접 실험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 박경의, 이윤주
  • 파 이스트 오가니제이션 어린이 정원 Far East Organization Children’s Garden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의 1단계 구역인 베이 사우스 가든Bay South Garden은 2012년 6월에 개장한 이후 지금까지 7백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자연과 기술, 환경 관리 그리고 상상력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원예 및 정원 예술의 전시장으로서 풍부한 식물의 세계를 싱가포르인들에게 소개하는 동시에, 싱가포르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베이 사우스 가든의 하이라이트는 25m에서 50m 높이의 수직 정원인 18곳의 슈퍼트리Supertree로 밤에는 조명으로 빛을 낸다. 윌킨슨 에어 아키텍츠Wilkinson Eyre Architects가 설계한 두 곳의 냉각 온실Cooled Conservatory과 ‘식물과 인간’, ‘식물과 지구’를 테마로 기획된 다채로운 모습의 원예 정원Horticulture Garden도 손꼽히는 이곳의 명물이다. 지난 1월 이곳에 파 이스트 오가니제이션 어린이 정원이 문을 열었다. 설계를 담당한 그랜트 어소시에이츠는 슈퍼트리의 디자인과 베이 사우스 가든의 기획을 담당한 바 있다. 54ha 규모의 베이 사우스 가든에 새롭게 추가된 어린이 정원은 마리나 저수지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조성되었으며, 물놀이, 열대 우림 트리하우스, 산비탈 트래킹, 그리고 토피어리 퍼골라 등이 설치되어 모든 연령의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놀이 체험을 가능케 했다. 물놀이 체험 파 이스트 오가니제이션 어린이 정원의 핵심은 물놀이다. 하이드로 볼츠Hydro Vaults, 워터 스플라인스Water Splines 선인장 모양의 스플래시 버킷Splash Bucket 등 현대적 물놀이 기술을 동원해 물 터널, 수구Water Mound, 그리고 물기둥 등으로 구성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체험형 공간을 마련했다. 걸음마 단계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기어오를 수 있는 물고기 조각상이 마련된 피쉬파운틴Fish Fountain을 조성했다. 트리하우스 열대 우림의 울창한 숲 속에 자리 잡은 두 채의 트리하우스는 모험을 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나무들을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높이 솟은 플랫폼과 집들은 계단, 경사로 그리고 미끄럼틀 등으로 서로 연결되는데, 곳곳에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 망원경, 오름망, 해먹 의자 등의 시설물이 배치되어 있다. Landscape Architect Grant Associates Project Manager PMLink Quantity Surveyor Langdon & Seah Singapore Pte Ltd Lighting Consultants LPA Inc. Irrigation Consultants WET Pte Ltd Main Contractor Swee Hong Play Equipment Play Point Singapore Pte Ltd Treehouses Carve Original Concepts for Water Play Howeler & Yoon Water Play CT-Art Creation Pte Ltd Topiaries Contractor Candy Floriculture Pte Ltd Location 18 Marina Gardens Drive Singapore Area 1ha Completion 2013 Grant Associates는 여러 건축가 및 디자이너들과 협력적인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영국과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창의적인 조경 설계를 통해 사람과 자연의 연결을 꾀하고자 하며, 삶의 사회적·환경적 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연과 기술의 융합을 바탕으로 첨단 디자인을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고, 다양한 유형의 전략적 조경 계획, 마스터플랜, 도시 디자인 및 재생프로젝트, 관광지를 비롯한 생태 경관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 Grant Associates / Grant Associates
  • 선전 증권거래소 정원 Shenzhen Stock Exchange Gardens
    선전 증권거래소 신관에는 건물의 건축적, 문화적 열망을 표상하는 4가지 유형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여러 중정과 기단 및 하늘 정원, 그리고 건물의 북쪽 동을 따라 조성된 넓은 공원은 건물 내부와 외부의 공간을 시원하게 만드는 칸막이 역할을 하며, 직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6세기에 중국과 서양의 문화 교류가 이루어진 이후 그리고 중국의 고대 전통이 유럽의 언어로 번안된 17세기 이후로, 유교는 서양철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사유의 교류는 중국풍의 유럽식 정원에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즉 유럽의 기하학과 중국 정원의 지적인 비대칭성이 조합되어 있다. 원과 직선적 길 혹은 구불구불한 길은 중국 정원과 유럽의 정원 모두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다.이곳에서는 증권거래소 건물과 정원이 하나의 장소, 즉 서로 융합된 문화와 옛것이 현대적인 감성으로 승화될 수 있는 장소로 해석되었다. 건물과 정원, 내부와 외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정보와 예술, 미학과 기능을 서로 엮어냄으로써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경 설계가 이루어졌다. 동쪽 및 서쪽의 광장과 북쪽 공원은 건물을 에워싸고 있다. 화강암으로 마감된 광장은 열대 정원Tropical Garden의 수벽Green Screen을 지나 건물 입구의 홀과 대규모 아트리움으로 이어진다. 이 녹화된 벽은 건물의 기단부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공공 영역인 북쪽의 공원은 물결처럼 출렁이는 잔디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광물질과 식생, 물로 이루어진 6개의 원이 이 잔디를 가로지르고 있다. 건물의 떠 있는 기단 위에 조성된 옥상정원은 태피스트리 패턴을 모티프로 디자인 되었다.이 패턴은 다양한 공간들을 형성하고, 공간의 분위기와 기능을 다양하게 만들어준다. 지상층 광장 지상층 광장Ground Floor Plaza’s과 공원의 전반적 디자인은 영국풍과 중국풍이 조합된 정원 양식에서 영향을 받았다. 동쪽 광장의 어두운 톤 사선 패턴은 서쪽 광장의 밝은 톤 사선 패턴과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건물의 서쪽 파사드를 따라 조성된 그린 패치에서도 이와 동일한 방향과 리듬이 반복된다. 밝은 색의 화강암과 어두운 색 화강암의 조합이 체커보드 모양을 이루는 것이다. 이 패턴은 좀 더 단순화된 모양으로 로비와 아트리움까지 이어진다. 화강암은 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조달되는 석재이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며 사용도가 높고, 습한 계절이 반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석은 대규모 공적 환경에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재료라고 할 수 있다. 북쪽 공원 북쪽 공원North Park은 식물과 물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원들은 구불구불하게 연속된 테라스 모양의 면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사각형 속에 새겨진 원의 이미지는 우주적인 조화를 암시한다. 몇몇 원형 정원들은 좀 더 넓게 조성되면서 사각형의 대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6개의 원 중에서 3개는 나무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에 탁 트인 목초지와 대비를 이룬다. 각각의 원에는 고유한 종의 수목과 특색 있는 지피식물들이 식재돼 있다. Landscape Architect INSIDE OUTSIDE Architect OMA Engineer SADI Local Landscape Architect SED Lighting Consultant Arup Green Wall Consultant Verte Client Shenzhen Stock Exchange Location Shenzhen, China Total Surface 45,000m2  Public Park 7,210m2  Tropical Greens Walls 1,400m2  Native Living Walls 416m2  Podium Garden(Roof) 11,655m2 Completion 2013 Photographers INSIDE OUTSIDE, Philippe Ruault 1991년에 페트라 블라이세(Petra Blaisse)가 설립한 INSIDE OUTSIDE는 예술가, 건축가, 조경가, 디자이너로 이루어진 종합디자인 회사다. 조경 설계 및 전시, 커튼, 표지판, 내부 가설물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천연 자재, 색감, 빛, 소리, 시간을 소재로 역동적인 환경을 창조해 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콘셉트 디자인에서부터 최종 디자인에 이르는 모든 작업에 건축주와 건축가의 의도를 녹여내고 있다.
    • INSIDE OUTSIDE / INSIDE OUTSIDE
  • 커티 삭 가든 Cutty Sark Gardens
    그리니치의 커티 삭 가든Cutty Sark Gardens은 공공 영역인 메이어스 그레이트 스페이스Mayor’s Great Spaces로 연결되는 런던의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구역은역사성이 깊이 서려있는 곳이다. 즉 그리니치 자오선 Meridian GMT, 왕립 해군 대학Royal Naval College, 커티 삭의 항해와 관련된 곳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버려진 도시의 경계 공간과 낙후된 모습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던 이 지역을 재생시킴으로써,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다른 행선지로 가기 위한 관문으로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OKRA는 공모전을 통해, 커티 삭 가든이 (바닷물이 들고 나는 것처럼) 물결이 이는 광장의 모습을 띠도록 제안했다. 이는 오전에는 한산하고, 주말에는 방문자들로 넘쳐나는 유동 인구의 양상을 반영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곳으로 와서 머물러 있거나 다른 곳으로 향한다. ‘물결이 이는 광장tidal square’이라는 아이디어는 기능적인 유연성에 기초하고 있다. 소소한 스케일의 공간과 커다란 규모의 공간을 동시에 제공해주고, 크고 작은 행사들이 치러지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매력적인 장소다. 행사가 치러지는 동안에 이 공간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즉, 바닥면의 구배를 통해 흐르던 물이 빠지고 커다란 보도 구역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다. 이 구역은 도시적 장소이자 템스 강을 향해 이어진 녹지대로도 계획되었다. 사람들은 도시의 공간 조직과 커티 삭 주변의 광장, 정원, 템스 강의 수변 가로를 이동하며 일련의 다채로운 공간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 구역에는 구축적인 방식의 조경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단차의 공간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커티 삭 인근의 복잡한 도시 광장과 그리니치처치 스트리트Greenwich Church Street 및 킹 윌리엄 워크King William Walk의 입구 사이를 활력 있게 연결시켜줌으로써 커티 삭 가든은 주변의 도시 환경에 더 잘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템스 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로를 형성하고 왕립 해군 대학으로 더 원활하게 이어지면서 이 정원에서 다른 장소들로 접근하기가 좋아졌다. 앞으로 커티 삭 가든의 중심적 위상은 한 층 더 강화될 것이다. 이 새로운 ‘물결이 이는 광장’은 올림픽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일반에 공개되었다. 이 장소는 도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정원과 공원의 개념이 접목된 녹색 풍경을 이뤄 낸다. 커티 삭 가든은 템스 강을 따라 조성된 멋진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즉 강변 산책로를 따라 나 있는 녹색 진주처럼, 머무름의 장소, 열망의 장소가 될 것이다. 이 장소는 ‘도시 재생을 위한 촉매제로서의 공공 영역’의 전략이 잘 발휘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Landscape Architect OKRA Architect Nio architecten EngineeringConsultants Buro Happold Client Greenwich Council Location Greenwich, London, UK Area 1.9ha Cost 3,600,000 Euro Completion 2012 Photographer Greenwich Council, Annie Beugel, OKRA OKRA는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설계사무소로 조경과 도시, 그리고 지역계획을 주로 하고 있다. 이들은 긴장감 있는 디테일과 예술적 감흥이 짙은 콘셉트를 통해, 역사와 문화의 결이 두텁고 인구 밀도가 높은 유럽 도시에서 강렬한 어바니즘을 제시해왔다. OKRA는 도시의 현존하는 맥락과 미학을 존중하며, 다양한 시간적 리듬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도시의 장소를 디자인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 OKRA / OKRA
  • 오클랜드 국제공항 퍼스트 (플)라이트 Auckland International Airport First (f)Light
    뉴질랜드 북섬의 지협 위에 위치한 오클랜드 공항은 매우 극적인 지형적 조건을 갖고 있다. 계절의 변화가 상당히 급격하게 일어나며, ‘퍼스트 (플)라이트First (f)Light’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뉴질랜드의 동부 해안은, 표준 시간 기준 세계에서 가장 일찍 태양이 뜨는 곳이다. 뉴질랜드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약 70% 가량이 오클랜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항이 지니고 있던 뉴질랜드만의 독특한 정체성은 상당 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퍼스트 (플)라이트는 방문객들에 대한 환영의 인사이자, 공항의 지구상 위치에 대한 분명한 표현인 동시에, 뉴질랜드의 독특하고 드라마틱한 경관과 더불어 살아온 인간에 대한 찬미이다. 이 지역은 가슴 뭉클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와카대형 카누를 탄 마오리족이 폴리네시아로부터 처음 당도한 장소이다. 이들은 열대 작물을 재배하며 경관을 변모시켰고, 그 흔적이 돌들로 가득한 벌판에 고스란히 유적으로 남아있다. 이후 수 세기가 지나고 유럽계 이민자들이 과수원을 만들고 목재용 나무를 재배함으로써 경관을 한층 더 변화시키게 된다. 마오리족과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뉴질랜드의 가혹한 기후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산울타리 사용을 바탕으로 한 다층 구조 식재 방식을 활용하였다. 마오리족과 유럽계 정착민들은 오클랜드와 뉴질랜드의 경관에 상당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퍼스트 (플)라이트는 인간과 대지의 만남을 표현하고 있으며, 뉴질랜드만의 토착적 경관이 지닌 복합적인 역사를 기리고 있다. 대지 위에 솟아 올라있는 돌 둔덕은, 마오리족이 작물을 일구었던 돌밭을 상징하면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산울타리들이 이들 둔덕을 둘러싸 한층 단순화된 새로운 지반면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통해 더 넓은 범위의 오클랜드 경관을 보다 분명하게 읽어낼 수 있게 한다. 작은 크기의 돌들이 모여 만든 ‘칼날 모양’은 제트 엔진의 역동적 움직임을 표현하고, 공항의 경관을 통해 도착, 여행 그리고 (비행기·자동차·자전거의) 영화 같은 연출 등 활기찬 모습을 나타낸다. 뉴질랜드 토종 잔디를 이용해 칼날 모양이 갖는 날카로움을 완화시키고, 이를 둘러싼 보다 넓은 경관과의 연계성을 만들어낸다. Landscape Architect Surfacedesign Client Auckland International Airport Ltd Location Auckland, New Zealand Completion 2014 Photographer Bruce Clarke Surfacedesign은 조경, 도시설계, 마스터플랜 등 광범위한 영역을 디자인하는 회사로, 2001년 설립되었다. 단지설계, 공원 설계, 기업 캠퍼스 설계, 지역 가로 경관, 대규모 도시계획 등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 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다.
    • Surfacedesign / Surfacedesign
  • [칼럼] 정원 시대의 조경
    봄이 모퉁이를 돌았다. 지난 겨울 기세등등했던 추위는 긴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다. 아직도 간간이 눈 소식이 들리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머지않아 대지와 우리들의 정원에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다가오는 봄과 함께 귀촌을 준비하는 나에게 계절은 이미 기대와 설렘으로 화사하다. 마음속 정원에는 일찌감치 갖가지 꽃과 채소가 심어졌다. 위대한 작가이자 정원사였던 헤르만 헤세는 땅과 식물을 상대로 일하는 것은 명상과 마찬가지로 영혼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쉬게 해 준다고 했다. 새봄과 함께 조경에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몇 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정원에 대한 관심과 실천의 비약적 증가는 바야흐로 정원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정원을 직접 만들고 가꾸려는 관심은 실내 정원과 주말농장을 넘어 생활 속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원은 다방면에 걸쳐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생산, 소비되고 있으며 도시 농업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정원과 관련된 책과 잡지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손꼽힐 정도였던 이 분야의 책들이 이제는 이론과 역사, 설계와 시공, 소재와 기능 등 전 방위적으로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원 서적이 등장함은 그 시대에 정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하였음을 시사하는 바 이 시대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작년에 성공적으로 마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정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인구 28만 명의 작은 지방 도시가 주도 한 이 행사는 개장 기간 동안 44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고 순수입으로만 164억 원의 흑자를 올린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와 함께 직접적인 고용창출 8천 명, 1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생산 유발효과를 함께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소나타 같은 중형차 4만 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것이라 한다. 정원과 생태를 주제로 이룩한 이러한 성적표는 그동안 지역에서 열린 박람회나 축제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보다 한 해 전 개최되었던 여수엑스포가 행사 후 시설의 활용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에 비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뚜렷이 자리매김하면서 비슷한 행사를 모색하고 있는 여러 지자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원 열풍은 마흔 살 장년이 된 한국 조경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가 되고 있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 다. 정원 바람은 분명히 조경에게 기회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회는 조경 분야를 위기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그동안 도시의 공원을 도시숲이라 주장하며 불안 불안한 정책적 행보를 보이던 산림청이 이번에는 정원을 수목원과 한데 묶어 국가정원-지방정원 등의 포맷으로 자신들이 담당하겠다고 들고 나왔다. 지난번 도시숲 정책과 금번의 국가정원-지방정원 정책의 출발은 아마도 산림청의 예산이 풍부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예산을 가지고 있는 산림청이 남는 예산을 도시 공간으로 가지고 내려와 혼란스럽고도 당황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풍족한 예산을 정원의 발전에 사용하겠다는 데 굳이 이견을 달고 싶지는 않다. 정책의 이면에 부처 이기주의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공직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숨어 있음을 애써 외면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책이 조경의 근본을 왜곡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는 점에서는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수천 년 조경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를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 않고 정원이란 단어를 선택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 굳이 정원의 본질과 조경의 역사를 논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원이 조경의 근본이고 출발이라는 사실만은 재차 환기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무리한 정책으로 조경을 산림의 영역으로 치환해 버리는, 정부의 예산으로 한 학문의 정체성을 흔드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영역 이기주의를 넘어 합리적 상식이 통용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국민행복시대의 정책이라면, 이번 일은 시정되어야 한다. 정원을 통해 촉발된 기회이자 위기의 상황에 대한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은 무엇인가. 이럴수록 원리원칙과 근본에 충실함이 정답일 것 같다. 답답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원을 통해 조경의 현주소를 다시 점검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대 우리 조경은 과연 어디쯤 위치하고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어떤 가치와 방법을 구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정원은 전통적으로 개인의 의지와 욕망이 투영된 사적 공간이었지만 우리 시대의 정원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적, 사회적, 실천적 매체로 그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여 조경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불붙은 정원 논의는 새봄과 함께 더욱 타오를 전망이다. 정원을 통해 참여와 노동, 가꿈과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흐려진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단절되었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복원시키며, 부족했던 삶의 질을 채워주도록, 조경은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원에서 비롯된 사회적 에너지를 일상 속의 조경 문화로 발전시키는 것, 올 한 해 조경에 부여된 큰 숙제다. 이유직은 현재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부산의 미군기지인 하야리아의 부지를 공원화하는 작업의 코디네이터로, 거창군 창조 도시 총괄계획가로 활동하고 있다. 마을만들기와 농촌 조경에 관심을 두고 현장에서 지역재생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조경학적 실천을 모색하고 있다.
  • [에디토리얼] 정원의 부활?
    10년 전에 낸 책을 오랜만에 들춰본다. “부활하는 정원”이라는 제목을 단 챕터의 첫 부분. “대부분의 조경가들은 조경과 정원이라는 두 글자를 연관시키는 일에 관대하지 않다. 정원의 이미지가 자신과오버랩되는 것을 가능한 한 피한다. 교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도시의 골격을 짜고 경관의 구조를 만지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미래의 조경가들 앞에서 정원에 담긴 문화와 신화와 역사, 정원이 전해주는 상상력과 감성 따위를 염두에 두고 정원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그들의 얼굴은 실망과 불만을 전달하는 근육 운동으로 바빠진다. 정원 만들기나 가꾸기 정도를 비싼 등록금 내고 배워야겠느냐는 표정이다.” 얼마 전, 학교에 어렵게 모신 어느저명 조경가의 특강,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재벌가 정원들의 스펙터클을 대하는 학생들의 불편한 표정. 부러움, 냉소, 무기력, 의기소침이 절묘하게 혼합된 그들의 표정은 현대 조경과 정원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생생한 단면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세기 이전의 조경사는 곧 정원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조경이 도시 환경의 개선과 혁신을 지향하는 새로운 전문 분야로 출범함과 동시에, 정원은 조경 이론의 주변부로, 조경 실천의 변방으로 물러나게 된다. 우리가 쓰고 있는 조경이라는 말이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의 번역어라면, 조경은 정원술과 엄격히 구별되는 행위다. 정원에 대한 최근의 대중적 열풍과 이에 힘입은 조경계 안팎의 들썩임은 도시인의 영원한 로망인 정원의 존재감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물론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연과 건강을 소비하는 대중의 트렌드, 유한 계층의 배타적 토지관과 장식적 공간관, 토건 경제에 복무해온 조경의 한계와 새로운 시장의 모색, 거기에 자연과 인간의 ‘사이’지대에 주목하는 문화 변동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인 현상과 이념이 복잡하게 뒤엉켜있다. 이번 호 『환경과조경』은 정원 열풍의 이면을 짚어보는 특집을 마련한다. 특집의 서론격인 황주영 박사의 글에서 지적되고 있듯, “뜨거운 열기를 좀 더 찬찬히 살펴보면 이는 정원 열풍이라기보다는 가드닝, 즉 원예적인 정원 가꾸기의 세련된 형태의 유행에 더 가깝게 보인다. … 가드닝의 유행과 조경의 중심 영역으로 정원의 귀환을 동일시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 정원의 귀환이라고 하지만, 정원이 없던 적은 없었다. 다만 한 시기의 문화적 지형도에서 소외되었던 것이 자리바꿈하고 있을 뿐이다. … 정원에 대한 관심이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고 흩어지는 물결이 아니라, 정원이 담고 있는 … 근원적 흐름과 연결되는 …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만일, 지금, 조경가에게 정원이 중요하다면, 그것은 ‘잃어버린 정원의 가치’가 이 시대의 사람살이와 어떤 교점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정원을 두고 법, 제도, 시장, 산업을 고민하기보다는 정원과 동시대 조경 사이의 관계를 다시 검토하고 조율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한 축으로는, 정원의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그 생명과 생동과 생산의 기쁨을 재발견해야 한다. 다른 한 축으로는, 정원을 통해 현대 조경 설계의 태도와 접근 방식을 교정해야 한다. 공공성의 깃발을 들고 가드닝landscape gardening과 결별했던 현대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이 놓치고 잃어버린 것들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동시대 조경에서 정원이 갖는 위상과 의미를 다음의 인용문처럼 적절하게 담아낸 글을 찾기란 쉽지않다.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가 ‘순천만정원박람회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당선작의 디자인 노트로 남긴 글의 일부분이다(『환경과조경』 2010년 2월호). “근대의 조경이 사적인 공간을 의미했던 ‘정원’으로부터 그 탯줄을 끊고 공공 영역을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 이래, 현대의 조경은 정원에 대한 양면적 태도를 지니게 되[었다]. 도시적·토목적 스케일의 조경의 개념은 정원에 대한 자기 부정을 내포하고 있다. 소규모, 여성적, 공예적, 원예적, 장인적인 성격의 뉘앙스는 근대 이후 공원에 대한 묘한 반대말로 규정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부활하는 정원’이 ‘작품’이라는 지위와 ‘경제력과 권위’라는 배경으로 다시 부각되게 된 것은 단지 개인 주택 정원의 고급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 보다 사적인 스케일의 공간을 통해 자연과 예술의 미적인 체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찬 일이 아닌가. 공공 영역에서의 정원은 새로운 오픈 스페이스의 유형이며 지금까지 쉽게 경험하지 못한 차원의 자연에 대한 문화적 체험을 제공한다. 시민들이 내 땅이 아니어도 나의 공간을 즐길 수 있고, 자연과 나를 매개해 주는, 시민사회와 나만의 영역이 교차하는, 시간과 장소가 예술적으로 혼재되어 있는, 한두 마디로 규정될 수 없는 이상적 공간에 대한 로망…. 정원은 본질적으로 이상과 현실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작품과 특집 주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매 호 애써보지만, 게재 작품의 발굴과 선정은 늘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번 호 역시 “다시, 정원을 말하다”와 긴밀하게 연관되는 작품을 싣지 못한 점,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럽산 근작의 게재를 헌신적으로 진행해 주고 있는 런던의 해외리포터 박경의·이윤주 씨에게, 해외의 최신 작품, 공모, 전시정보를 발굴·취재해 주고 있는 미주지사장 최이규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3월호를 인쇄소로 넘긴 지난 2월 말, 갑작스레 날아든 한예종 이종호 교수의 안타까운 소식은 우리 모두를 망연자실하게 했다. 1월호에 실었던 그의 마로니에공원 원고 끝 부분을 다시 옮겨 적는다. “오늘날 도시 공공 영역이란 사유와 공유를 떠나공적으로 쓰이는 영역 모두를 말한다. 이러한 영역이 연결망을 이룬다면 그 하나하나의 힘을 합친 것이상의 힘을 발휘할 것이며, 이는 함께 사는 사회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부디 평화로운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 배정한[email protected] /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CODA] 기록과 기억
    그녀가 속삭였다. “조경 잡지라고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조경 이야기만 해대면 재미없어. 읽는 사람들이 현기증 나지 않겠어. 좀 다른 이야기를 해봐. 머리는 쥐어뜯으라고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아예 다른 방향으로 궁리를 시작하다가, 문득 그를 떠올렸다. 어느 해, 아버지가 한 단체의 장을 맡게 되었다. 돈이 되는 감투가 아니었고, 도리어 돈과 시간과 노력을 봉사의 마음으로 쏟아 부어야 하는 자리였다. 대학에 다니던 아들은 휴학을 하고 막 공익근무를 시작한 때였고, 딸은 그 해 갓 대학에 입학했다. 아버지는 자신도 결과적으로 공익근무를 하게 된 셈이라며, 잠시 다른 일을 하더라도 원래의 본분을 잊지 말자며 한 가지 제안을 한다. 800쪽에 달하는 앤디 워홀의 일기를 나누어 번역하자는 것. 아들이 400쪽을, 딸이 250쪽을, 아버지가 150쪽을 맡기로 공평하게(?) 분량 분담도 마쳤다. 그리고 아들은 약속대로 1년 만에 자신 몫의 번역을 마쳤다. 하지만 딸은 다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반수를 하느라, 아버지는 단체의 회장 일에 치여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결국 아들이 1년의 시간을 더 투자해 800쪽의 번역을 혼자 마무리해냈다.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1년 동안 앤디 워홀처럼 일기를 쓰겠노라, ‘다시’ 약속을 했다. 그리곤 약속을 지켰다. 꼬박 1년 동안 200자 원고지 5,000매에 달하는 일기를 써내려갔고, 한 권의 두툼한 일기장이 완성된 지 4년 만에 그 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가로 165mm, 세로 210mm인 그 책의 두께는 무려 45mm에 달한다. 거의 『환경과조경』 4권의 두께와 맞먹는다. 편집된 분량은 총 845쪽, 그러나 책값은 놀랍게도 19,500원. 200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365일 중에서 꼭 3일이 빠지는 362일의 기록을 담고 있는 그 책은 2009년 3월 10일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란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일간지에도 블로그에도 꽤 많은 리뷰 글이 실려 있어, 아마 직접 읽어 본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출간된 지 4년 후, 일기가 쓰인 시점으로부터는 꼭 10년 만인 2013년에 읽기 시작했다. “읽기 시작했다”고 표현한 것은 약간 색다른 읽기 방식을 취했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점심식사 후 1시부터 해당 날짜의 일기를 읽어나갔다. 즉 2013년 3월 2일에 2004년 3월 2일 대목을 읽었다. 3월 3일의 내용이 궁금해도 참았고, 어떤 날은 내용이 너무 짧아 아쉬움에 입맛만 다셨다. 월요일에는 이전 주의 토요일과 일요일 치를 한꺼번에 읽었다. 하지만 이 경건한(?) 책 읽기 의식은 열두 달 내내 지속되지 못했다. 일단 출발이 1월이 아닌 3월이었고, 11월 중순경 사무실을 옮기면서 그 책을 집으로 옮겨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11월 하순과 12월의 일기는 아주 빠르게 눈으로 훑고 말았다. 물론 중간에 빼먹은 날도 부지기수다. 책의 지은이는 홍지웅, ‘열린책들’이란 출판사의 대표다. 출판인의 일기이니, 당연히 예상되는 책의 기획 과정과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세세한 편집 및 마케팅 과정에 대한 언급도 빼곡히 담겨 있지만,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고, 심지어 점심값을 얼마나 지불했고, 부조금을 얼마 냈는지까지, 2004년을 살아낸 한 사람의 시시콜콜하고 내밀한 일상이 담백하게 담겨 있다. 게다가 미술은 물론 건축에 대한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이 상당한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2004년에 파주출판도시의 열린책들 사옥과 마포구 서교동에 자리한 서울북인스티튜트의 건축 과정에 그가 관여한 덕분이다. 특히나 서울북인스티튜트는 부지 선정 단계부터 일기에 담겨 있어, 때론 흥미로운 건설지처럼 읽히기도 한다. 참고로, 앤디 워홀의 일기는 아들의 단독 번역으로 『앤디 워홀 일기』(홍예빈 역, 미메시스, 2009)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여기까지 써놓고 교정을 보느라 마무리를 미루어 놓았는데,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는다. 멍하니 뉴스 속보를 클릭하는 횟수만 잦아질 뿐…. 2014년 4월 16일의 일기엔 무엇을 써야 할까? 아니 무엇인가를 쓸 수 있을까? 막막하고 먹먹하다. 처음엔 어느 출판인의 1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기억을 돕는 기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아무리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해도, 또 개인의 사소한(?) 기록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유의미하고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려 했다. 조경가들의 (프로젝트) 기록도 공유되기를 희망한다는 바람도 쓰려 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과 같은 디자인 노트뿐만 아니라, 중요 프로젝트의 일지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되고 공유된 다면 유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기록이 넘쳐나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기록도 기억도 아닌 ‘기적’뿐이다. “그럴수록 더 꼼꼼히 기록하고 기억해야 해. 잊지 말아야해”라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 [조경가의 서재] 책 속의 풍경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읽던
    첫 번째 책.1 주문은 모른다. 어쩌다 날게 되었다. 조지는 다섯 개의 꽃이 그려진 낡은 마법 침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이 신기하다. 달님이 쟁반만한 노오란 밤, 등불을 들고 침대 주위로 온 난쟁이들과 요정들 모두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붉은 빛이 도는 까만 밤하늘을 깃털처럼 날아 조지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길 잃은 호랑이와 지친 기러기, 보물을 숨긴 해적을 그 여행길에서 만났고, 돌고래를 타고 수면 위를 튀어 오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랬나. 침대가 젖곤했다. 마녀들은 또 얼마나 유쾌한지. 그 모든 게 중고가게에서 사온 마법 침대 덕분이다. 혹 모른다. 당신도 당신 침대의 주문을 알아낸다면 조지처럼 누워서 멀리멀리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두 번째 책.2 구름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산길, 앨버트는 발을 헛디뎠다. “만지작 반지작 번지작 호 이!” 또는 “배뱅글 비빙글 빙구리 세 니!” 그도 아니면 “차카치 키키키 파티티 넘 디!” 구름 위에 내려앉았다. 구름 침대에서 자고, 밥 먹고, 비구름 타고 올라 뛰어 내리기도 하고, 천둥이라도 치면 힘껏 떠들며 노래했다. 빗속을 수영하는 구름 나라. 앨버트는 달빛 흐린 청동 빛 하늘에서 불빛 가득한 도시를 내려다보며 엄마 아빠가 보고팠고, 구름 나라의 여왕은 바람에게 부탁해 앨버트를 집으로 돌려 보내준다. “히 호 번지작 반지작 만지작” 아니면, “니 세 빙구리 비빙글 배뱅글”도 아니면 “디 넘 파티티 키키키 치카치”라는 주문으로…. 엄마 아빠에게 돌아왔지만, 가끔 앨버트는 혼자서 주문을 읊조리고는 한다. 세 번째 책.3 어지러운 배관 사이로 마녀와 새, 고양이와 부엉이, 꽃과 구름, 말 탄 기사와 성,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풍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토끼들이 있다. 이 즐거운 배관 위에 셜리의 목욕탕이 있다. 셜리는 엄마가 하는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까무룩 엄마의 잔소리가 멀어진다. 장난감 오리를 타고 수챗구멍으로 빠져나와 멋진 갑옷을 입은 기사와 황금 왕관을 쓴 왕, 나풀거리는 고깔모자를 쓴 왕비가 사는 성으로, 흰 꽃이 만발한 숲과 노오란 들판을 가로질러 갔다. 연꽃이 한창인 못 위에서 오리배를 타고 왕비와 왕을 물에 빠트리며 놀았다. 왕은 못에 빠지면서도 빙그레 웃어주었다. “이런, 온통 물투성이네!” 욕조의 물 위에는 점박이 오리와 빗, 거품비누 병이 여전히 둥둥 떠 있고, 엄마는 셜리를, 셜리는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네 번째 책.4 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동트는 어둑한 아침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지만 하수구를 빠져나온 악어를 만난다. 가방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악어와 지각과 거짓말을 했다고 벌주는 악어 입을 가진 선생님. 여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해가림한 등교길에서 바지를 물어뜯는 심술쟁이 사자를 만나 지각을 한다. 학교에서는 사자보다 더 크게 소리치는 선생님이 있다. 가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다리위에서 집채만한 파도를 만났고, 거인처럼 커져버린 선생님에게 벌을 받는다. 겨울,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잿빛 풍경을 가로질러 무사히 등교했지만 선생님은 털북숭이 고릴라에게 붙잡혀 있었다.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 다음 날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선다. 다섯 번째 책.5 보통 꼬마 에드와르도는 콧수염 아저씨로부터 버릇없다는, 파마머리 아줌마로부터 시끄럽다는, 노란머리 엄마로부터 심술궂다는, 안경 쓴 할아버지로부터 사납다는, 머리띠 두른 할머니로부터 엉망이라는, 곱슬머리 아저씨로부터 지저분하다는 꾸중을 듣고 세상에서 제일가는 말썽쟁이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에드와르도는 화분을 찼고, 개한테 물을 끼얹고, 창밖으로 물건을 버리고, 파리떼를 피해 물에 빠지고, 아이를 밀쳤지만. 정원을 잘 가꾼다고, 동물을 잘 돌본다고, 방을 잘 치운다고, 깨끗하다고, 아이들을 잘 돌본다는 칭찬을 듣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었다. 에드와르도는 보통 아이다. 이수학은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이원조경에서 4년 동안 일했다. 프랑스 라빌레뜨 건축학교와 고등사회과학대학원이 공동 개설한 ‘정원·경관·지역’ 데으아(D.E.A.) 학위를 했고, 현재 아뜰리에나무를 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