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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 공감] 정독도서관의 여름 뜰
    ‘정독’이라는 어감은 어쩐지 좀 무겁다. 강한 받침이 연속될 뿐 아니라 혀뿌리가 목구멍을 탁 막으면서 나오는 소리로 끝나는지라, 여운도 없이 냉정하기만 하다. 더욱이 ‘도서관’이라는 좀 지루한 느낌의 단어가 이어지다보니, 이 공간에는 참 무거운 공기가 흐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답사를 위해 찾은 일행의 발걸음도, 잡지에 실을 만한 장면을 찾아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도 좀 크게 느껴져 고요히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살며시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러니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이 공간에 그대로 스며 있다는 생각도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스스로를 수형자로 여기고 마치 감옥에 갇힌 듯 공부에 열중하는 이들에게 바깥의 뜰은 어떤 의미일까? 삼십 년도 더 지난 고교 시절, 새벽잠을 설치고 도달한 도서관 앞 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던 열여섯 소년은 그 뜰을 기억하지 못한다. 바르게 읽는다는 뜻의 정독正讀도서관에서 중첩된 시간을 읽어내는 일은 즐겁다. 1976년에 경기고등학교가 지금의 강남 삼성동으로 이전하면서 그 터에 지어진 것이 오늘의 정독도서관이다. 벌써 40년이나 되었다. 당시 교사校舍로 쓰이던 건물들이 보수되어 도서관이 되었고, 학교 운동장으로 사용되던 곳을 정원으로 만든것이 이 뜰의 역사다. 도서관으로 1977년 1월에 개관했으니, 1년 미만의 공사를 마치고 만들어진 뜰이다. 자료를 검색해보니 개관 당시 도서관보의 표지에 건물과 뜰의 조감도가 그려져 있는데,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성 사진에서 보면 마치 한자 ‘서울 경景’을 본뜬 것 같은 정형적인 평면 구조가 선명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녹지는 잔디밭으로 조성되어 비워져 있고, 그 둘레를 따라 향나무며 몇몇의 낙엽수들이 나이 든 모습으로 서 있어 공간에 위엄을 드러낸다. 나무 기둥의둘레가 오십 센티미터쯤 되는 벚나무에서 그간 뜰을 스치고 간 시간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오로지 걷는 것과 앉아서 머무는 것만 허용되는 이 뜰은 어쩌면 북촌에 남겨진 고성과 같은 곳이다.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 노들섬, 공모 과정을 실험하다 노들꿈섬 공간·시설조성 3차 설계공모
    최근 유럽에서 파격적인 방식으로 도시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사례가 있다. 바로 2014년 11월에 시작된 ‘파리 재창조Réinventer Paris’다. 파리 최초의 여성 시장인 안 이달고Anne Hidalgo와 장루이미시카Jean-Louis Missika 부시장의 주도 하에 파리 시는 시 소유의 크고 작은 유휴 부지에 대한 프로젝트 안을 공개 모집했다. 언뜻 보면 여느 공공 개발 사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독특한 게임의 법칙이 있다. 시 소유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거나 공공이 직접 사업 주체가 되지 않을 것. 파리 시에 가장 필요한 용도, 혁신적인 건축, 효과적인 운영 방식, 실현 가능한 파이낸싱 전략을 제안하는 팀을 선정할 것. 단, 시의 재원에 의존하지 않을 것. 시는 민간의 주도로 개발 수행이 가능하게끔 여건을 조성하고 커뮤니티를 동참시킬 것. 이러한 룰에 따라 23개의 대상지를 선정했고, 2015년 말까지 개발 안을 접수했다.1 가장 높은 공공 용지 입찰가를 제시한 디벨로퍼에게 땅을 매각하고 개발을 규제하는 소극적인 도시 관리 기법이 아니라, 가장 혁신적인 설계·운영·파이낸싱·커뮤니티 참여 패키지를 고안한 팀에게 개발권을 주고 파리 시는 이 팀을 위한 러닝메이트가 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이러한 공모 방식의 연장선에 ‘노들꿈섬 공모’(이하 노들섬 공모)가 있다.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2005년 서울시가 노들섬을 매입한 후, ‘노들섬 예술센터 국제 아이디어공모’(2005)부터 ‘노들섬 예술센터 1차 지명초청 설계공모’(2006), 이후 ‘노들섬 공연예술센터 2차 지명초청 설계공모’(2008), ‘한강예술섬 조성공사 설계용역’(2009), 또 ‘한강예술섬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및 폐지’(2010), 그리고 조성 사업 보류 결정(2012)에 이르기까지 10여 년에 걸쳐 릴레이식 논의가 진행되었다. 노들섬 총괄계획가 서현 교수에 따르면 3차에 걸친 노들섬 공모는 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관행에 대한 반성과 공모 과정 자체를 혁신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엘리트가 나서서 어떤 종류의 건축물을 집어넣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한 후, 이를 통해 결과물을 결정하는 것은 구시대적 방식”이다. 그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노들섬을 위한 새로운 공모 방식을 고안하는 데 1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다. 그 신호탄으로 2015년 8월에 마무리된 ‘1차 운영구상 공모’에서 “합리적인 상상력을 통해 노들섬에서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았고, 같은 해 11월 ‘2차 운영계획ㆍ시설구상 공모’에서는 이런 상상력을 어떻게 노들섬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에 적용하느냐는 고민 끝에 어반트랜스포머(대표 김정빈 교수) 팀의 ‘밴드 오브 노들’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6월, ‘3차 공간ㆍ시설조성 공모’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를 통해 선정된 공간 조성 팀은 2차 공모 당선 팀과의 협의를 통해 “어떻게 바둑의 룰을 바둑판 위에 올려놓을까”를 결정하게 된다. 김세훈은 197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대학교 GSD에서 도시계획학 석사와박사 학위(DDes)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설계 이론을 가르치고 스튜디오 수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신흥도시 개발 모델』, 『도시형태변화분석방법론노트』, 『도시와 물길(A City and ItsStream)』 등이 있으며,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의 도시 연구와 설계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 3등작: 서울 그린 닷 노들꿈섬 공간·시설조성 3차 설계공모
    노들꿈섬, 네버랜드 노들꿈섬은 피터팬의 네버랜드처럼 때 묻지 않은 기억과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반면 현재의 서울은 복합적인 고밀도 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지향하는 ‘콤팩트 시티’로 빈틈없이 개발되어 왔다. 서울이 살기 즐겁고 꿈꿀 수 있는 도시, 진정한 지속가능한 도시로 그려져 나가기 위해서는 빼곡하고 복잡한 도심을 변화시켜 줄 기폭제가 필요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네버랜드인 노들꿈섬에서 그린 닷 프로젝트Green Dot Project는 단계적인 계획을 제시하며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디자인 모델이자 플랫폼을 제안하고자 한다. 노들꿈섬은 문화적, 상업적, 사회적 수요와 용도에 따라 유기적으로 반응하고 변화할 것이며, 그린 닷 프로젝트는 새로운 도시적 삶의 방식을 제안할 것이다. 그린 닷 마스터플랜 그린 닷은 크게 플라자Plaza, 게이트웨이Gateway, 빌리지Village, 비치Beach, 폰드Pond, 포레스트Forest라는 여섯 개 장소로 구성된다. 이 안에는 모임, 작업, 문화·예술, 스포츠, 생태, 교육, 친환경 에너지 시설, 농장, 컨벤션, 휴식, 쇼핑 등을 위한 공간이 형성될 것이다. 이와 같은 공간을 통해서 노들섬은 다양한 행사, 기획, 활동의 중심이 되고 여러 사람들의 활발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도심 속 또 하나의 특별한 도시가 된다. 디자인 전략 오늘날 우리가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많은 양의 자원을 소비하며 생태계의 심각한 불균형을 가져오고 있다. 지속가능성, 경제성, 사회적 가치, 유연성, 친환경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여섯 가지 디자인 전략을 제안한다. 노들섬은 현대의 문제와 도전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도시의 요구를 예측할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의 발전을 장려하는 플랫폼으로서 시민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노들섬은 현대 도시의 이상적인 디자인 모델이 되고자 한다.
    • group8asia, 남성택, Boydens engineering, Ney + partners / group8asia, 남성택, Boydens engineering, Ney + partners
  • 2등작: 노들 플랫폼 노들꿈섬 공간·시설조성 3차 설계공모
    문화 네트워크의 플랫폼 노들섬은 한강을 넘어 도시로 확장되어 도시적, 문화적, 자연적 네트워크의 구성 요소가 되어야 한다. 도시 속 고립된 섬이 아닌, 시민들이 쉽게 다가가 점유할 수 있는 문화 네트워크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도시 네트워크의 회복: 노들섬은 한강으로 나뉜 강북과 강남의 연결점에 놓여있다. 이곳에 도시와 문화 시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광장의 역할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보행자가 섬에 진입하고 서로 연결되는 도시 네트워크가 구성된다. 자연 네트워크의 흐름: 옥외 전시·휴식·이벤트 공간, 자연 공원, 산책로 등을 연계시킨 자연 네트워크를 조성한다. 문화 네트워크의 중심: 문화의 감상·창작·정보 제공·체험 등을 통해 작품과 관객이 교류하고 이해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제공한다. 공연장, 창작 지원 시설, 다목적홀, 전시장, 미디어 센터 등과 연계된 문화 네트워크의 새로운 중심 공간을 구성한다. 인터랙티브 문화 스테이지 노들섬은 서울의 문화·음악·예술을 담는 새로운 그릇으로서 스테이지 역할을 해야 한다. 노들섬을 변형해 랜드스케이프, 이벤트, 퍼포먼스, 콘서트, 문화 창작 등 다양한 코드의 음악적·문화적 결합을 가능하게 만드는 문화적 광장을 구현한다. 문화, 예술, 자연, 도시 등다양한 코드를 설정해 노들섬을 입체적인 문화 스테이지로 변모시킨다. 이를 통해 노들섬은 자연을 넘어 음악적 깊이와 젊음의 문화를 만들어 서울의 문화 코드를 대표하는 다차원적인 장소가 된다. 또한 다양한 예술적인 채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음악 광장이 될 것이다.
    • 운생동, 서로아키텍츠, KnL 환경디자인, EMA / 운생동, 서로아키텍츠, KnL 환경디자인, EMA
  • 1등작: 재구성된 땅, 노들마을 노들꿈섬 공간·시설조성 3차 설계공모
    오랫동안 고립된 노들섬을 어떤 환경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열어줄 것인지가 이번 공모의 핵심이다. 우리는 노들섬의 땅을 재구성해 한강대교와 한강변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자연환경, 서울의 풍경이 어우러지는 노들마을을 제안한다. 기존의 양녕로와 노들섬 사이의 레벨차를 이용해 도로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플랫폼을 제안한다. 이 새로운 플랫폼은 상층과 하층으로 나뉘는데, 상층에는 유연한 공간 활용을 통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담을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와 녹지를 문화 시설과 함께 배치한다. 다목적 스탠드는 하층의 노들마당과 연결되어 상층을 하나의 큰 문화 마당으로 만든다. 양녕로 동측에는 노들숲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 하층에는 대중예술 공연장과 다양한 창작·창업 지원 시설, 광장, 보행로, 녹지 등을 배치해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지는 노들마을을 조성한다. 또한 보이드, 계단, 엘리베이터 등 수직 동선을 배치해 상층과 하층을 물리적·시각적으로 연결한다. 설계 개념 연결: 섬의 상단부 외곽과 하단부를 잇는 두 가지 루프를 조직한다. 이를 통해 노들마당과 노들숲이 연결되어 한강대교부터 한강변까지 이어지는 복합적인 자연적·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열기: 섬 상단부의 서측에 노들마당을 배치해 한강을 향한 조망을 확보한다. 한강과 서울의 풍경을 노들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 이벤트의 배경으로 만든다. 프로그램: 노들섬의 자연 경관을 되살리고 필요한 공공장소를 적절히 배치해 시민에게 열린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섬의 서측에는 대중음악 공연장, 창작·창업지원 시설, 노들마당을 배치한다. 동측에는 다목적 홀, 강의실을 배치하고 노들숲을 보존·개선해 연결한다.노들숲과 섬의 하단부에는 생태 교육 센터, 전망대, 카페, 야외 공연장, 노들 비치, 자전거 센터 등이 마련되어 시민들은 섬 곳곳을 탐험하고 즐길 수 있다.
    • Studio MMK, 박태형 / Studio MMK, 박태형
  • 노들꿈섬 공간·시설조성(3차) 설계공모 NODEUL DREAMS ISLAND MASTER PLAN AND SPACE·FACILITY DESIGN COMPETITION: THE 3RD STAGE
    설계공모 경과와 심사평 6월 22일 노들꿈섬 공간·시설조성(3차) 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Studio MMK와 박태형의 ‘재구성된 땅, 노들마을’이 선정되었다. 이로써 2015년 6월에 시작해 총 3단계로 진행된 노들꿈섬 공모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2015년 6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운영구상(1차) 공모가 열렸고, 103개 팀 중 10개 팀이 선정됐다. 같은 해 9월, 10개 팀을 대상으로 진행된 운영계획·시설구상 공모(2차)에서는 어반트랜스포머 팀(대표 김정빈)의 ‘밴드 오브 노들’이 당선됐다. 밴드 오브 노들의 목표는 노들섬을 ‘음악을 중심으로 한 예술 창작 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했던 ‘노들섬 예술센터’(2005)나 ‘한강예술섬’(2009)처럼 음악을 콘텐츠로 삼고 있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그간 서울시는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처럼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강조된 오페라 극장, 야외무대 등을 조성해 노들섬을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 공연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반면 서현 교수(노들섬 총괄계획가)의 말에 따르면, 밴드오브 노들은 “노들섬이 생계 걱정 없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실험실이자 억눌린 마음을 표출하는 해방구가 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음악을 매개로한 공공 문화 예술 프로그램과 여러 분야가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서현 교수는 “노들섬 예술센터가 한강변에서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자 했다면, 밴드 오브 노들은 한강과 서울의 풍경을 노들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 이벤트의 배경으로 만들 것”이라며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노들꿈섬 공간·시설조성(3차) 공모는 노들섬을 크게 건축 가능 영역, 1등급 비오톱 영역, 하천 부지, 도로로 나누어 다뤘다. 이를 바탕으로 시설 배치, 동선, 조경, 친환경 계획에 대한 설계 지침이 마련됐다. 대부분 섬의 동측에 위치하고 있는 1등급 비오톱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이용이 빈번한 시설(공연장, 창작·창업 지원 시설)은 섬의 서측에, 상대적으로 이용률이 낮은 다목적 시설은 동측에 배치해야 했다. 보행로와 차도 역시 비오톱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획해야 한다. 양녕로로 인해 동서로 분리된 섬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동서측뿐만 아니라 노들섬의 상단부(양녕로 레벨)와 하단부(노들섬 지면 레벨)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동선 계획이 요구됐다. 특히 섬의 서측에 조성되는 보행로 사이에는 음악 공연 등 소규모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등의 보행 약자를 위한 수직 동선의 조성 유무도 심사 대상이었다. 이번 공모의 핵심 목표는 2차 공모의 당선 팀이 제안한 7개의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공연장의 경우 어반트랜스포머 팀이 요구한 면적과 세부 기능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특히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가변성’ 있는 공간 조성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했는데, 이는 많은 작품들이 비슷한 설계전략을 취하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서현 교수는 “확장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도록 유도한 지침이 격자 혹은 테트리스 타입의 구조물을 제안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등작과 2등작 역시 격자 타입의 구조물을 제안했는데, 접근 및 배치 방식이 달랐다. 이어서 그는 “1등작은 양녕로와 같은 레벨의 판을 조성하고, 그 아래에 모든 공간을 집어넣었다. 이로 인해 공간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강점이다. 2등작은 대부분의 작품이 노들섬을 동서로 나눈 것과는 다르게 남북으로 나누어 해석한 것이 독특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시설의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서울시는 2·3차 당선자와 협의 및 조정 과정을 거쳐, 기본 및 실시설계를 위한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노들꿈섬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밴드 오브 노들의 파일럿 테스트도 노들꿈섬 완공 목표 시점인 2018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다음은 노들꿈섬 공간·시설조성(3차) 설계공모의 심사평의 전문이다. “노들섬과 관련해 2005년 이후 지난 십 년의 과정은 우리 사회가 바라보고 있는 지향점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대규모 문화 시설인 ‘노들섬 예술센터’ 조성을 위한 두 번의 국제 설계공모에도 불구하고, 여러 내외부적 문제로 인해 ‘한강예술섬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마저 폐기되면서 동력을 잃고 중단됐다. 문화조차도 규모와 경제 가치로 평가되는 시절이 지나자, 한편에서는 시민 사회가 주도하는 자생 문화가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라났다. 이후 2년여에 걸친 다양한 시민, 전문가의 의견 수렴 과정과 더불어 노들꿈섬을만드는 운영구상(1차), 운영계획·시설구상(2차), 공간·시설조성(3차)에 이르는 긴 공모 과정이 있었다. 이는 최고의 랜드마크가 될 작품을 선정하는 일이 아니라, 시민과 다양한 분야가 참여함으로써 경험과 사유가 집적되어 만들어지는 민주주의 실험 과정의 결과물이다. 심사위원회는 총괄계획가와 2차 공모 당선자인 ‘밴드오브 노들’ 운영 팀에게 공모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자체 논의를 거처 다음과 같은 심사 기준을 갖게 됐다. 첫째, 새로운 시설은 시대의 흔적을 담을 수 있는 운영 전략을 바탕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둘째, 미래의 변화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현재에도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고 작동하는 시설이어야 한다. 심사에 앞서 제출된 48개 작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 기술 심사에서 지침의 내용을 위반한 작품들이 일부 보고 되었으나, 실격 사유는 아니었기 때문에 심사대상에 포함했다. 수상작의 범주에 들 경우 감점 여부를 재론하기로 했으나, 이에 해당하는 작품은 없었다. 심사위원회는 매 단계 심사에서 위원별로 복수의 수상후보작을 추천했고, 단 한 표를 받은 작품의 경우에도 추천한 심사위원의 충분한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듭했다. 심사위원회는 7개의 상위 수상작 외에 세 작품을 추가 선정했는데, 공모가 지향하는 목표에부합하는 수준 높은 작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념비적인 형태보다는 프로그램에 반응하는 고유한 결합 방법을 가진 작은 단위들을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한 작품들이 많았다. 자연환경과 시설, 사람들의 활동이 융합되어 시간의 흐름 속에 덧씌워져가는 서사적 풍경을 이루는 작업들이 심사위원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좋은 작업들 사이에서 당선작은 도시와 강, 자연환경 사이에서 보다 명확한 태도와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결정되었다. 재구성된 땅, 노들마을은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가변적인 공간 모듈을 배열하되 노들섬의 중앙 도로인 양녕로 높이에 맞는 새로운 레벨을 만들었다. 이 레벨을 경계로 하부의 수평적으로 확장되는 공간과 상부의 단순한 볼륨이 대비되며 이루는 공간 구조의 가능성이 높이 평가됐다. 근소한 차이로 2등이 된 노들 플랫폼은 자연지형을 연상하는 작은 픽셀들이 모여 도시와 강을 배경으로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순환 동선과 다양한 레벨의 옥상의 활용성이 지적됐다. 3등작인 서울 그린 닷은 투명성을 갖는 철골 프레임으로 건축과 자연의 경계를 흐리며 시적으로 통합시킨 수준 높은 작업이다. 하지만 계획 구역 전체를 둘러싼, 완결된 형태가 아쉽다. 노들꿈섬 공모는 건축가의 개성이 강조되거나 화려한 형태를 뽑는 경연이 아니다. 다양한 계층의 의견 수렴을 통해 운영 및 시설 계획이 만들어졌고, 예측 가능한 방법과 민주적 절차에 의해 건축과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경험을 축적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당선자는 서울시와 운영 팀과의 수많은 조정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새로운 방법은 늘 낯설고 어렵다. 지금 계획된 프로그램을 담기에 최선인 건축이라 하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이다. 이제부터 중요한 일은 잘 만들 수 있도록 건축가에게 끊임없는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일이다.” 1등작재구성된 땅, 노들마을Reconfigured Ground, Nodeul Maeul Studio MMK, 박태형 2등작노들 플랫폼Indeterminate Platform 운생동, 서로아키텍츠, KnL 환경디자인, EMA 3등작서울 그린 닷Seoul Green Dot group8asia, 남성택, Boydens engineering,Ney + partners 가작노들, 언 플러그드Noduel, (Un) Plugged HLD, Ilshin Architects and Associates, 유은정, 정승영, Mingyu Yin 가작노들마당Nodeul Madang Studio Akkerhuis, Buro Happold International (Hong Kong), Theatre Projects Consultants, 건축공방, Anne-Sophie Verriest 가작수석Susok NAAD, François Bourgine, Viviane Le Deunff, Elia Viesi,Teizo Okumura 가작시민을 위한 섬Citizen’s Stage Juhyunkim Architecture 심사위원 특별상음악 회랑The Music Cloister PlaceMakers 심사위원 특별상노들 빌리지Nodeul Village 동심원조경, PRAUD, salmworkshop, 예창건축사 심사위원 특별상컬티베이팅 터레인Cultivating Terrain Urban Terrains Lab, 건축실험실, Studio OL, 인터조경, 건민
    • 조한결, 김모아
  • 영종하늘도시 씨사이드 파크 Yeongjong Sky City Seaside Park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으로 지정된 송도, 청라, 영종은 국제 기업 도시로서 아시아의 새로운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지만 영종하늘도시에는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와 달리 차별화된 공간이 전무해 새로운 랜드마크 도입이 시급했다. 이에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조성됐던 해안 도로를 중심으로 하는 씨사이드 파크Seaside Park를 계획했다. 폭 20m의 해안 도로는 바다와 맞닿아 있어 밀물과 썰물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갯벌의 모습, 석양이 비치는 서해의 웅장한 풍경 등 이색적인 경관을 제공한다. 다양한 해변의 경관과 이를 활용한 수변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씨사이드 파크는 영종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해안 도로 길이가 7.8km에 달하는 구 해안 도로는 걷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다채로운 공간으로 조성됐다. 해안 도로는 공간의 성격에 따라 경관 체험형, 생태 경관형, 여가 유희형으로 분류된다. 경관 체험형 구간에는 단순한 바닥 포장과 수목 및 시설의 배치가 이루어졌다.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구간에 월파방지벽—파도가 강하게 충돌하는 것을 막아주는 벽—, 스카이 데크와 같은 상징적 시설을 도입해 공간의 장소성을 제고했다. 높이 1.5m의 월파방지벽에는 모자이크 타일을 이용해 일출, 일몰, 해당화, 이제는 사라져버린 염전 등 영종도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았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영종의 장소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천대교 기념관과 송산그린시티전망대 사이에 설치된 스카이 데크는 문화와 소통을 상징하는 두 개의 반지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다양한 높낮이의 데크에서 서해의 낙조와 영종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데크의 하부에는 소망의 벽이 조성되고, 중앙에는 소망의 나무가 식재되어 영종을 찾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염원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망·휴게·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이 시설물은 씨사이드 파크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다.생태 경관형 구간은 수변공원의 갯벌 생태계, 송산공원의 생태계가 서해의 해안 생태계와 연결되는 공간이다. 회색 아스팔트로 덮인 도로에 푸르른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다섯 가지 형태의 녹지를 조성했다. 큰 면으로 이루어진 매스형, 플랜터 등을 이용한 원형의 스팟형, 대지의 형태를 조작해 만든 폴딩형, 긴 선형으로 펼쳐진 가로형, 레일바이크 레일 주위에 식재된 수목 터널형 녹지가 보행자에게 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제공한다. 여가 유희형 구간에는 조형 폴리와 레일바이크 시설이 설치됐다. 영종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노랑부리백로와 크레인을 모티브로 한 조형 폴리는 휴게 쉼터 및 조망대로 사용된다.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공원의 유지·관리에 이용될 예정이다. 송산공원에서 시작해 영종진공원까지 이어지는 레일바이크는 친자연형 교통수단으로 지역의 명물이 될 것이다. 총 길이가 2.5km 달하며 복선 운행이 가능하도록 계획되었다. 폭 5m의 레일 좌측에는 녹지대, 우측에는 안전 난간 및 보도, 월파방지벽이 배치되어 달리는 동안 다채로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트리를 도입해 야간 운행 시에도 특색 있는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설계 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 시행사 LH 청라영종사업본부, 인천도시공사 복합개발사업처 시공사 건림원, 금호, 한솔, 청도 사업명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영종하늘도시 개발사업 위치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 운남, 중산동 일원 사업 면적 19,316,000m2 공원 및 녹지 면적 전체: 5,337,596m2 해안에 면한 공원 및 녹지 면적: 1,842,770m2(31.42%) 추진 과정 조경기본 및 실시설계 공모 공고: 2008. 8. 착공: 2011. 10. 완공: 2016. 5. 동인조경마당은 황용득 대표를 중심으로 1995년 11월에 설립되어 20여 년 동안 공원·광장, 경관 연출, 건축 및 주거 단지, 도시계획, 정원 분야에서 폭넓은 조경 설계를 선보여 왔다. 조경에 대한 지식과 현대 예술, 인문학에 대한 연구를 결합해 영종하늘도시 및 씨사이드 파크, 동부산관광단지, 강남 세곡 보금자리주택지구, 대전 서남부 도시기반시설, 의정부 민락지구 도시기반시설, 파주 운정 유비 파크(Ubi Park), 광주 엑스포 도자기 조각공원, 상상어린이공원,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주민참여 푸른마을 가꾸기 사업 등 200여 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 동인조경마당 / 동인조경마당
  • 경의선숲길 3단계 Gyeongui Line Forest Park, the 3rd Phase
    2011년 3월 경의선숲길 공원 조성 사업의 첫 삽을 뜨게 된 이후 5년 3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1단계 구간(대흥동 구간, 2012년 4월 준공)과 2단계 구간(새창고개·염리동·연남동 구간, 2015년 6월 준공)이 완료되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올해 7월 비로소 3단계 구간의 공사가 완료되어 전체 길이 6.3km의 선형 공원이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경의선숲길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철길의 일부 구간이 지하화됨에 따라 지상부의 철도 부지에 조성된 공원으로, 용산과 마포 지역의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도심 속 선형의 그린 인프라 구축을 통해 도시재생에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며, 시민들에게 경의선의 역사적 의의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의선숲길 프로젝트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3단계 구간은 재료, 형태, 질감 등의 디자인 요소를 기존 2단계구간과 동일하게 적용하여, 도로와 복합 역사로 분절된 각각의 공간을 체험하더라도 연속적이고 통일감 있는 장소로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설계 대상지는1, 2단계 구간에 비해, 옛 철길이 운행될 당시의 지형과 주변 건물이 상당 부분 남아있어 경의선 특유의 정취가 배어있다. 주변이 이미 개발되었거나 주변의 개발속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2단계 구간과 달리, 3단계 구간은 철도 부지의 분위기가 살아있고 앞으로도 그러한 공간감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설계에 있어서도 장소성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요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경의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도록 했다. 또한 각 구간의 동시대적 장소성을 반영하여, 경의선이라는 공통의 디자인 언어 외에 각 지역의 개성을 담아낼 수 있도록 했다. 와우교 구간 경의선숲길 와우교 구간은 홍대 인디 음악의 발원지인 ‘땡땡거리’가 위치하고 있는 구간이다. 땡땡거리는 경의선 철길이 와우교 아래로 지나던 시절, 기차가 지나갈때마다 ‘땡땡’ 소리가 나던 철도 건널목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예전의 지형과 철길 주변의 노후 주택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기찻길의 향수를 여전히 느낄 수 있다. 땡땡거리 주변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생활하면서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참고하여 와우교 구간은 땡땡거리 주변으로 남아있는 옛 철길의 감성 위에 홍대의 문화·예술이 결합된 공원으로 설계했다. 철길의 패턴을 응용하여 대상지 전 구간에 통일성 있게 적용했고, 지역 커뮤니티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여유 공간을 곳곳에 확보했다. 기본 및 실시설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대표 안계동) 시공 한일개발, 우보건설(현장소장 문준연) 감리 (주)유신(감리단장 윤상렬) 발주 서울특별시 길이 와우교 구간: 370m 신수동 구간: 420m 원효로 구간: 360m 면적 와우교 구간: 8,650m2 신수동 구간: 8,800m2 원효로 구간: 7,900m2 완공 2016. 7. 안계동은 서울시립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서인환경, 두산개발을 거쳐 동심원조경을 설립했다. 평화의공원, 서울숲, 난지한강공원처럼 굵직한 작품부터 사도감어린이공원, 율수원처럼 소규모 작품까지 다양한 층위의 프로젝트를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임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동심원조경에서 일하고 있다. 2012년 여름부터 경의선숲길 프로젝트를 담당했으며, 경의선숲길지기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 파빌리온의 도시적 역할
    지난해 12월 파빌리온을 주제로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대안적인 건축 활동을 모색하는 학자, 건축가, 큐레이터가 모인 연구 모임인 파레르곤parergon 포럼이 기획한 『파빌리온, 도시에 감정을 채우다』 (송하엽, 최춘웅, 김영민, 소현수, 정다영, 조수진, 함성호, 조현정, 이수연, 김희정, 최장원 지음)가 그것. 도시의 결핍을 채우고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작고 약한 장소, 파빌리온의 가능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하기 위해 건축, 미술, 조경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이 책이 탄생했다. 디자인 전문 출판사인 홍시커뮤니케이션의 조용범 편집자는, 파빌리온은 단순히 건물이나 구조물이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문화 콘텐츠라고 보았다며 이 책의 출간 배경을 전했다. 책의 출판은 그 안에 담긴 주제의 사회적 중요성을 반영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여전히 우리 도시 곳곳에서는 파빌리온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러한 현상과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지난 7월 11일,홍시 사옥에 몇몇 저자들이 다시 모였다. 책 기획 단계의 고민부터 파빌리온에 대한 서로의 생각, 최근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여러 파빌리온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갔다. 그날의 흥미로운 대화를 지상誌上으로 중계한다. 왜 지금 파빌리온인가? 김영민: 오늘 좌담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이 책을 왜 썼을까’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오늘날 파빌리온이 사회에서 보편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저자들의 주관적인 관심일 뿐인가? 서펜타인 파빌리온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등 오늘날 건축계나 조경계, 문화계에서 보여주는 파빌리온에 대한 관심은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을 기획했던 분들이 그 배경을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송하엽: 국내에서도 광주폴리나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DDP의 꿈주머니, 그리고 대학생건축과연합회UAUS의 전시 등 일련의 파빌리온 작업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최근 젊은 건축가들이 작은 규모의 작업을 도시에서 많이 진행한다. 대중 역시 예전처럼 큰 건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시점에 파빌리온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크게 보면 영역의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조각과 건축, 건축과 인프라스트럭처, 인프라스트럭처와 조경 등 파빌리온은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그래서 쉽게 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된 것 같다. 정다영: 파빌리온이라는 현상이나 결과물은 있는데 이것을 작동하게 하는 역사적인 배경은 부각되지 않았다. 과거와의 연결점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파빌리온을 현대적인 문화 콘텐츠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것에 기원이 있고 역사적인 흐름이 있다는 것을 지금 시점에서 한 번쯤 되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파빌리온이 단순히 서양의 문화가 아니라 정자,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우리 문화와도 연결될 수 있음을 이 책에서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었다. 김영민: 최근 파빌리온을 매체로 한 문화 행사나 관련 이슈를 자주 접하게 된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이나 MoMA PS1처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과연 파빌리온이 핫이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까? 사실 파빌리온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고, 엑스포도 어떻게 보면 파빌리온의 집합체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 건축, 문화 예술계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 파빌리온은 어떠한 의미일까? 최춘웅: 사실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때도 파빌리온이 핫한 이슈인지는 잘 모르겠더라. (웃음) 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수록 파빌리온이 주목받는 것 같기는 하다. 한동안 파빌리온에 대한 관심이 뜸했는데 다시 핫해질 것 같다. 정다영: 2012년 김찬중 건축가와 ‘아트폴리 큐브릭’ 전시를 진행했다. 그때만 해도 파빌리온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과연 일반인들이 잘 이해할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의문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여름 파빌 리온은 언제쯤 설치하냐’는 문의도 들어온다. 파빌리온이 핫한 이슈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분석해야 할 대상의 반열에는 올랐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파빌리온인가? 김영민: 책을 기획할 당시 대상을 무엇으로 부를 것인지 논의를 했었다. 폴리인지, 파빌리온인지, 아니면 가건물인지 등. 이 책의 여러저자들 역시 각자 생각하는 파빌리온의 정체가 다른 것 같다. 초기에는 파빌리온의 주요 키워드를 가변성이나 임시성으로 잡았다. 그런데 막상 책 속에 등장하는 파빌리온의 예시 중 상당수가 가변적이거나 일시적이지 않다. 18세기 영국의 풍경화식 정원의 파빌리온, 라빌레트 공원의 폴리, 한국의 정자는 임시 건축물이 아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1도 결국 영구적 건축물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떠한속성이 파빌리온을 규정하는 것일까? 최춘웅: 그 모든 것들이 동일하게 규정된다기보다, 조경 설치물, 공공 미술 작품 등이 어떠한 속성을 공유하기는 하는데 우선 파빌리온을 맨 앞에 내세우자고 했던 것 같다. 송하엽: 사실 폴리와 파빌리온의 차이가 모호하다. 최춘웅: 파빌리온이 의례나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설정되어 있는, 역사적으로는 천막에서 유래된 일시성이 강한 구조물이라면, 폴리는 말 그대로 아무런 실제적 목적이 없는 놀이를 위한 조경 시설물에 가까운 것 같다. 김영민: 폴리가 가변성이 조금 더 크다고 보지만, 가변적이지 않은 정자는 오히려 폴리의 개념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파빌리온과 폴리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쓰지는 않는다. 송하엽: 이 책에서는 가건물인 판자촌과 모델하우스까지 다루고 있으니 파빌리온의 범주를 상당히 넓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누정이 일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서양사나 동양사의 관점에서 파빌리온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려고 했는데, 목차의 흐름을 잡기가 어려웠다. 용어terminology를 유형화하기가 쉽지 않더라. 김영민: 파빌리온을 구체적인 물리적 대상으로 정의내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리적인 실체라기보다는 관계, 상대적인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예를 들면, 역사서에 등장하는 파빌리온이 일시적이진 않지만 영구적인 건물에 비해서는 일시적이다. 파빌리온이란 애매한 개념인 것 같다. 최춘웅: 과연 파빌리온의 개념이 애매한지 모르겠다. 파빌리온은 건축물이 아니라 가설건축물이나 조경설치물의 영역에 있다. 법적으로도 지을 때 받는 허가가 건축과 다르다. 김영민: 조경 분야에서도 정자는 벤치와 같은 시설물로 분류된다. 최춘웅: 그러다보니 더 자유롭기도 하다. 김영민: 18세기 영국 정원의 파빌리온은 무대 장치라는 개념이다. 파고다나 그로토 같은 것을 풍경 안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종의 디바이스로 보는 것이다. 최춘웅: 그런 경우는 폴리가 아닐까. 한국 정원의 정자를 파빌리온이라고 번역하기 시작하면서 영국 정원의 파빌리온과 혼동되기 시작한 것 같다. 김영민: 고려시대 이규보의 ‘사륜정기四輪亭記’라는 글에 보면 바퀴달린 정자가 나온다. 좋은 경치를 찾아다니는 이동하는 정자다. 최춘웅: 이 책의 출발선에서 생각했던 파빌리온과 가장 비슷한 개념 같다. 정다영: 파빌리온을 이야기하다보면 매개, 경계, 확장이라는 개념과 계속 맞물린다. 사실 이 책을 내기 위해 다양한 필자가 모여 논의를 했다기보다, 오히려 다양한 필자들을 통해서만 파빌리온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MAXXI의 피포 초라 선임 큐레이터가 미술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건축이 미술관 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계기가 파빌리온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파빌리온이나 폴리는 정의되는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연결시켜주고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미디어 같다. 그 미디어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봐야 할 것 같다.최근 많은 제도권 내 미술관이 그런 식으로 건축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계에서 파빌리온을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는 대공간을 만들어내는 미술관 건축 자체의 역사와도 관련되고, 자본의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거대한 스케일을 조율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이 갖춰지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춘웅: 스펙터클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논의는 사실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아직 그러한 시대가 끝났다고 보긴 어렵지 않은가. 버블이 십년 주기를 가지듯이 파빌리온 작업도 경기를 타는 것 같다. 정다영: 어쨌든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경우는 미술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내 생각에 건축가는 실내 공간에서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것 보다 야외에서 제대로 된 파빌리온을 짓는 것이 훨씬 더 직능의 장점을 표출한다. 그런 작업들이 제대로 된 조건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게 미술관의 역할인 것 같다. 송하엽: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은 마치 파빌리온을 위해서 지어진 마당처럼 보인다. 정다영: 서울관 마당에 박석이 깔려 있는데 이것이 재미있다. 미술관 자체가 역사적인 사이트에 자리 잡고 있고, 근처에는 경복궁과 청와대도 있다. 그리고 바닥에는 정교한, 소위 의례적인 그리드가 배경처럼 깔려 있다. 그런데 그것을 매년 여름마다 뒤집고 있는 것이다.심지어 내년쯤에는 그리드가 있는 지반을 일종의 랜드스케이프처럼 활용하는 작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눴다.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송하엽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최춘웅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김정은, 김모아
  • 모바일 큐브 서울혁신파크를 누비는 이동형 파빌리온
    도시계획 서울시는 하나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은평구 녹번동의 구 질병관리본부 부지에 새로운 사회적 가치 창출과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할 ‘서울혁신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조성 과정에서 다양한 혁신 기업과 단체를 집적·육성해 창업을 활성화하고자 했다.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부가 가치와 일자리 창출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동시에 서울 서북권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점 시설을 도입하는 것이 계획의 주요 골자였다. 초기의 서울혁신파크 조성 계획1은 신도시 개발에 필적할 만했고, 이는 과거의 개발 계획2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는 2013년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지금도 진행 중인 ‘서울혁신파크 조성 기본계획’이다. 당시의 여건을 고려해 무리한 개발은 피했지만, 여전히 사람보다는 부동산 개발이 중심이 된 도시계획이었다. 개발이 아닌 재생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서울혁신파크 야외공간 활성화사업’의 총괄 지휘자로 박찬국(아트디렉터)이 선정됐고, 사람과 사람의 삶을 연결해 생성되는 활동을 기반으로 지역을 바꾸어가도록 계획의 방향을 잡았다. 기존의 주변 환경을 유지하되 버려진 공간을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촉발할 수 있는 행위를 담을 수 있는 장소로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테니스장에는 누구나 쉽게 어울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전봇대 집이 기획되었고, 그 주변에는 간단하지만 획기적인 삶을 시도할 수 있는 1인 주거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 이동형 파빌리온, 즉 모바일 큐브들은 혁신파크의 곳곳을 누비며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이를 빠르게 조성할 수 있도록 린스 타트업lean startup—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 반응을 살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을 기획하기도 했다. 사람의 연결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디자이너는 일을 마무리한 후 다른 이에게 사용권을 넘기고 나와 외부인이 되어버린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작가들은 자신이 맡은 파빌리온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혁신파크 야외공간 활성화사업에 참여했다. 파빌리온을 디자인하기에 앞서, 활성화사업 진행자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같은 워크숍, 포럼 등 사람에게 열려있는 프로세스가 프로젝트의 기본 틀을 이뤘으며, 이는 창의적인 파빌리온디자인 발상에도 도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혁신파크에 입주해있던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일자리허브, 서울크리에이티브,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비롯한 여러 입주 기업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미래 운영 방향을 끊임없이 고려했다. 모바일 큐브 파빌리온은 임시적이라기보다는 부속적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가볍고 즐거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구조물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 주목하여 모바일 큐브의 목표를 자립으로 설정했다. 도시의 에너지 그리드로부터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형태를 제안했다. 서울혁신파크에는 총 27개의 파빌리온이 조성되었다. 파빌리온의 디자인에는 건축, 조경,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가 참여했는데, 그 중 6개의 이동형 파빌리온을 소개한다. 서울시립대학교의 김영민 교수는 ‘차도농 라운지(차가운 도시 농부 라운지)’를 기획했다. 도시 농업을 사랑하는 이 시대의 차가운 도시 농부를 위한 트렌디한 공간이다. 필요에 따라 전면부를 개방할 수 있어 공간 안팎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라운지의 거울 천장과 장난감 디스펜서dispenser 사이에는 조명이 설치되었다. 이 공간은 희귀한 종자를 모아서 나눠주고,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잉여 종자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도시 농업의 기본이 되는 씨앗을 통해 주민이 소통하는 공간 조성을 시도한 파빌리온이다. 매니페스토Manifesto Architecture의 디자이너 박여진과 손진원은 냉장 시설 없이도 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한 사계절 글램핑 부엌 ‘모바일 키친 스테이션’을 기획했다. 먹는다는 것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필수 불가결한 행위이기도 하다. 어디든위치할 수 있는 모바일 키친의 특성을 살려 먹는 행위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꾀했다. 이 파빌리온은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식사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함께 먹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가구와 생활 시설물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기성 가구의 부품을 이용해 제작됐는데, 이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여건에 맞게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단순한 큐브 형태의 외관을 살리는 동시에, 지붕의 중앙을 V 형태로 내려 경사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이는 미관상의 이유로 태양광 패널 설치를 기피하는 건축의 훌륭한 대안이 된다. 안지용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과 서울에서 매니페스토 건축사사무소(Manifesto Architecture)와 매니페스토 디자인 랩(Manifesto Design Lab)을 운영하고 있다. 숟가락에서 도시까지, 그 사이에 담긴 제품, 가구, 공간, 건축, 서비스 등의 다양한 융합 디자인으로 보다 좋은 세상을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뉴욕과 덴버, 샬럿, 홍콩, 서울, 성남, 세종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안지용[email protected] / 서울혁신파크 파빌리온 커미셔너, 매니페스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