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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도시 어진동 주상복합 설계공모 당선작 선정 한신공영, 우미건설, 중봉건설 당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는 세종시 어진동(행복도시 1-5생활권) 주상복합 용지 세 개 단지 1,742세대의 설계공모 당선작을 지난 2016년 11월 6일 발표했다. 당선작은 H5 블록(646세대) 한신공영(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바탕건축사사무소), H6 블록(468세대) 우미건설(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H9 블록(628세대) 중봉건설(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다. 이번 설계공모 대상지인 세종시 어진동 주상복합 부지는 정부세종청사와 방축천, 제천 인근에 위치해 도시 중심부의 핵심 경관을 형성하게 된다. 행복청과 LH에서는 이러한 입지적 중요성을 고려해 곡선 형태 등의 외관 디자인 지침과 친환경적 주거 환경, 상업 시설과 의 조화 등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행복청은 이번 설계공모 당선작이 콘크리트 입면 대신 건물 전체에 커튼월을 사용하고, 옥상에 유리 온실을 설치해 사계절 내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녹화 시설을 설치하는 등 기존 행복도시에서 공급되었던 주상복합과 차별화되는 외관 설계를 보여주고 있어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46호(2017년 2월호)수록본 일부
  • 조경이 기술과 소통하는 법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멜버른+서울 워크숍’
    완전히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두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들은 손짓과 몸짓을 동원해 부단히 말을 건네고, 또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두 사람은 아주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고 함께가 아니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디자인과 기술이다. 지구 최고 기온 경신이 언젠가부터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고, 도시는 기후 변화로 인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나날이 뜨거워지는 우리 도시를 식히기 위한 혁신이 절실한 지금, 디자인과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다. 지난 1월 11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는 기술 기반 디자인 전략(Computational Design Strategies for a Warming Climate)’이라는 주제로 심각한 기후 변화에 조경과 기술, 공학 분야가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 이번 ‘멜버른+서울 워크숍’은 질리언 월리스 교수(Jillian Walliss, 멜버른 대학교)와 하이케 라만 박사(Heike Rahmann, RMIT 대학교 강사)가 호주 정부와 호주-한국 재단(Australia-Korea Foundation)에 설계사무소 오피스박김과의 공동 워크숍을 제안해 지원받았으며, 이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이유미 교수, 송영근 교수가 참여하고 BK21 플러스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의 지원이 더해져 개최되었다. 이번 워크숍은 라만 박사와 웬디 월스(Wendy Walls, 멜버른 대학교 박사과정), 월리스 교수가 각각 필드(field), 데이터(data), 실천(practice)의 세 가지 주제로 이유미 교수와 송영근 교수, 김정윤 소장(오피스박김)과 번갈아 발표를 진행하고 각 주제에 관해 자유롭게 토론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46호(2017년 2월호)수록본 일부
    • 박소영 인턴 기자[email protected] / 서울대학교 조경ㆍ지역시스템공학부
  • LID 설계의 최전선 제상우,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부사장
    물은 조경의 주요 테마이자 재료다. 동시에 설계자에게 늘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수공간, 혹은 친환경 설계를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곳보다는 숨어있는 부분에 많은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빗물관리다. 외부 공간에는 빗물정원이나 식생수로, 옥상정원 등으로 드러나지만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수리ㆍ수문학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빗물관리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도시개발 전의 자연 상태와 유사하게 빗물이 땅으로 침투, 여과, 저류하도록 하는 기법인 저영향개발LID(Low Impact Development) 기준을 개발하는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당선작이 발표된 어진동 주상복합과 해밀리 공동주택 설계공모에서는 설계지침에 LID 기법을 도입할 것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 두 설계공모에 참여한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의 제상우 부사장을 만나 LID 기법이 실제 설계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들어 보았다.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는 조경에 토대를 두고 드물게 LID에 특화된 친환경 설계와 자재를 연구 개발하는 회사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설계의 방향뿐만 아니라 재료, 설비도 바뀌는 것이 미래의 트렌드라고 생각해 설립된 회사다. 아직 학계나 업계에서도 LID의 구체적인 기준에 대한 컨센서스가 명확하게 형성되지 않았으므로 연구 개발에도 힘을 쏟고자 한다.” 친환경 자재 회사로 출발한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는 흙포장재, 연못 수질정화시스템, 빗물관리시스템 제품을 주로 다뤘으나 최근에는 옥상 녹화로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보도와 여러 시설물이 들어가는 지상에 비해, 100% 불투수층인 옥상을 녹화하는 것이 빗물관리에 상당히 효과적이다. 우리는 일상적인 빗물관리뿐만 아니라 재해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46호(2017년 2월호)수록본 일부
  • 『건축가의 정원, 정원사의 건축』 펴낸 행복한 정원사 이성현, 푸르네 대표
    여기 자신을 ‘행복한 정원사’라고 소개하는 이가 있다. 한 회사의 대표이지만, 그는 늘 대표가 아닌 ‘정원사’로 불러 달라고 청한다. 그것도 아주 정중하게. 그의 논리는 명쾌하다. 대표는 회사의 경영자라는 직위를 나타낼 뿐, 자신이 하는 일과는 무관한 호칭이기 때문이다. 또 함께 일하는 정원사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꿈꾸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그의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정원이 생활을 디자인한다’는 인상적인 문구와 함께 정원사들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눈에 들어온다. ‘행복한 정원사’를 시작으로 ‘개념 있는 정원사’, ‘바람난 정원사’, ‘꿈꾸는 정원사’, ‘즐거운 정원사’에 대한 재치 있는 설명이 이어진다. 가장 궁금했던 ‘바람난 정원사’는 정원과 무관한 인생을 살다가 정원과 제대로 바람난 정원사였다. 그렇게 행복한 정원사를 꿈꾸고 실천하고 있는 그와 함께 펴낸 책이 벌써 네 권째다. 2000년대에 펴낸 두 권의 책이 사례와 정보 위주의 실용서였다면, 이후 출간한 책들은 에세이 성격으로 내용과 결이 대폭 바뀌었다. 2012년에 펴낸 『정원사용설명서』의 부제는 ‘몸과 마음의 온도를 높여주는 초록 정원 이야기’였다. ...(중략)... *환경과조경346호(2017년 2월호)수록본 일부
  • 조경 문화 발전소를 향해 2017 『환경과조경』 편집위원 회의
    2017년 『환경과조경』은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콘텐츠가 분리되거나 묶이며 섹션명이 변경됐고, 면주의 위치가 하단으로 내려오는 등 디자인도 일부분 바뀌었다.그리고 판권 페이지의 ‘편집위원’란에는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환경과조경』의 편집 방향과 콘텐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제13기 편집위원이다. 지난3년간 제12기 편집위원으로 많은 조언을 주신 박승진소장(디자인 스튜디오 loci)이 2년 더 활동해주실 것을 약속했고, 강연주 소장(우리엔디자인펌), 민성훈 교수(수원대학교도시부동산개발학과), 이호영 소장(HLD), 정귀원 대표(제대로lab.), 최이규 교수(계명대학교 도시학부)가 새롭게 위촉됐다. 지난 1월 18일, 새로운 편집위원들을 『환경과조경』 편집실로 초대했다. 2017년 첫 번째 편집위원 회의다. 중앙 테이블에서 『환경과조경』의 기획 방향, 디자인 등을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이미지 크기가 커지고 텍스트 분량이 줄어들어 가독성이 높아졌다는 평이 있었고, 콘텐츠의 구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 조정된다면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또한 마우스 클릭 한번이면 세계각국의 설계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종이 매체의 특성을 살려 시공 방법이나 디자인 노하우 등 좀 더 디테일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도시설계와 도시재생, 책과 영화, 전시에 이르기까지 『환경과조경』이 다루고 있는 폭넓은 콘텐츠에서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잡지로 성장할 가능성을 발견한 이도 있었다. 다만 잡지의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분명한 중심점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2017년 다룰만한 특집 주제와 연재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올해도 『환경과조경』은 여전히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꾸고 있다. 편집위원 회의를 비롯하여 편집팀 회의 등에 참여하다 보면, 문득 이런 노력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올해는오피니언 란에 좀 더 많은 독자들의 의견이 답지하기를 기대해본다.
  • [편집자의 서재] 교코
    2016년이 끝나기 전, 급한 마음으로 책 몇 권을 구매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문학잡지 두 종의 정기 구독도 신청했다. 연말 준비로 가벼워진 지갑을 걱정하면서도 십만 원에 가까운 돈을 기꺼이 지불한 건 순전히 이 꼭지, ‘편집자의 서재’ 때문이었다. 격 달로 돌아오는 ‘편집자의 서재’는 나에게 기사 쓰기와는 또 다른 부담을 주는 코너다. 오롯이 책에 대한 감상만으로 잡지 한 페이지를 빼곡하게 채워야 한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렵고 또 괴로운 일이었다. 2016년 11월, 입사 일 년을 맞이한 나는 불안해졌다. 고작 여섯 권의 책을 소개했을 뿐인데 서재가 바닥난 것이다. 허겁지겁 인터넷을 뒤져 채운 도서 구매 목록은 일종의 보험이자 새해의 다짐 같은 것이었다. 새로운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을 그럴듯하게 써보겠다는 계획. 한동안은 곳간에 곡식을 가득 채워 넣어 겨울 날 준비를 마친 농부처럼 든든했다. 야심 찬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첫 번째 책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워서, 다음 책은 게으름 때문에 다 읽지 못했다(주말에 TV에서 끊임없이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과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공연은 또 어찌나 재미있는지). ‘오랫동안 묵혀두어 종갓집 씨간장처럼 발효된 첫사랑 카드’도 없는 나는 대신 오래된 기억을 쥐어짜 고등학교 시절 읽은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무라카미 류의 『교코』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욕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배우고 싶은 것도, 관심거리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아 장래 희망을 적는 란을 앞에 두면 한참을 고민하곤 했다. 당시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반납해주며 바코드를 찍는 일이 멋져 보여 도서부에 들었고, 일주일에 이삼일 정도 봉사활동을 하러 점심시간 도서관을 찾았다. 기대와는 달리 도서관을 찾는 학생 수는 극히 적었다. 따분함에 도서관 이곳저곳을 서성이다 우연히 일본 문학 소설 코너에서 『교코』를 만나게 됐다. 욕심에 비해 특출한 재능이 없던 내게 교코는 단박에 선망의 대상이 됐다.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수수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가진 교코. 일본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그는 때때로 긴 팔다리를 이용해 “럼을 마시는 것도 잊어버리고 타는 목마름과 함께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에 빠트리는 춤을 추는 댄서가 된다. 항상 차분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그에게도 뜨거움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룸바와 차차차, 맘보. 수준급 댄서도 한두 번만에 따라하기 힘든 춤을 교코에게 가르친 건 일본에 GI(Government Issued)로 파병됐던 호세 코르테스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여덟 살 교코에게 춤은 단순히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됐다. “난 줄곧 혼자라고, 혼자라고만 생각하면서 자랐어. 호세와 춤을 춘 것은 단지 다섯 달 뿐이야. 혹시, 나를 잊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호세는 나를 도와주고 구원해 주었어, 그냥 춤을 가르쳐주었을 뿐이니까 나의 이런 말이 좀 과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가 르쳐주었으니까, 그렇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것을 가르쳐주었으니까.” 장장 다섯 페이지에 걸쳐 묘사되는 교코의 춤사위를 보고 있으면, 호세가 떠난 뒤에도 철조망 앞에서 혹은 빈 공터에서 호세가 가르쳐 준 스텝을 연습하는 교코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교코는 호세를 만나기 위해 겁도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호세를 찾아다니고, 호세를 만나고, 호세가 에이즈에 걸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럼에도 호세를 피자를 팔던 빨간 밴에 태워 그의 고향으로 데려다주는 여정이 교코를 만난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영화로 치면 일종의 로드무비다. 갈대를 흩트리는 바람처럼 교코는 짧은 만남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잔뜩 헤집어 놓는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리고, 편견에 싸여 있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호세가 교코에게 “다가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처럼” 심어준 춤은 교코를 통해 사람들에게 번져 나간다. 나도 마찬가지다. 유치하지만 아직도 종종 나에게도 언젠가 교코의 춤처럼 나를 뜨겁게 만들어줄 무언가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꾼다. 입사한 지 일 년여가 흘렀다. 편집실 한 편에 놓인, 내 이름 석 자가 적힌 잡지 14권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고, 두 달 뒤 찾아올 ‘편집자의 서재’ 꼭지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미래는 지금, 이미 벌써 당신의 손에 있다 … 나는 여태 어딘가로 향하는 길 위에 있었다 … 옛날에는 그것이 피로하고 초조했지만 이제 괜찮다. 길 위에 있을 때만 미래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라는 교코의 말을 떠올리며 한 가지를 약속하려 한다. 4월호 ‘편집자의 서재’는 내 게으름으로 포기해 버린 책,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다. *환경과조경346호(2017년 2월호)수록본 일부
  • [CODA] 특집을 기획하는 법
    L이 보낸 이메일은 냉소적이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한 보여주기식 행사가 탐탁하지 않으며, 정책을 요구하려면 장기적으로 많은 인재가 필요하며 다수의 목소리가합쳐져 함께 외쳐야 할 텐데, 그동안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뒷받침을 하지못한 채 주택 건설 시장에 묻어 파이를 키우다가, 이제 와서 반성 없이 위기론을논하고 열정을 요구하는 기성세대를 납득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호 특집을위해 진행한 설문, ‘당신이 원하는 차기 정부의 조경 정책은 무엇입니까?’에 대한답변에 덧붙인 이야기였다. 넘겨짚었다고, 그런 의도의 기획이 아니라고 해명하고싶었지만 젊은 실무자가 느끼는 분노와 불신, 오랜 좌절감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이 글이 그에게 보내는 변명은 아니다. 다만 그 일갈의 여운이 오래 남았다고, 이제 기성세대에 편입했다고 느끼는 나 역시 내 자리에서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한다고 말하고 싶다. 디자인 분야 매체에서 일해 오면서 요즘처럼 정치의 변화가 나의 일과 가깝다고느낀 적이 없다. 지난 해 『환경과조경』 편집부는 2017년을 준비하면서 올해는 선거가 있는 해이니 특집 리스트에 대통령 후보들의 도시·조경 관련 공약을 검토하는 기획을 올려두고 있었다. 12월 초, 매주 토요일 열리는 촛불집회의 열기가 점점뜨거워지고 누구나 대선 일정이 빨라질 것이란 예측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오며 가며 일명 대선 특집 기획의 시점을 당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을 수동적으로 살펴보는 기획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조경계의 의견을 수렴한 정책을 만들어 후보에게 전달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던졌다. 오! 모두들 멋진 생각이라며 박수를 쳤다. 조경 분야는늘 국가 정책에서 소외되었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좀 더 전략적이고 주도적인 접근 방식이라 살짝 흥분도 됐다. 마침 그 즈음 열린 올해의 조경인 시상식에서 정책분야 수상자인 이재준 교수가 조경 정책에 관한 좌담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5년여 동안 수원시 제2부시장으로서 다양한 행정 경험을 쌓은 후 정치에도 도전장을 낸 바 있는 그가 참여한다면 훨씬 실효성 있는 정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든든한 아군을 얻은 느낌이었다. 기획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시점은? 촛불 시국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각 후보들이 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려면 지금 당장! 좌담 제목은 뭘로 하지? 우리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게 좋겠어. 그리하여 ‘차기 정부 조경정책 어젠다’란 거창한 제목이 정해졌다. 토론자로 누굴 모시지? 우린 ‘되면 좋다’는 태도로 논의하기보다는 실천력을 담보하고 싶었다. 조경계의 의견을 수렴하고,또 대표해 실천해 줄 수 있으며, 제도를 만드는 데 경험 있는 분들이 필요했다. 그결과 지난 1월부터 신임 한국조경학회 회장과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직을 맡아18개 단체가 참여하는 범 환경조경단체총연합의 구성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서주환 회장과, 환경조경발전재단의 초석을 놓고 학회장 재임 시 조경 관련 법 제정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임승빈 원장을 모셨다. 특집을 지원 사격해 줄 칼럼은 100만평문화공원운동을 제창했고 그 실현을 위해 국가도시공원법 제정, 100만 명 서명운동에 앞장서 왔던 김승환 동아대학교 명예교수에게 부탁드렸다. 누군가 온라인을 통해 독자 의견도 받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도출하려는 정책이 우리 내부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조경의 책임과 과제를 다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정책을 찾자는 것임을 독자들에게 잘전달하고 싶었다. 그렇게 기획은 진화되어 나갔다. 그리고 1월 초, 활자화할 수 있는 내용 반, 오프 더 레코드 반으로 흐른 좌담이 마무리되었다. 독자들과 토론자들이 제안한 여러 정책 가운데 이미 조경계에서 여러 차례 논의된 것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좌담의 목적은 기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데 있다기보다, 그 가운데 무엇이 국가적 차원에서 대통령이 내걸 수 있는 정책이며, 어떤 언어로 표현되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목표만큼 전략과 전술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렇게 1월을 보내는 와중에도 광장의 촛불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혹자는 이전의광화문광장과 지금의 광장은 다르다고 평한다. 지난 2016년 11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래최대의 인파, ‘광장의 역사’를 새로 쓴 날로 기억된다. 우리는 광장을 뒤덮은 인파를보며 주체적 시민의 힘에 압도되기도 하고, 그 축제적 가능성에 전율하기도 한다. 한국의 도시민에게 광장은 익숙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광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마도 시작은 2002년 6월, 월드컵과 촛불집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물론 1960년 4.19 혁명을 통해,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화 시위를 통해 시민이 주체가 된 광장을 발견했다. 그러나 2002년을 기점으로 우리는 광장에서 집단적 정치 참여가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리고 지금 저마다 광장 문화의 진화를 느끼며 이 변화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한다. 『환경과조경』이 공동 주최하고 있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의 올해 주제가 ‘광장의 재발견’으로 결정된 것은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환경과조경』 편집부역시 ‘광장의 재발견’을 주제로 3월호 특집을 준비 중이다. 혹자는 지금은 광장의설계를 논하기보다 광장 문화를 성찰할 때라고 말한다. 그러나 광장을 정치적 관점으로만 해석할 경우 광장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용도와 층위를 간과할 우려도있다. 가능한 광장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담아 보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그다양한 면면 가운데서 우리 시대 광장의 의미와 쓰임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이번 호부터 아티스트 겸 예술기획자 진나래의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이 연재된다. 그는최근 예술인 블랙리스트 사태에 분개하여 첫 원고의 주제를 급하게 변경했다고 한다. “예술인이 목소리조차빼앗기고 예술이 공터로서의 기능마저 상실하게 된다면, … 우리는 그 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원고의 마지막 문장에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된다.
  • [PRODUCT] (주)이노블록 스톤 페이버 3종 출시 블랜딩, 트래버틴, 팀버 스톤 페이버
    (주)이노블록이 스톤 페이버 3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블랜딩 스톤 페이버, 트래버틴 스톤 페이버, 팀버 스톤 페이버가 그것. 이번에 출시된 세 제품은 천연석이나 목재 질감을 자연스럽게 구현해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가로 경관 연출이 가능하다. 특히 세 제품 모두 독일 바이엘 안료를 사용해 자연석 느낌의 색상을 구현하고, 백화 억제 효과가 뛰어나다. 자연석 질감의 프리미엄 블록, 블랜딩 스톤 페이버 블랜딩 스톤 페이버(Blending Stone Paver)는 기존 데카스톤(Deca Stone) D1 규격 제품과비슷하지만 모따기가 되어있으며 아홉 가지의 다양한 규격의 블록으로 구성된다. 독일 고델만 사(社)와의 기술 제휴로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형태의 디자인 블록이다. 한가지 제품에 세 가지 색상의 조화로 아름다운 자연석 질감을 표현하며, 멀티몰드 시스템으로 다양한 사이즈를 조합해 생산하므로 별도의 패턴 없이 시공이 가능한 것이특징이다. 석회암 질감의 고급 석재 대체 블록, 트래버틴 스톤 페이버 트래버틴 스톤 페이버(Travertin Stone Paver)는 다양한 가로 경관 연출이 가능한 높이80T의 보도용 블록이다. 천연석(석회, 퇴적암) 질감을 구현해 고급 석재의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으며, 세 가지 색상이 블렌딩되어 자연미를 느낄 수 있다. 멀티몰드 시스템으로 패턴 설계 없이 경관 연출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목재 나이테 질감의 데크 대체 블록, 팀버 스톤 페이버 팀버 스톤 페이버(Timber Stone Paver)는 목재의 나이테 질감을 구현한 제품으로 일반정형 블록과 조합하여 다양한 사용이 가능하며 높이 80T의 보도용이다. 세 가지 색상을 블렌딩하여 대리석의 질감을 구현한다.TEL. 031-358-4711 WEB. www.inoblock.co.kr *환경과조경346호(2017년 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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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토리얼] 용산공원, 담론에서 디자인으로
    아드리안 회저, 낯설게 혹은 어색하게 느끼실 이름. 신년호의 교정지를 놓고 편집부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조경가 Adriaan Geuze의 성을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 아드리안 구즈로 계속 쓰는 게 적절한가. 단골 토론 메뉴지만 매번 격론을 부르는 소재다. 『환경과조경』은 모든 외래어와 외국 인명이나 지명을 한글로 표기할 때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다. 세계적 스타 조경가일 뿐만 아니라 용산공원의 설계자라는 이유로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 문제의 인물은 네덜란드 사람이다. 네덜란드어의 한글 표기법을 지켜 g는 ‘ㅎ’으로, eu는 ‘외’로, z는 ‘ㅈ’으로, e는 ‘어’나 ‘에’로 표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드리안 회저 또는 회제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다. ‘조경비평 봄’의 네 번째 책 『용산공원: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출품작 비평』(나무도시, 2013)을 남기준 편집장과 함께 만들 때도 이 문제로 토론을 거듭했다. 남 편집장은 그 사연을 ‘나무도시’ 블로그에 남긴 적이 있는데, 요약하자면 대략 이런 내용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영어식 발음대로 ‘구즈’라고 쓴다. 용산공원 공모의 주최자인 국토부의 보도 자료도 구즈다. 거의 모든 언론 매체도 보도 자료를 준용해 공모 당선자를 구즈로 소개했다. 그런데 구즈의 West 8에서 용산공원 공모전을 전담해 온 최혜영 팀장은 늘 ‘훼즈’라고 표기한 원고를 보내온다. West 8 출신인 오피스박김의 박윤진·김정윤 소장은 항상 ‘허즈’를 고집한다. 아마도 실제 발음은 ‘훼즈’와 ‘허즈’ 사이의 어디쯤에 있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 이 책을 계기로 아드리안 구즈를 아드리안 회저 또는 회제로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마침 ‘회저’로 표기한 동아일보의 사례도 있다.” 그러나 구즈를 회저로 개명시키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통용이라는 미명 하에 영어식 표기를 유지하고 말았다.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다는 편집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차원에서 2017년 신년호 특집 ‘용산공원, 이제 함께 이야기하자’에서는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아드리안 구즈는 지금부터 아드리안 회저다. 그는 지난해 11월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진 아드리안 회저-승효상 특별 대담회와 전시회 후 로테르담으로 돌아가 격정적인 어투의 긴 에세이를 보내왔다. 회저는 아마도 용산공원이 정치 논리에 발 묶여 있다고 보고 이 난맥을 디자인 자체로 돌파하고자 마음먹은 듯하다. 이 글을 당시 전시회에 선보인 용산공원 마스터플랜의 서정적 이미지들과 함께 특집에 싣는다. 설계공모 이후 지난 4년간 이해하기 힘든 여러 정치 논리가 용산공원의 발목을 잡은 게 사실이다. 용산공원 설계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까지 했다. 작년에 여러 지면을 탔던 국토부와 서울시 간의 갈등에도 실은 알맹이가 없다. 지역 이기주의와 정파 논리에 갇힌 정치 담론, 포퓰리즘에 불과한 의사(pseudo)-생태 담론, 시대착오적 민족주의 담론의 프레임에 갇힌 용산공원. 길고 힘든 용산공원의 귀환 과정을 담론의 영역에서 디자인의 차원으로 옮길 과제가 던져졌다. 2016년 신년호에서도 용산공원을 다룬 바 있다.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라는 제목을 단 1년 전 특집이 실종된 용산공원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구상이었다면, 이번 기획은 모처럼 수면 위로 올라온 용산공원에 대한 시민과 사회의 열망을 공원 디자인에 대한 공론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용산공원, 담론에서 디자인으로. 문제는 결국 ‘어떻게’다. 아드리안 회저의 글과 함께 싣는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배성호 과장과 용산공원 시민포럼 조경진 공동대표의 글에 작은 단초가 있다. 배 과장이 강조하는 소통과 공론화가 실천되고 조 교수가 역설하는 시민 참여의 거버넌스가 전제될 때, 용산공원은 비로소 디자인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새해를 여는 이번 345호에는 예고 드린 대로 여러 편의 새 연재가 시작된다. 최이규 교수(계명대학교 도시학부)의 인터뷰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은 기성과 다른 시각에서 실천해 온 지방 도시의 새로운 개척자들을 탐사한다. 재미 조경가 안동혁(JCFO)은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에서 디테일을 통해 디자인 전체를 독해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시골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등을 통해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해 온 정원디자이너 오경아의 ‘정원 탐독’이 홀수 달에 여러분을 초대하며, 켤레를 이룰 성종상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정원 생활’은 짝수 달에 배치된다. 심소미의 ‘큐레이터 뷰’는 이번 호로 13회의 막을 내리고, 다음 달부터는 아티스트 겸 예술기획자 진나래의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이 문을 연다. 『에코스케이프』에 연재되던 주신하 교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부)의 ‘이미지로 만나는 조경’은 이번 달부터 지면을 옮겨 새 제목 ‘이미지 스케이프’를 달고 계속된다. 4년째를 맞는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열세 번째 주자는 『태도』와 『초벌 그림을 그리다』의 저자 이수학 소장(아뜰리에나무)이다. 이번 호부터 전체 구성에 작은 변화가 있음을 쉽게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work & criticism’을 ‘project’와 ‘competition’으로 분리한다. 그렇다고 비평의 비중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feature’ 꼭지의 이름에는 변화가 없다. ‘landscape architect’와 ‘theory & history’는 ‘perspective’라는 새 이름으로 한데 묶는다. ‘view’에는 뉴스 지면을 보강하고 화제의 인물을 다루는 지면도 추가한다. 눈 밝은 독자라면 편집 디자인의 미세한 변경도 감지하실 수 있을 것이다. 송박영신(送朴迎新). 리뉴얼 1기 편집위원회의 활동이 지난 12월호로 마무리됐다. 김세훈, 김영민, 김진오, 박성태, 박승진, 서영애, 2013년 1월호부터 3년간 본지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 애써주신 여섯 분 편집위원께 깊이감사드린다. 2기 편집위원은 다음 호에 소개하기로 한다.
  • [칼럼] 서른다섯 살 『환경과조경』, 젊은 그대에게
    『환경과조경』이 2014년 1월호로 리뉴얼한 후 만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리뉴얼판 첫 호에 칼럼으로 응원했는데, 다시 그 자리에서 이 잡지를 생각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잡지를 통해 만나는 이 잡지 편집진의 한결같은 자세는 반갑고 부럽다. 편집주간의 에디토리얼로 열리는 이 잡지의 숨소리는 지면마다 펼쳐지는 필자와 기자들의 생각과 동선을 함축하고 있어서 늘 생동감 있게 읽힌다. 그리고 매 호 담아내는 국내외 소식과 이슈, 시리얼, 피처 기사 등은 파이팅이 넘친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팀플레이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반갑고 부러운 이유다. 손에 감기는 판형과 지질, 독자의 생각을 전면에 세우고 소통하려는 태도, 짜임새 있는 편집 디자인, 광고 지면을 별도의 콘텐츠로 묶어온 전통, 편집진 전체 구성원이 동참하여 만들어내는 특집 지면, 무엇보다도 건축 전문 잡지들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조경과 도시, 건축 분야를 아우르는 역대급 국내외 공모전을 상세하게 다루는 취재력과 편집술. 이 모든 것은 현재의 『환경과조경』을 만드는 발행인과 편집진에게 보내야 할 찬사에 다름 아니다. 『환경과조경』의 지령은 매호 이 분야 저널리즘의 새 역사로 기록된다. 그만큼 오래 전에 창간된 잡지 발행의 전통이 든든한 배경이 된다. 이는 창간 발행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유다. 더욱이 이 잡지가 조경과 환경, 도시, 건축, 디자인 문화의 시대를 견인해옴에 있어서 발행의 주체, 곧 발행인의 존재감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바, 발행의 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조차 매체를 사고파는 당략적 차원이 아니라 세대교체 차원에서 잡지 발행의 정신이 이어져 끊임없는 투자를 해오고 있음은 그 자체로 대단한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는 현재의 발행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유다. 어제의 신입기자는 어엿한 중견기자 겸 편집자로 성장했으며, 조경학계의 존경받는 학자들과 이 분야 비평가들이 편집실 내외부에 진용을 갖추고 이 잡지가 던지는 시선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음은 예사스럽지 않다. 그러나 이 땅에서 잡지를 발행하는 이들 대부분이 존경받는 위치에 있거나 두 발 쭉 뻗고 사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라는 점에서 작금의 출판과 잡지 시장의 추이는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종이 매체 시장은 위기의 시대 한 가운데 있다. 출판과 잡지 시장 모두 과거와 다른 판매 영업 실적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온 바지만 전문 잡지의 경우 오래된 전통만 가지고는 살벌한 시대를 헤쳐 나아갈 수 없다. 이 분야의 전문 지식이 없는 이들도 이제는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는 눈치다. 지하철 동차 내부의 풍경은 압축적이다. 너나없이 스마트폰에 눈을 뺏긴 사람들. 반면 종이책을 펼쳐들고 있는 사람을 한둘 이상 만나보기가 쉽지 않은시대가 된 지 오래다. 신문이 사라진 자리에 잡지 독자를 만나기란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단행본은 실낱같은 생명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단행본을 읽고 있는 저들 손안의 책 상단에는 예외 없이 ‘◯◯도서관 소장도서’란 직인이 찍혀 있다. 저들을 힐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제 돈 주고 책을 사서 읽는 이들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망과 디지털 기기의 수혜를 받는 초특급 IoT 산업 국가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1인 미디어 시대로의 급속한 전개로 이전까지 종이 매체가 보유해왔던 독자층이 상당 부분 무너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우리 사회가 초고속 인터넷망 이전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는 이 땅에서 출판과 잡지가 누렸던 시장의 뜨거운 반응은 과거지사일 뿐이다. 그런 까닭에 종이 매체들마다 온라인 매체로 선회하며 자구책을 찾는다. 그것이 또한 작금의 대세다. 다만 국내에서는 (국외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성공적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콘텐츠의 무료 이용자가 다수인 까닭이다. 이 같은 상황은 쉬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체를 병행하여 발행한다. 그것이 그나마 잔존해 있는 판매 영업망 내의 독자와 협력사들을 유지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이해되는 바지만, 잡지 발행에 따른 경영의 위태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보장 장치가 될 수는 없다. 『환경과조경』도 넓은 의미에서 작금의 시대적 변동성을 매체 운용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종이 매체로서 잡지의 수익성 저하에 시선을 두기보다 종이 매체―나아가 편집진용―의 역할과 정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의 발굴과 이슈 파이팅은 언제나 환영받는 아이템이다. 독자의 눈높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눈을 뗄 수 없는 잡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편집진의 구성원 저마다가 담당한 특정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전문성이 적당한 무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장(場)이 필요하다. 발행의 주체는 이들의 전문성에서 비롯된 콘텐츠의 강점을 전략 사업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환경과조경』은 유관 분야 그 어떤 매체보다도 가능성이 큰 잡지다. 전진삼은1960년 인천 생이다.월간『공간』편집장 역임 후,월간『건축인POAR』를 창간하여 건축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현재 격월간『와이드AR』을 펴내고 있으며,간향 미디어랩&커뮤니티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건축 언론의 사명에 대해 늘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으며,그 연장선에서‘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저널리즘스쿨’, ‘건축비평상’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 전진삼[email protected] / 『와이드AR』 발행인, 간향저널리즘스쿨 GSJ 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