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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운상가군 재생사업 공공공간 국제지명현상설계공모] 단절을 넘어 연결의 플랫폼으로 우수작
    도시의 연결을 위해 건설된 플랫폼 세운상가는 현재 여러 가지 의미에서 단절의 아이콘이 되었다. 우리는 세운상가가 단절을 넘어 연결의 플랫폼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서울을 잇는 플랫폼 서울시는 세운상가군을 통해 종묘와 최근 개장한 서울로 7017을 잇는 보행자축을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퇴계로에서 남산둘레길까지 이어지는 루트에 남산터널 요금소 위를 통과하는 새로운 보행로를 제시한다. 2. 도시 맥락을 연결하는 플랫폼 동서의 연결: 세운상가는 더 이상 동서를 단절시키는 장벽이 아닌 다양한 레벨에서 동서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남북의 연결: 스페인의 도시 히로나Girona의 온야르Onyar 강의 경우, 보행로가 양쪽 강변에 번갈아 위치한다. 따라서 보행자들은 강 위에 놓인 다리를 통해 양 강변을 오가며 도시의 역동성을 느끼게 된다. 세운상가 역시 양쪽에 동일한 조건의 평행한 보행로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2호(2017년 8월호) 수록본 일부
    • 건축사사무소 OCA / 건축사사무소 OCA
  • [세운상가군 재생사업 공공공간 국제지명현상설계공모] 무제 가작
    공공 녹지를 고가 보도로 연결하는 이 프로젝트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보행 경로를 다양화하는 핵심 전략으로 지면을 보행자에게 돌려주고자 했다. 즉 지면이 연결 통로인 동시에 하나의 장소, 기반 시설, 나아가 광장으로 기능하게 했다. 보행로는 크게 동쪽과 서쪽으로 나뉜다. 동쪽은 녹지 중심의 편안한 보행로인 반면, 서쪽은 도시적이며 상업적 성격의 보행로다. 포레스트 워크Forest Walk, 삼차원 데크Three-dimensional Deck, 선형 광장Linear Square, 에탈라저 패시지Etalage Passage 등 네 개의 보행로는 건물을 리본처럼 휘감아 존재감을 드러낸다. 보행로는 퇴계로에 다다라 삼각 광장Triangular Square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며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지는 공공 공간의 역할을 수행한다.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보행로와 건물 옥상을 연결하고 농구장, 등반용 암벽, 루프톱 바 등을 설치해 독특한 전망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2호(2017년 8월호) 수록본 일부
    • NL Architects / NL Architects
  • [이미지 스케이프] 무한을 체험하다
    강렬한 노란색 바탕에 검정 땡땡이가 칠해진 커다란 호박. 베네세하우스, 지추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등으로 유명한 예술의 섬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호박, 많이들 보셨죠? 저는 그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 지역 특산물을 주제로 한 조형물인가 보다 했었는데, 자료를 좀 더 찾아보니 조금 다른 맥락이 있더군요. 그 호박은 일본 출신의 세계적 작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Kusama Yayoi(1929~)의 작품입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강박증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강박증, 편집증, 불안증 등 각종 정신 질환으로 고생했다고 합니다. 어둠 속에서 공포와 같은 영상이 반복적으로 밀려왔는데요, 끊임없이 나타나는 물체를 모두 벽에서 끄집어내려고 스케치북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에는 유난히 유기적으로 연결된 망net과 점dot으로 구성된 것이 많습니다. 강렬한 색과 원형의 반복적 형태가 인상적인데, 그런 이미지가 작가의 괴로움의 산물이라고 하니 작품들이 또 다르게 보입니다. ...(중략)...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2호(2017년 8월호) 수록본 일부
  • [그들이 설계하는 법] 공동 작업
    나와 자주 일하는 한 건축가는 장소적 맥락과 동떨어진 채 설계가의 자의식이 과하게 드러나는 작업을 매우 싫어한다. 그는 장소의 물리적·비물리적 맥락을 정리해 용도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 디자인에 적합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내가 일하고 있는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의 많은 디자이너는 때론 맥락과 연관성이 적더라도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때론 화려한— 공간 디자인을 선호한다. 건축은 도figure고 조경은 지ground라는 특성상 전자는 그만의 것을 드러낼 때가, 후자는 맥락에 기댄 설계 해법이 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현상은 꽤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처해 있는 이런 이질적 환경은나의 설계하는 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일하고 일관된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깊이 있는 영역을 굳혀 나가는 것과 열린 방식을 바탕으로 더 넓은 영역을 탐구해 나가는 것 중 어느 쪽이 바람직한 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앞에서 언급한 이질성은 나의 방법론을 아직 후자에 머물게 한다. ‘나’의 설계하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오직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상황과 사람들에 의해, 조경만이 아닌 미술, 도시, 건축의 영향으로 그 색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번 글에서는 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그들 속 나의 이야기, 조경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다른 분야와 함께한 공간 디자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다섯 명의 디자이너가 공동 작업했던 ‘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설계공모’의 작업 과정(『환경과조경』 2015년 11월호 참고), 그리고 내 주변 디자이너 두 명의 이야기다. 세종대로 공모전은 상하 위계 없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진행한 작업으로,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어떤 방식으로 작업에 참여했는지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나와 공동 작업한 상반된 스타일의 두 디자이너 이야기는 그들 사이의 중간자와도 같은 내 모습을 보여주기에 적당할 것이다. ...(중략)... 전진현은 스튜디오 MRDO(Studio MRDO)를 공동 설립해 조경뿐 아니라 더욱 확장된 영역에서 디자인을 실험·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 졸업 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GSD 입학 전 신화컨설팅에서 근무했고, 현재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조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보더스: DMZ 지하 대중목욕탕(Borders; Korean DMZ Underground bath house Competition), 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설계 공모, 서울 도시 디자인 공모전 등 다수의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www.studiomrdo.com * 환경과조경 352호(2017년 8월호) 수록본 일부
  •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형태와 기능의 통합 1
    미국의 건축가로 시카고학파, 모더니즘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은 건축의 형태가 목적하는 기능에서 비롯되어야 함, 즉 “형태는 항상 기능을 따른다Form (ever) follows function”고 주장했다. 동시대의 디자인 실천 중에는 기능과는 무관한 형태 본위의 결과물로 보이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형태가 형성된 배경이나 과정을 살펴보면, 여전히 기능에 의해 결정되었거나, 기능에 맞추어 변형을 주었거나, 또는 기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안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의 헤링본herringbone 패턴 콘크리트 블록 포장을 눈여겨보자. 회색 톤으로 색상을 제한해 정돈된 도회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악센트 블록의 명도와 노출 골재의 밀도를 조절해 미묘하게 변화를 주었다. 중앙에 점선처럼 나열된 짙은 색 블록을 기준으로 좌우 블록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 왼쪽의 콘크리트 블록은 약 15 × 60cm 크기고, 오른쪽 것은 그 1/4인 7.5 × 30cm 크기다. 양편에 배치된 블록의 크기 차이를 중재하기 위해, 경계를 따라 나열한 짙은 색의 블록 외에도 7.5 × 15cm 크기로 작게 재단된 블록을 추가했다. 이와 같이 다른 크기의 포장 블록을 제안했던 배경을 살펴보자.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는 호숫가를 따라 이어진 수변 산책로를 필요한 프로그램에 따라 크게 세 개의 열로 구획했다. 가장 안쪽의 테라스The Terraces에는 인접한 건물과 연계해 레스토랑의 야외 좌석, 나무 그늘, 소규모 행사를 열 수 있는 장과 무대 등을, 호수와 인접한 경계The Lake Edge를 따라서는 앉아서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벤치와 플랜터, 작은 키오스크 등을, 그리고 중앙의 약 6m 폭의 길The Promenade은 수직적인 요소를 배제한 통행로를 제안했다. 동일한 헤링본 패턴의 포장을 적용하면서도 테라스와 호숫가에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콘크리트 블록을, 중앙의 통행로에는 작고 촘촘한 밀도의 블록을 배치했다. 이는 시지각적인 경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람이 많이 몰리거나 유지 보수를 위한 차량의 통행할 때에도 블록이 쉽게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디자인이었다. 초기 디자인보다 높은 강도의 포장을 위해 원 제안의 평행사변형 꼴 콘크리트 블록은 직사각형으로 조정되었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변화하는 형태의 포장 아이디어는 그대로 실현되었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2호(2017년 8월호) 수록본 일부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양기대 광명시장 광명동굴의 신화
    2016년 연간 유료 관광객 142만 명, 시 수입 85억 원, 400여 개 일자리 창출, 개장 5년여 만에 한국 100대 관광지 선정, 43억 원에 매입한 부지 가치가 2,000억 원으로 상승, 올해 관광객 200만 명 목표. 화려한 성적의 프로젝트, 광명동굴이다. 그러나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상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의 ‘관급’ 도시재생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기특한 사례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수도권에 그만한 위력을 가진 관광지는 여럿 있다. 캐리비안 베이와 용인 한국민속촌이 그렇다. 그럼에도 광명동굴에 ‘기적’이라는 표현을 붙일 수 있다면, 프로나 대기업이 아니고 서울시나 광역시도 아닌 작은 베드타운 위성 도시 광명의 공무원과 지자체가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각종 지원금을 뺀 현재까지의 총 투자액 570억 원, 광명동굴은 이미 손익 분기점을 넘겼다. 입장료 등으로 벌어들인 세수는 올해 초 광명시가 채무 제로를 선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지방 자치는 양날의 칼이다. 포퓰리즘과 재선을 위한 혈세 낭비의 축제, 허황되고 수준 낮은 사업, 단기적 사고의 부양책, 뿌리 깊은 부정부패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 자치에 근본적 회의감이 들게 한다. 잘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실제로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단체장의 역량과 청렴도라 할 수 있다. 소문으로만 듣던 광명동굴에 가 보았다. 외부 공간에서부터 내부 콘텐츠, 시공의 디테일, 운영 상태까지 하나하나 뜯어 살펴보았는데, 웬걸, 상당한 수준이었다. 대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안 하니 못한 지자체 사업이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아니 어쩌면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장소, 이런 희귀한 공적 공간을 만든 브레인이 누구일지 궁금했다. 뜻밖에 그 주인공은 괴짜 예술가나 특이한 사회 사업가가 아니라 광명의 단체장 양기대 시장이었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2호(2017년 8월호) 수록본 일부
  • [명사의 정원 생활] 다산 정약용, 정원에서 길러 낸 맑고 고상한 삶
    다산, 조선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조선 역사상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과학, 의학, 공학에서부터 철학, 경제, 사회, 문학, 그리고 시와 그림까지 넘나들며 500여 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다산이 ‘조선사 최고의 학자이자 개혁적 경세가’가 된 배경에는 걸출한 인물 두 사람과의 인연과 만남이 있다. 다름 아닌 성호 이익과 정조대왕이다. 성호가 다산에게 경세치용과 사회 개혁의 꿈을 꾸게 한 이라면, 정조는 그것을 실현할 수 있게 해 준 장본인이라 할 수 있다. 16세부터 성호의 책을 읽은 다산은 그를 평생 마음의 선생으로 삼고 공부하며 실학 사상을 계승하려 애썼다. 20대의 젊은 다산이 지닌 재능을 간파한 정조는 규장각으로 불러 여러 학자와 교유하며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초계문신抄啓文臣’, 일종의 ‘정조 스쿨’에 선발되어 여러 차례 정조와 대면하며 학문을 논한 것은 다산의 성장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후 다산은 실학을 바탕으로 한 경세치용의 정책 제시와 함께 거중기와 한강 배다리 등의 실용 기술로 정조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결과적으로 다산의 일생은 정조의 통치 시기 전후로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다산의 대표 정원들 일생을 통해 다산이 만들고 즐긴 정원은 여럿이다. 어릴 적부터 고향 능내 인근의 한강변과 수종사 등의 명소를 찾아 자유롭게 노닐며 감수성을 키웠던 다산은 장성하기 전까지 부친을 따라 다니며 전국 각지의 이름난 경승을 즐겼다. 17세에는 아버지가 화순현감으로 근무하던 관아 주변의 정자 차군정此君亭에서 지역 선비들과 함께 섬돌과 잔디로 정돈된 단 위의 노송과 대숲의 바람 소리를 즐기기도 했다. 부친이 임지를 예천으로 옮긴 19세에는 지역의 누각과 정자를 조사하고는 관아 동측에 폐허로 남아있던 정자 반학정伴鶴亭을 발견하여 수리한 후 수목과 초화 가득한 그곳을 자신의 공부방으로 삼았다. 22세에는 남산 회현동 재산루로 이사했는데, 당시 그곳은 남산 북사면의 승지로서 경치가 아름다웠던 곳이었다. ...(중략)... 성종상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이래 줄곧 조경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지금은 대학에서 조경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선유도공원 계획 및 설계, 용산공원 기본구상,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설계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 풍토 속 장소와 풍경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서 조경 공간이 지닌 가능성과 효용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환경과조경352호(2017년 8월호)수록본 일부
  • [시네마 스케이프] 토니 에드만 무한 경쟁 시대를 사는 딸에게
    놀랍고 신선한 이 영화는 무한 경쟁 시대를 사는 딸에게 아버지가 보내는 위로를 농담의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다. “자기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애틋하니 좋아할 거야”라는 동네 친구의 추천에 내심 기대했다. 바쁜 딸을 졸졸 따라 다니며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일삼는 아버지의 행동,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 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도 참을성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난 후에야 영화 속 상황들이 떠올랐다.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며 옷매무새를 고칠 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갈 때, 만약 아버지가 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 우리 딸 잘 살고 있구나, 그러실까? ‘토니 에드만Toni Erdmann’은 독일 영화지만 주요 배경은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Bucharest다. 루마니아라면 코마네치라는 전설의 체조 선수밖에 모르는 터라 영화를 두 번째 볼 때는 생소한 거리나 공원 풍경에 시선이 꽂혔다. 영화 속 대화나 상황은 서유럽이 시장 경제에 뒤쳐진 동유럽 국가들을 어떻게 보는지도 짐작하게 한다. 루마니아는 공산 정권 붕괴와 혁명 이후 2000년대 들어서야 EU에 가입했으며 자금 지원과 외자 유입에 따른 투자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다. 주인공 이네스는 석유 관련 회사의 컨설팅 일로 부카레스트에 와 있다. 개발 도상국의 기업 개혁을 추진하는 선진국에서 온 외부자인 셈이다. 올림머리에 타이트한 검은색 정장과 하이힐을 갖추고 운전기사와 비서의 수행을 받는 모습, 언뜻 보면 성공한 직업인이다. 실상은 고객의 눈치를 보며 기분을 맞춰야 하고 상사에게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불편한 업무도 해내야 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고단한 현대인의 모습이다. 자신의 욕망보다는 사회적 책무를, 자신의 윤리적 판단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헛기침으로 진심을 감춰보지만 스트레스로 자주 미간을 찡그린다. 늘 잠이 부족해 차만 타면 졸기 일쑤다. 이네스는 그런 생활에 대체로 만족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기 전까지는.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보고 나서 기억되는 영화, 볼 때마다 다른 것이 보이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겉으로 드러난 서사보다 그 사이에 숨겨진 맥락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영화를 보는 독자가 있다면, 마치 한 번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기분이 들면 좋겠다. 디테일과 스포일러일지 모르는 클라이맥스 부분을 묘사한 이유다. *환경과조경352호(2017년 8월호)수록본 일부
  •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경험의 다성학
    2016년 학술정보 통합서비스 디비피아DBpia의 사회·과학 분야 최다 검색 키워드로 ‘여성혐오misogyny’가 선정되었다. ‘혐오’라는 번역이 적합한가 그렇지 않은가, 어떤 사례에 여성혐오라는 틀을 씌우는 일에 동의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우선 차치한다 하더라도, 이는 지난 한 해 우리 사회에서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이 얼마나 뜨거운 이슈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성혐오’는 ‘혐오’ 또는 ‘반감’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miso-’와 여성을 뜻하는 ‘-gyny’가 합쳐진 말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우리말 ‘혐오’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그런 의미뿐 아니라, 여성의 성적 대상화, 여성에 대한 부정과 비하, 폭력, 차별, 남성우월주의 등 매우 다양한 양태의 여성에 대한 편견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고대 신화나 설화 등이 여성혐오적 시각을 종종 담는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탈식민주의 학자, 페미니스트 학자가 기존 서양 철학과 사상, 역사가 주로 서양-백인-남성의 시각에서 기술·구성되었음을 지적한 것은 누차 말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생산 관계가 문화, 예술, 종교 등의 상부 구조를 결정한다 말하며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을 외친 마르크스조차 그의 저작에서 젠더적 권력 구조에 무감각한 시각을 드러낸다는 비판을 받는데, ‘보편’, ‘이성’, ‘객관’을 표방하는 학문이 얼마나 많은 차이와 권력 구조를 간과하는지에 대해 무시할 수 있을 것인가. 여성주의에서 입장론Standpoint theory은 이러한 남성 중심의 기존 사회와 학문이 지배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지식이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주변화된 계층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세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여성 학생이나 학자 자체가 흔하지 않던 시절 사회학자 도로시 스미스Dorothy E. Smith는 남성 위주의 아카데미아에서 혼란을 겪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회학에 입장론을 제기하며, 이를 인식론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동물학, 철학, 영문학,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두루 섭렵해 1980년대에 ‘사이보그 선언문’을 쓰기도 한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는 영장류학, 생물학 등 자연 과학, 즉 하드 사이언스hard science 역시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왔음을 밝힌 바 있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환경과조경352호(2017년 8월호)수록본 일부
    • 진나래[email protected] / ‘일시합의기업 ETC’, ‘잠복자들’ 공동대표
  • ‘보이드: 공간의 유희, 경험의 확장’ 전 현대카드 스토리지, 3월 24일부터 7월 16일까지
    버튼을 누르면 공기가 주입되어 부풀어 오르는 비닐 큐브, 하얀 구름을 떠오르게 하는 패브릭 미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때로는 작품 속을 거닐며 ‘공간 인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품게 하는 작품들이 현대카드 스토리지Storage(이하 스토리지)에 전시됐다. 바로 ‘뉴멘/포 유즈Nemen/For Use’의 ‘보이드Void: 공간의 유희, 경험의 확장’ 전(이하 보이드 전)이다. ‘보이드’는 빈 공간을 의미하는 건축 용어로, 전시 관계자는 보이드 전을 통해 “우리의 인지 능력과 지각이 확장되고 나아가 현대 예술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개관한 스토리지는 동시대 미술의 의미 있는 활동을 담는 임시 ‘보관소’이자, 예술적 가능성을 지닌 열린 ‘창고’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건축, 디자인, 필름 등 폭넓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자인 진화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추적: 현대카드 디자인의 기원Traces: The Origins of Hyundai Card Design’ 전, 개성 넘치는 드로잉과 파격적 설치 작업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개인전에 이어 세 번째로 마련된 보이드 전은 ‘뉴멘/포 유즈’의 첫 국내전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스벤 욘케Sven Jonke, 크리스토프 카즐러Christoph Katzler, 니콜라 라델코빅Nikola Radeljkovic 등 세 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된 ‘뉴멘/포 유즈’는 테이프, 실, 끈, 그물 등 일상적 소재를 활용한 장소특정적 작업으로 유명하다. 형식과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덴마크 디자인 센터(2015), 파리 팔레 드 도쿄(2014),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특별전(2014) 등의 유명 전시에 초대되어 활동해 왔다. 공간의 유희, 경험의 확장 주요 작품 세 점과 관련 모형, 영상물이 스토리지 지하 2층과 3층에 설치되었다. ‘스트링 모델 2×2String Model 2×2’는 평소에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지만, 버튼을 눌러 PVC 포일foil 구조물 내부에 공기를 주입하면 정육면체 형태로 부풀어 오른다. 이때 벽체에서 뻗어 나온 푸른 실이 작품을 감싸 구조물을 지탱하며 형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를 공기의 드나듦에 따라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작품의 물성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움직이는 조각’이라 표현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52호(2017년 8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