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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롯데캐슬 더 퍼스트
    안산 롯데캐슬 더 퍼스트는 주거 지역의 중심에 위치하며, 북측으로 선부공원, 동측으로 화랑유원지와 인접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다. 4개 동, 469세 대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산시에 들어서는 최초의 롯데캐슬로 ‘더 퍼스트’라는 상징적 명칭이 붙었다. 이 이름에 걸맞은 단지로 거듭나기 위해 조경 트렌드를 파악하고, 입주민의 입장에 선 설계를 통해 특색 있는 조경 공간을 조성했다. 네 개 주동에 둘러싸인 중앙 광장에 소나무, 석가산, 계류가 어우러진 산수정원을 조성했다. 위요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자 수목 배식에 변화를 주었다. 키가 큰 소나무를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군식해 자연스러운 스카이라인을 연출하고, 둘레에는 낮은 관목을 심었다. 정원 내부에는 현무암 판석을 놓아 산책로를 조성했는데, 이 산책로가 어린이 놀이터까지 이어져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장된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의 거점이 될 티하우스를 배치하고, 산수정원을 좀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수변 데크와 목교를 놓았다. ...(중략)... *환경과조경363호(2018년7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주)우리엔디자인펌 건축 설계 (주)장원종합건축사사무소 시공롯데건설(주) (현장: 장상복 과장/본사: 정재혁 부장, 김승태 사원) 조경 식재/시설물 경원필드(주) 휴게 및 놀이 시설 (주)드림월드 발주 안산군자주공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위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선1로 56 대지 면적 21,061㎡ 조경 면적 9,309㎡ 완공 2018. 5.
  • [이미지 스케이프] 10년의 기록
    “2007년 봄부터 매주 만들어낸 주간 스케줄 표가 어느새 570여 장이나 쌓이게 되었으니, 축적된 시간들을 공간으로 치환하면 10평 정도의 크기를 가지게 되었다.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고, 욕심을 버린다면 방 한 칸의 집을 올릴 수도 있겠다.” 강산도 바뀐다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긴 시간 동안 설계 작업을 꾸준히 기록한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요. 조경가 박승진은 2007년 사무실을 연 이후 꾸준히 주간 스케줄 표를 만들고, 또 작업 과정과 결과를 사진으로 기록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록을 최근 『도큐멘테이션(Documentation)』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고, 내친김에 소박하지만 꽉 찬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을 만날 즈음에는 전시회가 막을 내린 후라는 게 무척 아쉽네요.)전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위치한 ‘하 루.순’이란 아주 매력적인 장소에서 열렸습니다. 전시장 이름치고는 조금 낯설게도 보일 수 있는데, 1일을 뜻하는 ‘하루’와 새싹이란 의미의 ‘순’을 합쳐 만든 이름이라고 합니다. 전시장 이름과 전시 주제가 묘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 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 [그들이 설계하는 법] 분위기, 맥락, 주제
    고민 끝에 연재를 맡은 뒤 이 꼭지의 제목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 이목을 끌 만큼 흥미로운 동시에 그 자체로 토론을 불러일으킬 만한 문구다. ‘그들’과 ‘설계하는 법’으로 나누어 보자. 아마도 ‘그들’은 협의로는 ‘조경 설계가’, 광의로는 우리가 마주 하는 환경과 관련된 유무형의 산물을 디자인하는 ‘조경가’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작 어렵고도 중요한 질문은 그 다음이다. ‘설계하는 법’이란 무엇이고, 과연 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이 앞선다. 아직 짧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하는 법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설계하는 법은 다양하고 원칙이 없다는 점이다. 세상의 수많은 조경가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공간을 설계하고 구현해 나간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그 방법은 대상지에 따라 변화무쌍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설계하는 법’을 어떻게 논의해야 할까? 크게는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할 것 같다. 첫 번째는 여러 조경가로부터 다양한 설계 방법론을 수집하고, 이로부터 동시대의 설계 방법론을 귀납적으로 유추하는 방법 이다. 두 번째 접근 방식은 설계를 이끄는 설계 기저의 것, 즉 설계 관점을 논의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특정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설계 프로세스를 논의하는 방식에 비해 개념적일 수 있지만, 한층 더 본질적인 것 을 다룰 수 있다.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만, 한 조경가의 설계 방법과 이를 관통하는 설계 관점(또는 설계 철학)은 대개 하나로 귀결되기 때문 이다. 나는 표면적인 설계 방법을 예시하기보다는 그 밑바탕을 이루는 설계 관점을 논의함으로써 설계하는 법을 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3회의 연재를 통해 주관적 설계 관점에 대해 밝히고 필요에 따라 프로젝트를 예시할 예정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임을 밝힌다. 다양하고 다른 시각이 가능한 만큼, 생산적인 비평과 풍성한 담론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잠재성의 발견과 실재화 연재의 첫 번째 순서인 만큼 설계 관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설계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설계가는 현실 공간의 조건과 맥락을 바탕으로 각자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그려 나간 다. 이는 잠재적인 상태로 존재하지만, 일이 잘 풀리는 경우(아마도 설계공모에 당선된다거나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에는 설계-시공-감리와 같은 산업적 시스템을 통해 실재 하는 공간으로 드러날 것이다. 만들어진다고 표현하지 않고 ‘드러난다’고 한 것은, 설계가가 이미 현실 속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잠재적인 공간(설계안)의 실마리를 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설계가가 감지한 그 어떤 것이 이미 현실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시원한 그늘이 될 수도, 미묘하게 변화하는 빛일 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웃고 즐기는 모습일 수도 있다. 좋은 설계란 현실 공간 안에서 그와 같은 잠재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재화하는 설계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잠재성을 감지하지 않은 채 책상 위에서 종이 속 새로운 공간을 상상하고 짓는 일은 진정성 있는 설계 행위라고 보기 힘들다. 개념과 실재, 방향성 올해 대학에서 설계 스튜디오 수업을 하면서 설계,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설계하는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이는 설계 행위가 개인의 미적 취향을 따르는 주관적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내가 보기엔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복잡다단한 설계의 사고 과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설계에 갓 입문한 학생에게 그런 사고 과정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비유하자면 설계의 과정은 개념적 요소와 실재적 요소가 표류하는 생각의 바다를 떠돌면서 그들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행위다. 이를 조금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피라미드 다이어그램을 살펴보자.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최재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조경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정원과 조경 설계 실무를 익혔다. 수상 경력으로 제8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상, 제3회 대한민국 신진조경가 대상 설계공모전 대상, 2017 코리아가든쇼 대상 등이 있다. 2017년 한강예술공원 시범사업의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으 며, 같은 해 스튜디오 오픈니스(Studio Openness)를 창업하여 생태적 관점을 바탕으로 정원, 공공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박명호, 홍동우 공장공장 공동설립자 도시가 청년의 답이다
    요즘 청년들은 외롭다. 외롭다는 의미가 단지 개인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사회가 청년을 버렸다는 극단적 인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가 아닌, 직업과 생계를 통한 사회와의 관계 맺기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고도 성장기 산업 사회에서 일과 직업은 자존감과 자긍심의 원천이었고, 때로는 애국적 행위로까지 간주됐다. 청교도적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은 드물었지만 인생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 주는 가이드임은 분명했다. 나 또한 일에서 구원을 바란 이전 세대의 일원이었고, 일에 파묻혀 살다 보면 그것이 곧 여가고 친구였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지적한 대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낮은 자존감과 우울은 성숙한 성과주의(meritocracy) 사회의 이면이다. 학연, 지연, 혈연이 힘을 잃고 더욱 평등하고 공정해진 듯 보이는 세상이지만 인생의 우연과 운은 예나 지금 이나 다름이 없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표현은 뒤집어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실패자는 단지 불운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의 동정도 받을 수 없는 루저(loser) 가 되는 시스템이다. 이쯤 되면 청년의 외로움은 상당한 근거를 가진다. 모든 것을 각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사회는 당연히 외로울 수밖에 없다. 상대적 열패감은 흔히 물질의 획득으로 측정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알랭 드보통이 말한 대로 우리 사회는 물질을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연결된 가치와 보상, 그리고 사랑의 감정에 목말라 있다. 물질은 단지 고립 탈출을 가능케 해주는 수단인 것이다. 최근 상대적으로 좁아진 일의 기회와 동시에 풍족해진 물질과 여가 상황은 단순히 기업과 고용인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일 자체에 대한 회의와 점검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공장공장’의 박명호, 홍동우 대표는 20대부터 그런 고민을 헤쳐 온 사람들이다. 돈보다 행복을 우선순위에 두는 건 불가능할까? 그에 대한 해답으로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기업, 함께 만들어 가는 여행, 함께 만들어 가는 도시를 내놓았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와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정원 탐독] 여성과 정원
    지금으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겠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문명에서 정원 문화는 귀족과 남성의 전유물 이었다. 정원 문화 속에서 여성의 역할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활동이 밖으로 드러나지 못했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국의 에드워드 시대(Edwardian Era)(1890~1914) 에 이르면 정원에서 여성의 바람이 거세게 일어난다. 이 시기를 주도한 여성으로는 정원 디자이너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1843~1932), 정원 역사 이론가 얼리샤 애머스트(Alicia Amherst)(1865~1941), 정열적인 원예 재배사 엘런 윌모트(Ellen Willmott)(1858~1934), 그리고 여성 정원사를 위한 대학을 설립한 교육자 프랜시스 울슬리(Frances Wolseley)(1892~1936) 등이 있다. 이들은 당시 서로 친분으로 엮여 있었고, 서로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영향을 주면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정원 문화를 만들어 갔다. 이들이 일으킨 정원 문화는 정원사의 큰 축을 바꾸었다. 이론, 학문, 원예, 디자인 분야에서 동시다발적 협업이 이뤄지면서 부와 취미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정원을 그 시대의 핵심적 문화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영향은 영국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호주로 건너가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세계적으로 ‘가드닝 문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불고 있는 정원과 가드닝에 대한 관심은 결코 느닷없이 불어 닥친 유행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성에 의해 선도된 정원 문화는 그 이전의 시대와 어떻게 달랐고,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또 앞으로 어떤 길을 찾아갈 것인가. 이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어쩌면 우리보다 한 세기 전에 태어나 정원을 위해 산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정원생활자』,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시네마 스케이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해 여름, 눈부신 찰나의 순간
    몇 해 전 여름, 이탈리아 정원 답사 여행 중 투스카니 지방의 언덕 위 작은 호텔에 묵을 때였다. 올리브 나무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야외에 차려진 아침 식탁에는 방금 딴 살구가 나왔다. 일행들이 답사를 나간 동안 호텔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둘러보기로 했다. 포플러 나무 사이로 바람을 가르며 시원하게 언덕길을 내려 왔다. 짧은 행복도 잠시, ‘아뿔싸, 저 언덕을 다시 올라가야 하는구나.’ 내려갈 때와 달리 땀을 비 오듯 쏟으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무더위 때문에 일행들도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와 수영장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사서 고생한 반나절이었지만 자전거, 녹음, 수영장, 살구 그리고 한여름 햇볕의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다 문득 그해 여름이 생각났다. 1983년 이탈리아 북부 어디쯤이라는 자막과 함께 아름다운 시골의 별장 풍광이 펼쳐진다. 17세의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가 여름을 보내는 곳이다. 교수인 엘리오의 아버지는 해마다 젊은 연구원을 초청해 방학을 함께 보낸다. 그해 여름, 고고학을 전공하는 올리버(아미 해머 분)가 별장에 도착한다. 자동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2층에서 엘리오가 내려다보는 것으로 시작해 기차에 탄 올리버가 플랫폼에 서 있는 엘리오를 차마 내려다보지 못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감정을 촘촘히 따라간다. 그 흔한 삼각관계도 없이, 주변의 반대도 없이 그들의 시선과 감각에 집중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동네 친구 C의 소설이 영화화되기로 결정되어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중이다. 텍스트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고 또 다른 상상력을 요구하는 일인 것 같다. 어떤 영화로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옆에서 무책임하게 참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건축에 가려진 세계 '건축에 반하여', 6월 8일부터 6월 24일까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에서 개최
    사전적으로 ‘집이나 다리 등의 구조물을 목적에 따라 설계해 쌓아 만드는 일’을 의미하는 ‘건축’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시대의 이데올로기와 사고관을 반영한다. 도시, 가족, 경제, 성장, 정치, 권력, 역사, 제도, 문명 등은 건축으로부터 구축되는 또 다른 이름들이다. 지난 6월 8일부터 6월 24일까지 개최된 ‘건축에 반하여(Against Architecture)’는 이러한 건축을 하나의 은유로 파악하여, ‘오늘날 우리의 세계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에 접근하는 전시다. 국내외 작가 8개 팀이 신체, 도시, 무의식, 페미니즘, 가상, 죽음 등을 주제로 오늘날 건축과 관련한 문제를 건축 주변에서부터 검토했다. 『환경과조경』에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2016년 1월 호~2017년 1월호)를 연재한 바 있는 전시 기획자 심소미 큐레이터는 “결론적으로 이 전시에 건축은 없다”고 설명 한다. “대신 건축으로부터 주변화된 존재와 파생된 사태를 또 다른 구축적 조건으로 제시하여, 견고한 건축에 가려진 세계의 허와 실에 다가가고”, “이를 통해 건축의 위기를 초래하는 인간의 의지를 되묻고, 오늘날 건축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가능성을 열고자 한다.”...(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서울 지하공간 미래비전 돈의문 박물관마을 도시건축센터, 5월 15일부터 6월 20일까지
    미래 서울의 지하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시가 여러 건축가와 함께 서울 도심 내 지하 공간을 활용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20 일까지 서울 돈의문 박물관마을 내 도시건축센터에서 열린 ‘서울 지하공간 미래비전’은 도시 건축적 상상력을 지하 공간까지 확장하는 전시다. 전시는 서울광장, 을지로, 회현 지하상가 등 단편적으로 만들어진 지하 공간을 체계적으로 다듬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됐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는 서울시의 주요 공모전 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국내외 아홉 팀으로, 스튜디오 케이웍스(studio Kworks)의 김광수, 터미널 7(Terminal 7)의 조경찬,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 이스케이프(Escape)건축사사무소,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비니 마스(Winy Maas), 키 크리스티안제(Kees Christiaanse), 청보글(Cheungvol), 모도 스튜디오(Modostudio)다. 각 팀은 당선된 공모전 대상지와 관련 있는 지하 공간을 맡아 가상의 설계안을 만들어 전시했다. 각 안은 단순히 지하에 새로운 공간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과의 연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김광수의 ‘정독 도서 플랫폼’은 높은 옹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어려운 정독 도서관의 전면 부지를 다채로운 옥상 정원이 있는 독서 플랫폼으로 제안했다. 전면 부지의 지하에는 여러 층의 실내 공간을 조성하고, 옹벽을 걷어내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탁 트인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아파트 정원, 공공의 가치를 열다 구리갈매 푸르지오, 동탄행복마을 푸르지오 작가정원
    “정원은 가꾸는 공간이다.”처음부터 정원을 잘 조성해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사람에 의해서,자연에 의해서,주변 환경에 의해서,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가꾸어 지는 것”또한 정원의 숙명이 아닐까.요즘 아파트 단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가정원 조성이 붐이다.특히 대우 푸르지오는 단지마다 수준 높은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콤페’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있다.최근에는 단순히 정원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정원의 유지·관리를 위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까지 관심을 확대 해가고 있다.아직은 시도 단계이지만 정원을 중심으로 주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현장도 나타나고 있다.최근 푸르지오에 작가정원을 조성하고 주민 참여 프로젝트의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있는 김승민 대표(유안C&D)를 만나 작가정원 두 곳을 방문했다. 구리갈매 푸르지오“이야기 꽃이 피어나는 도란도란 가든” 구리갈매 푸르지오의 작가정원 공모 명칭은“플라워 가든”으로,약650㎡규모의 크지 않은 면적에 공공 주택 단지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독창적인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다.김승민 대표는“외국식 정원을 따라 하지 않은 한국식 정원”에 대해 평소 고민을 많이 해 왔다.현대 도시의 아파트는 주변의 자연을 그대로 차경하는 방식의 한국 전통 정원을 고집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장소이고 인위적 조성이 불가피하다.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정원의 가치를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정원은 다른 단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적인 차경 요소를 가지고 있다.대상지를 기준으로 남쪽은 건축물에 가려져 있으나 동쪽으로는 멀리 산등성이와 소나무가 보이는 트인 경관이 있다.게다가 동쪽은 해와 달이 뜨는 곳이다.따라서 시각적으로 방해가 되는 키 큰 나무를 과감히 들어내,멀리 보이는 소나무를 차경 요소로 활용했다.다행히 대우건설도 나무를 제거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정원의 중심에 데크와 의자를 놓아 쉼터를 조성했고,그 결과 아침 해와 저녁 달을 맞이하는 멋스러운 공간이 탄생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3호(2018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밤의 여행자들
    이번 7월호에는 다가올 재난에 미리 대비하는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을 특집 격으로 다뤘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관한 설계라니, 생소한 주제에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복잡한 프로젝트라 내용을 파악하는 일만도 쉽지 않았다. 마감을 무사히 치르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눈앞에 쌓인 방대한 자료를 단기간에 정리하는 일이야말로 내게 닥친 작은 재난이었다. 해수면 상승과 침수된 도시를 연일 보고 있던 탓에 머릿속에 서도 ‘재난’이라는 단어가 부유하는 느낌이다. 더는 생각하기도 싫어 저절로 고개가 저어지지만, ‘재난’, 이상하게 곱씹을수록 익숙하다 못해 친숙하다. 되짚어 보니 재난 영화는 잘도 찾아보곤 했다. 꽁꽁 얼어버린 뉴욕(투모로우), 부산을 덮치는 거대한 파도(해운대),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발현으로 인한 전 세계적 좀비 사태(월드워 Z)등 당장 잡히는 기억만 복기해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속속 떠오른다. 게다가 크게 흥행한 영화 들이다. 재난을 다루는 영화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 실감나는 CG, 주인공의 탁월한 위기 대처 능력(혹은 엄청난 행운 몰아주기),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빛나는 사랑과 희생 정신도 하나의 요인이겠지만 무엇보다 ‘적당히 즐길만한 정도의 긴장감’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트루먼쇼’의 시청자처럼 일생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숨죽이며 바라보지만, 그럼에도 내 세계는 안전하니까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누그러진 긴장 상태 말이다.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은 영화로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재난을 찾아 나선 다는, ‘재난 여행’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설정을 무심한 듯 독자 앞에 툭 던진다. 재난 여행의 관광지는 화산, 지진, 전쟁, 가뭄, 태풍, 쓰나미 등으로 폐허가 된 지역 이다. 크고 무시무시한 재난일수록 인기 여행지가 된다. 주인공 고요나는 재난 여행사의 수석 프로그래머다. 요나의 일은 언제 어디서 재난이 일어나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재난 현장을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여행지로 개발하는 것이다. 소설 속 세계에서 재난은 보통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기를 쓰고 극복해야 할 대상도, 그런 일이 있겠냐며 가볍게 코웃음 칠 대상도 아니다. ‘재난=상품’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섬 ‘무이’는 오래전 사막에 생긴 싱크홀로 재난의 혜택(?)을 받는 관광지다. 요나는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무이를 계속 여행 상품으로 판매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이곳으로 출장을 떠난다. 직접 본 무이는 재난 여행지라기엔 지나치게 평온하다. 거대한 싱크홀은 오랜 시간이 지나 호수로 변했다. 잔뜩 기대하고 왔던 사람들은 호수 속 아득한 구멍을 각자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던 곳은 평화롭기 그지없는 동네 약수터 같고, 현지 주민들도 순전히 먹고 살기 위해 관광객을 위한 어색한 연기를 펼칠 뿐이다. 요나는 왜 이곳이 인기가 없는지 알겠다며 상품 목록에서 무이를 빼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사실 요나의 처지는 무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무이는 상품 목록에서, 요나는 회사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으니 말이다. 한때는 인정받는 프로그래머였으나 10년 동안 헌신한 직장에서 헌신짝 취급을 받고 있음을 어느 순간 깨닫는다. 느닷없는 상사의 성추행에 모욕감보다는 ‘퇴물이나 곧 나갈 사람만 건드린다’는 소문이 기억나 ‘이제 나 퇴물이구나’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동료들이 쓰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화기 아니면 복사기 앞을 지키는 등 자꾸 신입이나 해야 할 일을 떠맡고 있는 게 영 초조하다. 요나는 지금 자기 앞에 펼쳐진 상황이야말로 재난이라고 인식한다. 어쩌면 재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재난을 수치화하고 프로그램화하던 요나가 개인적인 어려움을 두고 이것이야말로 재난이라고 하는 상황은 씁쓸하고 모순적이다. 재난에 무뎌진 건 요나뿐만이 아니다. 한국으로 복귀 도중 홀로 무이에 낙오된 요나는 이곳을 둘러싼 음모를 듣는다. ‘재난 여행지’로서 무이가 별 볼 일 없어지니 섬 관계자들이 더큰 재난을 만들어 낼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놀라는 것도 잠시, 요나는 회사에서 애매한 입지를 굳힐 수 있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이 은밀한 계획에 조심스럽게 가담한다. ‘그날’을 위해 섭외된 주민은 연기자가 되어 재난 발생 후 증언할 대본을 외우고, 일면식 없는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는다. 1년 치 봉급을 훨씬 웃도는 돈을 준다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달려든다. 무이 사람들에게 예고된 재난보다 더 큰 재난은 당장 눈앞에 닥친 먹고 사는 문제다. 『밤의 여행자들』은 나의 안위만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풍조를 재난 여행이라는 독특한 상황에 빗대어 설득력있게 연출한다. 치밀하다 못해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심리 묘사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집요한 인과 관계로 ‘어디에도 있지 않은 이야기’는 어느새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들린다. 재난에 무뎌지다 못해 재난마저도 상품화하는 것과 아직 오지 않을 재난에 대비하는 것. 재난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볼 때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과 『밤의 여행자들』은 뭐 하나 맞는 것 없는 상극 관계다. 달라도 한참 다른 『밤의 여행자들』과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이 공통으로 던지는 화두가 하나 있다. 재난 그 자체보다 재난을 강 건너 불구경하려는 자세를 먼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지막까지도 소설을 편하게 읽을 수 없는 이유였고, 리질리언트 바이 디자인을 정리하면서 각 팀의 복잡한 설계안보다 다가올 위험을 알리려는 지난한 시도와 소통 과정이 더 기억에 남았던 이유다. 그런 점을 지면의 한계로 일일이 전달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