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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늘 남들보다 한 달을 먼저 산다. 교정지 귀퉁이를 차지한 12, december 등 한 해의 끝을 뜻하는 단어를 살피다 보면 내가 머무르고 있는 달을 잊기 일쑤다. 종무식 전에 잡지를 마감할 수 있을지 걱정하다가 지금이 11월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도의 숨을 쉬기도 한다. 연말을 미리 맞는 만큼 빨리 늙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으로 길을 걷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카페에 들어서자 기분이 나아졌다. 달리 생각하니 남들보다 두 배 긴 12월을 보내는 셈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더라도 괜히 낭만적 감상에 빠지게 하는 축제 기간은 길수록 즐겁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 걸맞게 올해 12월호 특집도 ‘올해의 조경인’이 장식한다. 부문이 네 개에서 하나로 통합되었지만,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도 설계를 놓지 않는 조경가들을 응원하고자 ‘젊은 조경가’가 신설됐다. 모쪼록 조경가를 꿈꾸는 학생에게는 새로운 꿈을 품게 하는, 설계에 전념하고 있는 조경가에게는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지면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올해의 조경인이 네 명에서 한 명으로 줄어든 만큼, 인터뷰하느라 동분서주한 작년과 달리 조금 여유롭게 잡지를 편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젊은 조경가 인터뷰는 2019년 1월호와 2월호의 특집에 게재될 예정이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이러한 기대는 처참히 빗나가고야 만다. 편집 디자인에 대한 욕심이 발목을 잡았다. 사실 올해의 조경인과 젊은 조경가 공고를 내기 훨씬 전부터 작은 포부가 있었더랬다. 각양각색의 소품과 조명으로 사물이나 사람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화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물의 특색과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 사진으로 지면을 채우겠다는. 커다란 사진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고, 그 위를 흐르는 간결한 글이 꼭 시처럼 느껴지는 지면을 꾸려보고 싶었다. 가을이 끝나갈 무렵부터 유청오 사진작가를 만날 때마다 이러한 계획을 은근히 흘리는 치밀한(?)전략도 수행했다.
이윽고 11월, 사진 촬영에 앞서 유청오 사진작가에게 유의 사항을 전달했다. “1. 도비라1의 경우 사진을 디자인 요소로 변형해 사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될 수 있으면 아무것도 없는 단색 벽 앞에서 인물의 정면과 반측면을 골고루 촬영해 주세요. 2. 작년과 달리 인물 사진을 두 쪽 가득 넣어 사진 위에 글을 흘리는 편집 디자인을 시도하려 합니다. 인물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배경과 소품을 더한 사진을 촬영해주세요. 글을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인물이 한쪽으로 치우친 구도로 부탁드립니다.” 이토록 오랜 시간 공을 들였으니 촬영은 순조롭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했다.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던 탓이다. 탄탄한 계획과 관계없이 사진 촬영은 피사체와 사진작가와의 교감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깜빡했다.
졸업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자, 웃어볼까요? 너무 진지합니다”, “네, 지금 아주 어색하고 좋아요.” 긴장을 풀어주고자 건넨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입꼬리는 자꾸 굳어가고, 나중에는 내가 웃고 있는지 울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안면 근육이 얼얼해진다. 표정뿐만이 아니다. “그냥 편하게 서 계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평소에 어떻게 서 있었더라? 갑자기 숨 쉬는 방법도 헷갈리고 팔다리 모두가 내 것 같지 않다.
렌즈 마주하기를 어려워해 인물의 따스함이나 예리함, 말 한마디에서도 느껴지는 고유의 분위기가 전해지지 않을 때면 모니터에 가득한 애꿎은 사진 목록만 계속해서 훑게 된다. 글이든 사진이든 어떤 대상을 왜곡 없이 담아내는 일은 항상 어렵다. 그래도 완성된 지면이 꽤 마음에 찬다. 올해의 조경인과 젊은 조경가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유 작가가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게 유도해준 덕분이다. 표지 디자인을 위해 미간을 찌푸린 채 누끼 따기2에 여념이 없는 팽선민 디자이너를 보며, 작은 사진 스튜디오가 있었으면 하는 큰 꿈도 꿔보았다. 어지러운 배경에서 인물만 오려내는 일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촬영 장소에서 흰 벽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젊은 조경가에 도전해보려는 이들에게 그다지 요긴하지 않은 조언을 하나 하자면, 사무실에 아무 무늬 없는 벽을 두면 사진 촬영에 유용하다. 심심해 보일 것이 걱정이라면 액자 하나를 걸어두면 그만이다.
이쯤 되면 궁금해졌을 것이다. 글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저 제목 말이다. 아실지 모르지만 『환경과조경』은 매달 마지막 주 즈음에 마감을 진행한다. 이곳의 기자가 된 후 내게 크리스마스는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기사를 걱정하거나 급하게 ‘편집자의 서재’를 적어 내려가는 날들이었다. 2019년의 목표 중 하나는 마감을 앞당겨, 독자 여러분이 1일마다 기쁜 마음으로 『환경과조경』을 받아들게 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12월 25일, 이미 훨씬 전에 마감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인사드린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각주 정리
1. 문짝(とびら)을 뜻하는 일본말, 꼭지의 시작을 알리는 시작 페이지를 말하는 편집·인쇄 동네의 속어다.
2. 배경을 지우고 필요한 피사체만 인쇄되도록 하는 그래픽 작업의 속어. 누끼는 일본어로 빼다(ぬき)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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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때로는 축구장으로, 때로는 농구장으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멀티 코트’
라렉스(LAREX)는 목재를 활용한 다양한 조경 시설물을 생산해 온 비엔지(BnG)의 휴게 시설물 브랜드다. 조경(landscape)과 왕(rex)의 합성어인 이름에 걸맞게,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고품질의 시설물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라렉스의 ‘멀티 코트’는 제한된 공간에서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물이다. 양끝에 축구 골대와 농구 골대 기능을 겸하는 구조물이 설치되어 때로는 축구장으로, 때로는 농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구기 종목이나 달리기 등 다른 운동 공간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견고한 펜스가 둘러져 있어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얼마든지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색과 갈색으로 디자인되어 눈을 편안하게 하고, 어디에 설치되어도 주변과 잘 어우러진다.
TEL. 031-761-5313 WEB. www.tory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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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광화문광장 설계공모에 참가하는 조경가들에게
지난 8월부터 한 일간지에 3주마다 칼럼을 쓰게 됐다. 전국의 불특정 독자를 상대하는 지면이라 글감 택하기가 쉽지 않다.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10년도 안 된 광화문광장을 1,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뜯어고치는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로 첫 글의 주제를 잡았다. 대중 일간지라는 부담 때문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힘이 과하면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법. ‘시민의 일상과 조화된 보행 중심 공간화’와 ‘잃어버린 역사성의 회복’이라는 서울시 논리의 맹점을 꼬집은 후, 서울역 고가 공원화 못지않은 속도로 전개될 이 사업의 과정을 경계하는 다음 문단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점은 이 사업의 속도다. ‘토건시대’를 연상시키는 속도전으로 진행할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7월 말에 전문가와 시민 150명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토론회를 열었다. 초대장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광화문시대를 여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조성함에 따라 … 광화문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를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면서 동시에 8월 말 설계공모, 내년 말 설계 종료, 2021년 5월 완공이라는 과속 주행 스케줄이 정해져 있다. 이 프로젝트가 전시성 포퓰리즘 공간 정치의 산물이 아니라면,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와 진정한 광화문시대를 여는 과정의 첫걸음이라면, 광화문광장의 온전한 미래를 다음 세대가 선택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배정한, “광화문시대를 연다?”, 「한겨레」 2018년 8월 11일).
당연히 볼이었다. 10월 12일, “역사성과 장소성을 살린 시민중심 대한민국 대표공간 조성을 목표”(공모 지침서 초대의 글)로 하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가 공고됐다. 가까운 조경가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공모에 참가한다고 한다. 건축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적의 드림팀을 꾸리느라 거의 모든 세대의 조경가와 건축가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몇몇 조경가(L)와의 대화 몇 토막을 추려서 옮긴다.
J. 광화문광장, 할 건가? 한다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L.당연히 한다. 어떤 안을 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지침서에 적힌 ‘10가지 이슈와 과제’는 사실 ‘아무 말 대잔치’나 ‘뻔한 말 대방출’처럼 읽힌다. 진지하지만 지극히 낭만적인 말들이다. 그 과제들을 조금 더 고급진 어휘로 바꿔 보고서에 다시 적고 패널에는 한두 가지 강한 아이디어를 세련된 CG로 산뜻하게 담을 생각이다.
J. ‘보행 중심 공간화’는 결국 현재의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 확장하는, 이른바 ‘편측 광장’화다. ‘잃어버린 역사성의 회복’은 광화문 앞 월대와 해태상의 제자리 찾기에 다름 아니다. 어길 수 없는 정답이다. 이 두 문제가 현재의 광장, 즉 밀실에 유폐된 진실을 시민의 힘으로 밝혀낸 촛불의 광장을 지금 당장 고쳐야 하는 합리적 이유일까.
L. 시급히 고칠 이유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바꾸면 광화문광장이 더 나아질 것 같기는 하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비판에 일리가 있지 않은가.
J.물론 현재의 광장 구조, 형태, 디테일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10년 전에 많은 전문가의 의견처럼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여 광장을 만들었다면 시민의 일상과 더 넓은 접면을 가지고 문화적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보다 쾌적한 보행 환경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선은 필요할 때 차도를 막아서 유연하게 쓰고 주변의 빈 공간들을 잘 엮어서 써도 되지 않나. 당장 뜯어고칠 당위성은 없는 것 아닌가.
L.동감이다. 바꿀 거면 확실하게 바꾸는 게 맞다. 기왕이면 입체적 교통 계획을 세워 세종로 전체를 보행 광장으로 완성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하지만 그런 그랜드 플랜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 단기 처방을 하자는 게 이번 프로젝트 아닐까.
J.단기 처방 후 또 새로 수술을 해야 할까. 역사성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역사와 전통 이야기만 나오면 왜 언제나 전근대의 조선만을 원형으로 설정하는 것일까.
L.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몇십 년간 세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 철거와 복원 행위의 대부분은 조선 왕조의 공간적 흔적을 단편적으로 소환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현대사의 수많은 사건과 의미가 적층된,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J. 그렇다. 4·19 혁명과 1987년 민주 항쟁도, 붉은 악마의 월드컵 군무도, 촛불로 타오른 시민 혁명의 기억도 조선의 왕궁이나 육조거리, 월대나 해태상 못지않게 중요하다.
L. 그 지점에서 참가작들의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분기될 것 같다.
J.왜 이 공모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있습니다”라는 공모 지침서 첫 문장처럼 실제로 우리는 광화문광장을 문제라고 생각할까. 시민들도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L. 우문이다. 이 시대 도시·건축 정책을 이끄는 키맨들의 문제의식과 열망이 낳은 프로젝트다. 어느 정도는 순수한 열망이라고 본다.
J. 그 순수한 열망이 왜 이렇게 급하게 실험되어야 하는가. 연구와 토론, 참여와 소통이 필요하지 않나.
L.물론 2021년 5월 완공이라는 데드라인은 지극히 정치적이다. 그러나 키맨들은 자신의 열망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환경이라고 판단하니까 과속하는 것 아니겠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생각.
J.그렇다면 왜 이 땅의 대다수 조경가와 건축가도 이 과속 주행에 동참해야 하는가.
L.잘 모르겠다. 그러나 뭔가 전문가로서 사명감 같은 걸 느낀다. 공모전 사이트가 가장 상징성 있는 서울의 대표 공간 아닌가. 내 설계 능력과 지식을 이곳에 펼쳐봐야 한다는 사명감이랄까. ‘서울로 7017’의 재판이 되는 걸 막아야겠다는 의무감 비슷한 것도 느낀다. 아무튼 정치는 정치고, 일은 일이다. 그들이 노 저을 때 우리도 노 저어야 한다.
J.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좋지만, 그러다 쓸데없이 팔뚝만 굵어질 수도 있지 않나.
2017년 1월호부터 격월로 연재된 ‘정원 탐독’이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오경아 필자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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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정원박람회
지난 10월 3일부터 7일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2018 서울정원박람회가 개최되었다. 작년에 이어 정원 문화 확산과 노후 공원 재생을 목표로 잔디마당 곳곳에 작가정원 7개소가 조성되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4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피크닉’을 주제로 작가정원 공모를 진행했으며, 실용성, 창의성, 심미성, 시공성, 주제 반영도를 고려해 1차 서류심사에서 11개의 작품을 선별하고 2차 프리젠테이션 심사를 통해 최종 7개 작품을 선정했다. 배정한 심사위원장(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은 “주제를 참신하게 풀어낸 창의성이 돋보이는 응모 작품들이 많았다”며 “서울정원박람회의 품격을 높이고 새로운 정원 디자인의 트렌드를 선도할 만큼 수준 높은 작품들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원 조성 이후 현장에서 이루어진 최종 심사 결과, 김인선(팀펄리가든)의 ‘피크닉을 즐기는 N가지 방법’이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날씨, 계절, 분위기 등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휴식할 수 있는 정원으로, 정원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와 주변 경관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공간 구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8 서울정원박람회는 10월 9일부로 막을 내렸지만 여의도공원 잔디마당에 조성된 일곱 개의 작가정원은 존치된다.
2018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공모
주최 서울특별시,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주관(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월간 환경과조경
위치 여의도공원 잔디마당 일대
주제 서울 피크닉
규모7개소(100m2 이내/개소당)
지원금2,000만원(개소당)
상금
대상1,000만원(1팀)
금상500만원(1팀)
은상300만원(1팀)
동상100만원(4팀)
심사위원
안영애(안스디자인 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주신하(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윤영주(디자인필드 대표)
이선화(지호디자인 대표)
이병철(아침고요수목원 이사)
권진욱(한국정원디자인학회 특별위원회 위원장)
배정한(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박명권(월간 환경과조경 대표)
전시2018. 10. 3. ~ 9.(박람회 이후 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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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림연가
자연이 서린 공간, 서림연가
전라북도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무진장’은 전라북도 동북쪽의 산간 지방을 일컫는 말이다. 무진장의 수려한 산간 경관을 자랑하는 무주군 구천동에는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형형색색의 간판과 플래카드가 산 속 깊은 곳까지 걸려 있으며, 마을에는 여느 관광지처럼 숙박업소, 펜션, 음식점 등이 즐비하다.
하지만 서림연가의 분위기는 바깥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인근 대로변의 번잡한 풍경은 사라지고,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든다. 주변 소음이 사라지고 적막하다 싶을 정도로 고요해지면 바람 소리와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숨겨 놓기도 하고 열어 놓기도 하면서 만든 공간의 틈으로 시시각각 자연이 스며든다. 햇빛, 달빛, 그림자, 눈과 비, 구름과 안개, 하늘과 바람이 서로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채운다.
숨기기와 보여 주기의 절묘한 줄타기
건축의 주요 전략은 ‘숨기기’였다. 대상지 북쪽에는 울창하고 키가 큰 나무들, 풍부한 수량의 계곡이 있고 그 뒤로 산이 보이지만, 그 외의 삼면은 크게 내세울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산세와 하늘은 이곳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독립된 공간이 필요한 객실과 그리 아름답지 않은 근경의 조합을 고려해보니, 이 공간의 해답은 ‘숨기기’와 ‘보여 주기’의 절묘한 줄타기에 달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안마당더랩
건축 설계 아키후드건축사사무소(강우현, 강영진)
조경 시공 안마당더랩, 디자인스튜디오도감(최웅재, 김명천)
위치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282
대지 면적 2,275㎡
건축 면적 583.08㎡
건축 규모 지상 1층
완공2018
사진 노경, 디자인스튜디오도감, 안마당더랩
안마당더랩(Anmadang the Lab)은 이범수,오현주가2016년 공동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조경 지식을 기반으로 외부 공간을 기획,설계,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이다.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외부 공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작동하지 않던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자 한다.섬세함이 만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며,예술성과 대중성의 중간에서 새로운 환경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공공 공간,상업 시설,개인 주택,전시(박람회),실내 연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최근에는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우수상(2018),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부문 금상(2018),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 부문 최우수상(2018)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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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 팩토리움 & 테라스
SIMMONS Factorium & Terrace
건축
과거의 공장은 대개 닫힌 공간에서 오직 제품 생산에만 힘썼다. 하지만 최근 많은 공장이 직원들이 적절히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외부 방문객에게도 좋은 환경과 공장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그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시몬스SIMMONS 역시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더 젊은 감각과 창의적인 모습으로 탈바꿈을 시도했다. 새로운 것만 지향한 것은 아니다. 터를 정하는 전통적 방식인 풍수지리에 따라 건물의 방향과 연못의 위치를 신중하게 정했다.
대상지와 콘셉트
대상지가 위치한 이천 신갈동은 농지와 녹지가 어우러진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의 마을로, 편안한 잠을 추구하는 시몬스의 브랜드 철학과 어딘가 닮아있다. 이러한 맥락에 맞게 공장의 건물도 자연스러운 재료를 사용해 튀거나 높지 않게 세웠으며, 조경 또한 건축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계획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시공·감리 factory L(이홍선, 방민지, 이승주, 안주연)
조경 시공 파트너 (주)신흥조경
건축 설계 공간건축, 천가옥씨디자인스토어(주)
발주 (주)시몬스
위치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사실로 1000
면적 79,304m2
완공 2018
이홍선은 건축을 전공한 후 조경 분야에 입문했다. 2006년 팩토리 엘(factory L)을 창립해 건축+조경 공간 창출을 시도하고 있으며, 계획 도면만 넘겨서는 제대로 된 공간을 만들 수 없다는 철학 아래 디자인과 시공을 연계한 실제적 조경 작품을 구현해 왔다. 홍익대학교 건축학부실내건축학과 ‘조경 및 환경디자인’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정원 및 외부공간 설계스튜디오’에 출강했으며, 2014년부터 서울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의 조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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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도시재생과 미래의 조경
주최
(사)한국조경학회, (사)한국조경협회,
(재)늘푸른,월간 환경과조경
주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운영위원회
후원
국토교통부,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서울특별시,한국토지주택공사,경기도시공사,올조회,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심사위원장
박명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심사위원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박영준 서인조경 대표
박은영 중부대학교 교수
서미경 해안건축 조경설계실 수석
송병화 세계사이버대학 교수
오두환 기술사사무소예당 대표
이홍길 조경설계 길디앤씨 대표
전진형 고려대학교 교수
대상채석장:데이터로 마름하다
정서린·박진솔·장희정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금상필트리Filtree:안산이 품은 푸른 빛
권은아·류승주·윤여선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은상녹색갈증Biophilia
김준택·김소희·이주현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은상더 리뉴얼 오픈The Renewal Open
이학송·문준식·임새랑 영남대학교 산림자원 및 조경학과
동상트레이싱 더 네이처Tracing the Nature
이성구·박진우·임은희·박민지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동상사구,만리포와 얽히다
황해권·구자윤·이원진·정세령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동상비보풍수, 21세기를 입다
민서원·신기엽·김재현·최은서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전공
동상어댑티브 리질리언스Adaptive Reːsilience
육지환·김진이·조혜원·홍다은·김유빈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동상함께 먹고 함께 사는 우리
임다섭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김영신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동상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양윤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조경학과
장려상소유에서 공유로
박정혁·주성환·천유성·이원관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노량진8018
서채리·김효진·이재웅 계원예술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과
장려상대림2동,사람을 공간으로 엮다
박성배·이나희·최진범·조상은·고희선 가천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망경동;기억찾길
차민성·천나현·김대욱·노석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서부산 백년옛길 탐방로 계획
박민혁·최재성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모산,레일을 내일로 재생하다
정성엽·서재륜·이한범·정서현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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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스케이프] 그거 아세요?
“그거 아세요? 크로스레일 플레이스의 옥상 정원에는 이곳의 모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깊이 1m의 흙을 깔아 두었습니다. 일 년 내내 식물에게 물과 액체 양분을 자동 관수 시스템을 통해 공급합니다. 이 옥상 정원은 캐너리 워프와 계약한 질스피스 조경설계 사무소가 설계했고, 식재는 블레이크다운 조경이 맡았습니다. 현재 이 옥상 정원은 알렉 버처가 이끄는 캐너리 워프 조경 관리팀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알렉이 가이드 투어도 이끌 예정입니다.”
지난 여름 한국경관학회 해외 답사 프로그램으로 영국을 다녀왔습니다. 외국 답사를 가면 참 신기한 게 많지요. 자동차도 반대로 다니는 영국, 이번 답사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 왔습니다. 정말 그림 같았던 풍경화식 정원 스투어헤드(Stourhead)도 직접 보고, 바로크 정원에서 풍경화식으로 변신했던 채스워스 하우스(Chatsworth House)를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인농촌 마을에서 새롭게 변신한 바이버리(Bibury)와 버턴온더워터(Burton-on-the-water)같은 곳도 둘러보고, 피크 디스트릭트(Peak District)국립공원에서 영국 특유의드넓은 구릉지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책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느낌과 달리, 답사에서는 직접 대상과 교감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느낄 수 없는 다른 문화나 큰 스케일의 경관을 해외 답사에서 만나게 되면, 새삼 아직 내가 모르는 세상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그야말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규모가 큰 대상에서만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배려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때도 많으니까요. 오히려 그런 세밀한 감동이 더 오래 남고, 더 깊이 전해질 때도 있습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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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설계하는 법] 전개
이번 연재에서는 프로젝트의 ‘전개’를 다룬다. 먼저 경험, 감각,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를 소개한 뒤, 대상지의 역사와 지역의 대표 경관 및 기능을 형태적으로 풀어 내는 전개를 이야기하기로 한다.
수목원, 업 클로즈 앤드 퍼스널(Up Close and Personal)1
지난 연재에서 다룬 바와 같이, 여주관광단지 오림 수목원(이하 오림 수목원)설계 당시 개개인의 고립이 심화되고 형식적 관계만 남은 현대 사회에서의 수목원의 역할을 고민했고, ‘자연과의 교감’을 핵심에 두었다. 수목원이 힐링 요법이나 체험 프로그램 위주의 공간을 넘기를 바랐다. 사소한 바람, 냄새, 온도, 거미줄,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 등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각과 그로 인한 울림이 있는, 기억에 남는 장소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감각’이 중요했다. 시각적 자극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장식적 수목원과는 달라야 했다. 물리적 계획과 형태적 특성은 덜 중요했다.
오림 수목원 설계는 큰 스케일에서는 다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토대로 발전시켰지만, 공간의 세부적 구현과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직관적, 감각적, 감성적 요소를 사용했다. 오감이라는 감각의 종류보다는 경험의 시퀀스에 따라 ‘맞이하기, 홀리기, 탐험하기, 배우기, 보상 받기’라는 기승전결식의 프로그램, 다양한 동선과 이동 속도의 리듬, 건축물을 활용한 문지방 효과 등이 공간 구조의 뼈대를 이룬다. 경험적 스케일에서는 구체적 상상력이 설계를 전개했다. 그중 특히 흥미로웠던 ‘조향사의 숲’과 ‘밀리건의 숲’을 소개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HLD는 이호영과 이해인이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광범위한 분석과 접근 방법을 통해 대상지의 공간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사회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끼칠 수 있는 핵심적 해법을 제공한다. 이호영은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으며, 조경설계 서안, 미국 에이컴(AECOM), 오피스 ma(office ma)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은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UC Berkeley)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하버드 GSD에서 조경 설계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에이컴과 파퓰러스(POPULOUS)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www.hldgrou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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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
달콤한 공존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종종 사람들이 발견하기 힘든 스케일에 존재한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오늘도 묵묵히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자연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봄날, 회양목에 달린 작은 꽃들을 보았는가? 본래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사정없이 깎이고 사람들의 발길질에 상처 입은 채 길거리의 먼지와 차의 매연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아무도 예쁘다, 멋있다, 알아주지 않는 회양목의 꽃은 꿀벌에게 소중한 식사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 회양목에게 조용히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 도시의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박진 대표가 2013년에 설립한, 도시에서 벌을 키우는 기업 ‘어반비즈서울’이다. 만드는 꿀의 양은 적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만드는 상품은 도시의 작은 것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배려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양봉을 통해 벌을 따라가다 보니 무심코 지나치던 자연이 보였다. 벌꿀은 벌이 꿀을 생산하는 시기에 따라 겉보기뿐 아니라 맛도 변한다. 개화하는 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벌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꽃을 관찰하게 된다. 자연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 생산된 꿀은 오염되어 있을 거라고 짐작할 법하지만, 검사 결과는 선입견과 다르게 나왔다. 오히려 살충제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안전하다. 과수원 근처에서 키우는 벌들은 농약 때문에 죽기도 한다. 토요일 오전에 모인 도시 양봉 교육생들은 임산부부터 퇴직자까지 무척 다양했다.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부터, 그저 자연이 좋고 환경에 관심을 둔 사람들, 부업이나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수업은 열띤 질문과 의견 교환으로 활기가 넘쳤다.
계절은 이미 가을로 접어들고, 거리에는 낙엽이 나뒹굴었다. 혜화동의 벌꿀 카페 아뻬 서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어반비즈서울의 양봉가들을 조용히 읊조리고 있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7호(2018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와 대구,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