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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뎃퍼드 마켓 야드 Deptford Market Yard
    런던에 마차와 기차가 공존하던 시절, 뎃퍼드(Deptford)의 캐리지 램프(Carriage Ramp)는 기차역과 연결된 마차용 진입로였다. 런던 최초의 기차역을 따라 세워진 역사적 구조물이지만 도시가 발전하면서 점차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방치된 램프를 따라 주변 환경도 점점 낙후되었다. 하지만 2008년 ‘뎃퍼드 타운 중심지구 재개발 계획(Deptford Town Centre Regeneration)’이 수립됨에 따라, 뎃퍼드 역의 역사 자원을 복원하고 재활용하며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공공 공간과 주거지를 제공하는 ‘뎃퍼드 프로젝트(The Deptford Project)’가 시작됐다. 뎃퍼드 프로젝트는 건축, 조경, 소상공인 유치 전략을 아우르는 종합 계획으로, 본격적인 공사 전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작은 파일럿 프로젝트가 선행됐다. 1960년대 사용했던 객차를 이색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임시로 개조해 스타트업을 유치하거나 주민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이후 캐리지 램프와 인접한 위치에 독특한 외관의 아파트인 옥타비우스 하우스(Octavius House)가 신축되어 약 120세대를 위한 주거 공간이 마련됐으며, 기존의 낡은 세인트 폴 하우스(St Paul’s House)도 리모델링됐다. 외부 공간 계획은 PTE(Pollard Thomas Edwards) 건축사무소와 협업해 진행했다. 대상지는 오랜 시간 방치됐을 뿐만 아니라 역사 유산, 기차역, 길거리 시장으로 둘러싸여 상당히 복잡한 곳이었다. 먼저 안전 문제로이용할 수 없었던 캐리지 램프를 중점적으로 복원하고 활용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Farrer Huxley Associates Architect Pollard Thomas Edwards Structural EngineerPEP Group M&E Consultant AECOM Sustainability Consultant AECOM ContractorBower Contracting Local Authority London Borough of Lewisham ClientU+I and London Borough of Lewisham Location Deptford, London, UK Construction Cost £3.4 million Area 3,700m2 Design 2012~2014 Completion2016 Photographs The Deptford Project, Farrer Huxley Associates 패러 헉슬리 어소시에이츠(Farrer Huxley Associates)는 사회적이고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조경이 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식재 디자인부터 환경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공간 설계까지 폭넓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사람 중심의 디자인 방식을 추구한다. 지역 커뮤니티를 설계 프로세스의 중심에 배치함으로써 지역 참여 및 활성화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조경 설계를 통해 개인과 커뮤니티 간의 조화를 구현해 나가고자 한다.
    • Farrer Huxley Associates
  • 인더스트리 시티 코트야드 5-6 Industry City Courtyard 5-6
    해안가 산업 단지의 변화 뉴욕 브루클린 선셋 파크(Sunset Park)지역의 인더스트리 시티(Industry City)는 과거 부시 터미널(Bush Terminal)이라 불렸던 곳이다. 상품 제조부터 보관, 운송이 한데 이루어지고 철도와 선박 운송 시스템을 모두 갖춘 미국 최대의 복합 산업 단지였다. 2012년부터 이곳의 역사적 기반 시설을 보호하고 현대화하기 위한 재개발이 진행되었다. 현재 600개 이상의 창의적 기업이 입주하여 미래의 장인이나 기능공,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대규모 쇼핑 및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중이다. 이 재개발 계획의 일환인 ‘인더스트리 시티 코트야드5-6(Industry City Courtyard 5-6)’은 기존의 공장 건물 사이에 위치한 네 개의 중정 중 하나를 재단장하는 프로젝트다. 1974년까지 화물 선적용 부두로 사용되던 코트야드 5-6은 우거진 숲, 잔디밭, 휴게 공간이 어우러진 풍요로운 경관으로 변모되어 폐쇄된 산업 시설에 숨결을 불어 넣고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errain-NYC General Contractor The Todd Group Client Industry City Location 581 2nd Avenue, Brooklyn, New York, USA Area 3,112m2 Budget $1,200,000 USD Design 2015 Completion 2016 Photographs Industry City, Terrain-NYC 터레인-NYC(Terrain-NYC)는 뉴욕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조경설계사무소로 생태적·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경관을 창조해 나간다. 생태적 맥락 속에서 작업의 틀을 잡고, 도시 생활과 자연을 연결하여 지역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빗물 재활용 시스템 구축, 친환경적 재료 사용, 자생 식물 서식지 형성 등을 통해 지역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세심한 디자인과 깊은 고민으로 빚어낸 공간은 개인이 일하고 놀고 살아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 Terrain-NYC
  • 파룸 미트풍크트 Farum Midtpunkt
    파룸 미트풍크트(Farum Midtpunkt)는 1970년대 조성된 사회 주거 단지(social housing)로 덴마크 셸란 섬(Sjælland)북부에 위치한다. 조성 당시 목표는 폐쇄적 분위기의 지역 사회에 단독 가구를 위한 공간과 공공 기능이 결합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파룸 미트풍크트가 주변 지역에 좀 더 개방적이며, 조성 의도가 더욱 부각된 곳으로 바뀌기를 희망했다. 단지는 여가 공간, 작은 광장이 있는 산책로, 주차장 등으로 구성된다. 건물 아래에 자리한 주차 시설에서는 계단을 통해 바로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보행자와 차량이 완벽히 분리된다.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공중 산책로는 공간 전체의 골격을 형성하고 일종의 틈을 만들어 낸다. 이 틈새에 독특한 야생 식물을 식재해 특징적인 경관을 연출했다. 산책로는 여러 장소로 이어지는 지름길로 기능하며, 산책로에 설치된 띠 형태의 LED 조명은 산책로 아래에 빛을 비추어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sRambøll Architecture and Urban Development EngineerRambøll Denmark A/S Lighting Consultant Rambøll Architecture and Urban Development Client Furesø Boligselskab Location Farum, Denmark Design 2012 Completion2016 Photograghs Francesco Galli, Jens Frederiksen, Rambøll 램볼(Rambøll)은 엔지니어링, 디자인, 컨설팅 분야를 선도하는 사무소로 여려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영국,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태평양 등지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려운 문제에 탁월하면서도 적확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 공간의 사용자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 Rambøll Architecture and Urban Development
  • [그들이 설계하는 법] 식물의 선
    3회 연재의 마지막 글이다. 첫 회에는 ‘분위기, 맥락, 주제’라는 키워드로 설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설계적 개념)를 다루었고, 2회 차에서는 ‘스케일’을 주제로 개념을 실재화하는 구체적인 방식(설계적 문법)을 논의했다. 이번 3회 차에서는 물리적 실체가 있는 설계 요소, 즉 설계 재료(설계적 어휘)에 대한 생각을 이어 간다. 조경이 다루는 설계 재료는 꽃과 나무 같은 식물 재료, 돌이나 철 같은 무기 재료, 빛, 바람, 습도 같은 물리적 환경 요소 등 무수히 많지만, 본 연재에서는 조경 설계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는 식물에 관한 개인적 관점을 소개한다. 자연을 다루는 작곡가 “저는 조경학과를 나왔지만 나무는 잘 몰라요.” 업계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렇게 말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미학, 계획, 설계, 역사, 이론, 생태학 등 그 앞에 조경을 붙일 수 있는 다양한 세부 학문이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가 설계가라면 분명히 문제다. 조경 설계에 있어 식물은 가장 중요한 설계 재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식물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재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설계가는 악기의 소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작곡가에 비유할 수 있다. 악기 소리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화성학 같은 음악 이론을 바탕으로 곡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만든 곡이 듣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더욱이 그 곡이 하나의 악기로 연주하는 독주곡이 아니라 여러 악기를 함께 연주해야 하는 협주곡이라면 어떨까? 다양한 소리가 함께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위해 작곡가는 각 악기의 소리는 물론이거니와 그 소리들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음색의 변화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조경가는 자연을 다루는 작곡가 같은 역할을 한다. 악기 소리에 해당하는 식물 재료의 특질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설계 재료로서 식물을 어떻게 배우고 익혀야 할까? 악기 소리는 직접 연주해 보고 그 음을 들어 봐야 깊게 이해하고 다룰 수 있듯이, 식물 재료도 직접 보고 만지고 심어 봐야 알 수 있다. 글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많은 것이 있지만 적어도 식물을 다루는 방법은 글로 익히기 어렵다. 설계가의 몸이 직접 식물과 만나면서 배워야 하는 일이다. 식물 없는 식재 설계 학창 시절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 있었다. 바로 ‘빵빵이를 돌린다’는 말이다. 식물에 일자무식이었던 신입생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스튜디오 수업의 과제는 주택 정원 설계였다. 지금은 잘 쓰지 않겠지만 그 당시에는 제도용 손 도구 중 여러 가지 크기의 원이 뚫린 도형자가 있었다. 그때의 식재 설계란 하얀 바탕 위에 나무를 상징하는 여러 크기의 원을 보기 좋게 배치하는 일이었다. 때로는 컴퓨터 툴을 활용해 나무 이미지를 붙여 넣는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도형자의 원이 나무 형태의 심벌로 바뀌었을 뿐 결국 하는 일은 같았다. ‘빵빵이를 돌린다’는 말은 나무를 잘 모른 채 식재 설계를 하는 행위를 향한 자조 섞인 표현이었다. 이렇게 작성한 도면이라면 그 안에 진정한 의미의 식물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실체는 없고 공허한 개념만이 부유할 뿐이다. 학생이 아니라 현업에 있는 동시대의 젊은 조경가들은 식물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종종 젊은 설계가와 교류할 기회가 있는데, 공간에 대한 예리한 감각, 창의적 표현, 세련된 의사 전달 방식 등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이들조차 정작 식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식물의 생물학적 특성을 모른다는 뜻이 아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회화적 표현 재료로써 식물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색과 질감, 양감 같은 공간의 구성 요소를 식물 재료로 표현하는 데 미숙한 젊은 조경가가 많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담론이 중요했던 지난 십여 년간 한국 조경은 공원 스케일의 프로젝트에 전념해 왔다. 조경가를 양성하는 대학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추어 왔다. 공간에 대한 종합적 구성, 빈틈없는 프로그래밍, 설계 개념을 전달하는 강력한 표현 전략같이 큰 프로젝트를 다룰 때 유용한 방법을 주로 다루었다. 반면에 식물 소재의 선, 색, 질감 등에 대한 교육은 부족했다. 몇 차례의 특강 또는 실습만으로 이를 해소하고자 했다. 이런 주제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므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배워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 간주하고 미루어 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조경 설계 실무를 시작하면 식물을 배울 기회가 많은가? 꼭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법적 조경 감리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설계가들은 식물을 가까이 마주하며 다루어 볼 기회를 좀처럼 갖기 어렵다. 학교 교육에서 모자랐던 부분이 실무에 종사하면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다. 식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더 좋은 식재 설계를 하기 위해 젊은 설계가들은 나름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어떤 이는 정원을 설계하는 회사에 취직하거나 정 원박람회에 참여해 개인적 차원에서 식물을 익히고자 노력한다. 어떤 이는 식재 설계가 중요한 프로젝트에 서 정원 디자이너와 협업해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자 한다. 또 어떤 이는 식물을 깊게 알고 싶어서 설계 사무실에서 퇴사하고 식물원에 취직을 하는 강수를 두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을 하는 이들이 마음에 품은 공통된 생각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더 이상 식물 없는 식재 설계를 하고 싶지 않다.” 식물의 선 학생일 때 나는 식물의 색, 질감, 형태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있었지만, 형태의 세부적인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선線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계 관점이 없었 다. 식물이 갖는 선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기 시작한 것은 정원 설계를 하는 회사에 취직하고 식물을 일상 적으로 마주하며 일하면서부터다. 우리는 흔히 어떤 대상의 외양을 묘사할 때 ‘선이 곱다’ 혹은 ‘선이 투박하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선이 아름다운 사람, 선이 아름다운 자동차, 선이 아름다운 옷, 선이 아름다운 풍경 등 우리는 일상에서 아름다운 선을 수없이 보고 경험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문해 보자. 선이 아름다운 나무, 선이 아름다운 풀, 선이 아름다운 꽃이란 어떤 것일까? 누군가 이에 대해서 나름의 생각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면 그(녀)는 평소 식물의 형태를 눈여겨본 사람이다. 모든 사물이 그렇듯 식물도 선을 가지고 있다. 땅에서 하늘을 향해 자라면서 아래부터 위를 향해 점점 얇아 지며 뻗어나가는,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선이 바로 식물의 선이다. 이런 선은 수종마다 다르고 또 같 은 수종이라도 개체 하나하나마다 다 다르다. 여름철 이면 이 선들이 잎에 가려져 두드러지지 않지만, 잎이 진 겨울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눈에 띄는 가지가 없 는 풀과 꽃에도 선이 있는가? 당연히 그렇다. 봄부터 겨울까지 성장하는 가느다란 줄기 또는 억새처럼 가늘 고 긴 잎 등이 풀과 꽃의 선을 만든다. 어떤 선은 가늘 고 섬세하며 어떤 선은 굵고 투박하다. 어떤 선은 가지 런하고 어떤 선은 어지럽게 교차한다. 큰 나무에도 선이 있고 작은 풀과 꽃에도 선이 있기에 정원 안에서는 수많은 선이 교차한다. 정원 전체의 풍 경이 아름답게 느껴지려면 그 안의 무수히 많은 선이 질서를 가지고 조율되어야 한다. 선을 어떻게 조율하 는가? 나름의 방식이 있겠지만 내가 배운 방법은 제일 먼저 큰 선, 그 다음에는 중간 스케일의 선,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선을 다듬어 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는 화가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과 유사하다. 큰 밑 선을 먼저 그리고 나서 단계적으로 작은 선 을 정리해 나간다. 이런 점에서 정원 일은 회화와 많이 닮아 있다. 다만 회화에서는 대개 평면 작업이 주를 이루지만, 조경은 3차원의 공간을 다룬다. 이 때문에 선을 조율하는 일 역시 다각도의 시선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시점에서 볼 때 아름다운 선의 흐름이 다른 시점 에서는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한 시점에서의 완벽함을 포기하더라도 전체적으 로 좋게 보이는 최적의 선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경 험 많은 설계가라면 최선이라 할 수 있는 선을 빠르게 찾아내겠지만, 식물의 선을 읽는 경험이 적은 설계가 라면 이를 쉽사리 발견하기 어렵다. 나무의 선 식물의 선 중에서도 나무의 선은 특히 중요하다. 큰 나 무의 선은 공간의 골격과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을 때는 전체적인 수형뿐만 아니 라 나뭇가지 선 하나하나의 흐름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선의 흐름은 나무가 본래 어느 방향으로 자라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그 선을 잘 살려 심으면 본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느껴지고 곁에 다가선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반대로 선에 대한 고민 없이 무 심하게 심긴 나무는 주변 풍경과 부조화를 이룬다. 수많은 종류의 나무는 저마다 고유한 선을 갖는다. 예를 들어 단풍나무는 기둥부터 중간 가지 그리고 잔가 지에 이르기까지 그 선이 큰 굴곡 없이 매끈하게 이어 진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고운 곡선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에 반해 배롱나무는 잔가지가 적고 가지가 분지되는 부분마다 큰 굴곡이 있어 꺾인 선 이 강조되는 특징을 갖는다. 단풍나무보다는 투박하게 보이는 선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조형성을 느끼게 한다. 어떤 나무의 선은 다른 나무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느티나무의 선은 가지에 비해 기둥부가 굵은 특징을 지 니는데, 마치 큰 붓으로 그린 나무처럼 묵직한 인상을 준다. 매화나무의 선도 흥미롭다. 다른 나무보다 상대 적으로 키가 작고 큰 가지가 옆으로 퍼진 후 작은 가지가 이리저리 불규칙하게 자라는 매화나무의 선은, 얼핏 보았을 때는 어지럽고 산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런 불규칙한 선이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 준다. 과거 선비들이 그린 사군자 속의 매화나무에도 그런 아름다움이 잘 표현되어 있다. 노각나무의 선도 독특하다. 노각나무는 자작나무처럼 주 가지가 수직으로 길게 자 란다. 그런데 보통의 나무는 가지가 나무 바깥쪽에서 나무 기둥 쪽으로 안으로 굽듯이 자라는 반면, 노각나 무는 종종 가지가 안에서 바깥으로 꺾이며 자란다.비유하자면 팔꿈치가 몸 안으로 굽는 것이 아니라 몸 바깥으로 굽는 격이다. 나무를 바라보는 설계가의 관점은 모두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경가가 나무가 갖는 고유한 선을 섬세 하게 읽어 내고 자기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설계 재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의 전체 수형 만 생각하고 진행하는 설계와 가지의 디테일한 선까지 고려하는 설계에는 큰 차이가 있다. 후자와 같은 방식 으로 설계를 하고 시공할 때 기존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조경가 김용택이 설계한 여주 주택은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적절한 사례다. 주택의 현관 옆에 심은 낙상홍 한 그루에 관한 이야기다. 건축을 압도하지 않는 적절한 스케일의 나무를 선정하고 가지의 선을 공간에 맞추어 심어, 마치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공들여 키워온 나무 처럼 보이게 했다. 기둥이 하나인 큰 나무를 심지 않고 땅에서부터 가느다란 가지가 여러 개 올라오는 다간형 나무를 심음으로써, 큰 선에 해당하는 건축의 외곽선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하는 동시에 공간에 적절한 양감을 부여했다. 초화의 선 나무에 선이 있듯이 초화에도 선이 있다. 초화의 선을 만드는 요소는 나무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 나무 의 선은 가지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지지만, 하나의 정원을 만들 때도 수십 가지 종류가 쓰이는 초화 식물 의 경우, 선을 구성하는 요소도 매우 다양하다. 바늘 꽃이나 부처꽃처럼 긴 줄기가 큰 선을 만들기도 하고, 범부채나 유카처럼 독특하게 생긴 잎이 선을 형성하기도 한다. 톱풀이나 원추리같이 꽃이 필 때만 올라오는 긴 꽃대가 선을 느끼게 하기도 하며, 꼬리풀처럼 독특 하게 생긴 꽃 자체가 흥미로운 선을 보여 주기도 한다. 털수염풀처럼 하늘을 향해 나풀거리는 선을 만드는 식 물도 있고, 줄사철 같이 땅을 기는 듯한 수평적 선을 가진 식물도 있다. 모닝라이트 억새같이 길고 섬세하 게 느껴지는 선을 갖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은쑥처럼 잎이 짧고 촘촘해서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는, 그래 서 선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질감이 더 드러나 보이는 식물도 있다. 초화를 식재할 때 단일 수종을 군식하기도 하지만 비 교적 작은 공간에 수십 가지의 수종을 혼식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수많은 종류의 초화의 선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까? 화가가 캔버스 위에서 선과 질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듯, 조경가도 저마다 초화 의 선을 조율하는 방식이 모두 다를 것이다. 나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원칙을 가지고 초화의 선을 조율한다. 첫 번째 원칙은 식물의 선이 서로 상충하지 않도록 식재하는 것이다. 만약 한 지점에 큰 선을 갖는 식물을 심었다면 그 주변에는 선이 강한 식물을 심지 않고, 대신 색, 질감, 양감 등을 보충하는 식물을 함께 심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강한 선의 아름다움은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공간에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부여한다. 두 번째 원칙은 식재 시점의 완성도에 관한 것인데, 식 물이 갖는 선의 결을 맞추는 것이다. 조금 모호하게 들 릴 수 있겠지만, 이는 앞서 나무의 선을 결정할 때 본 래 그 자리에서 자란 나무처럼 심는다고 한 것과 같 은 맥락의 이야기다. 즉 여러 가지 초화를 혼식하더라 도 식물들이 본래 그 자리에서 함께 태양을 바라보며 자란 듯 선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식재하는 것이다. 크고 작은 선이 방향성을 가지고 켜켜이 쌓 이면 하나의 결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심을 경우 비교 적 단기간에 안정되어 보이는 초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초화의 색과 질감만을 고려하고 작은 선을 읽지 않은 채 식재할 경우, 누군가 헤집어 놓은 듯 어수선한 모습의 공간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식물들이 태양을 따라 반응하며 자연스럽게 선을 잡아 나가겠지만, 제 법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잔잔한 것이 더 아름답다 자연을 담은 공간을 설계하고 짓는 일을 하면서 느낀 점 한 가지를 공유한다. 주로 정원을 만드는 설계 사무소에 취직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질문을 한 적 이 있다. “소장님은 어떤 나무가 좋으세요?” 설계가로 서의 기호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글쎄, 다 좋다. 다 좋은 점이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답 을 조금씩 이해해 가는 것 같다. 나무도 꽃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일견 개성이 없고 평범해 보 이는 풀 한 포기도 자세히 바라보면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 잔잔한 아름다움을 갖는 풀이 없다면 그 옆에 있 는 화려한 꽃의 아름다움도 드러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을 빛나게 하는, 자기 본연의 가치를 드 러내는 그런 잔잔한 것이 더 아름답다(연재 끝). 최재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조경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정원과 조경 설계 실무를 익혔다. 수상 경력으로 제8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상, 제3회 대한민국 신진조경가 대상 설계공모전 대상, 2017 코리아가든쇼 대상 등이 있다. 2017년 한강예술공원 시범사업의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같은 해 스튜디오 오픈니스(Studio Openness)를 창업하여 생태적 관점을 바탕으로 정원, 공공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명주의 경관 이종기 오미나라 대표
    누구에게나 술에 관한 기억이 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사발을 들이키던 시큼털털한 상투적 레퍼토리, 언젠가부터 속속 생기기 시작한 와인바에 여친을 데려갔다가 높은 가격에 놀란 자존심을 지켜 주었던 고마운 칠레산 와인, 할아버지 묘소 잔디 위에 뿌려 주고 마시지도 않았던 제례주, 동네 성당의 신부님이 맛보라며 권해 주신 달달한 국산 포도주 마주앙 등 주량이 매우 적은 나에게도 술과 얽힌 인연은 지겨울 만큼 많다. 술은 억지로 마셔야 하는 것 혹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등식은 다행히 사양할 줄 아는 나이가 되면서 점점 사그라들었지만, 잔뜩 취해야만 하는 우리 문화만 탓했지 우리 술의 단조로운 시시함이 그 원인일 거라는 의심은 꿈에도 하지 못했었다. 스물다섯 즈음이었나, 일본 구마모토에서 그들이 소주라며 내온 술을 마신 그날 밤은 내 알코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이후 외국에서 술을 접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동안 술의 전부라고 알아왔던 소주와 맥주에 배신감이 들 정도였다. 술은 당연히 수입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세상 좋은 술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꽤 고가의 술을 나누며 행복할 수 있어 좋지만, 그럼에도 여느 전시회 오픈식에 가서 으레 서빙되는 와인을 홀짝거리자면 뭔가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국산 와인을 접했다. 토종 농산물 오미자로 만든 술이었다. 왠지 소비해 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으로 잔을 들긴 했지만 의외로 품질이 놀라웠다. 국산 와인 몇 가지에 대한 그리 탐탁지 않던 기억을 말끔히 밀어내는 멋진 경험이었다. 몇 달 후 전시회 오프닝 때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아 금방 동이 났다. 술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답해 주기 위해서 약간의 리서치를 한다는 게 그만 인터뷰로 이어졌다. ‘오미로제’가 만들어지는 문경은 경북 내륙의 첩첩산중이다. 고속 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훨씬 높아졌지만 소백산맥 언저리의 이 지역은 여전히 가 볼 일이 별로 생기지 않는 국토의 구석이다. 이종기 대표의 구상은 크고도 아름다웠다. 프랑스의 부르고뉴, 미국의 나파 밸리, 일본의 구마모토처럼 계곡마다 양조장들이 자리 잡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일로 술을 빚는다면, 더군다나 우리 사회의 거친 술 문화를 바꿀 만큼의 세계적 명주가 생산된다면, 그건 단순히 풍경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화의 저변을 개혁하는 의미 깊은 작업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와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정원 탐독] 식물, 인간 그리고 가능성
    큐가든과 카를로스의 추억 2008년 9월부터 2009년까지 나는 정원 디자인 학업을 중단하고 영국 왕립식물원인 큐가든에서 인턴 정원사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일했던 곳은 열대 식물 재배 온실(Tropical Nursery)인데, 이곳의 주된 업무는 전 세계 열대 우림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재배하고 보존하는 일이었다. 매일 온실에 도착해 씨앗에서 발아되어 손가락 한마디쯤 자란 열대 식물을 더 큰 화분에 옮겨 심어 주거나, 벌레를 잡아 영양분을 보충하는 식충 식물에게 물을 주고, 사막 기후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상태를 점검하곤 했다. 내가 하는 일을 관리·감독하는 매니저가 있었는데, 그들은 큐가든의 3년제 대학을 졸업한 식물·원예 전문가였다. 그중 한 사람이 스페인 출신의 카를로스(Carlos Magdalena)였다. 카를로스와는 매일 아침 회의가 있을 때 마주하고 그로부터 작업을 지시받기도 했다. 스페인어 억양이 강한 영어 탓에 다른 사람들보다 그의 말에 더 많이 집중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자신은 원래 소믈리에 출신으로 레스토랑에서 일했고 큐가든에 들어온 후에는 멸종 위기의 식물을 다시 살려내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등의 수다스러운 대화가 추억으로 남아 있다. 1년 후 큐가든과의 인연이 끝나면서 그와의 인연도 끝인가 싶었다. 하지만 2017년 그의 책 『식물 메시아(The Plant Messeiah: Adventures in Search of the World’s Rarest Species)』를 영국의 어느 서점에서 만나면서 카를로스의 활약을 좀 더 깊게 알 수 있었다. 번식이 중단된 식물, 라모스마니아 카를로스의 책은 인도양의 섬 로드리게스에 자생하고 있는 멸종 위기의 식물을 큐가든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려냈는지에 대한 노력과 성공의 기록이다. 수십 제곱킬로미터 넓이의 산호로 둘러싸여 보호되고 있는 섬, 로드리게스는 지금도 산호 때문에 배로는 진입이 불가능해 비행기로만 착륙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 탓에 로드리게스 섬은 그간 외부 식물의 침입 없이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식물의 보고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섬도 서방 세계와의 접촉이 생기면서 자생 식물이 자라던 숲이 사라지고 대규모 농장이 들어서는가 하면, 도로가 발달해 자생 식물은 물론 그 식물을 터전으로 삶고 사는 동물의 멸종이 급속화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식물의 멸종은 어느 날 갑자기 식물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다. 식물이 더 이상 씨앗을 맺지 않는 일이 먼저 발생한다. 식물의 보고였던 로드리게스 섬은 지금은 더 이상 번식을 하지 않는 식물이 즐비한 “죽은 생명체의 섬”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살아 있지만 번식이 끝난 죽은 식물 중 하나가 바로 카를로스가 살려낸 식물 라모스마니아(Ramosmania rodriguesi)다. 라모스마니아라는 식물이 과학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이 섬의 원주민이자 교사인 레이먼드 아키로부터였다. 평소에도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레이먼드는 자신의 학생에게 인근에 보이는 식물 채집을 과제로 시켰고, 이렇게 채집된 식물을 수업 시간에 활용했다. 식물의 학명을 확인하고 그 식물이 자라는 환경과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공부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때 학생 중 한 명인 헤들리 매넌이 가져온 식물이 좀 이상했다. 로드리게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식물의 속과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 어떤 식물과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 리틀 칼리지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정원생활자』,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이미지 스케이프] 칠면초의 숲
    그야말로 기록적으로 뜨거운 여름입니다. 40도에 육박하는 온도가 이젠 그리 낯설지 않네요. 이 글을 읽으실 때는 좀 더위가 꺾였겠지요? 더운 여름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을까 해서 아주 잠깐 짬을 내 제부도를 찾았습니다. 한두 시간의 여유를 상상하고 찾은 바닷가지만, 역시 뜨거운 햇빛만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런. 제부도는 경기도 화성시에 속한 작은 섬인데, 썰물 때면 물이 빠지면서 육지와 연결되는 특이한 곳입니다. 하루에 두 번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데 물때를 놓치면 한참을 섬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바다도 바다지만, 사실 제부도를 찾은 건 최근에 여섯 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새로 만들었다는 제부도 아트파크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다를 향한 조망 장소와 전시 공간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더군요. 아트파크를 둘러볼 때 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구경을 마치고 나니 더위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게 됐습니다. 게다가 밀물이 되기 전에 나와야 해서 허둥지둥 서둘러야 했습니다.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도로를 따라 겨우 섬을 빠져나오니 그제야 주변을 가득 메운 빨간 색의 귀여운(?) 풀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칠면초. 칠면조 아닙니다! 칠면초는 바닷가에서 군생하는 붉은 색의 한해살이풀입니다. 군락을 이룬 칠면초를 멀리서 보면 마치 단풍이 물든 것 같은 모습인데 비현실적인 붉은 색 해변이 아주 장관입니다. 제부도 칠면초 군락은 그리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둑길에서 아주 가까워서 몇 걸음만 내려가면 자세히 볼 수 있더군요. 가까이에서 본 칠면초는 군락으로 보일 때와 상당히 달랐습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 [시네마 스케이프] 더 스퀘어 공간과 비공간, 그 경계 더 스퀘어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의 인터뷰로 영화가 시작된다. 전시와 비전시, 공간과 비공간 등 현대 미술에 대한 개념적이고 모호한 의미를 기자가 묻는다. 수석 큐레이터인 크리스티안은 당황한다. “제가 그렇게 이야기했나요?” 미술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이냐는 첫 번째 질문에 단호히 ‘예산’이라고 대답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더듬거리며 억지로 대답을 만들어내자 이해 못 한 표정이 역력한 기자는 잘 알았다고 얼버무린다. 설치 작품 ‘더 스퀘어(The Square)’는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Ruben Ostlund)가 2015년에 스웨덴과 노르웨이에 설치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 ‘더 스퀘어’는 이 작품을 매개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전면 광장에 설치된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전통적 외관의 미술관은 왕궁을 개조한 것으로, 그 자체로도 웅장하고 아름답다. 작품 설치를 위해 중앙에 있던 청동 기마상을 들어 올리자 기마상이 덜컹거리며 파손되는 장면은 두 시간이 넘는 긴 상영 시간 동안 벌어질 소동을 암시한다. 파상형으로 깔린 사고석 포장 위에 가로세로 4m의 사각형을 따라 포장 면을 커팅한 후 돌을 걷어 낸다. 같은 재료인 사고석을 선에 맞추어 다시 놓는다. 두 줄의 사고석 사이에 띠 조명을 설치하고 면을 다진 후 고르게 만든다. “‘더 스퀘어’는 신뢰와 배려의 공간으로 이 안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라는 해설판을 붙이는 것으로 공사가 마무리된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크리스티안은 곤경에 처한 사람 누구나 스퀘어 안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애를 강조하려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전형적인 북유럽풍의 훤칠한 신사인 크리스티안은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에 휘말린다. 출근길에 곤경에 처한 여자를 도와주다가 소매치기를 당하는 것으로 문제가 시작된다. 지갑과 핸드폰을 찾기 위해 벌인 엉뚱한 행동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고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팔려 전시 홍보 영상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하고, 자극적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큐레이터직을 사임하기에 이른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미술 작품을 설명하는 내용이 작품 자체보다 더 난해할 때가 많다. 과연 몇 명이나 그 의미를 알까라는 의심은, 이 영화를 보면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예술을 구구절절 설명한다는 시도 자체가 어쩌면 난센스일지도.
  • 제1회 LH가든쇼 LH·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세종시 공동 주최, 순천가드너협동조합 주관 세종시 무궁화테마공원에서 개최
    지난 8월 16일 세종시 무궁화테마공원에서 LH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세종시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순천가드너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제1회 ‘LH가든쇼’가 개최됐다. 이번 LH가든쇼는 나라꽃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행사로, 지역 주민에게 정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공공 정원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국내외 디자이너가 조성한10개의 정원을 선보였으며 정원 투어, 정원 상담소, 시민 정원 교육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무궁화테마공원 곳곳에 세계 3대 정원 축제 중 하나인 쇼몽 국제정원 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 샹탈 콜뢰-뒤몽(Chantal Colleu-Dumond)과 프랑스의 디자이너 베르나르 샤퓌(Bernard Chapu)의 ‘향기, 그리고 물거품’을 비롯해 국내 디자이너가 만든 9개 정원이 조성되었다. 디자이너 선정은 지난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공모를 통해 이루어졌다. 무궁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 공공 정원으로서 역할 할 수 있는 창의적 디자인, 지역 주민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친숙하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이 요구되었다. 6월 4일 심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고태영의 ‘자연과의 숨바꼭질’, 김경훈의 ‘어머니의 마음은 하늘 같아서, 어머니의 마음은 세종 같아서’, 김효성의 ‘우리꽃 소리원’, 박종완의 ‘동천洞天, 꽃은 피고 지고 다시 또 피네’, 윤종호의 ‘품 안에서 피어나다’, 이상국의 ‘와류원(渦流園)’, 정성훈의 ‘무궁원’, 정은주의 ‘더 픽션(The Fiction), 비밀의 정원’, 최재혁의 ‘무궁산수원(無窮山水園)’이 참여작으로 선정되었다. 각 정원의 규모는 150m2내외이며 5,500만원의 조성비가 주어졌다....(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 쓰레기 소각장의 진화 부천아트벙커 B39
    쓰레기 소각장에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1995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삼정동 소각장은 부천 주민 갈등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루 수백 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던 소각장은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다이옥신을 뿜어냈고, 시민들은 소각장 폐쇄를 위한 대책 위원회를 구성했다. 결국 소각장은 운영을 시작한 지 15년 만인 2010년에 폐쇄되었다. 멈춰버린 소각 시설은 그렇게 방치되다 사라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4년 삼정동 소각장이 ‘문화체육관광부 폐산업시설 및 산업단지 문화재생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되며 새롭게 활용될 준비에 돌입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6월, 1년여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소각장은 ‘부천아트벙커 B39(이하 B39)’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B39에서 39는 39m에 달하는 쓰레기 벙커의 깊이를 뜻한다. 고치고 남기고 ‘삼정동 소각장 문화재생사업 건축설계공모’에서 당선된 김광수 건축가(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 건축사사무소 커튼홀 공동대표)가 소각장의 리모델링 계획을 맡았다. 그는 건축적 개입을 최소화했다. 과거의 기억을 남김과 동시에 부족한 예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기존 건물의 골격을 거의 유지하되, 건물 동쪽에 긴 통로를 새로 만들었다. 노출 콘크리트 통로는 소각장과 비슷한 스케일과 재질로 만들어진 덕분에 원래 건물의 일부처럼 보인다. 거대한 회랑을 닮은 통로를 따라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건물 내부로 향하게 된다. 소각장은 현재 1, 2층만 재단장된 상태다. 나머지 3, 4, 5층은 향후 예산을 확보해 순차적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1층의 로비와 카페, 2층의 직원 사무실과 스튜디오 룸에서는 이곳이 과거 소각장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지만, 곳곳에 소각장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적절히 남아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