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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의 탄생, 1968~2018] 한국 도시화의 거시적 현황, 쏠림 현상
    도시화는 인간 세계의 특이한 현상이다 한국 도시화의 거시적 현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우리의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 중고등학교의 과학 시간으로 되돌아가 보자. 혹시 확산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는가? 확산은 방 한구석에서 향수병을 열어 놓으면, 얼마 후에 방안 전체에서 향수 냄새가 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확산은 어떤 물질이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여, 그 농도가 균일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1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다른 용어로 엔트로피(entropy)(무질서도)라는 개념도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고립계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즉, 열은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흐르며, 나아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는 비가역적인 방향성이 있다는 것이다.2 이와 같은 관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바라보면 어떠한가? 지난 연재『( 환경과조경』 2019년 1월호, “한국의 도시화 50년, 그 공간 문화 비평에 들어가며”, pp.86~95 참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65%가, 대한민국 인구의 80~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는 물리적으로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사람과 건물이 많이 모여 있는 공간을 말한다. 이것은 결국 밀도의 개념과 관련되며, 앞서 이야기한 농도 그리고 엔트로피와도 연관된다. 하지만 자연계의 현상과는 반대로 우리 인간 세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인구 밀도와 건물 밀도 등이 점점 높아지는 도시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마치 방 전체에 퍼져 있는 향수 분자가 방 한구석에 있는 향수병 안으로 급격하게 모여드는 것과 유사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하기에 도시화는 본질적으로 상당히 인위적일 뿐만 아니라, 많은 에너지가 동반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한국 도시화의 거시적 현황을 보다 큰 시공간적 맥락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600년의 변화? 100년의 변화! 50년의 변화 한국 도시화의 거시적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시화의 개념적 정의와 함께 한국 도시화 현상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차원에서 규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도시화의 개념은 물리적, 지리적, 사회적 관점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 내릴 수 있지만, 도시화에 대한 가장 기본적 정의는 인구 통계적 관점을 따른다. 전 세계 인구 관련 통계의 핵심 기관이자 권위적 기구인 UN 통계국(United Nations Statistics Division)은 도시화를 “1. 도시 지역에 사는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 2. 많은 사람이 비교적 좁은 지역에 도시를 형성하면서 집중하는 과정”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3다시 말해, 도시화는 본질적으로 인구, 시간, 공간의 문제이며 도시화 현상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빠른 시간에’, ‘얼마나 좁은 공간으로’ 집중하고 있는가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도시화 현상은 도시 형태 및 공간 변화와 관련된 물리적 현상,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는 지리적 현상, 인구 집중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생활 방식의 변화가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 등으로 확장되어 다루어진다. 이 같은 다양한 관점으로 인해 도시화의 역사에는 물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건조 환경의 역사(건축사, 조경사, 도시사 등)와는 다른 인구 통계적, 지리적, 사회적 측면 등이 존재하며, 특히 집합적 인간으로서 인구, 통합적 공간으로서 마을이나 도시, 나아가 지역 또는 국토 등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게 된다....(중략)... *환경과조경370호(2019년2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확산”, 『Basic 고교생을 위한 생물 용어사전』, 2019년 1월 10일접속(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41889&cid=47338&categoryId=47338). 2. “열역학 제2법칙”, 두산백과, 2019년 1월 10일 접속(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26837&cid=40942&categoryId=32233). 3. United Nations, Glossary of Environment Statistics, Studies in Methods, Series F No. 67, United Nations: New York, 1997, pp.74~75.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 [시네마 스케이프] 그린 북
    『그린 북(Green Book)』은 정원 관련 책이 아니다. 1936년부터 1966년까지 미국에서 발간된 연간 여행 안내 책자로, 흑인 여행자들이 차별과 물리적인 폭력을 피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했다. 미국 전 지역을 운전하며 다니는 우편배달원이 었던 빅터 휴고 그린이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재작년 개봉된 천재 흑인 수학자를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2016)에서 본 대로, 대중교통과 화장실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차별은 가까운 과거에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영화 ‘그린 북’(2018)은 1962년을 배경으로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가 이탈리아계 백인을 운전사로 고용해 연주 투어를 다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여행을 하며 소통하게 된다는 전형적인 로드 무비는 언제나 흥미롭다. 상반된 두 캐릭터가 충돌하며 빚는 에피소드는 예상을 넘어서고, 이동하면서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은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한다. 여기에 매력적인 음악까지 더해진다. 토니(비고 모르텐슨 분)는 뉴욕의 클럽에서 기도(문지기)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내다. 일하던 클럽이 내부 수리로 두 달간 문을 닫자, 토니는 8주간 셜리 박사(마허샬라 알리 분)가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안전하게 마치도록 수행하는 일자리를 얻는다. 셜리는 예술학, 심리학 등의 박사 학위를 가진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유명 인사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인종 분리 정책이 유지되던 남부의 여정에서 그들은 폭력과 차별에 빈번하게 노출된다. 백인 부유층은 아티스트로서 셜리 박사를 인정하지만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진 않는다. 숙식도 거부된다. 남부로 내려갈수록 셜리 박사 혼자 돌아다니는 일이 위험해진다....(중략)... *환경과조경370호(2019년2월호)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봄도 아닌데 봄 방학이 있는 2월은 참 어정쩡한 달이다. 아이들은 졸업과 입학 사이, 학년과 학년 사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낸다. 긴 연휴까지 끼어 있으니 제대로 무언가 해보기도 어설픈 달이다. 다가올 3월을 준비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지키지도 못할 결심만 무수히 하느라 머릿속만 바쁜 달이다.
  • 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설계공모 그람디자인, 코어건축사사무소의 ‘버티컬 가드닝’
    지난해12월25일 서울시는‘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그람디자인과 코어건축사사무소의‘버티컬 가드닝(Vertical Gardening)’을 선정했다고 밝혔다.이번 공모는 녹색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는‘정원도시 서울’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민간 건축물에 수직정원을 확산시키기 위한 시범 사업이다.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일부 건물에 수직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이 주는 시각적 효과를 꾀하고,시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생태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공모는 제안·지명 방식으로 진행되었다.오피스경(권경은),한양대학교(안기현),아뜰리에리옹 서울(이소진),그람디자인(최윤석),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황용득)등5개 팀이 초청되었으며,초청팀은 건축 전문가와 조경 전문가를 모두 포함한2인 이상의 팀을 구성해야 했다. 대상지는 돈의문박물관마을D동(서울도시건축센터), H동(서울도시건축센터 별관,공공 전시장)의 외부 벽면과 옥상 및 외부 공간으로, H동 일부 공간의 경우 내부 리모델링 계획뿐만 아니라 수직정원의 취지에 맞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설계 지침은 크게 다섯 가지였다.첫째,서울의 사계절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정원을 제안하고,식물은 도심지 공해에 강하고 월동이 가능해 서울에서 생육할 수 있는 종을 선정한다.둘째,식재 기반 구조물은 식물에게 적정한 생육 환경을 제공하고,유지·관리가 쉬워야 한다.구조물의 재질,디자인,색상은 기존 건축물,주변 가로 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셋째,자동 관수 시설 및 시스템은 유지·관리가 효율적이어야 한다.넷째,관수나 전력 소비를 최소화해 수직정원을 저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또한 식재 하중,풍하중을 고려해야 하며 태풍,집중 폭우 등 재난에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다섯째,수직정원,옥상 녹화,가로 녹지는 서울시 관련 계획 및 지침을 반영해 설계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70호(2019년2월호)수록본 일부
  • 전남대학교 민주길 조성사업 설계공모 동인조경마당의 ‘행복한 동행’
    지난해 12월 25일 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설계공모’의 당선작으로 그람디자인과 코어건축사사무소의 ‘버티컬 가드닝(Vertical Gardening)’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는 녹색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는 ‘정원도시 서울’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며, 민간 건축물에 수직정원을 확산시키기 위한 시범 사업이다. 서울시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일부 건물에 수직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이 주는 시각적 효과를 꾀하고, 시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생태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공모는 제안·지명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오피스경(권경은), 한양대학교(안기현), 아뜰리에리옹 서울(이소진), 그람디자인(최윤석), 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황용득)등 5개 팀이 초청되었으며, 초청팀은 건축 전문가와 조경 전문가를 모두 포함한 2인 이상의 팀을 구성해야 했다. 대상지는 돈의문박물관마을 D동(서울도시건축센터), H동(서울도시건축센터 별관, 공공 전시장)의 외부 벽면과 옥상 및 외부 공간으로, H동 일부 공간의 경우 내부 리모델링 계획뿐만 아니라 수직정원의 취지에 맞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설계 지침은 크게 다섯 가지였다. 첫째, 서울의 사계절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정원을 제안하고, 식물은 도심지 공해에 강하고 월동이 가능해 서울에서 생육할 수 있는 종을 선정한다. 둘째, 식재 기반 구조물은 식물에게 적정한 생육 환경을 제공하고, 유지·관리가 쉬워야 한다. 구조물의 재질, 디자인, 색상은 기존 건축물, 주변 가로 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 셋째, 자동 관수 시설 및 시스템은 유지·관리가 효율적이어야 한다. 넷째, 관수나 전력 소비를 최소화해 수직정원을 저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식재 하중, 풍하중을 고려해야 하며 태풍, 집중 폭우 등 재난에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 다섯째, 수직정원, 옥상 녹화, 가로 녹지는 서울시 관련 계획 및 지침을 반영해 설계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0호(2019년 2월호) 수록본 일부
  • [이달의 질문] 나만 알고 싶은 핫 플레이스가 있다면?
    나만 알고 싶은 핫 플레이스는 없다. 대신 가보고 싶은 곳의 리스트는 차고 넘친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제주도의 아직 가보지 못한 오름들과 눈 쌓인 한라산, 일본 삿포로에 있는 맥주박물관,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대는 날의 갈대숲, 언제 완공될지 기약 없는 용산공원, 미세 먼지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 맑디맑은 어느 봄날의 서울식물원, 평양시 중구역 서문동에 있다는 만수대분수공원…. 아, 무릎 튀어 나온 추리닝을 입고 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이가 있는 동네 술집도 가고 싶다. 격하게! 남기준환경과조경 편집장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고 싶을 때 이곳을 추천한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드라이브해 도착할 수 있는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다. 임진강을 향해 탁 트인 언덕에 자리 잡은 1만평 규모의 정원으로, 언덕에 앉아 강가를 바라볼 때면 일상의 상념을 자연스레 잊게 된다. 특히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해마다 넓은 언덕을 안젤로니아 꽃이 가득 채우는데,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라벤더 밭에 온 듯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개화 기간이 길고 우리나라 기후에 비교적 잘 맞는 안젤로니아를 선택한 정원 디자이너의 안목이 돋보이는 곳이다. 정원 한편에는 화이트가든이라고 이름 붙여진 수 공간이 있는데, 임진강을 향해 무한히 이어진 인피니티 수반에 하늘의 풍경이 그림처럼 담긴다. 연천 허브빌리지는 핫 플레이스이기도 하지만 뜨거워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쿨 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최재혁스튜디오 오픈니스 대표 KTX로 2시간여를 달려 호남선의 끝자락에 내렸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자마자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이 마구 떠오른다. 게살비빔밥과 게찌개, 한우 갈빗대가 올라간 냉면, 제철 방어, 콩국수…. 뭘 먹든 맛있겠지만 겨울엔 냉면이다. 한우 냉면으로 배를 채우고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자마자 산책을 나선다. 근대 유산과 박물관, 적산가옥, 이야기가 있는 골목길을 걷는다. 걷다가 눈에 띄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도 이곳 목포 원도심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조금은 한적하고 은근히 활기찬 동네. 저녁으로 신선한 회 한상, 아침으로 아메리카노 대신 고소한 콩물 한 컵, 점심으로 게살비빔밥과 게찌개를 먹고, 돌아오는 기차에 오르기 전 이곳에서만 파는 쑥굴레와 콩국을 포장한다. 기차 여행을 마칠 때쯤, 달콤한 조청에 찍은 쑥굴레를 우물거리며 나의 핫 플레이스 목포 원도심을 음미해본다. 근래 목포 원도심 관련 뉴스가 뜨겁다. 진짜 핫 플레이스가 되었나보다. 이태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연구원 인천에는 ‘개항누리길’이라는 근대화 거리가 있다. 인천 여행지로 유명한 차이나타운과 닭강정이 맛있는 신포시장 사이에 있어 한번쯤 들러도 좋은 곳이다. 개항누리길에 위치한 ‘관동오리진’은 1940년 이전에 지어진 일본식 연립 주택을 개조한 카페다. 1,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2층 다다미방은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옛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팥물, 수제차도 유명하지만 뒤뜰에 있는 작은 정원이 인상적이다. 건물 앞에서 인증샷만 찍고 가는 이들도 많다. 흑백 사진관 ‘우리’는 관동오리진 건너편에 있는데, 사진 한 장 찍는 데 오천 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감성적인 사진을 건질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정작 갈 때마다 웨이팅이 길어 한 번도 못 찍어 봤다는 게 함정이다. 박민지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경의선숲길과 연남동을 지나 30분가량 걸어가면 연희동이 나온다. 교통이 조금 불편한 탓인지, 연희동은 연남동이나 익선동 같은 진짜 핫 플레이스들처럼 붐비는 곳은 아니다. 연희동은 큰길에서 보면 평범한 주택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쪽으로 두 골목만 더 들어가면 주택가 사이사이 카페와 음식점, 서점, 디자인숍 등이 숨어 있다. 나만의 연희동 코스가 있다. 먼저 ‘유어마인드’라는 독립 서점을 둘러보고, 바로 아래층의 카페에서 키오스크 샌드위치를 먹는다. 배가 조금 차면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넓고 깨끗한 골목 또한 연희동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저녁은 항상 ‘월순할매동태찜’이다. 매콤한 동태찜과 볶음밥은 요즘 같은 겨울에 안성맞춤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마음 가는 새로운 곳에 도전한다. 최근에 간 ‘예끼’라는 오뎅 바는 무지개색 니트를 입은 사장님과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는 따뜻한 곳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사러가마트’도 한 번씩 들러본다. 동네 마트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식재료들을 찾을 수 있다. 연남동의 꽉 찬 거리와 끝없는 웨이팅이 질렸다면, 조금 더 걸어 연희동은 어떨까. 홍하영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작은 북 카페 ‘카푸치노’는 이천 원이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병원 의사분이 모아 놓은 문학 기행 비평집이 있다. 나만 아는 것은 재미없어 알린다. 이은심 나의 핫 플레이스는 서로 극과 극인 두 곳이다. 한 곳은 현대적이고, 다른 한 곳은 전통적이다. 첫 번째 핫 플레이스는 H 카드사의 옥상 키친, ‘쿠킹 라이브러리’다. 4층에 있는 그린 하우스는 한 팀만을 위한 공간으로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정원에서 자유롭게 야채를 수확해 요리할 수 있다. 공간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미식에 대한 열정이 있는 조경인이라면 누구나 이 매혹적인 공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번째 핫 플레이스는 장흥의 ‘열화정’이다. 느티나무가 노랗게 단풍 들 무렵, 나무 그늘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면 내가 자연인지 자연이 나인지 심히 헷갈린다. 죽기 전에 꼭 느티나무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10월 넷째 주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혼자 가도 좋고, 같이 가도 너무 좋은데 혼자만 보기에는 아까운 풍경이다. 온통 노란 느티나무 잎사귀로 가득 찬 연못은 가을이 통째로 들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20년 전 제목도 없는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알게 된 열화정은 몇 년간의 전통 공간 답사에도 풀지 못한 숙제 같다. 배선영 한국수자원공사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융건릉’. 정조와 영조의 능이 있는 곳으로 몇백 년 된 수목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방문객이 굉장히 많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한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수목만 가득할 뿐인데 능 바깥과는 공기부터 다른 것이 느껴진다. 쭉쭉 뻗은 산책길, 넓은 잔디밭과 휴게 공간에서 여유롭게 산책하고 쉬고 데이트하기도 좋다. 어느 계절에 가도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다. 백규리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한참을 생각한 끝에 두 곳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네스트호텔’이다. 호텔 근처 용유역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역까지 갈 수 있다. 서해 바다를 보며 탁 트인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에는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설렘이 있다. 두 번째는 광화문 ‘씨네큐브’다. 해머링 맨이 있는 흥국생명 건물 지하 2층에 있다. 영화 티켓을 보여주면 지하 1, 2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3층 ‘세화미술관’ 관람도 무료, 창밖 도심 전망은 덤이다. 매번 인생 영화를 만나는 곳, 직원이 “상영 시작 1분 전입니다” 외치는 정감 있는 곳이 궁금하다면, 북적이고 팝콘 냄새 나는 영화관이 싫다면, 따스한 찻물이 마음에 스며들 듯 완벽한 힐링이 필요하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시길. 이주연한국조경협회 사무국장 내게 핫 플레이스를 찾아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틈틈이 인터넷이며 TV며 여러 매체를 통해 가고 싶은 곳들을 체크해 둔다. 원하는 조건을 갖춘 핫 플레이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접근하기 쉽고, 볼거리가 많고, 적당히 오랜 시간을 보내기 좋아야 한다. 분위기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핫 플레이스들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가족, 친구, 애인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곳에는 대게 그렇듯 많은 인파가 몰린다. 사람들 속에서 한참 치이다 보면 진이 쏙 빠진다. 함께 온 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계획이 실패한 것만 같다. 이럴 때면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핫 플레이스를 나만 알고 싶어진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꽁꽁 숨긴 채 답변을 내놓고 말았다. 박대웅화담숲 바리원 *‘이달의 질문’은 매달 하나의 질문에 대한 독자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이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시시콜콜한 조경 동네의 일상부터 조경을 둘러싼 법제도, 조경의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질문을 통해 조경 공론의 마당을 조금씩 넓혀가겠습니다.
  • [편집자의 서재]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조금 망설이게 된다. ‘독서’인데, 선뜻 말하기가 어렵다. 첫째, 책에 대한 나의 애정은 어딘가 어설프고 애매하다. 흥미로운 이야기, 맛깔 나는 문장, 똑똑해지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책을 읽기도 하지만, 나와 책의 관계는 물질적인 면에 좀 더 치우쳐 있다. 반듯한 사각형, 종이의 냄새와 질감, 정갈한 글자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쉽게 들뜬다.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 뿌듯하고,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달라진 것 같다는 예감(착각)에 사로잡혀 정작 책 읽기는 뒷전이다. 둘째, 소심한 성격도 한몫한다. ‘취미는 독서’라고 했을 때 돌아올 반응이 신경쓰인다. 집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따분한 애로 보거나, 잘난 척하는 인간으로 보거나, 그냥 폼 잡으려고 아무 말이나 하는 허언증 환자로 볼 게 뻔하다. 셋째, 요즘 같은 시대에 독서는 매력적인 취미가 아니다. 이력서 속 빈칸에 대한 답일 때는 더욱 신중해진다. 독서라고 썼다가는 제대로 된 취미 하나 못 찾은, 도전 정신이나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지원자로 보이기 십상이다. “책 좋아하세요?” “좋아하긴 하는데... 많이 읽고 그러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면 언제나 우물쭈물,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던 적이 많지 않다. 책 좋아하는 인간으로 알려지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생일 선물은 항상 책이었고, 내가 똑똑하고 올곧은 애인 줄로 아는 엄마 친구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으며, 아는 게 많고 글을 잘 쓸 거라는 기대는 정말 별로였다. 이런 소심한 책쟁이에게 한 줌의 해방감을 준 책이 있었으니,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이다. 책을 사게 된 건 순전히 제목 탓이었다. 폐활량이 부족한 사람은 한 번에 다 말하기도 힘들 것 같은 저 긴 제목에는 뭔가 씌여 있는 게 분명했다. ‘멸종 직전’이라는 절박한 표현을 거부할 수 없었다. 동료가 내미는 손 같았고, 종이책이 보내는 일종의 구조 신호 같기도 했다. 이 책은 미국 칼럼니스트 조 퀴넌의 삐딱한 시선으로 쓰인 지극히 주관적인 독서 예찬론이다. 곧 일흔을 바라보는 그가 평생 읽은 책은(그의 추산에 따르면)7천 권 남짓이다. 태생이 까칠한 탓인지 엄청난 독서량에서 비롯된 자신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책과 독서 생활에 관해 말할 때만큼은 그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거침없다. 세상에는 위대한 책도 많지만 펴 볼 가치도 없는 허섭스레기 같은 책도 많으며, 그중 기업가나 정치가가 쓰거나 그들을 다루는 책은 끔찍하기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군림하는 책을 그해에 읽고 넘어가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마뜩치 않고, 14살 때부터 경멸해 온 책을 자기 인생 책이라며 반짝거리는 눈으로 건네는 친구를 무서워한다. 보통 독서법에 관한 책이라면 독서 행위를 고상하고 감상적인 일로 미화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러한 점에서 여타 책과는 결을 달리 한다. 그에게 책 읽기는 지루한 인간들 틈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자,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도피처이며,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만드는 좋은 핑곗거리다. 생각해보면 내가 책을 붙들고 있는 이유도 대단한 데 있지 않다. 아무리 책이 정서를 고양하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해도,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이라는 물체에 대한 일종의 페티시가 있기 때문이고, 책이 허접한 예능보다 재밌고, 많이 움직이지 않고 빈둥대는 일이 태생적으로 잘 맞아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종이 뭉텅이에 집착하거나, 현실 부적응자거나, 숨쉬기 운동 밖에 할 줄 모르거나, 속에 화가 많은 것뿐인지도 모른다. 책 읽는 걸 대단하게 혹은 괜히 아니꼽게 여기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좀 알아야 한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사람처럼 굴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눌려 있는 이도 마찬가지다. 머쓱한 표정이 아닌 심드렁한 얼굴로, “취미는 독서에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 할 수 있는 권리를 허하라. 각주 1.조 퀴넌, 이세진 역,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위즈덤하우스, 2018.
  • [CODA] 애매한 관찰자 시점
    학교나 직장은 집에서 먼 곳으로 다닐 것. 넘쳐나는 시간을 대학교 주변 카페를 탐방하며 까먹던 새내기 시절, 재미 삼아 들린 사주 카페에서 뜻밖의 조언을 들었다. 모든 세상사에 달관한 듯한 눈빛의 역학자는 내 사주에 역마살이 끼어 있다며 집에서 먼 곳으로 나다닐수록 일이 잘 풀릴 거라 이야기했다.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길 수 있는 충고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는 이유는 내가 30여 년을 한 동네 주변을 맴돌며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를 몇 번 했지만,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통학 시간이 걸어서 30분을 넘겨본 적이 없다. 한때 인턴으로 오갔던 평촌의 연구소가 집에서 가장 먼 일상 공간이었다. 덕분에 동네의 변화를 낱낱이 목격하며 자랐는데, 모교가 될 줄 몰랐던 동네의 대학교도 관찰 대상 중 하나였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주말이면 캠퍼스 뒤편의 산에 올라 배드민턴을 치거나 중앙로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탔고, 여름방학에는 학생회관 앞 잔디밭에서 대학 풍물 동아리가 진행하는 장구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캠퍼스를 동네 공원처럼 누비고 다닌 탓에, 신입생 주제에 얼마 전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이라도 되는 양 변해버린 학교를 아쉬워하곤 했다. 뒷산 앞 잔디 언덕을 덮은 캐스케이드와 스탠드, 장구를 배웠던 잔디밭을 밀어내고 들어선 농구 코트가 그랬다. 특히 자그마한 잔디 언덕과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캐스케이드는 왕릉 같은 역사 유적지를 연상시켜 매우 기이했다. 그 후에도 작은 변화들이 캠퍼스를 야금야금 바꾸어 나갔다. 밀려드는 과제만으로도 벅찬 학기를 보내던 나는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알지 못한 채 달라지는 캠퍼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의문을 품게 된 건 어느 여름, 입구 리노베이션 공사를 목전에 둔 때였다. 우리 학교 정문은 좁고 볼품없기로 유명했는데, 정문 가까이 대학 본관으로 쓰였던 오래된 건물이 있고 그 건물만큼 나이를 먹은 큰 나무들이 모여 자라고 있었다. 작지만 알찬 숲은 정수리로 내리꽂히는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등굣길이었는데, 학교는 정문다운 정문을 위해 그 숲을 매끈한 광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자세한 속사정을 알 수 있었던 건 이를 막기 위해 벌어진 서명 운동 때문이었다. 나무를 베지 않고도 정문 환경을 개선할 수 있고, 조감도에 그려진 작은 녹지에서는 존치될 예정인 큰 나무가 살 수 없다는 점이 주요 골자였다. 전공 교수님도 그 나무들의 가치를 강조하며 서명을 독려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서명에 참여했는지 알 수 없지만,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몇 개월 뒤 여느 학교에 있을 법한 회백색 판석으로 마감된 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의 완만한 경사가 보드를 타기에 적당하다는 말이 돌며 보더들이 모여들자 독특한 풍경이 연출됐다. 햇볕이 따가운 날이면 광장은 허옇게 빛나며 열기를 반사했고, 커다란 독일가문비는 수액 링거를 맞으면서도 시들시들 마르다가 어느 날 아침 사라졌다. 그 광장을 지날 때면 가끔 묘한 감정이 피어났다. 학교의 주인이지만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이 없고, 그래서 참여할 자격을 갖지 못한 관찰자가 된 기분. 그렇다고 무언가를 실천하기엔 겁도 많고 행동력도 없는 내가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재개발을 앞둔 을지로를 생각하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겨울 방문한 세운상가에서 내려다본 을지로에는 근대에 지어진 적벽돌 건물, 그에 덧댄 슬레이트 지붕과 외부 계단이 형성한 독특한 풍경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처절하지 않게 만든 건 개미굴처럼 꼬불꼬불하게 얽힌 골목길에서 바쁘게 짐을 나르며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고쳐 쓰기보다 새로 짓기를 좋아하는 도시재생 정책에 밀려난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오랜 시간 촘촘하게 짜인 산업 생태계에 기대어 일해 온 관련 업종 종사자나 예술가는 어디로 가야 할까. 재개발 반대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공론화 과정’에 참여해 관찰자가 아닌 을지로의 주인으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번에도 애매한 관찰자 자리에 선 나는 아쉬움을 담은 짧은 글으로 그들에게 보내는 응원을 대신한다.
  • [PRODUCT] ICT 스마트 벤치와 테이블 핸드폰 급속 충전 기능, ICT 관제 서비스, 경관 조명 겸비
    엔쓰컴퍼니Nth company는 사물인터넷IoT과 정보 통신 기술ICT을 기반으로 일상의 다양한 문제와 요구를 생활 밀착형 제품과 서비스로 풀어내는 기업이다. 전통적 조경 공간이 갖는 한계를 새로운 기술의 융합으로 넘어서고자 노력하고 있다. 엔쓰컴퍼니의 ICT 스마트 벤치와 테이블은 에너지 자립 기술(태양광)이 적용된 휴게 시설이다. 태양광 기술로 생산한 에너지로 스마트폰을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야간에는 경관 조명을 밝힐 수 있다. 또한 배터리 전압 표시계가 설치되어 있어 에너지 축적 상태 파악이 가능하며, 각 시설에 부착된 로라 모듈LoRa module(저전력 장거리 통신 기술의 일종)과 센서로 제품의 이용 현황과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2018년에는 LH가 주최한 ‘행복도시 시민체감형 스마트서비스 공모’에 당선되어 ICT 스마트 벤치와 테이블이 세종 호수공원에 설치되기도 했다. ICT 스마트 벤치와 테이블은 시민들에게는 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관리자에게는 시설 관리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앞으로 엔쓰컴퍼니는 기존 시설에 발열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TEL. 02-583-1713 WEB.www.nthcompany.co.kr
  • [이달의 질문] 공모전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크게 한숨을 쉰다. 한숨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또 한 고개를 넘었구나. 하지만 이내 앞으로 이 고개를 또 어떻게 넘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어느 교수님이 말하길 공모에 당선되면 딱 사흘만 좋고 그 후부터는 전쟁이라고, 그 말이 딱 맞다. 김현민 스튜디오일공일 대표 때는 2012년, 근무하던 설계사무소가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지명팀으로 선정되어 미국의 조경회사와 손잡고(?) 설계공모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저는 찌끄레기 주임이었구요, 28살의 조경 꿈나무였고, 처자식도 없는 자유인 그 자체였죠. 그렇기에 우리 컨소시엄이 당선됐더라면 저는 후암동이든 이태원이든 대상지 주변으로 이사를 갔을 겁니다. 용산공원을 자주 접하고 주변을 살피며 깊이 있는 계획안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친구들을 불러 용산공원 주변에서 술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고, 철물점에 형광등도 사러 가고, 마트에서 장을 보며 외국인 구경도 하면서 말입니다. 대상지 주변에서 일상을 보내며 대상지의 현실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용산공원의 미래상에 반영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김지환조경작업장 라디오 작업반장 먼저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가서 괴성을 질러대며 비밀스레 자축한 후, 사무실에 본부장을 포함한 3인 이상의 경영관리본부를 신설하며, 해당 발주처의 선금급 지급 절차를 확인하라는 첫 번째 지시 사항을 하달한다. 허대영조경설계 힘 소장 당선 이후의 모습을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소통하고 싶다. 첫 영상은 리액션 영상으로, “이게 당선이라고? 응?”, “와 쩐다” 등 당선작을 본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을 생생하게 담고 싶다. 다음 영상은 ‘내가 생각하는 당선 이유’, ‘공모전 리액션 영상 댓글 읽기’, ‘시공 현장 가봤더니 충격’ 등등,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이끌어 내고 싶다. 공모전 당선보다 이후 진행 과정이 더 중요하기도 하고, 요즘 유튜브에 푹 빠져 있어 떠올린 생각이다. 김명윤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소장 공모전 상금을 받은 후 팀원들과 PC방에 가 상금을 걸고 배틀그라운드를 할 것이다. 공모전은 이 맛에 한다. 김규성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 그때부터가 전쟁이다. 프로젝트 계약 후 보통 15일 안에 착수 보고가 이루어진다. 시간이 없다. 최대한 빨리, 직원들을 총 동원해서, 회사 문을 하루 닫는 한이 있더라도, 착수 보고회 초안을 잡는 동시에 프로젝트 관련 해외 사례를 찾는다. 반드시 해외여야 하고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였으면 한다. 최대한 먼 곳, 직항으로 갈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 영국을 거쳐 갈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겠다. 정원과 책, 그리고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게 착수 보고회 전까지 일정을 꽉꽉 채워 해외 답사 계획을 짠다. 조경이라는 일을 하며 생애 처음으로 프로젝트 관련해 외국으로 떠나는 답사다. 마지막 하루 또는 이틀은 무조건 휴양지에 간다! 맞다, 절대 혼자 가지 않는다. 같이 갈 사람들을 모집한다. 회사 식구가 아닌 이상 경비는 1/n 이라는 것은 함정. 아, 꿈같은 상상을 해 버렸다. 윤영주디자인필드 대표 학기 중이어도 상관없이 팀원들과 즉흥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김재윤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이 맛에 조경하지!” 질문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말이네요. 그럼, 다음 프로젝트도 당선되기 위해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정현욱그룹한어소시에이트 가족에게 보여주기. 학생 때 공모전과 과제로 밤샘 작업을 할 때면 가족이 걱정을 많이 했다. 설계사무소 신입인 지금, 늦은 퇴근과 잦은 야근으로 고생하는 나를 보면서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고생하는지, 회사에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걱정한다. 가족들에게 작업한 투시도나 조감도를 보여주면 그제서야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정성들여 만든 이미지를 찬찬히 살펴보며 나름의 피드백도 해준다. “여기에 나무를 심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건 이렇게 만들면 더 좋겠다.” 그러고 나서 내 자식, 내 가족이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더 나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자랑스러워한다. 설계공모를 준비하며 피곤해하는 나를 그저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고 응원하는 가족에게, 당선된 작품으로 “나 이렇게 사회에서 한 사람으로, 조경 디자이너로 잘 커가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대신하고 싶다. 박선영조경그룹 이작 주변에 뽐냄 오형석디자인 로직 소장 잠이나 자자 김선미공주대학교 조경학과 나에게 설계공모는 전부이자 낭만이다. 마감 시간까지, 작품이 내 손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되묻고 쓸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사용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아쉽고 한편으로는 후련하다. 작품을 제출하는 그 순간 전해지는 카타르시스는 느껴보지 못한 이들은 모른다. 함께 밤을 지새운 동료에 대한 고마움과 한걸음 더 내딛지 못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그 순간, 며칠 푹 쉬면 묵은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것처럼 “안녕”하고 돌아선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반성의 시간이 찾아오고, 생각은 쳇바퀴처럼 맴돈다. 당선이 되어도 다시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또 다른 설계공모를 위해 다시 몰두하고 있지 않을까? 공모전은 끊을 수 없는 사슬 같은 존재다. 윤호준조경하다 열음 소장 같이 고생한 팀원들과 이 기쁨을 나누지 않을까요? 밤샘 작업으로 지친 몸에 영양 보충도 할 겸 고기를 먹으며 신나게 뒤풀이를 할 것 같습니다. 상금이 있다면 좀 더 비싼 음식을 먹겠죠? 기회가 된다면 도움을 주신 다른 분들도 초대해서 다 같이 파티를 즐기고 싶네요. 김연재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에 당선되면 올레길을 걸으려고 했다. 그래서 현황 답사를 갔을 때 즉흥적으로 제주올레 후원회원에 등록했다. 서명했을 때 제주올레 사무국 직원들이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를 쳐주었는데, 참가의향서 단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약속한 회비는 매달 나가고 있다. 대신 일 년에 한 번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 무료 숙박이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다. 언제고 제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공모전에 당선된다면 대상지 한가운데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는 건 어떨까. 우선 여행을 가겠다. 도미토리에서의 독서를 그리며. 서미경 해안건축 조경설계실 수석 상상만 해도 신이 나네요! 팀원들과 모여서 결과를 확인하고 서로 고생했다고 포옹할 것 같아요. 그 뒤에 자주 가는 술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맥주인 시나몬 가루를 뿌린 코젤다크를 한잔하고 싶네요. 생맥주를 마시며 한바탕 떠들고 나면 또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갈 힘이 날 테니까요! 서현우전북대학교 조경학과 어린 누에가 고치를 벗듯이 한 단계 성숙해진 나 자신과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맘껏 마시리라. 김원종 서안알앤디 디자인 팀장 누락된 부분이나 과도한 지시 사항 등 계약서 작성에 대비하여, 과업 지시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꼼꼼하게 살펴본다. 송영탁 가이아글로벌 전무 먼저 상 받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상장을 스캔해 고이 보관해 둘 것이다. 제출한 작품과 관련 파일은 나중에 참고용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둔다. 정현진대구대학교 조경학과 *‘이달의 질문’은 매달 하나의 질문에 대한 독자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이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시시콜콜한 조경 동네의 일상부터 조경을 둘러싼 법제도, 조경의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질문을 통해 조경 공론의 마당을 조금씩 넓혀가겠습니다.
  • 비평: 여운으로 남는 다섯 가지 쟁점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소식을 전한 이는 스페인의 한 건축가였다.그는 공모전에 같이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이메일로 물어 왔다. 흥미로웠다.정원도 아니고 공원도 아니며 건축도 아닌 경관을 설계하는 것이,그것도 국제 공모로 진행하는 것이,이메일을 통해 이름을 알게 된 스페인 건축가가 참여하고 싶어 애달아 하는 것이.아쉬웠다.그와 같이 경관을 설계하는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지난8월은 연구년을 보내기 위한 출국 준비로 분주했기 때문이다.기대도 됐다.참가자들은 경관 설계에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나갈까.정원,공원 같은 영역별 접근이 아니라 경관이라는 포괄적 접근은 다른 결과를 보여줄까.경관 설계를 평가하는 심사위원은 어떤 관점으로 참가작을 바라볼까.걱정도 있었다.주상절리는 좀 놔두면 안 되나?주상절리를 좀 더 가깝게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이유로 제거하기 어려운 시설을 설치하는,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건 아닐까?더는 가기 싫게 만들던 조악한 목재 데크를 교체하는 정도에서 머무는 것은 아닐까?흥미와 아쉬움,기대와 걱정이 뒤섞여 다가왔다. 경관 설계인가,공원 설계인가 주상절리대 상부 공간의 녹지,산책,전망,전시와 체험 등을 다루는 일은 공원 설계와 다르지 않다.통상적이라면 지질 공원 설계 공모전이었을 것이다.산림청의 후원이 있었다면 지질 정원 설계 공모전이 될 수도 있겠다.공모전을 기획한 이가 건축 우선주의자였다면,건축이 지배적 경관 요소이고 공사비 비중과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측면에서 건축 설계 공모전이 되었을 수도 있다.이 모두를 어떻게 극복하여 경관 설계 공모가 열릴 수 있었을까? 경관은 그 자체가 지역의 과거와 현재,미래의 집적체이며 이를 서로 연계하려는 관성을 가진다.시간적 누적의 결과물인 경관은 지역적 가치이자 땅에 관한 문제다.땅의 기억과 조건이 다른 대상지는 모두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정원,공원,건축 전문가들은 대상지의 기억이나 성격과 관계없이 작가의 아이디어를 투사해 왔다.각기 다른 대상지에 작가의 의도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정체성을 만든다.개성이 사라진 얼굴을 어느 성형외과 출신이냐로 구분하듯이,디자인된 대상지는 설계자(설계사무소)에 의해 균질화되어 왔다. 이런 측면에서 경관 설계는 대상지 그 자체가 정체성임을 강조하여 작가의 의도를 적절하게 제어하는 효과가 있다.경관 설계라는 포괄적 접근이 정원,수목원,공원 같은 각론으로 영역화하는 탐욕을 제어하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그리하여 경관 설계가 상처받고 점점 더 파편화되어 가는 경관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그런 기대가 섣부르다는 것을 심사평이 일깨운다.심사평은 주상절리대 경관 설계 프로젝트를 제주 섬이라는 지질 공원(geo-park)의 한 부분으로 본다.공원이라는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심사평은 장소의 스토리텔링 구현,자연 풍경과 인공 구조물의 관계 설정,주변 지역이나 자원과 적절한 관계 맺기,주상절리를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 제안,운영·관리 측면에서 풍부한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제시 등이 평가 기준이었다고 밝히고 있다.어느 공원 설계 공모전에나 적용할 수 있는 기준들이다....(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최정민은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설계 실천과 교육 사이의 간극을 고민 중이다.대한주택공사에서 판교신도시 조경설계 총괄 등의 일을 했고,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와 설계공모에 참여했다.제주 서귀포 혁신도시,잠실 한강공원,화성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 마스터플랜 등의 설계공모에 당선되었다.조경비평‘봄’동인으로 현실 조경 비평을 통해 조경 담론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