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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어 실천으로
조경가 박경탁 인터뷰
아직은 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전인 12월의 초입, 가벼운 옷차림으로 서울숲을 향했다. 힙한 음식점과 빈티지한 풍경이 어우러진 인근 카페거리는 이른 시간부터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 열기로부터 한 발짝 물러난 대로변, 오피스 빌딩 2층에 동심원조경이 있다. 각양각색인 오피스의 특색을 반듯한 콘크리트 벽으로 재단해 놓은 듯한 복도를 걷다 보니 익숙한 패널들이 우리를 반겼다. ‘경의선숲길’, ‘인도 허왕후 기념공원’, ‘이사부 독도 기념공원’까지. 새로운 질문거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이미지를 뜯어보는 사이, 맞은편의 문이 열렸다. 며칠 전까지 치열한 설계공모와의 싸움에 임했던 박경탁 소장의 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는 전투의 흔적이 가득한 전략기획실 대신 서재 앞 테이블로 우리를 안내했다. 염려와 달리 인터뷰의 물꼬를 트자마자 박 소장의 얼굴에 생기가 차올랐다. 그는 첫번째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먼저 말문을 열었다. 쏟아지는 이야기 속에 편집부가 포착하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이 가득했다.
오기가 빚어낸 열정
-‘제2회 젊은 조경가’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장님은 유독 공모에 강한 것 같습니다. ‘제1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2004)과 ‘제1회 대한민국 신진조경가 대상 설계공모’(2007) 대상 수상자이시기도 하죠. 당시 제1회 공모전의 대상을 연달아 거머쥐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모든 조경학과 학생이 설계에 관심을 갖고 공모에 참여하진 않는데요, 공모전을 열심히 준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군대 가기 전에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불렸습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김충식 교수님이 당시 저희 학교 조교로 계셨는데, 학과 수업에 관심이 없다고 절 꾸짖기도 했어요.”
-학과 수업을 약간 등한시한 건가요?
“등한시했다기보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모든 학생이 수업을 열심히 듣던 시절이 아니었어요. 다들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죠. 저 역시 기타도 배우고, 문선을 하는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안무를 만들고, 연습하고, 큰 축제에 공연을 올리고, 거리 공연도 하고, 이런 활동에 심취했죠. 동아리 활동에 지쳐 강의실 뒷자리에서 몰래 자기도 했고요.”
-춤을 잘 추겠어요.
“열정이 넘쳤죠. 그런 학생이 돌연 복학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니 아무도 안 믿었어요.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니 오기가 생기더군요. 교수님에게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공모전 소식을 들었어요. 당시 3학년이었는데 포토샵을 전혀 다룰 줄 몰랐어요. 늦게 배우기 시작했죠. 그 결과 ‘제4회 늘푸른 환경조경설계 공모전’(2003)에서 입선을 했습니다. 당시 친구들이 대상작을 보며 부러워할 때, 저는 내년에는 내가 대상을 받아 수상 소감으로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말할 거라고 이야기하고 다녔죠. 실제로 일 년 뒤 ‘제1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소감으로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수상을 하니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어떤 자신감이 생겼어요. 포토샵이야 배우면 되는 거지, 감각은 어떻게 못 해! 친구들이 어디 가서 이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웃음).”
-이후에도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공모전에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마침 상금이 꽤 큰 공모전도 생기고, 여러 공모전이 열린 시기였죠.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주관하는 ‘제4회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 공모가 열렸어요. 학교를 대표해서 제가 참여하게 됐는데, 살사 국제대회 단체전 수상 등 독특한 이력이 심사위원에게 흥미롭게 느껴진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셈이죠. 우수인재로 선정되어 대통령 메달과 교육부총리 상장을 받고, 금강산 체험 연수도 다녀왔습니다. ‘우수인재’라는 타이틀을 얻으니 유학이 내가 가야 할 길처럼 느껴졌어요. 원하는 대학원에 합격도 했죠. 그때는 학비를 마련할 길이 있겠지 막연히 생각했는데, 없었어요. 결국 입학을 못 했죠. 일주일 정도 짧은 방황을 했어요. 그러다 일단 돈을 벌어보고 그때도 안되면 포기하자고 결심했죠.”
-그때가 O3스코프(O3scope)의 시작점이군요.
“유학을 준비하며 건축을 경험할 겸 건축사무소에 잠시 다녔어요. 그곳에서 휴학 중 일을 하고 있는 실력 있는 학생을 만났는데, 함께 작업할 기회가 많았어요. 학비 문제로 유학의 꿈이 좌절되고 회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찰나, 이 친구랑 함께해보면 뭔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맘 먹고 부탁했어요. 나를 위해 휴학을 계속해줄 수 있겠니? 이대로 유학을 포기하기 전에 직접 학비를 벌어 볼 생각인데 네가 함께해 준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터무니없는 부탁이었는데, 정말 절 위해 휴학을 하고 O3스코프에 함께해줬어요. 그 친구가 에이트리의 김상윤 대표에요. 그때 진 빚을 갚기 위해 기회가 될 때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갓 졸업한 학생이 일을 수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우선 명함을 예쁘게 팠습니다. 꽃분홍 색지에 엠보싱 가공을 넣어 책갈피처럼 만들었어요. 이름은 작게 넣고요. 소장님들을 찾아가 명함을 나눠드리며 일 있으면 달라고 했죠.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학교를 막 졸업한 풋내기에게 무슨 일을 맡기겠어요. 그런데 운 좋게 당시 한국 조경이 성황이었어요. 다양한 현상공모와 턴키 PF가 쏟아져 나오는데 사람은 부족했죠.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인터뷰이남기준 편집장
녹취·정리김모아 기자
사진유청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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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일과 만드는 일은 분리될 수 없다
처음 박경탁을 알게 된 건2010년 무렵의 일이다.하버드GSD를 갓 졸업한 그는 수많은 조경 회사가 탐내는 인재였다. SWA가 운좋게 그를 낚아챘고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함께 일할 수 있었다.그는2010년부터2015년까지5년 동안 우리 회사에서 일했다.
전도유망한 조경가였던 그는 리조트 커뮤니티, 복합 용도 개발, 주거 및 업무 공간 개발 등 다양한 범주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그의 디자인이 가진 독창성과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박경탁의 디자인 감각과 기술, 강한 호기심, 실험과 창조에 대한 열망은 그의 혁신적 디자인의 기조를 지키고 발전시켰다. 박경탁의 초창기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탐구하고 창조하는 일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그에게 생각하는 일과 만드는 일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작업이다.
SWA에서 진행한 두 개의 프로젝트는 박경탁이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을 여실히, 또 뚜렷하게 보여준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베이징의 폴리 인터내셔널 플라자(Poly International Plaza)다. 대상지는 강변 녹지를 따라 놓인 오피스 단지다. 세 동의 타워(설계: SOM)로 구성되는데, 그 모습이 강가에 놓인 세 개의 조약돌을 떠올리게 한다. 타워 사이의 공공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전반적 정원 배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크기를 세심하게 조정해야 했다. 주차장, 지하 출입구, 공습 대피소, 환기 시설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이 공공 공간은 차량용 램프, MEP 구조물 등이 난립하는 번잡한 공간이 되어 버렸다. 공공 공간의 경관을 회복하고 재구성하기 위해 SWA는 서로 연결된 일련의 랜드폼(landform)으로 경관을 훼손하는 시설물을 전략적으로 은폐하고자 했다. 지하로 이어지는 통로가 필요한 경우 진출입구에 경관 벽을 통합시켰다. 또한 벽의 아랫부분을 잘라내거나 각도를 기울여 대상지 전역을 유연하게 흐르며 입체적 표면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랜드폼의 특성을 더욱 부각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제임스 리(James Lee)는 SWA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의 소장이다. 40여 년 간 대상지가 내포한 고유의 특징과 그곳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고려한 설계를 수행했다. 특히 아시아 신도시의 복합 용도 공간을 지역적 특성과 프로그램을 존중하며 현대적 감각으로 조성해왔다. 환경적 해법과 디테일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인상적이고 친환경적 공간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대표작으로 폴리 인터내셔널 플라자(Poly International Plaza), 베이징 파이낸스 스트리트(Beijing Finance Street), 난후 뉴 컨트리 빌리지(Nanhu New Country Villag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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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켄 파크
Baaken Park
‘바켄 파크(Baaken Park)’는 함부르크 하펜시티 동부 녹지 공간의 중심이다. 바켄하펜(Baakenhafen)부둣가가 자리하던 하펜시티 동쪽이 주거 및 상업 지역으로 개발되면서 지역민을 위한 공원이 조성됐다. 바켄 파크는 엘베(Elbe)강의 모래로 만든 면적 1.6헥타르의 인공 언덕으로, 자갈을 쌓아 만든 독특한 강기슭과 녹지 제방이 어우러져 주변 도시 경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활기 넘치는 만남의 공간, 너른 초지와 놀이터, 조용하고 외진 공간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장소를 조성했다. 공원 순환 산책로와 맞은편의 페르스망카이(Versmannkai)부 두를 잇는 교량을 통해 시민들은 북부와 남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됐다.
고원을 연상케 하는 세 언덕의 형태는 대상지의 특수한 방호 조건에서 비롯되었다. 홍수 시 범람으로부터 주거지를 보호하고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고자 고지대 위에 다양한 오픈스페이스와 편의 시설을 마련했다. 언덕의 경사면을 해일, 유빙, 바지선, 컨테이너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조치도 필요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Atelier LOIDL
Collaborators BBS Landscape Engineering,Grundbauingenieure Steinfeld und Partner, SellhornIngenieurgesellschaft
Client HafenCity Hamburg
Location HafenCity, Hamburg, Germany
Area 1.6ha
Cost 15,000,000
Completion 2019
Photographs Leonard Grosch, Mark Pflueger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조경설계사무소 아텔리어 로이틀(Atelier LOIDL)은 1984년 설립되어 조경설계부터 도시계획까지 폭넓은 범위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디자이너 개인이 드러나는 설계보다는 협업을 통한 최적의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디자인, 개념적이지만 개성이 드러나는 디자인을 제안하고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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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난 애버뉴
Yannan Avenue
‘옌난 애버뉴(Yannan Avenue)’는 중국 남서부 충칭 시에 있는 보차혼용도로다. 대상지는 너비 20미터, 길이 1킬로미터의 4차선 도로다. 이 가로 공간을 보행 공간과 차로의 경계를 흐리는 공유 가로(shared surface)디자인을 통해 차량의 도로 점유율을 낮추고 보행 친화적인 거리로 탈바꿈시켰다.
2014년, 충칭 시 개발 지역의 가로 환경을 개선하는 공모가 개최됐다. 대상지는 저소득 임대 주택 단지와 인접하고, 주변에 2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상업지와 고밀도 거주지가 예정된 지역에 위치한다. 당초 4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축소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나, 지역 도시계획 및 교통 관련 부서와 협의를 거치며 차도와 보행로로 혼용하는 대안을 수립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WallaceLiu
Client PKU Resource Chongqing office
Location Chongqing, China
Cost 600rmb/msq
Design 2014
Completion 2018
Photographs WallaceLiu and Etienne Clement
월리스리우(WallaceLiu)는 제이미 월리스(Jamie Wallace)와 류지(Liu Jee)가 2013년 런던에 설립한 설계사무소로, 재생 건축과 재생 경관에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도시의 쇠락한 건물과 외부 공간의 근본적 변화에 중점을 두고 설계를 진행하며, 건축과 경관이 연결되는 장소, 풍부한 색상과 질감이 돋보이는 공간을 조성해 옛것과 새것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존중하는 장소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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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블루마운틴 CC 세이지우드
홍천 블루마운틴 CC는 2013년 잭 윌리엄 니클라우스(Jack William Nicklaus)가설계하고 삼성물산 에버스케이프가 준공한 27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이다. 2018년부터 호텔과 빌라 시설 확충을 위해 외부 공간 설계와 시공이 추가로 진행됐다. 세이지우드(Sagewood)는 야외 수영장과 공연장이 마련된 호텔 및 연수 시설과 빌라 지역으로 구성된다. 모든 구간은 골프 코스를 마주 보도록 계획됐다. 숙박 시설 주변으로 균일한 녹지 경관을 연출하는 것이 초기 계획이었으나, 시야를 틔워주면 우수한 골프 코스의 경관을 차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교목의 수량과 위치를 조정하고 사초와 초화류 경관을 보완해 근경과 원경이 하나로 읽힐 수 있도록 계획안을 조정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정원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정의하고, 여러 정원을 엮어 전체 공간이 하나의 주제를 가진 옴니버스 형식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다량의 석재와 철물을 활용한 정원을 조성하고, 각 정원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경관 변화를 느끼게 하고자 했다. 그만큼 석공과 시공팀의 협업이 중요했다.
물결치는 곳
옴니버스 공간의 시작점에 놓인 ‘물결치는 곳’은 산천어의 이야기를 담은 정원이다. 산천어가 두려워하는 대상인 물결을 표현하고, 중력을 거스르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보령석과 검은 현무암 모래로 어둡고 깊은 골을 만들었다. 두께 20cm, 폭원 0.5~2m의 보령석을 세로로 세워 골짜기를 밀고 올라가는 파도를 연출하고 사이에 산천어 조형물을 배치했다. 위태로워 보이는 형태로 배치된 석재 사이에는 꽃을 심어물거품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백리향 같은방향 식물과 샐비어, 라벤더, 베로니카, 세덤, 파란김의털, 휴케라 등을 섞어 심고, 검은 현무암을 깔아 석재와 식물이 도드라지게 했다. 팽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를 주변에 밀식하고 수목의 그늘이 드리우는 곳에는고비와 이끼가 앉은 고사목을 두어 이끼 정원을 연출했다....(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발주 미래에셋
조경 설계·시공 삼성물산 에버스케이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종보
기본 설계 정욱주, 김미연
디자인팀 전재현,김소형, 기효순,윤영민, 김다혜, 백순철
시공팀 장동주, 서민교, 윤승현, 고동수, 김준영, 신현수, 신희종
위치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괘석리 광석로 898-87
대지 면적75,756m2
완공2019. 7.
사진 삼성물산 에버스케이프(류정훈/김종보)
삼성물산 에버스케이프는 40여 년간 쌓아온 삼성에버랜드의 조경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공 기술과 디자인 역량을 선보이는 회사다. 최근에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 ‘상해 국제 꽃박람회’ 대상을 수상해 조경 디자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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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 아너힐즈
THE H HONOR HILLS
주거 단지, 현대미술관을 꿈꾸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현대건설이 선보이는 새로운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THE H’의 첫 번째 완공작이다. 주거 단지의 외부 공간에 문화와 예술을 가미해 리조트 혹은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공동 주택 단지 조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했다.
현대미술관을 콘셉트로 세 가지 전략을 세웠다. 첫 번째 전략은 수목이 만드는 명작이다. 계절의 변화에 반응하는 극적 경관을 조성하고자 했다. 설계 단계부터 수형이 아름다운 수목을 선별해 공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공동 주택 단지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의 소나무와 반송을 주요 공간에 식재해 압도적 경관을 연출했다. 이외에도 특대형 공작단풍, 배롱나무, 제주도에서 가져 온 윤노리나무와 팽나무 등이 거대한 숲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두 번째 전략은 시설이 만드는 명작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하는 시설을 선보이고자 했다. 단지 곳곳에 석가산, 커뮤니티 폴리, 조형물, 휴게 시설물을 배치했다. 단지 입구에는 대형 석가산을 놓아 입주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자 했다. 단지와 도로가 맞닿는 도로변에는 힐링, 놀이, 카페 등을 주제로 하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과 폴리를 설치해 주민 간의 소통을 도모했다. 중앙광장과 휴게 공간에 설치된 예술품과 다양한 시설물은 입주민들의 다양한 추억을 담는 장소로 활용되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더 가치 있는 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 전략은 공간이 만드는 명작이다. 세련된 감성과 예술성이 가미된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각 분야의 거장과의 협업을 통해 디에이치 아너힐즈만의 특색 있는 예술적 공간을 조성했다. 영국의 예술가 신타 탄트라(Sinta Tantra)의 독특한 디자인이 녹아 있는 예술 놀이터는 공동 주택 최초로 해외 예술가와 협업한 조형 놀이 공간이다. 독특한 색상과 패턴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지 커뮤니티 시설 중심에는 안개가 피어오르는 대모산의 고즈넉한 풍경을 모티브로 한 헤리티지 가든(heritage garden)을 조성했다. 펭귄과 수달을 주제로 한 놀이터에서는 직관적 조형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기본 설계: 그룹한 어소시에이트(박명권)
특화 설계: 기술사사무소 예당(오두환, 김종민, 김해인)
시공 현대건설(본사: 박준호, 최연길 / 현장: 유송영, 이승환, 하지원)
식재 남도조경(김양수, 박승창, 도재광, 김효순, 권현주)
조경 시설 원앤티에스(이조원, 장윤복, 이기춘, 양효성, 백인호)
놀이 시설·조형 운동 시설 가이아글로벌(박명권, 박광수, 최진호)
정원 특화 정욱주, 이남철
미술 장식품 김병진, 신타 탄트라, 현대리바트(안정환)
위치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11길
면적
대지 면적: 57,329m2(1,320세대)
조경 면적: 22,532m2
완공201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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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스케이프] 크레셴도
2020년입니다. 또 해가 바뀌었네요. 해가 바뀔 때쯤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보려고 지난 ‘이미지 스케이프’를 찾아봤습니다. 작년엔 야구공 사진(언제나 예상은 빗나간다), 2018년(해가 지다)과 2017년(태양의 퇴근)에는 공교롭게 (어쩌면 의도한 대로) 해가 지는 사진이었네요. 아마도 지난 일을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잘 맞이하자는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 2020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여기저기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 주위 사람들이 “참 많이도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전공 특성상 현장을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에 비해 엄청 많이 돌아다니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방문하는 곳 주변에서 한두 곳 정도를 더 둘러보는 습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가 볼 만한 곳을 지도에 표시해 두곤 하는데, 일을 다 마치고 나면 잠깐 짬을 내서 주변에 표시된 곳을 더 구경하곤 합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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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셸터
조경 공간을 구성하는 시설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일까? 퍼걸러와 같은 셸터형 휴게 시설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국가 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인 경우, 조달청에 등록된 제품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고 발주 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조달청이 주도해서 업체를 선정한다. 이로 인해 설계자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도시 기반 시설 같은 대규모 공간의 휴게 시설에 설계자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디자인이 제각각인 휴게 시설들이 온 도시에 망라되어 마치 시설물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휴게 시설에 설계자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고 도시적 규모의 종합 디자인과 내구성을 고려한 설계 사례를 소개한다. 군포송정지구의 셸터형 휴게 시설이다. 이 부지에 설치된 셸터형 휴게 시설은 총 네 개로, 모두 같은 디자인 언어를 사용해 제작했다. 3차원 프로그램을 통해 시설물의 입체적 디자인을 결정하고, 자재 회사와 건축 구조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부재의 크기, 단독 기초의 크기, 구조체의 형태 등을 결정해 도면화했다. 현장과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최초 디자인 의도에 근접한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김창한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했다. 기술사사무소 렛(LET)을 거쳐 조경그룹 이작에서 실시설계 내역실을 이끌고 있다. 작은 교량 하부 공간부터 도시 기반 시설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실시설계 디테일 제작과 내역 실무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신한은행 진천연수원, 제비어울림공원, 충북혁신도시, 의정부고산지구, 진주 영천강 천변 특화설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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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호밀밭의 파수꾼과 라이노 생태계
연재를 시작하며
조경가로서 컴퓨테이셔널(computational)디자인에 관한 연재를 시작한다. 아무래도 일년 내내 시시콜콜한 단어들을 등판시켜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지겨운 이야기를 하다보면 3월호쯤에는 이미 거짓말을 잔뜩 하고 있을 거다. 홀필드(J. 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가 거짓과 가식과 싸우라고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2020년이 되자마자 거짓의 달에 착륙하고 말았다.
모두가 컴퓨터를 열두 개쯤 가지고 있지 않은가? 크리스마스에 단지 우울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서 산 아이패드 같은 것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로리 올린Laurie Olin 같은 전통적인 조경가가 도면이란 손으로 그려야 한다고 핀잔을 주는 시대는 조금 저물어가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이란 주제로 잔뜩 뭔가를 늘어놓는 그런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따라서 이 연재는 어쩔 수 없이 따분한 자서전 같은 형식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며, 열두 달이 지나면 새롭다는 말을 144번쯤 반복한 한 앵무새의 이야기로 끝나 있을지도 모른다. 지면을 낭비하며 건전한 얘기만 늘어놓는 그런 상급 학교의 젊은이 같은 사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저 그뿐이다.
자서전의 서막은 뉴욕에서 시작된다.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지낼 때다.『 위대한 개츠비』나『 호밀밭의 파수꾼』과 비슷한 시작이니 기분은 썩 괜찮다. 이제 서막의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새벽 여섯 시에 던킨도너츠에서 초콜릿 묻은 도넛을 몇 개 사서 사무실에 가서는 가장 큰 컵에 아이스커피를 가득 채우고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그래스호퍼(Grasshopper)를 독학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딱히 만날 사람도, 할 일도 없다는 핑계로 또 사무실로 가서 냉장고에 남아 있는 맥주를 몇 병 훔쳐 마시며 파이선(Python)이니 뭐니 하는 시답잖은 프로그램들을 연습하다 정말로 미쳐버리기 전에 도망 나오곤 했다.
West 8에서 일할 때는 로테르담 사무실에 처음으로 출근하던 날부터 회사 서버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궁금해했던 프로젝트들의 파일을 잔뜩 열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놀랄 만한 발견을 했는데, 바로 그곳에 컴퓨터 벌레들이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케줄에 따라 일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도 해고당하지 않고! 아이맥iMac(애플 데스크톱 컴퓨터)에 몇 시간씩 렌더링을 걸어 놓고는 언제 출근해서 언제 퇴근하는지도 알 수 없는 그런 종족들 말이다. 나는 그야말로 이때다 싶어 그들의 작업 파일들을 닥치는 대로 해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 3ds맥스(3dsMax)니 포레스트팩(Forest Pack)이니 패널링툴(Paneling Tools)같은 것들을 목적도 없이 잔뜩 배우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사실은 여기서부터가 진짜 영웅담이지만 가장 재미없는 부분이기도 하니 생략하겠다. 나는 꽤 오랫동안 그런 생활을 지속했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그런 경험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싶었을까?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희소의 경험은 희소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거짓의 달에 착륙하게 된 거다. 2020년을 맞아.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한국의 디자인 엘, 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고, West 8의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열었다.
자료출처
그림 1. https://parametricmonkey.com/2016/06/20/bim-eco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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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에밀 졸라의 『쟁탈전』과 새로운 파리
어느 도시의 모습, 그것도 과거의 모습을 보려면 우선 역사책을 뒤적인다. 정설로 인정받은 사건들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외전이 더 흥미롭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문학 작품을 본다면? 허구라는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는 삶의 면면을 그려볼 수 있다. 특히나 사건은 강렬하되 문체는 건조한 19세기 프랑스 소설은 당대 사회 연구의 훌륭한 자료다.
가령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가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Paris, Capital of Modernity)』에서 자주 언급한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의 『인간희극(La Comedie humaine)』이 1830년 7월혁명부터 1848년 2월혁명까지의 시기를 다룬다면,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감정교육(L’Education Sentimentale』)은 2월혁명부터 제2제정 시기까지를 아우른다. 이어 에밀 졸라(Emile Zola)의 『루공-마카르 총서(Les Rougon-Macquart)』는 제2제정 시기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샅샅이 훑고, 마르셀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는 벨 에포크 시기를 추억한다. 이 중 조경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에밀 졸라의 『쟁탈전(La Curee)』1을 소개한다.
루공-마카르 총서는 이부형제에서 파생된 루공 집안과 마카르 집안 후손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제2제정기 프랑스 사회를 묘사한 에밀 졸라의 소설 모음집이다. 총서의 두 번째 작품인 『쟁탈전』은 루공 집안의 셋째 아들 아리스티드 사카르와 그의 가족을 다룬다.
오스만의 파리 재개발이 막 시작되던 무렵 아리스티드 루공은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다. 일찌감치 정계에 발을 들인 형 외젠은 그를 파리 시청의 도로 담당 보좌관 자리에 앉히고, 성도 바꿔 형제임을 숨기게 한다. 사카르로 개명한 아리스티드는 한직에 불만을 품지만, 그 자리에서 도시 재개발과 관련된 고급 정보를 꿰찰 수 있음을 깨닫는다.
사카르가 투자 자본이 없어 전전긍긍하니, 가문도 좋고 지참금도 충분한데다가 젊고 아름답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급히 혼처를 찾는 르네가 나타난다. 때마침 부인도 병사한다. 사카르는 르네의 지참금과 상속 부동산을 바탕으로 투기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일련의 토지 수용 보상을 통해 파리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시골에 맡겨둔 아들 막심을 파리로 불러들여 사카르와 르네, 막심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1. 에밀 졸라, 조성애 역, 『쟁탈전』, 지만지, 2012. 2010년 지만지에서 출간된 축약본과 1996년 고려원에서 출간된 번역본은 절판되었다. 원서 정보는 다음과 같다. Emile Zola, La Curee, Livre de Poche, 1984.
황주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풍경화와 정원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