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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붓으로 기록한 도시의 시간 ‘아카이브 오브 더 선’ 전, 제이슨함
    오래되어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외피가 떨어져 나간 건물, 녹슨 철문과 낙서로 가득한 벽,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노점상 앞을 활보하는 사람들. 셰이크 은디아예(Cheikh Ndiaye)가 붓으로 포착한 세네갈의 풍경은 이방인들이 막연하게 떠올리는 아프리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도시와 건물을 사회적 기록으로 간주해 그 속에 담긴 사람과 문화를 예술로 기록, 보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세네갈 출신 작가 셰이크 은디아예의 개인전 ‘아카이브 오브 더 선(Archives of the Sun)’이 성북동 갤러리 제이슨함(Jason Haam)에서 지난 1월 28일까지 열렸다. 함윤철 대표(제이슨함)는 2018년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그룹전을 통해 그의 작품을 만나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작가가 제안한 전시 제목은 세네갈의 일간지인 「르 소레유(Le Soleil)」(영어로 The Sun)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프랑스로부터의 독립 후 경제 성장과 도시화로 급격한 변화를 맞은 세네갈의 일상을 기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세네갈은 19세기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 1960년에 독립했다. 독립 직후의 다카르Dakar(세네갈의 수도)에서 태어난 은디아예는 불안한 사회·정치적 기류와 급속한 현대화의 여파를 몸소 경험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1960~1970년대는 다카르에 다양한 근현대식 건물과 공공 공간이 들어섰던 시기였다. 하지만 경제 악화와 정부 결정으로 인해 영화관이나 공원 등의 공간이 폐쇄되거나 본래 목적과 다른 개인 사업 용도로 전환됐다. 오늘날의 다카르에는 이 같은 독립 직후 세네갈의 열정, 이후 찾아온 변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은디아예는 그중 오래된 건물에 주목하는데, 건물의 낡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그 공간의 옛 쓰임과 오늘날의 새로운 쓰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중략)... *환경과조경382호(2020년2월호)수록본 일부
  • 예술이 된 텍스트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 전, 국립현대미술관, 7월 5일까지
    현대인은 수많은 텍스트에 둘러싸여 산다. 거리에만 나가도 건물 벽을 빼곡하게 채운 간판, 눈길을 빼앗는 화려한 광고 등 도처에 널린 문자들이 무방비 상태인 우리에게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현대예술가 제니 홀저(Jenny Holzer)는 이처럼 텍스트로 가득한 일상의 풍경을 사회와 개인,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그의 작업은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가 시작되던 1970년대 후반, 뉴욕의 한 골목에서 출발했다. 짧지만 강렬한 사회 비판 메시지가 적힌 홀저의 포스터는 길을 지나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포스터 일부가 찢기기도 하고, 누군가 자신의 의견을 새롭게 적어 넣기도 했다. 작은 종이 한 장은 금세 대중의 논쟁의 장이 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홀저의 문장은 대형 전광판, 메시지가 적힌 영상을 투사한 건물 외벽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변 맥락과 상관없이 도시 한복판에 등장한 메시지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하며, 텍스트에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각성을 유도했다. 나아가 티셔츠, 엽서 등 일상 사물에까지 침투한 홀저의 문장들은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고,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공공 담론의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2019년 11월 23일부터 2020년 7월 5일까지 열리는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 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매년 국제적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낼 작품을 선보이는 ‘MMCA 커미션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40여 년간 홀저가 텍스트를 매개로 펼쳐온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신작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서울박스와 로비, 과천관의 야외 공간에서 선보인다....(중략)... *환경과조경382호(2020년2월호)수록본 일부
  • ASLA Best Books 2019 ‘2019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0권의 조경 서적
    혹시 좋아하는 조경가에게 줄 완벽한 선물을 고르고 있거나 몰입해 읽을 책 한 권을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ASLA)가 발표한 ‘올해의 책ASLA Best Book’을 참고하자. 미국조경가협회는 매년 그해 출간된 환경, 도시, 조경 분야의 도서 중 주목할 만한 도서 10권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19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1 & 2. 나무의 건축 & 트리 북: 조경, 가로 경관, 정원을 위한 나무 셀렉션 Cesare Leonardi, Franca Stagi, The Architecture of Trees , Princeton ArchitecturalPress, 2019. Michael A. Dirr, Keith S. Warren, The Tree Book: Superior Selections for Landscapes, Streetscapes, and Gardens , Timber Press, 2019. 『나무의 건축』과 『트리 북』은 수목을 이용해 디자인하는 방법을 다룬 아름답고 유용한 책이다. 『나무의 건축』은 가구, 조경, 건축 분야를 넘나드는 두 명의 다재다능한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체사레 레오나르디(Cesare Leonardi)와 프란카 스타기(Franca Stagi)의 저서로, 1982년 출간되어 지난해 재판되었다. 212종의 나무를 550개의 삽화에 깃펜으로 묘사했으며, 모두 1:100의 축적으로 그렸다. 『트리 북』은 ‘나무 스승’으로 알려진 마이클 더(Michael A. Dirr)와 나무 농장 프랭크 슈미트 앤드손 J. Frank Schmidt and Son의 제품 개발 책임자인 키이스워런(Keith S. Warren)이 함께 집필했다. 2,400종에 달하는 식물종과 재배종의 사진과 더불어 학명, 보통명, 생육 분포, 기후 적응 능력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2호(2020년 2월호) 수록본 일부 박소영은 태안 천리포수목원에서 식물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식물을 매개로 한 공간 경험에 관심을 두고 있다. 천리포에 머물며 다양한 플랜팅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제5회 대한민국 한평정원 페스티벌 대상, 2018 서울정원박람회 팝업가든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식물원 전시온실에서 가드닝과 함께 식물 관련 전시 및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편집자의 서재] 비밀기지 만들기
    여덟 살 이전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개중 또렷한 몇 가지는 조금 어둡고 비밀스러운 장소에 관한 기억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박스로 만든 집. 아빠가 어디서 커다란 냉장고 박스를 주워와 거실 한가운데 집을 만들어주었는데, 남다른 손재주로 꽤 그럴듯한 집을 만들었다. 문은 물론 커튼 달린 창도 있었다. 일곱 살의 나와 네 살배기 동생은 그 안에 쭈그려 앉아 소꿉놀이를 하거나 그림책을 만들었다. 또 다른 기억은 의자 밑에서다. 사촌 언니로부터 업라이트 피아노를 물려받았는데, 피아노를 치는 시간보다 피아노 아래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피아노 의자는 다른 의자에 비해 높고 널찍해서 엎드려 인형 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피아노에 대한 흥미가 시들해질 즈음 의자 딸린 식탁이 생겼다. 엄마는 식탁 의자 두 개를 적당히 떨어뜨려 그 위에 젖은 이불을 널어놓곤 했는데, 이불을 걷고 들어가니 또 다른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환한 형광등 빛이 두툼한 이불로 필터링돼서 무섭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어두워 좋았다. 그 후로 한동안 식탁 의자 위에 이불 지붕을 만들고 그 속으로 기어들어가 놀곤 했다. 이외에도 숨바꼭질 할 때 장롱 안이나 긴 커튼 뒤에 몸을 숨기며 숨죽였던 순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멀쩡한 집과 놀이터를 두고 왜 그렇게 좁고 어두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을까. 장소가 주는 특별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설레고, 뭔가 비밀한 일을 벌이는 것 같아 신이 났다. 이제는 옷장 안이나 미끄럼틀 아래로 숨어들지 않지만 카페의 구석진 자리를 찾거나 다락을 선호하는 습성이 그때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 이런 사소한 기억을 소환한 것은『비밀기지 만들기』다. 제목은 비장해 보이지만 실은 무진장 귀여운 책이다. 토관과 드럼통 사이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 남자애가 그려진 표지를 보자마자 훔치듯 집어들었다. (이 책의 진짜 귀여움은 비밀기지처럼 숨겨져 있다. 책을 구하면 커버를 잘 살펴보시라.) 책의 저자인 건축가 오가타 다카히로는 ‘일본기지학회’라는 단체를 운영하는데, 군사 요새가 아닌 유년 시절의 비밀스러운 놀이 공간을 연구하며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이에 관한 책『 비밀기지 만들기』는 비밀기지를 짓기 적합한 장소(주로 데드 스페이스)부터 재료, 위장하는 법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할 만한 (만화책 보기, 숙제 베끼기, 흙장난, 불장난 등 집에서 했다가는 큰 화를 면치 못할) 활동까지 알려준다. 설문 조사를 토대로 누군가 어린 시절 실제로 만들었던 비밀기지를 소개하는데, 소소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부터 진짜인지 믿기 어려운 것도 있다. 아파트 1층 베란다 아래, 우산 세 개를 겹쳐 만든 공간, 나무 위의 집을 보며 피식피식 웃다가 쓰레기봉투를 떨어뜨리는 긴 통로, 영화 ‘괴물’(2006)에서나 봤던 대형 배수로 안을 보고는 설문 응답자의 진실성을 살짝 의심했다. 이런 데서 놀았는데 살아남았다고?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비밀기지에 대한 다카히로의 철학은 분명하다. 비밀기지를 만들며 친구와 힘을 합치는 법, 갖가지 실패를 경험하기에 유년 시절에 꼭 필요한 활동이라는 것. 특히 위험에 둔감한 아이들이 크고 작은 위험을 경험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어른들이 이러한 아이들의 놀이를 (적당히 모른 척하며) 기꺼이 도와주기를 독려한다. 어른에게도 나름 유용한 측면이 있다. 자신만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이니까. 구본준 건축칼럼니스트의 추천사처럼, 어린이로 되돌아가 꿈꾸던 비밀기지를 짓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책이다. “비밀기지 만들기는 전혀 재미없어 보이는 풍경 속에서 적당한 틈새를 찾아내고 그 속에 들어가, 그곳에서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조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주변 세상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재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힘이 아닐까.”2돌아보면 언제부턴가 나를 둘러싼 환경을 너무 곧이곧대로만 받아들여 왔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상상 속에서 나만의 비밀기지를 건설했다. 일상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딴짓거리를 하고 싶을 때 몸을 숨길 수 있는 나만의 은신처! 엉성해 보이지만 꽤 그럴듯하다(부모님도 편집장님도 몰라야 하므로 구체적 장소는 밝힐 수 없다). 이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머리를 집어넣는 순간, 앗. 그새 몸이 너무 커져 버린 걸 잊고 있었다. *각주 정리 1. 오가타 다카히로, 임윤정·한누리 역, 『비밀기지 만들기』, 프로파간다, 2014. 2. 같은 책, p.236.
  • [CODA] 한강 풍경
    새해 첫머리부터 굵직굵직한 공모 소식이 날아들었다. 먼저 코엑스에서 잠실 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영동권역을 국제 업무, MICE 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수변 생태·여가문화 공간 조성 국제지명 설계공모’.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개최된 공모는 ‘한강과 탄천’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수변 공간을 대상지로 설정하고, 물줄기로 끊어진 두 지역을 ‘탄천보행교’를 놓아 연결할 것을 강조했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도시재생 구상 국제공모’(2015, 본지 2015년 11월호 참조)의 평가 요소였던1. 부지 안에 담아낸 기능과 디자인의 완결성 2. 주변 도시 조직과의 연계성 3. 한강 및 탄천 수변 지역의 처리 방식 중 2번과 3번 요소가 묘하게 얽혀 새롭게 태어난 공모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상지와 목표가 뚜렷해진 만큼 “호쾌한 구조물 위를 걸어서, 운치 있는 녹지를 지나서, 편리한 모노레일을 타고서 당도한 한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가벼운 산책과 시원한 사이클링과 한강을 바라보며 식사와 차를 즐기는 것”, “수영이나 보트를 타는 정도”1에서 수상 레저 스포츠는 물론 자연과 한데 어우러진 각종 문화·예술·일상 활동으로 확장됐다. 조감도에서 어떤 패턴을 완성하는 산책로와 녹지로만 채워졌던 수변이 명확한 목적과 형태를 가진 공간으로 바뀐 것도 당연하다. 공교롭게도 2월호 지면을 채운 또 다른 공모 역시 한강변을 다뤘다. ‘한강변 보행네트워크 조성 공모’의 대상지는 좁고 어둡고 낙후된 한강대교 남단 여의나루역에서 시작되어 동작역까지 이어지는 한강 수변길, 한강변의 접근성과 활용성을 증대하고 다양한 여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걷기 편한 환경을 구축해야 했다. 물가의 특성을 충분히 수용한 디자인 물과 수직으로 만나는 조경의 전략이 우수한 안을 선정했다는 심사평은 공모의 초점이 ‘한강’에 맞추어져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 샛강 생태 거점 조성사업, 한강대교 백년다리 조성사업 등 한강변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적당한 크기로 마름질된 프로젝트 조각들을 어떻게 이어 붙일지는 의문이지만, 한강을 바라보는 일에만 익숙한 내게 물을 적극적으로 즐기게 하는 각종 전략들은 묘한 설렘에 휩싸이게 만든다. 지면 가득 채운 공모를 살피며 한강에 담긴 막연한 낭만에 대해 생각했다. 한밤의 한강은 사람을 쉽게 감상에 빠트린다. 늦은 밤 에도 불을 꺼뜨릴 줄 모르는 빌딩숲이 저 너머로 멀어지고, 대신 일렁이는 강을 배경으로 가벼운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야를 채운다. 한없이 여유로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때만큼은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의 일상이 나와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야근러들이 밝힌 도시의 불빛들이 로맨틱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자연과 도시가 뒤엉킨 독특한 서울의 구조도 한눈에 들어온다. 경쟁이라도 하듯 높게 선 건물 뒤편으로 펼쳐진 야트막한 산, 산등성이를 타고 오른 조막만 한 집들이 이룬 마을, 천변을 따라 차곡차곡 들어선 아파트 덩어리들. 아파트에까지 눈길이 닿으면 시각이 조금 달라진다. 어떠한 낭만에서 꾸준히 쌓아온 선망으로. 자기 관리라는 명목으로 출근 전 강변을 따라 즐기는 가벼운 조깅, 커피 한잔을 마시며 통창으로 내려다보는 한강의 모습은 성공한 서울 사람의 상징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한강이 몇몇 사람들의 소유물처럼 느껴졌다. 꽁무니를 붉게 물들인 자동차들이 스멀스멀 한강 다리 위를 기어가는 광경 역시 기묘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줄곧 서울에서 자란 서울 토박이인데도, 저 자동차 행렬에 끼지 못했다는 이유로 진정한 서울 사람이 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한강은 좀처럼 내 공간 같지가 않다. 콘크리트 제방 옆으로 옹색하게 펼쳐진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으면, 꼭 진짜 서울 사람에게 잠시 자리를 빌린 듯한 기분이 든다. 이따금 찾는 특별한 장소는 될 수 있지만, 결코 내 일상에 녹아들 수는 없는 공간. 한강을 바라보는 대상에서 직접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 바꾸겠다는 설계안에 들뜨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날이 따뜻해지면 한 번쯤은 한강을 따라 긴 산책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왕이면 선명한 강변 풍경과 함께하면 좋으니, 올봄에는 미세 먼지 소식이 드물었으면! 각주 1. 민성훈, “계획가가 외면한 것”, 『환경과조경』 2015년 11월호, p.35.
  • [PRODUCT]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보행 환경을 만드는 ‘논브라켓 울타리’ 브라켓을 사용하지 않는 결합 방식으로 내구성을 높인 제품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보행 환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산책로, 등산로, 보행교에 목재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목재 데크나 울타리의 경우 목재의 수축 및 팽창 현상, 낮은 내구성으로 인해 시공 후 하자 발생률이 높고 유지 관리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나사나 브라켓 등 결합 부품을 활용한 시공 방식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연결부가 벌어지거나 결합 부품에 녹이 스는 등의 문제도 발생시킨다. 친환경 합성 목재를 생산하는 이노스의 ‘논브라켓non-bracket 울타리’는 목재 보행로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기술적으로 보완한 ‘데크로드 시스템deck road system’의 일환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시공이 쉽고 하자를 예방해 유지·관리 비용을 최소화한다. 논브라켓 울타리는 기둥재에 난간재를 끼우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기둥재에 압출 성형 단계부터 난간재 삽입 홈을 형성해 제작해 브라켓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이 같은 결합 방식은 외부 충격과 하중에 견디는 힘을 더 강하게 만들어 안전한 보행을 도모한다. 또한 매끄러운 결합부를 형성해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 제품에 사용된 합성 목재는 잣 껍질을 원료로 해 곰팡이와 병충해를 방지하며, 천연 목재와 유사한 질감과 색상을 낸다. 더블클립 기술로 조립한 바닥부와 논브라켓 울타리를 결합하면 시공 시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다. TEL. 033-734-0987 WEB. www.kinos.kr
  • [에디토리얼]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설계한다
    다시, 한 해가 시작됐습니다.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이들에게서 새해 메시지가 날아듭니다. 뭔가 목표를 세우고 실천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틀에 박힌 의무감이 고개를 듭니다. 매년 반복되는 새해의 일상은 언제나 새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새해맞이만큼은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사회 환경의 변화와 기술 발전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숨 가빴던 21세기의 첫 10년이 막을 내렸기 때문일까요. SF 영화에나 나오는 줄 알았던 2020년대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일까요. 불과 2년 뒤 2022년이 오면『 환경과조경』은 창간 40주년을 맞습니다. 한국의 제도권 조경은 쉰 살이 됩니다.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설계한다.” 새 노트를 펼쳐 진하게 눌러쓴 2020년의 편집 좌표입니다. 한국 조경의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기획하는 지면, 독자 여러분과 소통하며 정성껏, 꼼꼼히 만들어가겠습니다. 2020년대의 문을 여는 이번 1월호는 ‘제2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인 박경탁 소장(동심원) 특집호이기도 합니다. “생각하는 일과 만드는 일은 분리될 수 없다”는 작업 철학을 바탕으로 경관 제작 방식의 확장을 실험해온 그의 다각적 면모를 에세이, 작품,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의 지면에 담았습니다. 조경사 연구자 황주영 박사가 이어갈 새 연재 꼭지 ‘북 스케이프’의 막을 올립니다. 활자보다 사진이나 영상 같은 이미지 언어에 더 익숙한 시대라 하더라도, 여전히 독서는 낯선 무언가를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읽는 작업에 주력해온 황주영 박사는, 넓지는 않지만 깊고 촘촘한 ‘북 스케이프’ 지면을 통해 도시와 경관에 대한 책을 소개하고 때로는 도시와 경관을 책처럼 독해하고 또 때로는 그런 책을 수집하는 여정을 담아낼 것입니다. 이번 호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연재는 나성진 소장(얼라이브어스)의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입니다. 이 연재에서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을 호출하는 것은 이제야 비로소 코딩과 네트워크 기반의 미디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저변이 구축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컴퓨테이션 덕후 나성진 소장은, 1년간 이어질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지면을 통해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오픈 소스 알고리즘 적용 등을 기반으로 진화해온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주요 프로그램과 상호 연계 네트워크를 폭넓게 다룰 예정입니다. 도시공간 연구자이자 커뮤니티 디자이너인 서준원 소장(공간잇기)은 오는 3월호부터 ‘공간잇기’ 지면을 엽니다. “공간은 시간으로 인해 생명력을 갖고, 사람들로 인해 이야기와 추억을 머금고 이어져간다.” 계동, 용산, 철원 등 여러 동네와 마을의 공간과 삶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해온 서준원 소장의 신념입니다. 이번 연재 꼭지에서 그는 빠르게 사라져가는 도시 공간과 삶의 흔적을 재발견하고 그것이 경관으로 공유될 수 있도록 작업해온 그간의 과정을 펼쳐낼 것입니다. 참, 그의 전시회 ‘스토리스케이프(Storyscape)’가 지금 우란문화재단의 ‘우란1경’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동시대 소시민들의 삶과 그들이 만든 도시 풍경의 기억을 소환한 연구형 전시, 1월 11일까지입니다. 리뉴얼 2기 편집위원회의 활동이 지난 12월호로 마무리됐습니다. 2017년 1월호부터 3년간『 환경과조경』의 혁신을 위해 애써주신 강연주, 민성훈, 박승진, 이호영, 정귀원, 최이규 편집위원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부터 편집 방향을 함께 고민할 3기 편집위원은 김충호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박승진 소장(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오현주 소장(안마당더랩), 최영준 소장(Lab D+H), 최혜영 교수(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입니다.『 환경과조경』의 새 ‘절친’이 된 편집위원들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이렇게 2020년대의 문을 엽니다.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 조경가 박경탁 Landscape Architect Park Gyoung Tak
    지난 호에서 예고했듯 ‘제2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인 박경탁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박경탁은 뚜렷한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조명, 가방과 같은 생활 소품부터 정원, 건물 외부 공간, 도시 공공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특히 미국 실리콘 밸리 인근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온몸으로 경험한 그는 다양한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장비를 익혀 창작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이번 지면에서는 그가 체득한 만들기 기술로 구현된 프로젝트들을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펴본다. 제작 방식의 확장이 디테일뿐만 아니라 작품의 콘셉트와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집을 열고 닫는 두 편의 에세이에는 생각과 만들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그의 진취적 면모가 담겨 있다. 남기준의 인터뷰는 학창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박경탁의 궤적을 쫓는다. 그의 관심사가 변화할 때마다 한층 풍부해지는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경탁의 추진력은 한계를 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벽에 부딪치면 이를 극복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는 그의 이야기가 조경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긍정의 힘으로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진행 편집부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박경탁
    • 편집부
  • 춤추는 조경가의 성장 일지
    16년 전, 대책 없는 복학생이었던 나는 재학 중이던 조경학과의 당시 분위기에 이끌려 ‘제4회 늘푸른 환경조경설계 공모전’(이하 늘푸른 공모전)에 참여해 입선을 받았다. 친구들과의 뒤풀이에서 꼬드김에 넘어가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때 이유 모를 용기와 영감을 얻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지금 난 조경 설계를 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날의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자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이유 없이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 때문에 조경학과 친구들에게 내년 늘푸른 공모전에서 저 자리에 올라 꼭 이렇게 수상 소감을 말할 거라고 다짐하게 된다. “공부가 제일 쉬웠습니다. 수업에 충실히 임하고 예습, 복습을 철저히 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 같습니다.” 매년 11월만 되면 9시 뉴스에서 전국 수석이 어김없이 전하던 소감의 핵심 구절이었다. 다음 해 늘푸른 공모전이 ‘제1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으로 바뀌었고, 난 대상을 받아 스스로 다짐했던 수상 소감을 말하게 된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 수도 없이 연습했던 말이었다. 그 일이 조경가로서 내 성장의 시작이었다. 춤을 추며 조경을 하다 보니 대통령상을 받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고, O3스코프(O3scope)를 열고 유학 자금을 마련하려 노력하다보니 유명 건축가와 일할 기회도, ‘제1회 대한민국 신진조경가 대상 설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 기쁨도 누렸다. 마침내 목표했던 곳으로 유학을 떠났고, SWA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일하며 디자인 디벨롭(design develop)과 디테일 설계에 마음껏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사는 곳이 실리콘 밸리의 직접적 영향권이었던 덕분에 워터젯 커터(waterjet cutter), CNC 라우터(router)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등장한 다양한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장비를 익힐 수 있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
  • 여섯 가지 만들기
    해외에서 공간을 만들면 감리까지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세한 도면과 3차원 정보 제공이 꼭 필요하다. 국가별, 공종별 기술력 및 자재 수급 현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동반되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식재비와 석재 수급비, 인건비 등이 월등히경제적이다. 비용을 절감하려 재료를 아끼다 오히려 추가 디테일이나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기술력에 의지하는 디자인보다 원재료의 물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디자인이 아직까지 중국에서는 유용하다. 물론 최근 중국 대도시에서 진행되는 많은 프로젝트로 인해 중국 건설사의 시공력도 많이 높아졌다. * 환경과조경 381호(2020년 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