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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의 탄생, 1968~2018] 1980~1990년대 공간의 탄생, 근교의 도시화
    주택난을 해소하라 지난 연재에서 한국 도시화 50년의 첫 번째 공간적 사례로 1970년대 농촌의 도시화에 대해 새마을운동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번 연재에서는 두 번째 사례로 1980~1990년대 근교의 도시화에 대해 살펴본다. 이를 위해 근교와 근교의 도시화에 대한 개념적 이해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근교(近郊, suburb)라는 말은 ‘도시의 가까운 변두리에 있는 마을이나 들’을 말한다.1 다시 말해, 근교는 아직 도시화가 일어나지 않은 도시 인근의 지역 또는 농촌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근교의 도시화는 기존 또는 인근 도시의 성장, 확장, 팽창 등에 따라 일어나는 근교 지역의 도시화 현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근교의 도시화에는 중심 도시(기존 또는 인근 도시)와 주변 도시(근교 지역)의 관계가 이미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1980~1990년대 근교의 도시화는 기존의 도시에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없는 도시 문제, 특히 과도한 인구 집중으로 인한 주택 문제로부터 촉발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앙 정부는 ‘1기 신도시’와 ‘200만 호 건설 계획’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했으며, 이에 따라 서울 주변의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 국토에 대규모 주택 건설이 삽시간에 일어났다. 사실 주택 문제는 1950년대의 한국전쟁과 전후 복구, 1960년대 이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주택 문제의 해결은 전 국민과 중앙 정부의 숙원이었다. 실제로 1972년 박정희 정부의 ‘250만 호 건설 계획’, 1980년 전두환 정부의 ‘500만 호 건설 계획’ 등 대규모 주택 건설 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됐지만, 막대한 재정적 부담과 다른 정책의 우선순위에 밀려 온전히 실천되지 못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직선제에 따라 선출된 노태우 정부는 정치적 안정과 사회적 요구 등으로 인해 주택 문제를 더이상 도외시할 수 없었다. 마침내 노태우 대통령은 취임 1년이 되어가는 1989년 2월 24일, ‘보통사람들의 밤’에서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만 존재했던 200만 호 건설의 의지를 다음과 같이 본격적으로 천명했다. “그동안 우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그 결과 의식주 중 이제 먹고 입는 문제, 큰 걱정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내 집을 가지겠다는 모든 보통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이 사람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 합니다. … 중산층 이상의 주택 택지 공급을 원활히 하여 시장 기능에 의해 건설이 활성화되도록 할 것입니다. 특히 국민 주택 규모의 주택은 주택 은행 등을 통한 금융 지원을 늘려 건설을 촉진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임기 중 200만 호의 주택을 짓겠다는 공약을 실천하여 약 1,000만 명의 우리 국민이 새집에 입주하게 할 것입니다.”2 1기 신도시와 200만 호 건설의 시작 및 경과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시의 주택 문제는 비단 1980~1990년대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1980년대 말에 주택 문제가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에서까지 중요하게 다루어진 당시의 주거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87년 12월 말 주택 보급률은 전국적으로 69.2%인데 비해, 서울은 50.6%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높은 잠재적 주택 수요에 비해, 가용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주택 공급이 지지부진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이후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투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1975년에서 1988년까지 국민 소득, 즉 실질 GNP의 증가는 세 배에 지나지 않았지만 주택 가격은 무려열 배 이상 상승했다.3 이로 인해 1980년대 말 주택 문제는 정권 안정과 체제 유지를 위한 급선무의 과제로 부상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75호(2019년7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근교”, 표준국어대사전, 2019년 6월 10일 접속(https://ko.dict.naver.com/#/entry/koko/ec9e80ed1fd7488794a60bb7fa066a8c). 2. 노태우, “국민이 강해야”, ‘보통사람들의 밤’에서의 총재 연설, 1989년 2월 24일, 2019년 6월 10일 접속(http://pa.go.kr/research/contents/speech/index04_result.jsp). 3. 김관영, “주택200만호 건설계획의 평가”, 『국토정보』 1992년 5월호, 국토연구원, pp.14~22.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 [이미지 스케이프]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찰리 채플린의 말입니다. 채플린이 감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삶은 클로즈업할 때는 비극이지만 멀리서 찍으면 희극이다”라고 번역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하여간 보통은 가까운 비극과 먼 희극이라는 간단한 대비가 더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 느끼는 내 인생은 항상 힘든 것 같고, 멀리 보이는 다른 사람의 인생은 늘 부럽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경관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늘 이것 좀 어떻게 개선할 수 없냐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어지러운 간판, 정돈되지 않은 국도변 상가와 창고, 농촌 마을의 현란한 지붕 색. 그중 지붕 색 이야기는 아주 단골 메뉴입니다. 유럽에 가 보니까 주황색 지붕이 참 아름답던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냐는 거지요. 지붕 재료 만드는 회사에 몇 가지 색을 지정해 주면 되지 않느냐, 전체적으로 하기 어려우면 우선 고속 도로나 국도에서 보이는 곳만이라도 지붕을 개량하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현실적인 처방까지 해 줍니다. 예전에 올림픽할 때 고속 도로 주변에 녹색 페인트를 칠했다는 얘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처방이야 어찌 되었건 진단은 정확한 것 같습니다. 제가 봐도 알록달록한 우리나라 농촌 마을의 지붕은 참 요란스럽습니다. 채도를 조금만 더 낮추고 톤을 정돈하면 훨씬 좋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요? ...(중략)... *환경과조경375호(2019년7월호)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 수인 크로노토프 라인 수인선 유휴부지 도시숲길 조성 설계공모 당선작
    지난 5월 20일 인천시 미추홀구는 수인선 유휴부지를 1.5km에 달하는 도시숲길로 탈바꿈시킬 ‘수인선 유휴부지 도시숲길 조성 설계공모’의 당선작을 발표했다. 공모의 대상지는 수인선 숭의역과 인하대역 사이의 폐철도로 오랜 시간 방치되어 도시 경관을 해치고 주민의 불편을 초래해왔다. 유휴 공간을 보다 의미 있게 활용하고자 미추홀구는 두 차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폐철도를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도시숲길로 만드는 공모를 개최했다. 공모는 1월 7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되었으며, 5월 14일 김정식(미추홀구청장), 권전오(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김준석(청운대학교 교수), 임종엽(인하대학교 교수), 곽남현(인천광역시청 팀장)의 심사를 통해 다섯 개의 출품작 중 지오조경기술사사무소+정방종합엔지니어링 팀의 ‘수인 크로노토프 라인Chronotope Line’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수인 크로노토프 라인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며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선형의 대상지에 적합한 디자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충실한 분석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 점 역시 높게 평가되었다. 당선작을 토대로 기본 및 실시설계가 진행되어 2020년 12월까지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수인 크로노토프 라인 크로노토프는 시간과 공간의 연관성을 뜻하는 말이다. 주변과 단절된 대상지를 유연한 구조로 확장시켜 시간과 공간을 연계하고, 미추홀구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는 거점으로 만들고자 했다. 전략은 네 가지다. 첫째, 선형 부지의 장점을 극대화다. 경계의 확장과 주변과의 연결을 통해 고립되어 있는 대상지의 약점을 극복한다. 또한 접근성을 향상하고 공공과 사적 영역의 결합을 통해 공원에 활기를 더한다. 둘째,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역 문화 플랫폼을 구축한다. 미추홀 빈들, 철길 비스타, 버스킹 마당, 전망 카페, 도시정원숲 등을 조성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의 기반을 마련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5호(2019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공간은 납작하지 않으니까 데이비드 호크니 전, 서울시립미술관, 3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회화는 납작한 캔버스에 3차원의 공간을 재현한다. 어떤 예술가는 세밀한 묘사에 공을 들여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풍경을 담고, 또 누군가는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자유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구축하기도 한다.영국의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입체적 공간을 2차원의 화폭에 옮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석판, 아크릴, 폴라로이드 필름, 포토 카피, 팩스 등 60여 년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 그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이 시대의 예술가’라고 평가받는다. 3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전’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을 비롯해 영국문화원, 영국 왕립예술아카데미, 영국 솔츠밀 등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서 대여한 호크니의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등 13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일곱 개의 소주제에 따라 구성된 전시를 따라 호크니의 작품 세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브래드퍼드 예술학교를 다니며 호크니는 추상과 재현적 이미지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을 시도했다. 당시 추상표현주의가 유행하던 미술계에 호응하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로 거처를 옮긴 호크니는 강렬한 태양과 그 아래 펼쳐지는 자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에 사로잡혀, 그 풍경을 묘사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리쬐는 햇볕을 표현하기 위해 광택이 풍부하고 얇게 발리는 아크릴 물감을 선택한 그는 낮은 건물과 유리창, 수목 등의 배경을 단순하고 차분한 톤으로 그려냈다. 인스타그램을 연상시키는 정사각형 프레임과 널찍한 여백은 관람자가 작품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드는 동시에 화면을 평면적으로 느끼게 한다. 호크니는 그 정적인 풍경 가운데 물을 상세하고 집요하게 묘사함으로써 우연성을 탐구하고자 했다. ‘더 큰 첨벙’과 ‘잔디밭의 스프링클러’ 등에서 선과 점으로 표현된 공중으로 흩뿌려지는 물방울들은 다이빙, 스프링클러 작동 직후의 찰나를 포착한 듯한 느낌을 준다. 나른하고 고요한 풍경을 가로지르는 물줄기는 관객들에게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순간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5호(2019년 7월호) 수록본 일부
  • [이달의 질문] 좋은 설계사무소에 꼭 필요한 요소 세 가지는?
    먼저 컴퓨터와 플로터. 설계 업무 대부분이 컴퓨터 작업과 출력이다 보니 업무 환경에서 이 두 가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바쁜 업무 중 혹은 창작의 고통 속에 도구가 말썽을 부리면 이만한 골칫거리도 없다. 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기계가 고장나는 순간은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를 정도로 큰 스트레스다. 사람도 중요하다. 급여가 얼마이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업무도 즐겁고 회사에 가고 싶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박진우 디앤씨엔지니어링 양질의 일거리, 롤 모델로서의 선배 혹은 대표, 정확한 날짜에 입금되는 급여 박경복 가든프로젝트 대표 사람, 사람, 사람 이대영 스튜디오 엘 안정감이 있고 사람을 존중하는 설계사무소, 디자인 및 시공에 있어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는 설계사무소, 의식주 및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있는 설계사무소 배준석 전라북도 전주시 첫째, 업무 분위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이므로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얼마나 잘 맞는지가 중요하다. 둘째, 신뢰. 약속은 서로 지켜야 하는 의무다. 계약뿐만 아니라 업무 중 이루어지는 모든 약속을 구성원들이 잘 지켜야 한다. 셋째, 업무 공감대 형성. 아무리 재미있는 일도 공감해주지 않으면 그저 그런 일로 그칠 수 있다.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때 주체적으로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김현근 엠디엘 비전과 철학, 공감과 소통 능력, 그리고 좋은 커뮤니티. 또 몇 가지를 덧붙이자면 역할과 책임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시스템,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찰과 이해, 활발한 모니터링 연구도 필요하다. 이명정 한톨의씨앗공유비전연구소 인재, 경비, 소통 김영해서경대학교 교수 사람, 프로 의식, 사회적 책임감 김명수LH 첫째는 ‘주도적으로 설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설계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이 그린 도면이 실제 공간으로 만들어질 때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들어주되 상황에 맞지 않는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대상지의 특성과 회사가 가진 특색, 설계가의 아이디어를 담은 설계 내용이 실제로 잘 구현되게 하는, 그래서 직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는 ‘적절한 업무량’이다. 설계라는 일은 수주가 일정치 않아 어쩔 수 없이 한 번에 많은 일거리를 받아야 하고, 이로 인해 무리해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원들도 한계가 있고 그 한계는 회사가 기대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업무 분담을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곳이 좋은 설계사무소라고 생각한다. 셋째는 ‘얻을 수 있는 무언가’다.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휴가나 중요한 기회, 경험 등 다채로운 혜택을 회사 차원에서 제공하면 일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권순형 환경과조경 급여, 인맥, 나 박지원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구체적인 목표, 어떤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는 대응력,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 원종혁 경기도 평택시 일에 대한 욕심과 의지, 가끔은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 자연에서 진리를 찾을 줄 아는 용기,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존감. 이 세 가지는 철야도 불사하게 만든다. 윤영주 디자인필드 대표 가장 흥미로운 답을 올려주신 세 분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도서출판 조경과 도서출판 한숲에서 펴낸 단행본을 선물로 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줄기』(김정민, 남수환, 노회은, 배준규, 신귀현, 정대한, 정우철 저, 도서출판 한숲)를 보내드립니다. [email protected]은 24시간 열려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목소리에 언제나 귀 기울이겠습니다. 홈페이지www.lak.co.kr 블로그 blog.naver.com/la_korea 페이스북www.facebook.com/lakorea.lakorea
  • [편집자의 서재] 기계비평들
    기계+비평, 어려운 말과 어려운 말의 조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설과 에세이에 집중된 독서 편력이 있고 기계를 다루는 데 유독 멍청하고 게을러지는 내겐 보기만 해도 몸이 굳는 것 같은 제목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기계비평들』은 기술적 내용보다 인간과 기계가 맺는 관계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책이었다. 또 아래와 같은 몇몇 주제 덕분에 겁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온종일 스마트폰과 패드 앞에서 강의를 듣는 공시생들의 테크노스케이프, 통신사 약정 만료 기간이 다 되어 갈수록 잦아지는 핸드폰의 고장, 구의역 스크린도어와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기계비평들』은 기계비평가 이영준의 『기계비평』이 재출간되면서 함께 나온 책으로, 7인의 필자가 모여 2010년대 한국 기계의 현실을 진단한다. 그중 김성은의 ‘수리공은 왜 선로 안쪽에 들어가야만 했나?: 구의역 사고의 내러티브와 기계비평’은 당연하지만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질문에서 시작된다. 2016년 구의역 사고는 2인 1조 원칙을 지킬 수 없는 열악한 업무 환경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산 후 일단락됐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값싸고 부실한 기계를 설치한 후 고장난 상태로 계속 방치한 시스템에 있었다. 2016년 서울시 스크린도어 장애 건수에 따르면 1년에만 3,000회 이상의 장애 및 고장이 발생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여덟 번씩, 애당초 ‘항상 망가진 상태’였던 것이다. 이는 분할 발주로 스크린도어를 들여와 먼지에 취약한 저렴한 센서를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 센서를 적외선 방식에서 레이저 방식으로 바꾸면 고장도 덜 나고 수리공이 선로 쪽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사실 2015년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레이저 방식으로 교체될 예정이었지만 121개 역 중 16개의 역만 교체가 되었고, 결국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여기에 스크린 도어에 부착된 광고판은 수리공들이 선로 안쪽에서 작업해야 했던 또 다른 이유이자 비상시 긴급 탈출을 어렵게 한 장애물이었다. 기계 바깥에서 하루라도 살아갈 수 있을까. 돌아보면 기계에 힘을 빌려 생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들고 사는 건 물론, 기계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출퇴근을 한다. 개인적으로 기계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고 여겼으나 오히려 너무 당연해서 무뎌진 것이었다. “기계 환경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기계는 이미 공기와도 같은 존재여서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 요소임에도 그것들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작동시키기에는 불요불급한 대상들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 우리를 먹이고, 입히며, 살게 내버려 두고 때로는 죽게 만드는 이 기계들에 대한 해석은 늘 유보되거나 지연되어왔다.”2 일상부터 생사의 문제에 이르는 기계의 존재감을 체감하며 진부하게만 보였던 비평이라는 글의 쓸모에 눈이 갔다. 올해도 변함없이 본지는 ‘조경비평상’을 주최한다. 접수 마감은 10월 7일까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환경조경대전에 비하면 조경비평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고 아쉬운 정도다. 글을 쓰고 읽는 일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탓도 있겠지만, 조경비평의 필요성에 대한 얕은 공감대와 그저 어려운 글쓰기라는 인식 때문일까. “비평은 아는 것을 자족하는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일이다. 제때, 제자리에 도착하지 못한 질문을 재촉하고, 질문 받았으나 모두가 외면하는 문제를 누구보다 신실하게 고민하는 이의 자리는 다름 아닌 아마추어의 영토 안에 있다. 그렇기에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다. … 기계비평은 학제적인 경계나 구획된 탐구 영역에 갇힌 글쓰기가 아니다. 우리 삶과 세계를 빼꼭히 채운 기계와 기계들의 질서를 궁구하여 더 나은 삶의 실천에 닿고자 하는 노력이다.”3 기계비평과 조경비평을 나란히 견주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기계비평의 쓸모를 말하는 위 문장을 잠시 빌릴 수는 있겠다. 예술로서의 조경뿐만 아니라 삶과 밀접한 기술, 환경, 정치, 노동으로서의 조경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소한 의문에서도 조경비평은 시작될 수 있다. 배움 혹은 실무의 자리에서 나름의 질문을 품고 있는 아마추어 비평가들의 글을 기다린다. 설계만으로는 말할 수 없던 넓은 조경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각주 정리 1. 전치형 외 6인, 『기계비평들』, 워크룸 프레스, 2019. 2. 같은 책, p.217. 3. 같은 책, p.8.
  • [CODA] 가시나들
    매달 마지막 주말은 코다 소재를 고민하는 날이다. 이야깃거리가 없다고 징징거리는 내게 친구 A는 곧잘 조언한다. “원래 남 얘기가 제일 재밌어. 네 얘기 팔아서 글 써.” 팔 것도 없다고 투덜거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반박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겪은 일 중에 가장 창피했던 이야기를 해. 그런 거 재미없어하는 사람 없어.” 성큼성큼 가까워져 오는 마감 날짜에 마음이 조급했지만, 부끄러운 일화를 풀어놓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대신 자신 있게 내놓기에는 조금 민망한 이야기를 꺼내 본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렵다. 같이 있으면 어색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좋을지 몰라 몸이 굳는다. 장남인 아버지와 장녀인 어머니 사이에서 첫 손녀로 태어나 온갖 사랑을 독차지했으면서도, 방글방글 웃으며 재롱 한 번 떨 줄 몰랐다. 천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건물에서 지낸 지도 10여 년, 나는 여전히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살가운 농담 하나를 못 건넨다. 남들도 그러겠거니 하며 지내던 중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가슴을 푹 찔렀다. 군데군데 들풀이 자란 소박한 밭길, 나란히 선 배우와 아이돌들이 간단한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학교를 안갔어, 아니 못 갔어!” 곧이어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가시나들’,1 함양군의 다섯 할머니가 등장한다. “학교를 관뒀어!” 율동이라기엔 어설픈 손짓과 발짓이지만, 열심히 노래하며 춤추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어릴 때 마을에 한글 알려주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찾아갔는데 ‘가시나가 글을 배워서 뭐할라꼬’라며 쫓아냈습니다. 처음 지하철이 생겼을 때도 글을 모르니 하루 종일 지하철만 타다가 파출소에 갔습니다. 아이들 책가방 챙길 때도 눈치로 어림잡아서 골라주는 게 속상했습니다. 다 늙어서 배우면 얻다 쓰겠냐고 하는 데 나는 모르고 살기가 서러웠습니다.”2 함양군의 할머니들은 더 이상 서럽게 살고 싶지 않아서 배우고 싶다. 그렇게 인생의 지혜는 풍부하지만 한글은 모르는 70~80대 할머니와 한글은 대충 마스터했지만 아직 인생은 잘 모르는 20대 연예인이 짝꿍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한글을 공부한다. 동고동락하는 다섯 짝꿍의 한글 공부는 교실을 벗어나서도 계속된다.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글 외의 어떤 것들을 서로에게 배우기도 한다. 할머니의 텃밭에 자라는 엇비슷해 보이는 식물에는 각기 다른 이름이 있고, 진달래꽃을 따 물고 숨을 들이쉬면 달곰한 꿀물이 입안에 퍼진다. 함양군 할머니와 비슷한 나이대의 할머니가 활약하는 유튜브 영상을 함께 보고, 이를 따라하기도 한다. 나란히 앉은 둘은 50여 년의 세월 훌쩍 뛰어넘어 자신이 배워온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짝꿍의 얼굴을 그려야 하는 숙제를 받은 할머니가 짝꿍의 얼굴형은 “이뻐요”, 눈썹은 “이뻐요”, 눈은 “크고 이뻐요”, 코는 “샐쭉 하이 이뻐요”, 입술도 “오목 하이 이뻐요”라고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문득 나의 할머니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가시나들은 2%대의 높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프로그램을 애정으로 지켜본 시청자들이 게시판을 통해 정규 편성을 요청하고 있지만, 동시간대에 막강한 라이벌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함양군의 다섯 할머니는 짝꿍 없이 일상을 산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달력을 보고, 종착지를 기사에게 묻지 않고 버스에 오르고, 그리운 아들에게 혼자서도 전화를 걸 수 있다. 방송이 끝난 후 나는 종종 어떤 풍경에 시선을 두게 되었다. 패스트푸드점 푸드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 망설이다 문을 나서는 노부부, 무릎을 두드리며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다 볼라드에 위험하게 걸터 앉는 할아버지, 계단 참에 난 작은 창으로 골목을 한참이나 내려다보며 세상을 구경하는 나의 할머니. 소비하지 않으면 공간을 사용할 수 없는 시대, 편리함을 목적으로 한 기기는 노년층을 참 쉽게 밖으로 밀어낸다. 가뜩이나 새로운 무언가를 무서워하는 나의 할머니의 행동 반경은 나이를 먹을수록 좁아져 간다. 세대 간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까닭은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각주 정리 1. ‘가시나들’은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의 준말로, 지난 5월 19일에 시작해 6월 9일에 종영한 MBC의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다. 2. ‘가시나들’ 3회에서 소개된 박무순 할머니의 사연
  • [PRODUCT] 무더운 여름 아이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할 ‘물고기정원’ 안전과 수질을 고려한 전용 수 처리 시스템을 갖춘 조합 놀이대
    ‘원더풀1thePOOL’은 안전하고 쾌적한 놀이 시설로 아이들에게 즐거운 여름을 선물하고자 하는 디자인파크개발의 물놀이 시설 브랜드다. 한 편의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흥미로운 테마를 바탕으로 다이내믹한 수경 시설로 이루어진 조합 놀이대 및 단품 시설을 개발하고 있다. 원더풀의 ‘물고기정원’은 광교 중흥S클래스에 조성된 물놀이장의 메인 시설로, 이달 중순 개장을 앞두고 있다. 물놀이장은 인근 광교 호수공원의 풍경을 콘셉트로 디자인됐으며, 물고기정원뿐만 아니라 우산분수, 워터터널, 물고기스톤터널, 물고기워터레볼루션, 물고기분수, 워터샤워기 등의 시설과 함께 조성됐다. 물 이용 조합 놀이대인 물고기정원은 원통 나선형 슬라이드, 원통 C형 슬라이드, 오픈 직선형 슬라이드, 네트, 티핑버킷, 분수 등 다양한 세부 시설로 구성되며, 전용 수 처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부모와 아이 모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TEL.02-2665-6006WEB. www.designpark.or.kr
    • / 원더풀
  • [에디토리얼] 연재의 굴레, 그럼에도
    감사하게도, 15년이나 묵은『현대 조경설계의 이론과 쟁점』의 개정판을 내보라는 권유를 받곤 한다. 대폭 뜯어고칠 궁리를 하며 개정판이 나온 책들을 골라 읽는 취미 비슷한 게 생긴 적이 있는데, 진중권의『앙겔루스 노부스』 개정판(아트북스, 2013)서문 한 구절에 그만 나의 심정이 포개지고 말았다. “…13년 전에 쓴 자기 글을 다시 읽는 것은, 마치 밤에 쓴 글을 낮에 읽는 것만큼이나 민망한 일이다. 감상적 어조로 쓴 부분은 특히 그러하다. 그 글을 쓰던 청년의 몸속에 지금은 중년의 사내가 들어앉아 있다. 옛글을 다시 읽는 민망함보다 강렬한 것은 그리움이다.” 진중권은 그 그리움을 양분 삼아 헌 집 위에 새집을 덧대어냈지만, 나는 그 민망함을 받아들이고 주저앉았다. 개정판 포기의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건 아니다. 정작 하려던 이야기는 책의 초고가 된 연재 글쓰기의 추억과 고통이다. 『현대 조경설계의 이론과 쟁점』의 내용 대부분은 2001년 3월부터 2002년 8월까지 『환경과조경』에 연재한 ‘동시대 조경 이론과 설계의 지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남기준 편집장의 권유로 시작한 연재. 반은 필라델피아에서, 나머지 반은 천안에서 썼다. 동시대 조경의 지형도를 그려보겠다는 기획 초기의 열정만으로 매달 다가오는 마감의 중압감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다. 마감 전쟁을 치르고 탈진하면 순식간에 닥쳐오는 다음 마감. 좁은 방안을 계속 걸어 다니며 한 문장씩 중얼거린 후 키보드를 두드리고 다시 일어나 걷기를 반복하는 나의 글쓰기 습관은, 벗어나기 힘든 굴레와도 같았던 그 연재 과정에서 생겼다. 지은 지 반세기가 넘은 필라델피아 외곽의 허름한 목조 아파트 아래층에는 조경가 J가 살고 있었다. J 부부와 그들의 갓난아기는 나의 고질적 글쓰기 습관이 발생시키는 극심한 층간 소음을 묵묵히 견뎌주었다. J는 쿵쾅거리는 내 발 소리의 양과 강도만으로도 원고 마감이 며칠 남았는지 정확히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2014년의 잡지 리뉴얼 이후, 많은 필자에게 여러 연재 꼭지를 부탁했다. 편집자의 꾐에 넘어가 덜컥 연재를 수락한 그들은 텅 빈 순백의 모니터 앞에서 속이 타고 피가 마르는 밤을 보냈을 테다. 연재, 그것은 일상을 스스로 감옥에 가두는 일이고 불안과 초조의 늪으로 자신을 내모는 일이다. 과월호들을 다시 펼쳐보니 연재 필자들의 분투가 새삼 피부에 와닿는다.『환경과조경』의 지면을 풍성하게 해 준 그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지난한 과정을 감내하며 집필한 연재물 중 몇 가지가 단행본으로 새롭게 편집되어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은 필자에게도, 편집자에게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김영민의 ‘스튜디오 201, 설계를 다시 생각하다’(2014년 연재)는『스튜디오 201, 다르게 디자인하기』(한숲, 2016)로, 김세훈의 ‘그들이 꿈꾼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2015년 연재)는『도시에서 도시를 찾다』(한숲, 2017)로 출간되어 한국 조경과 도시설계 이론의 지층을 두텁게 하는 데 기여했다. 장장 3년간 연재된 고정희의 ‘100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2014~2016년 연재)는『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한숲, 2018)로 묶여 조경 문화와 역사의 교점을 읽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자생적 도시재생의 현장을 탐사한 최이규의 인터뷰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2017~2018년 연재)도 곧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서영애의 장기 연재 ‘시네마 스케이프’가 이번 달로 막을 내린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한다. 315호부터 이번 374호까지 60회를 이어온 ‘시네마 스케이프’는 그 어느 지면보다 높은 열독률을 가진 인기 꼭지였고, 연재 3년째를 넘어서던 여름에『시네마 스케이프』(한숲, 2017)로 출간되어 영화와 경관론의 접면을 넓히기도 했다. 이 책의 서문에서 필자는 “영화를 보고 나서 한 호흡으로 써내려 간 적도 있지만, 한 달의 절반을 원고와 보낸 적이 더 많았다”고 술회한다. 2014년 여름은 어느새 2019년 여름이 되었다. 5년간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번 호 특집으로는 한국, 중국, 미국을 가로지르며 조경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고 문화적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랩디에이치Lab D+H의 근작들을 싣는다. 서울의 최영준, 선전의 중후이청, 상하이의 리중웨이, 세 파트너가 함께 이끄는 랩디에이치는 정원과 주거 단지부터 도시 공원과 복합 상업 공간, 신도시 마스터플랜과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이르는 다양한 스케일을 넘나들며 동아시아 조경의 혁신을 실험하고 있다. 아키데일리, 디자인붐, 아키텍트매거진, 도무스웹 등 다수의 저널이 이미 주목한 바 있는 랩디에이치의 작업들은 도전과 가능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책장을 뒤져 최영준 소장의 ‘그들이 설계하는 법’(2018년 1월호~3월호)도 재독해보시길.
  • Lab D+H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Lab D+H는 한국, 미국, 중국 등 다국적 문화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그룹이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설립되어 현재 한국의 서울, 중국의 선전과 상하이에 오피스를 둔 설계사무소로 성장했다. 이번 호는 상업 광장부터 도시재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Lab D+H의 근작을 소개한다. 이들은 장소와 커뮤니티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공공성을 존중하는 설계를 선보인다. ‘용칭 지구’와 ‘옌타이 산 역사박물관과 골목길 재생’에서는 상업 프로그램으로 구도심을 채우고 부지의 역사를 박제하는 전형적인 도시재생의 틀에서 탈피해 지역 커뮤니티, 주민의 삶의 질, 기존 건물의 특성에 주목하며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시도한다. ‘상하이 믹시몰’과 같이 상업성이 강한 공간에서도 상가 입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보행자를 위한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식재 전략을 통해 공공성의 가치를 추구한다. Lab D+H의 설계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는 무한한 긍정이다. 조경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은 불합리한 시스템과 여건 속에서도 창조적 반복과 변조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 끊임없는 낙천적 도전의 면면을 프로젝트 구석구석과 세 파트너의 설계 철학을 담은 에세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굳이 풀어 소개하지 않았던 D+H에 담긴 의미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조경 디자인을 통해 꿈꾼 이상과 사회에 퍼뜨린 영향력이 독자들에게도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환경과조경』 2018년 1월호~3월호에 최영준 소장이 연재한 ‘그들이 설계하는 법’도 다시 꺼내볼 것을 권한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