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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소유하지 않고 즐기는 밀레니얼의 도시생활
밀레니얼은 1980년대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는 이들은 더욱 도심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어, 밀레니얼의 행보가 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유 대신 경험으로
밀레니얼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이들이 역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게 될 운명을 타고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은 가성비에 집착하고, 어차피 소유할 수 없는 자산에 목매지 않고 ‘취저(취향 저격)’의 렌털 라이프를 즐기며 살아간다. 기성 세대가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항목 중 밀레니얼이 가장 엄두내기 힘든 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집이다.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밀레니얼이 주거 공간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을 애초에 포기하고, 공간을 서비스로 보기 시작하면서, 차츰 이들의 니즈에 맞는 유연한 주거 공간이 도시를 채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다이어트 유튜브를 보던 20대가 반신욕을 즐기고 싶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샤워 룸만으로 욕실이 꽉 차는 원룸에서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 욕조가 딸린 40평 셰어하우스 아파트에 입주하면 된다. 원룸보다 보증금 부담도 적고, 4개월에서 6개월 단위로 움직이는 단기 계약이니 시도해볼만 하다. 셰어하우스 우주와 같이 서울 전역에 지점이 있는 경우에는 여러 지점을 옮겨 다니며 서울 여행자처럼 살아볼 수 있다. 실제로 직장을 옮기면서, 혹은 1~2개월의 짧은 인턴십 기간을 위해, 혹은 요즘 인스타그램에 자주 보이는 힙한 동네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2년 임대차 계약의 틀을 벗어난 삶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을 아도레스 호퍼(address hopper)라 부르며, 전용 주거 멤버십과 중개사가 생겨나는 추세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이아연은 호주, 케냐, 미국, 서유럽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화와 업계를 경험했다. 현재는 셰어하우스 운영사인 우주(Woozoo)의 부대표로 일하며 공간이 주는 효용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즐거이 고민하고 있다. 우주에 합류한 이후 150호점까지 지점을 확장했고, 1인 주거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주거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우주를 이용하는 M, Z세대와 부대끼며 관찰하고 경험한 생각을 토대로 「매일경제」에서 ‘도시살롱’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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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기로에 선 밀레니얼
다시 마주한 서울,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2016년 늦여름, 다시 마주한 서울을 뜨겁게 달군 사회적 이슈는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도시사회 분야의 전문 학술 용어를 대중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다. 흥미로웠던 건 젠트리피케이션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대중의 인식이었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임대료를 둘러싼 건물주와 세입자의 갈등 문제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실은 젠틀(gentle)하지 못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장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정부의 간섭이 종종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경제적 약자의 ‘비자발적 이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이 부정적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쇠퇴한 지역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기존 주민보다 부유한 주민이 유입되어 침체됐던 지역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활기가 넘치게 되는 재생 효과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유럽과 북아메리카를 포함한 서구의 도시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나타나는 전 지구적 현상으로, 도시마다 나타나는 현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명확한 정의가 사실상 어렵다. 노후화된 주거 지역의 고급화 현상으로 인해 주택 시장과 사회 계층의 변화가 주로 나타나는 서구 사회와는 달리, 한국의 경우에는 주거 시설이 카페나 레스토랑 또는 부티크 같은 상업 시설로 건축물의 용도가 바뀌는 주거 지역의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이 대부분이다.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주거지의 환경 개선이 대부분 정부에 의한 대규모의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통해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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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지역의 핫플레이스(hot place)들은 대부분 후미진 골목길의 낡은 주택을 상업 시설로 개조한 곳이다. 경제적 자본이 제한된 소상공인들에게 단독 주택 또는 다세대 주택의 1층이나 반지하층처럼 임대료가 저렴한 곳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이며 개개인이 충분히 상업 시설로 개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의 후미진 골목길에 위치한 낡은 주택이 문화적 자본이 풍부한 소상공인들에 의해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은 아파트 공화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밀레니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강북의 후미진 골목길은 획일화된 아파트 단지에서 찾을 수 없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탐색의 장소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경신원은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대표다. 15년간 영국과 미국에서 주택 및 도시(재)개발 분야의 교육자, 연구자로 활동해왔다. 버밍엄 대학 도시 및 지역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10년에는 미국 워싱턴 D.C. 도시 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 겸 컨설턴트로, 2014년에는 MIT의 SPURS(Special Program for Urban and Regional Studies) 연구원 겸 케임브리지 연구원(Cambridge fellow)으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MIT의 RCHI(Resilient Cities and Housing Initiative) 연구팀의 일원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및 주택 분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카카오 브런치’와 ‘오마이뉴스’에 도시 및 주택 문제를 다루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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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RTBP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쓸모를 찾는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한국은 근현대화 과정에서 획일화된 목표를 암묵적으로 강권하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정한 삶의 방식과 속도를 만들었다. 이는 수많은 사람에게 자괴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며 여러 사회 문제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고려한 다양한 삶의 방식에서 찾고자 했다. 각 지역에 어울리는 라이프 스타일 모델을 제시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살고 일해 온 부산의 영도에서부터 이를 실천해보자고 마음먹었고, ‘알티비피RTBP(Return to Busan Port)’가 탄생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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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공유를위한창조
지역 커뮤니티와 공유 공간을 통해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로컬 프로듀스 그룹
‘공유를위한창조’는 지속성 있는 마을 공동체와 마을 거점 시설을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그간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수많은 마을 공동체가 회복됐고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 조성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행정 지원 없이 운영하기 어려운 공간, 사유화된 공간,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공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분야와 역할의 경계를 두지 않고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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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어반베이스캠프
도시 문제를 고민하는 소규모 회사, 프리랜서를 위한 지역 플랫폼
‘어반베이스캠프Urban Basecamp’는 도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한다. 같은 목표를 둔 소규모 기업, 프리랜서, 개인 간의 느슨한 연대를 통해 사무실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실행하며 경제적 안정을 꾀한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지역의 다양한 사람과 만나 협업을 하게 된다. 별도의 사무실이 없어 주로 카페에 모였고, 그때마다 적지 않은 금액을 지출했다. 이처럼 의미 없이 사라지는 돈을 모아 기업이나 개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을 임대하고, 회의실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공유 사무실 어반베이스캠프’를 탄생시켰다.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며 상주 기업의 협업을 꿈꾸게 됐다. 협업 시스템을 갖추면 단순한 공간의 공유를 넘어 각 기업의 아이디어를 주체적으로 실행할 힘을 갖추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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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더웨이브컴퍼니
지역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로컬 크리에이티브 그룹
살고 싶은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자는 사람들이 모였다. ‘더웨이브컴퍼니(TheWaveCompany)’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로컬 임팩트(local impact)팀과 지역 기반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개발하는 브랜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릉 등 강원을 기반으로 로컬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지역 기반 창업가인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육성하여 그들과 함께 지역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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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천안청년들
지역에 문화 예술과 창업이라는 꽃을 심어 나가는 청년들의 모임
‘천안청년들’은 2014년 천안 원도심에 만들어진 게스트 하우스(오빠네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했다. 내일로 여행객들이 충청남도의 여러 지역을 가기 전 천안역을 경유한다는 점에 착안해, 원도심의 낡은 점포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게스트 하우스로 리모델링했다. 천안의 첫 번째 게스트 하우스였기에 많은 여행객이 찾아왔다. 이후 게스트 하우스는 원도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자 청년 창업 공간으로 역할하면서 지역 청년들의 공유 공간으로 발전했다. 당시 천안에는 청년 그룹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거나 그들의 문화를 만들어 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청년들이 함께 모여 청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지역 조직을 브랜딩하는 과정에서 천안청년들을 설립했다. 조직 이름에 천안이라는 지역명을 담아 지역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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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빌드
작은 비즈니스로 강한 커뮤니티를 만든다
‘빌드(Build)’는 두 가지 문제 인식 속에 설립됐다. 한국은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이기에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 가치 상승분은 대부분 운영자(임차인)와 이용자(지역 주민)가 아닌 소유자(건물주)에게 돌아간다. 이 같은 구조를 바꿈으로써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공간 운영자와 이용자가 부동산을 공동 소유하는 시민자산화 방식을 도입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또 하나는 여성에게 결여된 일과 여가의 균형, 관계 맺음의 기회다. 이는 행복의 필수 요건이지만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면 쉽게 잃게 되는 요소다. 이같은 문제를 지역 기반의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조금씩 풀어나가고자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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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어반하이브리드
사용자와 지역에 적정한 개발을 통해 지역 사회와 청년을 위한 코리빙, 코워킹 디자인 스튜디오 같은 공유 공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부동산 디벨로퍼
어반하이브리드(Urban Hybrid)’는 도시민들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적정 주택(affordable housing)을 비롯한 일상 공간을 공급하고자 설립됐다. 적정 주택을 개발·운영하고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 전략을 수립·진행하는 영미권의 CDC(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를 모델로 한다.
2012년부터 동대문과 창신동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산업 및 개발 연구와 커뮤니티 활동을 했고, 창신동의 주축 산업인 패션 산업의 쇠퇴를 지역 재생과 개발으로 해결해보고자 2013년 회사를 설립했다. 여러 실험과 이벤트를 거쳐 지역 내 산업 문제는 그 산업에 종사하는 개개인의 역량과 가치를 모아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2015년 코워킹 디자인 스튜디오 ‘창신아지트’를 시작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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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콘텐츠로 재생하는 도시
홍주석 인터뷰
도시 콘텐츠 창작 그룹 ‘어반플레이(Urbanplay)’가 보여온 행보는 남달랐다. 지역 장인이 짜낸 참기름을 파는 카페(연남방앗간)를 만드는가 하면, 연희동의 낡은 주택을 개조해 반려 동식물 애호가들을 불러들였다(연희대공원). 당장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노포를 정성스레 소개하는 잡지(『아는동네』)를 발행하고, 지역 상인 및 크리에이터들과 연합해 동네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마을 축제(연희걷다)를 열기도 했다. 연남동의 작은 작업실에서 시작된 이 스타트업은 따분하고 획일적인 도시에 염증이 난 세대에게 신선한 영감을 선사했다. 어반플레이의 뒤를 이어 비슷한 성격의 그룹이 전국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어반플레이는 뭐 하는 곳인가. 왜 이런 일을 하나.
궁금증을 안고 평일 오전의 경의선숲길을 가로질렀다. 먹고 마시고 걷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한산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분위기의 맛집과 카페가 몰려 있는 연남동, 공방과 단독 주택이 고즈넉한 풍경을 만드는 연희동 사이에 놓인 한적한 공간에 도착했다. 붉은 벽돌 건물에 난 통유리 창으로 커다란 샹들리에와 목조 가구가 보였다. 이 연남장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로컬 라운지다. 어반플레이는 유리 공장이었던 건물을 카페, 전시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개조했다.
1층 라운지에 앉아 홍주석 대표(어반플레이)를 기다리며 프로젝트 리스트를 다시 한번 훑었다. 공간 기획 및 운영부터 행사 기획, 로컬 콘텐츠 제작 등 갖가지 내용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인터뷰의 시작은 산뜻하고 가볍게, 초장부터 형식적인 질문은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홍 대표를 보자마자 사라지고 말았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막 나온 차를 음미할 틈도 주지 않고 첫 질문을 던졌다. “어반플레이는 (도대체) 어떤 회사인가요?” 조급한 인터뷰어와는 달리 인터뷰이는 여유만만해 보였다. 그는 이런 질문이 익숙한 듯 짧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어반플레이의 시작
“한 단어로 말하자면 동네 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회사에요. 지역의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지역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통해 지역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 분야는 크게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분야, 그 콘텐츠를 지역의 유휴 공간에 채우는 분야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어반플레이라는 이름도 독특해요.
“장난스럽게 도시재생을 영어로 직역한 이름이에요. 재생을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이 아니라 플레이play로 본 거죠. 당시 도시재생을 정책적으로만 보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였는데, 정책보다는 사람에 의한 재생,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이 재생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재밌는 프로젝트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 기획사를 세우고자 했습니다.”
-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연남동에 작업실을 차렸어요. 초창기 어반플레이의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문화적인 프로젝트를 통한 도시 문제 해결을 목표로 2012년 지인들과 모여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스타트업 회사로 키울 생각은 없었어요. 수익을 낼 거라고도 예상 못했고요. 초반엔 주로 전시를 기획했어요. 우리 같은 그룹이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였거든요. 콘텐츠 연구 용역이나 마을 아카이브(archive)등 좋은 콘텐츠를 시각적으로 잘 풀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을 했죠. 이후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2014년 지금의 어반플레이가 추구하는 방향을 정립했어요. 도시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과 같이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보자는 거였죠.”
- 비즈니스로 전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던 참이었고요. 지역 아카이브 사업을 기반으로 IT 서비스와 오프라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그리고 잘못된 생각을 했죠.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웃음) 사업에 대한 개념도 경험도 없을 때라 무작정 덤벼든 거죠. 지금 돌아보면 상당히 이론적인 생각이었어요. 현실은 다르잖아요.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매년 조금씩 성장했어요. 운 좋게도, 콘텐츠가 필요한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온 거죠.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