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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DA] 일상의 기록, 시대의 기억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할 때면 낯선 숫자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의 네 자리 숫자는 유독 서먹하다. 2020, 치약 이름도 생각나고 을지로 골목 귀퉁이에 있을 법한 카페 이름 같기도 하다. 데이비드 몽테뉴(David Montaigne)의 예언과 달리 지구는 어떤 종말의 징조도 보이지 않고 2019년의 마지막 달을 통과하고 있다. 이즈음이면 내 나름대로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에 돌입한다. 일 년 동안 함께한 일기장 첫 장을 펼쳐 짤막한 투 두 리스트(to do list)에서 해낸 것과 해내지 못한 것을 구분한다. 변함없이 게으르게 보낸 지난날을 잠시 반성하곤 곧장 온라인 문구숍에 접속한다. 2020년에 걸맞은 새 일기장을 마련할 시간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기를 썼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배신당한 기억 때문이다. 비밀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기장을 반으로 접어두면 읽지 않겠다기에 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었더니, 다음날 친구와 교무실로 소환당해 강제로 화해를 해야 했다. 고자질이라도 한 기분에 친구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후 선생님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니 모범생 같은 소리만 잔뜩 늘어놓게 됐고, 일기는 숙제를 위한 글짓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됐다. 일기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인 건 공부 빼면 모든 게 다 재밌었던 고삼 시절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던 때였다. 등교, 수업, 야자(야간 자율 학습), 하교, 다른 사람과 똑같아 보이는 일상이 반복되던 시기.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은 그 시절의 나를 조금이라도 특별한 사람으로 남기는 일이었다. 그때 들인 버릇이 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 오래된 취미 생활의 산물이 이제 책장 한 칸을 거뜬히 채운다. 게으른 내가 일상을 계속 기록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 각양각색의 낡은 책등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어떤 변천사가 보이는 듯도 했다. 수험생 시절 선택한 일기장은 먼슬리(monthly), 위클리(weekly), 프리 노트(free note)로 구성된, 문구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노트였다. 먼슬리에 기록할 일정이라고는 시험, 가족과 친구의 생일 정도가 전부였고 위클리에는 그날 풀어야 하는 문제집 이름과 쪽수가 미션처럼 적혔다. 프리 노트는 온갖 것들의 스크랩북이었다. 일기를 비롯해 수업 시간에 끄적인 낙서, 친구와 나눈 필담, 간단한 감상평을 적은 영화 티켓이 노트를 두툼하게 불렸다. 내용은 고만고만했다. 진로, 성적, 야자 시작 전 먹을 저녁 메뉴에 대한 고민이 줄을 이었다. 그래도 완벽히 똑같은 날들은 없었다. 수능의 압박에서 벗어나 시간이 넘쳐나는 대학생이 된 후에는 일반 노트에 달력이나 글 박스를 직접 그려 마음대로 꾸몄다. 사진과 글 박스의 크기를 고심해 배치한 흔적이 잡지 레이아웃을 고민하는 지금의 내 모습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조경은 종합과학예술”이라는 말에 홀려 일기장을 설계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곳으로 쓰기도 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꽤 많은 아이디어가 당시에 봤던 영화나 전시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업무 일정을 정리해야 하는 회사원이 되자, 쓸모없이 느껴졌던 위클리가 다시 절실해졌다. 잡지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매달 마지막 주의 일기장을 채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 한 달 중 가장 치열한 시간의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아까워 궁여지책으로 업무 중 사용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급박하게 갈겨쓴 글씨, 메모 옆에 덧붙인 이모티콘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이 기록물의 힘은 묘하다. 필름 카메라와도 비슷한데, 한 번 기록한 것을 수정하려면 반드시 자국이 남고 그렇기에 내용을 신중히 고르고 거듭 정제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이 종이 매체를 전자 매체보다 특별한 것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일기가 개인의 기록이라면, 잡지는 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기억하는 매체다. 이 매체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해지면, 잡지 역시 개인의 추억이 깃든 기록물이 될 테다. 지금은 막을 내린 ‘오피니언’(2018)과 ‘이달의 질문’(2019)의 기획 의도 일부가 이 호흡을 끌어내는 데 있었다. 이를 대체할 새로운 꼭지는 아직 기획되지 않았다. 이러한 시도를 지면에서 계속할지, 독자와의 접점이 좀 더 많은 온라인에서 하는 편이 나을지는 아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손이 많이 가는 어려운 기획을 거듭하는 이유는, 이것이 종이 매체를 특별하게 만들며 지탱해 온 힘이기 때문이다.
  •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벤치 ‘소런’ 조개껍데기 형상과 무늬를 반영한 디자인
    다채로운 디자인의 휴게 시설물로 공원, 광장, 아파트 단지 등 도시 공간에 경관 가치와 여유를 더해온 조경 시설물 전문 기업 예건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디자인 벤치를 출시했다. 흰색 파이프로 만든 부드러운 곡선이 인상적인 벤치 ‘소런Solen’이다. 소런은 조개껍데기의 형상과 무늬를 콘셉트로 디자인됐으며 종류는 두 가지다. 정원, 갤러리, 카페, 주거 단지의 소규모 휴게 공간에 적합한 소런 가든 체어·테이블 세트, 공원이나 거리 등 넓은 공공 공간에 잘 어울리는 소런 등벤치를 제작했다. 가든 체어 좌판에는 작은 구멍이, 등벤치 좌판에는 직선의 틈이 있어 비나 눈이 내려도 벤치에 물이 고이지 않는다. 소런의 가장 큰 특징은 등받이 부분이 동심원처럼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형태로 디자인되어 시각적 안정감을 준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등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입체적 구조로 이용자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단순한 색채와 형태의 벤치는 어떤 장소와도 잘 어울리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TEL. 031-943-6114 WEB. www.yekun.com
    • 예건
  • [에디토리얼] 2019년을 마감하며
    빛의 속도로, 또 한 해가 흘렀다. 과월호 열한 권을 다시 들추며 잠깐의 여유를 부려본다. 올해는 5년 만에 편집 디자인을 바꿨다. 표지의 바탕과 제호의 크기를 조정하고 본문 텍스트의 가독성을 높인 게 변신의 핵심이었다. 텍스트의 메시지와 이미지의 효과를 하나로 움직이게 하자는 의도가 독자 여러분과의 교감으로 이어졌는지 궁금하다. 1월호와 2월호는 ‘제1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인 김호윤(조경설계 호원 소장)과 이호영·이해인(HLD 소장) 특집호로 꾸렸다. 한국 조경의 내일을 열고 있는 그들의 작업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는 평이 이어졌다. 3월호는 사업 당위성과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뒤로한 채 강행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의 결과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전문적이고 다각적인 토론의 밑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다섯 편의 비평을 함께 실었다. 왜, 누구를 위해, 지금 고쳐야 하는가. 지면 곳곳에 담긴 우려의 목소리에 서울시는 다시 한 번 귀 기울여주기 바란다. 『LA+』가 주최한 ‘센트럴파크 우상 타파 설계공모’를 담은 4월호에 이어, 5월호에는 묵직한 두 편의 기획을 올렸다. 특집 ‘미지의 도시 평양, 눈으로 걷기’는 북한 도시에 대한 편견과 환상을 바로 잡고 이해의 폭을 확장하고자 하는 기획이었다. 김아연(서울시립대 교수)의 근작 서울시립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맘껏광장, 숲 갤러리를 묶은 기획도 많은 독자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생태학적 상상력과 풍경의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형태에서 관계로, 구성에서 구조로 초점을 옮겨가고 있는 그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6월호 특집으로는 한국, 중국, 미국을 가로지르며 조경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고 문화적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랩디에이치Lab D+H의 근작들을 실었다. 최영준, 중후이청, 리중웨이, 세 파트너가 이끄는 랩디에이치는 공원과 주거 단지부터 도시재생에 이르는 다양한 스케일을 넘나들며 동아시아 조경의 혁신을 펼치고 있다. 2014년 7월호부터 만 5년, 60회를 이어온 서영애 소장(이수)의 연재 ‘시네마 스케이프’가 아쉽게도 2019년 6월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7월호에는 ‘2019 대한민국 조경설계사무소 리포트’를 특집으로 마련했다. 기획 의도는 단순 명료했다. 지금 이 땅에서 조경설계 일을 하고 있는 사무소들의 현황 데이터를 모아보자는 것. 88개 회사가 참여한 이 특집은 적어도 제도권 조경의 현재를 드러내는 생생한 단면도 역할은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8월호에는 뢰번 가톨릭 대학, 런던 대학, 글래스고 대학, 텍사스 대학 등 최근의 대학 캠퍼스 프로젝트를 모았다. 9월호는 배곧한울공원(그룹한), 방학사계광장(이수), 윤동주 문학동산(KnL), 더글라스 정원(CA), e편한세상 주택전시관(자연감각) 등 국내 조경설계사무소들의 근작으로 지면을 구성했다. 10월호의 프로젝트로는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MoMA PS1 영 아키텍츠 수상작, 탈린 건축 비엔날레 파빌리온,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등 실험적 공간 설치 작품들을 올렸고, 길 찾기 좋은 도시 환경을 고민해온 이음파트너스의 웨이파인딩 작업들에도 적지 않은 지면을 배치했다. 11월호에는 중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조경 무대를 이끌고 있는 유쿵졘(Yu Kongjian)과 그의 설계사무소 투런스케이프(Turenscape)의 근작들로 특집을 꾸렸다. 표피적 장식으로 가득 찬 도시 미학의 대안으로 유쿵졘이 제시한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생산의 환경 미학이 전권에 걸쳐 펼쳐진다. 이번 12월호를 끝으로 김충호와 이명준의 1년간의 연재가 막을 내린다. 김충호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는 ‘공간의 탄생, 1968~2018’을 통해 한국 도시의 공간을 탄생시키고 변화시킨 거대한 힘과 물리적 세계의 단절적 전환,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생태적 영향을 리질리언스(resilience)의 렌즈로 탐사했다. 이명준 박사의 ‘그리는, 조경’은 조경 설계에 사용되어 온 다양한 드로잉 유형, 매체, 기법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드로잉의 도구성과 상상성이 작동하는 양상을 조회했다. 설계 정보와 해법을 공유하는 꼭지로 기획된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에는 조경가 나성진(얼라이브어스), 조용준(CA), 김기천(그룹한), 이홍인(Hassell)이 참여했으며, 이 꼭지는 내년에도 유지될 예정이다. 연재 필자들의 노고에 마음속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2020년에도『 환경과조경』은 조경과 도시·환경·문화 담론을 가로지르는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여러분 곁에 다가갈 것이다. 이렇게 2019년을 마감한다.
  • [칼럼] 82년생 조경가 김지영
    김도영 감독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장안의 화제다. 개봉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누적 관객 3백만 명을 기록했고 할리우드 액션 대작인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와 예매율 순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내용 때문에, 여성들은 요즘 말로 젠더 감수성이라 불리는 성 인지성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며 연인에게 원망스런 시선을 보내고, 남성들은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애교스러운 저항(?) 운동을 벌여 소소한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화의 원작은 2016년 10월 발간된 조남주 작가의 장편 소설로, 스크린의 흥행 바람을 타고 2019년 11월 누적 판매 부수 120만 부를 돌파했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지영(그해에 태어난 여성의 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이 대학을 졸업하고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다 서른한 살에 결혼해 딸을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일과 육아 사이의 일상적 차별,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갈등을 섬세한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어렸을 적 오빠와 남동생과 비교당하고 차별당한 이야기, 늦은 시간 누가 따라오면 불안했던 이야기, 결혼 후 시월드에서 겪어야 했던 일, 그리고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까지 동시대를 살아 온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어느 날 김지영은 출산과 육아 후유증에 따른 치매와 빙의 현상 같은 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상담 치료를 받게 되고, 왜 그런 증상을 보이는지 과거를 되짚으며 돌아본다. 영화의 결말은 조금은 희망적이고 해피엔딩을 향하고 있지만, 소설의 결말은 다시 냉정한현실을 이어간다. 김지영을 상담한 정신과 의사는 간호사가 결혼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니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며 위선적 태도를 보인다. 씁쓸하고 개운치 않은 슬픈 결말이다. 조경설계사무소에 다니던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려 보았다. 김지영이 태어난 1982년은 우연히도 월간 『환경과조경』이 창간된 해이고 한국조경연합회가 세계조경가협회IFLA에 가입한 해이기도 하다. 또 종합조경면허가 개방되고 11개 업체가 면허를 취득해 본격적으로 한국에 조경 시대의 서막이 열린 때다. 김지영이 대학에 들어간 2002년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이 열렸고 한국조경학회는 창립 서른 돌을 맞이해 조경의 날을 선포했다. 그해 선유도공원과 월드컵공원도 개장했다. 그녀가 첫 직장에 입사했을 무렵인 2005년에는 서울숲과 청계천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고 서울시에는 푸른도시국이 신설됐다. 김지영이 일을 시작한 시기에 한국 조경 업계에는 최고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많은 일이 벌어졌고, 또 그만큼 많은 인력이 조경설계사무소로 쏟아져 들어왔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학생 비율이 높았던 조경학과의 특성상 많은 김지영들이 조경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당시의 조경설계사무소의 근무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야근과 철야가 일상이었고 주말은 반납하기 일쑤고 편히 쉬는 날이 드물 정도였다. 그녀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면 더 이상 회사에서 버티기 힘들어졌고, 간혹 어렵게 남았더라도 아이가 생기면 퇴사하는 게 당연시됐다. 조경가로서의 능력보다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 해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의 남자 직원을 더 선호하는 것도 물론이었다. 그렇게 많은 김지영들이 하나둘 조경계를 떠나 육아와 함께 경력 단절의 길을 걸었다. 김지영이 회사를 그만둔 2014년, 대한민국 기혼 여성 다섯 중 한 명은 결혼, 임신, 출산, 어린 자녀의 육아와 교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고,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2019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의하면 2018년 경력 단절 여성은 184만7천 명으로 1년 전보다1만6천 명(0.8%) 늘었다. 조경계가 위기라는 요즘, 조경설계사무소들은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아우성이다. 돌이켜보건대 그 많던 김지영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들이 용기 낼 수 있도록 응원했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굳건히 조경계에 남아 있는 용감한 김지영도 많다. 지난 11월 초에 조경 실무 현장에서 당당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여성 조경가들이 예비·사회초년 여성 조경가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강연과 조언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 여성 조경가 그룹 ‘랜드걸스Landgirls’가 주최한 강연회 ‘여성 조경가, 그들의 이야기를 말하다’에서 한 여성 조경가는 “내 인생을 살아갈 권리를 가져야 한다. 결혼 후 주변에서 많은 우려의 말을 듣게 되는데, 결혼과 육아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말고 원하는 것을 요구해 모두 성취했으면 한다”며 조경을 전공한 여학생들이 조경 실무자로 나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또 “설계하면서 육아를 하는 여성 조경가가 많이 없어 외로움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있어야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듯이 다 같이 설계, 결혼, 육아를 해낼 수 있길 바란다”며 여성 조경가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김지영의 엄마 미숙은 남편이 딸에게 “시집이나 가라”고 구박하자 지영에게 “얌전히 있지 마, 막 나대! 너 하고 싶은 것 해”라며 딸을 응원하는 연대의 목소리를 낸다. 침묵하던 김지영은 영화 후반부에 “맘충” 소리를 듣자 “당신이 날 아냐고? 내가 왜 벌레냐”고 자신의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비슷한 처지의 여성 조경가들이 함께 돕고 연대한다면 서로에게 힘이 되고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한 용감한 조경가 김지영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경계의 현업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조경계를 떠난 김지영을 생각해본다. “자꾸만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라는 작가의 글처럼 나도 자꾸만 조경가 김지영이 어딘가에서 다시 일할 기회를 찾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와 가사에 지쳐있을 그들이 경력 단절의 사슬을 끊고 다시 현업으로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조금이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날 때와 비교하면 조경사무소의 근무 여건이 훨씬 나아졌다는 점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요즘 웬만한 회사는 야근도 적고 파트타임 제도를 운영하는 등 시간의 제약이 덜한 편이다. 강연회에서 들려온 어느 여성 조경가의 외침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돈다.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심장이 뛴다. 여러분도 심장 뛰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 일을 찾았을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 돌아오라 조경가 김지영!
  • 주얼 창이 공항 Jewel Changi Airport
    싱가포르 창이 공항 확장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주얼 창이 공항(Jewel Changi Airport)’은 대규모 복합 문화 공간이자 공항 터미널들을 연결하는 환승 센터다. 규모는 지하 5층부터 지상 5층에 이르며,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돔 내부에 정원, 쇼핑몰, 식당, 호텔, 공항 운영 시설 등이 마련됐다. 식물, 자연, 경관을 주제로 디자인된 주얼 창이 공항은 실내에서 거대한 자연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상업 공간 위에 자리한 약 2만2천 제곱미터 규모의 공원은 여러 시설을 하나로 통합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여가 공간을 제공한다. 테라스식 정원에 다양한 수종을 식재했으며, 1층에는 만남의 장소로 역할하는 원형 극장 형태의 좌석을 설치했다. 건물 중심부에는 높이 40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인공 폭포 ‘레인 보텍스Rain Vortex’가 있는데, 폭포는 저녁이 되면 화려한 조명 쇼가 펼쳐지는 무대로 변신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PWP Landscape Architecture Local Landscape Architect ICN Design International Architect Safdie Architects Executive Architect RSP Architects Planners & Engineers Acoustic Engineer ARUP(New York) Art and Natural Phenomena Designer The Exploratorium Environmental Engineer Atelier Ten Facade, Glazing, and Structural Engineer BuroHappoldEngineering Fountain Designer WET Design Lighting Designer Lighting Planners Associates Local Structural Engineer RSP Architects Planners & Engineers Mechanical/Electrical/Plumbing Documenter MottMacDonald Retail Interiors Benoy Signage Pentagram Client Changi Airport Group, CapitaMalls Asia Location Singapore Area 134,000m2 Design 2015 Completion 2018 Photographs Safdie Architects, Timothy Hursley PWP(PWP Landscape Architecture)는 피터 워커(Peter Walker)를 수장으로 세계적 수준의 조경 설계를 선보여 온 설계사무소다. 환경에 반응하고 동시에 영향을 주는 디자인 철학을 토대로 지난 30여 년간 수백 개의 도시공원, 정원, 광장, 기업 캠퍼스, 기관 및 기반 시설을 조성했다. 인공과 자연의 균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경관을 만들고자 노력하며, 렌조 피아노, 프랭크 게리 등 명망 있는 건축가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조경 기술과 실무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뉴욕의 내셔널 9/11 메모리얼,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시드니의 바랑가루 헤드랜드 파크와 밀레니엄 파크랜드, 샌프란시스코의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 공원, 워싱턴 D.C.의 컨스티튜션 가든, 뉴포트 비치의 뉴포트 비치 시빅 센터와 공원, 서울의 삼성 서초 본사, 팔로 알토의 VM웨어 캠퍼스 등이 있다.
    • PWP Landscape Architecture
  •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 공원 Salesforce Transit Center Park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Salesforce Transit Center)는 샌프란시스코와 주변 지역을 비롯해 미국 전역을 연결하는 11개 버스 노선이 지나는 복합 환승 센터다. 트랜스 베이 구역(Transbay District)이 재개발되면서 세일즈포스 타워와 함께 건설되었다.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이나 런던의 빅토리아 역(Victoria Station)에 버금가는 이 대규모 환승 센터의 옥상에 면적 5.4에이커에 달하는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 공원(Salesforce Transit Center Park)’이 들어섰다. 트랜스베이 구역은 산업 및 상업 시설, 사무실 등이 밀집한 곳으로, 녹지가 부족하고 고층 건물들로 인해 햇빛을 즐길만한 야외 여가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거대한 옥상 공원이 조성되면서 양질의 녹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는 편리한 이동을 도모하는 교통 시설일 뿐만 아니라 풍부한 식생과 생물 서식 공간을 제공하며 도시 환경을 뒷받침하는 생태 기반 시설로도 기능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PWP Landscape Architecture Architect Pelli Clarke Pelli Architects Contractor Webcor/Obayashi, Joint Venture Client Transbay Joint Powers Authority Location San Francisco, California, USA Area 5.4ac Design 2015 Completion 2018 Photographs Engel Ching, Marion Brenner, Tim Griffith PWP(PWP Landscape Architecture)는 피터 워커(Peter Walker)를 수장으로 세계적 수준의 조경 설계를 선보여 온 설계사무소다. 환경에 반응하고 동시에 영향을 주는 디자인 철학을 토대로 지난 30여 년간 수백 개의 도시공원, 정원, 광장, 기업 캠퍼스, 기관 및 기반 시설을 조성했다. 인공과 자연의 균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경관을 만들고자 노력하며, 렌조 피아노, 프랭크 게리 등 명망 있는 건축가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조경 기술과 실무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뉴욕의 내셔널 9/11 메모리얼,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시드니의 바랑가루 헤드랜드 파크와 밀레니엄 파크랜드, 샌프란시스코의 세일즈포스 환승 센터 공원, 워싱턴 D.C.의 컨스티튜션 가든, 뉴포트 비치의 뉴포트 비치 시빅 센터와 공원, 서울의 삼성 서초 본사, 팔로 알토의 VM웨어 캠퍼스 등이 있다.
    • PWP Landscape Architecture
  • 창원 중동 유니시티 3, 4단지 Changwon Jungdong Unicity 3 & 4 Block
    창원 중동 유니시티(이하 유니시티)는 풍부한 자연을 기반으로 도시의 가치 제고, 입주민의 여가 문화 향상을 목표로 하는 주거 단지다. 단지를 둘러싼 중앙공원과 사화공원은 거주민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녹음과 자연을 선사하고, 단지 내부의 크고 작은 정원은 여유로운 삶의 기반이 되고 있다. 유니시티 1, 2블록(『환경과조경』 2019년 10월호 참조)이 완성된 데 이어 3, 4블록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상지의 역사를 존중하고, 중동의 커다란 녹지 네트워크로 기능하는 단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산책로, 계절의 정취를 선사하다 유니시티는 과거 곡식을 재배하던 농경지였으며, 60여 년간 육군 제39보병사단이 주둔했던 곳이다. 수많은 사람의 기억이 담긴 대지에서 고유의 잠재력을 끌어내 창원 중동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단지를 설계하고자 했다. 경작지를 연상시키는 그리드 패턴을 기반으로 단지 외곽을 흐르는 띠 녹지와 단지 내부의 커뮤니티 공간을 구성했다. 띠 녹지 사이를 흐르는 구불구불한 산책로는 네 개 블록을 연결하는 순환 보행로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보행로를 따라 다양한 수목을 식재했다. 봄에는 1블록의 청단풍이 선사하는 푸른 신록을, 여름에는 2블록의 계수나무가 자아내는 은은한 향기를, 가을에는 3블록의 이팝나무가 피우는 하얀 꽃을, 겨울에는 추위에도 잎을 틔우는 4블록의 칠엽수를 감상하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중앙 오픈스페이스, 교류를 도모하다 대상지 내 경사를 활용해 단을 만들고 단지 중앙에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하는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했다. 중앙 오픈스페이스는 너른 잔디밭과 티하우스가 어우러진 론 플라자, 다양한 수경 시설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워터 플라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플레이 플라자로 구성된다.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오픈스페이스는 사람들을 외부 공간에 머물도록 유도하고, 색다른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3블록, 조형미가 뛰어난 커뮤니티 공간과 정원 중앙 오픈스페이스: 중앙의 주동을 중심으로 하늘누리광장(론 플라자), 조형폰드(워터 플라자), 상상놀이터(플레이 플라자)가 배치되어 오픈스페이스를 이룬다. 하늘누리광장은 팽나무에 둘러싸인 너른 잔디밭이다. 풍성하게 심긴 팽나무의 수간이 겹쳐져 하나의 캐노피를 형성하는데, 이로 인해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어 아늑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잔디밭 내부에는 수목 식재를 최소화해 탁 트인 전경과 더불어 미술품 감상에 집중할 수 있다. 잔디밭 경계에는 미스트 분수를 설치해 미세 먼지를 저감하고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자 했다. 분수 주변에 시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화산석과 색색의 초화를 두었다. 하나의 콘셉트로 설계된 조형폰드와 상상놀이터는 직선과 곡선의 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조형폰드에서 솟는 분수의 물줄기가 공간에 경쾌함을 더하는데, 이는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잇거리로 작용한다. 놀이터와 큰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는 마운드를조성해 작은 녹지를 마련했다. 키 큰 소나무, 중간 높이의 느티나무, 조형 상록 관목을 활용한 다층 식재 전략을 통해 작지만 입체적인 경관을 연출했다. 마운드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형태의 판석을 놓아 산책로를 마련했다. 폰드와 놀이터 사이에는 티하우스가 배치되어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가 쉬어갈 수 있다. 티하우스 지붕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무더운 여름철 청량감을 더하는 요소다. 상상놀이터 뒤편에는 동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석가산을 조성했다. 석가산의 기암괴석과 작은 소나무가 등명산의 산자락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스카이라인을 선사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사업 시행 (주)유니시티 민간 사업(주)태영건설 외 5개사 조경 설계 그룹한 어소시에이트/(주)태영건설 디자인팀 조경 공사 관리(주)태영건설 조경 공사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위치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중동 53번지 일원 면적 3단지: 대지면적 70,241m2, 조경면적: 43,899m2 4단지: 대지면적 87,986m2, 조경면적: 39,974m2 사업 준공2019. 11.
    • 태영건설,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 제16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The 16th National Exhibition of Korean Landscape Architecture
    주최 (사)한국조경학회 주관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운영위원회, (주)환경과조경 후원(재)늘푸른, (사)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올조회 심사위원장 김태경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심사위원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박명권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안득수 전북대학교 교수 오두환 기술사사무소 예당 대표 이호영 HLD 대표 정해준 계명대학교 교수 대상 포 디멘셔널 파크 김성일·곽민호·길세영·김지예·박창현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금상 도시, 그 안의 경계를 지우다 정윤석·박성빈·강민준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금상 루트 앤 루트 시스템 김대현·안현준·우지운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전공 은상 을지 패치 워크 전명선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은상 도시공원: 공에서 공으로 김상엽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동상 화랑 N 파크 주민수·김희원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강재웅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동상 링크: W 바람이 연결하는 도시 김경언·강승필·김정운·이동채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동상 여의도 2119 장수정·조아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 해-길-빛 김호영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조경학과 장려상 가든 빌리지 조효주·김재현·박웅택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전공 장려상 자성대, 동구를 읽다 유원빈·김한샘·오영록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 백로: 도시를 농업하다 강성빈·정민정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장려상 소제동, 역사를 빟다 김종옥·김영빈·강고은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 편집부
  • 제22회 올해의 조경인 The 22th Landscape Architects of the Year
    본지는 한 해 동안 조경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8년부터 본지 독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매년 연말에 ‘올해의 조경인’을 발굴·선정하고 있다. ‘올해의 조경인’은 본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 후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독자와 관련 단체, 기관, 업체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고, 수상자는 별도의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조경 관련 단체장+역대 올해의 조경인 수상자+본지 자문위원)’에서 주요 공적을 토대로 선정한다. 지난 2018년 제21회를 맞은 ‘올해의 조경인’은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학술·산업·정책·특별상 등 4개 부문에 걸쳐 해마다 네 명의 ‘올해의 조경인’을 선정했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단 한 명의 ‘올해의 조경인’을 선정해 그 공적을 더욱 뜻깊게 기리고자 했다. ‘제22회 올해의 조경인’ 역시 단 한 명의 ‘올해의 조경인’을 선정했다.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11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았으며, 11월 14일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문길동 과장(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에는 김재준 대표(방림이엘씨, 전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회장, 20회 산업분야),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10회 특별상), 오순환 본부장(조경지원센터, 11회 정책분야), 최종필 명예회장(전 한국조경협회 회장, 21회 수상자), 홍광표 회장(한국정원디자인학회, 동국대학교 교수, 17회 학술분야)이 참여했다. 송년호 특집으로 수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주요 공적과 수상 소감을 들어보았다. 진행 편집부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 편집부
  • 제22회 올해의 조경인 _ 문길동 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장 The 22th Landscape Architects of the Year
    문길동 과장은 일상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강사업본부 공원부장으로 일하며 이촌 권역 자연성 회복 사업을 주도했고, 2017년 12월부터 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 조경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 꽃으로 피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서울정원박람회’ 등 서울시의 다양한 조경 시책 사업을 발전시키고자 힘썼다. 특히 올해는 기존 조경 시책 사업의 다양한 변화를 모색했다. ‘서울, 꽃으로 피다’ 시즌 2를 선포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입체적이며 다각적인 도시 녹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2019 서울정원박람회’를 서울로7017과 해방촌 일대에서 개최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정원박람회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서울, 꽃으로 피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다 ‘서울, 꽃으로 피다’(이하 꽃으로 피다)는 서울시 조경과가 추진하는 대표적 녹색 문화 운동이다. 2013년에 시작되어 시민들이 스스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하고, 콘테스트를 통해 우수 사례를 시상함으로써 녹색 환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있다.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시행된 지 6년째, 문길동 과장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관이 주도하는 사업에는 항상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꽃으로 피다는 시민이 이끄는 사업으로 기획되었지만, 아직 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시민이 자발적으로 동네를 바꾸어 나가는 사업으로 궤도를 수정해야 할 시기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8월, 꽃으로 피다 시즌 2를 알리는 론칭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캠페인의 취지를 널리 알리고자 BI 공모 및 제막식을 진행하고, 게릴라 가드닝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 ‘꽃밭에서’(JTBC) 출연진을 홍보 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문 과장은 “SNS, 블로그, 유튜브 등 영향력 있는 매체에서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 관이 마련한 기틀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동네를 가꾸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바람을 전했다. 시즌 2의 가장 큰 변화는 미세 먼지와 폭염 등 기후 변화 문제, 가드닝에 대한 수요 증가 등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구체적 사업을 기획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규모 녹지를 조성하기보다 눈길이 닿지 않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일상에서 자연을 느끼게 하고자 했다. “건물로 포화된 서울에서 새로운 녹지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지나는 길, 출근길에 들르는 버스 정류장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가까이에 있지만 활용되지 못하는 작은 공간을 발굴하고자 했다. 버스 정류장 셸터 녹화, 가로변 쿨링 포그 설치 등이 그 예다.” 문 과장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일상 공간의 변화가 녹색 도시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중 학교 정원실은 조경과가 진행해 온 ‘담장 개방 녹화 사업’, ‘학교 공원화 사업’, ‘에코스쿨 조성사업’의 맥을 잇는 사업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0호(2019년 12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