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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시민공원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100개의 공원
가작
100개의 공원으로 변주되는 하나의 공원
도시는 여러 정체성의 혼합체이며 자연은 여러 생태적 단위의 결합체다. 공원 또한 그 규모가 커질수록 다양한 정체성을 필요로 한다. 춘천에는 단일한 대형 공원보다 여러 개의 공원으로 변주될 수 있는 유연한 공원이 필요하다. 지역엔 이미 많은 자원이 있고, 대상지에는 토양 오염, 유물 발굴, 재원 조달의 어려움, 기후변화라는 예측이 어려운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원의 작동 방식을 고민했다. 대상지가 가진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 구체성을 지닌 100개의 공원을 만들기 위해 두 가지 차원의 전략적 틀을 제시한다. 하나는 커스텀화될 수 있는 100개의 공원이라는 공간적 전술이며, 다른 하나는 불확실성을 가능성으로 바꾸는 시나리오 기반의 계획적 전략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93호(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 CA조경 + 동부엔지니어링 +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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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화 광장 1단계
Jianhua Plaza, the 1st Phase
맥락
중국 주 강의 삼각주에 위치한 광저우는 바이윈(Baiyun)산에 둘러싸인 도시다. 바이윈 산에서 내려온 수많은 물줄기가 광저우를 관통해 주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젠화 광장(Jianhua Plaza)은 바이윈 신도시 개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대상지는 아이다스(Aedas)건축사무소가 설계한 두 동의 타워 사이에 형성된 코트야드(courtyard)형태의 상업적 오픈스페이스로, 광저우를 흐르는 콘크리트 수로 일부가 이곳을 지난다. 건물의 형태는 간결하고 현대적이다. 리테일 포디엄(retail podium)은 중국의 전통 지붕 양식인 링난(Lingnan)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직선적이지만 과하지 않은 모습으로 디자인됐다. 타워 사이에 만들어진 ‘바이윈의 창’은 캔틸레버 구조의 투명한 수영장으로 방문객에게 독특한볼거리를 제공한다.
디자인
간결하고 현대적인 건축 디자인에 대응하는 유연하고 역동적인 외부 공간을 만드는 데 주목했다. 설계는 대상지 서쪽의 콘크리트 수로에서 시작됐다. 물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다. 콘크리트 수로는 깊이가 약 12m에 달하며, 지하 1층까지 이어지는 리테일 포디움과 8m의 높이 차이가 난다. 주요 입구에는 소방도로로 기능하는 폭 6m의 보행교가 있어 시각적으로 갑갑하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건축에서 제공한 모델은 꼭 동굴 같다는 첫인상을 남겼다. … (중략)
글 유지현 SWA 그룹
Landscape Architect SWA Group(Lee James, Yoo Ji Hyun, TangLin, Chen Yu Ling, Dent Yu Sheng)
Architect Aedas
Lighting Consultant BPI
LDI PALM Design
Contractor Yayue Landscape Engineering
Client Guangzhou Jingze Real Estate, Jianhua BuildingsMaterials Group
Location Guangzhou, China
Area 1.4ha
Completion
The 1st Phase: 2020. 7.
The 2nd Phase: ongoing
Photographs Ren Yi, Landscape week, Yayue LandscapeEngineering
SWA 그룹은 댈러스,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상하이 등 세계 각지에 일곱 개의 오피스를 두고 있는 조경 및 도시설계사무소다. 공공의 오픈스페이스는 대도시를 구성하는 기반 시설의 필수적 요소이며 공원, 거리, 광장과 같은 공간이 도시에 활력을 더하고 평등성과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도시공원부터 대학교 캠퍼스, 상업 단지, 리조트, 지구 단위 계획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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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Godeok Lotte Castle Beneluce
대상지는 도심 속 대규모 녹지인 명일근린공원과 상일동산에 바로 면해 있어 풍부한 녹음을 제공한다. 일자산공원, 명일근린공원, 고덕산, 암사역사생태공원 등 강동구의 주요 녹지를 지나는 산책 코스인 강동그린웨이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일상에서 자연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이 같은 대상지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리조트에서 즐기는 풍성한 녹음과 휴식을 설계 콘셉트로 삼았다. 풍성한 숲과 다양한 친수 공간을 마련해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단지를 조성하고, 다채로운 형태의 정원 및 휴게 공간을 곳곳에 더해 일상이 문화 생활이 되는 주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중앙 커뮤니티 공간
루나필드는 숲속 리조트 풍경을 담은 중앙 커뮤니티 공간이다. 주요 보행 동선이 수직으로 교차하는 이곳에 원형 광장을 설계해 엇갈리는 두 동선을 자연스럽게 품고자 했다. 대형 소나무를 충분히 식재해 중심 외부 공간으로서의 상징성을 강화하고 석가산, 자연형 수로와의 조화를 꾀했다. 시설물과 포장 패턴, 데크도 원형으로 디자인해 통일감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라운지 역할을 하는 티하우스와 앉음벽 등의 편의 시설은 입주민 커뮤니티를 강화하며, 연못 데크 산책로와 바닥 분수가 공간에 활기를 더한다. 곳곳에 설치되어 이색적인 야경을 연출하는 경관 조명은 루나필드의 랜드마크적 특성을 강화하고 주민들의 안전한 야간 통행을 돕는다. … (중략)
*환경과조경393호(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시공 롯데건설
조경 시공 아세아종합건설, ENP조경
시설물 청우펀스테이션, 아르디온, 스페이스톡
위치 서울시 강동구 상암로79길 88
규모1,859세대
면적
대지 면적: 79,519.86m2
조경 면적: 35,278.83m2
완공201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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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개봉작 상영기] 경의선숲길 감독판
설계안이 실제 작품이 되기까지, 19.3%
설계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설계안이 그대로 시공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을 꿈꾸며 하루하루 영혼을 끌어 담아 작업 중일 것이다. 나는 2007년부터 조경 설계에 발을 담그고 일을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설계를 배우며 연구실에서 설계사무소와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09년 동심원조경에 입사해 조경 설계업의 최전선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14년간 총 124건의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중 실시설계를 거쳐 실제 완공된 현장은 24건으로 약 19.3%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80%를 상회하는 100건의 프로젝트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미개봉작’이 됐다. 대형설계공모의 수상작 정도가 아니라면 『환경과조경』을 비롯해 세상에 공개하지 못한, 회사 서버에 고이 모셔둔 수집품인 것이다.
왜 수많은 프로젝트가 실현되지 못하는 것일까? 우선 각종 공모전 및 제안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낙선작이 있겠다. 전체 미개봉작 중 약 25%다. 다음은 공모전, 입찰 당선, 발주처의 지명 등을 통해 설계를 진행했으나 실시설계까지 완성하지 못하고 기본계획이나 기본설계에서 중단된 42.7%의 경우다. 실시설계까지 했지만 공사를 하지 못한 경우도 12.9%로 상당하다. 사유는 다양하다. 발주처의 도산, 대상지 변경, 의사 결정권자의 단순 변심, 발주처의 인사 개편, 공사비 부족에 따른 조경 공사 최소화 등. 착공하더라도 온전히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거치는데, ‘개봉작’ 중에서도 설계안이 그대로 완성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시공 과정에서 다양한 검열을 통해 상당한 편집이 가해진다. 그래서 천신만고 끝에 알을 깨고 나와 세상의 빛을 보는 19.3%의 프로젝트들은 더없이 소중하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잡지에 소개되는 프로젝트는 마치 훈장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한편 아픈 손가락이 돼버린 미개봉작들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고 위로하기엔 너무 아깝다. … (중략)
*환경과조경393호(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심원조경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이끌고 있으며, 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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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케이프] 치유와 성장의 공간, 비밀의 정원
작년에는 극장에 한 번도 못 갔다. 이제 영화관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마법의 공간이 아니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방문을 삼가야 하는 고위험 시설이 되어버렸다. 영화 ‘시크릿 가든The Secret Garden’(2020)도 하는 수 없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보았다. 아끼는 소설이 원작이고 주제도 ‘덕업일치’하며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기에 오랫동안 기대했건만, 놀라울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내셔널 트러스트가 관리하는 영국 최고의 정원들을 배경으로 하여 ‘해리포터’ 미술팀이 촬영했으니 눈요깃거리도 화려한데 말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영화 ‘시크릿 가든’의 아이들은 정원을 가꾸지 않는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의 『비밀의 화원』(1909)은 원예 치료(therapeutic gardening)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기 전 이미 정원 가꾸기가 지닌 치유와 공감의 힘을 우리에게 알려준 소설이다.1 그런데 『비밀의 화원』에 담긴 ‘과정으로서의 정원’의 의미를 축소하고 막연히 정원은 모든 것을 치유하는 마법의 공간이라고 하니 영화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영화 속 아이들은 정원(이라기엔 너무 넓고 다채로우며 버려졌다기엔 지나치게 잘 가꾸어진 곳)을 가꾸기는커녕 흙 한 번 파보는 일 없는 방문자다.
원작 소설과 이전에 제작된 동명의 영화가 모두 성공한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일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잘해봤자 본전치기인 상황에서 전작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시크릿 가든’과 달리 소설 『비밀의 화원』 속 메리는 미슬스웨이트 저택의 숨겨진 정원을 리메이크하는 데 성공한다. 지난 10년 동안 방치된 정원이기도 했고 그녀의 본능적인 가드닝이 자신을 넘어 콜린, 그리고 콜린의 아버지로 확장되었기에 가능했다.
소년소녀세계명작 시리즈를 탐독하던 시절, 『비밀의 화원』의 메리에게 늘 마음이 쓰였다. 버넷의 다른 작품인 『소공자』(1886)의 세드릭이나 『소공녀』(1905)의 사라는 너무나 모범적이고 긍정과 인내의 미덕을 체현하는 인물이라 위인전의 위인들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다. 그에 비해 메리는 예의상의 배려도 찾아볼 수 없는 이기적이고 심술궂은 응석받이가 아닌가. 외모마저도 허영심 많은 어머니가 외면할 정도로 볼품없어 세상에서 제일 정 안 가는 아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런 무관심한 부모마저 전염병으로 갑작스럽게 잃고, 나고 자란 인도를 떠나 일면식도 없는 영국의 친척 집에 맡겨졌다. 심리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모두 메말랐던 메리가 정말로 회생시키려 한 것은 정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을 것이다. … (중략)
*환경과조경393호(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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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LA Best Books 2020
‘2020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0권의 조경 서적
다사다난했던 2020년 한 해 동안 인종적 정의, 환경 보건, 기후변화 대응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도서들이 쏟아졌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집에서 연말연시를 보내야 한다면,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ASLA)가 발표한 ‘올해의 책(ASLA Best Book)’을 탐독하며 새롭고 담대한 아이디어를 발견해보는 건 어떨까. 미국조경가협회는 매년 그해 출판된 환경, 도시, 조경 분야의 도서 중 주목할 만한 책 10권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20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1. 흑인 경관은 소중하다
Walter Hood, Grace Mitchell Tada, Black Landscapes Matter, University of VirginiaPress, 2020.
조경가이자 예술가인 윌터 후드Walter Hood, 작가이자 교육자인 그레이스 미첼 타다(Grace Mitchell Tada)가 코피 분(Kofi Boone), 오스틴 알렌(Austin Allen), 루이스 모징고(Louise A. Mozingo), 도시계획자 모리스 콕스(Maurice Cox)와 같은 선구적인 흑인 조경가의 글을 모은 책이다. 사진과 렌더링 이미지와 어우러진 다양한 에세이가 수록됐다. 중요하지만 논의되지 않았던 미국의 흑인 경관사를 탐구하며 장소를 연구하고, 기리고, 보존하기 위한 강력한 논리를 펼친다. 후드는 “흑인 경관이 소중한 이유는 재생이 가능(renewable)하기 때문”이며, “새로운 해석과 이야기를 통해 이 경관들을 찾아내고, 발굴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기념하며 우리 자신의 초심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경가와 설계가는 보다 솔직하고, 내재된 다양성을 존중하며, 높은 포용성을 지닌 경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 흙건축의 예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Jean Dethier, The Art of Earth Architecture: Past, Present, and Future, PrincetonArchitectural Press, 2020.
500쪽에 달하는 이 방대하고 흥미로운 책은 우리의 집과 마을을 만들 때 굽거나 굳히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흙을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수천 년에 걸쳐 다양한 문명권에서 쓰인 생흙은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중 하나다. 흙건축에 오랜 기간 열정을 쏟은 장 데티어Jean Dethier(전 퐁피두 센터 큐레이터)는 수많은 글감을 한데 엮으며 온 대륙에 걸친 흥미로운 흙건축 사례를 발굴한다. 생흙으로 빚어낸 건축은 고대의 왕국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여섯 번째 챕터 ‘현대의 창의력(Contemporary Creativity)’은 오늘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해결책으로서 흙건축 기술의 잠재력을 드러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연상케 하는 흥미로운 사진들과 건축적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함께 수록됐다. … (중략)
*환경과조경393호(2021년 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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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식물알림장
편집자 Y는 오늘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바쁘다. 잡식성 취향이라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기획하고 기사 쓰는 게 일이니, 뭐라도 봐두면 언젠가 써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온오프라인을 돌아다닌다. 요즘 재미를 붙인 건 뉴스레터 구독이다. 윈도우 XP 시절의 뉴스레터는 이메일로 날아드는 촌스러운 소식지에 불과해 곧장 휴지통행이었지만 윈도우 10 시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취향에 꼭 맞는 유용한 정보를 그러모아준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온라인에서 1차로 발행된 콘텐츠를 보기 좋게 재가공하는 식인데, 사회 초년생을 위한 사무 용어(‘뽀시래기의 지식 한 장’)부터 고슴도치가 알려주는 시사 이슈(‘뉴닉’), 아침 댓바람부터 친구에게 공유하게 만드는 별별 심리테스트와 영상(‘앨리스미디어’)까지 다양하다. Y의 구독 목록에는 조경스러운 것도 있는데, 24절기에 맞춰 한 달에 2번 발행되는 ‘식물알림장’이다.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정작 이름은 모르)는 식물에 대한 소개부터 익숙한 식물에 관한 깨알 상식이 잘 버무려져 있다. 다만 뉴스레터의 정체는 다소 베일에 싸여 있다. 샐러드연맹이라는 조직의 한국 지부장인 ‘웅’이라는 곰이 발행한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누가 어쩌다 이런 뉴스레터를 만들게 된 걸까? 궁금증이 돋은 Y는 조심스레 접선을 시도했다.
웅, 당신은 누구인가요? 샐러드연맹은 어떤 단체죠? 제 본업은 수도권 한 식물원의 가드너에요. 웅은 제 페르소나 중 하나에요. 저는 웅이기도 하고 웅이 되고 싶은 동물이기도 합니다. 샐러드연맹은 초식 동물들이 자기가 먹는 식물을 잘 알지 못한다는 데서 만든 식물 정보 교류 모임이에요. 내가 먹는 식물이 어떤 색의 꽃을 피우는지, 풀의 맛이 시기마다 달라지는 이유 등을 알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점차 먹는 식물보다 식물 자체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지금은 더 많은 동물에게 식물이 재미있다는 것을 전파하기 위한 단체로 바뀌었답니다.
동물들의 식물 정보 교류 모임이라, 독특한 세계관이네요. 왜 ‘사람’을 굳이 ‘동물’이라고 지칭하나요? 우리가 식물 앞에서만큼은 그저 식물을 먹거나 이용하는 동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어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사람들의 의견은 분열되고 있어요. 식물을 대할 때만큼은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샐러드연맹의 가입자들은 모두 동물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식물알림장에서도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빼려고 해요.
식물알림장은 어떤 동물들이 만드나요? 뉴스레터 디자인은 디자이너 구름이 맡고 있고, 콘텐츠 작성은 저 혼자 하고 있어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식물과 관련된 작당을 시도하기 위해 함께할 멤버를 찾고 있어요. 샐러드연맹의 행보에 관심 있는 분은 연락주세요.
“식물하는 삶의 즐거움을 알리자”가 뉴스레터의 목표네요. ‘식물하는 삶’이란 무엇인가요? ‘식물하다’는 식물을 다루는 모든 행위를 포함해요. 원예, 가드닝이라는 단어는 다소 한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도시에 사는 2030 세대는 가드닝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 흙은 물론이고 빛도 잘 못 보잖아요. 집 근처 산책, 책 읽기, 등산 등을 통해 충분히 식물을 가까이하는 삶을 살 수 있어요. 저마다의 상황에 맞게 식물을 삶에 스며들게 하는 행위를 식물하는 삶이라 생각하고, 이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샐러드연맹의 슬로건은 “알면 맛있다”에요. 그런데 정작 식물알림장에는 먹을 수 없는 꽃이나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던데요. ‘알면 맛있다’는 ‘알면 사랑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해요. 식물을 알면 알수록 더 맛있게 먹는 것은 물론이고 식물을 더욱 사랑하게 될 거예요. 먹는 식물은 아직 다루고 있지 않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봄에 단원들과 함께 냉이 캐는 대회를 열고 싶어요. 열심히 캔 냉이로 반찬도 만들어보고요.
웅은 현재 식물알림장 활동만 하고 있지만 식물과 관련된 투어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라며 더 이상의 답변은 다음을 기약했다. 이 비밀스러운 조직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잠시 재밌는 작당에 가담했다는 생각에 간만에 달뜬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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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문장은 꺼내 쓰는 거야
빈 화면에서 깜빡이는 커서가 날 놀리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오늘도 할 말 없지? 쥐어짜야 하지? 곧 마감인데! 커서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박자에 맞추어 내가 만든 걱정거리를 노랫말처럼 붙이다 보면 서러워서 눈물이 찔끔 날 것 같다. 기자라면서 고작 잡지 한 면 채우는 일을 이렇게 괴로워하다니. 게다가 지금은 2020년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읽고 보는 데 게으르고 쓰는 데 더더욱 성실하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면 긴 한숨을 뱉지 않을 수가 없다.
글이 술술 쓰이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또렷한 날에는 쉽게 채워지지 않을 것 같던 널따란 공백이 순식간에 가득 찬다. 머릿속을 나도는 생각들을 마구 꺼내서 순서를 맞추어 정렬하고 살을 덧붙이는 것만으로 그럴듯한 얼개가 만들어진다. 가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량 바깥으로 삐져나와 가다듬어야 할 때는 괜히 뿌듯해지기까지 한다. 과일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던 음료가 농도 짙은 생과일주스로 바뀌는 순간 같아서 늘 설렌다.
그렇게 수월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날에는 문장이 만들어진다기보다 이미 완성되어 있던 것처럼 툭 튀어나온다. 특히 오랜 시간 품었던 생각을 풀어놓을 때는 더. 반년 전 즈음, 코다CODA가 잘안 풀려 친구에게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으니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연하지, 원래 문장은 꺼내 쓰는 거야.” 마음속에 담아둔 의문과 생각들을 길을 걷고, 해가 뜨고 지는 걸 보며 천천히 문장으로 완성시켜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라는 말이었다. 학부생 시절 교수님이 친구에게 해주었다는 그 말이 내 안으로 날아와 콱 꽂혔다.
긴 시간 공들여 만든 문장이 더 설득력 있고 아름다운 건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 문제지만 말이다. 이따금 퇴근길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다 저 문장이 떠오르면 괜히 마음이 분주해진다. 뭐라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서 허겁지겁 최근에 본 책이나 영화들을 뒤적여보지만 재밌었다, 지루했다 같은 단편적인 감상들만나열될 뿐이다. 수필이 “그 제재가 무엇이든지간에 쓰는 이의 독특한 개성과 그때의 무드에 따라 ‘누에의 입에서 나오는 액이 고치를 만들듯이’(피천득, ‘인연’) 써지 듯, 무언가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능력 또한 그러하겠지 여기니 씁쓸해졌다.
얼마 전 최영준과의 인터뷰에서 저 말과 꼭 켤레를 이루는 것 같은 답변을 발견했다. “생각을 8시간 정도 하고 1시간 이내에 그리려고 해요. 오늘 저녁에 설계안을 그려야 한다면, 전날 아침부터 계속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거죠.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설계안을 발표하는 과정까지 시뮬레이션해요. 발표를 논리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생각이 정리되면 그림은 절대 도망가지 않아요.”(본문 60쪽) 그 말들을 꼭꼭 씹으며 새해에는 무언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겠다고 다짐했다. 메모해두지 않아도 도망가지 않는 문장들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의지가 불타오른다. 여유가 없다고 둘러대기에 나는 이미 시간은 만들면 생긴다는 진실을 알고 있다.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문장 하나하나를 조금 더 오래 마음속에 붙잡아두고자 기획한 꼭지다. 우리는 언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넘쳐나는 글 속에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달마다 묶어내는 이 잡지의 지면은 물론, 책뿐 아니라 그 책을 소개하는 문구,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친 광고의 카피, 영화나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대사, 심지어는 엄마가 툭 내뱉은 잔소리에까지 반짝이는 것들이 숨어있다. 그런데 쉽게 발견된 문장들은 그만큼 쉽게 휘발되어 버린다. 너무 사소해서 쉽게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문장들을 매개로 조경의 이야기를 또 조 경 변두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누구나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문장들이 조경을 일상과 동떨어진 무언가로 느끼는 이들에게 조경을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주기를 기대해본다. 물론 편집부의 소소한 나날도 계속 들려드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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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스마트폰으로 손쉬운 관리가 가능한 ‘모바일플랜터’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이동식 대형 화분
잦은 미세먼지와 폭염으로 인해 도심 속 나무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에서 도심 곳곳에 크고 작은 숲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온통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 큰 나무를 식재할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동식 대형 플랜터인 ‘모바일플랜터’를 이용하면 땅을 파헤쳐 수목을 이식하지 않고도 공간을 작은 숲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광장, 도로, 교량뿐만 아니라 토심이 얕은 인공 지반, 호텔 로비 등의 실내까지 어떤 장소에도 놓을 수 있으며, 공간 분위기에 맞는 플랜터 외부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다. 모바일플랜터에는 플랜터에서 잘 자라도록 별도로 훈련된 나무가 심기기 때문에 나무가 죽거나 병에 걸리는 등의 하자 발생 위험도 낮다. 배수와 통기가 우수한 구조로 설계됐으며, 일반 토양 대비 하중이 1/3가량 낮은 혼합 토양을 사용해 옥상에 설치해도 건물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또한 50m/s의 풍속에도 견딜 수 있어 길가나 너른 광장에 두어도 안전하다. 또 다른 특징은 플랜터에 접목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플랜터 내부에 설치된 센서가 토양습도와 온도, 염도를 감지해 애플리케이션으로 정보를 전달해준다. 자동 관수 시스템을 추가로 설치하면 손쉽게 적정 토양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
TEL. 02-571-7581 WEB. www.mobilepla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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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코로나 시대의 『환경과조경』
그저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했던 2020년이 저물고 있다. 코로나, 감염, 마스크,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 정도의 대여섯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옆 방 동료와도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테이블에 투명 칸막이를 세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마스크로 얼굴을 덮은 채 공원을 산책하는 역설. 초현실적인 시절을 현실적으로 살아내야 하는 감염 도시의 역설적 풍경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김모아 기자가 10월호 코다(CODA)꼭지에 말한 것처럼, 커뮤니케이션, 편집, 디자인, 교정, 마케팅이 긴박한 호흡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월간지 작업은 불안과 긴장이 감도는 팬데믹 상황과 공존하기 쉽지 않았다. 1월호 첫 쪽에 호기롭게 외친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설계한다”는 편집 좌표를 찾아나가기 쉽지 않았던 2020년을 보내며 과월호 열한 권을 다시 꺼낸다.
독자의 반응은 편집자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가장 많은 피드백이 도착한 기획물은 10월호 특집 ‘포스트 코로나, 도시의 안녕을 묻다’였다『환경과조경』은 팬데믹과 함께 벌어지고 있는 일상생활, 작업 환경, 공원, 도시의 변화를 짚어보고 다가올 미래의 양상을 조심스럽게 전망해보고자 했다. 조경가, 조경학자, 도시설계가, 도시기획자, 도시학자, 부동산학자, 교통학자, 경영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필자 열아홉 명을 초대한 이 특집을 석 달 넘게 기획한 김모아 기자와 윤정훈 기자는, 지면에 담은 이야기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금 더 담담히 바라보게 하고 소란 가운데 놓친 중요한 지점들을 알게 해주길 바랐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10월호는 팬데믹 한가운데 서 있는 독자들에게 『환경과조경』이 전하는 안부이기도 했다.
3월호 특집 지면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에는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를 플랫폼 삼아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일곱 명을 초대해 도시와 공원을 기억하는 방식, 그 기록을 수집하고 보관하여 공유하는 방법을 탐색해보았다. 보라가 진행한 서울의 공원 아카이브 구축 프로젝트는 지난 10월과 11월에 온·오프라인 전시 ‘우리의 공원’(www.ourpark.kr)으로 이어지면서 조경 아카이브의 지평을 개척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도시를 경험하는 기준, 도시를 제작하는 풍경을 두루진단한 4월호 특집 ‘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에도 적지 않은 피드백이 있었다. 도시와 밀레니얼의 함수 관계를 짚어보는 것에 더해, 이 지면은 도시의 기획과 운영, 제작과 재생을 횡단하며 도시 비즈니스의 새 영토를 꿈꾸고 있는 밀레니얼 그룹들을 소개했다. 어반플레이를 비롯한 여러 실천 그룹이 전한 생생한 이야기에서 밀레니얼이 바꿔나가고 있는 도시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조경가의 최근 작업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동시대 한국 조경의 성과를 공론장에 올리고자 한 특집을 세 차례나 마련한 것도 예년과 다른 기획이었다고 자평한다. 1월호에는 ‘제2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인 박경탁(동심원조경)의 작업 철학과 경관 제작 방식을 다양한 형식의 지면으로 꾸렸다. 5월호에는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운 경관의 형태’를 실험하며 글로벌 조경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윤진과 김정윤(오피스박김)의 근작을 모았다.
8월호 지면은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조경론을 과장과 과잉 없이 구현해온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의 근작으로 풍성했다. 표지에 실은 통의동 골목의 공공 정원 ‘브릭웰’은 조경계 내부에서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주목받은 화제작이었다.
이번 12월호에는 매년 본지가 주최하는 ‘올해의 조경인’과 ‘젊은 조경가’ 선정 결과를 싣는다. 제23회 올해의 조경인으로는 한국조경협회장을 맡아 분야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노환기(비욘드), 제3회 젊은 조경가로는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발표하고 있는 최영준(랩디에이치)이 선정됐다. 최영준의 랩디에이치(Lab D+H)는, 광저우 용칭 지구(Yongqing Fang)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올해 미국조경가협회상(2020 ASLA Award)도시설계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의 나성진, ‘공간잇기’의 서준원, ‘북 스케이프’의 황주영, ‘풍경 감각’의 조현진, 연재 필자들의 노고에 마음속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나성진과 서준원의 연재는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이렇게 코로나 시대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며 2020년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