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민수 ([email protected])
검단선원
최재혁 작가

검단선원(黔丹禪園)은 신을 모시던 땅에 대한 의미와 참선의 의미를 모두 갖는 선원을 표현한다. 바쁜 도시 일상에서 잠시 사색하며 내적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정원이다. 정원을 회유하고 머무르면서 고요한 마음을 찾고,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돌담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정원으로서, 돌담, 샘, 바위, 작은 야생화 등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와 생명의 순환에 대해서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초지, 돌담길, 샘, 회랑, 바위와 야생화 언덕, 귀로로 구성된 여섯 개의 소공간이 명확한 시퀀스로 이어진다. 완만한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점진적인 하강 후 다시 상승하는 동선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왕마사 포장은 자연스러운 동선을 유도한다.
입구의 초지는 탄생의 은유적인 의미를 담은 오솔길이다. 길을 따라 생명력이 움트는 고요한 언덕을 지나면 돌담에 이른다. 돌담은 안내자처럼 다음 공간으로 인도하며, 밖으로는 방문객을 인도하고 안으로는 중심 공간을 만들어주는 요소다.
돌담길의 끝에서 볼 수 있는 샘은 겸손과 순응과 같은 삶의 지혜를 느끼게 한다. 선(禪)의 공간인 회랑은 정자의 역할을 한다. 회랑 아래의 벤치에 앉아 잠시나마 고요하게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벤치의 맞은편 팽나무 아래에 한국의 고유한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 돌단풍, 쑥부쟁이 등을 식재했다. 팽나무 아래 바위틈에서 피고 지는 야생화는 사계절 내내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샘 사이의 돌다리를 건너, 부정형 디딤석이 놓인 귀로를 따라 나가면 처음 여정을 시작했던 공간이 나타난다.
<인터뷰>
“공원 속에 녹아드는 정원”
- LH가쇼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제1회 LH가든쇼 이후 두 번째로 참여하게 됐다. 이번에는 감사하게도 초청작가로 제안을 받았다. 초청작가인 만큼 각별한 마음을 갖고 설계와 조성에 임했다.
- 정원 주요 콘셉트는 무엇이고, 주제와 어떤 관련성이 있나?
대지가 가진 의미를 인문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검단의 지명은 신에게 제를 올리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그 마을에 있던 정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상상에서 시작했다. 신을 모시던 정원의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도시인들이 이곳에서 사색하고 참선을 할 수 있는 편안한 정원이 되기를 바라며 디자인했다.
- 정원 감상 포인트나 조성 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특히 주력했던 점은?
돌담과 회랑에 신경을 많이 썼다. 돌담은 정원의 배경인 동시에 관객들의 동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기술력 좋은 석공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돌담을 정교하게 쌓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자연적인 풍경 속에서 예스러운 한국을 연출하고 싶었다. 정자의 역할을 하는 회랑은 일종의 홍살문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홍살문은 능이나 묘, 원 앞에서 세우던 붉은색의 나무문인데, 악귀를 쫓고 집안의 안녕과 무병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구조물이다. 이처럼 명복과 안녕의 의미를 담는 구조물로써 회랑을 만들었다. 회랑의 곡선형 지붕은 넓은 목재를 곡선형으로 깎아서 자연스럽게 땅의 형상과 조화되는 형태로 만들었다.
- 정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나 재밌었던 점 등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무엇인가?
조성된 이후에 가족과 함께 정원을 둘러보았는데, 아이가 굉장히 좋아했다. 아무래도 정원에 가지고 놀 수 있는 자갈이 많다 보니 돌무더기를 쌓으면서 놀더라. 그런 것을 보는 게 즐거웠다.
- “나의 정원은 OOO이다” 자기 작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공원 속에 녹아드는 정원이다. 이번 정원에서 특별히 신경 쓴 것은 이 장소에 정말로 있었던 듯한 느낌을 주는 정원을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