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email protected])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현재 1900년도 대비 지구온도가 평균 1.1도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가뭄, 홍수, 폭염, 한파 등의 다양한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가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040년을 전후로 하여 1.5도가 상승한다고 예측되고 있는데, 1.5도는 여러 지역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적응이 어려운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점이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로 국제사회는 지구온도 1.5도 이상 상승 억제 논의를 시작하였으며 2020년부터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2021년 6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정 후 탄소중립위원회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하위법체계를 완비해 탄소중립 이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탄소중립은 우리사회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이 되었고, 여러 분야에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의 활용, 저탄소 마을 만들기, 자원순환, 무공해차의 전환 등 기후위기 대응책의 논의와 각 부처별로 실천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1.5도를 위해서는 2021년부터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460 GtCO2 이하로 배출해야 하고, 2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1,046 GtCO2이하로 배출해야 한다. 460 GtCO2은 202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배 수준이다.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과 기후위기 최소화를 위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인간의 화석연료 활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0로 만들고(Net-Zero), 육상토양, 육상식생, 하천 및 해양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자연생태계의 효율적 관리 및 복원을 통해서 탄소흡수 및 저장을 늘려야 한다.
2030~2050년까지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의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도, 1.5도 이상의 기후 상승은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생각된다. 기후위기 대응은 국제 사회경제적 상황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후현상과 기후영향의 이해와 예측을 기반으로 한 기후변화 적응계획과 이행이 필요하다. 이에 조경분야 기후 적응 계획 및 사업 이행을 위한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적응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적응 대상별로 적응 목표를 정량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응 대상 및 적응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하면, 문제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하고, 관련 해결방안을 선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기후적응 대상은 사람, 동식물, 인프라, 적응 대상이 혼재된 공간이 될 수 있다. 기후영향은 폭염, 한파, 홍수, 가뭄, 산불, 산사태 등으로 인한 인명손실 최소화, 생물다양성 손실 최소화, 인프라 복구·생태계 복원 비용 최소화 등이 기후적응 목표가 되어야 한다.
기후적응은 자연재해 대응과 유사하게 인프라 설치를 통해서 예방하거나, 자연기반해법을 통해서 달성해 갈 수 있다. 기후적응을 위한 시설물 설치를 포함한 도시지역의 공원녹지의 조성, 산지 및 연안 등 자연지역의 환경복원, 태풍 등의 자연재해 복원 등이 기후적응 방법이 될 수 있다. 공간계획 및 조성과 연계되어 있는 기후 적응은 조경분야에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라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는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등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방식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기업은 자연관련재무정보공시, 기후관련재무정보공시 등의 표준화를 통해서 ESG공시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탄소저감과 기후적응에 선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법·제도 등을 정비하였고, 투자 대비 사업효과가 검증된 사업에 대해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다 부처차원의 탄소중립 및 기후적응 관련 많은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고, 민간의 투자도 유도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조경분야도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투자에 있어서는 사업의 실체와 효과가 중요하게 논의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의 개발 및 효과 분석 체계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의 해결방안으로 부상중인 자연기반해법의 논의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명확화’, ‘공간규모에 따른 적정 디자인’, ‘생물다양성 증진’, ‘경제성 확인’, ‘포용적 거버넌스 구축’ ‘시너지·트레이드오프 고려한 균형 있는 목표설정’, ‘적응적 관리 및 주류화’ 등이 표준화된 틀로 제안되었는데, 산·관·학이 이러한 틀을 활용하여 우리 분야의 탄소중립과 기후적응과 관련된 기술개발하고, 사업효과 등을 파악하기 위한 이론 개발 및 데이터 수집,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술개발 및 적용은 많은 산업 분야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미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관련 적용을 시급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인접 분야에서 개발되어 있는 기술 등을 활용 또는 연계하여 우리 분야에 맞는 기술개발 및 실증 이루어져야 한다. 미세먼지, 스마트, AI, 탄소중립 등 새로운 사회이슈가 제시될 때 마다 우리는 공간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거나, 환경적 지속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술개발 및 적용 등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적용할 공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문제 상황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 이를 기반으로 한 균형 있는 목표 선정, 종합적인 해법에 대한 정량화가 필수적이다.
공간차원에서 주목해야할 사항은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 기후변화대응, 생물다양성 증진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탄소중립과 기후적응 차원에서는 IPCC에서 기후탄력적개발 경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고, 도시계획차원에서는 SDG(탄소중립, 기후적응, 생물다양성 등 항목)를 달성할 수 있는 계획과 지역의 고유지식 및 생태계의 책임관리를 통해서 기후탄력적개발 행위가 촉진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2030년까지 적정 수준으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 기후탄력적 개발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분야도 이러한 개념 및 접근방식을 잘 이해하고, 관련 기술개발 및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공간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 할 필요는 없고, 공간 활용 측면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공간의 개발 및 관리 측면에서 대상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을 위한 것인지, 지구를 위한 것인지, 국가번영을 위한 것인지를 명료하게 제안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방향성인 탄소흡수 증진, 생물다양성 증진은 지구를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공간 기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공간계획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과 기후적응의 문제는 생물다양성, 물 계획 등과 공간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 사업 시행으로 인한 공동효과 및 상쇄효과를 분석해서 우리 사회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여가, 복지 등 활동 증진을 위한 제안이 이루어지면 어떨까 한다. 기후영향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자연생태계와 인간복지 측면의 조화로운 지점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탐색해 나가고, 실천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조성된 새로운 공간의 효과를 사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하는 조경분야의 노력을 기대해본다.
기후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CRD)이란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온실가스 완화 및 적응 조치를 함께 시행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그림은 AR5 WGII 그림 SPM.9를 기초로(기후 회복력 경로 설명),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가 다양한 영역의 사회적 선택 및 행동의 누적을 통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패널 (a): 기후탄력적 개발 증진(녹색 톱니바퀴) 또는 저해(적색 톱니바퀴)로 이어지는 사회적 선택은 기후 리스크, 적응한계, 발전격차 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정부, 민간 부문 및 시민사회 주체의 행위 및 결정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각 행위자는 지방에서 국제사회에 이르는 여러 차원에 걸친 정치, 경제, 금융, 생태, 사회문화, 지식 및 기술, 공동체 등 여러 영역에서 적응, 완화, 발전 행위를 수행한다. 기후탄력적 개발을 위한 기회는 세계에 걸쳐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 패널 (b):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적 선택은, 누적적으로, 전세계적 발전 경로를 기후탄력적 개발 증진(녹색) 또는 저해(적색)의 방향으로 이끈다. (과거 배출, 기후변화 및 발전 등) 과거 상태로 인해 기후탄력적 개발 촉진을 향한 발전 경로(녹색선) 중 일부 기회는 이미 사라진 상황이다. 패널 (c): 기후탄력적 개발 증진은 만인을 위해 지속가능 발전을 촉진하는 결과를 특징으로 한다.
박찬 / 서울시립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