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주 ([email protected])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아이들이 정원을 통해 꽃이 되어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다.
안산에서 열린 제5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세월호의 아픔을 희망의 메시지로 전환하는 ‘기억, 아이들의 정원’을 만들었다.
경기도와 안산시가 주최하고,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주관한 ‘제5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지난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렸다. 안산환경재단은 이번 박람회의 일환으로 시민정원 조성 운영을 맡았다.
시민정원은 공모를 통해 지원금 70만원으로 2m×2m 규모의 정원을 조성할 20팀을 선정했는데, 이 중 10개소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 4.16 참사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는 ‘기억, 아이들의 정원’으로 조성했다.
‘기억, 아이들의 정원’은 사전신청을 통해 정원 조성 의사가 있는 가족 및 친구들을 대상으로 조성자를 모집했으며, 정원 설계 및 시공 진행 경험이 있는 봉사단(가든볼룬티어)과 연계해 정원을 조성했다.
가든볼룬티어는 ▲김지학 배재대학교 원예조경학부 ▲아리아 컴퍼니 ▲톡톡문화포럼 ▲이규정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이상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김서린·박상아·유창현·임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김지호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채새롬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임혁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백규리·박성준 동심원조경설계사사무소 등 10개 팀이 함께 했다.
정원 조성 주제는 아이들의 꿈, 방, 그림, 좋아하는 꽃 등으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만들도록 했다.
이날 한 유가족 어머니는 아이들을 위한 정원을 직접 만들었다는 것과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데 고마움을 느낀다며, 신나는 표정으로 정원 해설을 하다가도, 눈물을 흘리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억, 아이들의 정원’을 감상하다 이를 본 한 시민은 “아이들을 황망하게 보낸 아픔은 평생을 가도 잊히지 않을 것 같다. 416을 기념하는 공원이 조성된다고 들었는데 하루 빨리 만들어져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워주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든볼룬티어로 참여하고 박람회 기간 중 3일 동안 유가족과 함께 자리를 지킨 김지호 씨(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는 “박람회 기간 내내 정말 많은 분들이 방문해서 작품과 제작과정 모두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정원 요소 하나하나가 어머님 아버님들이 손수 고생해 만든 것들이고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며 "이번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앞으로 416생명안전공원 등 세월호로 희생된 아이들을 위한 좋은 작업들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많은 관심과 응원 속에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 소녀의 정원
조성: 2학년 1반 부모 일동, 김지학 자연감각(팀 일사천리)
‘소녀의 정원’은 꽃다운 나이에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1반 18명의 소녀들과 선생님을 기억하는 정원이다. 정원은 화관을 쓴 여린 소녀의 모습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정원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최대한 자연소재를 활용해 순수한 소녀의 감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가을빛 들풀은 소녀의 여린 머리카락을, 하늘거리는 수수한 꽃들은 화관을 상징화한 것이다. 정원에 배치한 화산석은 제주에 가지 못한 아이들에게 제주의 풍경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 작은 정원이지만 조그마한 언덕을 만들어 공간감이 느껴지도록 연출했다. 정원 입구에는 계수나무 한 그루를 심어 마지막까지 아이들의 곁을 지킨 스승의 사랑을 표현했다. 나뭇가지에 걸린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는 아이들의 이름과 가족들의 그리움, 미안함 그리고 사랑이 새겨져 있다. 그루터기 의자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원은 그 아름다웠던 시절이 되고, 소녀가 된다.
◆ 엄마, 아빠 가끔 하늘을 봐주세요
조성: 2학년 2반 부모 일동, 아리아 컴퍼니
‘엄마, 아빠 가끔 하늘을 봐주세요’는 추억과 기억을 회상하며 언제든 아이들을 볼 수 있는 만남의 정원이다. 빛과 소금이었던 아이들이 작은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지만 거울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면 언제든지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정원을 표현했다. 하늘을 나는 새가 보이는 낮과 별이 반짝이는 밤을 뜻하는 조형물은 낮과 밤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아이를 보고 싶어 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하늘을 볼 수 있는 거울은 아이들과 남겨진 이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 꿈꾸는 정원(Dreaming Garden)
조성: 2학년 3반 부모 일동, 이규정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꿈꾸는 정원’은 시민과 세월호 유가족 모두를 위한 정원으로, 정원에서 평소에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사람을 만나는 꿈을 꾼다는 의미를 담았다. 26개의 빛나는 화분은 26명의 아이들이 정원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정원을 밝혀주는 역할을 하는 오브제로 도입했으며, 2개의 의자는 해가 진 후 한쪽 의자에 앉으면 맞은편 의자에 평소 그리워했던 아이가 찾아와 앉는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식재는 그라스류로 정원의 공간감을 주고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로 자연스럽고 쉬운 정원을 표현했다. 정원을 밝혀주는 조명 역할을 하는 동시에 26명의 아이들을 상징하는 화분에는 국화과 식물들을 심었다.
◆ 별이 된 소년들의 꿈
조성: 2학년 4반 부모 일동, 톡톡문화포럼
‘별이 된 소년들의 꿈’은 별이 된 28명의 소년들 한 명 한 명이 꿈꾸었던 이야기를 정원에 새기고 함께 기억하는 장소다. 흰색 상자는 순수했던 아이들을 상징하며, 그 위에 28개의 하늘색 아크릴판은 별이 된 28명 소년들의 꿈을 표현한 것이다. 안락한 느낌을 주기 위해 상자를 안정감 있게 차곡차곡 쌓아올려 공간감을 형성하고, 상자 사이 공간을 활용해 식재를 했다.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실리는 향기를 통해 별이 된 아이들을 느끼도록 한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 별을 품은 꽃
조성: 2학년 5반 부모 일동, 이상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별을 품은 꽃’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 안에서 별이 된 27명의 아이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담았다. 어머니의 품을 의미하는 꽃들 사이사이로 아이들을 의미하는 27개의 기둥을 배치했다. 높이가 다른 기둥 끝에 아이들의 언어를 담았고 이는 각자 다른 27명의 아이들의 모습을 상징화한 것이다. 기둥은 빛을 반사하는 아크릴 재질을 사용해 주변을 빛내고 교류한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그 주변으로 생기는 그림자는 시간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이는 세상에 미치는 아이들의 꿈과 다양한 영향력을 의미한다. 식재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국화를 중심으로 계획해 어머니의 품처럼 잊을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 수종은 국화, 구절초, 꽃그령, 페니쿰 등을 밀식했다.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초화와 기둥이 닿는 모습은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손길을 오가며 교류하는 것을 은유한다.
◆ 빛과 바람으로 오렴
조성: 2학년 6반 부모 일동, 김서린·박상아·유창현·임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보태니카(협찬)
‘빛과 바람으로 오렴’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빛과 바람이 되어 찾아오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빛과 바람이 되어 찾아온 이들을 정원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로 시각적·청각적 요소를 담았다. 목재 게이트 사이로 아이들과 선생님의 이름을 담은 26개의 테라리움을 달고,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천과 종소리를 통해 느끼도록 연출했다. 식재도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그라스류를 중심으로 심었다. 또한 섬기린초, 좀미역취, 문빔 등 노란 꽃을 심어 밤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이 ‘이 곳’에 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흰 자갈길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지나가는 길로 빛에 반사되는 흰 자갈의 색감은 순수하고 밝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 꿈의 안뜰
조성: 2학년 7반 부모 일원, 김지호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꿈의 안뜰’은 시간 속에서 영원히 빛나고 있는 7반 아이들의 꿈을 아늑한 안뜰에 녹여내어 따뜻하고 순수한 에너지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의미를 담은 정원이다. 아이들의 꿈이 과거, 현재, 미래 구분 없이 엮여있는 ‘시간의 틀’, 아늑하고 따뜻한 손길이 곳곳에 담겨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안뜰’로 구성돼 있다. ‘시간의 틀‘은 직접 만든 33개의 마크라메 드림캐처로 끊임없이 연결돼 있는 시간성과 그에 엮여있는 아이들의 꿈을 표현했다. ‘안뜰’의 목제가구들은 공방을 운영하는 가족 구성원이 직접 제작하고, 실제로 어머니들이 길러오던 화분과 어항 등을 정원요소로 배치해 따뜻한 손길이 묻어나게 했다. 바닥에 놓인 자갈을 따라 거닐며 오감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오브제로 공간을 활용했으며, 사랑과 관련된 꽃말을 가진 소국과 용담을 통해 메시지를 공유했다.
◆ 별이 노니는 그네
조성: 2학년 8반 부모님 일동, 채새롬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별이 노니는 그네’는 가족과 친구를 찾아온 별들이 잠시 머물며 그네를 타고 노니는 모습을 표현한 정원이다. 관람객이나 학부모가 아닌, 별이 된 아이들이 이용하는 정원으로 조성됐다. 세 개의 그네는 서로 마주보지도, 평행하지도 않는 완만한 각도상에 있는데, 이는 별들이 그네에 앉아 못 다본 세상을 보면서, 함께 온 친구와도 다정하게 앉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정원에 배치된 작은 공예품들은 가족들이 직접 만들었다. 물확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마음을 깨끗이 씻도록 해주는 세심석의 역할을 한다. 식재는 우울해보이지 않으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중간 정도의 느낌으로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원의 뒷면에는 키가 높은 그라스가 자리를 잡아 그네에 앉은 별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바람이 불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감상하게 해주며, 노을 질 때 이삭에 부딪혀 반짝거리는 빛을 볼 수 있도록 했다.
◆ 데이트(Date)
조성: 2학년 9반 부모님들, 임혁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데이트’는 땅을 의미하는 사각형 안에 하늘을 의미하는 원형의 형태를 만들어 하늘과 조금이라도 가깝게 있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정원이다. 이 정원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운데 원형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으면서 별들과 만날 수 있다. 주변의 높낮이가 다른 원통은 하늘나라에 있는 별들의 성장과정을 의미한다. 식재는 보라색 꽃과 녹색 풀이 어우러져 가을 분위기를 내도록 했으며, 자연의 품에서 별들과 같이 행복한 추억과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 인향만리: 인연의 소중함
조성: 2학년 10반 부모 일동, 백규리·박성준 동심원조경설계사사무소
‘인향만리’는 10반 아이들의 목소리가 멀리 퍼져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 정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목소리’와 ‘음악’을 소주제로 선정했다. 화랑유원지의 푸른 하늘과 같이 하늘색 막대로 ‘만남’이라는 단어를 음파로 표현해 인연이 이어지는 것을 은유했다. 정원의 중심부에 있는 하늘색 막대는 ‘만남’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나오는 소리의 파장을 시각화한 형태다. 하늘색을 주조색으로 정함으로써 청량하고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했다. 식재는 음파의 앞면과 뒷면을 볼 때 뉘앙스를 다르게 했다. 앞은 퐁퐁, 국화, 일일화, 구절초 등을 심어 부드러운 정원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뒷부분은 율마, 아스파라거스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식물들을 심어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