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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로 보는 조경이야기(7): 형태 생성의 내재율
  • 환경과조경 2011년 2월

프로세스 조경디자인에서의 열린 설계(Open-ended design in processed landscape)
부유하고 있는 여러 가지 조경이론의 단편들을 양식적 패러다임에 따라 재편하여 크게 아우르자면 그것들은 아마도 picturesque landscape, produced landscape, processed landscape 이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자연풍경식 조경(picturesque landscape), 그리고 그에 대한 시대적 반성과 근대 디자인의 영향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여 꽃피운 1980~1990년대 대가들의 시대와 경향을 produced design이라 여기고, 그에 상대한 개념으로 시간과 자연의 현상을 이용하는 processed design(프로세스로 하는 디자인)이 그것이다.

프로세스 디자인(processed design), 이것은 분명히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의 진영에서 다이어그램 설계와 더불어 대안적 설계를 위한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이다. 필자의 견해로도 이것들이 구호뿐인 개념의 홍수 속에서 실천적 디자인을 위한 유효한 틀이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Duisburg-Nord Landscape Park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는 대안적 경관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선유도공원에서 성공적으로 벤치마킹된 바 있다.

프로세스 디자인에서는 디자인의 최종 결과를 디자이너가 규정하지 않고, 대신에 자연에서 벌어지는 규칙과 힘을 이용하여 열린 설계로 끝나는 것(open-ended ?design)을 지향한다. 헌데 우리가 그 이면에서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열린 설계가 진정으로 현실 세계에서 가능하려면, 역설적으로 디자이너는 그 결과를 미리 가늠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system)의 준비, 다시 말해 현재에 판을 짠다고 하는 것은 저 너머 미래에 있을 우리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므로, 환경을 만든다는 우리 직업의 본질적인 행위로서 의도한 것을 발현하는 최종적 행위가 개입되지 않으면, 다시 말해 디자인(design)에 구체적인 디자이어(desire)가 없다면, 이것은 그냥 방치해버리고 마는 것과 하등의 다른 점이 없기에 그러하다(물론 최소한의 개입의 정도가 어느 범위냐는 데에는 다소간의 논란이 있겠다).

이미 본 연재의 2회에서 소개된 바 있는 선유도공원의 녹색기둥의 정원을 상기해보자. 아무리 과거 구조물인 기둥과 그것을 붙잡고 자라는 풀의 생명력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설계의 테마였다 할지라도, 그 누구도 기둥 밑에 풀만 자라게 하는 것에서 디자인을 멈출 리 없
다. 오히려 욕심 있는 디자이너라면, 이 테마를 부각하기 위해 바닥의 윤곽, 동선의 방향과 폭, 기둥의 모양, 크기, 방향, 질감 등을 적극적으로 함께 고려하고자 할 것이다. 그 구성의 과정에서 어느 한 부위의 수정이 가져오는 결과는 적어도 6방향, 상·하·좌·우·전·후에의 수정을 동시에 가져오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감안하여 조정하는 결과, 설계의 테마인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비로소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러한 모양으로’ 클라이맥스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프로세스 디자인에서 정작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프로듀스드 디자인에서 단단하게 익힌 디자인의 기본기, 즉 구성의 단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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