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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물을 철학하다
  • 환경과조경 2013년 6월

Water is expressed philosophically as old paintings

신화시대의 물5
사랑하고 미워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다

아마 고려시대 시인 정지상(鄭知常)이었을 것이다. ‘대동강 물이야 언제 마르리/해마다 이별 눈물 더하는 것을…’하면서 한탄했던 사람은. 출렁거리는 강물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가 눈물 때문이라는 시인의 과장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강변에서는 이별이 자주 발생한다. 같은 이별이라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색깔이 천차만별이다.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가슴 저민 이별도 있고, 사랑이 식어 매몰차게 돌아서야 하는 냉정한 이별도 있다. 이별의 농도 또한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 남녀 간의 이별이 가장 애틋할 것 같지만 자식을 떠나보내는 노부모의 쓰라림에는 비교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이별 후의 시간은 이별 전의 시간과 같지 않다. 함께 있음으로 해서 때로 번잡했던 감정마저 혼자 남겨지면 그리워진다. 다시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내 이럴 줄 왜 몰랐던가’ 한탄해 봤자 늦은 것이 후회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떠밀리듯 앞으로만 가야하는 인생길이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흐르는 물을 닮았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은 물이다. 무상하다. 무상한 줄 알면서도 물은 고집불통 나루터를 떠나지 못한다. 보채고 울부짖고 통곡해도 꿈쩍하지 않는 나루터야말로 물이 기대어 쉴 수 있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애증으로 뒤섞여 사는 인간의 사랑이 물과 나루터 같다. 인간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신들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낙수洛水에서 일어난 사랑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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