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향으로 탐구하는 공원의 ‘마이크로코스모스' 프라미스 파크, 미래 공원의 제안
  • 환경과조경 2016년 7월

HYANG01-1.JPG

문화역서울284에 꾸려진 간이 실험실에서 YCAM 바이오랩 연구원의 지도에 따라 
직접 채집한 효모를 배양하고 관찰했다.

 

건축가, 바이오 전문가, 도시공학도, 큐레이터,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도시 공원의 풀숲을 뒤지고 흙을 파헤쳤다. 그들이 찾아 나선 것은 고대 유물도, 잊혀진 궁터도 아닌 공원의 ‘향’, 냄새다. 미래의 공원, ‘프라미스 파크’를 주제로 뉴미디어 작품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문경원 작가가 지난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도시, 예술, 역사, 건축, 디자인, 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학생들과 함께 문화역서울284에서 프라미스 파크 워크숍, ‘미래 공원의 제안’을 진행했다. 워크숍은 ‘향’을 테마로 감각적 매개체를 통해 공원이라는 상징적 개념에 새롭게 접근하는 데 목표를 두었으며 현장 답사와 발표·토론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프라미스 파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함께해 온 일본 야마구치 미디어 아트센터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YCAM)의 바이오랩 연구원과 큐레이터도 한국을 방문해 이번 워크숍에 함께했다.

‘향’이 말해주는 공원의 정보현장 답사는 선유도 공원과 청계천에서 진행됐다. 문경원 작가는 “한때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과거를 지닌 도심 속 공간의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 이들의 향에서 어떤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25일에 선유도 공원에서 풀, 열매, 흙, 곤충 등 효모가 서식할 만한 것을 채집하고 문화역서울284에 꾸려진 간이 실험실에서 채집물의 효모를 배양했다. 이튿날은 전날 채집한 효모와 YCAM 팀이 따로 청계천에서 채집한 효모가 어떤 유형이며 어떤 변화가 있는지, 배양된 효모가 어떤 향을 풍기는지 관찰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평소 공원에서 맡는 향이 어떤 물질에서 비롯되는지 확인했다.

YCAM 바이오랩 카즈토시 츄타 연구원은 “효모는 대개 곤충들에 의해 운반되기 때문에 효모를 분석하면 그 지역에 어떤 벌레가 많이 서식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동하는지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워크숍 일정이 짧아 결과를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효모가 많이 배양되지는 않았지만 청계천은 과거에 매립되었던 곳이라 초파리와 같은 곤충이 많이 서식했고 효모를 분석하니 아직도 뚜껑으로 덮여 있는 매립된 공간에서 나올 법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홍렬 씨는 “처음에는 ‘향과 공원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원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공원을 이야기할 때 눈에 보이는 디자인에만 접근했는데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공원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워크숍에 참가한 소감을 전했다.


‘향’이 이끄는 또 다른 세계

언뜻 보기에는 마이너한 방법으로 ‘공원’에 접근하는 것 같지만, 문경원 작가는 공원의 역사와 미래, 현재의 의미에 대한 탐구 결과를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영상과 설치 작품으로 선보여 왔다(본지 2016년 4월호 ‘폐허에서 그리는 약속의 공원: 문경원 인터뷰’ 참고). 문경원 작가는 “냄새는 각자 다양하게 경험하는 감각이지만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향의 기억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경험하는 향을 가시화해서 빅데이터로 만들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을 찾고 있다.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공통으로 내재된 향의 기억을 공감하고 연대 의식을 나눔으로써 공원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에 참여한 YCAM의 카즈오 아베 부관장은 “냄새는 아직 표현의 수단으로 쓰기에는 어려운 소재지만 다른 감각들과는 달리 후각은 대뇌에 직접 전달되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감각이다. 이번 워크숍은 ‘냄새는 예술적인 소재가 될 수 있는가’, ‘냄새로 공간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워크숍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을 맡으며 유소년기를 떠올리는 장면을 인용하며 냄새를 통해 기억을 환기하는 ‘프루스트 효과’를 이용해 시각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래의 공원에서는 어떤 향이 날까? 향으로 공원을 구현하려는 아이디어는 엉뚱하고 무모한 도전일까? 향은 시각이 환기할 수 없는 무의식 속 과거의 경험과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를 열어준다. 각자가 갖고 있는 개별적인 향의 기억과 체험을 통해 거대한 공원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문경원 작가의 시도는 시각이 주는 단순하고 직접적인 정보에 의존하는 현대인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