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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제학] 공원의 적정량을 사회적 합의로 도출할 수 있을까? Economics of Landscape Architecture: Can We Estimate the Proper Amount of Parks by Public Consensus?
  • 환경과조경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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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열린 ‘용산공원 시민포럼 발족식 및 토론회’

 

다수결은 합리적인가?

대표자와 관료는 우리를 위해 일하는가?

거버넌스는 정부의 대안인가?

 

 

다수결은 합리적인가

땅이 있을 때 그곳에 공원의 조성 여부를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좋을까? 예산이 있을 때 그 돈으로 어디에 공원을 조성할지를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좋을까? ‘좋다’는 말은 가치 지향적이다. 게다가 ‘좋음the good’이 ‘옳음the right’과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위 질문은 대답하기가 아주 어렵다. 이 글에서는 ‘좋다’는 말의 의미를 사람들의 불만이 가장 적은, 그래서 만족이 가장 큰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연재를 처음부터 읽어온 독자라면 그 상태에서 공원에 투입되는 자원의 배분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면 위 질문에는 이제 가치가 아닌 수단의 문제만 남는다. 지난 호에서 우리는 사회적 의사결정의 수단으로서 비용편익분석을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또 다른 수단인 사회적 합의를 살펴본다.

비용편익분석이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것과 달리 사회적 합의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다. 공원의 조성을 사회적 합의로 결정하는 방법은 주민들이 모여 투표하는 것일 수도 있고, 주민이 선출한 대표자와 정부에게 일을 맡기는 것일 수도있고, 그 외의 또 다른 정치적 대안일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활용하든 사회적 합의를 잘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우리는 공원의 적정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투표라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투표는 여러 사람의 선택을 모으는 것이다. 따라서 그 결과는 만장일치인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만약 사람들이 공원을 추가로 조성하는 대가로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 즉 한계지불의사를 정확히 표현한다면, 정부는 공원의 적정량에 대해 만장일치에 버금가는 수준의 결정을 할 수 있다. 바로 모든 개인이 표현한 한계지불의사의 합과 공원 조성의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점을 찾는 것이다.1 물론 세금은 각 개인이 표현한 한계지불의사만큼 걷어야 한다. 린달Erik Lindahl이 제시한 이 상태를 경제학에서는 린달균형Lindahl 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론서에 나오는 이 상태는 현실에 없는 이상에 불과하다.2 실제로는 ‘오늘 점심에 뭐 먹지’라는 문제조차 만장일치로 결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다수결을 주로 활용한다.

다수결은 사회 전체의 만족이 가장 큰 결과를 찾는 방법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비록 ‘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항상 정의로운가’와 같은 철학적 이슈는 있을지언정 다수결에 방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다수결의 문제는 표를 세는 과정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용산의 미군이 이전했다고 가정하자. 오래전부터 이 땅은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미군이 이전을 하고나니 다른 주장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중에 시민의 공감을 크게 얻고 있는 대안은 대학을 건립하자는 주장과 병원을 건립하자는 주장이다. 정부는 결국 세 가지 대안을 놓고 투표를 진행하기로 한다. 상황을 단순화해서 투표자가 청소년, 학부모, 고령자 세 집단으로 구성되었다고 가정하자. 세 집단의 구성원 수는 동일하다. 청소년의 선호는 공원>대학>병원 순이다. 하지만 자녀를 대학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의 선호는 대학>공원>병원 순이다. 자식을 다 키운 고령자의 선호는 병원>공원>대학 순이다. 이를 정리하면 <표1>과 같다. 이들을 대상으로 정부는 두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투표를 여러 차례 진행하고자 한다. 먼저 공원과 대학으로 투표를 하면 공원이 선택될 것이다. 청소년과 고령자 두 집단이 대학보다 공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대학과 병원으로 투표를 하면 대학이 선택되고, 병원과 공원으로 투표를 하면 공원이 선택될 것이다. 결국 세 대안의 순위는 공원>대학>병원이 된다. 사실 세 번째 투표는 할 필요도 없었다. 앞선 두 번의 투표를 통해 순위가 이미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확신을 가지고 미군이 이전한 용산에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

 

 

민성훈은 1994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2년간 일했다. 그 후 경영학(석사)과 부동산학(박사)을 공부하고 개발, 금융, 투자 등 부동산 분야에서 일했다. 2012년 수원대학교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가장 오래 가졌던 직업은 부동산 펀드매니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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