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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 ) 펑션
김사라 다이아거날 써츠 대표 인터뷰
  • 환경과조경 2022년 3월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난 자연 속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있다. 자연 속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버스 정류장’을 하나의 전이 공간으로 설정하고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부여한 ‘쉼터’로 만든다면 그 여정이 좀 더 즐겁지 않을까. 국립현대미술관MMCA(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의 ‘MMCA 과천프로젝트’는 과천관의 특화 및 야외 공간 활성화를 목표로 2020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는 미술관 방문 및 관람 경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공간 재생 프로젝트로 확장해 진행하는데, 공간 재생의 첫 번째 대상으로 과천관의 도입부이자 관람객을 맞이하는 얼굴이 되는 ‘버스 정류장’을 선정했다. 새롭게 변모한 버스 정류장를 통해 순환버스를 이용하는 관람객에게 생태적 실천에 대한 환대, 자연 속 미술관으로 향하는 즐거운 숲길의 여정, 미술관에서 자연과 예술을 즐기고 그 여운을 누리는 장소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에 최종 선정된 건축가 김사라(다이아거날 써츠 대표)는 과천관 순환버스 정류장 세 곳에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 ) 펑션function’을 제안했다.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김사라 대표와 이메일 인터뷰

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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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라 다이아거날 써츠 대표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버스 정류장은 버스를 타기 위해 잠깐 머무는 공간이다. 자칫 스쳐지나갈 수 있는 공간인데, 이러한 특성을 어떻게 풀어냈는가.

보통 도시의 버스 배차 간격이 5~7분이라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순환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20분이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님을 감안해 사용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머무는 모습을 상상했다. 3개 순환버스 정류장(대공원역, 미술관 정문과 후문)에는 미술관 관람객뿐 아니라 미술관 직원, 지역 주민, 등산객, 서울대공원을 비롯한 근처 여러 시설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녀간다. 이러한 점이 도시 한복판의 정류장과 달리 여러 층위의 공간을 보다 기능적이고 예술적으로 생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심의 숲 속에 위치한 미술관 내 시설물이기에 평범한 일상과 또 다른 일상을 연결하는 입구 역할을 하는 동시에 구조물 자체가 예술의 형태로 자립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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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역 버스 정류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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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정문 버스 정류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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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후문 버스 정류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모습과 기다림의 장소라는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는가.

보통 짧은 시간 버스를 기다릴 때 사람들은 앉거나 서게 된다. 하지만 과천관 순환버스는 길면 2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넣고자 했다. 등산객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관람객이 미술관에서 나와서 하늘을 보며 사색을 하고, 누군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어떤 학생은 구조물의 한 기둥에 기대어 커피를 마시는 등 여러 자세가 보다 자연스럽게 구조물 안에 담길 수 있도록 했다. 각 동작의 형태와 크기를 고려해 직선, 사선, 반원, 타원 등의 조형들을 활용하여 버스 정류장을 설계했다. 조형들은 앉거나 기대어 쉴 수 있고 잠시 짐을 둘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하게 된다.

 

환경과조경 407(2022년 3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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