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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COP26과 IFLA 기후행동공약
  • 환경과조경 2021년 11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팬데믹 뉴스에 가려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올여름 지구촌 곳곳이 폭염과 홍수로 몸살을 앓았다. 한여름에도 냉방기가 필요 없는 미국 북서부를 사상 최악의 폭염이 강타했다. 시애틀 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오른 건 1894년 관측 이래 처음, 그야말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졌다. 남부 유럽은 용광로처럼 끓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소도시 플로리디아는 49도를 찍었다. 폭염은 시민의 삶을 위협하고 유례없는 가뭄 피해를 낳았다. 북부 유럽에선 물난리가 났다. 폭우와 홍수로 180명 넘게 사망한 독일, 그 피해는 처참했다.

 

지난 8월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존망을 결정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진단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올해부터 2040년 사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견줘 1.5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IPCC는 2018년 보고서에서는 1.5도 상승하는 때를 2030~2052년으로 예측했는데, 이번에 10년가량 예측을 당긴 것이다. 온난화 안정의 전제 조건이 탄소중립이라고 강조한 이번 2021년 IPCC 보고서는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COP26)의 과학적 근거로 쓰일 예정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방출을 제한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동의한 협약이다. 1992년 6월 리우 회의에서 채택돼 1994년 3월 발효됐으며, 1995년부터 매년 당사국 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개최되고 있다. 2015년 열린 COP21에서는 2020년 이후의 신기후체제 수립을 위한 최종 합의문인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고자 노력한다”는 파리협정으로는 온난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그래서 유엔기후변화협약 196개국과 유럽연합이 한자리에 모여 획기적인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논의할 이번 COP26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인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COP26 개최 이전에 제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지난 9월 19일, 세계조경가협회(IFLA)는 COP26 개최에 발맞춰 ‘기후행동공약(IFLA Climate Action Commitment)’을 발표했다. 전 세계 77개 나라 7만 명 넘는 조경가들이 지구 온난화를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셈이다. IFLA는 “기후 위기 해결의 열쇠는 탄소 배출량 감소, 인간 사회의 회복탄력성과 전환, 자연환경의 지속가능성에 있다”고 선언하면서, 기후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조경의 전문 역량을 다음과 같이 재확인했다. “조경가는 지구촌 환경과 사회의 파멸을 예방할 고유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조경가는 전문적인 계획, 설계, 관리를 통해 글로벌 생태계를 보호·개선하고, 인간의 건강과 웰빙과 행복을 촉진하며, 온난화에 몸살 앓는 환경을 냉각시키고 대기 중 탄소를 감소시킬 수 있다 .…… 자연 기반 해법, 기술 혁신,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창의적 전문성을 갖춘 조경은 도시에 최대한 많은 숲을 조성해 탄소를 제거하고 생물 다양성을 구축하며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이상 고온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한다. 조경가는 도시 환경뿐 아니라 글로벌, 광역, 지역, 휴먼 스케일 등 모든 규모의 생태계 기능을 보호, 강화, 향상시키며 …… 기후변화에 대응할 회복탄력적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조경가는 자연과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강한 열망을 충족시켜준다.” 또한 IFLA는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전 세계 조경가의 전환적 협력과 행동을 촉구하면서 여섯 가지 방향을 약속했다.


1.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의 증진: IFLA에 가입한 77개국 조경가들은 지구촌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구하는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다.

2. 204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 넷제로(net zero) 달성: 조경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작동 탄소와 체화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경관 고유의 수용력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며, 청정·복합 운송 시스템을 지원할 것이다.

3. 살기 좋은 도시와 커뮤니티의 수용력과 회복력 강화: 조경가는 그린 인프라 접근법을 통해 도시 열섬 효과를 완화하고 화재, 가뭄, 홍수 위험을 줄이는 데 힘쓸 것이다.

4. 기후 정의와 사회 복지 옹호: 조경가는 공정과 평등, 식량 안보, 청정 수질과 행복을 위한 모두의 권리를 증진시킬 것이다.

5. 문화 지식 체계의 학습: 조경가는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하는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토착 문화의 토지 관리 지식을 존중하고 적용할 것이다.

6. 기후 리더십의 발휘: 조경가는 기후 위기 대응을 선도할 위치에 있다. 조경가는 기후 긍정적 설계(climate positive design)를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와 지속적 협력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과학자와 정치가의 목소리를 통해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 들었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이 좋은 방향의 실천을 인도하는 것은 아니다. 위기감을 자극하는 경고가 계속되면 우리는 무감각해지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중에게 두려움을 강요하는 과학의 경고와 정치의 훈계보다는 조경의 실질적이고 지혜로운 실행이 필요한 시대, IFLA의 기후행동공약은 한국 조경계의 실천 좌표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3월호부터 두 달에 한 번씩 이어온 인터뷰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들”을 이번 호로 맺는다. 조경가 조성빈, 김연금(조경작업소 울)의 수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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