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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그들이 설계하는 법, 2014~2018
  • 환경과조경 2018년 10월

간단한 퀴즈 하나. 2014년 리뉴얼 이후 가장 오래 이어가고 있는 『환경과조경』의 연재 꼭지는 무엇일까요? 많은 독자가 쉽게 정답을 맞히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입니다. 청명한 가을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출간된 이번 10월호에는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마지막 주자가 연재를 시작합니다. HLD의 이호영, 이해인 소장입니다. 열독률이 가장 높았던 연재물 중 하나인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이호영+이해인 소장 편을 끝으로 올 12월호에 5년간의 긴 항해를 마칩니다. 


리뉴얼 첫해인 2014년 1월부터 세 달간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첫 주자를 맡아 준 조경가는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의 박승진(309~311호) 소장이었습니다. 이어서 스튜디오 101(연재 당시 지드앤파트너스)의 김현민(312~314호), 스튜디오 테라/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의 김아연(315~317호), 수퍼매스 스튜디오의 차태욱(318~319호) 소장이 ‘그들이 설계하는 법’에 동참해 자신의 설계 태도와 작업 방식에 대한 다채롭고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2015년에는 오피스박김의 박윤진+김정윤(321~323호), 디자인 로직의 오형석(324~326호), 쿠토노톡의 조리나(327~329호), 조경작업소 울의 김연금(330~332호) 소장이 특유의 개성 넘치는 작업을 선보이며 그 이면 의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네 명의 조경가가 2016년의 ‘그들이 설계하는 법’을 이어갔습니다. 오피스 오브 어반 터레인즈/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서예례(333~335호), 가원조경설계사무소의 안세헌(336호), CA조경기술사사무소/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의 진양교(339~341호), 조경설계사무소 엘의 박준서(342~344호) 소장이 그간의 설계 작업을 통해 전개해 온 실험과 도전의 시선을 보여주었습니다. 2017년에는 아뜰리에나무의 이수학(345~347호), 세계수프로젝트/자연감각의 백종현(348~350호), 스튜디오 MRDO의 전진현(351~353호), 조경디자인 린의 이재연(354~356호) 소장이 작업 과정에서 연마해 온 고유의 사고와 접근 방법을 지면에 담았습니다. 


5년째인 올해에는 랩 D+H의 최영준(357~359호), 조경설계 호원의 김호윤(361~362호), 스튜디오 오픈니스의 최재혁(363~365호) 소장이 설계를 대하는 다양한 태도와 관점을 펼치며 토론의 장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호부터 세 달간 이어질 HLD 이호영+이해인(366~368호) 소장의 연재를 끝으로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편집자이지만 동시에 한 명의 독자로서, 벌써 아쉬운 마음 가득합니다. 모처럼 과월호 수십 권을 쌓아놓고 스무 명 넘는 조경가가 5년간 쏟아낸 다층다각의 이야기를 다시 펼쳐봅니다. 누구에게 원고를 청탁할 것인가를 두고 벌였던 편집부 내의 격론, 섭외 과정의 삼고초려와 많은 에피소드, 교정과 교열 과정에서 진행된 필자들과의 긴장감 넘치는 토론, 여러 독자의 흥미진진한 피드백이 시간 여행을 하듯 다시 떠오릅니다. 한 달에 한 편만 읽다가 스무 명 조경가의 설계하는 법을 모아서 한 번에 읽으니 그야말로 ‘시너지 효과’라는 말의 뜻을 실감하게 됩니다. 편집자의 ‘근자감’일까요? 내년에는 더 잘 추스르고 다듬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편집자로서 자평하자면,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가장 큰 성과는 동시대 한국의 조경가들이 자신의 작업 과정과 산물 그리고 그 이면의 생각에 대해 직접 글을 쓰고 독자와 소통할 장을 열었다는 점입니다. 5년간 참여한 조경가 중 몇몇은 평소에 다양한 지면에 다채로운 형식의 글을 발표해 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글을 통해 독자와 대화한경우가 드뭅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 연재는 그들 스스로 설계 사유와 작업 성과의 일면을 정리하는 기회이자, 동료 조경가와 학생들에게 자극과 토론의 소재를 낳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자신의 글로 자신의 설계 여정을 기록한 것 자체만으로도 조경가 개인은 물론 한국 현대 조경은 의미 있는 아카이빙을 한 셈입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에 부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는, 이 지면이 지금 이곳에서 성장하고 있는 젊은 조경가들을 적어도 조경계 내부에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는 장이었다는 점입니다. 5년간 지면을 이어간 스무 명 필자 중 50대 이상의 중견 조경가가 일곱 명이었지만, 나머지 다수는 30대와 40대의 소장 조경가였습니다. 자신의 오피스를 열고 독립한 지 1~2년 남짓한 신예 조경가에게도 원고를부탁했습니다. 변화의 촉매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거창한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한국 현대 조경의 역사가 45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 지금 이곳에서는 조경가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분야 형성의 초창기와 성장기를 겪으며 많은 선배 조경가들이 분투해 왔음에도 한국의 조경은 전문 직능으로서도, 학문 분과로서도 뚜렷한 정체성을 세우지 못한 형편입니다. 영역을 빼앗기고 있다는 불안감과 영토를 넓혀야 한다는 피로감, 이 이중의 집단 우울증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승인하는 전문가professional로서의 조경가, 늦었지만 우선 조경계 내부에서라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이 의 미 있는 변화의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2014년 1월, “조경 문화 발전소”를 꿈꾸며 새 출발을 선언한 『환경과조경』은 지난 5년간 “한국 조경의 문화적 성숙을 이끄는 공론장”, “조경 담론과 비평을 생산하고 나누는 사회적 소통장”, “세계적 동시대성과 지역성을 수용하고 발굴하는 전진 기지”를 지향해 왔습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환경과조경』의 새 비전을 실험하고 구체화하는 가장 전략적인 지면이었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자료를 갈무리하고 원고를 보내 준 ‘그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즐겨 읽고 다양한 피드백을 보내 준 여러 독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원고를 꼭 받고 싶었으나 끝내 고사한 그들, 그리고 마땅히 초대해야 했으나 이른바 ‘균형론’이나 ‘안배론’에 귀 기울이느라 순서를 미루고만 많은 그들은 내년에 새롭게 문을 열 후속 지면을 통해 초대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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