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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카페 소사이어티
공원, 발명과 진화
  • 환경과조경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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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만 해도 공원에 가는 일이 특별한 행사였다. 양장점에서 맞춘 옷을 입고 동생과 브라보콘을 들고 어린이대공원 분수 앞에서 찍은 초등학교 시절 사진이 여러 장 있다. 중학교 교복을 입고 남산 팔각정 앞에서 찍은 사진과 덕수궁에서 찍은 가족사진도 남아 있다. 공원이 일상과 가까워진 것은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면서부터다. 집 근처 보라매공원에서 첫 아이가 걸음마 연습을 했다. 아이들이 자전거나 롤러 블레이드를 처음 배운 곳도 공원이다. 아이가 밥 먹기 싫어하면 밥에 김을 묻혀 만든 간단한 주먹밥을 싸들고 공원에 가곤 했다. 뛰어노는 아이 입에 밥을 물려주며 시간을 보내다 빈 도시락을 들고 돌아오는 길이 뿌듯했다.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자 나와 공원에 가는 대신 친구들과 어울려 테마파크나 극장에 갔다. 나는 동네 친구와 가끔 운동하러 공원에 들르지만 요즘은 미세 먼지 때문에 그마저도 시들해졌다.

가까운 들과 산으로 소풍 다니던 우리 경우와 달리 서구에서는 일찍이 공원이 기획되었다. 도시 공원은 19세기 영국에서 왕실 정원이 개방되며 처음 생겼지만, 공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표 선수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다. 한 번도 뉴욕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센트럴 파크 이미지에 친숙하다. 마천루를 배경으로 키 큰 나무와 드넓은 잔디밭, 뛰노는 아이들과 조깅하는 세련된 뉴요커들. 이 전형적인 공원 풍경이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거대한 센트럴 파크 전체가 조작된 자연이라는 점. 원래 자연이 풍성했던 곳을 공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황폐한 진흙땅에 동산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바위를 옮기고 연못을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에 가고 싶은 공원, 한 도시를 상징하는 공원, 도시와 함께 진화하는 공원, 그런 공원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 이번 글은 2017년 5월 27일 선유도공원에서 열린 ‘공원학개론’ 중 필자가 강의한 ‘공원은 발명되었다’의 내용을 짧게 줄인 셈이다.

 

* 환경과조경 350호(2017년 6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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