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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학의 새로운 지평
제2회 정원학 심포지엄
  • 김정은
  • 환경과조경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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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결

 

국내 정원학 연구는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정원과 관련된 이론과 설계(실무),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 등 다양한 부문의 연구와 과제의 스펙트럼을 한 자리에 펼쳐놓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2014년 12월 5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글로컬 홀GLocal Hall에서는 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가 주최하고, 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센터장 조경진)가 주관하는 제2회 정원학 심포지엄이 ‘정원학의 새로운 지평’이란 제목으로 개최되었다. 정원학연구센터는 조경학의 모태인 정원 분야의 학술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문화 확산을 위한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2014년 1월 출범했다.

네 가지 전략 과제―정원 관련 학술 활동 개최, 정원 문화 국제 교류, 한국 정원 문화 아카이빙, 정원 문화 대중화 사업―에 따라 지난해 두 번의 심포지엄이 마련되었다. 5월 개최된 첫 번째 심포지엄이 ‘Garden Talk 매혹의 공간, 정원을 디자인하다. 아홉 명의 디자이너의 정원이야기’란 제목으로 실무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면, 이번 심포지엄은 크게 이론, 실천,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테마를 중심으로 국내 정원학 연구의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정기호 교수(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는 기조강연을 통해 “지금 우리가 갈망하는 정원은 ‘정원 아닌 정원’”이라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심포지엄의 문을 열었다. 현재 우리의 정원 문화는 아파트에 살면서 ‘뜰이 있는 집’을 원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정원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전개되어 왔으므로 정원을 필요로 하는 트렌드 저변, 즉 사회적 요구를 볼 것을 주문했다.


이론, 실천, 시스템

1부 ‘이론’은 동서양 정원 관련 고전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가 중국 명대말기의 조원서인 계성計成의 『원야園冶』를, 김승윤 본부장(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 동서양을 통틀어 정원 만들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책인 일본의 『작정기作庭記』를, 황주영 박사가 베르나르 팔리시Bernard Palissy의 『르세트 베리타블Recepte veritable』에 나타난 종교적 정원에 관해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정원 관련 옛 기록을 찾기 힘들지만 성종상 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가 고산 윤선도의 『금쇄동기金鎖洞記』를 ‘걷기’의 관점에서 소개하여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다.

2부 ‘실천’은 20세기부터 현재에 활동하는 정원디자이너나 조경가들의 작품이나 작품론에 주목했다. 우선 권진욱 교수(영남대학교 조경학과)가 질 클레망Gilles Clément의 ‘움직임과 감성le mouvemet et la sensation’에 대하여 발제했다. 이어서 박은영 교수(중부대학교 환경조경학과)는‘색채의 조화’에 중점을 두고 재식 설계를 했던 거투르드 제킬Gertrude Jekyll에 관해 발표하며, 국내 조경 교육에서 수목뿐만 아니라 초본류에 대한 관심도 필요함을 환기했다. 김현 교수(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는 ‘원풍경’과 ‘일본다움’을 회복하려는 일본 조경계의 새로운 움직임에 주목하며, ‘전통 정원’에 대한 재해석의 일환으로 저술된 『신 작정기新作庭記(신 사쿠테이키)』에 대해 소개했다. 더불어 현재 우리의 정원이 소규모이다보니 디자인의 발전이 없다며, 재료와 기술, 디자인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박승진 대표(디자인 스튜디오 loci)는 조경가 정영선의 정원 미학을 ‘땅을 이해하는 태도’, ‘또다른 오너십ownership’, ‘공간을 구축하는 패턴pattern’, ‘경계 만들기 혹은 경계 흐리기’, ‘식물과 돌-정원의 자연 재료’, ‘한국정원의 실천’, ‘작가적 태도로서의 직접하기’, ‘설계시공 팀워크’, ‘사적 관계혹은 친밀함’, ‘정서적 자산’ 등 10가지 시선으로 정리했다. 정영선의 작업 방식은 제도권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지적에 박승진 대표는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설계자의 소위 ‘디자인 감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부 ‘시스템’에서는 손용훈 교수(서울대학교 환경조경학과)가 상품화되어 있지만 생활문화 깊숙이 자리 잡은 일본의 정원 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윤상준 연구소장(이화원 정원문화연구소)은 영국 정원역사협회GHS, 왕립원예협회RHS, 내셔널 트러스트NT를 사례로 정원 문화에 대한 지원동향을 소개하며 정원의 일상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유직 교수(부산대학교 조경학과)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이사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 덤바턴 오크스Dumbarton Oaks의 정원 연구 지원 활동과 성과 그리고 그 이면까지 짚어보면서 연구자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정원학과 정원 현상 사이

최근 정원에 대한 사회의 큰 관심 속에서 조경계에는 정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못지않게 여전히 정원을 만드는 데 이론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정원학과 정원 문화, 역사 속의 정원과 현재의 정원 양상사이의 간극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드러났다.

이론이 어떻게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최종희 교수(배재대학교 원예조경학부)의 질문에 박희성 교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근대 사회에서 정원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화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역사 속 정원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문화적 유전자 속에 녹아있는 자연에 대한 생각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실제 (정원)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해 안목을 키워주는 등, 즉 비물질적인 측면에서 이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직 교수는 최근 역사 연구의 트렌드는 거대 담론에서 생활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반해, 정원사 연구는 정원을 정치적인 결과물로서 이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역사 정원에 대한 접근 역시 사람과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최정민 교수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현상 이면에는 사람들 마음속에 일종의 갈증이 있는 것 아니겠냐며, 이를 어떻게 끌어내어 체계화하고 어떻게 교육으로 연계시켜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며 교육적 측면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정원’으로 상징되는 ‘역사’와 조경의 정체성과의 관계, 혹은 과거 왕후장상의 정원과 최근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반문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 일상에서 일어나는 정원현상을 개념적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념적인 진단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현상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론과 실천, 정원학과 정원 실무 간만남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개념을 통해 현상을 읽을 수 있을 때 새로운 지평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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