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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광복, ‘북한’을 바라보는 예술적 시선
‘북한프로젝트’, 2015.7.21~9.29
  • 안진희
  • 환경과조경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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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댄지거, ‘무용수 리향연, 아리랑 축전을 위한 연습’, 람다 프린트, 61×46cm, 2013 
ⓒNick Danziger / *NB Pictures for the British Council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시립미술관SeMA은 독립, 분단, 그리고 통일에 대한 역사적이고 민족적인 과제를 통찰하는 전시 ‘북한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북한을 어떻게 제시하고 상상하며 재연결할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기획된 이 전시는 정치적 상황이나 교류 사업과 같은 기존의 남북한 관련 주제에서 벗어나 북한을 예술의 주체로서 바라보는 한편, 우리가 북한을 예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전시 제목에 쓰인 ‘프로젝트project’라는 용어는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의미한다. 북한에 대한 장기적인 시선을 포함하는 ‘북한프로젝트’는 ‘앞으로 나아가pro 만들어가는 것ject’에 초점을 맞추어 북한을 바라보고 그것에 대해 행동하고 있는 지금의 실행 자체를 강조한다. 북한을 프로젝트함으로써 규정짓기 어려운 북한이라는 존재가 끊임없는 의미작용을 거쳐 하나의 규정된 정의의 작품object이 되려고 하는 과정, 그러나 미끄러질 수밖에 없는 과정,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의미가 확장되는 과정이 이 프로젝트의 의의다.

‘북한프로젝트’는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북한의 시각예술 분야(유화, 포스터, 우표)를 조명하는 국내외컬렉션이 첫 번째, 최근 북한의 풍경과 주민의 일상을 촬영한 외국 작가들의 사진이 두 번째, 마지막은 북한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영상 설치 작업이다.

북한 유화는 북한 화가들이 작업한 작품이며 네덜란드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Ronald de Groen Collection, 포스터는 네덜란드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Win van der Bijl Collection, 우표는 한국 신동현 컬렉션Shin Donghyun Collection으로 구성되어 한국 최초로 공개되었다. 북한 유화는 ‘조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유화’의 함축적 표현이다. 1950년대 소련의 영향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유화의 발전을 이루었으나 점차 민족적 감성에 맞는 미술의 발전이 요구됨에 따라 미술가들은 ‘북한식 유화’를 만들어 이에 부응했다. 조선화를 바탕으로 한 유화는 마치 한국화처럼 바탕에 양감의 표현을 최소화한 표면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 이번 로날드드 그로엔 컬렉션은 혁명적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작품 위주로 구성되었다. 내용면에서 국가 체제의 이념 구현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북한 주민과 북한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을 주로 볼 수 있다.

북한 포스터는 선전화라고 불리기도 하는 만큼 선전을 위한 표제어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계도를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북한 포스터 컬렉션인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은 포스터가 북한 사회에서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제작되며 대중 선전 도구로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섹션이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로 나뉘어 전시된 포스터는 각 시기에 국가가 당면한 과제를 북한 주민에게 구호를 통해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우표 생산국 중 하나인 북한은 그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소재와 방식을 자랑한다. 신동현 컬렉션은 북한의 우표들이 해외 컬렉터에 의해 평가되고 결정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계기로 우리 민족의 손으로 우표를 정리하고자 만들어졌다. 이 컬렉션은 북한의 『조선우표목록』에 수록된 공식 발행 우표의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어 우표에 반영된 북한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엿볼 수 있다.

영국의 닉 댄지거Nick Danziger, 네덜란드의 에도 하트먼Eddo Hartmann, 중국의 왕 궈펑Wang Guofeng이 담은 북한의 도시 건축, 풍경, 인물 사진을 통해 최근 북한의 모습을 만나보는 섹션 또한 마련되었다. 뉴스가 다루지 않는 북한 일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도주의적 시각보다 북한 건축 공간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공산 국가 건축에 대한 꾸준한 작업으로 시작된 그들의 사진은 북한 주민의 일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또 한편으로는 작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시각을 삶의 풍경, 도시 공간의 공허함, 사회주의 국가의 구성원과 건축물이 보여주는 스펙터클로 표현하고자 했다.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는 분단 현실을 다뤄온 강익중의 ‘금수강산’, 냉전기 소련과 미국의 우주 개발 경쟁과 북한 땅굴 사건을 병치해 리서치 자료와 함께 보여주는 박찬경의 ‘파워통로’, 그리고 사진과 글쓰기로 현장에 대한 기록과 문제제기를 제시하는 노순택의 ‘붉은 틀 #I-01’,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용백의 ‘우리에게 희망은 언제나 넘쳐나’가 전시되었다. 또한 남북 구분이 없는 하나의 세상을 작품을 통해 염원하는 탈북 작가 선무, 3D 가상현실 기법을 이용해 관람객에게 DMZ에 들어가 보는 경험을 선사하는 권하윤, 남북한 피아니스트의 음악적 대화를 통해 대립의 극복을 시험한 전소정의 작품이 초대되었다.

북한 예술가를 비롯한 국내외 여러 시각을 포함하는 이번 전시는 서로간의 대화를 위한 세 가지 다른 시야의 맵핑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작가와 관람객 모두 북한에 대한 시각을 교환하며 담론과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것을 다시 본다

7월 28일 서울시립미술관은 북한대학원과 공동으로 ‘북한프로젝트’전과 연계한 학술 심포지엄인 ‘북한을 바라보는 것을 다시 본다’를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정치와 경제적 틀에 국한되어 논의되던 북한에 대한 관심을 문화적 차원으로 확장하고자 기획되었으며, ‘북한의 Visual Art’, ‘북한의 문화, 문화로의 북한’, ‘라운드테이블-북한(이) 바라보기’, 이렇게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각 섹션은 북한 노동신문에 나타난 최고 정치 지도자의 사진과 북한의 기록 영화, 그리고 북한의 미술과 북한을 그린 우리나라 영화와 같이 각기 다른 매체를 대상으로 북한이 제공하는 시각과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사이의 온도차를 조망했다. 북한의 시각예술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섹션에서 변영욱 기자(동아일보)는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역대 지도자들의 모습은 권력의 정당화와 체제 유지를 위해 정밀하게 만들어진 하나의 방편이라고 해석했다. 김승 교수(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는 북한 기록 영화에 담긴 표상 분석과 그 내러티브에 담긴 의미 체계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였다. 북한의 문화에 대한 두 번째 섹션에서 발표한군 드 궤스데르Koen de Ceuster(Leiden University)의 사상예술성 탐구와 북한 예술에 대한 예술성 판단의 유무에 대한 논의는 북한 미술의 미적 특질, 향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많은 호응을 받았다. 전영선(건국대학교)은 북한을 소재로 한 우리 영화를 통해 북한을 그리는 시각의 시대적 변화 양상을 소개했다.

북한을 다룬 영화는 시대나 유행에 따라 초점이 되는 구체적 대상과 그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나, 결국엔 한정된 스펙트럼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논의는 북한에 대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함을 떠올리게 했다.

북한과 관련한 여러 가지 매체들을 대상으로 하되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고찰이 전제되었다는 점이 바로 이번 심포지엄과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다.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주최 측의 말대로 우리의 시선과 시각은 결코 중립적일 수도 순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것’의 의미를 문제시한다는 것은 전시 이후에도 북한에 대한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한편,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접근 방식을 성찰하는 기회가 된다. 접근을 통한 변화가 아니라 변화를 통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임을 북한 관련 예술을 통해 고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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