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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스파
치와와 건축 대학교 ‘불모지를 위한 워크숍’
  • 조한결
  • 환경과조경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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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스파를 위한 드로잉 ⓒTaller del Desierto, Bieno Jiménez, Nikola Anakabe

 

2주 동안 ‘지역의 미래와 희망을 담은 임시 설치물’을 만들어야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주 만에 해결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고 거창한 과제를 스페인의 건축설계사무소 PKMN은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단순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고장이 나서 오랫동안 쓰지 않고 버려져 있던 분수가 모두를 위한 야외 풀장으로 재탄생했다.


불모지를 위한 워크숍

매년 여름, 멕시코 치와와 건축 대학교Instituto Superior de Arquitectura de Chihuahua는 ‘불모지를 위한 워크숍Taller del Desierto’을 조직한다. 국내외 디자이너를 초청해 이 지역의 낙후된 공간을 활성화시키는 임시 설치물을 짧은 시간 동안 조성하는 워크숍이다. 올해 워크숍의 과제는 치와와 시 중심에 있는 우루에타 공원Parque Urueta에 작은 시설물을 짓는 것이었다. PKMN을 주축으로 멕시코 디자이너 듀오 메멜라Memela, 지역 건축가 후안 카스틸로Juan Castillo, 미구엘 헤레디아Miguel Heredia, 디자이너 미구엘 가르시아Miguel García가 함께 설계팀을 이뤄 워크숍을 진행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여러 대학과 치와와 시 노동자 밀집 구역에서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임풀산도 카파시다데Impulsando Capacidades, 지역 구호 단체 에이 플러스 비엔A+bien 등의 지역 시민 단체가 파트너십을 맺어 조성될 수 있었다. 임풀산도 카파시다데와 에이 플러스 비엔을 통해 비계飛階 40개와 팔레트 수십여 개, 그늘막을 만들기 위한 자투리 천을 빌리고 페인트 몇 통을 조달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워크숍에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공원 근처 주민들을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해 도움을 주었다.

 

공동의 희망을 위한 설계 과정

치와와 시 중심에 있는 우루에타 공원은 농구장, 축구장, 테니스장 등이 모여 있는 스포츠 구역과 큰 나무가 우거진 작은 숲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중앙 통로가 두 구역을 잇고 있다. 프로젝트의 대상지는 공원의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이 중앙 통로에 위치한다. 워크숍의 목적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공동의 희망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설계팀은 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학교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잠깐 쉴 수 있는 그늘진 공간, 스포츠 구역 및 휴식 공간의 계단과 점수판, 새로 디자인한 공공 벤치 등 공원에 부족한 편의시설을 고안하고 일련의 스케치를 그려 보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은 이러한 새로운 편의 시설보다는 공원 중심부에 있지만 고장이 나서 몇 년간 사용하지 못하고 있던 기존의 수경 시설을 고쳐서 다시 활용하기를 원했다.

워크숍 설계팀은 지역 주민의 바람에 따라 중앙의 수경 시설을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기로 결정하고 공원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희망과 기대를 어떻게 하면 건축적 제안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 궁리했다. 확정된 아이디어를 설계로 완성시키는 데 1주일, 설계안을 토대로 주민 및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시공하는 데 1주일이 주어졌다. 워크숍은 대학과 시 정부 간의 소통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시 의회는 워크숍에서 나온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원 중앙 수경 시설의 펌프를 고치고 분수에 다시 물을 채우는 데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어반 스파

어반 스파Urban Spa는 레크리에이션의 용도로 물을 활용하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목표로 삼은 임시 편의 시설이다. 설계팀은 나무 팔레트, 비계, 자투리 천 등의 재료를 재활용해서 최소의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나무 팔레트를 이용하여 분수 시설을 야외 목욕시설로 탈바꿈시켰으며 그 외에 계단, 선 배드, 작은 화단, 경사로 등의 부속 시설물도 만들었다. 비계 유닛은 나무 팔레트와 천막을 지지하는 기초 구조물로 이용되었고 휴식 공간과 작은 전망대를 제공한다. 임시 풀장으로 이용되는 분수는 주변의 큰 나무들이 드리우는 그늘과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로 인해서 주변지역보다 시원한 미기후를 조성해 주변 유동 인구를 풀장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어반 스파는 이전부터 이 구역에서 주민들을 위해 진행되고 있던 줌바zumba 및 요가 수업의 장소로도 이용되며 우루에타 공원을 활성화시킨다.

어반 스파는 임시 가변 설치물로 곧 철거될 예정이지만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설계팀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짜냈던 경험은 지역을 위한 새로운 희망을 움틔울 것이다. ‘불모지를 위한 워크숍’에 참여한 지역 시민 단체 임풀산도 카파시다데의 감독 가브리엘라 데라 크루즈 아르멘다리즈Gabriela de la Cruz Armendáriz는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고민을 존중하고 공감의 디자인을 제안한 설계팀과 뜨거운 태양 아래 작업했던 학생 및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 우리도 공공 공간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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