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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와 디테일] 거푸집, 무엇이든 만들 수 있어요
  • 환경과조경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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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푸집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은 없어 보인다. 사진 속 둥근 구조물은 대단한 정성을 들인 작업이거나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옮긴 것일 게다. 어찌 되었든 둘 다 틀은 필요했을 터 거푸집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이대영

 

콘크리트로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선 거푸집이라는 형틀이 필요하다. 원하는 모양으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콘크리트만 채워 넣으면 어떤 형상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술램프 같은 장치다. 웬만한 공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랄까. 아니, 없어서는 안 될 주인 같은 손님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구조재로 사용될 뼈대를 만들 때, 혹은 마감재로 쓰일 매끈한 물건을 만들때 이 요술램프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게다가 그 효용에 비해 얼마나 저렴한가. 몇 개의 나무 각재와 판재만 있으면 뚝딱뚝딱 만들어 조립하고 공장에서 미리 배합해서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를 채우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 쓰임에 따라서 사용 횟수를 정해 놓기도 하고 비용도 다르게 책정되어 있으며 원하는 품질의 수준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지만 말이다.

20여 년 전 실무를 시작할 무렵 일본에 놀러 갈 기회가 생겼다. 그때 도쿄의 가사이 임해공원葛西臨海公園에서 만난 일본의 한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노출콘크리트 건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나는 노출콘크리트의 미학적 의미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거푸집을 떼어낸 후 드러난 콘크리트 면 자체를 마감으로 쓴다는 아주 초보적인 지식만 있었는데, 건물을 손으로 만져본 후 온몸에 전해지는 감각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리석보다 더 부드러웠다. 차라리 따뜻했다. 거푸집과 콘크리트의 관계에 대한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기에 놀란 채로 그 곁에서 한참을 보냈다. 후에, 그런 마감을 내기 위해서 어떤 일본 건축가는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날이면 모든 사무실 식구들과 함께 막대기를 들고 콘크리트를 비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고 놀라기도 했다. 레미콘에서 콘크리트가 쏟아지는 순간 마치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에 긴장했던 경험이 겹쳐졌다.


 

이대영은 여기저기 살피고 유심히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작고 검소하며 평범한 조경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영남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우대기술단과 씨토포스(CTOPOS)에서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STUDIO L)을 시작하고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다. www.studio8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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