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삭막한 겨울 풍경에 색을 입힌 과일나무
서울문화재단, 도시게릴라 프로젝트로 최정화 작품 선보여
  • 환경과조경 2016년 2월
GWAIL01.jpg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거리의 재발견: 청계9가’를 주제로 서울문화재단 2층 데크 위에 설치한 최정화 작가의 ‘과일나무’

 

매서운 영하의 날씨에도 과일을 주렁주렁 매단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우중충한 회색 건물 사이에 화려한 과일나무가 등장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계9가를 따라 걷다보면 서울문화재단 2층 데크 위에 설치한 높이 7m, 지름 5m의 거대한 과일나무를 만날 수 있다.

형형색색의 탐스러운 열매를 매달고 있는 과일나무는 서울문화재단이 청사 이주 10주년을 맞아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거리의 재발견: 청계9가’를 주제로 선보인 설치미술가 최정화의 작품 ‘과일나무’다. 어깨를 움츠리고 걸음을 재촉하게 되는 삭막한 계절, 서울 도심에 철모르고 자라난 과일나무는 얼어붙은 마음을 한결 푸근하게 만든다.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도시게릴라 프로젝트는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에게 예상치 못한 일상 공간에서 예술과 만나는 즐거움을 주는 서울문화재단의 공공 문화 예술 프로젝트다. 지난 2013년 가을 밤, 5개의 작가 그룹(길종상가, 무늬만커뮤니티, 프로젝트대배살, 소심한 상상, 엠조형)이 북촌, 서울시청, 한강공원, 용산역 일대, 보광동 우사단로 등 5개 장소에 그래피티, 드로잉, 설치 등 각기 다른 콘셉트의 작품을 남긴 ‘서울-밤길에 드로잉 조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특히, 철공소가 밀집되어 있는 용두동 일대 골목에 철제 조형물, 폐자재 등을 활용한 설치 미술로 ‘철등 거리’를 조성한 ‘용두동 철등거리’(2014),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업 단지로 산업의 변천에 따라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골목 곳곳 에 남아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의 노점과 지하철 역사에서 공공 미술과 퍼포먼스를 선보인 ‘도시게릴라 프로젝트 in 구로’(2015) 등 지역 커뮤니티와 밀착해 장소의 특성을 반영한 도시 문화·공공 예술 캠페인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최정화의 공공 미술

서울문화재단과 최 작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서울문화재단이 성북수도사업소의 이전으로 생긴 유휴 공간에 청사를 이전하면서 최 작가는 건축가 오우근(지음아키씬)과 함께 청사의 리모델링 디렉터로 참여했다. ‘C-9 생생生生 프로젝트’로 명명된 리노베이션 작업은 청계9가(C-9)를 청사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문화 지역으로 재생시키고 향후 청계8가 (C-8), 청계7가(C-7), 청계6가(C-6)에 이르는 청계천 전역을 문화 지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작품을 소유하는 1%의 관객보다 나머지 99%의 관객이 더 중요하다”1는 신념을 밝혀 온 최정화는 ‘C-99 생생 프로젝트’에 공공 미술의 개념을 더했다. 청사 건물은 ‘열린 공간’을 지향하여 층과 벽을 허물었고 상하좌우를 터놓아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번에 ‘과일나무’ 작품이 설치된 서울문화재단 2층 데크는 기존 업무 공간에서 시민을 위해 개방한 공공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철공소와 소화기 판매점이 밀집된 낙후된 청계9가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시각적 자극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리노베이션 작업 당시 나뭇잎으로 건물 전체를 감싸는 작업을 계획했지만 구현되지 못해 아쉬웠다는 최 작가는 서울문화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청사 이전 10주년을 맞아 설치한 이번 작품이 당시의 아쉬움을 달래는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2 최정화 특유의 촌스러운 듯 화려한 색감 속에 유쾌하고 따뜻한 감성이 묻어있는 ‘과일나무’ 시리즈는 지난 2015년 9월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서 개최된 도시 문화·예술 축제 ‘릴 3000’에 초대돼 호평을 받았다. ‘과일나무’는 가벼운 패브릭 소재를 이용해 이동이 가능한 크기로 제작되었다. ‘거리의 재발견: 청계9가’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에도 서울의 다양한 도심 공간에 순환설치될 예정이다.

 

청사 이전 10주년, 서울문화재단은 과일나무의 탐스러운 열매처럼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열매를 맺고 있을까?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와 실험을 통해 서울문화재단을 예술, 그 자체로 상징이 되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변화를 거듭하는 이 공간은 여전히 미완未完이며, 앞으로 더 채워지거나 사라짐을 반복해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월간 환경과조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