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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부르델 정원
Space of Sympathy: Bourdelle Garden
  • 환경과조경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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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조각이 빠진 조각 정원은 단팥 빠진 찐빵일까? 부르델정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교과서에서나 보던 조각을 눈앞에서 확인하며 느꼈던 두근거림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부르델의 조각이 자취를 감춘 뒤 그 공간에서 맛본일차적인 감정은 공허함이다. 있어야 할 것이 있지 않은 허전함. 그래도 희원을 방문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까닭은 그 자체로도 은근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접한 희원과 대비되는 이국적인 풍모가 눈에 띈다. 샌드스톤이 일차적인 원인 제공자이지만 낙우송과 선향으로 연출된 보스케와 수벽도 분위기를 이끈다. 이국적이지만 이질적이지 않다. 또한 조각 작품의 배치를 위해 서로 간섭되지 않도록 공간이 나눠진 점도 이곳을 거니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몇 년 전에 ‘사이intermission’를 주제로 한 쇼가든을 구상한 적이 있다. 결국 실현되지 못했지만, 지금도 부르델이 빠진 이 그릇에 신선한 재료를 담아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단팥이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찐빵은 그 자체로 잔잔한 맛이 있다. 이 잔잔한 그릇 위로 매해 새로운 공간의 맛이 선보이는 기획을 기대해본다. _ 정욱주

 

경주의 황룡사지나 일본 나라현의 헤이조궁 유적지를 거닐다보면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에 빠지게 된다. 황량한 벌판에 남겨진 조형적인 쓸쓸함에 는 오래 전 사라진 실체에 대한 연민 같은 안타까움이 늘 존재한다. 공간적인 규모나 시간적인 스케일에서 이들과 비교하기가 적절해 보이지는 않지만, 부르델 조각없는 부르델 정원의 느낌도 본질적인 면에서 이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완만한 경사지에 터를 잡은 정원은 조각 작품을 효율적으로 전시하기 위한 전형적인 서구형의 대칭 구조를 가진다. 주변의 지형 환경이 이보다 더 크고 드라마틱한 공간을 만들어 내기에는 적절치 않았으리라. 이미 오래전에 방문했던 터라 당시의 조각 작품들을 희미하게만 기억하고 있어서일까.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 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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