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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무소 소장으로 산다는 것, 그 냉정과 열정 사이
강연주 우리엔디자인펌 대표 인터뷰
  • 김정은
  • 환경과조경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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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아

 

“그래서 창업을 권하려는 것이냐, 아니면 말리려는 것이냐” 설계사무소 소장들에게 이번 특집 이야기를 꺼냈더니 한결같이 이런 질문이 되돌아왔다. 건축설계사무소 소장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디자인 전문지에서 설계사무소를 열지 말라는 특집을 준비할리 만무한데도 말이다. 그 냉소적인 되물음은, 그만큼 지금이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의 설계사무소를 여는 일이 마냥 쉬웠던 시절이 있었을까. 시베리아 같은 바깥 세상에 뛰어드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결심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내 설계’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창업은 그 모든 갈등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해보고 싶은 길이다. 이번 특집에 참여한 어느 소장이 말했듯 “설계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여는 것은 (그 자체가) 큰 꿈”이다. 자신의 사무소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마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일일 것이다. 앞서 ‘좌충우돌 창업기’를 들려준 창업자들은 모두 30대에 자신의 사무소를 열었다. 공부를 마치고 각자 필요한 만큼의 실무와 준비 과정을 거치면 30대 초반에서 후반의 나이가 되기 마련이다. 혹시라도 20대에 독립한 용기 있는 (혹은 무모한?) 소장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 젊은 창업자들의 선배 가운데 20대에 독립한 우리엔디자인펌의 강연주 대표를 찾았다. “멋모르던 시절이라 준비랄 것 없이 시작했다”며 사양의 뜻을 전하려는 그녀에게 사무소 운영 경험을 담담하게 이야기해 달라 거듭 청했다. 정답보다는 늘 차분하고 냉철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 뒤에 숨겨진, 지난 20년을 버티며 회사를 성장시킨 뜨거운 열정과 과정이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용기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연주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환경과조경』 2009년 7월호 조경가 인터뷰 꼭지에서 짧게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인터뷰는 7년 전 이야기에서 출발해 좀 더 자세한 속내를 들어 보기로 했다.


1997년 7월에 조경설계연구소 우리환경을 설립했다. 28살이란 이른 나이에 독립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강연주 대학 때 학교를 열심히 다니진 않았지만, 설계가 내 일이란 생각을 늘 했었다. 근사한 말로 포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확고한 신념 같은 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설계가 좋았고, 무엇보다 매력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도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 어떤 일에 대한 매력 말이다. 졸업 즈음에 선배의 권유로 청산조경 설계실에 입사했는데, 이후 박명권 대표와 함께 조경기술사사무소 효신으로 옮겼다가 그룹한을 설립할 때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직장 생활 체질이 아닌지 그룹한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조경설계 서안으로 옮겨서 다시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는데, 다시 다른 회사로 옮겨가고 싶지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남편이 사업자를 내고 독립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그래서 아는 분 사무실에 책상 하나 놓고 그렇게 혼자 시작한 게 첫 출발이었다.


1997년, 28살에 사무실을 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실무 경험이 필요한 설계 분야에서 창업하기에 20대는 이른 나이가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창업을 하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런 일이 많겠지만, 당시는 건설사나 설계사무소에서 그때그때 일을 받아서 도면을 그려주는 경우가 꽤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프리랜서를 생각했다. 그러다 회사를 여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작했다기보다는 설계는 하고 싶었고, 일은 스스로 선택해 하고 싶다는 의지가 복합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내가 독립적인 성향의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설계가 무엇인지 막 배운때였기 때문에 나만의 설계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 사무소를 연 것은 아니다. 요즘엔 경력을 쌓고 자격증을 따거나 유학을 다녀오는 등 차근차근 준비해서 독립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계획적으로 준비한 경우는 아니다.


직원도 뽑고 이제 정식으로 ‘회사’라고 생각한 것은 언제쯤인가?

 처음부터 ‘회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힘들었다. 사실 번듯한 사무실 공간을 마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직원을 뽑은 것은 회사를 만들고 1년쯤 지났을 때다. 당시 자리를 빌려 쓰던 사무실에서 나오게 되면서 신혼집 거실에 책상을 놓고 직원들 한두 명을 불렀다.


창업할 때 어떤 종류의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가?

또 경력이 많지 않았는데 어떻게 수주를 했는지도 궁금하다.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비교적 설계비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분야가 아파트 조경이었다. 항상 집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아파트 조경이란 기초부터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기서 경험을 쌓으면 다른 일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창업 당시 IMF의 여파로 경기가 좋지 않았다. 그나마 아파트 조경 설계에 대한 요구가 막 생겨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룹한에서 설계 하도급을 받기도 하고 짧지만 3~4년의 실무 경험 가운데 알게 된 건설사에서 일을 받아 아르바이트하듯 일했다. 그렇게 기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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