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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세 번째 트랙
초청정원
  • 박승진
  • 환경과조경 202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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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일과 일상에서 벗어나 걷고, 쉬고, 노는 공간이다.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공원들을 살펴보면 제각기 조금씩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공군사관학교가 있던 자리에 만들어진 보라매공원은 넓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특별한 점은 공원 한가운데에 커다란 운동장(과거 공군사관학교 연병장)이 있고, 그 둘레에 걷고 뛸 수 있는 긴 트랙이 조성되어 있는 점이다. 주민들은 이 공간을 사랑한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고, 또 뛴다.

 

트랙의 전체 길이는 600m에 이른다. 바깥쪽은 걷는 사람들, 안쪽은 뛰는 사람들로 구분하고,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 설계자는 이러한 특징에 주목했다. 두 개로 구분된 트랙 안쪽에 ‘세 번째 트랙’을 제안했다. 일명 라르고(largo). 라르고는 음악 용어로 ‘아주 느리게’라는 뜻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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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개념 잔디광장에 존재하는 두 개의 트랙 안쪽으로 더 느리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세 번째 트랙을 제안한다. 이 트랙은 동측의 또 다른 초청정원과 세 번째 트랙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북측과 남측 구간은 향후 여건이 되면 조성하도록 제안한다.

 

세 번째 트랙에서는 서두르지 않기를 바란다. 정원의 길이는 80m 정도. 원래 이곳에 심겨 있는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사이에 트랙을 삽입하고 좌우에 작은 숲을 만들었다. 산딸나무, 산목련, 가침박달, 히어리, 물철쭉, 까마귀밥여름나무, 생강나무, 조팝나무 등등. 여기에 고사리, 눈개승마, 노루오줌 같은 작은 풀들을 더했다. 우리 주변의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이다. 공원을 방문한 이들이 호젓한 산길을 걷듯 천천히 이 길을 걷기를 바란다. 나뭇잎과 꽃, 향기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아주 아주 천천히 걷기를 바란다.


이 정원은 박람회 기간이 지나도 철거되지 않고 존치 된다. 설계자는 이번 작업을 완성작으로 보지 않는다. 여건이 되면, 지금의 80m 구간을 좌우로 계속 연장해 서 600m에 이르는 세 번째 정원 트랙이 온전히 완성 되기를 기대하고 제안했다. 어떻게 보면 이 80m 구간 은 전체 구간의 샘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 다. 빠르게 걷거나 뛰는 첫 번째 트랙, 보통의 걸음으 로 걷는 두 번째 트랙에 이어, 숲길을 다른 속도로 천 천히 사색하며 걷는, 세 번째 트랙 전 구간이 곧 완성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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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시선이 닿지 않도록 심은 수목이 작은 숲을 형성한다.

  

설계 박승진

시공 태극조경

면적 500㎡


박승진은 경관, 도시, 정원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loci 대표소장이다. 통의동 브릭웰 정원, 대구 mrnw 복합문화공간, 서울 목동의 오목공원 등을 설계했다. 조경건축가로서 푸른별 지구,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곳,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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