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를 겪으면서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조경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설계의 중요한 비전이 됐다.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이를 대상지에 구현할 좋은 기회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매력적인 녹지 공간을 제공하며 생물 다양성에 기여하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모든 생명체를 위해
비행사의 정원(Aviators Garden)은 옛 공군사관학교 터였던 대상지의 특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공군 비행사를 배출했던 공군사관학교를 기리며 인간뿐 아니라 나비와 벌 등 비행사처럼 공중을 누비는 모든 생명체를 수용하는 정원을 연출했다. 야생벌 둥지(Bienenhaus)와 새집 등 생명체를 위한 구조물을 통해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풍성한 녹지 공간을 마련해 새와 곤충을 유인하고, 공간 안에서 인간, 동물, 식물이 서로 조화를 꾀하는 화합의 정원을 만들고자 했다. 과정과 결과물 모두 자연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언제든 자연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자연친화적 자재를 활용했다. 가령 길의 경계선 에지 재료로 목재를 활용하고, 콘크리트와 플라스틱 소재를 지양해 다양한 생명체의 접근성을 높였다.
조용한 오아시스
비행사의 정원은 주변의 바람을 막아주는 생울타리에 둘러싸인 정원으로, 시민들이 분주한 도시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조용한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최대 1.5m 높이의 생울타리는 다양한 종류의 관목으로 구성되며 기존 수목을 그대로 보존하는 동시에 정원 경관의 구조적 틀이 된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곡선형 산책로 사이에 서식처 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숙근초를 심어 계절별로 색다른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숙근초는 이 정원의 핵심적 역할을 하며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주도종, 주도종과 조화를 이루며 경관의 깊이를 더하는 동반종, 낮게 깔려 빈자리를 채워주는 피복종, 골고루 분산되며 역동성을 만들어 내는 분산종을 정원에 심었다. 서식처 기반의 식재 디자인 원칙을 바탕으로 구성된 다양한 숙근초 군락은 단순한 조화를 넘어 각 식물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며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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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과조경 447호(2025년 7월호) 수록본 일부
설계 Mark Krieger
시공 이양희, 오세훈, 김명윤
후원 예건
코디네이터 고정희
마크 크리거(Mark Krieger)는 스위스 동부 응용과학대학교(Ostschweizer Fachhochschule) 조경학과 교수로, 자연주의 정원 디자인을 추구한다. 식물에 대한 관심과 깊은 생태적 통찰, 감각적 디자인을 통해 자연스러운 조화를 꾀하는 식재 공간을 연출한다. 2013 함부르크 정원박람회, 함부르크 도시개발환경부 데크 정원 등 정원박람회 식재 기본계획부터 숙근초 정원까지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